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계월전 - 전쟁터를 누빈 여장군 마음 잇는 아이 5
백승남 지음, 정성화 그림 / 마음이음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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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계월전

(전쟁터를 누빈 여장군)

- 백승남 글 /정성화 그림

- 마음이음

 

고전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문화의 원형이자

오늘날 새로이 생겨나는 이야기의 뿌리이다.

 

서양의 고전 못지않게 값진 가치를 지닌 우리 고전이

어렵고 읽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우리 청소년들에게 외면당하는 실정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우리 고전을 누구나 두루 즐기며 읽을 수 있고

고전의 새로운 방향이자 본보기가 되도록

쉽게 풀어 쓰고 맛깔나고 재미있는 작품으로 재창조하여

우리 고전에 대한 선입견과 고전 읽기 문화까지 바꾸어 놓을 수 있다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까?

 

이 책은 초등 아이들이 생애 맨 처음,

흥미롭게 만난 고전으로 기억되어

이후에도 고전의 재미를 잃지 않고

깊은 생각을 이끌어주며 인문학적인 성찰로 마무리되는 고전 읽기의

방향과 폭을 보다 넓혀 줄 목적으로

<마음이음>에서 고안한 읽기물이다.

    

 

<홍계월전>은 숨어 있는 고전을 찾아낸 백승남 동화 작가의 작품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여성-홍계월을 주인공으로 한 탓에

독자들에게 낯설고 생소한 이야기로 들렸을 것이다.

 

작가는 <홍계월전_전쟁터를 누빈 여장군>이라는 제목으로

원전의 특징과 재미를 우선시 하면서도

운율 있는 문장, 생생하고 정확한 단문, 구수한 입말, 개성 있는 캐릭터로

고전의 재미를 극대화시켰음은 물론,

고전소설에 들어있는 삶의 지혜와 가치까지 품어 전달하려고 한다.

 

<홍길동전> 이후에 다양한 한글 소설이 쏟아져 나오던 시절,

가장 인기가 있었던 분야는 영웅 소설이었다.

영웅 소설은 말 그대로 몰락한 가문의 주인공이 등장해

역경을 딛고 성공하는 줄거리가 대부분인데,

<홍계월전>은 주인공으로 홍계월이라는 여성이 등장하는

여성 영웅 소설이다.

 

여성에게 자유가 없었던 조선 시대,

이야기 속에서 만큼은 능력 있고 당당한 여장군이 되어

마음껏 세상과 자유를 누린 <홍계월전>의 드넓은 상상력은

독자들에게 색다른 고전을 만나는 재미와 함께

내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귀한 시간을 만들어 준다.

    

 

드라마틱한 사건 전개,

능동적인 여주인공,

편견을 깨는 소재,

주인공의 진가를 알아보는 지혜로운 주변 인물 등

<홍계월전>은 여느 고전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특이성으로

오늘날의 어린 독자들에게 고전의 재미를 한껏 불어 넣을 작품이다.

 

나라의 높은 관리였던 홍계월의 부모, 홍무와 양부인은

어렵게 얻은 딸이 다섯살에 부모와 헤어질 운명이며 죽을 고비도 세 번이나 있으나

고비만 잘 넘긴다면 높은 벼슬도 하고 세상에 이름을 떨치며 살겠다는 말을 듣고는

운명을 속이기 위해 바느질보다는 글을 읽히며 아들로 기른다.

 

그런데 어느날 나라에 도적떼가 쳐들어와서 나라에 난리가 나고

양부인과 하녀는 도적떼들에게 잡혀가게 되고 물에 던져진 홍계월은

어진 여공의 도움으로 그 집에서 보국이와 함께 친 형제처럼 자라게 된다.

총명한 계월과 보국이를 위해 여공은 훌륭한 스승을 찾게 되고

운명처럼 또다시 곽도사를 만나 스승으로 모시면서

홍계월은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평국이라고 말한다.

 

보국과 함께 열심히 글공부와 무술도 익히게 되면서

때로는 형제처럼 때로는 서로의 경쟁자처럼도 더욱 실력을 높혀 나가게 된다.

    

 

보국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보인 평국은

8년 동안 열심히 글공부와 무예와 도술까지 익히고 과거시험을 보러가게 되고

보국과 나란히 장원과 부장원을 하게 된다.

    

 

그러다 전쟁이 일어나 평국은 대원수가 되어 나라를 지켜내던 중

우연히 헤어졌던 부모 홍무와 양 부인을 만나게 된다.

자신의 부모를 위해 그동안 숨겼던 여성임을 만천하에 밝히게 되고

이름 또한 평국이 아닌 홍계월이란 것까지 말하게 된다.

 

 

왕을 속인 것에 사죄하며 고향으로 돌아가려 하나

평국과 보국을 아주 신뢰했던 왕은 되려

그동안의 공을 높이 치하하며 벼슬은 그대로 둔다.

오히려 왕이 보국과 평국에게 중매를 서기까지 한다.

 

계월이 보국과 결혼하여 집에서 머무는 동안

또다시 전쟁이 일어나고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왕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 장수로 평국을 추천하게 되고

홍계월은 남편 보국을 부하로 삼아 전쟁터로 나가게 된다.

 

전쟁은 승리로 끝이 나는 듯 보였지만

하늘의 기운이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자신을 속이기 위한 속임수임을 눈치 챈 평국(홍계월)

도성으로 쳐들어 온 적군을

쫓아 성으로 내달려 왕을 구해낸다.

 

전쟁은 승리로 끝이 나고

평국은 왕에게 도장과 깃발을 돌려주며 여인으로 살겠다고 한다.

그러나 왕은

그대는 여인이기 전에 내 신하이자 나라를 구한 영웅이다라며

임금과 신하사이의 의리를 잊지 말라라며 벼슬을 거두지 않는다.

 

보국도 앞으로 힘든 일은 서로 돕고

좋은 일은 서로 나누는 동무 같은 부부가 되기로 약속하고

전쟁터에 함께 나아가 사이좋게 공을 세운다는 이야기로 마무리 된다.

 

이 이야기의 마지막부분에서 홍계월은 다시 조정에 나가면서

여자 옷 위에 관복을 덧입는다.

이로써 처음으로 여성 관리로서의 당당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제는 나라를 다스리는 조정 또한 전장과 다르지 않게

남성만의 특권이 차지하는 영역이 아닌 차별 없는 평등한 공간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홍계월전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의 포인트는 아닐까?

 

조선 사회의 여성의 삶이란 제한적이고 주체적이지 못했다.

시집가기 전에는 아버지를,

결혼해서는 남편을,

남편이 죽은 뒤에는 아들을 따르는 것이

여성의 올바른 도리라는 삼종지도(三從之道)’에 따라

남성에게 종속되는 인생이 조선 여성 삶의 전부였다.

 

다양한 사회 변화의 물결이 일기 시작한 시기는 조선 후기에 가서야

가부장적 만연한 제도에 대한 비판 의식이 시작되고

여성 스스로의 변화의식 또한 스멀스멀 피어올랐으리라.

그러나 조선 사회는 깐깐하게 굳어져있던 남성 중심의 사회였고,

넘기 어려운 높다란 벽처럼 제한된 분위기였다.

 

이때 여성들의 마음을 대리 만족시켜 준 것이

홍계월전 같은 여성이 주인공인 여성영웅 소설이다.

    

 

때가 때 인만큼 조선 후기 여성 영웅 소설인 <홍계월전>

당시 인기 많은 책이었다.

남성보다 뛰어난 능력과 지도력으로 전쟁터를 주름잡은 홍계월은

조선 후기 여성들의 마음에 불붙기 시작한 자아실현의 꿈을

투영시켜 보여주며 대리만족 시켜 준 기다라던 여성 영웅이었을 것이다.

그 중 가장 파격적인 부분을 꼽아본다면

부하로 삼은 사람이 부부(남편)가 되기도 하고,

아들의 이름에 본인 여성(엄마)의 성씨를 붙이는 부분이다.

현재 생각해봐도 너무나 놀랄만한 생각이라서

작가의 파격적인 상상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던 부분이다.

또한 기존의 고전 소설과는 다르게

여성임이 밝혀진 후에도 끝까지 사회적 자리를 내놓지 않고

그 자리에 맞는 일들을 변함없이 꿋꿋이 해나간다는 점이다.

 

홍계월은 조선이란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으로서는 할 수 없었던 일을 했고,

일반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었던 삶을 살았다.

이것이 바로 억눌려 살아야 했던

그 시대의 여성들을 위로하고 대리 만족감을 주었을 것이다.

그래서 여성들의 자존감을 높여 주었고,

새로운 미래 사회에 대한 밝은 꿈을 꾸게 했을 것은 아닐까?

이것이 바로 홍계월전의 인기 비결이었다.

 

나는 여자이기 전에 한 인간입니다라고 말하며

여자, 남자라는 잣대를 과감히 무시하고

한 사람, 한 인간으로 당당하게 자신을 보여줬던 홍계월~!

 

이 책을 읽는 모든 어린 독자들이

홍계월처럼

가혹한 운명에 맞서며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는

용감하고 적극적인 모습을 본받아

앞으로 다가올 수 있는 수많은 난관에도

거침없이 대처하며 희망찬 미래를 꿈꾸기에

충분한 용기와 자극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것만으로도 <홍계월전>

우리의 어린 독자들에게 충분히 소중한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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