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미궁과 이계의 마술사 1 - Novel Engine
오노사키 에이지 지음, 나베시마 테츠히로 그림, 이경인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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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아버지는 이성적이다. 주인공 '테오도르'는 백작가의 서자(첩의 아이)로 태어나 본처와 본처의 자식들에게 괴롭힘을 먹고 자란다. 콩쥐팥쥐의 남자판일 수도 있겠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같이 괴롭힘을 당하던 테오드르는 전생의 기억을 되찾는다. 이 작품은 이세계 전생물이다. 소설가가 되자에 연재된 작품답게 그들만의 리그를 충실히 따른다. 전생의 기억을 되찾은 테오도르는 이복형제들을 혼내주고 아버지와 담판을 지은다. 어차피 서자인 이 몸, 여기 있어봐야 좋을 거 없다며 미궁도시 탐윌즈로 떠나겠다고 한다. 보통 여느 서자 태생 작품이라면 아버지 또한 나 몰라라 할 텐데 이 작품의 아버진 그나마 이성적으로 나온다.


종자 '그레이스'와 길을 떠나는 테오도르, 이렇게 고전 용사물처럼 주인공 테오드르는 시작의 마을에서 여행을 떠나 구국의 용사가 되는 그런 기초적인 클리셰를 선사한다. 다른 이세계물과는 차별을 두는 게 이런 점이다. 전생의 기억을 더듬어 이세계인은 무지렁이라는 듯 신문물을 만들어내는 것과 다르게 이 작품의 주인공은 전생의 기억은 어디까지나 참고 형식이자 서브 형식으로 메인은 되지 않는다. 다만 마법을 다루는 점에서는 전생의 기억을 조합해서 타인보다 좀 더 우수한 경지에 오르는데, 이건 전형적인 소설가가 되자의 그들만의 리그 형식이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길을 떠난 테오도르와 그레이스는 여남작' 애슐리'를 만난다. 여남작이라고 해서 나이가 많은 건 아니고 주인공과 또래다. 그녀의 영지에서 일어난 마물 습격 사건을 해결하면서 인연이 닿았는데, 뭐 이런 작품이 이런 식의 인연이라는 클리셰니까 이런 만남도 당연하게 느껴진다. 덤으로 병약한 그녀를 주인공의 마법을 낫게 해주는 그런 것도 포함되어 있다. 그로 인해 주인공을 사모하는 히로인이 추가되는 계속해서 고구마 줄기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드라마의 연속이다. 이것도 있다. 주인공을 깔보고 덤비는 무뢰한을 퇴치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암행어사 같은 그런 이야기도 있다. 솔직히 식상한 부분이다.


한편으로는 인간애를 주장하기도 한다. 주인공의 태생이 태생이다. 콩쥐의 역할이었던 주인공의 과거는 불운으로 점철되어 있다. 아버지가 바람을 피워(라기보다 주인공의 엄마는 본처의 느낌이 나는데, 귀족의 사정에 의해 밀려난 느낌 같은) 서자로 태어나 좋은 대접은 못 받았다. 어머니는 그의 나이 5살 때 병으로 돌아가셨다. 종자 그레이스(흡혈귀와 혼혈)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긴 했지만 그레이스 또한 인간 대접을 못 받는 하프다 보니 둘이서 인생의 시궁창을 진작부터 맛보아야 했다. 그래서 주인공 테오도르에게 있어서 그레이스 이외엔 전부 타인이다. 그의 울타리는 지극히 작다. 그 작은 울타리에 들어온 사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려는 성격을 보인다.


이런 점이 전생의 기억을 기반으로 하는 여타 이세계물과의 차이점이다. 주인공은 이 세계의 삶과 기억을 우선시한다. 그런데 그런 그의 성격을 보다 못해, 혹은 아이(13세다)라고 은근히 깔보며 주변은 그를 자신들 마음대로 리모트 컨트롤 하려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런 점도 꽤 신선하긴 하다. 하지만 그런 걸 반사해가는 주인공 또한 만만찮다. 마치 눈뜨고 코 베인다는 우리네 속담을 알고 있는 거 같은 그런 흐름이 묘하게 끌어당기는 묘미가 있다. 사실 한편으로는 이것도 다 전생의 기억이 있으니까 가능했을 것이라는 씁쓸한 느낌도 없잖아 있다. 이렇게 주인공은 인연을 쌓아가며 미궁도시 탐윌즈에 도착한다.


미궁도시에 왔으니 던전에 들어가서 돈을 벌어야 할 것이다. 이성적인 아버지가 그래도 독립해 나가는 아들을 걱정해서 돈을 쥐여주긴 했지만, 앞으로는 자기 힘으로 살아가야만 한다. 한가지 아쉬운 건 전생의 기억이 있다곤 해도 주인공의 실력을 디버프해서 약체화했다면 어땠을까다. 아니 처음부터 성장형으로 했다면 그나마 만점을 줬을 텐데 이런 소설가가 되자 출신의 작품은 그런 경향을 찾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실력이 있으니 던전 공략은 안 봐도 비디오다. 그럼 어떻게 해야 흥미를 끌까 해서 투입한 게 주인공(혹은 그레이스)을 노리는 흑막의 투입이다. 용사물에 대입하자면 마왕을 무찌르기 위한 전초전이랄까.


맺으며: 그래도 나름 차별을 두려는 모습은 보인다. 그 흔한 스테이터스 창은 하나도 안 나오는 게 그나마 마음에 든다. 다만 스킬을 설명하는 거나 상황 설명 등은 역시나 지리멸렬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감정이입을 시키려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과거 어머니를 회상하고 애슐리에게서 어머니의 그림자를 보고 그레이스에게서 자신의 과거를 보는 등 인간애와 가족애를 끊임없이 부각 시키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짠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벌써부터 이런 감정이입 시키면 나중에 어떻게 하려는 걸까 하는 우려를 느끼게 해주기도 하고. 요컨대 사람으로 치면 감정의 기복이 심한 편이랄까? 마지막으로 일러스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작품이 아닐까 한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일러스트는 정말 아니라는 평을 주고 싶다. 본편의 점수를 10점(예를 들자면이다. 필자는 10점은 아무에게나 주지 않는다.) 주자면 일러스트로 인해 -9점을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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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궁의 까마귀 3 - J Novel Purple
시라카와 코우코 지음, 아유코 그림 / 서울문화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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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설'은 선대 오비에게 주워졌을 때부터 자신의 숙명을, 운명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평생을 밖으로 나갈 일 없이 궁에 갇혀 오련낭랑을 위로하는 역할에 충실히 하며 그렇게 살다 소리 소문 없이 사그라질 운명이라는걸. 오비는 이 나라가 건국될 때부터의 이면에 있는 역사를 알고 있다. 이 나라가 숭상하는 신(神) 오련낭랑 따위는 여기로 유배되어 온 죄인이라는 것을. 수설은 오련낭랑을 만나러 온 부엉이와의 사투에서 몸을 날린 황제 고준 덕분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깃털로 변한 부엉이를 보며 수설이 느낀 감정은 무엇일까. 부엉이는 바다의 거품으로 만들어진 존재라고 했다. 수설은 자신을 오련낭랑을 가둬놓기 위한 그릇이라고 되뇐다.


외로움은 견딜 수 있다. 하지만 공허함은 사람의 마음을 좀 먹는다. 나의 존재 의의를 고뇌하는 수설의 마음은 애틋하기 짝이 없다. 이 그릇이 깨어진다면 나는 까마귀의 깃털이 되어 버리는 걸까. 표지에서 수설이 들고 있는 흑진주는 부엉이가 수설과의 싸움 끝에 남긴 것이다. 이번 3권을 읽고 표지를 다시 보니 인생의 덧없음을 이보다 잘 표현한 게 있나 싶다. 오비는 이 모든 게 숙명이나 마찬가지다. 오련낭랑을 품고 혼자 살다 혼자 죽어가는 그런 존재가 오비의 역할이다. 사람들은 오련낭랑을 신으로서 숭상한다. 신이 존재함으로써 전란을 피하고 천하가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것이라고 여긴다. 오비의 마음은 모른 채.


황제 고준이 찾아오고, 시녀를 들이는 등 사람들과 교류가 늘어난 것을 계기로 사건을 해결해 달라는 사람들이 늘었다. 점을 처 달라는 사람도 늘었고, 오비 수설이 거처하는 야명궁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게 되었다. 이로써 수설은 외로움을 더 이상 느끼지 않아도 될 터였다. 시녀 '구구'는 허물없이 수설을 상대로 인형놀이하기 바쁘다. 황제 고준은 먹을 것을 들고 와 그녀에게 내맨다. 그가 찾아오는 것을 싫어하면서도 먹을 것을 꾸역꾸역 입에 넣는 장면은 마치 햄스터를 연상케 한다. 아쉬운 건 일러스트 하나 없다는 것이고. 황제 고준은 오비가 안고 있는 고뇌를 알고 있다. 왜냐면, 황제는 여름의 왕이고 오비는 겨울의 왕이니까.


이번 이야기는 오련낭랑의 신앙이 쇠퇴하고 새로운 종교가 대두하면서 수설에게 위기가 닥치는 걸 그리고 있다. 나라가 흥망성쇠 하는 것처럼 옛 시대의 종교 또한 흥망성쇠의 기로에서 벗어나진 못하는가 보다. 오련낭랑의 사당은 자꾸만 줄어가고, 숭상하는 사람도 줄어 궁에 모신 사당조차 쇠퇴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앙의 힘은 신도에게서 나온다고 했던가. 오련낭랑의 힘은 예전만 못하다. 그러니까 부엉이에게도 고전했으리라. 그 틈을 비집고 옛 시대의 종교가 다시 부활하면서 수설에게 위협으로 다가온다. 저주를 걸어 수설의 힘을 파악하고, 급기야 목숨을 빼앗기 위해 본격적으로 실력을 행사해오는 적으로 인해 수설은 궁지에 몰려간다.


혼자였다면 진작에 꺾였을 것이다. 지금은 자신을 지탱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외로움을 달래주는, 공허함을 잊게 해주는, 그중에 황제 고준은 벗인 그녀를 구원해주려고 한다. 한낱 비에 지나지 않는 그녀를 구해주려는 이유는 뭘까. 하지만 오비의 몸에서 오련낭랑을 빼낸다는 건 나라의 안녕이 끝난다는 것과 같다. 수설은 자신의 몸에서 오련낭랑을 빼낸다는 건 죽음을 의미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길이 있다면 매달리고 싶은 심정이다. 혼자 쓸쓸히 죽어가는 건 아무리 오비로서의 숙명이자 운명이라도...


마지막으로 이 작품의 특징은 등장인물 간 서로가 엮여 있다는 것이다. 나는 알지 못하는 인물이라도 한 다리 건너 인연(혹은 악연)으로 묶여 있다는걸, 가령 수설이 거둬들인 의시합이라는 소년 환관의 경우 이번 수설을 주살하려 했던 어떤 인물과 연결이 되어 있다 같은. 그 연결이 연결을 불러 수설의 최대의 적으로 나오지 않을까 하는 어떤 소녀가 등장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흥미를 끌지 않을 수 없다. 혼을 달래며 타인과의 연결을 통해 수설에게 위협이 되는 세력 등 고구마 줄기처럼 여러 이야기가 합쳐지는 묘미가 대단하다고 할까. 그렇게 수설 혼자서는 감당이 되지 않은 일들을 황제 고준도 같이 거들어 주면서 세상은 혼자가 아니라는 메시지 등은 읽는 이의 마음을 붙잡는데 일등공신이 아닐까 싶다. 


맺으며: 이 작품은 인간의 시대에 신화적인 이야기를 가미한 판타지다. 신이 존재하고 혼과 주술이 존재한다. 상대에게 주술을 걸어 주살하는 건 예사고, 혼(귀신)이 아무렇지 않게 배회한다. 수설은 그런 혼을 달래 낙토(아마 저제상)로 보내는 일을 한다. 때론 주술도 거는 거 같은데 이건 잘 나오지 않는다. 다들 오비를 기피하는 이유로 주살을 들고 있다. 실상은 그렇지 않은데. 혼을 달래 낙토로 보내며 엮인 이야기들이 때론 수설의 신변을 위협하기도 한다. 이번에도 새로운 종교가 대두되면서 그녀를 주살하려는 음모가 드러난다. 수설은 여느 먼치킨과 다르다. 약간의 주술을 쓸 수 있을 뿐, 그러해서 언제나 힘에 부친다. 그럴 때마다 황제 고준은 그녀를 도와주고, 시녀 등 주변인들은 그녀를 돌봐준다. 이런 점들이 사뭇 흐뭇함을 자아내기도 하는 게 이 작품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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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어문 제국 이야기 3 - S Novel+
모치츠키 노조무 지음, Gilse 그림, 현노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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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이 미래에서 손녀가 찾아왔다. "두유 노 사라 코너?"



겨우 단두대행을 회피하고 이제 좀 다리 펴고 자나 싶었던 '미아'에게 학원 정점 '라피나'의 폭탄이 떨어진다. 혼돈의 뱀인지 뭔지 사교의 암약으로 세계의 위기라나. 소똥을 피했더니 개똥 밭이 눈앞에 펼쳐진 상황이다. 미래의 지침이 되었던 일기장은 단두대 회피에 성공하면서 없어져 버렸던지라 더 이상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길이 없는 미아로서는 전전긍긍. 나아가 라피나는 대 혼돈의 뱀 전선을 구축해서 싸우자고 설레발을 치는데 싫다고도 할 수 없는 일. 여전히 단두대행 트라우마가 있어서 소심의 극치다. 그래서 소원을 빈다. 사람은 함부로 소원을 빌어선 안 되지만 그것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그것대로 괜찮은 일일 것이다.


이 작품은 우연이 겹치고 행운이 행운을 불러오고 오해가 오해를 낳아서 평범한 범인이 수재가 되는 그런 이야기다. 사실 미아는 성적 평범하고 친구라고는 별로 없는 아싸의 경계 직전에 있는 그런 희로인이다. 그런 희로인 주변인들은 그녀의 행동에 오해와 착각을 해서 그녀를 성녀로 떠받든다. 매사 좋은 쪽으로 생각하는 주변인들 덕분에 그녀는 죽을 맛이다. 내심은 아버지에게서 집을 상속받으면 팔아서 그 돈으로 띵가띵가 놀고 싶은 게 미아의 본심이다. 단두대 회피 때도 자기 보신을 위해 움직였을 뿐인데 주변이 알아서 그녀를 성녀로 만들어 버린다. 이번엔 그 극치를 향해 달려간다.


어쨌거나 소원을 빌었다. 미래에 대한 지침을 달라고. 이대로 가다간 라피나에게 휘둘려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래서 빌었더니 귀신이 나와 버린다. 그쯤 미래의 티어문 제국은 사분오열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껏 힘좀 내서 미아가 기아(굶주림)도 해결하고 정치적으로 어쩌고저쩌고 다 해놨더니 지들(귀족)끼리 치고받고 아주 난리도 아니다. 미아의 손녀 '미아벨'은 쫓기는 신세다. 할머니에 이어 손녀도 팔자가 참 기구하기 짝이 없다. 그렇게 쫓기던 손녀가 별안간 빛에 휩싸이는데... 어떻게 보면 미아의 소원은 손녀를 살렸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새로운 고난의 행군이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 이놈의 팔자는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었나 싶은 심정이 아니었을까.


14살 나이에 졸지에 손녀가 생겨버린 미아는 손녀로부터 미래의 티어문 제국의 운명을 듣게 된다. 이대로는 미아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세계대전급이다. 티어문 제국은 말 할 것도 없고. 그 중심에 대 혼돈의 뱀 전선을 구축하자고 했던 학원의 정점 라피나가 있었는데... 이렇게 놓고 보니 라피나는 T-800이고 미아는 사라 코너가 되어서 미래를 지켜라 같은 뭔가 마니악 한 기분이 든다. 여기서 라피나를 골로 보내면 미래는 바뀔까? 미아는 손녀가 미래에서 듣고 보고했던 일들을 들으며 미래에 일어날 전쟁을 회피하기로 하는데, 문제는 혼돈의 뱀이라는 암약하는 사교집단이다.


사실 이 작품은 라노벨이라는 특성에 맞게 굉장히 라이트 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기자기한 일러스트까지 더해서 심각한 건 없고 모두가 오해를 해선 해피한 마인드로 꽃밭을 향해 달려갈 뿐이다. 이번에도 라피나를 구워삶든 지지고 볶든 어떻게 처리해야 미래가 바뀌는데 미아만 심각할 뿐 정작 라피나는 오해만 거듭할 뿐이다. 결과 미아만 더욱 성녀의 자리를 굳히게 된다. 이 작품은 이런 식이다. 뭔가 심각한 주제(랄 것도 없지만)를 던져놓고 피해 가보시지?라는 숙제를 던진다. 그런데 미아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한다. 주변이 알아서 처리해줄 뿐. 이 과정이 개그라든지 독자층에 따라서는 흐뭇하게 보일 것이다. 아마도.


이 작품의 본질은 개고생이다. 모두가 아닌 히로인 '미아'에게만. 그래서 도망가고 싶은데 주변에서 성녀 취급하며 우러러보니 도망도 못 간다. 그래서 라피나가 오해를 해서 그녀(미아)의 절대적 이해자로 태어나는 장면은 이 작품의 백미가 아닐까 한다. 뭔가 두리뭉실한데 스포일러 안 하려고 그러는 거니 양해 바랍니다. 아무튼 이렇게 손녀가 들고 온 파국으로 치닫는 미래의 가능성 중 하나를 잘라 냈다. 이쯤에서 생각이 드는 게, 미아의 민낯이 백일하에 드러났을 때다. 그녀는 사실 아무것도 한 게 없고 그저 주변에서 오해를 한 것뿐이라고 들통났을 때. 만화 엔젤전설의 주인공 '기타노'처럼 주변은 그녀를 용서할까? 필자는 이것이 사뭇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맺으며: 가볍게 읽기엔 뭣보다 좋다. 다만 냉탕과 온탕의 온도차가 너무 커서 적응이 안 될 수 있다. 미아가 단두대행 때 보여줬던 삶과, 미아벨의 쫓기던 상황 등은 처절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교훈도 더러 있고. 근데 그 이외의 장면에서는 너무 가벼운 이야기를 보여준다. 가령 '설렘탱천'같은 요상한 단어를 들먹이며..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아무튼 작가는 이런 단어가 재미있나 싶을 정도로 조금 뭐랄까 저렴함?을 보여준다. 이게 코믹함을 부각 시키는 효과가 있긴 한데 그렇다면 처절함은 좀 빼던가. 아무튼 여전히 일러스트 하나는 좋다. 필자는 왜 3권을 구입했는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4권도 발매된 거 같은데 어떡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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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 파밀리아 크로니클 episode 프레이야 - S Novel
오모리 후지노 지음, 니리츠 외 그림, 김민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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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고결하게 살아가렴. -영웅처럼"



이번 이야기는 '소드 오라토리아', '에피소드 류'에 이어 세 번째 외전 '에피소드 프레이야'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신 '프레이야'에 관련된 이야기로 뜬금없이 도진 반려를 찾기 위한 여정을 그리고 있다. 여기서 반려란 종합적이라 하겠다. 결혼을 해서 같이 살아가는 그런 반려에 속하기도 하고, '오탈'처럼 옆에 서서 묵묵히 받쳐주는 그런 사람을 일컫기도 한다. 요컨대 마음에 드는 사람을 사냥하러 나간다는 그런 말이기도 하다. 그동안 본편에서 그녀의 이미지는 마음에 드는 남자를 잡아먹는 그런 역할이었으니까 이번에도 그런 이야기일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반전이 아닐 수 없는 신선함을 보여준다.


그동안 [헤스티아 파밀리아]나 [로키 파밀리아]는 숱하게 다뤄 왔으나 본편에서조차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던 '프레이야'의 진짜 모습과 성격 등이 적나라하게 서술되어 있으며, 그녀가 여행을 하며 보여주는 순수함과 냉혹함 그리고 자상함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신선함을 자아낸다. 자신이 선호하는 세상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찾아 밖으로 나온 프레이야는 어떤 노예랑 마주친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프레이야의 미모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반면에 그 노예는 어찌 된 일인지 프레이야의 매료에 빠지지 않는다. 그것이 프레이야의 눈길을 잡게 된다. 하지만 그 노예의 영혼 색은...


'너의 이름은?'


'알리'


영웅은 달리 태어나지 않는다. 프레이야는 알리에게서, 알리의 영혼에서 무엇을 본 것일까. 까마득한 삶을 살아온 프레이야에게 있어서 그녀의 흥미를 끄는 알리의 정체는 무엇이고, 알리의 정체를 간파한 그녀가 알리에게 어떤 길을 제시할 것인가는 이 이야기의 백미가 아닐 수 없다.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라는 작품의 본질은 '영웅'이다. 본편의 벨이 그렇고, 소드 오라토리아의 본질도 영웅과 연결이 되어 있다. 류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알리를 사들인 프레이야는 그녀(알리는 여자다)에게 길을 제시한다. 이대로 나와 같이 오라리오로 갈 것인가,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영웅의 길을 갈 것인가.


알리는 왕자다. 사막 귀퉁이의 나라에서 왕녀로 태어나 운명을 비틀듯 그녀는 왕자로 키워졌다. 그녀의 나라는 침공을 받는다. 멸망의 기로에서 알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얼까. 어쩌면 프레이야를 만난 건 운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프레이야는 그녀의 영혼이 순수하고 맑게 자라길 바란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프레이야는 그녀를 도와주지 않는다. 오탈을 위시한 파밀리아 간부진이 출전한다면 알리의 나라는 분명 구원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래선 안 된다. 나라에 위기가 닥치고 노예로 전락한 왕녀의 운명은... 스스로 개척하고 잡아야만 한다. 나비가 애벌레에서 고치가 되고 고치를 뚫는 아픔을 겪었을 때, 영웅은 달리 태어나지 않는다.



고고하고 색이 넘치는 그동안의 이미지를 벗어던진다. 프레이야의 이면은 이 작품의 또 하나 백미이다. 노예가 보기 싫다고 죄다 사들여서 자기 전리품으로 삼는 장면은 어쩌면 여왕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삶의 의욕을 잃고 눈이 죽고 탁한 영혼은 그녀의 성미에 맞지 않다. 그래서 사들였다. 하지만 노예에서 해방된 사람들은 그녀의 마음이 어찌 되었든 삶의 희망을 준 그녀를 찬양하지 않을 수 없다. 프레이야의 인맥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그녀는 손을 내밀지 않는다. 하지만 같이 갈래?라는 자기 스스로 걷게 만들어 삶의 의지를 심어준다. 그러나 그것도 부질없을 때가 있다.


전쟁의 업화는 그녀, 프레이야에게 미친다. 진정으로 화가 난 것이 무엇인지, 그녀의 역린을 건드린다는 게 무엇인지 하는 대목은 소름이 다 돋는다. 때론 자신의 했던 일이 부질없을 때가 있다. 정말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자, 사람을 지킨다는 것, 백성을 지킨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리는 알아간다. 그런 과정에서 알리는 프레이야에게 연민을 느끼게 된다. 뜬금없이 백합이라니 작가가 거침이 없다. 그러나 운명은 서로의 길이 다르다는 걸 일깨워 간다. 프레이야는 손을 내밀지 않는다. 그저 길을 제시할 뿐이다. 어디로 가야 될지 몰라 가만히 서 있는 알리에게 이쪽으로 가면 된다고. 


맺으며: 본편보다도 소드 오라토리아보다도 200%는 더 흥미진진한 에피소드가 아닌가 싶다. 프레이야가 이런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본편과는 180도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실로 여신 다운, 때론 여왕 다운, 때론 인간적으로, 자유분방하게 여행을 하며 소녀처럼 웃고 떠드는 장면 장면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한다.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은 에피소드였는데 이렇게 기대하지 않는 작품일수록 당첨이 되는 행운을 얻기도 하는 게 묘미가 아닐까 싶기도 한다. 하지만 솔직히 중반 이후는 좀 질질 끄는 면이 없잖아 있다. 후기에서도 편집부에서는 170페이지로 끝내라고 했는데 작가가 300페이지로 늘렸으니 이야기가 좀 늘어지는 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본편보다는 흥미롭다는 게 필자의 주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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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녀전기 12 - Alea iacta est, Novel Engine
카를로 젠 지음, 한신남 옮김, 시노츠키 시노부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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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어느 모로 보다 제국은 운명을 다 했다. 남은 건 누구의 손에 점령 당하고 항복할 것인가다. 연료도 없고, 식량도 없다. 그럼에도 전쟁은 끝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특히 동부전선, 연방(소련)과의 전쟁은 질척질척하기만 할 뿐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다. 이에 제국을 움직이는 위정자로서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까. 온전히 연방(소련)에 먹힌다면 제국의 미래 따윈 2차대전 때를 보더라도 극명하다. 이젠 퇴색해버렸지만 공산주의의 치하에서 국민들이 어떤 대접을 받을지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타냐의 상관 제투아는 합중국(미국)을 끌어들이기 위해, 최선의 패배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민주국가에 점령 당한다면 적어도 국민들의 삶은 보장될 테니까.


이번 이야기는 제국의 운명이 그 끝을 고한다로 정의할 수 있다. 전쟁을 왜 시작했는지 이제 와 필자는 잊어버렸지만 국경선에 걸린 나라란 나라에 죄다 싸움을 걸어서는 끝낼 타이밍도 못 잡고 어거지로 자존심만 내세우다 속된 말로 존망 하는 꼬라지 직전에 처해진 제국의 슬픈 말로를 그리고 있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활약이 있었다곤 해도 전황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7년이라는 시간을 전쟁을 치렀듯이, 아무리 백전노장들이 즐비한 203 마도 대대를 가진 제국이라도 구멍 뚫린 제방을 모두 막을 순 없을 것이다. 이젠 203 마도 대대도 그저 그나마 나은 온전히 보존된 부대이기에 혹사만 당할 뿐이다.


타냐는 이직을 바라나 적당한 상대가 없다. 그렇다고 현대의 지식을 가진 그녀가 연방(소련)에 투항할리는 없을 터, 그래서 그녀의 상관 제투아가 합중국을 끌어들이기 위해 이르도아(이탈리아)를 친다고 했을 때 반대하지는 않았겠지. 실제로 웹판을 보면 그녀는 합중국으로 넘어가는 거 같으니까. 그보다 만성적인 물자 부족에 시달리는 제국보다 그나마 풍족한 이르도아에서 물자를 보급 받는 게 지금의 타냐로서는 기쁘기 그지없었을 것이다. 몇 년 전인가 북한이 남침을 할 때 물자를 국도변 마트 같은 데서 보충할 거라는 인터넷 우숫게 소리가 떠돌았었는데 지금의 타냐가 딱 그짝이다.


아무튼 간에 침몰하는 조국에 목 매봐야 나만 손해일뿐이다. 하지만 커리어를 중시하는 그녀로써는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아무리 적군이라지만 적어도 유능한 장교라면 대우는 해주겠지. 언제더라 북한에서 귀순한 모 장교는 우리나라 육군인지 공군인지에서 대령까지 하지 않았던가. 타냐가 바라는 건 그것뿐이다. 그래서 상관의 그 어떤 명령이라도 들을 수밖에 없는 숙명이랄지, 참 사서 고생을 한다. 물자라곤 쥐뿔도 없는 상황에서 적을 두들기라는데 뭐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이젠 자존심이고 뭐고, 현지 조달만이 살길이다. 생필품은 일찌감치 현지 조달이고 이젠 하다 하다 군수물자까지 현지 조달이다. 궁하면 통한다고, 적진에 뛰어들어 빼앗아서 쓴다 같은 도적 질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미지는? 커리어 쌓는다며? 남의 돈으로 전쟁하는 건 꿀맛이라는 게 타냐의 지론이다. 그녀는 과연 어디까지 타락할 것인가. 그 벌이랄지 이제 좀 후방으로 물로나 휴가를 만끽하나 했더니 성실한 샐러리맨의 최후는 계속된다. 후퇴하는 부대의 최후미에 서서... 뭐 어쩌라고? 타냐의 상관이 그토록 고대하던 합중국이 움직인다. 2차대전사를 아는 사람은 다 알듯이 미국의 물량전은 예나 지금이나 혀를 내두르게 하지. 이제 어떻게 항복할 것인가만 남았다. 인적 자원은 다 갈아 넣었고, 물자는 바닥이다. 그럼에도 제국이 움직일 수 있는 건 타냐같이 살아남은 극소수 엘리트가 있어서 가능했을 것이다.


이제 타냐의 운명은...


맺으며: 처음보단(1권) 독해력을 요구하지 않게 되었다고 할까. 이젠 농담이나 개그를 섞어 넣으면서 접근을 쉽게 한 부분이 눈에 띈다. 파워 인플레를 의식한 것인지 타냐가 직접 나서는 전투는 많이 줄었다. 타냐의 대척점에 있는 메어리 수의 활약을 조미료로 조금 가미하면서 지루함이나 식상함을 없앤 부분은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 여전히 메어리 수의 미x년 플레이는 뒷목을 잡게 하는 게 관전 포인트랄지. 아무튼 이 작품도 곧 끝을 향해 달려간다고 할까. 합중국이 슬슬 물량으로 참전하면서 제국은 그야말로 바람 앞에 등불, 13~4권이 클라이맥스가 아닐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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