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 누나, 혼저옵서예 - 제주로 간 젊은 작가의 알바학 개론
차영민 지음, 어진선 그림 / 새움 / 201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먼저 예쁜 그림책 표지부터 칭찬하고 싶다. 출판사에서 페북을 통해 어떤 표지가 예쁜지 두 개 중 하나를 골라달라는 의견을 물었는데 다 좋아서 고르기 힘들었다. 그러더니 다시 세 개의 그림을 또 보여줬는데 역시 고르기 힘들었다. 다 좋아서. 결국 여러가지 표지를 쓰기로 했다는 결론을 보면서 그럼 차라리 처음 두 개로 하지 했다. 어쨌든 열심히 그림을 그려주는 분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축구를 하고 술에 취한 남편이 12시쯤 집에 들어오는데 누군가와 싸우듯이 큰 소리로 통화를 하는 것이다. 자세히 들어보니 집앞 7**편의점 본사? 정도되는 것 같았다. 내용인즉 편의점 알바가 불친절했다는 거. 손님이 들어갔는데도 스마트폰만 보고 있었다는 것. 자신이 원하는 담배를 사고 분명 돈을 줬는데 다시 돈을 달라고 했다는 거. 그 이후 말다툼 등을 설명하는데 남편이 자존심 상할 말을 했단다. 설사 그 친구가 버릇없이 굴었다할지라도 우리 아들같은 아이인데 걔를 짤라라 어째라 하는 남편을 보니 소심하게 쪼그라든 남편도 불쌍하고 남편 때문에 곤혹을 치렀을 알바도 참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전화 끊으라고 소리를 지르고 내가 편의점 알바녀석을 그냥 두지 않겠다고 하면서 그 길로 편의점에 갔다. 스마트폰으로 뭔가 하던 알바에게 금방 화내고 나간 사람이 내 남편이라고 하면서 모욕을 주는 말을 했냐고 물으니 아저씨는 더 했다고 했다. 영업방해로 신고까지 하겠단다. 조금 움찔했지만 그래도 우리 아들도 알바하고 네 아버지도 술 취하고 그럴텐데 좀 넓은 마음 가지면 안 되겠냐고 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었다. 그 뒤에도 한번 더 그 알바와 남편이 부딪쳤었는데 ᆢ이런 식으로 진상이 등록된다는 거. G편의점 영민씨가 가르쳐준다.

그 녀석의 몽타주를 정말 재미있게 읽어서 아껴두었다 읽을까 했는데 사실 그것만은 못하다. 금방 읽어지기는 하지만 논픽션이어서 아쉽다. 가장 맘에 드는 부분이 있다면 빵뚫기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부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누군가에게, 특히 아들같은 녀석들에게 읽으라고 권하고 싶은 건 소설을 쓰겠다고, 그 길을 가겠다고 나름 소신있는 그 태도를 나도 닮고 싶고 아들과 딸에게도 권하고 싶기 때문이다.

따뜻한 눈으로, 맘으로 사람을 만나면서 꿋꿋이 세상 속으로 달려가는 밤길의 자전거 한 대. 머릿속에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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