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중고나라 선녀님
허태연 지음 / 놀 / 2024년 1월
평점 :
"당근🥕!"
놀랍게도 『중고나라 선녀님』의 리뷰를 작성하는 오늘, 3개월 넘게 들어가지 않았던 당근마켓에서 옷이 팔렸다. 지난가을, 이사를 준비하며 올려놨던 티셔츠 하나였다.
애매한 물건은 나눔해버리고, 사용하지 않은 채 중고가 되어버린 물건은 판매하는 재미에 한동안은 빠져있었던 적이 있다. 특히 나눔을 하면 받는 분들의 그 상냥함이 좋았다. 가끔 사탕 같은 걸 주고 가시는 분들도 있었다.
물론 그만큼 이상한 사람들도 있었다.
새벽 2시에 거래를 하자던 사람, 내가 나눔한 물품을 가져가 판매하는 사람, 구매하겠다고 먼저 연락해놓고 나를 차단하는 사람, 채팅으로 몇 번이고 확인하고 안내했음에도 인지하지 못한 채 화를 내던 사람.
그리고 이 책에도 그런 현실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
익히 들어본 『하쿠다 사진관』 허태연 작가님의 신작으로, 가족과 사이가 소원한(심지어 아들은 중태에 빠져있는) 선여휘, 중고나라의 선녀님이 중고 거래에 빠지며 벌어지는 현실 반영 100% 에피소드들이 이어진다.
물건의 값이 아닌 그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원하는 선녀님과, 그 온기를 나눠주는 쌍둥이를 키우는 어머니를 비롯해 삶을 치열히 살아가는 이들. 그리고 그런 선녀님을 위협하는 중고 거래 빌런들까지.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가볍게 시작한 중고거래가 선여휘 여사의 마음을 휘젓는다. 하지만 그 경험도 결국은 선녀님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신을 채워가는 시간이 된다.
"때로는 속상한 어떤 일도, 모든 면에서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_p.413
🧾
"태어나 살아가는 동안, 너도 나도 다 중고가 되어가는 거야. 항상 지금 자리에서 우리가 쓸모 있으리라는 생각은 위험한 거야. 우리의 어떤 쓰임이 다하더라도, 다른 시절에, 다른 곳에서, 누군가에겐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게끔, 그런 마음을 가져야지." _p.417
내 손을 떠난 물건들도 누군가에게는, 어딘가에서는 제 쓰임을 다할 수 있기를. 소중히 대해주는 이들이 있기를.
그리고 이 세상 어디엔가 분명히 있을 선녀님들, 그리고 공허함에 무언가에 집착하여 자신을 채우려 하는 이들의 마음에 따스함이 깃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