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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우아하게 젠더살롱 - 역사와 일상에 깊이 스며 있는 차별과 혐오 이야기
박신영 지음 / 바틀비 / 2023년 12월
평점 :
"시대와 풍습이 바뀌어도 늘 욕먹는 집단, 차별받으면서도 이 사실을 모르도록 교육받는 집단, 오히려 자신을 차별하는 자들에게 헌신해야 칭송받는 집단. 역사적으로 이런 처지에 놓인 집단을 '약자'라고 부른다." _p.20
@bookyeosa 님의 서평단으로 읽기 시작한
『거침없이 우아하게 젠더살롱』.
나도 여자이기는 하지만, 사회에서 벌어지는 몇 성별 갈등 문제는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었다. 특히 이번 넥슨의 그 손 모양 사건을 보면서 더 의문이었다. 당연히 잘못이고, 하지 않았어야 하는 일이지만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
이 책은 그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이야기였다.
'왜' 그게 문제가 되는지 그 기원을 중세 영국, 고대 중국까지 올라가 알려주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이야기에, 편견에, 차별에는
그 역사가 있었다.
📖
- 부모의 재산 분배에 따라 보는 '결혼 시 남자가 장만하는 집'의 문제 (아들이 집을 사는데 돈을 부모가 도와주는 반면, 혼수 정도의 비교적 작은 도움만 받는 딸)
- 왕의 여자였던 궁녀, 연회에도 차출되었던 의녀, 타 지역의 권력자도 대접해야 했던 관기. 그리고 여전히 유사한 취급을 받는 여성 직장인들.
- 젊은 시절 지하철 성추행을 정당화하고 낭만으로 포장했던 모 정치인
- 자신들의 잘못된 선택을 '암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로 포장한 이들 (고대 중국의 왕들이 여자가 하는 모든 청을 들어준 데서 비롯되었는데, 결국 주지육림 같은 어리석은 선택을 한 건 '왕'이다. 충분히 거절할 권리와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었으니)
저자가 한국일보에 연재했던 글 중 일부를 책으로 펴냈고, 저자는 실제로 연재 당시 살해 위협과 비난이 가득한 메일을 수도 없이 받았다고 한다.
나 또한 이 책의 모든 의견에 100%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시선이 있다는 것이 새로웠고, 아주 많은 부분을 공감했다.
🫣
책을 읽는 내내 내가 당했던 어떤 일들이 떠올랐다.
성형을 조금만 하면 훨씬 예쁠 것 같다며 성형외과 의사 친구를 소개해 준다던 작은 아버지뻘 선배,
벤치에 앉아있는 내 옆에 앉으면서 스킨십을 시도하던 17살 많은 그 끔찍한 선배,
MT에서 굳이 여자아이들이 모여 있는 방에 들어가서 자려고 발버둥 치던(몇 번 끌어냈다) 선배,
접대의 명목으로 업소에 갔는데 애가 둘 있던 OO 이사가 그걸 그렇게 좋아했다 즐겁게 얘기하던 사장님,
"다들 치마에 원피스 입는데 OO씨는 왜 그런 옷 안 입어?" 묻던 팀장님.
🔥
적는 내내 어질어질한, 말도 안 되는 일들.
그리고 누군가는 한 번쯤 당했을 일들.
작가는 말한다. 이런 일들을 겪는, 현대 사회에 맞지 않는 일을 계속하는 이들이 남아있는 지금 사회에서 '구시대의 마지막 목격자'가 되자고.
부디, 부디. 내가 그 마지막 목격자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