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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 나가는 날 ㅣ 미래그림책 145
선자은 지음, 최현묵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18년 12월
평점 :

상여 나가는 날
(그림책으로 만나는 전통 상례 의식)
- 선자은 글
- 최현묵 그림
- 미래i아이 출판사
“이제가면 언제 오나, 다시 올 날 있으려나~~”
인간은 장례 의식을 행하는 ‘유일한’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 있다.
아주 먼 옛날부터 인류는 같이 지내오던 누군가 죽으면
죽은 이를 떠나보내는 정성스러운 의식을 치렀으며,
각 문화권마다 고유의 장례 풍습이 전해져 내려온다.

어느 날, 병을 앓던 박첨지 앞에 저승사지가 나타난다.
같이 길을 떠나자고 하니 이게 웬 말인가?
어안이 벙 벙~ 받아들이지 못하는 박첨지.
왜냐하면 박첨지는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과 이웃이 슬퍼하며 진짜인가 보다.
온가족이 정성껏 상례를 치르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박첨지.
예쁘게 단장한 상여를 타고 상엿소리를 들으며 이승과 영영 이별하게 된다.
박첨지, 그렇게 저승으로 향한다.
박첨지처럼 사람은 누구나 죽기 마련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많은 일을 겪지만 가장 큰일은 바로 마지막 순간 죽음이 아닐까?
우리 조상들은 죽은 자를 보내는 상례의식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마냥 죽음을 슬퍼하는 게 아니라
산자와 죽은 자가 잘 헤어지게하기 위해서
그리고 저승 가는 길 편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의식을 했을 것이다.

조선 후기의 학자·정치가 이재(李縡)가
편술한 관혼상제의 사례(四禮)에 관한 종합적인 참고서인
≪사례편람≫은 8권 4책으로 구성된 목판본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그의 예학에 관한 깊은 조예를 토대로 편술된 것인데,
당시 거의 맹목적으로 시행하던 주자의 ≪가례≫의 허점을 보완하면서
이를 현실적으로 사용하기에 편리하도록 요령 있게 엮은 것이다.
사실 ≪가례≫는 원칙만의 편술이기 때문에 그 행용에 있어서 많은 함정이 있었다고 한다.
≪사례편람≫따르면 상례는 열아홉 가지 순서로 진행된다.
이 절차를 기본으로 지역과 집안에 따라 조금씩 바뀌어 자리 잡으면서
전통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상여 나가는 날>은 우리의 전통 상례 의식을 다룬 그림책으로,
인간의 삶의 의식 중 어쩌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마지막 통과 의례인 죽음과 그 죽음을 맞이하는 장례의식에 대해
재미있는 이야기로 구성하여 아이들에게 다가간다.
어느 날, 박첨지가 병에 걸렸네.
욕심쟁이, 심술쟁이인 박첨지도 병은 피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이 약 저 약 써 봐도 신통치 않던 박첨지 앞에
세 명의 저승사자가 나타나 같이 떠나자고 한다.
비록, 도통 병이 나을 생각을 안 하긴 했어도
박첨지는 자기가 죽었다는 말을 곧이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큰소리로 저승사자들에게 못 간다고 소리치고는
가족들에게 도와달라고 말을 걸어 보지만 아무 소용없다.
가족들이 슬퍼하며 곡을 하고 상여까지 준비되는 걸 보니
아무래도 정말 죽은 게 맞나 싶어 마음이 찡하지만
가만히 생각하니 억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곳간에 가득한 쌀이며, 아끼고 아꼈던 금은보화가
잡으려 해도 손에 잡히지 않아 애가 탄다.


옛사람들이 죽은 사람이 저승까지 편히 가라고
여행길에 필요한 돈을 챙겨줬던 ‘노잣돈’을 옷섶에서 발견하고
죽은 이가 저승길에 가는 동안 먹을 식량으로
불린 쌀을 버드나무 숟가락으로 세 번 떠서
죽은 이의 입속에 넣어주는 ‘반함’이
박첨지의 양 볼에 쌀알이 한 줌씩 들어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상여가 나가기 전날,
상여꾼들이 상여를 점검하고
상엿소리 호흡을 맞춰 보기 위해 벌이는 굿판인
‘빈 상여놀이’는
남은 가족들이 큰 슬픔에 빠지지 않게 해주는 동시에
죽은 박첨지 또한 이상하게 몸이 덩실덩실 절로 춤을 추게 되면서
춤을 출수록 마음까지 편안해짐을 느끼게 된다.
다음날,
여러 빛깔로 칠하고 연꽃이나 봉황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상여’에는
죽은 박첨지의 몸이 실리고,
박첨지의 영혼은 상여보다 앞서 나가는 작은 가마 ‘영여’를 타고 길을 떠난다.
꽤괭꽤괭 덩더덕 쿵덕, 덩실덩실 춤을 추며 간다간다~~~
박첨지 때문에 거리를 떠돌다 억울하게 죽은 하인 삼돌이가 혼이 되어
상여 앞을 막아서는 바람에 상여가 멈추게 되지만,
박첨지가 무릎 꿇고 용서를 빌며 함께 저승길을 가자고 다독거린다.
삼돌이가 조용히 물러나주자 상여는 다시 움직이게 된다.
상여 앞에서 탈을 쓰고 칼춤을 추는 사람이 있는데
이를 ‘방상시’라고 일컫는다.
긴 칼을 휘두르며 춤을 춰서 나쁜 귀신을 몰아내는 역할을 담당하며
금빛 눈이 네 개나 달린 방상시 탈은 귀신도 무서워 할 정도로 무시무시하단다.
상여꾼들이 상여를 메고 가며 부르는 구슬픈 ‘상엿소리’는
앞소리꾼이 앞소리를 하면 상여꾼들이 뒷소리를 받는다.

상여꾼들의 노랫소리가 울려퍼지자
한번만이라도 다시 만나고픈 착한아내를 그리워하고
의젓하게 상주 노릇을 하고 있는 아들을 보며
후회와 고마움의 눈물을 하염없이 흘린다.
박첨지는 울려퍼지는 상엿소리를 뒤로 하고
저승사자들을 따라 이승과 영영 작별을 한다.
<상여 나가는 날>은
자주 볼 수 없는 주제를 다룬 만큼 꼭 한번쯤은 읽어봄직한 소장도서로
우리 조상들이 중요하게 생각해 온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인 장례 문화를 다룬 책이다.
죽은 사람을 위한 여러 가지 정성을 다하는 모습에서
죽은 사람이 저승 가는 길이 편하고
저승에서도 잘 지내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겨있다.
또한
죽음과 장례문화에 대해 너무 무겁거나 너무 슬프지 않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나라 전통 장례의 형식과 차례 등을 자세한 부연 설명을 들어가며
구성되어 있고 내용에 걸맞은 그림이 이 책을 더욱 빛나게 만들어주고 있다.

모든 사람은 태어나고 또한 죽는 것이 인생이기 때문에
죽음은 사람이 겪는 마지막 관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대나 환경, 종교, 풍습 등에 따라 그 방법은 다를 수 있겠지만
상례를 치르는 죽은 자를 위한 마음만은 같지 않았을까?
상례에서 ‘세 번’해야 하는 일이 많다는 것도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죽은 이의 옷을 들고 지붕 올라가 이름을 부르며 복을 외치는 것도 세 번~~!
죽은 이를 장례 할 준비를 하는 것도 삼일에 걸쳐 세 번 나누어 하며
사자 상위에는 밥이 세 그릇, 짚신 세 켤레를 올려놓는다.
또 신주를 모시고 돌아와 지내는 제사도 삼일에 걸쳐 세 번 지내고
모든 것은 세 번 그리고 세 가지에 걸쳐 이루어지게 된다.
우리민족이 가장 좋아하고 완벽하다고 믿는 숫자인 ‘3’이라서 ‘세 번’일까??
그 보다는 오히려
단계를 거치가면서 경건하고 정성을 다해
죽은 이를 잘 보내 준다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
그러므로
상례에서 ‘3’이라는 숫자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문화로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죽음과 상례문화라는
슬프거나 무겁고 어려울 수 있는 주제를 다룬 책이지만
이 책은 단지 슬퍼하기만 하지 않고 상례를 치러 나가면서
죽은 자나 남아있는 가족들이 죽음으로 인한 이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지혜로운 면모를 보여 준다.

또한
죽은 자는 이승에서의 삶을 마무리하고 미련 없이 잘 떠나가기를 바라며,
남은 가족들은 죽은 자의 저승 가는 길이 편안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치르는 우리나라 고유의 상례 전통의식을 잘 표현해 냄과 동시에
주된 독자인 어린이들에게
중요한 문화전통을 접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