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야 속박에서 벗어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태어날 때부터 속박을 받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자기 자신을 위해 필사적인 건데 뭐가 그리 대단하고 뭐가 그리 감탄이 나온답니까. 누군 뭐 사는 게 쉽나."
사람은 원래 자기 자신을 속이지만, 결국에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문턱을 마주하게 되는 법이었다. 자기 자신을 속이는 데 성공할지라도 진실마저 바꿀 수는 없었다.
그때의 달빛, 그때의 별, 그때의 호수, 그때의 계화가 그의 말 한마디에 재연되었다. 다만 앞에 서 있는 그가 여전히 그때의 소년인지는 알 수 없었다.
사람이 어떻게 변할지는, 변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