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시리즈 소설들을 정말 좋아한다. 좀 웃기지만, 최소한 소설에 한해서는, 어떻게 골라잡아도 꽤 괜찮은, 믿고 보는 출판사 느낌이 있다. 특히 소설 Q. 소설Q는 <내일을 향한 질문, 젊은 문학의 새로운 발견>이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정말 새롭고 신선한 느낌이다. 제일 좋아하는 작품은 자동 피아노! 소설Y는 영어덜트로 항상 흡입력있는 소설들. 영어덜트라고 하면 성장 소설이라고 말할때와는 좀 다른 느낌이 든다. 소설Y는 항상 '한국형 영어덜트'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특히 카카오페이지랑 함께한 영어덜트소설상 수상작들이 꽤 멋지다.이번 소설Y는 <폭풍이 쫓아오는 밤>. 받자마자 한 자리에서 읽어버렸다. 그만큼 몰입감이 대단하다. 괜히 창비에서 페이지터너, 몰입감 최고라고 해시태그를 쓴게 아니었다..좀 다른 얘기지만 여러 성장소설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건 <버드스트라이크>인데 결말에서 오는 그 여운이 너무 멋지고- 함께 고통을 견디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따로 각자의 홀로서기를 한다는 점이 너무 좋기 때문이다. 반면에 이 소설에서 정말 좋았던건, 외롭고 고독한 마음이 다른 사람과 의지하여 연대하는 과정 속에서 녹아내리는 모습. 나의 상처를 완벽하게 타인과 공유하려 들지도 않으면서, 그러면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자신의 발로 우뚝 서서 나아가는 과정이 너무 멋졌다. 그게 진정한 성장이 아닌가 싶고... 읽으면서 나까지 함께 쫓기는 기분이 들어서 정말 숨을 헐떡이면서 페이지를 넘겼다. 원래도 책을 정말 빨리 읽는 편인데 이 책은 읽다가 그만두면 안 될 것 같았다. 얼른 같이 탈출하고 싶어서 서둘러 페이지를 넘기게 됨! 읽으면서 이서 역에는 계속 박신혜를 떠올렸다... 뭔가 메마른 눈빛이 마지막에 따뜻한 빛으로 가득차는 걸 잘 드러내줄 것 같아서. 하지만 이서... 17살인데... 응... 조금 찔리네... 아니면 박혜은도 괜찮겠다. 어쩌면 이쪽이 더 자연스러울지도. 수하 역은 누가봐도 따뜻하고 다정한 느낌이었으면 좋겠어서 김민재를 떠올렸는데 김성철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잠시.이지가 제일 떠오르지 않았다... 어린 아이는... 생각나는 사람이... 없었고... 무려 관극경험까지 떠올리며 머릿속을 뒤져서 찾아냄..! 그런의미에서 추천은 성아인. 서편제에서 송화 아역으로도 멋졌고 말갛게 웃는 이미지가 있어서 순수한 이지에도 괜찮을 것 같다.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마지막 문장.<긴 이야기가 이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오늘 날씨는 맑았다. 구름 한 점 없이.>이렇게 멋지고 꽉 찰 수가 있나 싶은 문장. 책을 덮는 마음이 너무 후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