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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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이 작가님의 개정판 <벼랑>.

진작에 읽어 놓고도 후기를 쓰기가 쉽지 않았다. 요즘 내 머릿속에서 늘 질문하고 답하고,,, 질문하고 답하면서도 여전히 계속 갈팡질팡 하고 있는 아이들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이야기 였기 때문이다.

#일상1

중2 아이의 기말고사가 끝나고 몇 주 뒤에 학교 축제가 있었다. 아이는 시험 결과에 대한 아쉬움도 잠시, 축제 때 무대에 오르기 위한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친구 5명과 함께 하는 공연. 다같이 모이는 시간을 맞추기 위해 이른 아침 수업 시작 전에 학교에 가거나, 학원 수업이 끝난 늦은 밤에 친구들과 만나서 연습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 - 학교 - 학원 - 집을 도돌이표처럼 오가던 아이가 모처럼 땀흘리며 춤을 추고 깔깔깔 즐거워 하는데, 그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돌아보면 나의 중2시절의 모든 행복했던 추억은 H.O.T 였기에...

그러나 학원샘들은 이게 못마땅하신 분들도 계셨던 것 같다.

#일상2

우리 아들의 하루는 학교 - 수학 or 영어 학원 - 축구 - 게임 - 저녁 먹기 - 수영 - TV보기다. 신나게 뛰어노는 아들의 모습을 보는게 좋다가도 게임이나 유튜브를 보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이래도 되나?'라는 생각과 동시에 불안함이 몰려온다.

방학동안 풀 문제집이 도착하여 계획을 짜면서도 퇴근하고 돌아와서 내가 채점하고 공부시킬 생각을 하니 답답하기도 하다.


이 소설집에는 다섯 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유예하는 삶을 벗어나 오늘 행복할 의무를 누리고 싶은 은조(「바다 위의 집」), 목표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으나, 문득 경로를 이탈해 달리고 싶은 욕망을 깨달은 이진(「초록빛 말」), 삶이 너무도 괴로워 자신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선택을 한 난주(「벼랑」), 부모가 정해 준 길을 의심 없이 가다 주체적인 아이 희수를 만나 혼란을 겪는 현우(「생 레미에서, 희수」), 헤어진 늑대거북을 다시 만난 뒤 좋아하는 것을 선택할 용기를 얻은 민재(「늑대거북의 사랑」). 이 아이들은 비단 소설 속 등장인물만이 아니라 고개를 돌리면 우리 곁에 있는, 각자의 자리에서 외롭게 분투하는 청소년이다.

/ 출판사 리뷰 중에서


「바다 위의 집」과 「생 레미에서, 희수」 편이 특히 좋았다.

22쪽) 나는 그렇게 그때그때 하고 싶은 걸 하며 살고 싶다. 순간마다 살아 있음을 느끼며 그게 행복임을 실감하고 싶다. 그런데 어른들은 어째서 무엇이 되기 위해 사는 삶에만 박수를 보내는지 모르겠다.

왜 학생 때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모든 걸 뒤로 미루고 공부만 하라고 할까. 어쩌다 고등학교는 대학이라는 목표만 존재하는 곳이 되었을까.

입시 관한 책을 읽는 중인데, 고등 공부가 중등 공부에 비해 몇 배는 더 어렵고 공부량도 훨씬 더 많아진다고 한다. 지금도 학교 숙제와 수행 평가, 학원 숙제에 치여 잠이 부족한 아이인데 고등의 생활을 과연 버틸 수 있을까 걱정이 되는게 사실이다.

한편으론 마흔이 넘은 내가 가장 위로가 되었던 말이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괜찮아'라는 말이었으면서도, 지금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이 되기 위한 삶'을 강요하고 있다. 이토록 벗어나기 힘든 삶의 모순이란... 그러니 계속 책을 읽고 깨달아야 하는 거겠지.

32쪽) 엄마가 내게 허용했던 개성과 자유도 결국 '남들처럼'이란 울타리 안에서였다.

글을 읽다가 정확하게 한대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

'아이들을 자유롭게 키우고 싶다'고 하면서도 나도 결국은 '남들처럼' 사는 삶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인정한다.

145쪽) "남들 다 하는 걸 굳이 안 할 것도 없잖아."

"나는 남들 다 하니 나도 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드는걸."

살수록 더욱 짙게 깨달아 지는 명제는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라는 말이다. 다들 저마다의 삶을 산다. 정해진 길을 순서대로 잘 따라왔든, 자기 방식대로 살아왔든 결국은 결과론적인 이야기이고 해석하기 나름인 삶이다.

내가 삶을 얼마나 사랑하고 즐기고, 삶에 충실했는가가 중요한 것. 많은 성공자들의 이야기가 그걸 증명해 준다.

그렇다면,

삶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먼저 행복한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 아이들은 순간의 행복을 많이 느끼고 경험하며 살고 있을까.


소설 속 인물들은 삶을 뒤흔드는 경험을 하며 저마다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난주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며 아득함을 느끼지만, 은조는 ‘입시’라는 하나의 목적을 향한 길에서 벗어나기로 한다. 이진은 이국땅에서 낯선 경험을 하며 자신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비로소 진짜 알아야 할 질문을 던진다. 부모의 결정대로 따라가던 현우와 민재 역시 자기 뜻대로 사는 삶을 더욱 치열하게 고민할 것이다. 이처럼 작가는 청소년의 일상에 찾아온 균열을 어른의 잣대로 보수해 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일상을 완전히 허물어 삶의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도록 인도한다. 따라서 이 소설집은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애쓰거나 ‘내가 나의 것’인 줄 모르던 아이들이 진짜 ‘내’가 되어 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 출판사 리뷰 중에서


인생에 정답이 없다는 것이 불안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내 방식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살면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세상이 정해놓은 공식대로 살 필요는 없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더더욱이 다양한 삶의 방식이 인정 받고 공유될 것이다.

그러니 나는 아이들 곁에서 믿고 기다려 주면 된다. 아이들이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아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좀 기다려 주면 안 돼?

우리들이 바다 위의 집을 떠돌다

자신의 항구를 찾아 닻을 내릴 때까지

좀 봐주고 기다려 주면 안 되냐고!

<벼랑>, 「바다 위의 집」 중에서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료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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