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가와 란포' 는 국내 독자라 할 지라도 어느정도 미스테리 소설에 대해 안다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이름이다. 일본 미스테리 소설의 선구자라 할 수 있으며 특히 그 이름을 딴 '에도가와 란포상'은 일본 미스테리 신인 작가의 등용문으로 일본 미스테리 소설의 발달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일본 유명 미스테리 소설작가 치고 이 상을 거치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정작 이 작가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었던 나는 내심 궁금한 바가 매우 많았다. 작품의 경향도 그러하고,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을 남겼기에 일본 추리소설사에 그의 족적이 이리도 큰 것일까'하는 생각들로 가득했던 것이다. 그가 남긴 "현실은 꿈, 밤의 꿈이야말로 진실" 이라는 말은 지금 내 가슴 속에 미스테리 소설을 접하는 하나의 좌우명처럼 여겨지고 있기에 더더욱 그러한 생각은 강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 <외딴섬 악마>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이기에 가장 먼저 구입하게 되었고 참으로 짧은 시간 동안 열심히 읽었던 것 같다. 거의 쉴 틈 없이 읽어 내려간 후 책장을 덮으며 내가 느낀 감상을 표현하자면 역시 기대 만큼이나 재미있고 뛰어난 작품이라는 것이다(물론 이 작품은 에도가와 란포의 중기에서 후기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의미가 있기에 그의 전반의 작품경향을 대변하기에는 무리가 있긴 하다). 이 작품은 작품 내에서도 전반부와 후반부가 자못 상이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반부가 정통 추리물에 가깝다면 후반부는 공포와 모험이 결합된 모양새를 갖추었다. 작품 전체의 흐름은 상당히 그로테스크해서, 공포가 추리를 넘지 않는 요코미조 세이시 등 초기 본격 추리소설의 흐름과도 상당히 달라 보인다. 한 마디로 전반적인 흐름은 다소 초현실주의적인 기괴함이 넘쳐 있으며 거기에 추리와 모험이 가미된 듯 한 느낌을 갖게 한다. 초반부터 사건은 상당히 쇼킹하게 전개된다. 먼저 일어난 두가지 살인사건은 미리 예고되고, 이어 일어나는 두개의 살인사건은 도저히 해결불가능할 것으로 보여지는 밀실살인사건이다. 그리고 중반으로 접어들면 이제 범인 찾기에 돌입하는데 점점 사건은 더욱 기괴해져 마치 좀비영화를 방불케하는 전개로 진행되게 된다. 당시 시대를 고려해 본다면(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시대이니...) 이 소설이 참으로 앞선 바가 많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이다. 물론 헛점을 찾아보자면 여러가지가 보이기는 한다. 추리과정이나 전개과정이 그렇게 매끄러운 것 같지는 않다. 요즘 소설처럼 잘 다듬어진 세련미를 찾기에는 다소 역부족이지 않나하는 생각도 읽는 도중 많이 들었다. 그러나 일본에 막 추리소설이 뿌리를 박던 시기에 향후 6~70년의 일본 미스테리 소설의 토양을 만든 거장의 심혈을 기울인 역작이란 점에서 아직 읽지 않은 독자라면 한 번 꼭 읽어 보실 것을 권유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