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글쓰기라는 것의 정체는 무엇인가? 무엇이기에 자꾸 미루게 되는 것인가? 추측건대, 아마 작가만큼 일 미루는 이의 마음을 잘 헤아릴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작가는 가장 최후의 최후의 최후의 순간까지 기다렸다가 작업을 시작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커리어와 성공, 어길 수 없는 마감일까지)을 거는 사람이다. - P27
할 일을 미루는 사람은 자기 일을 회피하는 와중에도 감탄스러울 만큼 바쁘게 지낼 수 있다. - P21
다윈은 자신이 해야 할단 하나의 일, 해야 한다는 걸 스스로도 분명히 알고 있었을 그 일, 세상을 바꿀 자연선택에 관한 책의 출판을 제외한 모든 것을 하며 20년을 보냈다. 이런 의미에서 다윈의 자서전은 대체로 낭비한 에너지에 관한 이야기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P20
세상에는 단어가 천 개의 천 배 정도 더 필요해 보였다. 동시에 걱정이 들었다. 혹시 세상에 이미 그만큼의 단어가 있는데 자신이 모르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그 단어들은 어디에서 알 수 있을까. - P21
그러나 엄마의 예술은 엄마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 고동치는 사랑이었고, 노래한 곡 책 한 권만큼이나 이 세상에 기여하는 일, 기억될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사랑 없이는 노래도 책도 존재할 수 없으니까. 어쩌면 나란 존재가 엄마가 세상에 남기고 간 자신의 한조각에 가장 가까울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그냥 겁이 났던 건지도 모르겠다. - P2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