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그는 자신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섣달그믐 날 큰 눈이 내리던 밤에 훔쳐 온 헛된 정은, 이 기나긴… 끝없는 일생을 위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는 너와 반 푼어치도 관계가 없는데, 무슨 ‘너의’ 폐하야?"천마의 몸을 원한다고? 네가 뭔데? 이 몸조차 아직 ‘사랑의 번호판’* 들고 줄 서 있다고!
그게 안 된다면 연기와 물안개가 되어서라도 령연의 칠규와 오관을 모두 차지해 그의 눈이 오로지 자신만을 담고, 그의 귀가 오직 자신만을 듣고, 자신에게만 닿을 수 있게 하리라.
"돌아왔구나. 아까는 왜 그랬어?" ‘령연은 내 거야.’쉬엔지는 대답하지 않고 폐하와 몇 발짝 떨어진 곳에 내려섰다. 그리고 그 순간, 자신의 마음에 꽂힌 칼을 똑똑히 보았다.
쉬엔지 역시 가짜라는 건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깊게 숨을 들이마시자 축축한 흙냄새와 초목의 향기가 훅 실려오며 폐가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일순간 성령연의 수중에서 한평생 살고 싶다는 갈망이 솟구쳤다.과연, 옛사람들이 마물은 마음을 미혹할 수 있다고 하더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