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예쁘다.
적당히 재밌어서 계속 읽고 읽긴 한데, 이 억울함은 누구에게 하소연해야 할까. 우선, 번역자? 과연 교정을 하긴 했나 싶은 편집자? 주술호응은 어쩔 거며, 문장 성분들의 순서는 이게 뭐냐. 편집자들이 얼마나 위대한지 알기 때문에, 부랴부랴 바빴던 티가 나는 번역자보다는, 염치없이 초고 그대로 출간한 게 뻔해보이는 편집자와 출판사를 원망한다.
대명궁을 거대한 신수라고 한다면, 장안성의 동북쪽 구석에 포복해 있다. 이곳은 세상과 단절되어 있다. 높은 담 안쪽에는 온갖 꽃들이 흐드러지고, 무성하게 자란 나무가 초록을 내뿜으며, 노래와 춤이 태평하게 울려 퍼지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화려하며 진귀한 사람과 물건이 모여든다. 단비는 대명궁에서 지내는 동안 날마다 비슷한 생활을 반복하면서, 이따금 오늘 밤이 언제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