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테가미 쿄코의 추천문 - 카니발 플러스
니시오 이신 지음, VOFAN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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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본 작품은 추리물입니다. 탐정이 등장하여 사건을 파헤치고 범인을 특정해가죠. 흥미로운 점은 탐정의 시각이 아닌 주변 인물이 주인공이 되어 그의 시각으로 탐정을 보조하며 사건을 추리해가는 게 특징입니다. 그래서 명탐정 코난이나 김전일처럼 다이내믹한 풀이는 크게 없습니다. 주로 사건이 터진다-> 탐정이 등장한다(혹은 의뢰한다-> 단서를 모은다-> 그러다 주인공이 의문을 품으면 탐정이 설명한다-> 해결된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죠. 크게 보면 여느 추리물과 비슷한 흐름이긴 합니다만. 작가는 여기서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소재를 기용하죠. 수면을 취하면 직전까지의 기억은 깔끔히 리셋이 되는 "망각 탐정" '오키테가미 쿄코'는 뛰어난 두뇌를 가진 탐정이나 수면을 취하면 직전까지 기억이 지워진다는 특이한 체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사항은 항상 몸에 매직으로 메모를 해두고 있죠. 그녀의 그런 특성 때문에 사건은 하루 만에 해결해야만 하고, 그렇게 해냅니다.

주인공 '오야기리 마모루'는 이번 씨리즈 두 번째 이야기부터 등장합니다. 그는 사설 경비업체 소속 경호원(경비원)으로서 미술관 경호원으로 처음 등장하죠. 어느 그림의 호위를 맡아 자칫 무료할 수밖에 없는 일상을 보내다 3명의 사람을 만나면서 그의 인생에 커다란 전기를 맞이하게 합니다. 첫 번째가 망각 탐정이고 두 번째가 미술에서 천재의 두각을 나타내는 건방진 10살(8살인가) 소년, 그리고 어느 다혈질 노인. 경호원으로서 미술관 손님에게 말을 걸면 안 되는데도 말을 걸은 게 손님으로 온 망각 탐정이고 하필 그녀의 머리색(흰색)으로 인해 노인으로 착각한 게 발단이 되어 앞으로 인생 다이내믹한 경험을 하게 되죠. 두 번째 10살 소년에게 아는 척했다가 쪽팔림을 당하고, 세 번째 노인이 자신이 지키던 그림을 박살 내는데도 말리지 못해 경호원에서 짤리는 비참한 삶을 하루 만에 겪게 됩니다. 그리고 노인으로부터 '너 경호원에서 짤렸지? 잘 되었네, 내 경호원이나 해라'라는 연락을 받습니다.

노인 자기 때문에 짤렸는데 내 경호원이나 하라니. 근데 알고 보니 그는 미술계에서 거물이었고, 노인의 말에 따르면 그림을 부순 건 이유가 있습니다. 근데 주인공 입장에서 나는 왜 잘림?이라는 의문이 들고, 결국 어른들의 사정 때문이라는 기가 찰 노릇만이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었고, 이 상황을 나 혼자면 만끽하기엔 억울했던 주인공은 물귀신 작전으로 탐정(오키테가미 쿄코)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같이 경호원으로 일하자며 꼬드기는데(약간 각색했습니다)... 주인공에게 있어서 인생의 전기를 마련해 주는 3인 중에 두 명(탐정과 노인)이 모였습니다. 그리고 무슨 화학 반응처럼 사건이 일어나죠. 탐정이 가는 길에는 항상 사건이 일어나는 필연을 주인공은 애써 외면하며 탐정과 조사에 들어가는데, 노인이 살던 건물에 일전에 만났던 10살(혹은 8살) 건방진 꼬맹이가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이로써 3인이 다 모였습니다. 꼬맹이는 여기서 무얼 하고 있었나, 노인의 목적은 무엇인가를 밝히는 게 이번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맺으며: 망각 탐정 씨리즈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탐정으로서의 이야기는 평범합니다. 흥미로운 점을 들라면 수면을 취하면 직전까지의 기억이 리셋된다는 것이겠죠. 아주 깔끔하게 잊어버립니다. 여덟 번째(8권) 이야기에서는 주인공에게 매일 처음 뵙겠습니다가 첫인사였죠. 그럼에도 상식은 어느 정도 가지고 있어서 일상생활하는 데는 지장이 없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그녀에게서 잊혀진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하는 그런 감상에 빠지곤 했군요. 어제까지만 해도 깊은 관계였어도 오늘이 되면 깔끔하게 잊어버리는 그녀. 평범한 남자라면 견디지 못하겠죠. 아쉬운 건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해줄 만한 이야기는 들어있지 않습니다. 그녀는 돈에 깐깐하고 패션 센스가 남다르며 언제나 밝은 모습을 보이죠. 누가 의문을 품든 바로 해답을 내놓고, 사건 현장을 처음 접해도 바로 범인을 유추하는 신들린 추리를 보여줍니다. 그런 그녀이기에 수동적이고 냉소적이고 생각이라는 걸 안 하는 주인공을 견딜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군요. 이 작품에서 하나 옥에 티가 있다면 주인공의 성격이군요. 일본 수직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듯, 누가 결정해 주지 않으면 자기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판단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듯 장황하게 독백을 늘어놓는 것들이 잠깐잠깐식이 아닌 장면마다 몇 페이지식으로 풀어 놓다 보니 지루함을 넘어 분노까지 치밀게 합니다. 가령 사건 현장에서 탐정은 긴밀하게 움직이는데 주인공은 멀뚱멀뚱 거린다든지... 8권에서는 이러지 않던데, 차차 나아지는지 두고 봐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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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흉의 버퍼 화술사인 나는 세계 최강 클랜을 이끈다 3 - S Novel+
쟈키 지음, fame 그림, 박정철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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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작가는 주인공의 성격을 '자존심에 얽매인 완벽주의자'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할아버지에게 고단한 수련을 받으며 귀에 딱지 앉을 정도로 들은 말은 '얕보이지 마라'였죠.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사상 최강의 '시커(모험가)'였던 할아버지의 등을 바라보며 커 왔지만 반대로 자신은 시커계에서 무능력이나 다름없는 [화술사]인 그로서는 내면 어딘가에 자격지심 같은 게 있었을 겁니다. 할아버지가 사망할 때 유언으로 남긴 최강이 되어라는, 주인공에게 있어서 내면의 어둠과 맞물려 뒤로 물러서지 못하는 벼랑 같은 인생을 걸어가야만 했을 테죠. 그래서 누군가가 자신을 업신여긴다(무능력자다 같은) 싶으면 그것은 곧 벼랑으로 내모는 것으로 비추어졌을 것이고요. 이것은 자존심으로 연결되고, 주인공에게 있어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다는 건 죽음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 자존심에 상처를 입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상대를 적대자로 낙인찍고, 자신의 잔학성과 공포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작중 어느 캐릭터는 이런 말을 합니다. 공포라는 감정으로 다른 사람을 지배하는 수단에 집착하는 건, 자존심이 세고 다른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클랜을 창설한지 몇 달 되지 않아 제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성장한 주인공과 그의 동료들은 한층 더 올라 기기 위해 고난도 비스트(마물) 사냥에 나섭니다. 사람들은 신생 클랜이고 다들 겉으로 봐서는 초짜나 다름없는 이들이 무모하게 나서는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죠. 하지만 한시바삐 최강이 되어 우매한 민중들을 위에서 내려다보기 위해 혈안이 된 주인공으로서는 무모란 먹는 것에 지나지 않았고, 고생은 동료들에게 맡기고 도전에 나섭니다. 결론적으로 언급해 보자면, 뭐 여기서 꼴까닥 했으면 3권으로 완결 났을 테죠. 참고로 작가의 주인공 버프가 장난 아닙니다. 아무튼 이렇게 한건 해결하면서 이제 제국에서 7개밖에 없다는 '레갈리아'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레갈리아는 시커에게 있어서 꿈의 자리이고, 레갈리아에 선정되면 최강의 호칭과 영웅 반열에 오르게 되죠. 최강이고 싶어 하는 주인공에게 있어서 반드시 쟁취해야 될 목표입니다. 그러나 레갈리아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일단 기존 레갈리아를 끌어내려야 한단 말이죠. 그러기 위해 주인공은 더러운 성격을 총출동 시킵니다.

최강이 되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저지르려는 주인공에게 있어서 선의의 경쟁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애초에 아무리 작가의 버프를 받는다고는 해도 전력 면이나 인지도면에서는 상대 클랜이 압도적이거든요. 그래서 주인공이 선택한 건 공포정치였습니다. 레갈리아에서 끌어 내리고자하는 상대 클랜을 쓰레기로 만들어 사회에서 매장 시키고, 여론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 상대가 주최한 중요 국가사업 발표회에 끼어들어 똥물을 뿌리고 마치 선의를 베푼다는 식으로 손을 내밀어 내가 널 구원해 줄게 식으로 상대의 자존심을 박살 내버리죠. 그런 주인공의 더러운 면을 폭로하려는 기자의 가족과 지인, 친척 등을 인질로 잡아 협박하고 용서를 구하는 기자의 손가락을 잘라 버립니다. 도시의 미디어를 협박으로 장악해서 자신에 대한 안 좋은 소리를 못하게 하고, 귀족을 협박해서 상대를 무너트리기 위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해갑니다. 진짜 주도면밀하게 진행해가죠. 단순히 협박한다고 사람들이 겁을 먹나? 싶겠지만, 사람은 약점이 잡히면 악당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게 되죠. 위 기자처럼 가족을 죽이겠다고 하면 누가 주인공 말을 거부할까요. 이게 정령 청소년물에서 나올 주인공이란 말인가?라는 물음을 수없이 던집니다.

여기에는 사죄의 마음은 없으며, 피해 보상 같은 것도 없습니다. 그저 얕보이면 죽는다는 자격지심밖에 없죠. 그래서 주인공이 공포 정치를 하는 이면엔 겁쟁이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공포를 보여줌으로써 나에게 대들 생각을 못 하게 하는 것, 저 시키가 날 재끼면 어떡하나 같은. 상대를 용서하는 것보다 세상에서 지워버림으로써 걱정을 덜어버리는 길을 선택하죠. 그래서 팬들에겐 죄송하지만 지금의 동료들은 생각이라는 걸 하지 않는 짠따같은 애들 밖에 없기도 하죠. 그저 주인공을 우러러 보고 주인공에게 대들 생각을 안 합니다. 이것은 주인공 성격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죠. 이전 파티에서 파티 공금을 횡령한 동료들을 노예로 팔아버린 일이 되풀이되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할까요. 요컨대 배신을 두려워하는 조직 폭력단 두목 같은 게 주인공이란 말이죠. 어찌 보면 굉장히 처절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강이 되기 위해 무슨 짓이든 그게 살인이든 개의치 않고 저지릅니다. 이제는 그 최강을 위해 자신의 수명까지 악마에게 파는 짓도 서슴지 않죠. 대체 무엇이 주인공을 이렇게 내모는가 하는 측은한 마음이 생길 정도입니다.

맺으며: 그래도 작가는 주인공을 아주 나쁜 놈으로 만들지는 않습니다. 아주 조금이나마 상대를 악당으로 묘사하죠. 겉으로는 선량한 사람이지만 주인공이 정보를 모아 알아보니 뒤로 구린 일을 한다 같은, 주인공에게 명분을 주고자 하는 게 느껴지죠. 하지만 주인공이 워낙 악당 같은 짓을 하다 보니 희석되고, 주인공이 활약할수록 주인공은 더욱 악당이 되어가는 그런 모양새를 띕니다. 가령 상대가 범법 행위를 한 것에 처치 명분을 잡으면서, 주인공도 선량한 기자들이나 귀족들을 협박한다는 것이죠.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꼴이라고 할까요. 뭐 이런 게 이 작품 주인공의 아이덴티티겠죠. 한 번쯤은 주인공이 악당인 것도 괜찮을 것입니다. 문제는 작가가 복선 없이, 사전 작업 없이 즉흥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서 황당한 부분이 꽤 많습니다. 가령 적과 싸울 때 사전에 그걸 유추할 수 있는 복선 없이 비장의 패를 꺼내든다는 것입니다. 이기지 못할 거 같은 비스트(마물)과의 싸움에서 뜬금없이 능력을 써댄다든가, 총에 사전 작업하는 걸 보여주지도 않았으면서 마치 미리 준비한 것인 양 총을 폭발하게 해서 상황을 유리하게 만드는 부분들은 다소 당황스러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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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19 - S Novel
오모리 후지노 지음, 야스다 스즈히토 그림, 김민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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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아폴론 파밀리아, 이슈타르 파밀리아를 격침 시키고, 이제는 로키 파밀라아와 더블어 오라리오 양대 산맥이라 일컬어지는 프레이야 파밀리아까지 침몰 시켰습니다. 사실 이런 흐름은 주인공 버프일 수는 있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은 오라리오에서 비호감을 받는 파밀리아들이라 할 수 있죠. 그러니까 모난 돌이 정을 맞고, 튀어나온 못이 망치를 맞는다는 격언이 딱 들어맞은 꼴입니다만, 이들과의 전투에서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많은 모험자들과 주민들이 주인공과 헤스티아 파밀리아를 도와주었다"는 것이죠. 자, 여기서부터가 중요한데, 위에 열거한 파밀리아들을 악(惡)에 비유한다면 주인공과 헤스티아 파밀라아는 어디에 해당되느냐인데요. 18권까지는 모험과 만남을 주제로 했다면 19권부터는 그 해답으로 주인공과 헤스티아 파밀리아는 어디로 가야 되는지를 그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神) 헤르메스는 프레이야 파밀리아와의 워게임에서 도와줬다는 걸 구실로 삼아 주인공 벨을 어디론가 대려 갑니다.

몇 년 만에 '학구'가 오라리오로 귀환했습니다. 승선인원 1만 명에 달하는 거대한 학원선(船)의 귀환으로 오라리오는 축제의 분위기에 빠져들죠. 그리고 주인공 벨에게 있어서 인생의 전환점의 시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신(神) 헤르메스에 의해 학구에 강제 입학하게 된 벨은 문제아 반을 이끌며 이들에게 모험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고, 어느 어드바이저의 여동생과 친분을 쌓으며 그녀가 안고 있는 고뇌와 공허함을 해결해 주기 위해 노력하게 되죠. 사실 학구에서의 생활은 여느 이세계 작품들의 계보를 충실히 따라가는 이야기로서 학원에서의 생활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작가도 후기에서 왕도물이자 클리셰라는 걸 인정하고 있기도 하고요. 벨은 신(神) 헤르메스의 장난질로 인해 "정체를 숨기고" 학구에 잠입하다시피 했고, 그로 인해 힘을 숨길 수밖에 없게 되었죠. 레벨 1 쩌리가 되어 학구의 문제아반을 이끌고 던전에 들어가지만 이들의 폭주로 인해 던전 공략은 대환장 파티가 되어 갑니다. 결국 초점은 학원 생활보다 문제아반을 이끌며 던전 공략에 집중하게 되죠.

자, 그럼 벨에게 있어서 무엇이 인생의 전환점이냐. 그것은 "넓은 시야" 오라리오와 던전이라는 좁은 우물에서 벗어나 세계를 돌아다니는 학구에서 배우고 익히고 경험하며 보다 넓은 세계로 시야를 넓혀간다. 문제아반을 이끌며 벨은 보다 효율적으로 던전을 공략하는 방법을 알아가고, 아이들을 규합하는 방법 등을 알아가죠. 그동안 체력적 성장을 다뤘다면, 지금부터는 정신적 성장을 다루기 시작합니다. 그럼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영웅'으로 가는 길. 신(神) 헤르메스는 하계에 영웅이 태어나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벨의 시야를 넓게 해주기 위해 학구에 강제 입학 시켜버리죠. 이미 헤르메스는 오래전부터 영웅을 갈구해왔기도 하고요. 그렇담 영웅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인망과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카리스마죠. 인망은 3곳의 파밀리아와의 전투에서 입증이 되었고, 이제 카리스마만 챙기면 되는데, 그것이 문제아반을 개선 시키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합니다. 요컨대 본 작품에서 영웅은 태어나는 게 아닌 만들어지는 이야기라고 할까요.

그리고 새로운 히로인. 어느 길드원 어드바이저의 여동생은 언니의 그림자를 쫓고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언니와 비교 당하기 일쑤였고 태어나자마자 생이별하듯 떠나간 언니의 발자취를 쫓아 언니가 거쳐 갔던 곳을 지나가려 하죠. 그런데 그럴수록 공허함은 커져가고 나의 존재 의의가 무엇인지, 자신감을 잃어갑니다. 마음에 병이 생겨가고 인생이 재미 없어집니다. 그럴 때 필요한 게 주인공의 품, 처음에는 편입학한 주인공을 보살펴주는 역할을 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벨은 믿음직스러운 오빠가 되어 있었습니다. 학점 이수에 필요한 던전 공략하러 갔다가 죽을 위기에 처했던 자신을 구해주고, 힘숨찐이면서도 잘난 채 하거나 못돼 게 굴지 않는 상냥한 주인공에게 점차 마음을 빼앗겨 가죠. 참고로 이 히로인 나이 13세입니다. 일본은 아청법 없나요? 주인공 벨은 14세 촉법소년이니까 괜찮나? 아무튼 마음에 병을 앓아가는 히로인도 다독여주는 것도 영웅이 할 일이겠죠. 근데 이거 잘못하면 자매(언니도 유명 히로인) 어쩌구가 될 텐데...

맺으며: 메인 히로인으로 치고 올라오는 '류'는 이제 감정을 숨길 생각도 없이 장소를 고를 생각도 없이 고백을 해대는 통에 수라장을 연출하고, 어느 어드바이저는 언제 고백할까(분위기상 그렇다는 뜻) 간 보는 중이고, 그럴 때마다 릴리와 헤스티아는 광분하고, 어느 여신은 떠날 거처럼 포장 해놓고 종업원으로 위장 취업했던 주점에 돌아가서 난 아무것도 몰라 시전 중인데 이게 제일 골때렸군요(필자의 각색이 좀 들어갔음). 그 여신의 수행원(회른)은 부엌칼을 꺼내서 경쟁자 제거에 나서려 하는 등 주인공 벨은 아마 곱게 죽지는 못할 듯하군요. 그리고 본편 초반부터 많은 분들이 바랐던 '류'의 헤스티아 파밀리아로의 이적 관련도 마무리됩니다. 벨에게 향하는 마음이 이제 위험수위에 다다른 그녀이기에 다른 결말은 있을 수 없겠죠. 그리고 이번 19권에서의 아청 소녀 히로인도 단숨에 류 못지않은 호감도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만난 지 10여 일도 되지 않았는데, 요즘 애들은 참 조숙하네요. 마지막으로 본편 19권을 읽기 전에 아스트레아 레코드 3권이 먼저 나왔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게임으로 먼저 접했던 분들은 아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스트레아 레코드와 19권은 연결점이 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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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레아 레코드 2 : 정의실추 -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영웅담, S Novel
오모리 후지노 지음, 카카게 그림, 김민재 옮김, 야스다 스즈히토 캐릭터 원안 / ㈜소미미디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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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번 외전은 과거 오라리오를 피로 물들였던 죽음의 7일간에 있었던 일들을 '류'와 그녀가 속한 아스트레아 파밀리아의 시각에서 풀어 가는 이야기입니다. 이때는 이블스와 사신(死神)의 침공으로 오라리오는 미증유의 대혼란의 겪는 시기였죠. 이에 천성적으로 정의감이 강했고, 정의를 관장하는 여신 아스트레아 파밀리아에 속하게 되면서 류는 더욱 강박증에 가까운 행동을 보이게 됩니다. 그녀는 정의감에 너무 충실하여 사람들을 구하려 몸을 사리지 않은 걸 당연시했으며, 자신만의 선(善)에 선(線)을 그어 놓고 그 선에서 벗어나면 그것은 잘못되었다며 히스테릭에 가까운 의문(그것이 옳은 것인가)을 던지곤 하였습니다. 그것이 1권에서 친우의 죽음을 겪고, 2권에서 이블스의 공격에서 자신들(주민들)을 구해주려는 모험가들에게 고맙다 하기는커녕 왜 진작에 구해주지 않았냐는 매도의 말을 들으면서 정의란 무엇인지 헷갈려 하기 시작하죠. 아무리 노력해도 사람은 죽어 나가고, 구해주려는 자의 말을 고집스럽게 듣지도 않은 채, 자기가 죽을 위험에 처하자 책임 전가식 매도의 말을 듣는다면 당사자의 마음은 어떻게 될까요.가 이번 2권의 주제입니다.

이블스에 의해 포위당한 오라리오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아갑니다. 주민들은 자신들을 안전한 곳으로 유도하려는 모험가들의 말을 고집스럽게 듣지 않았고, 그 틈을 찔러 자폭 공격 해오는 이블스들에 의해 주민들과 모험가들은 속수무책으로 죽음을 맞아갑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로키 파밀리아와 프레이야 파밀리아에 대항하기 위해 레벨 7짜리 모험가 둘을 이블스에 가담시킨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흑룡 토벌에 실패하여 공중분해된 제우스 파밀리아와 헤라 파밀리아에 속한 자들이죠. 당시에는 오탈이 레벨 6쯤에 해당할 뿐 이외에는 고만고만한 시기였으니 레벨 7의 공포는 이루 말할 수 없게 됩니다. 지금의 오라리오로써는 어찌할 수 없는 이들의 투입은 단순히 악당들은 강하고 정의는 약하다, 약한 정의가 강한 악에 맞서 싸우게 하는 클리셰로 치부될 수 있겠습니다만, 이들의 목적은 따로 있다고 넌지시 복선을 깔고 있으니 이점을 잘 찾아 읽는 것이 이번 외전의 흥미도 유무를 판가름하지 않을까 싶군요. 아무튼 레벨 7로 인해 로키 파밀리아는 걸레짝이 되어가고, 한번 패배한 오탈은 짧은 시간에 수련한다고 동료들을 쥐잡듯이 합니다.

당연하게도 류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어서인지 그녀에 관한 이야기가 제법 들어가 있습니다. 그녀는 정의가 무엇인지 답을 찾아 방황하고, 마음이 망가져갈 때 사신은 달콤한 말로 그녀의 마음에 침투합니다. 주민들은 살 곳을 잃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며 마음이 닳아갑니다. 그 울분을 토할 곳을 찾은 게 자신들을 도와주는 모험가들이고, 모든 잘못을 모험가들에게 전가하며 모험가들을 고립시켜 가죠. 이블스와 사신은 그 분위기에 편승해 분란을 조장하고, 그럴수록 류는 친우를 잃은 상실감이 더해져 정의감을 잃어 가고 감정이 소모되어 갑니다. 아무도 그녀가 지금 품고 있는 정의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주지 않습니다. 정의란 무엇인가. 2권에서는 줄곧 이 물음을 사신의 입을 통해 던집니다. 사람들을 구하는 것? 올바른 일을 하는 것? 올바른 일이란 게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사신은 두 가지 길을 그녀에게 제시합니다. 한 사람을 구할 것인가, 여러 사람을 구할 것인가. 정의는 소(小)를 희생하고 대(大)를 구하는 것인가? 류는 어떤 대답을 내놓을까, 헤르메스 파밀리아의 '아스피'는 이블스의 공격을 받아 죽어가면서 그녀(류)에 대한 노래를 입에 담습니다.

죽음의 7일간, 6일째. 이미 본편에서는 과거가 되어버린 아스트레아 파밀리아의 최후가 다가옵니다. 정의를 위해 레벨 2짜리들이 레벨 7에 대항하며 지렁이도 밟히면 꿈틀 거린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정의는 굴복하지 않는 것, 희망을 잃지 않는 것, 그리고 믿는 것. 그렇기에 그녀들에게 있어서 희망은... 이야기 내내 그녀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직감하는 듯한 모습들을 보입니다. 일명 플래그라고 하죠. 류는 정신이 흐릿해지는 괴정에서 정의란 무엇인지를 아스피의 노래에서 찾아냅니다. 모두가 죽어가고, 모두가 힘을 내고, 짓밟히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찾아낸 단 하나의 감정. 그리고 날짜는 6일째가 됩니다. 사신이 진정으로 뭘 하려는지 밝혀지면서 오라리오에 진짜 위기가 찾아오죠. 그리고 아스트레아 파밀리아도 예정된 운명을 따르기 시작합니다.

맺으며: 사실 아스트레아 레코드는 또 다른 외전인 소드오라토리아의 비기닝쯤 된다 할 수 있습니다. 소드오라토리아의 주된 이야기가 이블스 잔당 소탕과 아이즈의 태생에 관련된 이야기죠. 이번 2권에서 아이즈에 관한 단서가 새롭게 드러납니다. 던전에 관한 복선도 나오고요. 그로 인해 레벨 7 '아르피아'와 '자르드'가 왜 이블스에 가담하고 있는지도 조금은 알게 되죠. 1권은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아 1권에서도 복선이 나왔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작가가 악을 표현하는 것에서 상당한 리얼리티를 보여줍니다. 에덴의 동산에서 이브에게 선악과를 먹인 뱀처럼, 사신은 악과 정의는 표리일체라는 달콤한 말들을 들먹이며 류를 꼬시는 장면은 소름이 다 돋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어린 아이즈의 뽀족한 모습도 볼 수 있고, 아직 상식이 부족한 그녀를 가르치는 자상한 엄마 같은 리베리아도 인상적입니다. 헤르메스 파밀리아의 아스피는 이때부터 고생이란 고생을 다 하고 있었군요. 어린 나이에 단장의 자리를 물려받고, 이블스의 공격에 파밀리아를 규합하고 주민들을 구하고자 하지만 미숙한 그녀에겐 큰 짐으로 다가오죠. 그러나 누구도 이루지 못한 망가진 류를 정신 차리게 하면서 사태의 전환점을 맞게 하는 아주 중요한 키포인트가 되는 게 후반 흥미 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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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탄의 망령은 은퇴하고 싶다 6 - ~최약 헌터에 의한 최강 파티 육성술~, S Novel+
츠키카게 지음, 치코 그림,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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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황제가 주최하는 백검 모임에 초대되었지만 가봐야 쭈구리 신세에 부담만 지울 거 같아 바캉스라 쓰고 도주했던 주인공은 느긋하게 온천을 즐기고 돌아와 보니 모임이 3일 후로 연기되었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듣습니다. 이번 6권은 결국 모임에 참석하게 되고 나아가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황제 호위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세계 무능 먼처킨처럼 무능이지만 무능이 아닌 여느 주인공과 달리 본 작품의 주인공은 글자 그대로 능력이라곤 개뿔도 없죠. 아무리 무능력이라도 결국 이야기가 진행되면 주인공만의 능력을 발휘해서 결국 먼치킨이 되어가곤 하는데 이 작품은 그런 거 없습니다. 진짜 한결같아서 이거 하나만은 높은 점수를 줄만 하죠. 그런 주인공에게 황제 호위라는 특명이 내려졌으니 이번에야말로 토하는 걸로 끝나지 않게 생겼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난관에 봉착하면 허세와 운빨과 주변의 착각으로 어떻게든 사태를 해결 해나가는 게 이 작품만의 흥미 포인트입니다.

그리고 이런 모임 이야기가 나오면 따라붙는 것이 황제 암살이죠. 철통같은 경비를 뚫고 황제를 시해하려는 자가 나타나고 그걸 우연찮게 주인공이 제지하면서 황제의 눈에 들어 호위로 발탁된다는 솔직히 클리셰 중 클리셰입니다만, 본 작품에서의 주인공은 그걸 의도한 것도 바란 것도 아니었죠. 언동과 행동으로 인해, 즉 인과 관계가 겹쳐져서... 같은 어려운 말은 접어두고 그냥 왕녀에게 몹쓸 짓(?) 하다가 우연찮게 시해를 막게 된, 주인공 의도와는 완전 반대로 가는 사태가 벌어지죠. 주인공은 그저 농땡이 부리고 방에서 뒹굴뒹굴 거리고 케익이나 먹으러 가고 싶은 인생 파탄자 거든요. 그러니 이 사태가 달가울 리 없죠. 이것도 클리셰라면 클리세일 수는 있으나 호위로 발탁되었다고 해도 의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적당적당히 남에게 다 떠넘기려 기회만 엿보고 실제로 위기가 찾아오지만 하는 건 없습니다. 그저 운빨로 사태가 해결될 뿐. 그렇게 국제회의 장소로 출발은 했는데, 이 암살 사건은 현재 진행형이란 말씀.

입만 열었다 하면 도발이 되고, 배려하는 말은 상대의 약점을 건드려 욱하게 만들고, 내가(주인공이) 알지도 못하는 일을 질문해오니 회피하려 했던 말은 복선이 되어 사태로 번지고, 그러다 보니 주변으로부터 네놈 뭔가 숨기고 있는 거 아니냐는 욕설 듣는 건 기본. 진짜로 뭔가 일이 터지면 주인공이 숨겨서 이렇게 된 거라 주변이 착각하고 주인공은 이걸 바로 잡지 않으니 걸어 다니는 역병신(疫病神, 역 한자가 염병할 염으로 주인공과 딱 어울림) 취급 당하기 일수. 단순히 역병신 취급으로 끝나면 다행이지, 이제 보면 도시에서 혼자 걸어 다니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적을 양산해서라는 느낌을 들게 하죠. 주인공이 뭔 말을 했다 하면 그걸 들은 당사자는 무슨 인과인지 개고생 하게 되거든요(그 대표적인 캐릭터가 티노). 이번 6권을 예로 들면, 같이 호위로 나선 '크류스'라는 판타지로 치면 엘프녀가 주인공에 휘둘려서 죽다가 살아나고, 또 다른 호위 동료는 주인공의 역병신 행동에 몸 져 누워 버립니다.

이렇듯 회의 장소로 가는 내내 주인공이 내뱉은 말 때문에 소동에 휘말려 가죠. 거기에 범죄 조직이 끼는 건 덤. 황제 측근은 이 역병신 놈을 죽일 수도 없고, 철저하게 대비를 하지만 주인공의 역병신 레벨은 그것을 초월해버리고 맙니다. 문제는 이 사태를 일으킨 주인공이 자신이 내뱉은 말을 곱씹으며 대비를 하면 그나마 나은데, 그걸 상대가 오롯이 떠안게 되니까 좋을 리 없고, 이걸 알리도 이해하지도 못하는 주인공은 상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지는데도 너 님 왜 그래? 같은, 남의 일처럼 대하니까, 거기에 너 실력이 없어서 이렇게 된 걸 왜 나한테 이럼? 같은, 남에게 떠넘기고 책임을 전가해버리니 상대는 미치고 졸도한다는 것이죠. 이렇게 성격 파탄자이면서도 운빨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사태는 주인공이 지금을 회피하기 위해 아무렇게나 내뱉은 말대로 풀려간다는 것에서 질이 더 안 좋습니다. 상대 입장에서 보면 천하의 dog 쌍놈이면서도 사태를 해결하고 원래의 임무를 마치니 뭐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죠. 이게 더 열받는...

맺으며: 본 작품은 착각물입니다. 주인공은 궁지에 몰린 지금을 회피하기 위해 아무렇지 않게 말을 내뱉고, 상대는 그 말에 큰 의미를 부여해버리죠. 그리고 성질 고약하게 진의가 불분명한 회피성 말은 현실이 되고요. 거기에 주변은 휘말려 고생하게 되고, 당연히 고생을 했으니 친구가 될 리도 없게 되죠. 사실 겉으로 보나 속으로 보나 주인공은 쭉정이 종이 인형인 걸 빤히 아는데도 그의 레벨 8에 낚여 설마설마하다가 사람 잡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이건 사실 주인공 동료들이 그를 리더로 추대하고 실적으로 나눠줌으로써 당대 내로라하는 영웅(가짜)으로 만들어버린 결과이기도 합니다. 주인공은 도망가고 싶은데 도망도 못 가는 어쩌면 이 작품 최대 피해자죠. 일반인보다 못한 능력과 사고력은 마을 사람 A보다 못한 행동력을 보여주고 레벨 8이라는 인식과 맞물려 괴리감을 발생하게 함으로서 주변을 혼돈의 도가니로 만들어 버리니 이보다 역병신이 또 있을까 싶죠. 그래서 대갚음해 주기 식 남에게 다 떠넘기고, 고생한 사람에게 사이코패스적인 말을 늘어놓아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물론 주인공은 이걸 의도해서 그러는 게 아니다 보니 주변은 더 미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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