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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카드로 사고 쳤는데 어쩌지?
피트 호트먼 지음, 최설희 옮김 / 뜨인돌 / 2018년 12월
평점 :
엄마 카드로 사고 쳤는데 어쩌지?
/ 피트 호트먼 지음
/ 뜨인돌 출판사
/ Viva Vivo39
저자 피트 호트먼 (Pete Hautman)은 ‘독특한’ 자기소개로 눈길을 확 잡는다.
“좋아요 내 소개를 좀 해 볼게요. 최대한 간단하게 할게요.
나는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태어났어요.
아니, 그렇다고 들었어요. (사실 기억이 안나요).
다섯 살 때 미네소타주 세인트루이스 파크로 이사했고,
결국 세인트루이스 파크 고등학교를 졸업했지요. (아, 벌써 지루하네요).
이후 미니애폴리스 아트 & 디자인 대학과 미네소타 대학을 다녔는데,
양쪽 다 졸업은 못했어요.
그 뒤로 적성에 맞지 않는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글을 쓰기로 결심합니다.
~~(중략)
아, 가스통과 보들레르라는 이름의 개 두 마리도 키우고 있어요. (아직까지 읽고 있나요?).
자, 여기까지입니다.
반세기가 넘는 인생이 단 몇 줄로 압축되었네요.
이 글은 독서감상문을 쓸 때 편하게 복사해서 쓰세요.
내가 그러라고 했다는 말은 빼고요.
아직도 나에 대해 더 알고 싶나요?
그럼 나의 웹사이트로 찾아오시길”
http://www.petehautman.com
“나는 딱 20달러만 쓰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까 엄마 카드로
2,000달러를 써 버리고 말았다“
<엄마 카드로 사고 쳤는데 어쩌지?> 이 책은
뜨인돌 출판사의 청소년 문학 시리즈 ‘비바비보’의 39번째 작품으로,
미국 최대의 문학상 ‘내셔널 북 어워드’의 수상 작가 ‘피트 호트먼’의 신작이다.
이 책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이자 말하는 이는,
‘데이비드 앨런 밀러’ 평범한 청소년이다.
책 첫머리부터
눈을 반짝이며 침샘을 마구 자극하기 충분한
‘피자’를 묘사하는 글로 시작된다.
‘오븐에서 갓 구워져 나온 직경 40센티미터의 피자. 이것은 아름다움 그 자체다.
몰랑몰랑 녹아서 흘러넘칠 것 같은 모차렐라 치즈의 바다위에서
빛을 받아 번들거리는 동그란 페퍼로니 조각들.
쌉쌀한 오레가노향의 검붉은 소스가 녹은 치즈를 뚫고 올라와 기포를 터뜨렸고,
손으로 치대 만든 피자도우의 크러스트는 예술적으로 그을려 있었다.’
주인공 데이비드가 일으킨 아찔한 사건(?)을 시작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동경하던 ‘푸드 파이터’가 경기 중 먹다 남긴 반쪽짜리 핫도그 조각을
20달러에 사려다 엄마 카드로 2,000달러를 실수로 결재해버린 후
스스로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고심하다
우연히 알게 된 ‘푸드 파이팅’ 대회에 참가하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일들을 그리고 있다.
‘엄마 카드를 몰래 썼다’라는 아찔한 소재와
‘푸드 파이터’이라는 새로운 직업(?)을 소개함으로써
신선한 호기심에 재미가 더해져
단박에 독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내용의 책이라고 생각한다.
청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 과정 중
한 번쯤 겪을 법한 흥미로운 사건을 소재로 삼음으로써
자아의 탐색, 인간관계와 성숙, 책임감 등의 주제를
무겁지 않게 다룸과 동시에,
스스로를 보잘것없이 평범하다고 여기는 한 소년이
자기 자신만의 소중한 가치를 깨달아 나가는
잔잔한 감동이 뒤 따르는 이야기이다.
이제, 우리의 주인공 데이비드를 소개한다.
데이비드는 항상 모든 시험에서 A를 받아오는 모범생 누나 ‘브리짓’과
자폐증이 있어 “좋아”라는 말밖에 할 줄 모르는 동생 ‘맬’ 사이에
끼여 있는 평범한 소년이다.
그런, 데이비드가 유일하게 잘하는 일이 있다면
그건 바로,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조금 더 많이 먹을 수 있다는 것 뿐~~!!
한가로이 여름 방학을 즐기던 어느 날,
데이비드에게 일생일대의 위기가 닥친다.
동경하던 푸드 파이터가 먹다 남긴 핫도그를 사려다
뜻밖의 실수로 인해 엄마 카드로 2,000달러를 써 버린 것이다.
이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방법은 있기는 한 것일까?
데이비드의 선택은 어떤 것 일까?
우리 아이들이라면?
나라면?
어떻게 대처했을까??
결국, 데이비드는 본인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해결책으로 선택한다.
피자 많이 먹기 대회에 나가 우승 상금을 타는 것이 그것이다.
‘음식 빨리 먹기’ 재능(?)을 발휘해서 카드대금 2,000달러를 마련하려고 하는 것이다.
5,000달러를 받게 되는 1등,
솔깃한 상금에 데이비드는 두 눈이 번쩍~! 뜨이게 되지만,
과연 가족들 몰래 엄마 카드로 쓴 돈을 무사히 갚을 수 있을까?
‘4분 36초’
데이비드가 피자 한 판을 먹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엄청난 속도지만 대회에서 우승하기엔 어림도 없다.
더 노력해야 한다.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방법!
남들보다 보다 많이, 보다 빨리 먹어야 한다!
뜻하지 않게 닥쳐온 위기 속에서
데이비드는 매일 매시간 해결방안에 골몰하고 있다.
그런데 먹기 연습을 하면서 남동생 ‘맬’까지 돌보기가 쉽지만은 않다.
엎친데 겹친 격으로,
어릴 때부터 친구였던 자칭 삼총사의 두 멤버 ‘씬과 헤이맨’의 분위기 또한 수상하다.
둘이 사귀게 되면 난 어떻게 되는 거지?
친구 관계가 변화할까 봐 두려움으로 머릿속이 벙벙하기까지 하다.
집에서는
올 A 모범생 누나 ‘브리짓’과 자폐증이 있는 남동생 ‘맬’ 사이에 끼여 있는
특별할 것이 없는 너무나 평범한 존재이기에
부모님은 자신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누나와 남동생 사이에서도 존재감을 느낄 수 없고,
또한, 이제는 어릴 적 단짝인 두 친구 사이에서 변화를 감지 한 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데이비드의 처지는
자기 자신을 햄버거빵 사이에 낀 ‘패티’같은 존재라고 비유하는 대목에서
지금까지 묻어두었던 속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읽는 독자까지도 가슴 절절함을 느끼는 부분이었다.
나 스스로에게는 ‘슬라이더 버거에 들어가는 소고기 패티’라고 이름 붙였다.
슬라이더 버거가 뭔지 혹시 알려나? 패스트푸드 체인점 ‘화이트캐슬’ 같은 곳에서 파는 미니 햄버거라고 보면 된다.
삼 남매 중 가운데라는 건 햄버거의 소고기 패티 같은 거라서
그저 빵 두 장이 맞붙어 있도록 하는 존재다. (본문 중)
너무 다행스럽게도 대회를 준비하는 여름방학 동안
데이비드는 점점 주변 인물들을 이해하게 된다.
누나 ‘브리짓’과 남동생 ‘맬’에게도 자기들만의 고민과 어려움이 존재함을
깨닫고 오히려 데이비드 자신이 그 둘에 비해 모든 것을 스스로 잘 해내고 있었기에
부모님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게 돌아왔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맘속으로 믿고 의지하고 있던 아들이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이 세상에는 ‘나’를 조건 없이 사랑해 주는 가족이 있고
내 자리는 바로 그들 옆이라는 점을 일깨워주는 행복한 느낌 가득한 마무리로
미소를 지으며 책을 덮을 수 있어서 따뜻함을 느꼈던 책이었다.
또한, 어릴 적 두 친구 ‘씬’과 ‘헤이맨’은 사귀기 시작하지만,
데이비드는 그 어색한 관계를 순순히 인정함으로써
변화된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자세를 배우게 되기도 한다.
언젠가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나를 둘러싼 인간관계의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이기에
그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회피할 필요는 없으며
이것 또한 살아가는 동안 겪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점을
알려 주는 교훈까지 선사한다.
자신이 만든 사건이라서 그랬을까?
스스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데이비드의 모습을 보며
책임감과 인내심이 매우 강인한 소년임을 알게 된다.
데이비드는 ‘많이 먹는 연습’을 해야 하는 시간에서도
남동생 ‘맬’까지 돌봐야하는 일을 떠맡는다.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는 사춘기 청소년인데도
부족하고 손이 많이 가는 동생 ‘맬’을 챙기는 모습은
누구라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감동 그 자체이다.
데이비드로 인해 ‘맬’은 새로운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고,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집밖으로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게 된다.
대회 이후 ‘맬’이 할 수 있는 말에 ‘내 꺼’와 ‘알피’ 두 단어가 추가 된다.
‘맬’에게는 자기만의 접근법이 있다는 걸 깨닫는 것도
‘맬’ 역시 잘 해나갈 거라고 믿어주는 사람도
우리의 ‘데이비드’이다
항상 지켜봐야 하고 하나하나씩 가르쳐줘야하는 동생이지만
오히려 그런 ‘멜’이 가족을 하나로 단단히 묶어주는 ‘패티’같은 존재이며
그래서 축복받은 존재라고 여긴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하고도 엉망진창 가족이지만
혼자가 아닌 가족이 있어 든든하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세상에는 변함없이 나를 사랑하는 이들이 있고
내 자리는 그들 곁임을 알게 됨으로써
한층 내면이 성숙된 어른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제일 감동 깊었던 부분을 꼽는다면,
데이비드가 가슴 졸이며 숨겨오던 카드사건을
부모님에게 들키고 난 후에도
부모님의 도움을 바라거나 어설픈 핑계를 대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자신의 실수이므로 자신의 노력으로 해결하겠다고 말하며
실천하려고 애쓰는 모습에서
책임감으로 똘똘 뭉침 의젓함이 물씬 뿜어져 나와
감동과 대견함을 감출 수 없었다.
어쩌면 부모님께 들키고 난 후
모든 걸 털어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
변명과 도움을 구걸(?)하는 것이 일반적인 청소년의 모습이었으리라.
그러나 데이비드는 말하지 않았다.
다만, 그런 이유로 푸드 파이팅 대회에 나가려고 하는 것이고
그래서 지금까지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라고만 말한다.
여기에는 데이비드에겐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엄청난 양의 음식을 빨리 먹는 게
데이비드에겐 제일 쉽고 유일하게 잘 하는 일이며,
그럴 때만 자신이 최고가 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읽는 순간 가슴 먹먹함은 모든 독자들의 공통된 감정이었을 것이다.
청소년기는 자아 확립이 서서히 이루어지는 시기다.
이 시기에는 ‘나’ 자신에 대한 정체성 혼란과 더불어
타인의 시선에 예민해지고 주변을 의식하게 됨과 동시에
올바른 선택과 결정을 내리기에는 아직은 미숙한 시기이다.
수 많은 타인과의 절대적인 비교 상항에
실망과 좌절을 겪기도 하고
스스로를 잘못된 결론에 빠뜨려 힘들어 하기도 한다.
자신이 평범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싫어함은 물론
좋아하거나 잘하는 것이 있더라도 내세워 인정받기를 거부하기도 한다.
주인공 데이비드도 사뭇 다르지 않다.
많이 먹을 수 있는 남다른 ‘재주’를 갖고 있지만, 내세우지 못하며
부모님은 그 재주를 인정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애써 부정하려고까지 한다.
그러나 카드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점차적으로 자신감과 더불어 자아존중감까지 키우게 된다.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자신 스스로 책임지기 위해
남의 탓으로 돌리거나 회피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자신의 최선을 다하는 데이비드의 모습에서
‘만약 나 자신에게 이런 상황이 생긴다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다.
다양한 모습의 어려움들을 피하지 않고
맞서서 스스로 해결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앞으로 펼쳐질 삶속에서 겪게 될
수많은 사건들을 어떠한 태도로 대면해야 할지를
이 책을 읽고 있는 모든 독자들에게 생각에 생각을 이끌어 내게 한다.
‘4분 36초’
이 짧은 시간에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며
자연스럽게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