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과 선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 태동출판사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마츠모토 세이초는 말 그대로 일본 추리소설사에서 사회파 추리소설이라는 커다른 조류를 만든 거장 중의 거장이다. 현재까지도 일본 추리소설에 있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이 마츠모토 세이초가 주창한 사회파 추리소설의 범주에 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리무라 세이치, 미야베 미유키, 기리노 나쓰오, 다카노 가즈아끼, 히가시노 게이고 등등 셀 수도 없는 많은 유명작가들이 본인이 인정하던 안하던 마츠모토 세이초가 일구어 놓은 토양위에 찬란한 꽃을 피운 작가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럼 사회파 추리소설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말 그대로 범죄가 일어나게 된 사회적인 배경과 제도의 모순, 병든 사회에 대한 치유, 범죄자의 정신적 구조에 대한 고민 등에 대해 관심을 갖는 모든 추리소설의 장르를 의미한다고 본다. 

물론 칼로 종이를 자르듯 이건 사회파이고 이건 본격이나 신본격이라고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가 나오는 <옥문도>와 이 <점과 선>을 비교해보거나, 시마다 소지의 <점성술 살인사건>과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를 비교해 보면 그 차이는 확연히 구별할 수가 있다. 결국 작가의 관심이 어디에 향해 있느냐가 구별의 키포인트인데 본격이나 신본격 추리작가들이 트릭, 밀실, 완전범죄, 명탐정의 등장 등에 힘을 쏟는 다면 사회파 추리소설은 보다 사회와 제도, 인간에 집중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본격 추리소설에서는 소설의 끝까지 범인 알아맞추기가 주가 되는 반면 사회파 추리소설에서는 거의 열에 아홉은 범인을 처음부터 공개하고 시작하던지 좀 심한 경우에는 아예 범인이 누구인지 알거나 모르거나 굳이 소설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본론에 들어가서 사회파 추리소설의 창시자인 마츠모토 세이초의 대표작인 <점과 선>은 과연 어떠한 느낌일까? 무척이나 궁금했고 책을 읽은 중에도 계속 궁금했다. 과연 어떠했을까?

이 책을 다 읽고 일단 재미있고 뛰어난 추리소설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작가의 역량이 역시 허명이 아니었음을 느낀다. 범인도 굳이 공개까지는 아니어도 초반에 지각있는 독자라면 다 알만한 설정이고 여러가지 세상사 얘기가 많이 나오는게 당시 에도가와 란포나 요코미조 세이시가 지배하던 추리소설의 세계에 적잖은 충격을 주었으리라는 생각도 해본다.

그러나 적어도 미야베 미유키나 기리노 나쓰오만큼 이질적이지는 않았다. 왜냐면 이 작품의 핵심은 모든 면에서 크나큰 장벽처럼 느껴지는 범인의 알리바이를 무너뜨리는데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기존 사류와 다르긴 달라도 많이 다르진 않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쉽게 말해 내가 추리소설을 읽는 거야 문학작품을 읽는 거야 하는 생각은 안 들었다는 얘기다. 일본 공직사회의 문제점이나 경찰을 주인공으로는 내세운 점은 분명 달라진 형식이지만 지금 그의 후배들이 상당히 변질시켜논 추리소설들에 비하면 상당히 원칙에 충실한 잘 만들어진 미스테리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마츠모토 세이초라는 후대에 큰 흐름을 주도한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미스테리 소설을 좋아하는 분은 꼭 한번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인 모리무라 세이치의 <고층의 사각지대>는 이 작품에서 많은 모티브를 얻은 듯 하다. <고층의 사각지대> 역시 정말 재미있는 작품이므로 한번 읽어보기 바란다. 좀더 진화된 알리바이 깨뜨리기의 진수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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