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여느 날처럼 낭독을 마치고 물을 마시는데 명숙 할머니가 말을 걸었다. 얼굴이 아니라 대문을 바라보고 이야기해서 꼭 혼잣말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 P186
두려움이란 신기한 감정이었다. 사라지는 순간 가장 강렬하게 느껴지니까. - P180
"… 세상에는 끝나는 것들만 있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너를 보니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겠더라." - P169
이런 우애. 우정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고, 우애.
ㅡ너 아니면 울지도 않는다. - P149
"… 내가 집에 가는 길에 서럽다, 서럽다 하니 삼천이 너가 그랬지. 서럽다는 기 무슨 말이간. 슬프믄 슬프구 화가 나믄 화가 나지, 서럽다는 기 뭐야. 나 기 말 싫구만. 너레 화가 나믄 화가 난다구 말을 하라요. 나한테 기런 말두 못하믄 내가 너이 동문가. 그래서 마당에 앉아 내 가만히 생각해보니 서럽다는 말이 거짓 같았어. 서럽긴 뭐가 서럽나. 화가 나지. 삼천이 너가 그러지 않았어. 섧다, 섧다 하면서 화도 한 번 내보지 못하구 속병 드는 거 아니라고. 그 말을 나 생각해." - P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