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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도서관 - 도서관에서 보내는 일주일 날마다 시리즈
강원임 지음 / 싱긋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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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이 에버랜드만큼 재미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책! 작가의 언어유희와 고급진 유모어는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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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지만 사는 데 지장 없습니다 -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은 하늘에서 사는 세상을 꿈꾸며
백순심 지음 / 설렘(SEOLREM)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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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불편하지만 불행한 삶은 아니라는

작은 깨달음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다.

P9


저자는 장애에 대한 프레임을 바꿔주었다. 장애는 그저 조금 불편한 것일 뿐이라고 말이다. 내가 나의 작은 키를 불편해하듯이, 남편이 구부정한 허리와 어깨를 불편해하듯이. 장애는 고통이나 아픔, 슬픔이나 좌절같은 감정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또 하나, 백순심 저자는 몸의 불편함 이외에 마음의 불편함도 이야기한다. 몸의 불편함은 사는 데 아무 지장 없지만, 마음의 불편함은 책 곳곳에 남아 있었다. 어쩌면 저자는 마음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이 책을 썼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편하지만 사는 데 지장 없습니다>를 읽으며 저자의 입장에 몰입해 읽다 보니 그 불편함을 공감할 수 있었다. 그래, 정말 불편했겠구나. 시선 하나, 단어 하나, 생각 없이 했던 행동들도 상대를 불편하게 했을 수도 있겠구나. 모든 것을 조심했어야 했다. 상대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했어야 했다.


내 마음도 불편했다. 내가 배려라고 생각했던 행동 이면에 차별이 숨어있었다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다. 내가 때로는 저자의 초등학교 친구가 아니었을까, 대학교 동창이 아니었을까, 직장 동료가 아니었을까.


책을 덮고 며칠을 음미하며 저자가 일으킨 내 마음 속 파동에 이름을 붙여보려 노력했다. 수면 아래 숨어있던 밑바닥 감정의 정체는, 불안이었다. 불편의 감정 아래 불안이 있었다. 살면서 많이 마주치지 못해서, 어쩔 줄 몰라서, 겪어본 적이 없어서 실수 할까 봐, 상처 줄까 봐 불안했던 것같다. 어릴 때 옆반이었던 몸이 불편한 친구를 안절부절하며 주위에서 뱅뱅 돌았던 것부터 엘리베이터에서 가끔 마주치는 20층 아주머니를 자연스럽게 쳐다보지 못했던 것까지 모두 상처가 될까봐 두려웠던 것 같다.


그러다 백순심 저자를 만났다.


그녀는 내가 처음으로 만나보고 대화해보고, 그 사람을 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진 장애인이다. 그녀는 내 불안을 없애주었다. 그녀는 씩씩하고 건강하며 밝고 영민하다. 단지 몸이 조금 불편할 뿐이고 장애를 안고 사는 건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는 걸 몸소 증명하는 사람. 나와 비슷한 면도 있고 다른 면도 있는 똑같은 사람, 여자, 아내, 엄마이다.


저자를 알아갈수록 불안은 줄고 희미해졌다. 그녀와 대화하면 할수록 편안해졌다. 장애에 대해, 장애인에 대해 알면 알수록 그들이 편안해진다는 것을 그녀를 통해 알게 되었다. 어제 우연히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차에 탑승하는 법에 대한 유튜브 영상을 보게 되었다. 혼자서도 할 수 있구나! 그냥 조금 다른, 또 하나의 방법으로 살아가고 있구나! 딱하거나, 안됐다거나, 혹은 유별난 게 아니라 그냥 그런 거구나! 느끼며 장애인에 대해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을 알고, 만나고, 부대끼며 배워야겠다고 말이다.


나는 저자와 친구가 되었다. (순심씨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나의 친구, 백순심 씨. 좋은 책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속 불안이 올라올 때마다 당신을 생각하고, 이 책을 열어볼게요.






장애인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의미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지만 나아가는 방향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장애 수당을 지급할 테니 목소리를 낮추고 살라고 한다. 또한 장애인은 한정된 직업군 안에서 자신이 원하지도 않는 일을 하면서도 고마워해야 하는 구조다. 이 의미는 우리나라는 장애인 당사자가 주체적으로 살아가기보다는 주어진 환경에 맞추어 살기 바란다는 것이다.

P48




힘든 것과 키우지 못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힘들다고 그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은 차별이다.

P100




예전에는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은 낙오자 같았습니다. 그 이미지를 지우는 방법은 ‘장애’를 극복하는 것이라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살아오면서 내린 결론은 ‘감춘다고 감춰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장애는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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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길 찾기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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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갱지로 된 신문을 펼치면 맨 마지막 장 끄트머리엔 언제나 ‘숨은 그림 찾기’가 있었다. 그림 아래 정답이 있긴 했는데 일부러 안 보이게 하려고 뒤집어 써 놓았다. 나는 그림 안에 숨겨진 작고 불분명한 정답을 찾기 위해 본 곳을 보고 또 보았다. 눈이 빠질 것 같다고 생각할 즈음 겨우 찾게 된 정답에 색연필로 색칠을 하면 그제야 숨은 그림이 선명해졌다.


<숨은 길 찾기>의 바우와 미르, 소희는 숨은 정답을 하나씩 찾아냈다. 내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내가 뭘 잘하는지도 모르겠고, 내 마음이 누구와 맞닿아있는지도 명확치 않았던 아이들이 저마다 하나씩은 선명한 형상을 쟁취해냈다. 그리고 거기에 흐릿하게나마 색칠도 했다. 흐릿한 그림에서 아직은 작고 불분명 하지만 빽빽하게 드리워진 그림자 안에서 꿈과 사랑을 찾아낸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진로교육을 받는다. 진로적성 검사와 직업탐방 교육도 함께 받는다. 내가 누군지 깨닫기 전에 진로에 대한 고민도 숙제처럼 받아든다. 어디서 주워들은 얘기로 요즘 중학생들 사이에서 ‘꿈이 없다’고 하면 진도를 못따라가는 것처럼 여기고, 그래서 남들 몰래 지식in에 어떤 꿈을 가지면 좋을지 질문을 올린다는 얘기도 들었다. 이런 모습이 안타까운 건 왜일까?

그런 시각으로 보면 바우, 미르, 소희의 치열한 길찾기가 안쓰러워 보일 만도 한데, 이들이 기특해 보인 이유는 아마도 진로를 찾아나가는 청소년의 이상적인 모습을 그려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진로에 대해 일찍부터 확신을 가진 아이도 있고(소희), 그 길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마음이 끌리는 대로 시작해본 아이(미르)도 있다. 좋아하는 것을 진작에 찾아 실행에 옮기고 성과를 내는 아이(재이)가 있는가 하면, 좋아하는 것을 찾았지만 가족과 주변의 시선 때문에 망설이다가 큰 용기를 낸 아이(바우)도 있다.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깊은 마음을 들여다볼 줄 알고, 허풍으로 시작했지만 가슴에 부는 바람을 따라가는 용기도 낸다. 어른들의 응원과 지지에 목을 매는 아직은 어린 나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와 협상하며 내 길을 취할 줄도 안다. 그래서 읽는 이들은 바우, 미르, 소희, 재이를 응원하게 되는 것 같다.

작가는 이 아이들의 시작에 응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또한 그 길이 쉽지 않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 느티나무가 그려주는 그물 같은 그림자가 ‘진짜 찾기 어렵게 숨겨 놓은’ 길이 될 수도 있다고 말이다

그물보다는 길이 더 마음에 들었다. 그러자 그림자가 달리 보였다. 소희는 나뭇가지 그림자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난 길을 연상하고 있었지만 미르에게는 자기 앞에 놓인 수많은 길로 보였다. 진짜 길은 찾기 어렵게 숨겨 놓은... p200

하지만 생각해보면 꿈을 찾기란 정말 어렵다. 나만 봐도 아직까지 꿈을 찾아 방황하고 있지 않은가. 이 나이에도 바우, 미르, 소희와 똑같이 숨은 길 찾기를 하고 있다. 꿈과 진로 고민은 일찍부터 고민해야 하는 고충일 뿐 아니라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될 수 있는 ‘일상’적인 일임을, ‘작가의 말’에서 읽고 위로를 얻는다.

어릴 때는 어른이 되면 삶을 꿰뚫어 볼 줄 아는 혜안은 물론 앞날에 대한 예지력도 생길 줄 알았다. 하지만 나이 들수록 인간은 영원히 불완전하며 미성숙한 존재임을 더 확실히 느끼게 될 뿐이다. 한동안은 그런 사실에 자괴감과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조차도 오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이 작품 속 어른들은 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실수하고 실패하고 좌절하며 새롭게 시작한다. 어른들이 자기 역시 불완전한 존재임을, 사신이 알고 있는 것만이 정답이 아님을 인정할 때 아이들은 좀 더 자기 삶에 책임감을 갖게 될 것이며 또 조금 더 행복해질 것이다. p204 작가의 말_초판 중에서

나는 <숨은 길 찾기>가 3부작의 끝이 아니길 바란다. 각자의 길에 첫 단추를 꿴 아이들이 그 길에서 만나는 또 다른 곁가지 길들을 어떻게 겪어내고 성장할지 더 지켜보고 응원하고 싶다. 이제 막 자신만의 세계에 주춧돌을 세운 아이들이 그 위에 어떤 벽돌을 올릴지, 어떤 기둥을 세울지 궁금하다. 이금이 작가님, 10부작까지 써주시면 안 되나요?

* 해당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료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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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희의 방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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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릴 땐 방이 필요 없었다. 그 공간의 목적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거실도 안방도 화장실도 놀이터였다. 뛰어놀고, 호기심을 풀 수만 있다면 되었다. 그러다 자아가 궁금해지는 시기가 되면 자기만의 방을 만들려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붙여두고, 내 물건을 내가 편안한 방식으로 배치한 내 방. 그곳에서 가장 편안하고 가장 자연스러운 내가 된다.


소희의 방은 어떤 공간인가


여기서 말하는 ‘방’은 물리적 공간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정서적이고 사회적인 ‘욕망’을 의미하기도 한다. “나는 누구이고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를 질문하고 그에 대한 해답을 욕망하는 마음의 공간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자아에 대해 방황하기 시작하는 사춘기 아이의 이야기를 ‘방’으로 비유하여 풀어나간 이금이 작가님의 통찰에 감탄해마지않을 수 없었다.

이야기의 초반부터 소희는 새로운 방을 얻었다. 오롯이 소희 혼자 쓰는 방이라 한다. 하지만 소희는 이 방이 편치 않다. 왜냐하면...


소희의 방? 리나의 방?

소희는 재가한 엄마를 따라 이곳에 왔다. 소희가 머물기로 한 방은 엄마의 원가족 중 새아빠의 딸, 리나가 쓰던 방이라고 한다. 막내동생은 소희를 잘 따르지만 나이차가 크지 않은 동생은 소희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이야기의 큰 줄기 중 하나는 소희가 ‘가족 내에서’ 자기만의 방 (진정한 의미의 ‘소희의 방’)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생소한 이들과 ‘엄마’라는 연결고리를 가지고 가족이 되어나가야 하는 상황은 소희와 엄마의 갈등으로 표현된다. 소희는 엄마가 내뱉은 ‘우리 아이들’이라는 말에 소외감을 느끼고, 엄마와의 소통을 단절하며 본인의 시각에서 엄마의 행동을 속단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엄마도 소희를 되찾기 위해,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엄마와의 갈등은 해소된다. 아주 오래전부터 엄마의 마음속에도 ‘소희의 방’이 굳건히 자리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소희는 온전한 ‘소희의 방’을 갖게 되었다.


윤소희의 방? 정소희의 방?

소희는 엄마네 가족과 합류하면서 성이 바뀐다. 윤소희는 과거 달밭마을에서 쓰던 이름이고 정소희는 새로 시작한 서울에서의 이름이다.

이야기의 큰 줄기 중 두 번째는 소희가 ‘사회 속에서’ 자기 이름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다. 달밭마을의 친구들과 연락을 끊고 새로운 학교에서 사귄 친구들에게 소희는 자신의 과거를 숨긴다. 명품옷에 비싼 학용품으로 장식한 엄친딸 행세를 한다. 그 옷이, 유행과 맞지도 않고 엄마 취향대로 사다 준 원피스&가디건처럼 내 옷 같지 않지만 가면을 벗지는 않는다.

하지만 결국 소희는 재서라는 친구를 통해 친구들에게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낸다. 친구들에게 과거사를 모두 털어놓으며 정소희는 윤소희이기도 하다는 것을 스스로도 인정했다.


작가님은 ‘가족 안에서, 또 사회 안에서’ 라는 두 가지 중첩된 갈등 양상을 잘 버무려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 마지막엔 두 면에서 모두 편안해진 완전한 소희의 ‘방’을 만들어 주었다. 소희의 방은 진정한 소희의 방이 된 것이다.


소희를 어른스럽고 단단한 ‘너도 하늘말나리야‘의 소희로 남게 하지 않아서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욕구는 아무리 눌러놔도 언제든 새게 되어 있고, 지랄은 총량의 법칙을 위배하는 법이 거의 없으니, 달밭마을의 소희인 채로 어른이 되면 언젠가는 터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제 나이에 맞는 시기에 제 나이에 맞는 방식으로 소희를 성장시켜 주셔서, 건강하게 철들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해당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상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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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하늘말나리야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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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하늘말나리야]는 이금이 작가님의 책을 탐닉할 때 가장 먼저 읽었던 책이었다. 이번 <밤티출판사>의 개정판을 받고 <푸른책들 출판사>[너도 하늘말나리야]와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있었다. 처음엔 스마트폰, SNS, 비니 등 요즘 아이들의 관심사와 관련된 부분만 수정이 되었으려니 생각했는데, 거의 모든 부분에 수정이 가해졌다고 할 만큼 전체적으로 바뀌었다. 초판인 1999년으로 보면 20년이 넘었고, 개정판인 2007년으로만 생각해도 15년이 된 이야기를 요즘 아이들 감성에 맞게 전반적으로 손 본 것이다. 인물 간의 대사, 최근 트렌드를 반영해 올해 출간되었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만큼 작가님이 주인공 나이대의 아이들을 면밀히 관찰하고 지속적으로 교감했다는 얘기다. 내 아이들에게도 세대 차이를 느낀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나는, 이것이 바로 작가의 자세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너도 하늘말나리야]는 세 아이(미르, 소희, 바우)가 아픔을 겪어내는 각자의 방식에 대해 들려준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엄마와 함께 시골 진료소로 내려온 미르는 자신이 아픈 만큼 엄마를 찌르고 싶어한다. 표정으로, 행동으로, 온몸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때때로 터뜨렸다. 병으로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하며 입을 닫은 아이 바우는 미르와 정반대로 자기 안으로 꽁꽁 숨어버렸다. 바우가 세상에 표출하는 유일한 방식은 그림이었고, 엄마의 죽음과 아빠의 행동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속으로 삼키다가 마음이 열리는 속도에 맞춰 서서히 입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보통의 어른인 나의 눈에 가장 딱한 아이인 소희는 자신과의 소통을 통해 타인과 상황을 이해하고 성장해간다. 소희의 일기는 너무 성숙했다. 이미 완성형에 가까운 인성이 드러난 일기를 보며 난 장하다는 생각 보다는 안스러움이 앞섰다.

 

성장통을 극복하는 세 아이의 각기 다른 방식을 보여주는 희망의 이야기라는 면에서 작가님이 어떻게 결론을 맺을까 궁금했고, 이금이 작가님은 역시나 희망이 깃든 해피엔딩으로 답해주었다.

 

바우는 하늘말나리를 두고 소희를 닮은 꽃이라고 했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꽃, 하늘말나리.

 

다른 나리꽃들은 땅을 보면서 피는데 하늘말나리는 하늘을 보면서 피어” (p202)

 

어른의 시선에서 소희는 어른스럽고 대견한 아이였다. 바우의 눈에도 그렇게 비춰졌을 것이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오히려 할머니와 친구들을 지켜봐 주는 아이. 땅을 보며 비관하지 않고 맑은 하늘을 보며 희망을 찾는 아이.

하지만 나는 소희를 보며 안타까웠다. 아픔을 내질러도 되는데. 괜찮을까? 곪지 않을까? 한편으로 미르와 바우의 방식이 그 나이대에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방법이라고도 여겨졌다. 터뜨리고 할퀴며 상처를 덧내는 아이도 그 과정을 통해 더 단단한 딱지가 붙을 것이다. 숨어만 있는 아이도, 기다려주는 이가 있다면 언젠가는 어깨 펴고 동굴을 걸어 나올 것이다. 그 시기를 지나는 아이들에겐 그게 더 자연스러운 방식일 수 있다. 삐뚤어져 보이는 방법 또한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다. 그런 마음이 들다보니 나는 바우의 정의가 불편했다.

 

[소희 = 하늘말나리 =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꽃]

 

가장 어른스러운 소희의 방식만을 수긍하는 듯한 마무리가 불편하게 느껴질 즈음, 이금이 작가님은 말했다.

 

너희들도 하늘말나리야!”라고.

 

이 마지막 장면에서 나는 이금이 작가님의 의도를 내 맘대로 짐작하고는 아, 안심이 되었다. 미르도, 바우도, 그리고 자신의 방식으로 성장해 나가는 모든 아이들이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꽃, 하늘말나리다. 그것이 설령 어른들을 힘들게 하고 지치게 하는 방식이라고 하더라도. 이금이 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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