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여행 7 - S Novel+
시라이시 죠우기 지음, 아즈루 그림, 이신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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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게 돈이다. 한자리에 머물러 살아도 들어가는 게 돈인데 하물며 여행 중일 때는 더 많은 돈이 필요할 것이다. 애초에 마녀니까 모험가처럼 의뢰를 받아 처리해주면 어느 정도 돈벌이는 될 테지만 돈이라는 게 있으면 있을수록 좋은 거라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래서 동화 한 개짜리 조화(가짜 꽃)를 도매점에서 떼와 금화 1개에 내다 파는 사기꾼 같은 짓을 저질러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밥은 먹어야 하고, 잠은 지붕이 있는 곳에서 자야 건강을 챙기는 것이기에. 이 작품의 주인공이자 히로인인 '일레이나'는 마녀가 된 이후 줄곧 세상을 여행하며 이런 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세상은 자선 사업으로는 살아가지 못한다. 일을 했으면 돈을 받는 건 당연한 것이기에 공짜 노동은 누구보다 싫어한다. 하지만 세상 모든 사람이 돈을 가진 건 아니다. 사람들은 마녀를 보면 도와 달라고 한다. 하지만 돈에 깐깐한 일레이나는 일언지하에 거절하기도 하고, 끈질긴 사람은 척추를 접어 버릴까 보다 하며 흉흉한 생각을 가지기도 한다. 이전 이야기에서 그녀의 어록 중 하나가 "반으로 접히고 싶으세요?"다. 그런 그녀가 이번 이야기에서는 자선 사업을 많이 하게 된다. 아무래도 뒤에서 칼 맞기는 싫었겠지. 짝퉁 마녀를 만나 도적들을 소통하러 가서 짝퉁에게 엄청 휘둘리는 모습은 유쾌하기 짝이 없다.


보통 같으면 일언지하에 거절했을 일을 왜 도와주는 걸까. 마녀를 동경하는 어떤 소녀의 우쭐한 모습에 그만 흥미가 돋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거만하게 조수로 써주겠다느니 날 도와줄 수 있게 기회를 준다느니 허무맹랑한 소녀의 행동에 일레이나는 늪에 빠지듯 휘둘려 가는데, 일레이나는 마녀가 되고 싶어도 되지 못하는 소녀가 안타까웠을 수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장점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마녀를 동경하는 소녀는 마법에 소질이 없다. 그럼에도 마녀를 동경해서 코스프레로 치장하고 세계를 여행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닐 것이다. 사람은 자기 주제에 맞게 살아가야 한다. 소녀는 도적을 퇴치하면서 자기 주제가 뭔지 알아간다.


때론 돈을 위해 아무렇게나 의뢰를 받았다가 낭패를 보기도 한다. 세상의 진실 따윈 알고 싶지 않은 일도 알아가게 된다. 사람을 찾아 달라는 의뢰를 받아 폐촌으로 향했던 일레이나는 의뢰주의 추악한 이면을 보게 된다. 평화적으로 이용하겠다며 마법사들을 속여 전쟁에 이용했던 의뢰주는 전쟁이 끝나자 마법사들을 내쫓아 버린다. 토사구팽이라는 거다. 그래놓고서는 다시 전쟁이 발발하자 이 마법사들을 불러들이려고 하는, 이 작품은 동화 같으면서도 때때로 잔혹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이 마법사들에게 선택권은 없다. 의뢰주는 강경책까지 준비하던 차에 일레이나에게 이들의 소환을 의뢰한다.


여기서 시사하는 건 일레이나는 의뢰주를 배신할 것인가 아니면 눈 감고 의뢰주의 부탁을 들어줄 것이냐다. 이것은 업계의 신뢰의 문제이기도 하다. 일레이나는 마법사들을 만나 그들에게서 의뢰주의 추악한 이면을 듣게 된다. 마법사들은 선량한 사람들로 자기들의 능력이 전쟁이 이용될지 몰랐다고 한다. 그저 어디에나 있을 평범한 사람들이다. 자신들의 능력을 없애면 의뢰주는 다시는 자신들을 찾지 않을 것이라고 할 정도로 순진한 사람들이다. 일레이나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신뢰를 해치지 않고 서로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일레이나는 이런 번거로운 일은 싫어한다.


그리고 이번 7권의 최대 하이라이트, 잠에서 깨어난 고룡(古龍)의 이야기다. 400년간 봉인에서 깨어나 세상 밖으로 나온 고룡이 자신이 안심하고 잘 수 있는 자리를 찾기 위한 여정을 그리고 있다. 마치 미운 오리 새끼처럼 무리에서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다 있을 곳을 찾아 세상 밖으로 나왔다 겁에 질린 사람들로 인해 배척 당하고 마녀에 의해 쓸쓸히 봉인되어가는 이야기를 담담히 그리고 있다. 그렇게 400년간 봉인의 끝에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여전히 있을 곳은 없다. 일레이나는 고룡과 마주한다. 고룡은 배가 고파 쓰러진다. 그렇게 일레이나는 고룡에 휘둘리는 나날을 보내게 된다.


일레이나는 이번 이야기에서 고생을 많이 한다. 그냥 언제나처럼 내버려 두고 가면 될 일을 마지못해 손을 내민다. 수전노 일레이나가 어쩐 일인지 고룡이 입을 옷을 사주고 밥을 먹여 준다. 아마도 혼자라는 쓸쓸함을 이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활달한 고룡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자신을 봉인한 마녀를 찾는다. 하지만 마녀는 400년이나 살지 못한다. 마녀의 흔적을 쫓으며 여전히 자신이 있을 곳은 없다는 걸 고룡은 깨달아 간다. 그저 나는 있을 곳이 필요했을 뿐인데 모습이 다르다는 이유로 동족에게서도 인간들에게서도 배척을 당하는 모습이 여간 짠한 게 아니다.


고룡은 왜 마녀를 찾고자 했고, 마녀는 왜 400년 전에 고룡을 봉인할 수밖에 없었는가. 인연은 400년 전부터 시작되었다는 걸 잔잔하고 개그스럽게 엮어간다. 모습이 다르다고, 나와 다르다고 배척 당한 건 고룡만이 아니었다. 사실은 그저 곁에 있고 싶었을 뿐인데 모두에게서 배척 당하고 있던 건 고룡만이 아니었다. 마녀와 고룡은 서로의 본질을 본 것일까 하는 의미 있는 물음을 던진다. 400년 후 인간의 모습이 된 고룡은 인간의 틈새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세상 물정이라고는 하나도 몰라서 일레이나에게 기대기만 했던 고룡. 그런 고룡을 이끌고 일레이나는 어떤 도시의 고서점에 들린다. 그 고서점의 주인은...


이렇게 이 작품은 옴니버스식으로 진행이 된다. 하나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는 이야기를 여러 개 엮여 있다. 동화 같은 이야기와 기묘한 이야기도 있고, 때론 가슴 먹먹하게 만들기도 한다. 머리와 정신이 사차원인 사람이 등장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일레이나의 어머니가 이야기를 이끌어 가기도 하고, 그런 이야기가 엮이고 엮여 일레이나와도 인연이 닿는 그런 이야기다. 자기애가 강하고 돈이 안 되는 일은 못 본척하는 현실적인 이야기도 들어 있지만 어쨌거나 결국 도와주고 마는 심성 착한 마녀의 이야기다. 


맺으며: 백합이 횡행하는 작품이다. 이전부터 그냥 대놓고 백합의 길로 가는 작가의 능력이 좋다고 할까. 아무튼 권선징악형이라기보다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이끌어가는 그런 이야기다. 잔잔하면서도 때론 섬뜩한 시리어스가 있다. 이번에 사람 잡아먹는 이야기도 들어가 있다. 그래서 일레이나는 당분간 고기를 못 먹는 거 같았고. 은근히 패러디도 있다. 명탐정 코x 같은 거라든지, 과거를 오가는 이야기라든지. 돈만 되면 뭐든지 파는 일본 엔터테인먼트를 교묘히 비꼬는 듯한 그런 이야기도 들어 있는 게 입에 착착 맞다. 아무튼 개그물에 어울리지 않게 고룡의 이야기는 가슴 먹먹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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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F급 관심용사 2 - V+
파르나르 지음, 아야미 그림 / 길찾기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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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치 10년이라는 시간을 이세계에서 마왕을 무찌르기 위해 보냈다. 이세계에 환상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유유자적 혹은 신이 나서 살아갔을 시간이지만 이세계에 소환되는 멍청이는 사회 부적응자들 뿐이라고 여기는 이 작품의 주인공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 생사람 잡아와서 고생 시키는데 지원이라던지 우대를 해줬다면 덜 억울할 테지. 그딴 거 없다. 수세식 화장실도 없고, 위생이라곤 땅바닥에 널린 게 똥 천지인 이세계에서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동료들에게 휘둘려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고 다녔으니 그 원한은 어찌 헤아릴 수 있겠나.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일부러 어렵게 가서 개고생 시키지, 정의롭게 나서서 사건을 해결해줘놓고 뒤처리는 나 몰라라 하는 통에 가령 범죄자에게서 사람 구해줬으면 보복 안 당하게 범죄자를 격리 시키거나 없애거나 해야 함에도 하지 않아 보복 당하는 걸 주인공이 다 해결해줘야 하는 그런 세계라면 부처라도 수라가 되지 않을까.


그렇다고 마왕을 무찌르면 세계가 평화로워지나? 주인공은 2회차에서 이세계의 시스템을 알게 된다. 정상적인 세계가 아닌 인위적인 설계로 자칭 교육위원회의 교사들에 의해 입맛대로 세계가 재편된다는걸. 요컨대 이거다. "실미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교사(교관)의 마음에 들어야 졸업(제대)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세계는 똥으로 가득 차 있다. 이세계 소환되는 사람들을 사회 부적응자로 여기고(이게 참 현실적임) 이세계 모든 게 마음에 안 드는 주인공으로서는 시키는 데로 곱게 할 입장이 아닌 것이다. 삐뚤어질 테다. 그래서 1회차 때 마왕 목전에서 동료들을 도륙하고 마왕을 혼자 무찔렀더니 인성 F 떠서 유급된다. 교사(교관)들이 바라는 건 하나다. 우리(교사)들이 시키는 데로 해라. 교사들이 바라는 건 하나다. "사랑과 우정을 그대에게" 마지못해 2회차 때부터 시키는 대로 했다? 인성이 최소 A등급 뜨게 나름대로 날조도 하고 선동도 하고 해서 왕국을 내 편으로 만들었고, 제비 다리 부러트려 치료해주고 박 씨까지 물어오라고 했더니. 돌아오는 건 여전히 인성 등급은 F, 유급


난, 언제 집(지구)으로 가나?가 테마가 된다. 내 10년은 보상받지도 못하고 인정받지도 못하고 동료란 놈들은 인종 차별에 돌다리 놔두고 물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며 강 건너가는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정의라는 사전적 단어를 오해해서 백성들을 도와주는 게 아닌 살육하고 다니는 그들에게 치여 개고생 하고(1회차 이후부터는 상종 안 한다), 교사들은 걸핏하면 재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회귀 시켜서 인생을 리셋해버리니 나라면 어떤 감정을 가질게 될까. 어차피 리셋되는 거 사람을 사람으로 안 보게 되는 건 당연해진다. 사람을 이름은 ABCD가 되고 거슬리는 놈들은 경추 부러지고 허리가 접힌다. 2회차였나 3회차였나 때는 대륙 절반을 초토화 시켜 버리기도 했다. 어차피 리셋되는데 사람 좀 죽었다고 대수가 되지 않는다. 이번에 2권에서는 특히 더 악랄해지는데 용사 페스티벌에 초대되어 최종 3인에게만 주어지는 보상을 노리게 되는데 어차피 이세계에서는 사람을 사람으로 안 보는 주인공 입장에서 용사들이라고 대수랴.


참고로 이세계에서 용사는 주인공만 있는 게 아닌 천치삐까리로 널렸다. 실미도에 관광 온 사람들 마냥 지천에 널린 게 용사고, 특징은 다들 졸업해서 무사히 지구로 갔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인공 '한수'는 더욱 배알이 꼬인다. 난 한다고 했는데도 유급이고, 설렁설렁하는 놈들은 금방 지구로 귀환하고 그러니 차별도 이런 차별도 없다. 그런 연놈들이 페스티벌에 초대되어 하하 호호하고 있으니, 게다가 다들 대신전을 통해 초대되는데 나만 동굴에서 꾀죄죄한 모습으로 초대된다면 이건 악의가 개입했다고 해도 무방하리라. 무튼 교사들의 본심은 용사들끼리 배틀로얄 찍는 것이다. 말이 페스티벌이고 죽으면 원래 세계로 돌아간다지만, 그래서 더 악랄한 것이다. 주인공 한수는 죽어도 못 가니까. 그렇담 남은 건 뭐겠는가. 사실 교사들도 한수가 여느 용사들처럼 어리바리하게 대충 살다가 마왕 쓰러트리고 교사들 입맛대로 살았더라면 지구로 갈 수 있었겠지. 그러나 사회 부적응자가 되기 싫었던 주인공으로서는 달리 선택할 길이 없다.


교사는 물론이고 이세계로 소환한 신(神)에게 악감정이 들지 않을 수 없지. 그래서 온 을 돌아다니며 스킬이란 스킬은 다 주워 먹고 다니고 성검도 주웠다. 그래서 그런가 회귀하면 원래 능력까지 몽땅 리셋되어야 하나 주인공은 그러지 않는다. 회귀 때마다 무쌍을 찍지만 어째 친구는 생기지 않는다. 동료는 생기지만 리셋되면 동료도 사라진다. 지구로 돌아가는 건 더욱 요원해지기만 한다. 그렇게 살다 당도한 용사 페스티벌에서 조차 드디어 인성 FFF급을 달성하고야 만다. 이제 29살 고교생이다. 패러디가 아니라 10대 고교생일 때 소환되었고 1차 10년에 2차부터 지금까지 1년이 흘렀으니 대충 29살 맞을 거다. 아무튼 FFF를 받았으니 다시 회귀를 해야지? 6회차에 접어든다. 이번엔 현지민이라는 콘셉트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세계는 교사들의 입맛대로 설계되는 세계다. 이제 이세계의 시스템을 알게 되었고, 교사들이 바라는 게 뭔지 알아가는 주인공으로써는 더 이상 마음대로 행동하지 않으려 한다.


이번에야말로 졸업을 해야 하는데... 교사 혹은 신(神)을 만나면 비 오는 날 개 패듯 패려고 스킬 등 능력을 잔뜩 올린 게 화근일까. 회귀 때도 레벨은 리셋 돼도 스킬은 리셋되지 않다 보니(온라인 게임 마X노기가 이런 시스템이었지) 레벨이 받쳐주지 않아도 충분히 괴물이 된다. 그렇담 바로 마왕을 무찌르면 인성이 고과에 반영될 틈도 없이 졸업 커트라인에 성공하는 거 아닐까? 바라는 대로 인성이 C가 되면서 커트라인 통과가 되었다. 4회차 땐가 이렇게 바로 마왕성에 쳐들어가 마왕을 무찔렀고 C를 받았다. 그렇담? 결과는 이렇게 6회차에 접어들었다. 주인공 입장에서는 뭐 어쩌라고? 대체 뭐가 문제일까. 이제 희망은 절망이 된다. 주인공이나 독자들에게나. 


주인공 가는 길을 막을 자는 이제 없다. 스킬을 있는 데로 주워 먹어서 상대할 수 있는 존재는 매우 한정적이 된다. 그러고 보니 이 작품의 특징이 위에는 위가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주인공이 강해져도 위는 반드시 있고, 주인공이 강해지면 적도 강해진다는 시스템이다. 그만큼 떨거지들은 개미만도 못하는 파워 인플레가 일어나지만 주인공 입장에서는 알 바 아니다. 어차피 아무리 강해도 주인공이 몇 번 휘두르면 개그물 답지 않게 시리어스적으로 물리적으로 적은 목이 부러진다. 주인공에게 있어서 진짜 적은 교사와 신(神) 뿐이다. 지상에 대적할 상대가 없는 천사조차 상대가 되지 않고 주인공에게 빨대가 꼽혀 마치 드래곤볼의 셀이 사람 빨아먹듯이 쪽쪽 빨릴 뿐이다. 여러 작품 패러디가 들어가 있다더니만 유독 드래곤 볼의 셀처럼 빨대 꼽아 빨아먹는 장면들은 인상에 많이 남는다. 주인공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닌 걸까. 


딴말이지만 라누벨이라는 히로인이 나온다. 처음엔 주인공을 소환한 무녀 역을 맡아 몇 회차까지 주인공을 맞이했고, 1회차 때는 주인공 동료가 되어 마왕 퇴치에 나서기도 했다. 주인공에게 늘 듣는 말은 '귀여운 척하지 마', 이후 회귀 때마다 5회차 빼고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따라다니게 되면서 얘가 뭔가 복선의 줄기인가 하는 느낌을 들게 한다. 그야 줄곧 소환의 원흉인데다 1회차 때 주인공이 10년 동안 고생한 원인의 90%가 라누벨 때문이기도 하고. 그래서 제일 먼저 죽여야 될 원수임에도, 이세계에서 믿는 사람이 거의 없는 주인공이 유독 라누벨 만큼은 어찌하지 못한다는 거다. 걸핏하면 상대의 목을 부러트리는 주인공이 그녀에게 손하나 대지 못한다는 건 뭔가가 있다는 뜻이 아닐까. 이번엔 동생의 포지션이 되어 졸졸 따라다니게 되는데 역시나 대륙을 또 초토화 시키면서도 라누벨 만큼은 죽이지 않는다는 것에서 확신에 가까운 뭔가를 느끼게 해준다. 진짜 정체는 아직 모르겠지만...


맺으며: 1권 때보다는 말빨이 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한글 특유의 말장난이 재미있다. 알게 모르게 여러 작품들의 패러디가 들어가 있어서 찾는 재미도 있고, 가령 드래곤 볼의 셀이 빨대 꼽는 장면을 연상시키는 거라든지. 영화 불가사리처럼 사람을 잡아먹는다던지, 조금은 섬뜩한 장면이 다수 있다. 개그물이면서 공포물에 먼치킨을 결합하면서 자칫 이도 저도 아닌 이야기가 될뻔함에도 작가가 조합에 있어서 일가견이 있다고 할까. 전혀 위화감이 없다. 거기에 적당한 섹드립도 조미료 역할을 해준다. 한편으로는 먼치킨으로서 대적할 상대가 없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이 재미있나? 하는 물음을 던지기도 하는데, 이 작품은 먼치킨은 주가 아닌 부재료일 뿐이고 부조리한 삶을 강요 당하며 그걸 타파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인명경시 부분도 사실 주인공이 좋아서 하는 것보다 시스템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해야 할 것이고. 마지막으로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8점을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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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가 되고 싶다며 도시로 떠났던 딸이 S랭크가 되었다 7 - L Books
모지 카키야 지음, toi8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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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여느 모험물이라면 주인공이 여행을 떠나 성장하여 세계를 주름잡는 영웅호걸이 되어 있어야 되는 게 정석이잖아요. 하지만 여행을 떠난 모두가 영웅호걸이 될까? 예전에 어떤 작품에서 이런 이야기가 있었죠. 마왕의 출현에 용사가 동료들을 모아 마왕성에 쳐들어 갔더니 이미 마왕은 퇴치되고 끝나버린. 사실 용사가 한 명뿐이라면 위험부담이 상당히 큰 세계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면, 용사가 여행 중에 죽어버리면 그 세계는 끝장나 버릴 테니까요. 이에 우리가 흔히 보는 모험물의 용사는 그 세계에 오직 한 명뿐인 용사가 아닌 많고 많은 용사들 중 하나이고, 그 많은 용사들 중 운 좋게도 한 명이 마왕 퇴치에 성공해 부와 명예를 거머지는 게 아닐까 하는 거죠. 그렇담 마왕 퇴치에 실패한 나머지 용사들은 어떻게 될까. 가전제품을 파는 점원이 되었을 수 있고, 콜센터에서 상담원이 되어 있을 수도 있겠죠. 


이 작품에서 마왕 퇴치에 실패한 용사는 '벨그리프'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는 딱히 마을을 떠날 때 마왕을 무찌르러 가는 용사가 아니었습니다. 다들 젊었을 적 치기로 도시로 나가 모험가가 되고자 하는 소년 중에 한 명일 뿐이었죠. 그렇게 도시로 나가 동료들을 만나 파티를 꾸리고 던전에 들어가서 모험을 하는 인생을 살아가나 했습니다. 다들 실력과 용기가 있어서 나름대로 승승장구하는 편이었죠. 그러나 성공한 사람이 있다면 실패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입니다. 누구나 다 성공하면 세상은 참 살기 편해졌을 테죠. 벨그리프는 마왕을 퇴치하진 못했습니다. 동료들은 실력을 키워 저만치 앞서가는데. 마왕성에는 근처도 못 가게 되죠. 어느 날 위험에 빠진 동료를 구하려다 한쪽 다리를 잃게 된 그는 꿈을 접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사람은 잃고 나서야 후회를 한다고 했던가요. 한쪽 다리로는 더 이상 모험을 할 수 없게 되어 벨그리프는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그는 동료들에겐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하지 않았죠. 분명 어린 나이에 나만 이 꼴이라는 것에, 더 이상 모험을 못하는 자신에 화가 났을 수도 있고, 멀쩡한 동료들에게 질투를 했었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무 말없이 그는 고향에 돌아와 농사를 짓고 숲에 버려진 딸을 거둬서 키우며 그렇게 불혹의 나이가 되어 갔더랬죠.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의 마음에 남은 건 그날 아무 말없이 떠나온 죄책감만이 존재하게 됩니다. 자신의 옹졸한 마음 때문에 다른 동료들에게 상처를 주진 않았을지. 그러한 마음이 자꾸만 커져갔던 그는 늙어버린 몸을 채찍질을 하며 동료들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나기로 합니다.


이번 이야기는 벨그리프가 어릴 적 모험을 떠나 자신이 지켜줬던 '퍼시벌'이라는 동료를 찾는 여행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에게 닥친 위험을 간파하고 몸을 던져 지켜준 대가로 다리를 잃어버린. 사이가 좋았던 이들 파티에게 있어서 이 사건은 대단히 큰 트라우마로 다가옵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그렇기에 말도 없이 떠났던 벨그리프에게 못내 아쉬운 마음과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게 된 퍼시벌의 안타까운 마음이 절절히 흐르죠.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대지의 배꼽]이라는 마수가 창궐하는 곳에서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자신을 혹사 시키는 퍼시벌. 자신을 혹사 시키는 이유가 참으로 절절하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벨그리프는 퍼시벌이 거기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기로 하죠. 딸, 안젤린과 딸의 동료들 그리고 이전 사건에서 상봉에 성공한 어릴 적 파티원 카심과 엘프 왕녀 마르그리트도 함께 하기로 합니다.


여행을 떠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설렘은 충분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엔 과거청산이라는 꽤 무거운 주제를 하고 있어서 설렘과는 약간 동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안젤린은 아빠와 같이 모험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고 설레는 것에서 이것만으로도 조금은 흐뭇해지기도 합니다. 약간은 깔보는 무리로 인해 정석적인 전개도 펼쳐지고, 과거에 두고 온 마음은 하나가 아니라는 듯 조금은 나잇값 못하는 풋풋함도 벌어집니다. 약간은 모험 다운 일도 벌어지고, 작가 특유의 표현적이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되어 여행하는 이들 눈앞에 아른거리는 산맥을 그리는 장면에서는 마치 내가 거기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옵니다. 폐촌에서의 하룻밤은 여행의 낭만을 불러오고요. 마적떼에게 쫓길 때는 긴박함이 묻어납니다.


그렇게 긴 여정을 거치며 일행은 드디어 [대지의 배꼽]에 도착합니다.


맺으며: 뭐랄까 몽한적이라고 해야 하나. 마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며 보는 저 멀리 아른거리는 산맥이라든지, 야영하는 분위기라든지, 작가 특유의 자연을 표현하는 부분이라든지, 마치 거기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오는 그런 느낌을 받게 하여 기분을 고양 시키는 그런 게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 큰 이야기는 없음에도 빠져들게 하는 작품이랄까요. 거기에 고양이 수인 밀리엄에 이어 록(Rock, 음악)을 사랑하는 개 수인 '루실'의 등장은 깨알 같은 웃음을 선사하죠. 대사도 록에 비유해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로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은 왠지 귀엽기까지 합니다. 아무튼 딸 안젤린이 주인공임에도 이번 이야기는 아빠 벨그리프를 주인공으로 해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어릴 적 동료 퍼시벌을 만나 그날 있었던 일들을 청산하고 아직도 과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그를 다시 양지로 끌어내는 장면들은 비유가 좀 이상하지만 역동적이면서도 잔잔하게 흘러가는 게 인상적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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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하극상 제4부 귀족원의 자칭 도서위원 8 - 사서가 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V+
카즈키 미야 지음, 시이나 유우 그림, 김봄 옮김 / 길찾기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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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의 책 만들기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면서 성공적으로 궤도에 오른다. 진흙 석판으로 시작해 나무를 깎고 파피루스를 흉내 내 풀을 엮어 조잡한 종이를 만드는 등 이세계에서도 책을 만들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었다. 그러한 각고의 노력 끝에 드디어 나무껍질을 이용해 우리가 아는 종이를 생산하는데 이르렀지만, 그녀의 인생에 좋은 일만 있진 않았다. 귀족급으로 타고난 마력과 더불어 종이가 금보다 비쌌던 이세계에서 종이를 만드는 마인의 가치는 말해 무얼 하랴. 뒤는 안 보고 앞만 보고 달렸던 마인에게 벌을 내리듯, 유괴라는 범죄에 휘말리고 납치되는 마인을 지키려 그녀의 가족은 목숨을 걸었다. 


그녀는 가족이 휘말리고 나서야 현실을 직시하지만 때는 늦게 된다. 아무 힘도 없는 가족을 지키려면 그녀는 죽음을 위장해 헤어질 수밖에 없다는 선고가 내려진다. 그렇게 마인은 가족과 헤어지고 귀족의 양녀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이렇듯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세상이다. 그렇다면 좀 자중하면 좋으련만 오히려 귀족의 양녀가 되어 권력을 손에 넣게 되면서 책 만들기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아이러니가 생긴다. 그렇게 가족과 헤어지고 수년이 흘러 드디어 우리가 아는 종이가 만들어지고 책이라 부를 수 있는 물건도 유통되기 시작한다. 가족과 헤어지면서까지 고집했던 그녀의 책에 대한 사랑은 결국 결실을 보았다고 할까.


이렇게 끝내면 이세계물로서 해피엔딩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왜냐면, 주인공이 바랐던 세상이 이뤄졌으니까. 맨땅에 헤딩하듯 이뤄냈으니 그 감회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그러나 세상 이치에서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작용이 있다면 반작용도 있다는 것이다. 이제까지는 마인의 책 만들기 이야기였다면 지금부터는 그 반동에 대한 이야기다. 비단 책과 종이만이 아니라 머리장식이나 샴푸 등 신문물을 퍼트리면서, '유르겐슈미트'라는 나라에서 여러 영지 순위 중 하위에 머물렀던 '에렌페스트'를 중위권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등 마인의 영향력은 대단히 커지게 된다.


더욱이 나라에 3명 있는 왕자 중 2명하고 안면을 틀게 되는데, 짝사랑하는 여자 한 명 두고 1왕자와 2왕자 사이 자칫 또다시 정변이 일어날지 모르는 극박한 사태에서 2왕자의 편을 들어 정변을 미연에 방지하면서 중앙(왕족)에까지 영향력을 키웠으니 그녀만이 아니라 그녀가 속한 영지 에렌페스트는 범에 날개 달 듯 승승장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3왕자하고는 친구 먹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듯이 반작용은 작용과 같이 세트다. 이세계는 권력이 모른 걸 지배한다. 귀족이 팥으로 메주를 쓴다면 팥이 메주가 되는 세상이다. 평민은 인간으로 취급되지 않으며, 그로 인한 엄격한 위계질서는 말할 것도 없다.


아무튼 여기서 이번 8권의 진위를 잘 살펴야 한다. 그동안 놔두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마인의 고삐를 누가 잡았는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세계에 대한 상식과 귀족에 대한 사고방식을 주입 시켰고, 몸이 허약한 그녀를 위해 약을 만들어 주고 적대 세력으로부터 그녀를 지켜준 존재가 있다. 그녀의 전생을 알고 있고, 그녀가 신문물을 만든다는 주체라는 걸 세상에 알려지지 않게 연막을 뿌렸던 존재. 그리고 교육에 있어서 엄격함을 보여주고, 때론 상냥함으로 아버지를 대신했던 존재. '페르디난드'는 그녀에게 있어서 부모 다음으로 의지하는 존재라 할 수 있다. 사실 페르디난드가 아니었다면 마인은 진작에 죽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의 마인이 있었던 것엔 페르디난드가 존재했기에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민 가족이 죽지 않게 손써줬고, 후원자로서 뒷배로서 그녀가 잘못을 저지르면 커버를 해주고, 그녀를 적대하거나 노리는 자들을 제거도 해줬다. 이번 8권에서는 두 가지의 길이 나뉜다. 하나는 마인의 가치이고, 또 다른 하나는 페르디난드의 가치다. 마인은 앞서 설명했으니 넘어가고, 페르디난드는 귀족계에서 마법적으로든 머리로든 유례없는 실력자다. 음습함으로 정적을 무찌르고, 귀족원(귀족 사관 학교)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는 등 에렌페스트에게 있어서는 이보다 든든한 보디가드가 없다. 반대로 적대 세력에게 있어서는 그만큼 눈에 가시가 된다.


지금 승승장구하는 에렌페스트와 마인을 차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서 마인이 그동안 해왔던 작용의 반작용이 일어난다. 마인의 출현으로 그동안 에렌페스트에세 있어서 은 과일이었던 현 영주의 어머니 베로니카가 실각하고, 독단 전횡을 저질렀던 구 신전장은 하늘나라로 가버렸다. 그동안 베로니카와 구 신전장에 붙어 꿀을 빨던 세력들은 마인의 출현이 달갑지 않을 것이고, 베로니카의 실각으로 권력마저 잃게 되었으니 현 영주(이제 와 쓰지만 현 영주는 마인의 양아버지다)에 대한 불만이 생기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불만 세력 중에 진짜 베기라 할 수 있는, 현 영주의 '누나'도 있다. 누나는 옆 영지 '에렌스바흐'에서 나는 새도 떨어트리는 '실세'다.


자기에게 말도 없이 친애하는 어머니를 실각 시키고 또 친애(도를 넘은 거 같던데)하는 삼촌(구 신정장)을 하늘나라로 보냈으니 누나의 억하심정은 말해 무얼 하리오. 이 모든 중심에는 마인과 페르디난드가 있다. 이 두 연놈을 가만히 두면 화병으로 죽을 판이겠지. 어머니를 실각 시키고 좋아하는 삼촌을 요단강 건너보낸 데다 자기(누나)가 시집간 영지보다 더 잘 살게 되었으니 배알도 꼬이고, 썩은 과일 베로니카의 제례라고 해도 좋은 누나로서는 당연히 두 사람과 에렌페스트를 손보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동안 간간이 복선이 투하되었고, 이제 회수만 남은 상태다. 우선 에렌페스트의 최대 전력인 페르디난드를 제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가 이번 이야기의 핵심이다.


에렌스바흐, 정확히 누나는 에렌페스트를 하찮게 여기며 그동안 꼬봉 역할을 강요해왔다. 그런데 지금 위에서 언급한 꼴이 일어나고 있다. 마인에게서 페르디난드를 떼어 내고, 에렌페스트에서 페르디난드를 떼어낸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에렌페스트는 에렌스바흐가 적대세력이라고 인지는 하고 있지만 대비는 거의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후 불어올 태풍이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게 될 것이고, 마인에게 있어서 슬플 이별을 강요하게 된다. 이 모든 건 마인이 책을 만들기 위해 쫓아다닌 결과다. 책을 만들어도 나대지 말고 조용히 만들었다면 괜찮았겠지만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온 곳을 들쑤시고 다녔으니 눈에 띄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이번 이야기에서 알 수 있는 건 마인과 페르디난드의 마음이다. 수년을 같이 하면서 티격태격하고 알몸도 보여준 사이다. 원래라면 평민인 마인은 페르디난드를 감히 우러러보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이것만 놓고 봐도 페르디난드의 성격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마인은 의붓 오라버니의 약혼자다. 장차 의붓 오라버니가 영주가 되면 그녀는 영주의 제1부인이 된다. 그러니 페르디난드와 맺어지는 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애틋한 마음을 놓고 보면 둘은 누구보다 잘 어울린다. 아직은 그런 마음보단 가족으로서 가족애를 우선시하고 있다. 그것이 좀 안타까운 일이랄까. 이번 이야기를 요약하면 이들 앞에 다리가 놓인다면 그 다리는 오작교가 될 것이다. 만나고 싶어도 만 날 수 없게 되는 연인 사이를 이어주는 오작교, 언젠가 이들도 오작교에서 만날 날을 고대하며 이별을 할 수밖에 없는 그런 이야기다.


맺으며: 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걸 잘 보여주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마인의 상식(사람은 평등)은 현실 지구에 맞춰져 있다 보니 행동도 거기에 맞춰지는 건 당연하게 된다. 그러나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지만 그녀는 로마법을 따르지 않는다. 즉 책임을 지지 않는 마인으로 인해 주변은 늘 뒤처리에 골몰하게 되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에 따른 사람 목숨은 파리 목숨이라는 것도 보여주기도 하고. 하지만 그녀의 행동으로 인해 영지가 발전하는 건 사실이라서 현실적으로 표현하면 불편한 동거라 할 수 있다. 


그녀는 책만 만들 수 있으면 뭐든지 할 것이고, 책을 편안히 읽을 수만 있다면 평민의 삶을 개선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행동하니까 에렌페스트 입장에서는 계륵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이야기는 그런 책임회피가 쌓이고 쌓여서 결국 터져버린 이야기다. 그러나 마인은 반성하지 않는다. 아무튼 다음이 5부 시작인가 했더니 9권이 있다. 9권은 아마 에필로그 같을 테고, 5부부터가 마인이 저질렀던 행동에 대한 반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 


첨언하자면, 이 작품은 이전에도 언급했는데 결코 아기자기한 라노벨 특성에 맞는 작품이 아니다. 마법과 마수 등이 출현하는 판타지 계열의 라노벨 치고 굉장히 무거운 이야기를 다루는 현실적인 작품이다. 귀족과 평민의 관계라든지 세상엔 공짜가 없다는 교훈도 들어 있다. 기본적으로 이세계 전생을 통한 신문물을 퍼트리는 이야기이긴 한데 세계관도 짜임새 있고 캐릭터 개개인의 성격과 지명 등 작가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게 절절히 느껴지는 작품이다. 다만 그걸 온전히 느끼게 해줘야 할 번역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 문맥이 이상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닌, 이걸 주제로 사이트가 개설될 정도인데 개선될 여지는 보이지 않는다. 이전엔 대사가 통째로 누락된 것도 있었다. 이번만 해도 불륜으로 애를 낳은 건지 왕족의 애인지 분간이 안 되는 번역은 정말... 출판사는 독자의 피드백을 뭐라 여기는지 고칠 의향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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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어문 제국 이야기 4 - S Novel+
모치츠키 노조무 지음, Gilse 그림, 현노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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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권및 이번 4권 스포일러 있으니 주의









단두대행을 피하려고 결사의 마음으로 동네방네 쫓아다닌 결과 미래는 바뀌었다. 전생에서 라면이 없으면 빵 먹으면 되지, 빵이 없으면 케이크 먹으면 되지 하며 백성들이 굶어 죽든 말든 내 알 바 아니라고 여겼던 황녀의 비참한 최후. 그런 미래가 다신 일어나선 안된다는 모토로 지방 상인 귀족을 닦달해서 유통망을 개선하고, 돈은 어디서 났는지 모르겠지만 식량도 제법 비축해두었다. 전염병이 시작되는 슬럼가를 밀어 버리고 병원을 세우는 등 청결을 유지하라고 사람들 궁디 차댄 결과 미래에서 가져온 일기가 소멸하면서 드디어 단두대행은 피하게 된 건 좋은데 이 작품은 여기서 끝내야 했다.


3미터짜리 파도를 견뎌냈더니 10미터짜리 쓰나미가 몰려온다. 이전생에서 쿠데타가 일어난 원인은 대외적으로 기근과 전염병에 있다. 근데 실상은 그게 아닌 어둠에서 암약하는 혼돈의 뱀이라는 존재에 의해 나라가 멸망했다는, 쿠데타에 앞장섰던 지방 귀족 나부랭이와 이웃 나라 왕자들은 깜빡 속은 것이다. 미아도 전생하고 나서야 알게 된다. 일단 이번생에서 기근과 식량을 해결했으니 혼돈의 뱀이라는 사교 집단을 잡아 족쳐야 되는데, 미래에서 손녀가 찾아온다. 손녀가 있던 미래는 미아가 기근과 전염병을 해결해서 구데타가 일어나지 않은 세상이다. 근데 구데타가 일어났고 이전생에서 미아가 당했던 일들을 손녀가 당하다가 죽기 직전 과거로 날아오게 된다. 여기까지 놓고 보면 참 스펙터클한 이야기가 분명할 것이다. 


근데 아쉽게도 이 작품은 착각물과 연애물이다. 미아가 미래 단두대행을 피하려고 노력하는 건 어쨌거나 자기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주변에서 보기엔 백성들을 살피는 성녀나 다름없다. 결과적으로 백성들이 잘 사는 세상으로 만드는 것이니까. 그게 그거 아닌가 싶지만 엄연히 차이가 있다. 백성들이 잘 살게 된 건 어디까지나 부산물이니까. 이렇게 하나 일단락 시켰고 이제 혼돈의 뱀이라는 사교를 발본색출해야 하는데, 미아가 전생에서 치렀던 옥고와 단두대의 이면엔 혼돈의 뱀이 존재하고 있었음에도, 미아의 손녀의 미래도 어쩌면 혼돈의 뱀의 사주로 인한 쿠데타일 거라는 그런 급박한 상황일지도 모름에도, 자칫 나라가 멸망 수 있는 중대한 증거물을 수집하고도 어째서 소풍이나 즐기고 앉았나 하는 어이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미아의 성격은 원래 이런 성격이다. 빵이 있고, 케이크가 있고, 미래의 서방님만 있으면 족한 이 작품은 그런 세계관이다. 고로 아포칼립스나 시리어스는 이 작품과 무관하다. 혼돈의 뱀 끄나풀이 붙잡혀도 고문이나 끔찍한 일들은 일어나지 않는다. 장르에 개그도 추가해야 된다고 하면 이 작품의 느낌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오려나. 실상은 미아의 학원 라이프와 인터넷 오프모임으로 바쁘다. 내레이션은 전형적인 일본 개그물이고. 이번에 4권과 5권 악역 영애인 에메랄다의 사주로 미래의 서방님들(이 작품은 역하렘도 겸하고 있다)과 무인도에 놀러 갔다가 갇혀서 고생하게 되는데 대체 이런 이야기가 미래에 무슨 영향이 있나 싶을 정도로 지리멸렬하다. 그렇다고 섬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슨 사건사고가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당췌 이번 4권의 아이덴티티는 무얼까 하는 의문이 떠나질 않는다. 그냥 섬에 갇혀서 하하 호호 해수욕을 즐기고(여기서도 외모 지상주의가 판을 처서 훈남은 미아가 다 차지한다), 밥때가 돼서 풀을 뜯고, 남의 말 안 듣고 땡깡 부리더니 태풍을 만나 동굴에 기어 들어가고, 서바이벌이라면 분위기라도 있지 그딴 건 애초에 기대도 하지 말라는 듯 평범하게 밥을 해 먹고 아침에 일어나 멱을 감는 게 다다. 대체 기본 스토리는 무겁게 깔아 놓고 이렇게 학원 라이프 축에도 끼지 못하는 지리멸렬한 이야기로 꾸며 놓은 이유가 뭘까 싶다. 그래도 끝에 가면 뭔가 있겠지 해서 400여 페이지 되는 걸 끝까지 봤다? 어떨 거 같아요? 5권을 기대하시라 하며 뭔가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었다면 이런 글을 싸지르지도 않는다.


악영 영애를 자처하는 이번 에피소드 서브 히로인인 에메랄다는 그냥 왕국도 아니고 제국이라는 큰 나라에서 단 한 명뿐인 황녀(미아)의 말은 개가 짖나로 치부하고, 황녀를 섬에 가둬서 직접 풀을 뜯어 연명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목숨을 부지할 수 있나 하는 극박한 상황임에도 난 잘못 없는데요? 대체 이 나라의 위계질서는 어디다 팔아먹은 걸까. 애초에 황녀가 하는 일(미아가 학교 세우는 일)을 방해 해놓고, 그 이유가 나랑 놀아주지 않아서라는, 이쯤 오면 이 작품의 분위기가 어떤지 이해할 거라 봅니다. 말이 황족이고 황녀지 위계질서라든지 위기감이라든지 일절 없는 그냥 러브 코미디일 뿐이다. 그래놓고 미래는 암울하게 그려놓은 냉탕 온탕을 적절히 섞는 게 아닌 줏대가 없는 그런 이야기일 뿐이다.


사실 필자의 바람이 이렇게 어긋났다고 해서 이 작품은 졸작인가?라고 한다면 글쎄다. 필자가 그동안 리뷰하면서 놀랐던 건 도저히 사회 통념상 허용되지 않은 작품임에도 좋게 보는 분들이 많았다는 거다. 좋게 풀이하면 픽션은 픽션일 뿐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러브 코미디로서는 괜찮은 작품일 것이다. 이성을 만나 가슴이 콩닥콩닥 하고 수영복을 보여주는 게 창피해서 꼼지락거리고, 그게 이성에 대한 성적인 갈망인지 모르는 풋풋함이 있다. 차라리 이렇게 흘러갔으면 좋았을 텐데 뭐 하러 쿠데타니 혼돈의 뱀이니 같은 걸 집어넣었는지 모르겠다. 이번 4권은 온리 이런 이야기만 들어가 있다. 말은 자신(미아)이 하는 일을 방해한 에메랄다의 꿍꿍이를 살피러 간다고 해놓고 놀기 바쁘다. 아무튼 필자와는 맞지 않다.


근데 손녀 벨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냐. 미래에서 그렇게 고생하고 과거로 왔는데 케어해줄 생각은 안 하고 할머니(미아)는 데이트에 여념이 없다. 이왕 귀엽게 나가려고 했으면 벨을 이용해서 흐뭇함을 연출하면 좋겠는데 그딴  일절 없다. 잊을만하면 얼굴 비춰서 이런 애도 있었나? 하고 알려줄 뿐인 참으로 비정한 세계관이 아닐 수 없다. 


맺으며: 이번 4권은 그야말로 지리멸렬하다. 일본에서 인기가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우리나라에서 정발해주는 소미에서 빠른 정발을 보여주고 있는 걸 보면(소미는 인기 없다 싶으면 알짤 없다) 우리나라에서 어느 정도 인기는 있나 본데 아마도 귀여운 캐릭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이걸 말하고 싶은 게 아니라 일본에서도 어느 정도 인기가 있는지, 일본 현지에서 발매되는 작품들의 고질병이 이거다. 인기가 좀 있으면 질질 끄는 거. 이번 4권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주제로 놓고 설명은 지리멸렬하게 해서 400여 페이 중 300여 페이지만 가도 도저히 읽을 수가 없었다. 즉 이 말은 내용이 없다는 뜻이다.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고 끝나거나 다음 이야기로 넘기는 게 보통인데도 그런 거 없다. 그냥 노는 게 다다. 거기에 내레이션은 일본 개그 프로그램 특유의 그것(저렴함)을 보는 거 같아 몰입에 방해를 준다. 어쨌거나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작품은 졸작인가?는 필자가 정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엔, 필자하고 맞지 않았다. 그뿐. 그래서 필자는 이번 4권을 끝으로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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