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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반쪽 미소 ㅣ 미래아이 저학년문고 22
마이클 모퍼고 지음, 제마 오캘러핸 그림, 공경희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할아버지의 반 쪽 미 소
- 작가: 마이클 버퍼고
- 출판사: 미래아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영국 작가인 마이클 모퍼고 (Michael Morpurgo)는
지금까지 100여 권이 넘는 책을 출간한 탁월한 이야기꾼으로
‘도시 어린이를 위한 농장’이라는 자선 단체를 시작해 30년 넘게 청소년 교육 사업에 헌신하고 있다. 1999년에는 청소년 지도에 힘쓴 공이 인정되어 부부가 함께 여왕 탄생 기념 훈장을 받았으며, 《나비사자》로 스마티즈 도서 상을, 《잔지바》로 어린이 도서 상과 휘트브레드 상을 받았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책으로는 《우리 집 정원에는 코끼리가 산다》, 《나쁜 소년은 나쁘지 않다》 등이 있다
할아버지의 반쪽미소; ‘반쪽미소’란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활짝 웃는 함박웃음이 아닌 소리만 내고 얼굴은 굳어있는 웃음일까요?
아니면, 얼굴은 웃고 있는데 눈물이나 울음이 섞인 웃음일까요?
‘반쪽미소’에 숨겨진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그럼, 책 속으로 한걸음 걸어 들어가 보자구요.
마이클에게는 2년에 한 번 크리스마스 무렵에만 집으로 찾아오는 조심스러운 손님이 있다.
바로 외할아버지이다.
마이클은 외할아버지가 우리 집에 오기 하루 이틀 전이면 꼭 악몽을 꾼다.
늘 억지로 깨려고 애쓴다. 왜냐하면 깨면 나머지 꿈을 꾸는 걸 피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매번 아무리 도망치려 버둥대도 꿈이 쫓아오리란 것을, 악몽이 놔주지 않는다는 걸 마이클은 안다.
끔찍한 이야기가 다 끝난 뒤에야 깨어날 것이며, 공포에 떨면서 깼지만 악몽이 끝난 게 아님을 잘 안다.
마이클의 꿈 이야기로 이 책의 문을 열어서 그런지 책 표지의 불타오르는 바다 풍경이 심상치 않다.

외할아버지가 오실때면 부모님은 필요 이상으로 겁을 주었다.
<< 할아버지가 시끄러운 걸 싫어하니 텔레비전을 많이 보지 마라.
그중에서도 특히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하는 잔소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할아버지를 똑바로 보지 말라는 것이었다.
예의에 어긋난다고, 할아버지는 사람들, 특히 애들이 쳐다보는 걸 싫어한다고. >>
마이클은 애썼다. 무지무지 애썼다.
“할아버지가 도착하면, 늘 다른 데를 쳐다보려고 노력한다.
‘금지 구역’ 근처를 제외한 아무 데나 보려고 했다.
일단 금지 구역인 할아버지의 얼굴이나 손을 보면 눈을 뗄 수가 없었을 테니까”
모두가 무서워서 쳐다보기조차 조심스러워하고 꺼려하지만 마이클은 다르다.
무서워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는 용기(?)있고 배려심 깊은 마이클의 행동은
어른인 나에게도 감탄이 나올만한 대견함이 있다.
특히, ‘왜’ 할아버지가 그런 외모를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묻고 싶었을 텐데도
차분히 기다려주는 아이답지 않는 ‘인내의 크기’에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다.
‘입’이 아닌 ‘눈’으로만 미소 짓는 마이클의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마이클에게 들려주는 과거의 비밀은 무엇일까?
화상 때문에 흉하게 일그러진 얼굴이지만,
언제부턴가 마이클은 할아버지의 얼굴이 그리 무섭지 않는 이유는
할아버지의 미소를 마이클은 볼 줄 아는 ‘마음의 눈’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 누구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피부가 늘어나지 않아서 입이 아닌 눈으로 웃는 할아버지의 진심을........
어느 여름, 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작은 섬에서 지내며 더욱 가까워진다.
할아버지는 온전하지 못한 반쪽짜리 미소지만 더없이 따뜻하게 웃으며
마이클에게 자신을 똑바로 바라봐 주어서 고맙다고 말한다.
모두들 피하기만 하려했고 아무도 하지 못한 오롯이 ‘똑바로 봐주기’........
그리고 그동안 마이클이 몹시도 궁금해 하던 것들,
할아버지는 다른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었던 비밀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표지에 그려진 할아버지 모습은 한가로이 배낚시를 즐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옛날 그 자리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간절한 마음 때문에
매일매일 그 자리, 그 바다에 나와 있는 건 아닐까?
친구들이 사무치게 보고 싶거니와
자기가 있어야할, 돌아가야 할 자리라고 생각해서
매일 바다로 나가 있는 건 아닐까?

책의 겉표지 제목인 ‘반쪽미소’ 가 불꽃에 타오르고 있는 것처럼 흐리게 묘사하고 있어
내용이 화마로 인한 두려움과 상실일 것이라고 유추해볼 수 있었다.
겉 장을 넘기면 가마우지들이 큰 날개를 활짝 펼치고
하늘을 자유로이 날아가고 있는 모습이 가득 그려져 있다.
이 그림은, 어쩌면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떠올린 장면이 아니었을까?

누구나 행복한 기억을 안고 눈을 감을 테니.
할아버지는 그 추억을 안고 떠나셨고
마이클은 그 사랑을 안고 살아간다.
할아버지는 말한다.
가마우지는 ‘행운’을 선사한다고...
<‘그리고는 북양가마우지가 수면에 떠올라 잡은 물고기를 삼키고 다시 날아갔다.
그 광경을 보면서 우린 서로 미소를 지었다.
함께하는 순간이 행복했다~>
이 순간 할아버지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고 더 이상 외롭지 않을 것이다.
마침내 할아버지는 깊은 속내에 감춰두었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내놓기 시작한다.
지금껏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그 때 그 이야기를......
부분부분 실린 삽화와 이야기체 문체로 마치 실제 상황처럼 느껴졌던 부분이라서
숨죽이며 읽고 가슴 저미는 슬픔을 느꼈던 부분이었다.

가마우지?
할아버지와 마이클에게 멋진 잠수실력으로 웃음을 선사하며
서로의 마음을 터놓게 한 계기가 된 새라서 자세히 알고 싶어 찾아보았다.
가마우지는 전 세계에 32종이 분포하며 대표 종으로 민물가마우지, 바다가마우지, 쇠가마우지 등이 일려져 있다.
대부분 해안에서 생활하나 큰 강이나 호수에서도 볼 수 있으며,
가마우지 중에서 가장 크고 흔한 종은 민물가마우지로 뺨이 흰색이고 몸길이는 약 90cm이다.
둥지는 나뭇가지와 해조류를 이용하여 절벽의 바위턱에 만든다.
가마우지는 물위에서 헤엄을 치면서 먹을 물고기를 찾는다.
물고기를 발견하면 물속으로 잠수하여 물갈퀴가 달린 발로 힘차게 헤엄을 쳐 물고기를 잡는다. 잡은 물고기는 물 위로 가지고 올라와서 먹는다.
물속의 물고기를 사냥할 때면 공중을 날아다니다가 날개를 접고 그대로 급강하해서 물속으로 잠수를 해서 잡는다.
한두 마리도 아니고 수십 마리들이 떼를 지어서 사냥하기 때문에 이 모습을 보다보면 마치 포탄이나 어뢰를 연상케 한다.
<<할아버지와 반쪽미소>>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실제 있었던 사건과 인물과 소재를 쓴 이야기로 전쟁이 몸과 마음에 남긴 상처에 관한 가슴 저미는 내용의 이야기로
마이클과 전쟁이 남긴 상처로 얼굴이 일그러져 있는 외할아버지의 이야기이다.
더욱이 전쟁은 몸 뿐 만아니라 마음 깊숙한 곳까지 남긴 상처가 커서 이후의 생활을 잠식해버린다.
어느 날 할아버지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그때 그 이야기를
손자 마이클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부상당한 자신을 헌신적으로 우선적으로 살리려다 희생된 친구 짐의 이야기와 일그러진 자신의 얼굴을 똑바로 보지 않는 아내, 애니의 이야기 그리고 떠나버린 아내로 인해 멀어져버린 딸의 이야기까지....
한 줄 한 줄이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여진 내용이라서 그런지 더욱 잔잔하고 먹먹한 감동을 준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모든 아픔을 극복해내는 인간의 모습이 자못 희망적이기도 하지만
견뎌온 나날들에 대한 안쓰럽고 안타까움이 커서 눈물을 추스르기 힘들었다.
전쟁이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는 거대한 비극인 것은 설명할 필요도 없거니와
누군가는 전쟁으로 귀한 목숨을 잃기도 하고 혹시 살아남더라도 몸과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남곤 한다.
영국의 유명한 어린이와 청소년 책 작가인 마이클 모퍼고는 실제 있었던 사건과 인물에서 이 이야기의 소재를 얻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부상병들의 재건 성형수술을 집도했던 매킨도 박사와 그에게 수술을 받았던 환자들의 모임인 기니피그 클럽이 바로 그것이지요.
여기에서 기니피그클럽의 유래(?)에 대해 한번쯤 짚고 넘어갈까요?

<기니피그 클럽>
뉴질랜드 출신 ‘매킨도’ 박사는 미국 메이요 클리닉을 거쳐 영국의 세인트 바르톨로뮤병원에서 성형외과 의사로 일을 했다. 전쟁이 터지자 그는 영국 땅에 있는 성형 수술 경험이 있는 성형외과 세 사람 중 하나였다. 매킨도는 즉시 영국공군을 돕기 위한 전문 치료 센터를 세운다.
‘덩케르크 철수’후 독일은 대규모 공군력을 동원해 영국을 침공한다. 이에 맞서 영국 공군이 본토와 북해 상공에서 격전을 치른다.
일단, 화상을 입고 살아남은 연합군 공군 조종사들은 퀸 빅토리아 병원으로 이송된다.
여기서 맥킨도가 이끄는 영국공군 야전 재건 성형외과 팀의 집중 치료를 받는다.

제2차세계대전 당시 영국공군의 최신 스핏파이어
프로펠러와 조종사 사이에 연료탱크가 있어 화재에 취약하다.

퀸 빅토리아 병원에서 수술하는 ‘매킨도’박사
649명의 환자들이 ‘매킨도’의 손을 거쳐 갔고 그들은 삶의 활력을 되찾고 원대 복귀도 했다.
또한 일종의 환우회를 만들어 서로를 위로하고 후배들을 도와준다.
환우회의 이름은 ‘Guinea Pig Club’으로 불렀다.
작명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화상을 입은 그들의 얼굴이 한결같이 ‘기니피그’를 닮았었다는 의미도 있고,
한편으로는 ‘매킨도의 실험동물’ 출신이라는 뜻도 있다.
틀린 말도 아닌 것이 ‘매킨도’는 장병들의 얼굴을 구하기 위해 이전에는 아무도 못했던 수술법을 개발하고 병사들에게 시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를 탓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치군의관들이 저지른 비인도적 생체 실험과는 분명히 차원이 달랐기 때문이다.
얼굴은 한 인간의 정체성과 관련 있기 때문에 얼굴을 재건 한다는 것은
한 인간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재건하는 일이 되니까 말이다.

화상으로 일그러진 얼굴이 마치 기니피그 같아 보여서 이런 이름 붙었다고도 하는 기니피그 클럽과 그 환자들의 사연은 전쟁이 남긴 참혹한 상처를 보여 주는 ‘예’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도 과거에 수많은 고통스러운 전쟁을 겪었던 경험이 있기에 이 이야기는 더욱 강렬한 쓰라림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일까?
이 책은 두께는 얇지만 읽는 독자들에게 가슴 절절한 아픔과 감동으로 긴 울림을 주는 소중한 책이다.
전쟁이 남긴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하는 사람들과 그 주변사람들의 가슴 저미는 이야기를 잔잔히 풀어놓아 눈물 없이 읽을 수 없었고, 몇 번을 다시 봐도 흐르는 눈물을 막을 수 없었던 내용이었다.
읽는 내내 할아버지의 깊은 슬픔이 전해져 가슴 저미는 아픔을 같이 느껴봤던 이야기였다.
전쟁으로 인한 한 인간의 잔혹한 비극과 그 속에 품어져 있는 잊을 수 없는 희생과 우정, 그리고 아픔을 이겨나가는 가족의 사랑..... 책을 읽고 난 후 다시금 깨닫게 되는 평화의 소중함까지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