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탐구 생활
게일 피트먼 지음, 박이은실 옮김 / 사계절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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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궁금해 한 적이 있나요?

누가 이 기술을 발명했을까요? 무선 전화기 발명을 누구한테 고마워하면 될까요?

바로 헤디 라마르입니다. 라마르는 1940년대에 활동한 전설적인 할리우드 배우예요.

그녀는 흔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로 불렸고,

라마르가 출연한 영화를 잘 아는 사람들조차도 그녀가 과학자이자 발명가였다는 사실은 몰라요. (30-33pg)

 

   ‘페미니즘이라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사실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더 나은 삶, 평등한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차별을 없애자는 하나의 희망이다. 하지만 동시에 페미니즘은 여러 이슈들과 함께 여성 혐오와 얽혀, 최근에는 또 남성 혐오라는 오해를 받으면서 억압받아 왔다. 페미니스트는 남성 혐오자라는 취급을 받았고, 심지어 너 페미야?’라는 말이 욕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성평등주의자라고 하면 괜찮고, ‘페미니스트라고 하면 불온한 사람이 되는 걸까? 이런 여러 오해에도 불구하고, 페미니즘은 성평등을 이루기 위해서 우리가 반드시 나아가야 하는 길이다. 이 책은 그런 페미니즘에 대해서 더 잘 알기 위한 하나의 안내서이다.

 

   성차별은 여러 방법으로 생긴다. 남자는 파랑색, 여자는 분홍색 따위의 성별 이분법을 넘어서서, 성 역할을 고정하여 여자가 할 수 있는 일과 남자가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하는 것도 물론 여기에 포함된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부분은 시대가 바뀌면서 과거에 비해서 많이 나아진 점이 있다. 하다못해 교육과정에서도 이러한 부분은 반영되어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양성평등 주간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은 대부분 차별편견등을 없애자는 정도로 표면적인 부분만을 다룬다. 물론 이러한 부분 역시 매우 중요하다. 2015년 사람인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30대 대기업 중 여성은 19%, 30대 공기업 중 여성은 21.9%에 불과했고 신입사원 10명 중 여성은 고작 2명에 불과했으니까. 이러한 차별 속에 담긴 사회구조적인 문제점을 발견하고, 왜 이런 문제가 생겼는지, 왜 남성을 더 선호하게 되었는지, 사회구조적으로 내재된 문제의식을 지적해 이를 해결해나가는 건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주의해야 할 부분은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우리의 의식을 조장하는 잠재적인 부분이다. 가장 쉽게 나타나는 부분은 여성을 지우는 것이다. 여성의 업적, 여성성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와이파이를 매일같이 사용하면서도 와이파이를 발명한 여성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도, 과학 교과서에서 본 일도 없다. 이게 분야가 협소해서 그런 걸까? 우리의 교과서에는 여성 위인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신사임당과 유관순 정도인데, 유관순 역시도 열사나 영웅의 이미지보다는 유관순 누나라는 이름으로, 혹은 가여운 소녀나 성녀의 이미지로 그려진다. 신사임당 역시 마찬가지이다. 뛰어난 예술가라는 이미지보다는 현모양처와 내조의 이미지에 더 초점이 맞춰져있는 것은 왜일까?

 

  미디어의 성상품화, 아름다워야만 여성이라는 인식, 남자다워야만, 강해야만 남자라는, 남자다움에 대한 오해, 성소수자 논쟁과 낙태권 논쟁 등, 우리 사회와 둘러싼 성차별적인 문제는 얼마든지 있고, 우리는 이를 분명히 생활 속에서 느끼면서도 이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거나 직면한 적은 별로 없다. 중요한 건 이게 잘못되었다는 인식을 가지고, 이게 남의 일이 아닌 나의 문제’, ‘우리 사회의 공동의 문제로 여기는 부분이다.

 

   나의 삶을 성찰하고, 타인의 문제에 공감하고 이해하며, 공동체나 사회와 소통하는 민주시민으로서, 페미니즘은 우리가 해결해나가야 할 공동의 과제이다. 이 책이, 알을 깨듯이 잘못된 인식이 깨지고 더 나은 사회로 도약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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