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는 훌륭한 사람이 아니었다. 아주 오래전에 그는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거짓으로 슬퍼하거나 아파하는 정인군자는 되지 말자고. 그는 이기적일망정 즐거운 소인배였다.
"내 평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청주의 풍석운이야! 사람은 때로 자기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더 큰 책임과 의무로 살아가기도 하지!"
단단히 마음먹고 소중히 여기던 것을 내던진 것처럼 아까워하면서도 결연한 표정이었다.
선택하는 마음은, 이토록 흔들리는 것이면서, 또 단호하다.
그녀는 뒤를 돌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눈앞에는 먹빛 그림자가 조용히 서 있었고, 그녀는 그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더럽다‘는 말은 죽일 수도 길들일 수도 없는 타자에 대한 미움과 두려움을 담고 있다. - P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