이른바 일본 미스테리 소설에 있어 신본격이라는 장르가 탄생하게 된다. 신본격이란 말그대로 새로운 본격이라는 것인데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고민하는 사회파 추리소설의 흐름을 거부하고 과거 에도가와 란포나 요코미조 세이시 시대의 범인찾기가 주 목적인 본격 추리소설이야말로 진짜 추리소설이라는 관점에서 시작된 것이다. 대표적인 작가로는 <점성술 살인사건>의 시마다 소지, <관시리즈>로 유명한 아야츠지 유키토, 최근 <잘린머리에게 물어봐>가 국내 출간된 바 있는 노리즈키 린타로 등이 있고 여기에서 소개할 아리스가와 아리스 역시 현재 일본 신본격을 주도하고 있는 대표작가 중의 한 명이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사실상 첫 데뷔작인 <월광게임>은 작가의 추리소설관이 그대로 반영된 굉장히 흥미있는 작품이다. 소설 내용을 살펴보기 앞서 11살부터 쓰기 시작할 정도로 추리소설에 대한 강한 열정을 가진 작가의 마음이 소설 곳곳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리고 이 소설은 평소 그의 지론대로 사건 자체에 철저히 집중하며 논리적인 추리를 통해 범인을 밝혀내는 추리소설의 본연의 자세에 충실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 소설은 이른바 클로즈드 서클 테마를 차용하고 있다. 소설 속에서도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지만 이른바 고립된 사람들 가운데서 살인이 일어나는 것이다. 당연히 외부의 간섭이 없기에 살인자는 내부에 있으며, 구성원들간의 갈등이 깊어지는 탐정 역할의 인물이 등장해 범인을 결국 밝혀내게 된다. 이미 수많은 추리소설들에서 쓰여질 만큼 추리소설에서는 빠질 수 없는 구조이기도 한데 이 작품에서 구사된 이 기법도 여타 소설 못지 않는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다 화산분출이라는 상황 설정으로 긴박감을 더해 소설의 몰입도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추리소설+재난영화를 보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여기에 더해 풋풋한 학창시절을 되돌아 보게 만드는 등장인물과 설정 역시 좋았다. 살인만 일어나지 않았으면 화산 정상에서 캠핑을 하다 일어나는 사건과 우정, 사랑 등을 버무린 잘 만들어진 청춘소설로 전개되었어도 될 정도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다소 억지스러운 상황설정(본격 추리소설은 정말 어려운 장르이다)이 어색했고, 살인 동기 자체도 내 감정으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작가가 후기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 소설은 원래 <Y의 비극 86 월광게임>으로 일본 신인 추리작가 최대 영예인 에도가와 란포상에 응모한 작품이다. 그런데 1차 예선에서 탈락해 버렸다고 한다. 대부분 신 본격 작가들은 에도가와 란포상하고 그다지 인연이 없는 편이긴 해도 시마다 소지의 <점성술 살인사건>이 에도가와 란포상 최종심에서 치열한 갑론을박 끝에 탈락한 경우하고는 좀 다르다. 물론 훗날 출간되고 여기에 소개한 것은 <Y의 비극 88 월광게임>으로 주변의 권유에 따라 대폭 수정한 것이기 때문에 다르긴 하지만 데뷔작인 이 작품에서는 다소 어설픈 면도 없지 않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는 열정이 있어서 좋다. 나는 개인적으로 완벽한 소설보다는 이렇게 무엇인가 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강한 소설이 참 재미있는 것 같다. 학생 아리스와 에가미 선배를 중심으로 한 에이토 대학 추리동호회의 활약 시리즈는 현재까지 총 4편이 나왔다고 한다(국내는 월광게임과 외딴섬 퍼즐 2편이 나와 있다). 이 작품에 재미를 느낀데다 시리즈에 특히 약한 나의 경우에는 모든 시리즈가 다 나와서 학생 아리스와 함께 흥미진진한 추리여행을 다시 한번 떠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