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 9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취향집 - 늘 곁에 두고 싶은 나의 브랜드
룬아 지음 / 지콜론북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필자는 대부분의 책을 독립서점에서 구매한다. 대형서점에선 재고 걱정 없이 책을 구할 수 있다. 하나, 독립서점은 취급하는 책이 적은 만큼, 북큐레이션의 정체성이 확실하다. 덕분에 독립서점에 들르게 되면 취향에 맞는 책을 적어도 한 권은 손에 쥔 채로 나온다.

 

이처럼 개인의 취향은 투표적 소비로 이어진다. 투표적 소비는 개인이 선호하는 브랜드에서 소비를 즐기거나, 환경 혹은 윤리적 문제로 특정 브랜드를 소비하지 않거나, 이 두 가지를 모두 뜻한다.

 

 

취향집은 저자의 취향을 저격한 12개의 브랜드를 소개한 책이다. 가구, 와인, 편집샵, 문구, 매트리스 등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가 한 권의 책에 모여있다. 그중에서 본인이 알고 있는 반가운 브랜드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필자는 한번 찾아간 적이 있는 망원에 위치한 편집샵 '웜그레이테일'을 발견했다. 브랜드를 운영하는 이들의 인터뷰가 담겨있고 매장의 매력을 한껏 담아낸 사진이 군데군데 배치되어있다. 또한, 나도 모르던 나의 취향을 찾게 되는 경험을 선사하기도 한다.

 

 

저는 조금 금액이 나가더라도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는 게 장기적으로 더 아끼는 거라고 생각하는 쪽이에요. p.364

 

 

이 하나의 문장이 취향집에 녹아든 저자의 소비철학을 단번에 알려준다. 가격을 신경 쓰지 않을 순 없겠지만 소비를 할 땐 오로지 취향대로 선택해야 만족도가 높다. 고민을 오래 한다는 건, 그 소비재가 가치 있단 의미이기도 하다. 취향집에 소개된 브랜드엔 공통점이 있다. 대표의 취향에 의해 브랜드가 론칭됐으며 모두 각자의 확고한 브랜드운영철학이 있다는 점. 사업을 할 때 수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이들은 자신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를 잊지 않는다. 개인의 취향을 집단의 취향으로 전파하는 것, 그러면서도 대중성을 좇지 않는 것. 이들은 항상 브랜드의 정체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취향집은 목차를 둘러본 뒤, 독자 개인의 취향에 부합하는 부분을 골라 읽을 수 있다. 스스로 알지 못했던 새로운 취향을 찾을 수도 있으며 자신만의 브랜드를 론칭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훌륭한 본보기이자 참고서가 되기도 한다.

 

 

필자 역시 취향집을 통해 반가운 브랜드를 찾기도 했으며, 꼭 가보고 싶은 장소를 몇 군데 메모해놓았다! (조만간 오롤레데이와 오르에르는 반드시 갈 것이다.) 자신의 취향을 확인하고, 새롭게 찾아보고 싶다면, 취향집을 훑어보길 권한다. 책표지도 이뻐서 책장에 두면 기분 좋아지는 건 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습정 - 흔들리지 않고 고요히 나를 지키다
정민 지음 / 김영사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학기는 유난히도 금언이 가진 힘에 대해 많이 들었다. 눈에 잘 띄는 곳에 금언 하나 붙여놓고 되풀이해서 읽으면, 금언이 말하는 삶의 태도가 자연스레 체화되고 각인된다는 지루하고도 뻔한 말.

 

콧방귀가 나오는 말이지만, 필자의 8년 차 소울메이트인 필통엔 버젓이 'carpe diem'이 각인되어 있다!

 

습정4글자로 이뤄진 100편의 지혜가 담긴 책이다. 우선 제목인 습정(習靜)'고요함을 익힌다'라는 뜻이다.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고요히 나를 지키고, 점차 고요해진 나와 마주하는 시간을 건네준다. 종종 내가 일상의 주체가 아니라, 일상이 나를 휘두른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필자는 그럴 때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연락도 안 하고 편하게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나, 막상 돌아보면 조용한 곳에 있어도 내 머리가 복잡하면 도심 속과 같고, 도심 속에 있어도 머리가 상쾌하다면 숲속에 있는 것과 같다. 그런 면에서습정은 머릿속 교통체증을 시원하게 뚫어줄 금언을 두둑하게 쥐니고 있다. 또한, 각자의 고민에 맞는 글귀를 골라 읽을 수 있음이 습정과 같은 금언집의 가장 큰 장점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삶의 태도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입맛대로 골라 읽으면 된다. 하나 읽고, 아니다 싶으면 다른 금언을 읽자! 필자 역시, 습정을 읽으며 따끔하게 나를 찔러주는 글귀를 다수 발견했다! 금언은 대부분 당연한 생활양식과 태도에 대해 말한다. 막상 읽어보면 다 아는 것들이고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금언을 곁에 두고 되풀이하여 읽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천하게끔 주기적으로 충격을 줘야 한다. 그리고 그 역할을 금언이 해낸다. 유교는 배울 점이 많지만, 현대에 와선 도태되는 점도 많다. 그렇다고 완전히 배제해버릴 수는 없다. 시대가 달라져도 빼먹을 건 분명 있기 때문이다!

 

현대인은 바쁘고, 바쁘고, 너무나도 바쁘다. 스스로를 둘러볼 여유가 없다. 어쩌면 방법을 모른다는 말이 맞겠다. 앞서 말했듯이, 습정은 고요함을 익힘을 뜻한다. 출퇴근길에서, 자기 전 침대 위에서, 손에 들린 스마트폰이 지겨워질 때쯤, 조상의 지혜를 한편씩 꺼내 읽는다면, 습정을 읽는 와중엔 잠시나마 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설의 순간들 - 박금산 소설집
박금산 지음 / 비채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을 써본 적이 있는가? 필자는 단편소설을 써본 적이 있다. 플롯도, 구도도, 정해놓은 것 하나 없이 무턱대고 썼다. 어찌어찌 결말은 냈지만, 다시 꺼내읽진 않는다. 나도 안 읽는 소설을 누가 읽겠는가! 아무튼, 소설을 쓰며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소설을 읽는 것과 쓰는 것의 공통점은 소설 자체뿐이란 점.

 

그런데 여기, 소설 읽는 것과 쓰는 것을 동시에 만족해 주는 책이 있다! 바로 박금산의소설의 순간들이다.

 

소설의 순간들은 목차를 소설의 구성요소인 발단/전개/절정/결말로 나눴다. 특이하지 않은가. 우선, 각 단계별로 짧고 친근한 소설론이 담겨있다. 그 후에 발단/전개/절정/결말의 바람직한 형태를 갖춘 초단편소설이 각각 예닐곱 편씩, 총 스물다섯 편이 실려있다. 이쯤 되면 소설의 순간들이 소설집인지 작법서인지 혼란스럽다. 굳이 규정짓자면 소설집 아닌 소설집, 작법서 아닌 작법서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발단 단계에 포함되는 소설은 발단에서 소설이 끝나기에 독자들이 다음 단계를 직접 써볼 수 있다!(전개/절정/결말 역시 마찬가지다!) 저자의 이런 의도를 알아차려버린 필자는 전개 파트에 실린 일광욕하는 애인의 발단을 써봤다. 이는 추후에 특별편으로 올리겠다!

 

이론은 기본이다. 기본기를 다져야 슬럼프가 왔을 때 차근차근 다시 쌓아올릴 수 있다. 하나, 운동도, 창작도, 이론만으론 근사한 동작을 구사할 수도, 곱씹어 보게 되는 문장을 쓸 수도 없다. 기본을 쌓아놓되, 배운 걸 토대로 직접 써봐야 한다. 결국, 저자가 소설과 소설론을 한 책에 담아낸 건 글을 쓰고 싶다면, 읽기만 하지 말고 직접 써보란 의미다. 필자 역시 이 책 덕분에 창작 욕구가 꿈틀거렸다. 꿈틀거리기만 한 게 아니라 실제로 썼다! 이어 쓰기긴 하지만.

 

독자와 작가의 입장을 동시에 느끼고 싶다면, 소설의 순간들을 읽어보라! 이 책은 독자와 작가의 입장을 두루 맛볼 수 있는, 뭐랄까,,,짬짜면과 같다!

 

끝으로, 좋은 작품은 '나도 이런 글을 써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작가가 되고 싶은 모든 독자들에게 건필을 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곽재식의 세균 박람회
곽재식 지음 / 김영사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필자는 철저하게 이과 감성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초등학교 코찔찔이 시절부터 대학생이 된 지금까지 과학이라면 온 몸에 소름이 돋고 이마에 땀이 줄줄 흐를 정도였다. 과학 수업 역시 지루했기에 제대로 듣지 않았다. 과학을 소홀하게 여긴만큼 지금 배운 지식을 말하라고 하면 짚신벌레와 아메바와 같은 단세포만이 떠오른다. 단세포에 대해 배운 뒤부터 친구들을 "너 아메바니?" "짚신벌레 같은 녀석"하며 유치하게 놀려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곽재식의 세균 박람회』를 처음 접한 필자는, 과학시간에 배운 단세포 지식을 실생활에 응용하던 과거의 모습이 잠시 떠올랐다. 동시에 이 책이 과학/공학 분류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알고나선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잠시 손에 난 땀을 닦고, 심호흠을 마친 뒤, 『곽재식의 세균 박람회』을 펼쳤다.

 『곽재식의 세균 박람회』은 과거관/현재관/미래관/우주관 총 4부로 나눠 세균의 역사와 쓰임을 설명한다. 박람회란 타이틀에 걸맞게 실제로 박람회에 다녀온 듯한 기분을 줄만큼 알찬 기승전결의 구조를 갖췄다. 본고 역시 4개의 분류를 순서대로 리뷰할 것이다. 자, 이제 박람회로 떠나보자.


1부. 과거관

  과거관에선 세균의 탄생에 대한 다양한 추측을 생명이 사는 이유와 연관 지어 설명하여 세균에 대한 호기심을 돋운다. 특정 세균에 대한 쓰임을 알려주며 세균이 우리의 일상에 속속들이 스며있다는 사실도 일러준다. 점차 세균에게 친근감이 드는 기묘한 경험을 할 수 있다.


2부. 현재관

  현재관에선 보다 복잡한 구조의 세균과 핵을 가진 세균을 소개하고 이들이 김치를 비롯한 음식에 도움을 주고 있단 사실을 알려준다. 추가로 『곽재식의 세균 박람회』엔 중간중간 유머코드가 장착되어있으며 세균을 의인화하여 세균을 바라보는 시선은 저자의 독특한 서술방식을 보여준다. 또한, 사람의 체취마저 세균으로부터 좌지우지된다는 사실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잠시 각자의 체취를 맡아보자. 


3. 미래관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다. 미래관에선 세균이 동물실험을 대체하여 윤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환경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설명한다. 동물실험은 윤리적인 문제와 효율성 측면에서 모두 하자가 존재한다. 실험용 토끼를 온전하게 기르기 위해 투자되는 시간과 비용을 고려한다면 성장 속도가 빠르고, 비용도 크게 들지 않는 세균이 나을 수 있으며, 인간의 안위를 위해 동물을 실험용으로 가두어 키우는 비윤리적 행위 역시 감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저자의 조심스러운 주장은 불필요한 희생을 막을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또한, 세균을 비롯한 다양한 생물의 DNA를 조사하고 빅데이터로 수집하면 세균의 이로운 부분만을 체취하여 결핵과 같은 질병을 막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4. 우주관

  박람회의 마지막 차례인 우주관에선 세균이 우주로부터 들여왔을 가능성과 적응력이 뛰어난 세균의 특성을 이용하여 인간이 우주에서 자급자족할 단서를 찾을 수 있다는 말을 한다. 여기선 어느 외계인이 지구로 세균을 보냈을 수도 있단 추측을 한다. 이는 재밌으면서도 혹시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우리가 지구 너머 생명체의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궁금해하고 우주를 알기 위해 우주선을 보내고 인공위성을 쏘는 이유가 외계인의 의도일 수도 있다. 어쩌면 여행은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탐험의 욕구를 조금이나마 충족해줄 수 있는 행위가 될 수 있겠다. 우주 개척 과정에서 개발되는 기술은 당장 지구에도 용이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세균을 비롯한 갖가지 기술이 윤리적으로 어긋나지 않는 방향으로 쓰일 수 있기 위해선, 올바른 제도가 갖추어져야 하며 세균 연구가 중요한 만큼 기술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말로 마침표를 찍는다.


  『곽재식의 세균 박람회』은 독자의 입장에서 흥미가 생길만한 세균을 다루고, 이해가 쉽고 찰떡 같은 비유로 세균이란 녀석을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와준다. 필자 역시 과학하면 몸을 부르르 떨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다음 장이 몹시 궁금해져 완독을 해버렸다. 그만큼 『곽재식의 세균 박람회』은 다채로운 표현을 가미한 친근한 과학상식서적이다. 또한, 세균과 위생에 관심이 몰려있는 현시국에 읽는다면 보다 와닿게 읽을 수 있을 것이며 주변 사람들에게 관련 과학상실을 뽐낼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 9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