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문학을 좋아한다. 혼자만의 경험으로는 알 수 없던 저편에 닿을 수 있기에, 내 세계를 넓힐 수 있기에 읽는 행위 자체가 즐겁다. 그래서 국어교사가 되었다.
하지만 내가 읽기에 즐겁고 내가 읽기에 행복한 것과 문학 수업은 별개이다. 아이들은 시라고 하면 어려운 것, 무슨 이야기인지도 모르게 꼬아만든 아리송한 말로 생각했고, 시험문제를 풀기 위해 한 줄 한 줄 상징적인 의미를 해석하는 과정은 점점 더 마음의 거리를 멀게 했다.
어떻게 하면 시를 그냥 내 삶의 이야기로 여길 수 있을지,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시어 하나하나를 음미하며 즐길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리고 이 책은, 어느정도 그 해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청소년 마음 시툰'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책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시 한 편 한 편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웹툰으로 이루어져있다. 주인공인 잔디가 홀로 이사를 오고, 해태라는 영물을 만나면서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상. 예를 들어 처음으로 친구를 사귀고, 머리를 자르고,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고, 발표에서 머뭇거리고, 나를 키워준 할머니를 생각하고. 이런 일상의 과정들을 담아서 시와 연결지어 표현한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 떨리는 마음, 그 사람의 모든 행동이 의식되고 가슴이 쿵쾅거리고 나에게 큰 의미가 되어 마음에 각인되었을 때, 한편에 김춘수 시인의 꽃이 등장하는 식이다. 그저 시만으로는 아리송하고 어려워했을 아이들은 전후 맥락과 웹툰의 상황을 통해서 시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
시와 별개로 웹툰으로만 봐도 아이들이 잘 공감할 수 있을 법한, 일상 속의 작고 소소한 사건들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그런데 여기에 또 시라니. 선별된 시들 또한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주요 작가들과 작품들이라 학생들에게는 더없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재미있는 시 공부라는 건 이런게 아닐까.
해태와 진디의 성장기, '안녕 해태'를 읽고 나면 어느새 나 자신도 훌쩍 커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