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피그 - 로마의 명탐정 팔코 1 밀리언셀러 클럽 22
린지 데이비스 지음, 정회성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작가 '린지 데이비스'의 역사 추리소설 '실버피그'는 참으로 위트가 넘치는 유쾌하고도 볼거리가 풍부한 소설이다. 유머가 넘치며 보는 재미가 다분히 뛰어난 작품임과 동시에 2천년전의 로마시대라도 거뜬히 뛰어넘는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과 혀를 내두를 만한 시대상의 묘사에 정말 놀랐다. 처음에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던 타자가 만루홈런을 쳐서 관중을 기쁘게 하는 즐거움이 이 소설엔 가득하다.

사실 이 소설을 미스테리 소설의 장르적 관점에서만 살펴보면 결코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사건의 전개과정은 상당히 흥미진진하며 후반부로 갈수록 나름 몰입하는 스토리 구조를 갖고 있다. 그리고 시니컬 하면서도 위트를 잃지 않는 재정 로마시대 3류 탐정 '팔코'와 대단히 건드리기 힘든 자존심의 소유자로 원로원 의원의 딸이자 이혼녀인 '헬레나 유스티아'의 밀고 당기는 사랑싸움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러나 머니머니 해도 압권은 작가 '린지 데이비스'의 무한한 상상력에 있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내가 마치 2천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로마시대에 살고 있는 착각에 젖어들 정도로 당시의 생활상을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지구상의 대부분의 인류가 수렵이나 하며 살던 시기에 대제국을 건설한 재정 로마가 이룩한 우월한 문명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간들의 다양한 모습은 1시간 정도의 학교수업으로는 도저히 배울 수가 없는 것이다. 작가도 후기에서 밝혔듯히 이 소설을 위해 소설의 배경이 되는 모든 지역을 답사해 철저히 검증했다고 한다.

또한 당시 재정 로마의 정치적인 불안을 배경으로 역사적인 인물들을 과감히 소설의 영역으로 끌어내 사건과 교묘히 배합함으로써 더욱 사실성을 높였다.

잠깐 이 소설의 시대적인 배경을 소개하자면 이렇다. 그 이름도 유명한 폭군황제 '네로'가 살해당하고, 연달아 '갈바, 오토, 비텔리우스' 3명의 황제가 등극하지만 모두 AD 69년에 살해당한다. 말 그대로 혼란기다. 이 혼란을 수습한 것이 이 소설에 등장하는 황제 '베스파시아누스(AD 69~79)'로 재정 로마 최초의 평민출신 황제이기도 하다. 그의 아들 '티투스(AD 79~81)'와 '도미티아누스(AD 81~96)' 역시 차례로 황제에 오르지만 도미티아누스가 근위대의 반란으로 살해당하며 '베스파시아누스'가 연 플라비우스 황조는 막을 내리고 이어 '네르바'를 시작으로 로마의 최전성기라 할 수 있는 5현제 시대가 시작된다.

따라서 '베스파시아누스'가 등극한 첫 해인 당시는 정권이 매우 불안했고 곳곳에 황제를 꿈꾸는 자들의 음모가 끊이지 않았을 것이다. 작가는 이 점을 착안해 소설의 사실적인 스토리라인을 구성했다. 연대상으로 보면 내가 지금까지 접한 소설 중 가장 선배 탐정인 '팔코'는 탐정으로서의 재능은 별로 탐탁치 않치만 그래도 뜨거운 가슴하나와 억세게 좋은 운(?)으로 사건을 마무리 한다.

살인사건과 폭력 그리고 변태들이 얼마나 내가 더 미쳤는지 자랑하는 프라임 픽션과 범인해결과 일그러진 내면의 세계 속에서 골머리를 써야 하는 일본 미스테리에서 잠시 벗어나 전반적으로 편안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이 소설을 접한 것은 참으로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 마냥 행복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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