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엄마의 예술은 엄마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 고동치는 사랑이었고, 노래한 곡 책 한 권만큼이나 이 세상에 기여하는 일, 기억될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사랑 없이는 노래도 책도 존재할 수 없으니까. 어쩌면 나란 존재가 엄마가 세상에 남기고 간 자신의 한조각에 가장 가까울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그냥 겁이 났던 건지도 모르겠다.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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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엄마의 재를 땅에 묻는 일은 나에게 중요했다. 꽃을 가져와 놓아둘 공간이 필요했다. 쓰러질 수 있는 땅이, 주저앉을 바닥이, 아무 철이고 와서 눈물을 흘릴 풀밭과 토양이 필요했다. 마치 은행이나 도서관에 찾아간 것처럼 진열장 앞에 똑바로 서 있어야 하는 곳이 아니라.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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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디 액터스 스튜디오>를시청했다. <법과 질서>에 출연하는 마리스카 하지테이가 게스트로 나왔다. 진행자 제임스 립튼은 이 배우에게 어머니의 때 이른 죽음에 대해 물었다. 우리는 아름답고 냉정한 성인 여자가 곧장 눈물 터뜨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얼추 40년이란 세월이 흘렀는데도 엄마라는 말 한마디의 파급력은 그 정도였던 것이다. 나는 몇년 뒤에 똑같은 감정과 맞닥뜨릴 내 모습을 상상했다. 엄마의 죽음이라는 벌에 쏘이는 그 순간부터, 나란 존재가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남은 평생을 벌침이 박힌 채로 살아가게 될 것이었다.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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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힘으로는 대세를 좌우할 수 없으니, 교묘하게 갑옷을 운반할 수 있었던 것은 의당 뛰어난 술책 덕분일 것입니다."
"어쩐지!" 갑자기 고검풍이 제 이마를 탁 쳤다. "육충 형님 말로는, 우리 퇴마사가 신비한 사건을 여럿 해결했지만 그 바닥을 파헤쳐보면 기본적으로는 사람의 술책으로 인한 것이지, 결단코 도술이나 신비한 힘에 의한 게 아니라고 했어요."
원승은 가상하다는 눈빛으로 소십구를 향해 웃어 보였다.
"언젠가 너도 알게 될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괴이하고 신비한 곳은 바로 헤아릴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을!" -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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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모든 것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그것이 엄마가 타인을 사랑하는 방식이었으니까. 이를테면 듣기좋은 말이나 끊임없이 지지하는 말을 해주는 식이 아니라, 상대가 좋아하는 걸 평소에 잘 봐두었다가 그 사람이 부지불식간에 편안하게 배려받는 느낌을 받게 해주는 식이었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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