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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러브 ㅣ 소설Q
조우리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평점 :
창비 소설Q 시리즈 두번째.
우선 굉장히 독특한 소설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이돌을 주제로 하고 있다는 점,
또 그게 아이돌의 빛나는 부분, 아름답고 환상적인 부분이 아니라
아이돌의 탈퇴와 멤버 재영입, 악플, 그룹의 해체, 멤버간의 균열과 일그러진 팬덤문화 등
아이돌의 어두운 면과 숨기고 싶은 면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기에 더 독특했다.
그런가하면 사이사이에 가사를 인용하여 쓰인 팬픽은 어떠한지.
처음에는 이게 뭔가 했다. 이름만 같은 인물들이 등장했지만 전혀 다른 내용이 전개되었으니까.
점차 읽으면서 아, 이 아이돌을 중심으로 한 팬픽이구나 느끼면서
새로운 구성이 참으로 새롭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팬픽들이 어떠한 언급도 없이 무척 자연스럽게 여성간의 연애, GL(girls love)으로도 불리는 동성연애로 이어지는 부분도 그랬다.
후에 천희란 작가의 발문을 읽다보면 이 소설의 작가, 조우리 작가가 실제로 f(x)를 매우 좋아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다 읽고 나니 소설 속 제로캐럿의 이미지에 왠지 모르게 자연스럽게 실존하는 그룹이 겹쳐져버렸다.
실은 내심 이 부분은 알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
소설 속 이야기는 소설로 남겨두고 싶은 마음, 현실과 오버랩시키고 싶지 않은 이 마음.
하필 또 현재의 f(x)가 어떠한지 생각해보면.
최근에 설리의 안타까운 일을 생각해보면 더더욱이다.
이마저도 아이돌의, 또 악플의 안타까운 면이지만, 이 소설을 읽고 나서 떠올릴 부분은 결코 아니었고 떠올릴 수 없었으면 했다.
정말 하필, 하필이라는 생각.
나도 한 때 아이돌을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내 추억 속, 기억 속에 내가 좋아하던 이들을 자꾸만 떠올리며 읽었다.
문체는 담담했고 내용은 술술 읽혔지만 내용은 무게감이 있기에 페이지를 넘기는 손길은 자꾸만 멈추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
- 언제나 좋아하는 아이돌이 있었다. 텔레비전이라는 걸 처음 보았을 때부터 그랬던 것 같다. 파인캐럿은 지금껏 자신이 좋아했던 얼굴들을 하나하나 떠올려보길 즐겼다. 처음 방송국 앞으로 얼굴을 보러갔던 아이돌, 처음 팬클럽네 가입했던 아이돌, 처음 콘서트를 보러갔던 아이돌, 보고 있으면 괜히 웃음이 나고 그 순간엔 다른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던 얼굴들. 이제는 볼 수 없는 얼굴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얼굴들. 영원히 돌아갈 수 없는 얼굴들. 그 짧은 순간, 그래서 너무나 생생한 순간, 그때의 마음.
(63pg - 과거형은 언제나 애틋하다 중에서)
- 대학 축제 축하공연을 하러 갔을 때는 천막으로 만든 임시 대기실에서부터 화장실 앞까지 따라왔다. 그리고 매니저와 경호원들이 막아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린을 향해 외쳤다.
"최마린 사랑해! 사랑한다고! 대답해! 대답하란 말이야!"
사랑이라고 했다.
마린인 콘서트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사인회장에서도 테이블 아래로 손을 뻗어 마린의 발목을 붙잡았던, 온리마린의 뜨거운 감정이 마린의 온몸을 향해 화살처럼 날아와 꽂히는 것 같았다.
그게 사랑이라면 그런 사랑에는 도대체 뭐라고 답을 해야 하는 걸까.
(159pg, 그런 사랑이 있을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