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티처 14 - S Novel+
네코 코이치 지음, Nardack 그림,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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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꼬꼬마 '카렌'을 새로운 가족으로 받아들인 주인공 '시리우스' 일행은 대륙 간 왕족들이 집합해서 화합을 다지고 있다는 '생도르'라는 나라에 도착한다. 두 번째 부인인 '리스'의 가족과 처남 '레우스'의 여친(마리나)의 가족도 와 있다길래 인사차 들린 것이다. 그런데 도착해보니 생도르는 현재 왕좌의 게임을 찍고 있다. 그놈의 권력이 뭔지 후계자를 놓고 귀족들이 서로 다투고 있고, 리스의 언니 '리펠'이 연루되어 고초를 겪고 있다 보니 주인공으로서는 처형이 고생하고 있는데 못 본 채 할 수가 없다. 이번 이야기는 완결로 가기 위한 전초전 성격이 강하다. 그동안 여행을 하며 만났던 여러 사람들이 대거 나오고, 그들과 유대를 쌓아 인연을 만들어 두었던 것이 빛을 발하여 대규모 마물의 침공이라는 위기에 봉착하게 된 주인공이 이들의 도움을 받게 된다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도 사실 무능력이다. 속성을 타고나지 않아 어릴 적 많은 괴롭힘을 당해야 했고, 이에 주인공은 굴하지 않고 보란 듯이 기초적인 마법을 승화 시켜 능력을 얻게 된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는 것인데 솔직히 기만하는 성격이 강하다. 이런 작품의 주인공 특징이 마법은 못 쓰지만 마력은 많아서 응용하면 감자로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 수 있듯이 그런 흐름이다. 좋게 말하면 생각과 발상의 차이라 할 수 있고 나쁘게 말하면 이렇게 응용도 못하는 이세계 주민은 똥멍청이라는 소리이기도 하다. 아무튼 응용의 대가인 주인공은 제자들을 훌륭하게 키워냈다. '생도르'는 현재 왕위를 놓고 암운이 감돌고 있다. 이번에 제자들이 큰 활약을 하게 되는데, 그중에 처남 레우스의 활약이 매우 두드러진다. 활약도 활약이지만 그동안 레우스의 고생을 보답하듯이 그에게도 꽃 피는 시절이 도래하게 된다. 


왕좌의 난에 리스의 언니 리펠이 연루된 시점에서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는지라 주인공은 정보를 모아가게 되는데, 나라(생도르)를 어지럽히는 흑막이 있다는 걸 알아낸다. 교묘하게 사람들 틈새에 숨어 뒤에서 공작을 하는 통에 생도르는 쥐약 먹은 쥐처럼 날로 쇠약해져만 가고 있다. 위정자들은 자기 이익만 챙기며 국정은 나 몰라라 하기 일쑤고, 흑막이 꽂아 넣은 배 튀어나온 돼지들이 요직을 차지하면서 나라는 곪을 대로 곪아가고 있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역사인데. 아무튼 이런 불의는 못참지하고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주인공이었다면 오지랖이 엄청난 주인공이라고 폄하해버리려고 했는데 글쎄 흑막이 주인공 세 번째 부인인 '피아'를 인질로 잡아버린다. 역린을 건드리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게다가 피아는 주인공의 아이를 임신 중이다.


피아는 엘프다. 이 작품에서도 엘프는 기나긴 세월을 살아간다. 그걸 알면서도 그녀는 인간인 주인공과 맺어지길 바랐다. 주인공이 수명이 다해 죽어도 그의 아이를 기르며 살아가겠다는 당찬 정신을 소유하고 있다. 아마 주인공으로서는 3명의 부인을 평등하게 대한다지만 피아를 더욱 각별히 대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피아가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에 모두들 제 일처럼 기뻐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만능이 아니다. 지킨다고 두 눈을 부릅뜨고 주위를 살펴도 빈틈은 있기 마련이다. 흑막은 피아를 인질로 잡고 주인공에게 어떤 요구를 한다. 이렇듯 이전에는 이런 스릴러 같은 이야기는 거의 없었는데 작가가 이번에 마음 단단히 먹은 거 같다. 이야기는 웃음기를 빼고 시종일관 진지하게 흘러간다. 위엄을 보여야 할 왕이 보여주는 딸 바보 같은, 체면을 버리고 볼썽사나운 이야기가 많이 줄었다고 할 수 있다.


어쨌거나 이번 이야기에서 특징을 틀라면 생도르 왕족 '줄리아'를 들 수가 있다. 왕녀로서 길을 걷는 것보단 기사로서의 길을 걸으며 올곧은 품성으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다만 칼을 매우 좋아하고 다소 호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에 따라 강자를 만나면 싸워보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 거리게 되고 마침 눈에 띄었던 '레우스'가 그녀의 표적이 된다. 사람은 싸우며 크고 정이 든다고 했던가. 레우스는 수인이라고 차별하지 않고 올곧은 마음으로 칼을 부딪혀오는 그녀가 싫지만은 않다. 그동안 여자 보기를 돌 같이 했던 그에게도 봄날이 찾아온다. 아닌 게 아니라 매형(주인공)은 부인 3명이나 대리고 다니면서 밤마다 알콩달콩 해댄다. 레우스는 바로 곁에서 지켜봐야 했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 슬슬 레우스도 부인을 들여도 될 나이다. 다만 레우스는 그럴 마음이 없다는 것이고.


그리고 일이 터진다. 생도르라는 나라를 붕괴 시키려는 흑막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면서 줄리아의 목숨까지 위협받게 된다. 사나이는 좋아하는 여자든, 우정으로 다진 관계든, 뭐든 상관없이 눈앞에 위기에 처한 사람이 있으면 구해주는 게 도리다. 레우스는 그녀를 구하면서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어떤 것을 같이 구해주게 되는데 남들은 비웃는 그것을 레우스는 비웃지 않는다. 공감능력은 이런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게 참 이번 이야기에서 가장 인성적이다. 이 일로 비로소 줄리아는 함락되어 버린다. 이 부분은 매우 흥미로운데 이 작품에서는 좀처럼 없는 러브 시추에이션을 레우스와 줄리아가 보여준다는 것이다. 주인공과 그의 부인 간 관계는 양방향 통행이면서도 한쪽이 맹목적으로 떠받드는 관계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어딘가 일방통행식 느낌이라면, 레우스와 줄리아는 확실한 양방향 통행이라는 느낌을 받게 한다.


그래서 두 번째 부인인 '마리나'는 어떡하려고라는 물음을 던지게 되고, 마리나와 조우하게 된 레우스는 사면초가에 빠지게 된다. 여기서도 주인공과 그의 부인들 간 보여주지 못했던 살벌한 관계를 이들(레우스와 마리나와 줄리아)을 통해 보여주는데 여간 흥미진진한 게 아니다. 하지만 지지고 볶고 할 시간이 없다고 해야 할지 작가가 이야기 배분에 실패했다고 해야 할지. 흑막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생도르는 전장이 되어 간다. 주인공은 자신의 역린을 건드린 흑막을 때려잡기 위해, 레우스는 졸지에 지킬 사람이 둘이나 되었지만 이 작품은 양성평등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지라 여자라고 후방에서 보호받고 그런 건 없다. 이것도 사실 상당히 흥미로운 요소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저마다의 인물들은 보호받기보단 힘을 길러 어깨를 나란히 해 같이 싸우는 걸 지향한다.


맺으며: 이야기는 15권으로 이어지는데 일본에서 아직 15권이 나오지 않은 듯하다. 이 작품은 사실 뒷 권이 그렇게 기다려지지 않는 편인데 이번 14권에서 작가가 독자들로 하여금 다음이 궁금해지도록 연구한 끝에 발매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제법 충격적인 전개를 엔딩에 깔아놨다. 웃음기를 빼고 전장의 리얼리티를 제법 충실히 재현하고 있으며, 압도적인 적들을 맞이한 사람들의 심리도 잘 표현하고 있다. 저마다 분투를 하며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주인공 일행, 그중에 레우스의 활약은 매우 인상적이다. 하지만 그보다도 작가가 주인공의 허를 찌르는 전개를 엔딩에 심어놔서 독자들로 하여금 제법 충격을 받도록 한 시추에이션은 제법 큰 점수를 줄만 하다. 스포일러라 자세히 언급은 힘들지만 주인공이 지키고 싶었던 사람들은 후방에 있다는 것이고, 지금은 적들을 맞아 전방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이번 14권은 제법 무게감 있게 그려놔서 몰입도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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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이끄는 이세계 여행 10 - L Novel
아즈미 케이 지음, 마츠모토 미츠아키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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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역시나 이 작품도 여느 이세계물 답게 흘러가게 된다. 여신의 눈 밖에 나서 능력 하나 못 받고 세계 끝으로 추방되었지만 지구의 신(神)이 준 능력을 개화 시켜서 나름대로 살 길을 찾게 되는 건 좋다. 물론 시궁창 같은 삶을 언제까지고 영유하라는 것은 불쌍하기도 하고, 이 작품을 보는 이는 우중충한 이야기에 발길을 끊을 수도 있으니 아무리 무능력 추남 주인공이라도 살 길을 모색해줘야 되지 않나 하는 게 이 바닥 계통의 불문율인 걸 어떡하겠나 싶다. 이제 주인공은 무능력을 넘어 마법적인 능력은 없어도 마력 하나만큼은 그 누구도 범접 수 없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보고 있자니 넘쳐나는 마력 하나로 누구는 효율이 나빠서 버린 능력을 주인공이 쓰면 효율적으로 쓰인다는 게 기가 막힐 뿐이다. 사실 그동안 고생을 하긴 했지만 돌이켜보면 생사를 오가는 모험을 했나? 하는 물음을 던진다면 글쎄?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힘든 건 부하들이 다 해주고 있다. 보고 있으니 현장직은 현실이나 픽션이나 힘든 건 매한가지더라.


아무튼 초반엔 고생 좀 하긴 했지만 토모에(드래곤)를 만난 후로는 죽을 만큼 고생을 하고 실패와 좌절을 겪고 일어서는 카타르시스가 전혀 없다. 그런데도 필자는 뭣 때문에 이 작품을 좋게 봤는지 모르겠다. 전체적으로 보면 결국 무능력 주인공이 수련 좀 하더니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먼치킨이 되어 있다는 느낌뿐이다. 수련도 정신수양 좀 했더니 마력이 뻥튀기 되더란다. 주인공에게 있어서 마력은 곧 힘의 지표다. 이 마력을 이용해 남들은 몇 분 못 펴는 방어막도 주인공이라면 무한정이다. 작가는 정말로 노력하는 사람에게 사과해야 된다고 본다. 이번 10권은 드래곤 슬레이어 '소피아'를 맞이해 마력을 이용한 방어막을 펼치고 그 마력을 이용해 쉽게 소피아를 제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소피아는 이세계 휴만중에서 가장 강한 인물이다.


그녀는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칭호를 가진 모험가답게 상위 용을 몇 개체나 흡수하여 최종 진화형 셀 보다도 더 강하다. 그런 소피아를 주인공은 손쉽게 제압해 간다. 9권 리뷰에서 소피아에 대해 언급해 보겠다고 했던 거 같은데 솔직히 그녀의 등장은 갑툭튀다. 어느 날 상위 용(龍) 렌서를 대동하고 나타나나 싶더니 느닷없이 주인공에게 대들다 쪽 다 까고 죽기 직전까지 몰린 적이 있다. 휴만이면서 마족 편에 서서 휴만과 전쟁을 치르고, 그때 주인공에게 혼쭐났으면 도망이라도 가던지, 고수는 상대의 능력을 알아본다는데 이번에 다시 호전적으로 덤볐다가 비명횡사할 판이다. 결국 그녀는 고수가 아니었던 거다. 그녀의 등장으로 주인공에게 있어서 앞으로 뭔가의 실마리를 제공하거나 또 다른 복선이 있을까 하는 추측을 하였다. 또는 능력적으로 주인공의 대척점이 되거나, 주인공 인생에 개입해 뭔가 하려는 걸까 하는 의문을 가졌었다. 이번 10권에서 결말이 나지만 스포일러니까 언급은 자제한다.


마족의 침공은 주인공의 활약으로 일단락되어 간다. 여신의 강제 소환으로 이뤄진 전투는 주인공의 일방적인 승리로 점철될 뿐이다. 그러고 보니 주인공이 이렇게 마력을 키우는 이유는 여신 타도가 그 첫 번째이기 때문이다. 사실 주인공이 강해지는 것에 개연성을 두라면 이것이다. 현실 지구에서 강제로 납치한 것도 짜증 나는데, 자기 미(美) 의식에 벗어나는 추남이라고 아무런 능력도 주지 않고 세계의 끝에 처박아 버렸다. 그런 주제에 자기 꼴리는 대로 강제로 소환해서 궁지에 몰린 용사들을 도우라니 미치고 졸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도(9권에서) 마족의 침공으로 궁지에 몰린 리미아 왕국의 용사를 도우란다. 당연히 주인공은 거부하고, 만난 김에 여신을 조져버리겠다는 주인공과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간다. 하지만 간신히 타협점을 찾아 주인공은 어떠한 능력을 얻게 된다.


소피아와 주인공의 전투로 인해 리미아 왕국의 수도는 초토화되고, 정작 주인공 대신 싸워야 할 용사는 힘은 개뿔도 없으면서 자기도 싸우겠다며 설레발을 치는데, 알고 봤더니 주인공 학교 선배다. 타향에서 고향 사람을 만났으니 얼마나 기쁘겠나. 하지만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던 것처럼 주인공은 선배를 선배라 부르지 못하는 일도 벌어진다. 이 일은 이후에 일어날 일에서 정체를 숨긴 건 잘한 일이라고 밝혀지는데, 살짝 포인트를 언급해보자면 주인공과 같이 있으면 혹은 주인공의 가르침을 받으면 그게 누가 되었든 어떤 능력이든 소질이 각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도 일종의 주인공이 가진 치트다. 이게 앞으로 플러스가 될지 마이너스가 될지는 더 두고 봐야겠지만, 결국 종국엔 주인공 신격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마력은 이미 신(神)을 추월하기 직전이고, 그와 같이 있으면 신(神)이 치트를 내려 주는 것처럼 다들 강해지니까. 일본 작가들은 왜 이리 신격화하는 걸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사태는 일단락되고 1부(필자 마음대로 추측)가 끝이 난다. 그리고 등장하는 지구 신(神)으로부터 뭔가를 받게 되는데 이제야 이세계물 다운 모습을 보인다고 할까. 정작 이세계 여신은 나 몰라라 하는데 지구 신은 착하기 그지없다. 그보다 지구 신을 만난 김에 지구에 대려다 달라고 하지. 아무튼 더 이상 주인공은 무능력이라는 타이틀은 내려놓게 된다. 이게 이후의 이야기에서 흥미로 다가올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맺으며: 일본 작품이니까 일본색(色)이 짙은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좀 심하게 나온다. 그동안 읽어오면서 애써 외면했는데, 이세계임에도 일본식 이름, 의복이나 식습관, 일본 역사를 모르면 알지 못하는 신들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몇 권인지는 까먹었는데 어떤 에피소드에선 일본 역사 공부하는 줄) 노골적인 카타나(사무라이 칼) 찬양에 근대사를 공부했으면 입에 담지 못할 단어까지 나온다. 일본 내에서만 팔리는 작품이라면 자기들끼리 뭘 하든 상관없다. 하지만 적어도 주변국에도 팔리고 있다면 조심해야 될 단어들이 제법 보인다. 출판사야 원서에 최대한 부합하게 번역하느라 고치지 않았을 수 있으니 어쩔 수 없다지만. 작가가 주변국에 대한 배려가 상당히 부족해 보인다. 물론 이런 점들은 필자 주관적인 생각이다. 그래서 이번 10권을 읽으면서 손절해야 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것도 그렇지만 주인공의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면서 더 이상 적수가 없게 되는 것도 식상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다가온다. 일본에서는 16권까지 나왔다고 하던데 용케도 이만큼 나왔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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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급【상태 이상 스킬】로 최강이 된 내가 모든 것을 유린하기까지 1 - Novel Engine
시노자키 카오루 지음, KWKM 그림, 오토로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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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카스트가 존재하는 어느 고등학교 2-C반 클래스가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이다. 수학여행을 떠났던 이들은 빛에 휩쓸려 이세계로 넘어가게 되고, 이들을 소환한 여신은 이세계를 혼란에 빠트리는 대마제(대충 마왕쯤)를 무찔러 달라고 아이들에게 요청하게 된다. 아이들은 저마다 랭크를 부여받게 되고, 본격적으로 훈련 등을 통해 여신의 요청을 받아들여 대마제를 무찌르기 위한 힘을 키우기 시작한다. 보통 여기까지 언급하면 흔해빠진 이세계물이라고 할 수 있다. 집으로 돌아가려면 마왕(이 작품에서는 대마제)을 무찔러야 하고, 그러기 전엔 집에 못 돌아간다는 브레이크도 걸어둔다. 그리고 당연하게 흥미요소로 선남선녀(속칭 인싸)들이 카스트 정상에 군림하며 다른 아이들의 선망을 받게 되고, 용사라는 입발린 소리에 넘어가 여신의 말에 놀아나게 되는 전형적인 이세계 클리셰도 보여준다.


그럼 이 작품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언급하라면, 전부 다 "쓰레기"라는 것이다. 작품성이 그렇다는 것이 아닌, 등장인물들 거의 다 분리수거도 되지 않는 폐자재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카스트 정상에 있는, 실질적으로 클래스를 이끄는 인싸들 특히 '키리하라 타쿠토'는 겉으로 만인을 평등하게 대하고 매너가 있고 타인을 배려하는 척하지만 사디스트 사이코패스적인 면을 보인다. 아무렇지 않게 상대를 지옥으로 떠밀면서도 태연하고 그걸 배려로 포장하는 바람에 누구도 그의 품성을 지적하지 않는다. '오야마다'는 전형적인 일진이다. 거칠기도 해서 상대를 자살로 몰아가는 타입이라 할 수 있다. '야스'라는 놈은 이지메 당하면서도 자신은 누구보다 뛰어나다는 착각에 빠져 사는, 괴롭힘당하는 자신을 구해주는 주인공을 되레 폄하하는 등, 이렇게 제멋대로인 아이들이 상당수 포진하고 있다.


그런데 진짜 쓰레기는 따로 있다. 바로 아이들을 이세계로 소환한 '여신'이다.


말 안 듣게 생긴 아이들이 있고, 이들을 통제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그것은 압도적인 힘의 차이와 공포를 심어주면 된다는 걸 여신은 보여준다. 일부러 아이들에게 마물을 보여주고 처치하며 너희들도 저 꼴 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능력이라는 등급을 매기며 이들로 하여금 서로가 내가 너보다 낫다는 우월감을 심어주고 나보다 못한 놈을 깔보게 하여 아이들의 분노와 성화를 분산 시키는 고도의 전략을 짠다. 그리고 마지막 클린히트로 말 안 들으면 어떻게 되는지, 그나마 제일 밑바닥에 떨어지는 저놈보단 낫다는 생각 안 들어?라는 시추에이션을 준비한다. 아이들에게는 S 등급부터 용사로써 아슬한 커트라인인 D 등급까지 매긴다. 그렇지 않아도 카스트가 만연하는 클래스에서 이런 등급이 매겨진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여기 E 등급이 한 명 있다. 


아이들을 통제할 마지막 수단, 이세계 기준으로 쓰지도 못하는 폐급인 E 등급의 용사를 폐기하며 너희들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보여준다는 거다. 여기서 폐기란 사실상 사형을 뜻한다. 너보고 죽으라는 것이다. 여기서 아이들의 극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현실 지구에서 카스트가 있다곤 해도 반 친구가 죽을 위기에 처했음에도 딱 한 명 빼고 그 누구도 E 등급 아이를 구하려 하지 않는다는 거다. 반론조차 하지 않는다. 인싸 최정점 '키리하라 타쿠토'는 되레 E 등급에게 왜 빨리 안 죽냐며 성화를 부린다. 여신의 의도대로 놀아나는 것도 있지만 사실상 아이들이 가진 본성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여신은 아이들에게 나는 저렇게 되지 않아 다행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이로써 여신은 자신의 의도대로 아이들의 통제권을 완벽하게 손에 넣게 된다.


E 등급은 물어 뭐 하겠습니까만, 주인공이 바로 E 등급이다.


타인을 지옥으로 밀어 넣는 걸 배려로 포장하는 솜씨는 키리하라 타쿠토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여신은 그보다 몇 배는 더 능숙하게 해낸다. 분명 여신이 악의 축이 건만 여기서는 주인공이 악의 축이 된다. 무능한 놈은 발목이나 잡으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는 게 여신의 지론이고 그에 아이들은 따르게 된다. 주인공은 필사적으로 자신의 필요성을 언급하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고, 오히려 주인공이 받은 스킬은 쓸모도 없는 쓰레기라고 치부할 뿐이다. 이렇게 주인공은 단 한 명 '소우고 아야카'라는 여학생의 변론에도 허무하게 폐급이 유배되는 생존율 제로 유적(미궁)에 보내지게 된다. 이 유적(미궁)에 유배된 사람 중에 무사히 지상으로 나온 사람은 없다. 사실상 주인공은 사형이나 다름없는 선고를 받고 쫓겨난 것이다. 생존율 0%에 수렴하는 유적(미궁)에서 주인공은 무사히 살아서 지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이렇게 주인공은 모두에게 버림받게 된다. 주인공에게 잘못은 없다. 그저 이세계에 불려와 E 등급을 받았을 뿐이고, 평소 그는 공기와 친구하는 존재감 없었을 뿐이다. 존재감이 없으니까 타깃이 되고, 죽임을 당하게 된다면 이보다 부조리한 것은 것을 것이다. 이제 남은 건 유적에서 어떻게든 받은 스킬로 살아남는 것뿐이다. 그리고 지상으로 돌아가 여신은 물론이고 적대한 아이들 모두 불살라 버릴 각오를 다진다. 특이한 점은 사실 주인공은 착한 성격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어릴 적 부모에게 심한 학대를 당하고 버림받은 과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외면적으로는 착한 척을 하지만 내면적으로는 상당히 차가운 성질을 가지고 있다. 유적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놓이게 되면서 주인공은 본성을 드러내게 된다. 유약한 성격으로는 유적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1권에서 가장 인상 깊은 대사를 꼽으라면 "나와 똑같은, 폐급이구나"를 들 수가 있다. 주인공이 이지메 당하는 슬라임을 구해주고 동료로 받아들일 때 했던 말이다. 주인공은 반 친구들에게서 버림받고, 여신에게 죽으라는 악의를 받으면서도 인간을 그만두진 않는다. 일말의 희망을 품고 인간관계를 다시 쌓으려는 그의 모습은 제법 짠하게 다가온다. 물론 적대적인 인간에겐 가차없다. 일단 뭘 하든 지상으로 나가야 되는데 유적은 진짜 만만치가 않다. 최종적으로 여신에게 대드는 강자들까지 유폐시키는 곳답게 지금의 주인공으로는 엄두가 나지 않는 곳이다. 하지만 마물들과 싸우면서 주인공은 깨달아간다. E 등급이 알파벳의 E가 아닌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카드의 조커 같은, 이런 작품이 다 그렇듯 주인공이 죽일 리는 없다. 솟아날 구멍을 찾게 되고 주인공은 그 구멍이 바늘구멍이라도 잡아낸다.


맺으며: 이세계물을 겸비한 흔한 복수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부조리하게 버림받고 악의를 받아 죽임당하기 직전의 주인공이 기사회생하여 복수를 향해 조금식 앞으로 나아가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 과정을 어떻게 그리느냐는 순전히 작가의 역량이라고 하겠다. 그래서 이 작품은 어떠한가를 묻는다면, 이세계 복수물이라는 소재를 빼고 봤을 때 인간의 감정을 기반으로 해서 이만큼 잘 표현한 작품이 또 있을까 하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인싸들과 여신의 배려로 둔감한 악의와 거기에 맞서는 아주아주 작은 목소리, 그리고 주인공의 긍정적인 생각들 등 필력이 제법 좋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주인공이 처한 현실에서 다소 미흡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유적에 떨어진 주인공이 살기 위해 몸부림친다고는 하지만 그가 받은 스킬로 어렵지 않게 마물들을 쓰러트리고 결과적으로 폭렙으로 이어지면서 그가 받았던 부조리는 뭣 때문이었나 하는 의문을 들게 한다. 아무튼 1권은 주인공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과정을 그린다. 그리고 히로인 '세라스 애슐린(표지 모델)'을 만나게 되지만 이건 2권에서 언급해보겠다. 참고로 이 작품은 필자가 추천하는 작품이다. 필자는 웬만해서는 추천 잘 하지 않는다. 특히 인싸의 우두머리 '키리하라 타쿠토'가 어떻게 죽을지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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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공작으로 전생했으니까, 이번엔 너에게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어 10 - Novel Engine
아이다 리즈무 지음, nauribon 그림, ruleeZ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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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매우 강력한 스포일러 주의,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 작품이 단 하나 마음에 드는 건 어쭙잖은 하렘이 없다는 것이다. 몇몇 히로인은 나오지만 주인공과 엮이는 일 없이 모두가 자기 갈 길을 간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주인공은 어릴 적 첫눈에 반한 이웃 나라 왕녀 '샬롯'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오직 샬롯만을 위해 정치적으로 문제로 발전할 수 있는 약혼녀까지 차버렸으니(파혼) 주인공의 마음이 얼마나 일편단심인지 잘 알 수 있다. 주인공은 삼남의 위치에 있으면서 차기 당주로 키워질 만큼 집안의 기대가 컸다. 그런데 샬롯의 정체는 비밀에 붙여진 채 그녀의 평민이라는 지위가 문제였다. 귀족이 평민과 맺어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그래서 주인공은 귀족을 버리고 평민이 되겠다며 문제아로 등극하게 된다. 이대로 문제아로 자라면 집에서 쫓겨나 평민이 되고, 그러면 샬롯과 맺어질 수 있을 거라 여겼다. 그렇게 주인공은 첫 번째 생에서 실패한 인생을 살게 된다.


그리고 두 번째 생, 첫 번째 생에서 샬롯과 맺어지지 못한 주인공은 두 번째 생에서 자기가 한 행동을 바로잡고자 한다. 그 결과 의도치 않게 나라를 구한 영웅이 되어 버렸다. 이럴수록 샬롯과 멀어지게 되지만, 이번 10권에서 드러난 바로는 부처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난 꼴이었다 할 수 있다. 그동안 샬롯과 맺어지기 위해 문제아로 행동할수록 샬롯과 멀어졌기에 이번엔 그녀가 바라는 행동을 했더니, 결과적으로 주인공에게 있어서 딜레마가 되어 버린다. 그래서 주인(주인공)도 못 지키는 샬롯(종자, 從者)을 대신해 새로운 종자를 선택하라는 집안의 엄명이 내려왔을 때 이도 저도 못하게 된다. 솔직히 발암이 아닐 수 없다. 집안을 버릴 만큼 정말로 좋아했다면 그것을 관철해야 되지 않나 싶다. 새로운 종자 선택하라며 주인공을 잡으러 온 친누나에게 꼼짝없이 잡혀가는 꼴이란 여간 꼴불견이 아닐 수 없었다.


마법학교에 도착해보니 새로운 종자 '민트'가 이미 와 있다. 그녀는 샬롯보다 엄청 강하다. 주인공보다도 강하다. 근데 살림은 못한다. 샬롯은 살림은 잘 하는데 전투에선 주인공을 지키기는커녕, 제 한 몸 간수하기도 벅차다. 그래서 초반엔 서로가 대척점에 있는 캐릭터인가 했다. 공작가에선 살림보다는 싸움 실력을 바라니 민트는 공작가에서 바라는 이상적인 캐릭터다. 그래서 주인공은 위기의식을 느껴야만 한다. 이러다 샬롯과 헤어지게 되니까 말이다. 그동안 노력했던 온갖 짓거리들이 물거품이 될 판이다. 그런데 위기의식 따윈 없다. 작가는 대체 뭘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이번 10권에서 모든 걸 매듭지으려다 보니 감정 표현은 거의 다 생략된 듯하다. 아무튼 주인공에게 일언반구도 없이 새로운 종자를 들이는 것도 이상한데, 아버지까지 학교로 찾아온다고 한다.


그동안 아들을 문제아라며 학교에 유폐 시키다시피 해놓고 이제 와 찾아오는 건 뭔가 싶다. 그래서 아들이 정신 차리고 구국의 영웅이 되니까 빨대 좀 꼽아 보려고 찾아오나? 같은 생각도 들게 한다. 나라를 다스리는 여왕은 물론이고 왕녀까지 찾아올 정도로 아들은 잘 나가고 있다. 거기다 여왕은 딸내미의 직속 보디가드도 해달라는 주문까지 했으니 그의 대우는 매우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근데 돌이켜보면 이런 휘황찬란한 인생은 주인공이 바라는 삶은 아니었다. 그에겐 샬롯만이 모든 것이니까. 그래서 아버지가 찾아오는 진짜 이유는 뭘까 하며 조사에 들어간다. 현실적으로 사실 여왕이 주인공을 인정했고, 이제 아버지까지 자신을 인정하는가 싶어 콧대가 높아질 만도 하다. 그러나 이런 점을 보이지 않는,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이 작품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


아무튼 조사해보니 아버지가 왜 학교로 찾아오는지 밝혀진다. 그럼 그렇지 나라와 집안만 생각하는 아버지가 아들을 칭찬하려고 학교에 찾아올 리는 없다. 새로운 종자도 사실은 학교를 염탐하기 위한 아버지가 보낸 첩자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여전히 휘둘리고 있다. 그런 아버지가 왜 학교로 오나. 여왕은 아버지에게 뭔가 하나의 임무를 부여한다. 학교를 전장으로 만들어서까지 어떤 조직을 말살하라고 한다. 근데 이걸 곰곰이 생각해보니 주인공의 활약 덕분에 그 조직이 와해될 판이다(주인공이 평화의 시대를 여는 바람에).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는 잡아먹히는 속담처럼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조직을 여왕은 아버지 보고 말살하라고 한다. 여왕이 이런 성격이었나 싶을 정도로 냉혹한 엄명이 떨어진다. 근데 그 조직은 공작가에서 없어선 안 될 조직이고, 그 조직은 나라에 충성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아버지가 찾아오고, 학교는 전장으로 변하게 된다. 자, 여기서 주인공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가가 중요하다. 아버지는 정말로 학교를 부수면서까지 아들을 괴롭히려는 걸까? 만일 아버지가 죽게 되고 공작가가 와해되면 그동안 공작가 덕분에 억제되었던 주변 나라의 침공을 받게 될 것이다. 이걸 여왕이 모를 리 없다. 그래서 지금부터 일어날 전장은 어딘가 모르게 주인공을 위한 전장이 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을 받게 한다. 해법은 주인공이 아무리 샬롯의 비밀을 감춘다고 해도 아버지의 정보망을 피할 수는 없다는 것에 있다(작중에서 직접적인 언급은 없다). 누구도 범접하지 못하고 난다 긴다 하는 공작가인데 아들이 감춘 비밀 하나 모를까? 사태는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변질되기 시작한다. 솔직히 김 엄청 빠진다. 전쟁을 통해 잔뼈가 굵은 아버지이고, 친누나도 그에 못지않다. 그런데 아이고 나 죽네 엄살을 피우는 듯한 모습을 보이니 어쩌나 싶다.


맺으며: 원래 이런 작품이라는 걸 느끼게 해준다. 심각하면서도 심각하지 않은 해피하고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 작품인데 살벌하게 갈 리가 없다. 결과적으로 보면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한때 문제아로 자라며 집안에 민폐는 민폐는 다 끼쳤던 눈에 넣어도 아픈 아들임에도 버리지 못하고 아들의 뜻을 어느 정도 묵인해주는 아버지의 정(情)이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문제아였던 아들이 어느새 위기에 빠진 나라를 몇 번이나 구하고, 방구석 폐인 왕녀의 상담역도 하는 등 지금 당장 당주의 자리에 올라도 이상하지 않을 능력을 보이지만 이성 관계에서는 그렇지 못한 주인공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걸까. 필자는 이런 느낌을 받았다. 결국은 주인공이 바라는 일을 하라며 자유롭게 해준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야기 전체적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는 느낌이 장난 아니다. 문제점들을 집고 넘어가고 싶은데 완결되어 버렸으니 의미가 없을 거 같아 그만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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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17 - S Novel
오모리 후지노 지음, 야스다 스즈히토 그림, 김민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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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벨의 나이가 분명 15세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언제 14세가 되었는지 궁금한 에피소드다. 뜬금없지만 6개월이라는 시간은 많다면 많은 시간이지만 보통 회사에서는 인턴도 끝나지 않을 시간이다. 1권에서 17권까지 고작 6개월 밖에 흐르지 않았다. 어떤 여자를 혹은 남자를 만나 이 6개월이라는 시간이 주어지고 그 시간 안에 결혼할 만큼 호감도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실험을 한다면 과연 몇이나 성공할 수 있을까. 순수 마음만 부딪혀서 말이다. 이 작품의 경우 최소 작중 시간이 2년 정도 흘렀더라면 감정 이입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여러 인연이 만들어지긴 했지만 고작 6개월 밖에 흐르지 않은 시점에서 캐릭터들의 성숙함이 부족해 보인다고 할까. 반면에 여신 프레이야의 시각에서 보면 성숙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그녀의 외전편을 꽤 흥미롭게 읽기도 했고.


이 두 마음이 부딪히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작가는 조화롭게, 이질적이지 않게 노력한 흔적을 보인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보면 아이와 어른의 사랑을 그린다고 할 수 있다. 주인공 벨은 고작 14세, 여신 프레이야는 수억 년을 살아왔다. 천계에서의 삶을 빼더라도 지상에서도 천년 이상을 살아온 여성이다. 그 긴 삶을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을 것이다. 많은 아이들을 내 것으로 만들어 왔고, 가지고 싶은 게 있으면 힘으로 빼앗아온 그녀다. 주인공 벨도 그중 한 명에 속하게 된다. 순수한 영혼에 눈이 뒤집힌 프레이야는 그 누구보다도 간절히 벨을 원하게 된다. 이것이 처음엔 곁에 있고 싶다는 바람에서 시작된 마음은 아니다. 마을 소녀 [시르]를 역할하면서 그녀는 벨을 만나게 된다. 본편에서 프레이야의 이야기는 진실된 사랑을 바란다는 그녀의 마음을 다루고 있다.


가지고 싶은 게 있으면 빼앗으면 된다. 신(神)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던전 도시 '오라리오'에서 그녀의 파밀리아에 대적할 수 있는 파밀리아는 많지 않다. 그렇기에 힘이 있어 논리적으로 빼앗을 수 있고, 빼앗을 수 있기에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이번 이야기를 표현하라면 이것이다. 프레이야는 [시르]를 그만두게 된다. 벨은 '아이즈'를 동경하고 있다. 프레이야는 수억 년을 살아오면서 진실된 사랑을 한 번도 얻지 못한 불쌍한 여인이다. 있었다면 벨에게 집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마음이 가리키는 게 무엇인지 모르게 된다. 모르니까 벨에게서 거부당한 것이고, 그걸 이해 못하니까 여느 때처럼 힘으로 나선다. 여신 프레이야는 단 '한 사람'을 위해 세계를 개변(매료) 하기로 한다. 프레이야는 세계에서 벨을 지워버린다. 벨은 세상 그 누구도 자기를 알아보지 못하는 방황의 늪에 빠지게 된다. 


나만의 사람을 만들기 위해 프레이야는 집착이라는 광기를 선보인다. 주도면밀하게 세상에서 벨의 흔적을 지우기 시작한다. 만약 꿈에서 깨어났을 때 세상 모든 신(神)과 주민들을 적으로 돌리게 될 거라는 현실은 안중에도 없다. 꿈은 꿈으로 끝나야 한다는 진리를 프레이야는 알지 못한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물과 같은 일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건 생각지도 않는다. 세상엔 완벽은 없다. 그녀가 세계에 걸은 '매료'는 완벽하지 않다. 벨의 스킬 '리아리스 프레제'를 초반에 무력화 시키지 않은 시점에서 그녀에겐 승기가 없었던 것이다. 벨이 가지고 있는 '리아리스 프레제'는 '아이즈' 일변도 스킬이다. 동경하면 할수록 이 스킬은 빛을 보게 된다. 설사 미(美)에 있어서 그 누구도 당해내지 못하는 프레이야의 매료는 벨에게만은 통하지 않는다. 벨은 '아이즈'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프레이야에게 있어서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승기는 없었던 것이다.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해간다. 벨과 지내면서 어린애 같은 집착만을 보여줬던 프레이야의 마음이 벨을 곁에 두면서 순수한 마음으로 바뀌어 간다는 것이다. 그녀가 그토록 바랐던 순수한 영혼의 본질은 떼뭍지 않은 영혼을 뜻한다. 그래서 벨의 순수한 마음이 부딪혀오게 되면서 버렸을 [시르]의 감정을 되찾게 된다고 할까. 이것은 작중에서 분기점으로 작용한다. '헤스티아'는 벨을 지키지 못했다. 압도적인 프레이야 파밀리아에 갈려나가 단원들은 몰살 직전까지 가게 된다. 벨을 되찾고 싶어도 단원들이 인질로 잡힌 이상 어떻게 하지도 못한다. '오라리오' 모든 주신과 주민들은 프레이야가 걸은 매료 때문에 벨의 소속은 바뀌어 있다. 이 상황에서 벨을 되찾는 건 요원하기만 하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은 없다. 틈은 있기 마련이고, 그 틈은 때를 놓치지 않는다.


벨은 아이즈를 동경하고 있다. 동경에서 오는 '리아리스 프레제'를 붕괴 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스킬이 있는 한 매료는 통하지 않는다. 즉, 프레이야는 벨에게 매료를 걸 수 없다. 그래서 그가 동경하고 그 스킬의 존재 의의인 아이즈를 만나게 하면, 아이즈가 벨의 과거를 부정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이즈도 프레이야의 매료에 걸려 있다. 아이즈는 벨의 물음에 대답한다. 이것이 이 난관을 헤쳐 나가는 키워드가 된다. 분기점을 넘어 반격의 실마리가 된다. 외전 소드오라토리오에서 아이즈는 영웅을 바랐다. 프레이야는 벨을 영웅 후보로 보고 있다. 그야 그동안 숱한 어려움을 극복해왔으니까. 미지를 타파하는 영웅이 있다면 벨이 될 것이라고. 프레이야가 걸어 놓은 시련은 벨을 영웅으로 만드는 것일까. 필자는 영웅이 있다면 벨의 주신인 여신 '헤스티아'라고 하겠다. 스포일러라 언급은 힘들지만, 가장 좋은 장면을 헤스티아가 가져가 버린다. 감동이라는 건 이런 건가 싶은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시작된다. 꿈에서 깨어날 시간이 다가온다. 손바닥 위의 물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흔적조차 남지 않게 된다. 벨은 프레이야에게서 [시르]를 보게 된다. 자신이 차버린 마을 소녀의 눈동자를, 그리고 그 눈동자 안에 서려있는 마음을... 영웅은 사람을 구하는데 그 의의를 둔다. 설령 그 사람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봤다고 해도 말이다. 이렇게 이 작품은 영웅의 발자취를 만들어 간다. 소년 영웅물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번 이야기는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맺으며: 세상에서 잊힌다는 공포를 그리고 있다. 나는 기억하는데 다른 사람은 날 기억하지 못한다. 한편으로는 이게 사태를 풀 열쇠가 되지만 당사자는 괴롭기 그지없다. 어제까지 부대끼고 한 솥밥 먹으며 유대를 형성했던 가족들에게서 잊힌다는 공포가 있다. 프레이야는 그런 벨의 마음에 파고들려고 한다. 근데 고자 동정이 이럴 때 빛을 보게 된다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고 할까. 수많은 여자를 거느리고 있으면서 면역은 없는지라 살을 부딪혀오면 도망갈 수밖에 없게 되는 건 자연스럽다. 만약 프레이야가 다른 수단으로 가령 [시르]로 부딪혀 왔다면 벨은 100% 넘어갔지 않나 싶다. 벨에게 있어서 [시르]는 아픔 그 자체다. 부딪혀오는 마음을 거부했고, 그로 인해 사라진 그녀를 매우 찾게 된다. 그래서 작가가 완급 조절보단 처음부터 답을 정해놓고 그린 느낌을 지을 수 없다. 애초에 프레이야로는 상대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튼 두 개의 감정이라고 초반에 언급했는데, 솔직히 조금 거부감이 있다. 한쪽은 미성년자이고, 한쪽은 성인 그 이상의 나이를 먹은 여자가 순수한 마음이랍시고 부딪혀오니 애틋하다거나 애잔한 느낌보단 조금 뭐랄까 감정이입이 되지 않았다고 할까. 수많은 남자를 만나온 그녀가 사랑에 있어서 어린애 같은 모습을 보이는데 모순이라고 해야 할지 상당히 이질적인 느낌을 받았다. 거기에 그녀의 욕심을 위해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끼친 것에 대한 미안함이나 사과는 없고 당연시하는 것에서도 감정이입을 방해한다. 작가는 신(神)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만 치부할 뿐이다. 순수한 마음이란 그런 것이 아닐 텐데도 말이다. 그리고 두려운 건 던전 도시 오라리오 전체를 농락하고 헤스티아 파밀리아를 궤멸로 이끌어 놓은 프레이야를 이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시르]로 되돌릴까다. 아닌 게 아니라 후반부에서 그녀는 감정의 피해자라는 식으로 진행이 되고 있다. 범죄자를 갱생할 기회를 주는 건 있을 수 있는데, 피해자 같은 식으로 몰아가는 건 좀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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