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연금술사는 마을에서 조용히 살고 싶다 3 - J Novel Next
노노하라 우사타 지음, OX 그림, 이신 옮김 / 서울문화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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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나서 느낀 점은이럴 줄 알았다였군요. 언제나 둔한 주인공(혹은 히로인) 때문에 혹사하거나 피해를 보는 건 주변 인물들이죠. 이 작품의 주인공이자 히로인인 마리엘라는 둔하기 짝이 없어요. 요리는 레시피대로 만들었는데 어째서 쓰레기가 나오는지, 사람이 진지하게 대화를 하는데 뭔 소리 하는지 못 알아듣고 고개를 갸우뚱한다던지, 뜬금없이 내뱉은 말이 씨가 되어 주변인을 개고생 시키는 것도 예사죠. 이번에 링크스와 지크는 마리엘라의 말 한마디에 한 달 넘게 원숭이 퇴치에 시달리는 형벌 같은 걸 받아 버려요. 아무튼 포션을 만드는 능력 하나는 먼치킨급은 아니지만 꽤 출중한 반면에 자신에게 보내지는 감정이라던가 자신이 지금 느끼는 감정도 무엇인지 알아차리질 못합니다. 이런 작품에서 이런 감정은 늘 큰 화를 불러오죠.

 

남 연애사는 잘 알아채는 주제에 자기와 연관된 연애에는 깨닫지 못하는, 그래서 이번에 링크스가 큰 마음먹고 그녀에게 고백하려다 말도 못 꺼내보고 침몰해버리죠. 받아먹을 거 다 받아먹어 놓고 모르는 척하는 건지 진짜로 모르는 건지, 좀 둔한 느낌이 없잖아 있었지만 이번 에피소드에선 거의 치매급으로 업그레이드해갑니다. 먹을 것에 환장해서는 먹을 것을 주면 누구라도 따라갈 거 같은 의심 없는 성격은 나중에 기둥서방을 모시고 사는 게 아닐까 할 정도로 걱정스럽죠. 그래도 그녀는 바라는 게 딱 하나 있답니다. 지크와 링크스와 언제까지고 왁자지껄한 생활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

 

자신을 노예에서 구해주고 따듯한 일상을 제공한 그 마음에 지크 역시 그녀의 기사가 되겠다는 건지 이성으로 보고 있다는 것인지 작가 스스로도 판단을 못 내린 것인지 얘(지크)가 정신이 왔다 갔다 합니다. 링크스와 연적이 될 만도 하겠지만 링크스가 대두되면 나는 그녀의 기사가 되겠다고, 링크스의 존재가 가라앉으면 내가 그녀를 좋아하나? 그런 건가? 자신을 구원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과 사모의 마음이 충돌해서 얘(지크)는 마리엘라와 반대로 개성이 참 강하다 할 수 있어요. 다만 잘 들어내지는 않지만요. 하지만 주변에선 기정사실로 몰아가는 분위기이기도 해서 어쩌면 우리~

 

마리엘라와 지크와 링크스 셋이서 보내는 시간, 마리엘라를 놓고 한쪽이 고백한다고 했음에도 말리거나 시기와 질투하지 않는 생활. 셋이서 거리를 걸으며 밝은 대화를 주고받는 언제까지고 계속될 거 같은 일상은 마치 꿈에서 깨어나라는 듯 무심하게 종말을 고합니다. 이런 작품에서 이런 등장인물들이 해피한 엔딩을 맞이해가는 게 참 드물죠. 위에서 언급한 '둔하다'의 의미, 비단 인간관계에서 둔함을 넘어 사람 잡는 둔함마저 겸비했을 때는 무엇이 일어나나. 파탄이겠죠. 이번 이야기는 초반부터 파탄이라는 복선이랄지 플래그랄지를 뿌려갑니다. 한때의 행복이 주는 안락함, 언제까지고 곁에 있을 거라는 믿어 의심치 않는 상황은 위기 때 판단을 흐리게 할 뿐이라는 걸 깨달아봐야 늦습니다.

 

힘이 없으니까 지켜지는 게 당연하고 생각은 내가 안 해도 옆에서 해주겠지. 물론 느낌상 그렇다는 것이고요. 애(마리엘라)가 그만큼 둔하다 할 수 있어요. 그래서 포션 재료를 구하러 던전에 내려갔을 때 비록 안전한 층이었다곤 해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게 던전임에도 혼자 떨어져 약초를 채집하던 마리엘라를 덮치는 악의는 예정된 거나 다름없었죠. 그 악의에서 지켜주고자 링크스가 한 행동은, 언제부터인가 자기는 끝까지 그 마음이 무엇인지 채 깨닫지도 못했을, 그것이 사모하는 마음이라는 걸 마지막까지도 이해했을지도 의심스러웠던 링크스의 '살신성인'한 정신은 마리엘라로 하여금 자신이 얼마나 모든 것에서 모지리였는지 깨닫게 해줍니다.

 

이야기가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합니다. ZZ건담에서 나오는 자크 머리 Z건담 같은 개그의 초반을 이어 저물어가는 생명이라는 후반은 완전히 뜬금없이 다가와요. 물론 이미 1권에서 그럴 것이라는 플래그와 이번 3권에서도 중간중간 그럴 것이라는 플래그가 있어 왔으니까 당연히 회수되어야 마땅합니다만. 자신의 둔함을 뼈저리게 후회하며 눈물 쫙 쫙 뽑는 히로인이 클리셰로 다가오는 건 어쩔 수 없는. 참고로 여기서 둔함이란 그 사람의 마음을 몰라줘서 그런 게 아닌 이 상황까지 오게 한 둔함이라 하겠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작가가 그럴 마음이었겠지만), 수동적인 히로인의 최후라 할 수 있죠.

 

아무튼 씁쓸한 느낌만 들게 한 에피소드군요. 사실 필자에게 있어서 이 작품의 남주들은 크게 와닫지 않았었습니다. 링크스와 지크가 마리엘라를 바라보며 뭉게뭉게 피워가는 연심과 성장은 눈부시다 할만하지만, 뭐랄까 연애에 대해 꽃을 피우든 그에 관련된 이야기든 좀처럼 감정이입을 못했습니다. 그래서 후반 남주중 하나가 리타이어 되었을 때도 사실 이럴 줄 알았다는 느낌만 받았다고 할까요. 그만큼 히로인 마리엘라의 행동은 누구 하나 잡겠다는 식이었으니까요. 필자의 필력이 저질스러워서 구체적으로 언급 못하는 게 아쉽군요. 그래도 나은 점이 있다면 마리엘라는 좌절하지 않고 일어선다는 것입니다. 포션을 만들 수 있는 연금술사라는 게 들통나면 닭장에 갇혀 죽을 때까지 포션만 만들 수 있다는 미래가 있었음에도 더 이상 보호받길 거부하죠.

 

맺으며, 중반까지 글자 그대로 질 떨어지는 저질스러운 3류 개그 때문에 죽는 줄 알았습니다. 온천에 몰려있는 원숭이 퇴치 작전에서 길드 마스터를 쳐다보는 암컷 원숭이를 표한한 것이나. 아이켄 플라이는 또 뭔지, 던전 공략하면서 바퀴벌레 퇴치 작전도 그렇고, 그래놓고 후반에 갑자기 시리어스로 몰고 가면 어쩌라는 것인지. 작가는 재미있다고 쓰는지 몰라도 읽는 독자도 좀 생각해줬으면 좋겠더군요. 능력이 안 되는 것인지 아니면 대필하는 것인지 한마디로 갑분싸가 따로 없습니다.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3점? 그런데 언제 나오나 고심했던 마리엘라의 스승으로 보이는 인물의 등장은 또 어떤 태풍을 불러올지 궁금해서 4권을 안 볼 수도 없고... 미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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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 슬레이어 외전 : 이어 원 2 - L Books
카규 쿠모 지음, 아다치 신고 그림, 박경용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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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고블린 퇴치하러 갔다가 좀 희귀해 보이는 반지를 손에 넣었습니다. 득템일까? 팔아서 언제나 쪼들리는 살림에 보탤까? 그러한 마음에 도구점에 갔던 고블린 슬레이어는 문전박대를 당합니다. 감정이 되지 않은 거 끼었다가 저주라도 받으면 어쩌려고?(라는 분위기) 그래서 그는 마녀(창잡이 파트너)의 소개로 도시 외곽 어느 집을 방문하게 돼요. 거기서 고블린 슬레이어에게 있어서 인생과 지식이라는 경험을 한 단계 끌어올려 주게 되는 사람을 만나죠. 고전 술사(아크 메이지), 고령도 아니고 젊지도 않은 슬슬 황혼기에 접어드는 듯하면서도 검의 처녀에 뒤떨어지지 않는 요염함을 가진 마법사를 만나는데요.

 

고블린 슬레이어는 반지의 감정을 바라지만 그녀(고전 술사)는 되려 자신의 일을 도와 달라는 의뢰를 합니다. 그 의뢰란, 길드에서 몬스터 매뉴얼 개정판 제작 의뢰를 받았는데 외면은 못하겠고 그러니 고블린 배 갈라 보고 싶은데 협조 좀? 본편에서의 요염함을 검의 처녀가 맡고 있다면 외전은 고전 술사가 승계하고 있다고 해야 될까요. 1권에서 신랄하게 비꼬았던 1세대 폴리곤 같은 일러스트임에도 고전 술사의 일러스트는 아날로그적 요염함이 묻어나요. 하지만 고블린 슬레이어에겐 다 무슨 소용이랴. 그런 낌새를 느낀 것인지 그녀는 그가 들고 온 반지를 팔아주면 밤 시중도 해줄 수 있는데? 라지만 그는 '고블린 퇴치에 필요한 걸 받겠다.'

 

자그마한 시작, 마치 시작의 마을에서 용사를 꿈꾸는 소년이 나무 막대기를 들고 길을 떠나는 듯한. 그런 만남입니다. 용사의 파티에 빠지지 않는 '현자'라는 위치, 학자로써 탐구열이 남달라 남들은 우웩 하며 눈을 돌릴만한 짓을 저질러 주는데요. 가령 본인이 직접 고블린 배를 갈라서 5년 후 미래 고블린 슬레이어가 여신관에게 했던 것처럼 내장을 덕지덕지 바르는 괴팍한 짓도 서슴지 않는 고전 술사의 담력은 어쩌면 고블린 슬레이어와 같은 과가 아닐까 하는 추측을 낳죠. 그래서 그럴까요. 이들은 이후 더 없을 유대감을 보여줍니다. 이것은 어쩌면 슬픈 예감 밖에 들지 않는 복선에 지나지 않았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몬스터 매뉴얼 개정판 의뢰로 시작한 만남은 어느새 고전 술사 개인 의뢰로 넘어갑니다. 고블린 배를 가르면서도 학구열 치곤 어딘가 먼 곳을 보는 듯한 그녀, 지식은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가는가, 문과 내지는 철학과가 좋아할 만한 내용이 충실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신들의 놀이 판과 주사위라는 문구에서 그녀가 추구하는 학구열이란 무엇인지 조금식 밝혀져 가죠. 괴짜(고블린 슬레이어)와 괴짜(고전 술사)의 만남, 같은 과에 속해서 그런지 대화도 스무스하게 흘러갑니다. 이런 장면들은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해요. 모험이란 서로의 눈 높이에 맞춰 서로의 지식과 맞물릴 때 비로써 빛을 본다는 듯이...

 

그런데 그걸 바라보는 소치기 소녀의 마음이 울렁이기 시작합니다. 언제부터인지 마음속에 자리 잡아버린 그(고블린 슬레이어)의 등을 좇고 있지만 할 수 있는 거라곤 그가 퇴근하면 밥을 해주고 말을 걸어주는 것뿐, 나와 그의 과거를 알고 있기에 그가 하고 있는 일을 반대하지 못하는 아픔,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가 머물 수 있는 장소를 지키는 것뿐, 부디 언제 죽을지 모르는 그런 일을 그만두고 안전한 일을 찾으면 안 될까?(분위기가 그렇다는 말) 사축이 되어 혹사당하는 남편을 보는 듯 애가 타들어 가지만 지금은 그저 그가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 밖에 못하는 안타까움이 묻어납니다.

 

작가 후기에도 나와 있지만, 외전은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고 일부 히로인들의 호감도 축적이 어떻게 이뤄졌냐를 다루고 있죠. 접수원 누님의 경우에도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 고블린 퇴치 의뢰를 묵묵히 받아주는 그의 고마움을 깨달아가는 과정도 눈여겨볼만합니다. 그리고 여자를 여자로 봐주지 않는 그의 시선에서 이 남자라면 안심하고 곁에 있어도 되겠다는 느낌, 힘이 있다고 뻐팅기지 않고 남의 공적을 가로채지 않고 맡은 바 임무를 군소리 없이 받아주는 고마움, 그게 고블린 한정이라는 것에서 다소 불만이지만, 뭐 어떠랴. 내가 마시려고 타놓은 거긴 한데 차 마실래요? 마셔주는 그를 보며 흐뭇해지는 감정...

 

아무튼 고전 술사와 고블린 슬레이어의 모험은 계속됩니다. 며칠 걸리는 거리를 가며 그와 둘이서 야영을 해도 안심할 수 있는 분위기, 덮쳐지지 않는다는 안심은 여자에게 있어서 보물과도 같은 거겠죠. 그전에 고전 술사는 현혹을 걸어서 혼자 X위하게 만들어 버린다고는 합니다만(전력이 있는). 별을 바라보며 지식을 풀어놓는 고전술사와 '그런가'와 같이 짧은 문장만을 대답하는 고블린 슬레이어와 사이는 어딘가 이질적이면서도 모험이란 이런 게 아닐까 하는 분위기를 풍깁니다. 앞으로도 없을 모험 다운 모험, 고블린을 때려잡고 배를 가르고 그러면서 위기에 빠지고 그녀를 지키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다.

 

뒤로 가면서 고블린의 배를 가르는 의미가 퇴색되어 가지만 이거 또한 뭐 어떠랴. 그녀가 바라보는 곳은 더욱 높은 곳이라는 걸 이야기는 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합니다. '암흑의 탑'에 진리가 있을지니. 최종 도착지를 거기로 정한 두 사람의 여행은 종말을 향해 갑니다. 또 언급하지만 1권에서 1세대 폴리곤 같은 일러스트라고 험담을 하였는데 2권을 보면서 철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군요. 고전 술사의 일러스트도 그렇지만 암흑의 탑을 배경으로 한 일러스트는 감성을 자극하기 충분했습니다. 뭔가 애틋한? 또는 몽환적이라고 할까요. 이렇게 마음을 끌어당긴 일러스트는 별로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별....

 

맺으며, 본편 초반에서 느꼈던 다크함이 살아 있습니다. 고블린에게 유린당하는 여자들이나 그걸 표현한 것이나,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보다 내면적인 모습도 많이 언급되고 있어요. 가령 소치기 소녀가 고블린 슬레이어를 바라보는 장면에서는 같은 시간을 살아도 서로에게 흐르는 시간은 다르다는 게 느껴지곤 하죠. 언제까지고 정체된 마음으로 살아가는 고블린 슬레이어와 과거를 잊고 앞으로 나아갈려는 소치기 소녀의 내면적 갈등. 여기에 고전 술사의 엔딩은 가슴 먹먹하게 해줍니다. 허를 찔렸다고 할까요. 본편을 통틀어 이런 분위기는 찾을 수가 없을 거라고 단언할 정도였군요. 스포일러라 자세히는 못 쓰지만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표지에 불만이 많습니다.

 

아무튼 고블린 슬레이어의 무례한 행동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는 걸 보여주기도 합니다. 본편에서 머메이드(인어)를 보고 '고블린인가?라든지 외전에서 고전 술사 보고는 '여자였군'이라지 않나(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절대 못 알아볼 리 없는데). 사실 이런 부분은 이 작품의 몇 없는 개그 포인트이죠. 그 외에 엑스트라의 일상은 무언가를 시사하기도 하는데요. 젊은 전사의 경우 1권에서 안 좋은 일을 겪고 꺾일만할 텐데도 초보들이 위험한 의뢰에 빠지지 않게 지도를 하는 부분에서는 죽음이라는 공포에 망가지는 자가 있는 반면에 극복하여 일어서는 자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즉 다크함만이 있는 건 아니다라는 의미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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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미궁 - L Books
토아자 세이 지음, 시라비 그림, 송재희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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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리뷰 인생에 최대 난관에 봉착하다. 그동안 간간이 힘든 도서가 몇 있었지만 이 작품만큼 애매한 건 없었군요. 쓰고자 하면 못 쓸 것도 없는데 근래에 들어와 필력이 삭아버린 필자로써는 여간 고역이 아닐 수 없는데요. 이야기가 중반에서 끝맺음 했다면 비교적 쓰기 쉬웠을 텐데 어찌 된 일인지 중후반부 해답 편에 들어가면서 이야기가 방대하게 늘어나버립니다. 이걸 다 표현해야 될지 등장인물만 간추려서 대충 때려 박을 것인지 한참을 고민하였군요. 어쨌건 성격상 대충 할 수는 없는지라 글이 길어질 수 있으니 양해 바라고요. 근데 다 읽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게 이 작품의 매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군요.

 

이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 하라면 도서미궁에서 만난 영원불멸 흡혈귀와 인간이 서로에게 사랑에 빠져버린 이야기라 할 수 있어요. 근데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미적지근한 사랑도 아니고 그 흔한 영원을 살아가는 존재와 찰나를 살아가는 존재의 어긋난 시곗바늘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보통 사랑의 여정에서 험난함은 필연이죠. 사실 영화 스피드에서 험난한 상황에서 만난 인연은 오래 못 간다고도 했습니다만. 이 작품은 그것을 비웃듯 모든 역경을 이겨내 비로써 상대의 곁에 다가가 진실된 사랑을 쟁취한다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품고 있어요. 이 여정에서 등장인물들을 가장 힘들게 한건 기억 개찬(改竄)인데요.

 

이 작품은 상대에 대한 기억과 사모하는 감정이 심어진 것이라면? 그리고 모든 것이 허구였다고 밝혀졌을 때 충격을 딛고 인간은 얼마나 높이 도약할 수 있는가를 묻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기억을 새로 썼고(개찬) 나는 그 개찬에 맞춰 인생을 살아간다. 심어진 감정으로 상대를 사랑하고 결실을 맺어갈 때 눈부신 미래만이 있을 거라는 상상을 깨고 모든 것을 뒤집어 버리는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했을 때 사람은 여전히 상대를 사랑할 수 있을까. 그것이 사랑하는 상대가 그렇게 만들었다면? 그걸 증명하라는 듯 올곧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시험대에 올린다. 충격적인 진실에서 당신을 무엇을 보고 느끼게 될까.

 

주인공 '소우시'는 5년 전 도서미궁에서 아버지를 잃고 고향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도서관 도시 알렉산드리아로 돌아옵니다. 5년 전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받은 충격으로 그 당시의 기억과 마법을 잃어버린, 그리고 지금 그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진실(기억)을 찾아 다시 도서미궁으로 발을 들여요. 도서관 형태를 띠고 있는 미궁, 사람을 거부하는 동시에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도서가 잠들어 있는 곳에서 소년은 흡혈귀 '아르테리아'를 만나요. 그리고 그는 어떤 일로 인해 그녀의 종복이 되어버리죠. 그리고 그녀와 5년 전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파헤쳐 가요. 진실에 다가가면서 그는 아르테리아를 의식하게 되고 이 의식이 나비효과처럼 점점 부풀어 올라 현실을 잔혹하게 만들어 가는 게 이 작품의 포인트라 할 수 있죠.

 

이야기는 반푼이 악마 에리카를 소우시 대척점으로 내세우며 현실과 이상의 경계를 무너트리려고 합니다. 소년과의 첫 만남은 최악, 그녀(아르테리아)를 사랑하는 건 심어진 기억일 뿐이고 사실은 그녀를 진심으로 사모하는 게 아닌, 에리카는 인류의 적인 흡혈귀(아르테리아)를 말살해야 된다고 그녀(에리카)는 주장하죠. 하지만 견우와 직녀가 이런 심정이었을지, 로미오와 줄리엣이 이런 심정이었을지, 아르테리아를 향한 마음 앓이가 심해져 가는 소년에게 현실은 잔혹함을 들이밀기 시작합니다. 소년에게 가해지는 핵펀치 '너님 기억 개찬(改竄) 된 것임' 그런데 일편단심이라는 건 이걸 두고 하는 말이라는 것처럼 주인공의 연심은 바다가 눈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믿어질 정도로 진하게 다가오죠.

 

심어진 기억이라도 자신을 구해주었던(1) 아르테리아의 마음은 진심일 거라는 믿음 하나로 소우시는 난관을 헤쳐 나가려 합니다. 하지만 마왕 부활이라는 최악의 국면으로 넘어가면서 이들에게 놓인 오작교는 붕괴하기 시작해요. 믿고 있었던 마음과 기억이 사실은 새로 쓰여져 내 기억에 덧칠 되었다는 사형선고, 그리고 상황은 5년 전 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진실은 소년에게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역설하기 시작하죠. 이 이야기는 인간 소년과 흡혈귀 소녀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너는 나를 믿고 오작교를 넘어올 수 있느냐? 다리가 삭아 붕괴하여 떨어지더라도 너는 기어서 올라올 수 있느냐?라고 묻기 시작합니다. 소년은 말합니다. 가겠다고...

 

사실 중요한 이야기는 많으나 어차피 과정의 일부분일 뿐이고 전체적으로 보면 위에서 언급한 내용이 주류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소년은 역경을 뛰어넘어 사랑하는 소녀의 곁에 다다를 수 있을까. 5년 전 아버지의 죽음에 관련된 진실보다도 더 따끈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믿고 부서지는 오작교를 뛰어넘어 그녀에게로 갈 수 있을까. 참고로 아르테리아는 10살 체형, 로리콘? 아무튼 저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사랑이라는 것에는 험난함이 따르기 마련이죠. 역경을 뛰어넘은 자야 말로 사랑을 쟁취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흑막이나 뭐니 그런 건 어차피 들러리일 뿐...

 

맺으며,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5점이군요. 일단 범인이 누구냐를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보여 주고 있어서 긴장감이 없어요. 생각한 대로 진행이 되고 생각한 대로 결말로 이어지죠. 하지만 이런 분위기 덕분에 진입이 낮아서 5점, 원서에서 원래 말투가 그런지 번역이 잘못되었는지는 몰라도 주인공 말투가 3류 배우를 보는 거 같아 좀처럼 감정이입이 되지 않아서 빵점. 주인공 캐릭터 디자인 빵점, 주변의 말도 들었으면 좋겠는데 일편단심인 건 좋지만 주변을 말려들게 하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선 희생은 얼마든지, 그것으로 인해 시야가 좁아져 정작 자신을 소중히 해주는 무엇을 간과하는 주인공의 태도에 빵점, 빵점 두 개언급해야 되는데 기억이 안 나네요.


 

  1. 1, 이야기가 길어질 거 같아 언급을 안 했는데 주인공은 에리카와의 첫만남에서 사망직전까지 두둘겨 맞습니다.
    여기서 첫번째로 아르테리아가 부활 시켜주고, 에리카와 두번째 만남에서 또다시 죽게 생긴걸 아르테리아가 구해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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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8 - S코믹스 S코믹스
쿠니에다 그림, 김동주 옮김, 야스다 스즈히토 캐릭터 원안, 오모리 후지노 원작 / ㈜소미미디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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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의 반동일까. 어쭙잖은 실력만 믿고 기고만장해진 초보 모험가를 혼내주기 위한 신의 시련일까. 중층에 진출한 벨 일행에게 몰아치는 대규모 몬스터들에 휩싸여 버린 벨 일행의 절체절명인 순간, 지옥도에서 벨은 결단을 요구받습니다. 파티의 리더인 소년의 어깨에 사람 목숨이 맡겼졌다는 무거운 책임감이 얹혀집니다. 어디로 가야 하나, 누구에게 손을 뻗어 도와 달라고 해야 하나. 마치 옛날 릴리가 모든 사람들을 적으로 돌리고 손을 뻗어주는 이 하나 없는 곳에서 죽음과 삶을 강요받았던 것처럼 던전은 벨에게도 죽음과 삶이라는 선택을 똑같이 강요하기 하기 시작합니다.

 

벨 일행은 중충에 진출하여 순조롭게 사냥에 임하고 있었는데요. 이때 타케미카즈치 파밀리아의 오우카와 미코토가 속한 파티에게 패스 퍼레이드를 당하고 맙니다. 던전에서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짓, 쫓아오는 몬스터를 다른 파티에게 떠넘기고 자신들은 도망가는 아주 비열한 행동을 하고 말아요. 파티원이 다쳤다는 이유로, 자신들은 살고 싶다는 이유로 다른 이들을 제물로 삼아버리죠.  아이러니하게도 타케미카즈치는 헤스티아와 안면이 있는 사이로 자칫 여기서부터 벨의 파밀리아 깨기가 시작되지 않았을까 싶은 에피소드입니다. 벨이야 자기가 당해도 분함만 삭힐 뿐 대갚음해준다는 감정은 희미하였었죠.

 

그런데 릴리가 그런 꼴을 당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벨프조차 인간들에게 시달림을 받고 있던 처지라, 사실 많이 양보해서 벨이 용서를 한다고 해도 아마 헤르메스가 또 일을 저질러 버리지 않았을까 하는 분기점이기도 하죠. 하지만 벨은 던전에서 행불이 되어 버리고 우리 '벨군'은 영웅으로써 어쩌구라는 허황된 꿈을 꾸고 있는 헤르메스 입장에서는 이대로 그가 사라지는 걸 원치 않으니 어쩔 수 없이 타케미카즈치를 못 본척한 게 아닐까 하는, 아니면 관심도 없거나. 아무튼 그런 속이 시커먼 헤르메스가 앞장서서 벨 구조대를 꾸리는데요. 본편에서 보여준 속 시커먼 행동들을 코믹에서도 여과 없이 보여 주고 있어서 꽤나 소름이 돋아요.

 

가령 류를 구출대에 끼워 넣기 위해 구사하는 언어 실력을 들 수가 있어요. 상대가 가지고 있는 약점(류에게 있어서 벨은)을 서슴없이 이용한다던가, 안 가면 후회할 텐데? 같은. 또 결정적으로 시르를 이용하는 부분도 알면서 당할 수밖에 없는, 타인의 감정에 개입해 의도적으로 움직이게 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피해야 할 사람 0순위에 해당하는 게 헤르메스 같은 성격의 사람이죠. 그나마 헤르메스가 벨 일직선이라서(이건 무슨 고블린 성애자도 아니고) 주변에 피해가 적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이런 부분에서 작가의 실력을 엿볼 수 있죠. 사람 심리를 이용해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실력, 범죄자 같은 놈에게 넘어가는 히로인을 보는 듯한 장면은 언제나 두근거리게 하거든요.

 

그래서 늘 생각하는 게 헤르메스는 언젠가 프레이야에게 죽사발이 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는 것이군요. 물론 프레이야는 벨이 강해질수록 좋아하는 성격이긴 한데 '강해진다 = 개고생한다'는 이콜이 되지 않으니... 아무튼 사실 프레이야는 벨을 계속해서 지켜보고는 있지만 미노타우로스전 이후로는 이렇다 할 행동이 없어서 벨에게 관심을 끊었나 싶기도 한 게 애매하긴 합니다만. 이슈타르 파밀리아가 죽사발나 버린 이유가 벨이 연관되어 있기도 하니까 아주 관심을 끊은 것 같지는 않다고 할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타케미카즈치 파밀리아는 용케 무사하다 할 수 있어요. 다만 약소 파밀리아라 프레이야가 관심이 없어서일 수도 있고, 작가도 아예 염두를 안 하고 있었을 수도 있고...

 

아무튼 현장에서 개고생 하는 건 언제나 노동자(모험가)라는 듯, 벨은 릴리와 벨프를 다독여 어디론가 향합니다. 살기 위해, 자신도 자신이지만 둘의 목숨은 무엇보다 소중하기에.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리고, 그러다 지쳐 걸으며, 기어서 다다른 곳에 그가 본 것은... 늘 생각하지만 작가는 벨에게 무언가의 앙심이라도 품고 있는지 정말로 개고생시킵니다. 사실 이런 개고생이라는 측면에서 주인공은 먼치킨이 아니라고 정당화하는 무언가가 있기도 하죠. 이렇게 고생해서 얻은 귀중한 경험치는 주인공을 승화 시키기에 충분하지만 세상은 그를 샛길로 가는 약아빠진 놈이라고 폄하하기도 하고요. 조화와 부조화의 양극성을 잘 나타낸다고 할까요.

 

맺으며, 그동안 간간이 언급했지 싶은데 사실 이 작품의 코믹은 본편 일러스트보다 월등히 좋은 그림체를 가지고 있죠. 이야기는 다소 축약된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이 정도면 라노벨을 원작으로 한 코믹 치고는 매우 양호한 수준이라 할 수 있어요. 거기에 본편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는 코믹은 참 드물죠. 가령 미노타우로스전이라던지, 여기에 동굴 동굴하고 귀여운 캐릭터 디자인이 더해진 것도 한몫했는지 이번 8권만 해도 8쇄를 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본편의 인기를 업었다곤 해도 코믹도 그만큼 완성도를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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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직전생 1 - 이세계에 갔으면 최선을 다한다, Premium Extreme Novel
리후진 나 마고노테 지음, 한신남 옮김, 시로타카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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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트럭에 치여 이세계로 가는 전형적인 전생물이다보니 내용이야 뻔하지 싶어 그동안 안 보고 있었던 건데요. 그런데 이거 재미있냐는 게시물마다 보통 호(好)가 많아도 반드시 한둘이라도 불(不)이 붙는데 반해 이 작품은 불을 찾을 수가 없더라고요. 하나같이 추천을 하시길래 일단 1권이라도 읽어보자 하는 마음에 읽었더랬죠. 분명 전형적인 이세계물이 맞습니다. 주인공이 누구를 구하고 트럭에 치여 토마토 갈리듯 갈려서 이세계로 환생한다는 이야기이죠.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현실에서 자기 합리화하며 살던 주인공이 지금까지의 삶을 뉘우치며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면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삶을 살겠다는 개과천선을 한다는 것인데요.

 

보통 이런 생각을 가진 주인공은 정말 드물어요. 그저 방구석 폐인 짓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생활 배경이나 합리화하는 주인공만 있을 뿐이었죠. 그리고 신을 만나 능력을 받고 먼치킨 짓을 하는 것도 아닌 전생에서 살았던 감각을 십분 발휘해서 자기가 직접 발로 뛰어 능력을 얻는 주인공도 참 드물다 할 수 있을 겁니다. 남들이 보기엔 신동이라도 그저 남들보다 조금 더 잘하는 수준인, 어릴 때는 신동이라 불려도 어른이 되면 평범한 것이 되어버리는 그런 능력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니 이세계 먼치킨에 식상한 사람이라도 이 작품은 그렇게 거부감이 없겠더라고요. 그것도 그렇지만 필자는 작가의 필력에 더 큰 점수를 주고 싶군요.

 

이 작가의 특징은 언어 구사에 브레이크가 없다는 것입니다. 윤리적으로 터부시 되는 장면을 여과를 거치되 모자이크 형식으로 내보내면 상관없겠지?라며 일방통행 직진이 아니라 노골적인 추월을 보여줘요. 주인공의 이세계 부모님의 정사씬을 들어내기도 하고 그걸 보고 자X 하는 히로인 '록시'라든지, 그 록시의 팬X를 훔쳐서 보관하며 소중히 해야지 같은, 불륜도 서슴없이 나오고요. 이런 것들을 아들(주인공)의 입으로 거론 시키는 건 아무나 못합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저질스러운 면이 있긴 한데 이걸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능력이 가히 수준급이라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마냥 좋다고는 할 수 없어요. 아래에서 다시 언급...

 

어쨌건 이 작품을 처음부터 읽으시려면 우선 나무위키 같은 데서 스포일러를 당하고 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기도 했는데요. 이게 무슨 말이냐면 1권에서만 플래그와 복선이 많이 나와요. 눈치 빠른 분은 이 부분에서 미래에 어떻게 연결되겠다 하고 느끼겠지만 필자같이 둔감한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치는 장면이 꽤 됩니다. 록시의 경우 주인공 루데우스의 가정교사로 지내며 그를 교육하고 기간이 만료되어 떠날 때까지 그녀의 읊조림 속에 미래와 연관된 것이 다수 나오기도 하죠. 가령 마법 대학이라던지, 그리고 더 미래에서 어떻게 될지 같은. 또 하나의 히로인 실피의 경우도 비슷하죠.

 

하지만 다 떠나서 제일 안타까웠던 건 주인공 루데우스의 어머니 '제니스'관련 복선이었습니다. 후반 번외편에서 언급된 지금의 '행복'은 마치 이들에게 미래란 결코 순탄하지 않을 거라는 메시지로 다가와서 벌써부터 가슴 먹먹하게 다가오더라고요. 이 부분은 사실 미리 스포일러로 접하지 않았다면 느끼지 못할 감정이 아닐까도 했습니다. 아무튼 지금까지 좋은 점을 설파했으니 나쁜 점도 조금은 언급해보아야겠죠. 세상 어디든 완전한 건 없습니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기 마련이죠. 이 작품에서 어둠이란 역시나 윤리관에 문제가 조금 엿보인다는 것이군요. 특히랄 것도 없이 대부분의 문제는 루데우스 아버지 파울로에게서 시작됩니다.

 

파울로를 보고 있으면 이세계로 전생한 주인공의 성공담을 보는 거 같아요. 어릴 적 모험을 떠나고 많은 여자를 만나고 엮이고 예쁜 부인을 얻어 순탄한 가정을 꾸렸다. 누구나 바라는 이상향이죠. 그런데 아랫도리 간수를 정말 못하네요. 10대 초반에 리랴(이때 리랴도 10대 초반으로 추정, 현재 루데우스 집안 메이드)를 강제로 건드리고, 발정 난 개처럼 온 동네를 쏘다니며 DNA를 남기는, 오죽하면 제니스(루데우스 엄마)가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네 형제가 있을지도 모르겠구나(비슷할 겁니다.).'라고 할 정도니까요. 고자는 나쁘지만 그렇다고 망나니도 보고 있으니 진심으로 깬다 같은 느낌이랄까요. 화룡점정은 10대 초반에 파울로가 건드린 리랴가 메이드로 오면서부터죠.

 

졸지에 루데우스에게 이복동생이 생깁니다. 그것도 와이프(제니스)가 임신으로 X생활을 못하게 되자 리랴의 방에 찾아간, 하지만 실상은 무엇이라는 것에서 작가의 필력을 엿볼 수 있죠. 반전이라면 반전이겠지만요. 그나마 작가는 마지노선을 잡고 있었는지 록시는 건드리지 않았다는 것, 이 부분에서도 루데우스와 록시의 미래라는 복선이라 할 수 있지 않았나 합니다. 아무튼 사실 이런 망나니 같은 부분은 현실의 중세 시대와 견주어 보더라도 그렇게 노골적이라기보다는 현실에 빗댄 감도 없잖아 있죠. 파울로는 하급이지만 귀족이고, 하지만 그래도 책임을 질려는 모습에서 그저 망나니로 부르기엔 어폐가 있기도 합니다.

 

맺으며,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작가의 필력이 좋아서 술술 읽힌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직 1권이고 뒤로 가봐야 알겠지만 일단 주인공이 강하다고 뻐기는 것이 없다는 것이 마음에 드는군요. 전생에서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잘못을 인정하고 최선을 다해 지금을 살아갈려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와요. 이것으로 인해 아들이 아들 같지 않다는 오해도 사지만, 그러고 보니 정작 주인공에 대해 많이 언급하지 않았는데 여느 이세계 전생물과 별반 다름없는 생활을 이어갑니다. 능력을 얻고 수련을 통해 조금식 강해지죠. 그러다 괴롭힘당하는 실피를 구해주면서 얀데레 비슷하게 키워가고...

 

이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서로가 어긋난 생각을 품고 자기 좋을 대로 풀이하는 부분도 꽤나 인상적이 할 수 있어요. 가령 루데우스와 리랴의 관계라든지, 엄마가 생각하는 루데우스라던지, 톱니가 맞물리지 않을 거 같으면서도 잘 물려 돌아가게끔 하는 작가의 능력은 좀처럼 찾을 수 없기도 합니다. 참고로 부제목은 플래그와 복선을 많이 투하해서 저리 써봤습니다. 미리 스포일러를 접했다 보니 플래그와 복선이 제법 보이더라고요. 그렇다고 일부러 스포일러를 접하라고 장려하진 않습니다. 감정이라는 게 사람마다 달라서 기분만 나빠질 수 있으니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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