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지로 된 신문을 펼치면 맨 마지막 장 끄트머리엔 언제나 ‘숨은 그림 찾기’가 있었다. 그림 아래 정답이 있긴 했는데 일부러 안 보이게 하려고 뒤집어 써 놓았다. 나는 그림 안에 숨겨진 작고 불분명한 정답을 찾기 위해 본 곳을 보고 또 보았다. 눈이 빠질 것 같다고 생각할 즈음 겨우 찾게 된 정답에 색연필로 색칠을 하면 그제야 숨은 그림이 선명해졌다.
<숨은 길 찾기>의 바우와 미르, 소희는 숨은 정답을 하나씩 찾아냈다. 내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내가 뭘 잘하는지도 모르겠고, 내 마음이 누구와 맞닿아있는지도 명확치 않았던 아이들이 저마다 하나씩은 선명한 형상을 쟁취해냈다. 그리고 거기에 흐릿하게나마 색칠도 했다. 흐릿한 그림에서 아직은 작고 불분명 하지만 빽빽하게 드리워진 그림자 안에서 꿈과 사랑을 찾아낸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진로교육을 받는다. 진로적성 검사와 직업탐방 교육도 함께 받는다. 내가 누군지 깨닫기 전에 진로에 대한 고민도 숙제처럼 받아든다. 어디서 주워들은 얘기로 요즘 중학생들 사이에서 ‘꿈이 없다’고 하면 진도를 못따라가는 것처럼 여기고, 그래서 남들 몰래 지식in에 어떤 꿈을 가지면 좋을지 질문을 올린다는 얘기도 들었다. 이런 모습이 안타까운 건 왜일까?
그런 시각으로 보면 바우, 미르, 소희의 치열한 길찾기가 안쓰러워 보일 만도 한데, 이들이 기특해 보인 이유는 아마도 진로를 찾아나가는 청소년의 이상적인 모습을 그려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진로에 대해 일찍부터 확신을 가진 아이도 있고(소희), 그 길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마음이 끌리는 대로 시작해본 아이(미르)도 있다. 좋아하는 것을 진작에 찾아 실행에 옮기고 성과를 내는 아이(재이)가 있는가 하면, 좋아하는 것을 찾았지만 가족과 주변의 시선 때문에 망설이다가 큰 용기를 낸 아이(바우)도 있다.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깊은 마음을 들여다볼 줄 알고, 허풍으로 시작했지만 가슴에 부는 바람을 따라가는 용기도 낸다. 어른들의 응원과 지지에 목을 매는 아직은 어린 나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와 협상하며 내 길을 취할 줄도 안다. 그래서 읽는 이들은 바우, 미르, 소희, 재이를 응원하게 되는 것 같다.
작가는 이 아이들의 시작에 응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또한 그 길이 쉽지 않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 느티나무가 그려주는 그물 같은 그림자가 ‘진짜 찾기 어렵게 숨겨 놓은’ 길이 될 수도 있다고 말이다
그물보다는 길이 더 마음에 들었다. 그러자 그림자가 달리 보였다. 소희는 나뭇가지 그림자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난 길을 연상하고 있었지만 미르에게는 자기 앞에 놓인 수많은 길로 보였다. 진짜 길은 찾기 어렵게 숨겨 놓은... p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