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향신료 3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코우메 케이토 그림, 아야쿠라 쥬 캐릭터 디자인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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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은화 절상에 뛰어들었다가 경쟁자 메디오 상회에 쫓기는 신세가 된 로렌스와 호로, 도시 지하 수로에서 필사적인 도주를 꿈꾸지만 포위망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좁혀오기만 합니다. 올무에 걸린 동물처럼 수로를 미친 듯이 뛰어다녀도 목을 옥죄어오는 상황은 이들에게 더 이상 출구가 없다는 걸 알려줍니다. 의례 이런 일에서 주인공은 먼치킨이 되어 불의나 위기를 타파하고 히로인의 손을 붙잡고 금의환향하는 클리셰를 독자는 바라지만 현실은 시궁창입니다.

 

급기야 칼에 찔려버린 로렌스는 피를 많이 흘려 기절 코스에 들어가고 그런 그를 필사적으로 받아들며 다다른 곳에서 최후를 직감합니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절체절명인 순간, 메디오 상회는 호로를 이용하여 밀로네 상회를 찌부러뜨린다며 그녀를 넘기라는 최후 통첩을 해옵니다. 당연히 거절하는 로렌스... (사실 여기서 몇 가지 추가해야 될 흑막이 있지만 일단 넘어갑니다.)

 

그리고 밀로네 상회만 찌부러트리는 것만 아니라 신의 변덕에 의해 수확량이 정해지는 구태의연한 구시대와 작별하고 새 시대를 열기 위해선 호로는 더 이상 필요 없다고 거리낌 없이 말하는 인간, 몇백 년간 인간을 위해 풍요를 기원했고 그렇게 해왔던 그녀는 지금 이 순간 인간들에게 배신을 당했습니다. 늘 혼자 살면서 외로움을 견디며 살아온 그녀가 더 이상의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따스함을 찾아 인간들의 곁으로 나왔지만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 인간들은 그녀를 거부했습니다.

 

그녀를 거부하지 않은 단 한사람 '로렌스' 표지에 호로의 입에서 피를 흘리는 장면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그녀에겐 잃고 싶지 않은 사람이 생겼습니다. 출혈 과다로 기절 직전에 몰려있는 로렌스를 지키기 위해, 은혜도 모르는 썩어빠진 인간들을 구제하기 위해 호로는 변신을 택합니다. 변신하기 위해서는 보리나 사람의 피가 필요, 로렌스의 피를 먹고 모습을 바꾸는 그녀는 자신(호로)과 한 북쪽 요이츠로 데려다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인 그(로렌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그동안 신세 많이졌다.'

 

출혈 과다로 인해 멀어지는 의식 속에서 그의 눈에 비친 건 멀리 떠나는 호로의 모습... 2권에서 필자가 언급한 적이 있는데 교회의 입장에서 보면 호로는 그 존재 자체가 이단입니다. 그런데 원래의 모습인 늑대가 되어 난장판을 벌였다고 하면 대대적인 토벌령이 내려지겠죠. 이것은 비단 자신만이 아니라 요이츠에 살아 있을지도 모를 동료들에게 화가 미칠 수 있고 곁에서 편을 들어 주었던 로렌스마저 위태롭게 할 수 있습니다.(1) 그래서 그녀는 떠나기로 한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인물이 등장합니다. 양치기 소녀 '노라'는 양치기견(犬) '에네크'와 함께 교회에서 주선한 양을 몰고 들판으로 나가 양을 치며 근근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무사히 방목을 마치고 돌아온 노라를 바라보는 음흉한 시선과 정당한 보수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데다 새로운 방목지라며 그녀를 사지로 내모는 갑질까지 횡횡하는 시대에 시사하는 건 어느 세상이고 여자 혼자서 살아가기란 힘들기 짝이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석양을 바라보며 눈물을 보이고 마는 노라... 이 장면에서는 울컥하게 되었습니다. 작가가 표현력 하나는 정말로 예술이군요.

 

그리고 부부 사기단은 어찌 되었는가... 이대로 정말로 찢어졌다면 이 작품은 여기서 끝을 맺었겠죠. 남편 살림 다 거덜내면서 꼬리를 살랑살랑거리는 호로와 그녀에게 손을 내미는 로렌스, 이들에게 여행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작화나 표정 묘사는 이전에 마르고 닳도록 언급했는지라 칭찬도 많이 하면 욕이 된다고 더 이상 언급은 자제하겠습니다. 그 외에 경제부분에서는 좀 따분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호로와 로렌스가 보여주는 알콩달콩한 모습이 상당히 찰집니다. 질척질척한 여자관계가 없는 일편단심이나 이야기의 끝맺음이 좋은 기승전결이 매우 마음에 듭니다.

 

라노벨 구입할 돈으로 지금 코믹을 구입하고 있는데 이러다 당분간 라노벨은 구입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아직 읽지 않은 책이 5~6권이 있어서 두어 달은 견딜 수는 있습니다만...

 

 

1. 더 나아가 호로같은 다른 토속신도 세트로 토벌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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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룬 라스트 코드 1 - ~가공의 세계에서 전장으로~, Novel Engine
아즈마 류노스케 지음, 미코토 아케미 외 그림, 이원명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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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글이 깁니다. 쓰다보니 길어졌는데 양해 바랍니다. 사실 별 거 없습니다.ㅠㅠ

 

 

1999년 9월 9일 세계 각지에서 돌연 출연하여 사람들을 잡아먹기 시작한 '멜리스'라는 괴생명체와의 전쟁은 2070년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초반 우세를 보이던 인류는 곧 반전되어 수세에 몰리게 되었고, 인류가 새로운 무기를 갈망하면서 등장한 [네이버]라는 거대 병기와 네이버 파일럿의 의미를 가지는 네이버 후드의 획득, '헥사'라는 이능력을 발현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전황은 고착상태에 빠져들고 멜리스는 일반인 보다 이능력을 발하는 헥사를 최우선적으로 노려 잡아먹는다는 것에 착안하여 일본 정부는 헥사를 미끼로 쓰기 시작합니다. 이 작품은 근미래 아포칼립스물 카테고리에 속하고 하위폴더로 SF 메카닉물 입니다.

 

주요 등장인물: 셀렌(히로인, 네이버 후드), 시키(헥사, 셀렌 친구), 아오이(헥사, 셀렌 친구), 에이룬(남주인공, 다른 세계에서 전이해온 파일럿), 엘피나(자율 AI, 에이룬 전용기)

 

제2후지, 일본 어느 바다에 몇만 명이 상주한 거대한 해상 플랜트의 총칭이자 이 작품의 주 무대입니다. 여기에 멜리스가 최우선적으로 노린다는 이유로 헥사들을 모아다 격리 시켜놓고 미끼로의 활용 및 대 멜리스전 전초 기지로 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이야기의 핵심인 [네이버]라는 병기와 파일럿인 통칭 '네이버 후드' 셀렌​(15세 여학생)과 그녀의 친구들은 멜리스에 맞써 싸우고 있었습니다.

 

셀렌, 그녀에겐 인권​이 없습니다. 어째서 네이버 후드로 선택 되었는지 모릅니다. 어느날 네이버 후드가 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인권이 말살된 채, 네이버 '데스토블룸' 움직이기 위한 도구로, 부품으로써 움직일 뿐 인간들에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의지와 상관없이 태워져 고통으로 점철될뿐인 전장으로 향하면서 그녀는 울부짖습니다. 미소녀 메카닉물 같은 느낌이라서 핑크빛 하렘 같은걸 떠올리기 쉽상인데 이 작품은 상당히 시리어스 합니다. 그러니까 인류를 위해 너 하나 희생 되어 주세요 같은겁니다.

 

이 작품에 가장 유사한 작품을 찾으라면 마브러브 씨리즈를 들 수가 있습니다. 인류를 위협하는 괴수에 맞써는 메카닉물이라는 것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가 있고, 괴수가 사람을, 특히 파일럿을 잡아먹는 것에서 유사성을 보여 줍니다. 미증유의 사태를 초래한 멜리스를 맞이하여 인류는 70년이나 긴 전쟁을 치뤄오고 있었고, 이능력을 쓸 수 있는 헥사가 태어나고  전기장이라는 메카닉의 개발로 인류는 간신히 고착 상태를 만들어 냈습니다.

 

제2후지를 감싸듯 반달 모양으로 펼쳐진 무인도에 몰려오는 멜리스에 맞서는 그 전장 한가운데 [네이버] '데스토블룸'​의 콕핏에 셀렌이 타고 있었습니다. 네이버, 통상 병기가 통하지 않는 멜리스 모체를 쓰러트리기 위한 결전 병기는 파일럿에게 심적 부담감을 가중 시키는 통각 공유라는 정신 나간 시스템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로봇의 부품이 뜯길때 자신의 몸이 뜯기는 듯한 고통이 다이렉트로 뇌로 전달될 때의 공포를, 소녀는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도망을 선택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인권 상실에서 오는 거리낌없는 지독하고 가혹한 철권제재, 콕핏에서 다이렉트로 뇌에 전달되는 고통보다 도망갈 길도 없고 눌러서 고통을 완화할 수도 없는 전신이 바늘로 찔리는 고통을 인간들에게서 받는 부조리는 그녀로 하여금 커뮤니케이션 장애를 불러왔습니다. 그러고보면 이 부분은 노 게임 노 라이프의 '시로'를 떠 올리게 합니다. 지능은 어떨지 몰라도요.

 

읽다보면 의문이 듭니다. 주변 사람들은 왜 그녀에게 따듯한 말 한마디 건내지 않는 것인가, 그녀는 왜 이런 처우를 받는가, 그것은 그녀 밖에 네이버를 조정할 수 없기 때문인데요. 그녀가 없으면 전선이 뚫리고 제2후지에 기거하는 몇만 명의 민간인과 6천 명의 헥사는 전멸 코스를 타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다면 정상입니다. 사람을 물건 취급하는 부조리...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네이버에 태워져 고통으로인한 눈물이 마르지 않던 어느 날, 출격한 전장에서 그녀는 다른 공간에서 전이해온 어느 전투기 파일럿을 운명적으로 만나면서 그녀에게 전기(轉機)가 찾아옵니다. '에이룬 바자트' ​19세 남자, 그는 '구해줘'라는 셀렌의 필사적으로 도움의 요청에 대답해줍니다. 구원받는다는 건 이런 걸 말하는 것이라는 걸 셀렌은 느꼈는지도 모릅니다.

 

여차저차해서 제2후지에 착륙한 남자의 정체가 지금 한창 유행하는 애니메이션의 서브 주인공으로 밝혀지는데요. 사실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현실 출현이라니 좀 비약적이거나 현실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신선하기는 해도요. 뭐 현실의 고등학생이 이세계로 넘어간 경우와 비슷하지 않을까 합니다. 어쨌건 사람들은 그에 관련된 현실을 외면이라는 이성의 끈을 놔 버립니다.

 

그리고 후반에 복선, =여담으로 이 작품은 희한한게 대놓고 여기와 저기는 복선 입니다.라고 말하기도 한다는 것이군요.= 여튼 복선이 깔리면서 그가 현시로 나온건 우연이 아니었다는게 밝혀지지만 본격적인건 시간이 좀 흘러야 되지 싶군요. 여튼 사람들이 정신줄을 놓으면서 주인공의 고행길은 지금부터라고 이 작품은 말하기 시작합니다. 겉만 보고 판단하는 인간들과 이름에서 시작된 오해를 표현한 성격 묘사를 어쩜 이렇게 적나라하게 잘 해놨는지 소름이 다 돋을 지경이었습니다.

 

정신줄을 놓은 부작용인지 셀렌에게 가해지던 부조리가 에이룬에게도 가해지기 시작 합니다. 그가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똑같은 모습이라는 것과 이쪽 세계에서 받은 이름으로 시작된 오해는 왜곡되고 엇갈림으로 번졌고, 급기야 셀렌의 친구 '아오이'(1)를 중심으로 한 헥사들이 일그러진 정신으로 무장하여 에이룬을 흠씬 두둘겨 패기 시작합니다. 폭행 자행하는 아오이의 말에 따르면 네가 두둘겨 맞는 건 늦게 나온 것도 모자라 개폼 잡으며 멜리스를 사냥을 미뤄 동료들의 사상자를 늘렸냐는 게 때린 이유였습니다.

 

에이룬 입장에서는 당황스럽습니다. 애니메이션 속에 자신의 세계에서 이곳으로 전이되어 것만 해도 벅차 죽겠는데 전혀 믿어주지 않는 사람들, 그리고 이유 모를 집단 린치와 엇갈림은 그에게 있을 자리를 빼앗아 버립니다. 그래서 다들 언급하는 애니메이션을, 자신이 출연하는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비로써 자신의 존재 자체가 부정 당했다는 걸 알아 갑니다. 그리고 존재 자체를 말소당한 셀렌, 또다시 방황하는 그녀를 도와주면서 둘은 당연하다는 것처럼, 자석의 양극처럼 서로를 끌어당기기 시작합니다. 운명이 시작된다고 해야겠죠.

 

둘은 존재의 부정에서 오는 유대감으로 서로가 상처를 보다듬어 주고, 치유해가면서 얻은 온기는 사람을 그 무엇보다 강하게 합니다. 또다시 대군을 보내오는 멜리스에 맞서 싸우기로 결심하는 셀렌, 그리고 셀렌의 마음을 이용하는 그녀의 친구 '시키'의 악의, 악의에 이용되어 세상에서 유일하게 안식처를 제공해주었던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거는 셀렌과 고통으로 점철될 뿐인 그녀의 전투를 말리지 못한 에이룬의 처절한 몸부림, 그리고 악의라는 겉포장을 뜯으며 내용물은 선의였다며 이 마음을 알아 달라는 시키의 행동은 필자의 정신에 심각한 대미지를 안겨 주었습니다.

 

그녀는 헥사들이 기거하는 학원의 생도장에 위치하며 전투시 오퍼레이터들을 지휘하며, 고통에 몸부림치는 셀렌을 사지로 몰아넣고는 '사실은 누구보다 셀렌을 걱정하고 있었어!'​라는  그리고 그게 진심이었다는 게 밝혀지면서 도서를 읽는 필자를 혼란스럽고 당황스럽게 합니다. 그야 에이룬에게서 셀렌을 빼앗기 위해 스턴건으로 그를 마구 지지며 자신의 의지를 관철했고, 셀렌을 위했다는 진심을 비춘 이후에는 그에게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거 같았거든요.

 

'이것은 인류를 위한 것이다. 그러니 저 아이는 희생되어도 돼!!' 같은 자기 합리화에 콕피트에 강제로 태워지면서 두둘겨 맞고 고통받는 셀렌을 보면서도 일절 도와주지도 않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울면서 '사실 내 마음도 찢어져'라고 하니 미치고 졸도할 일이죠. 그러니까 다수를 위해 하나를 희생 시켜야만 하는 상황이니 이해 해달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그녀를 보다듬어주지 않은 것이지?라는 의문이 떠나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태워야 한다면 적어도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전해야 되는 게 아닐까? 근데 스텝이 네이버에 안 탄다는 그녀(셀렌)를 마구 패는 걸 방조했습니다.

 

근데 작중에 셀렌이 말을 안 들었다는 이유로 전신 고통을 주는 부하 직원을 질책하는 대목을 보여주기도 하고 그녀를 걱정하는 부분도 나옵니다. '차라리 나 같으면 자/살 하겠다.'를 걱정이라고 봐야 될지는 차지하더라도... 그 뒤 에이룬을 스턴건으로 지지고 셀렌을 강제 연행했습니다. 울부짖는 셀렌을 바라보며 말리는 에이룬에게 표독한 독설을 날립니다. 혼란의 극치를 이뤄가며 그녀를 어떻게 해석해야 될지, 이런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게 하는 미친 전개에 소름이 돋습니다.(비아냥 아닙니다.)

 

사실 시키는 다수를 생각해야 되는 지휘관이라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강요받는 입장이라서 동정의 여지는 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왜 셀렌을 다독여 주고 보호해주지 않았냐 하는 것에서는 비난받아 마땅 합니다.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어딘가 일그러져 있습니다. 타인의 고통을 알고 있다면서 정작 셀렌이 받는 고통은 외면하고 있다는 것 입니다.

 

셀렌을 향한 에이룬의 마음은 갈수록 애절해집니다. 그렇지만 천천히 생각해보면 개연성이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대뜸 처음 만난 여자애에게 감정이입되어 목숨을 걸고 도와준다는 건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처음엔 군인으로써 전장을 누비며 셀렌과 같은 아이를 많이 접해서 동정을 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느새 존재를 부정당한 그녀를 위로 할려다 되려 위로를 받고, 제2후지 안에서 셀렌에게 쏟아지는 부조리를 겪으며 그녀가 안고 있는 고통을 누구보다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녀로 하여금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려 주면서 그녀로 하여금 정신적인 성장을 이뤄내게 합니다. 비록 그것이 곁에서 보기엔 어미 닭과 병아리의 관계일지언정 둘의 유대는 누구도 끊을 수 없는 사이로 발전합니다.

 

그리고 에이룬도 전투에 참여하면서 그의 로봇 '엘피나'가 보여주는 화려한 군무는 혼을 빼놓습니다(개인적으로 F.S.S가 떠 올랐습니다). 이것이 먼치킨이지하는 엘피나의 등장으로 이 작품은 SF 메카닉이지만 요즘 나오는 이세계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치트 주인공이 이 작품에도 나온다는 걸 보여주기 시작 하는데요. 정확히는 주인공이 먼치킨이 아니라 '엘피나'가 먼치킨이지만요. 거기에 AI 엘피나의 독설은 스파이스가 됩니다. 찌릿찌릿한 게 필자는 그녀(?)가 내뱉는 독설 하나만으로 도서의 가치는 충분하다 싶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셀렌의 일러스트와 작중의 그녀의 성격과 맞지 않아 상당한 괴리감이 생깁니다. 표지 모델이 셀린인데 도저히 작중의 인물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7~10살 사이의 소녀로 표현했더라면 어땠을까 싶군요. 15살이나 되어서 허구한 날 울고, 장시간에 걸쳐 유아스러운 모습은 좋게 비치지 않을 수 있겠더군요. 하지만 그녀가 정신적으로 받은 대미지를 생각해보면 그도 그럴 수밖에 없겠다는 걸 느끼게 되긴 합니다만...

 

그리고 어거지 하렘은 제발 그만둬 줬으면 합니다. 아니 좀전까지 쓰레기 취급하며 주인공을 박해하던 히로인들이 손바닥 뒤집듯 하렘을 형성하는건 진심 아니잖아요? 이제와 주인공의 마음을 알아 봤다? 그동안 주인공의 외침은 무시/외면 했고, 아오이는 동료를 들과 '이 녀석은 죽어도 싫어' 하며 먼지 나도록 탈탈 털어 놓고 이제와 화해도 안하고 대뜸 '저 애가 좋아지네...' 이건 아닙니다. 제발 셀렌만 밀어 주세요. 필자는 사실 어린 애가 지켜주지 못하면 살아갈 수 없는 인류 따위 차라리 망해 버려라 했더라면 카타르시시라도 느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이 작품을 미친존재감이라고 정의 합니다. 정신이 좀 이상한 애들이 많이 나와요. 문제는 개그식 정신 이상자가 아니라는 것이지만요. 글을 줄인다고 몇시간을 소비 했지만 더 늘어 났군요. 죄송 합니다.

 

본 리뷰는 네이버 라노벨 카페 NTN과 출판사 노블엔진에서 주관한 리뷰 이벤트 일환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책을 제공해주신 라노벨 카페 NTN과 노블엔진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1. 굳이 언급한 이유는 아오이가 에이룬의 하렘에 동참할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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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세계는 부숴버려-퀄리디아 코드 1 - J Novel
사가라 소우 지음, 칸토쿠 그림, 정우주 옮김 / 서울문화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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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구글 어느 블로그)

 

퀄리디아 코드라는 거창한 프로젝트에서 시작한 이 작품은 일본에서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뭉쳐서 화제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총 4개의 시리즈가 하나의 굵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각자 사이드 스토리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쓰레기와 금화의 퀄리디아, 그런 세계는 부숴버려, 언젠가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 어찌 돼도 좋아 세계 같은 건(미정발), ​작품중에 미정발을 빼고 세 작품이 국내에 정발중에 있습니다. 지금 소개할 작품은 그중에 하나로 변왕고로 유명한 '사가라 소우'가 집필한 '그런 세계는 부숴버려'입니다.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어 우리에게 다소 충격을 선사하기도 하였는데요. 거창한 프로젝트 치곤 변변하지 못한 작화와 세개의 작품에서 세 방향의 등장인물들(1)을 꾸겨 넣다 보니 본연의 이야기는 산으로 가버리는 등 커다란 냄비 안에 건더기 하나만 둥둥 떠다니는 흐릿한 국 같은 전개가 이어져버려 작화와 더불어 최악으로 다가오기도 하였습니다.(물론 필자 주관적) 여튼 그런 이미지 덕분에 필자가 애써 구입한 도서는 5개월이나 방구석 어딘가에서 뒹굴 거리게 되는 비참한 생활을 해야만 했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애니메이션을 못 보신 분들을 위해 잠시 이 작품의 주제를 알려 드리자면, 20년전 언노운이라는 외계 생명체의 공격을 받은 인류는 절멸의 위기를 맞아하였고, 위기의식 속에서 아이들만이라도 콜드 슬립 시켜서 전력(?)을 온존 시키려 했더니 콜드 슬립에서 깨어난 아이들이 어떤 능력을 얻게 되었고 이걸로 언노운과 맞선다는 이능력물로써 언노운의 침공이 있은지 20년 후가 이 작품의 배경입니다.

 

여튼 지금 소개할 도서와 정발된 다른 도서(미정발 포함, 쓰레기와 금화는 제외)는 애니메이션으로부터 1년전의 이야기 입니다. 그러해서 애니메이션하고는 많이 틀린점을 보여주는데요. 뭔 말이냐면 애니메이션 등장인물 몇 명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타라 카나리아(금발)'는 1권에 한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서브 캐릭터로 등장합니다. 1권에서 늘 주인공 '스자쿠 이치야'와 같이 다니는 메인 희로인은 '우카이 츠구미(오른쪽 트윈테일)'가 되겠고요. 만악의 근원이라 일컬어지는 언노운과의 전투는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줬던 치열함 같은 건 거의 없고, 학원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주인공의 썩어빠진 인류애(愛)가 주를 이룹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상당히 인내를 요구하는 게 바로 주인공의 인류애(愛)인데요. 하나는 대(大)를 위해, 한 사람은 다수를 위해 그러니까 미증유의 사태가 벌어진 지금 인간은 인류를 위해 자신을 받쳐야 된다는 그릇된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개인의 행복 추구와 권리는 뒷전이 됩니다. 성향과 개개인의 능력의 격차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면 돼, 너는 할 수 있어' 같은 말만 되풀이하며 학생들을 갈구기만 하고 그게 잘못되었다는 인식은 없습니다. 마치 사이비 교주가 나를 믿지 않으면 지옥 간다. 같은 오라를 풍기는 통에 학원 내에서 인상이 매우 좋지가 않습니다.라고 해도 등장인물이 워낙 적어서 크게 두각 되지는 않지만요.

 

이런 주인공의 문제는 자신의 이념에 반하게 되면 가차 없이 쓰레기 취급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성격 때문에 고생하는 학생이 생겨나고, 그로 인해 조종당하는 것인 줄도 모르는 바보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끝에 가서야 알게 된다는 것이군요. 이미 애니메이션으로 엔딩이 나버려서 주인공이 어떻게 되는지 알려진 지금 뭘 어떻게 깎아내리든 치켜세우든 소용은 없겠지만요.

 

여튼 이런 주인공과 엮여서 메인 히로인이 되어 개고생하는 '츠구미'의 인생은 참으로 기구합니다. 주인공의 휘황찬란한 껍데기만 보고 대뜸 고백했다가 이런 인간인 줄 알고 나서 매일 창문으로 몸을 던지려는 자기혐오에 빠져 삽니다. 문제는 츠구미 같은 여학생이 상당히 많다는 것인데, 웃긴 게 초반에 쬐금 언급되다가 쓰레기 인류애(愛)를 발산하는 주인공의 성격이 나오고 나선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군요.

 

이 둘이 페어가 되어 도쿄 차석인 '타카죠 우타(마법사 모자)'의 의뢰를 받아 어떤 일을 진행하게 되면서 언노운의 정체성과 학원의 어두운 면을 알아 갑니다. 언노운과 필사적으로 싸워 물리치고 얻는 포인트로 랭크를 올려 상위권에 올라가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과 거기에 탈락한 인간의 말로는 끔찍합니다. 중반부부터 등장하는 카나리아는 이런 학원 부조리의 중심에 서게 됩니다. 철저한 인류애를 주창하며 싸우지 않는 인간, 능력이 되지 않아 랭크 순위가 밀리는 인간을 철저히 개무시하는 주인공과는 대조적으로 넓은 마음으로 마치 성모 마리아처럼 싸우지 못하는 모든 이들을 포용하려는 카나리아와는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고 맴돌기만 합니다.

 

애니메이션에서 상당히 아까웠던 게 카나리아의 성격입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맹한 구석 일색이었던 반면에 도서에서는 다른 도시에서 전학 와서 전투과에 빌붙어 비실비실 거리고 맹한 구석은 똑같지만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근성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할 때 하는 성격이 아닌 자신에게 주어진 일은 그것이 아무리 힘이 들어도 해낸다는 것입니다. 타인을 의심하지 않고 불구덩이에 뛰어들라면 뛰어들 만큼 사람을 믿는 구석이 강했던 그녀는 사실 누구보다도 학원도시의 어두운 단면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후반부 그녀가 중심이 되었을 때는 분위기가 일변하게 되는데요. 자기가 믿어 의심치 않았던 세계가 바뀌기 시작합니다. '타카죠'의 의뢰에서 시작된 나비 날갯짓은 카나리아에게 도착해서 태풍이 되었습니다. 랭크가 낮으면 후방으로 보내진다는 사실, 거기에 보내지면 어떤 처우가 기다리는지 하는 진실, 랭크에 좌우되는 미래의 생활은 현실의 대입고시와도 같았습니다. 이 모든 게 부조리라고 느껴지기 시작했던 '타카죠'는 스자쿠를 카나리아와 만나게 하였습니다. 서로가 상반된 성격을 가진 사람이 만났을 때...

 

사실 필자는 이 작품을 어떻게 해석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군대식 학원과 현실을 빗대면 대학에 갈려는 듯 처절하게 시험 준비하는 학원생들, 블랙 불릿처럼 타 도시를 배척하는 이기주의, 자기보다 약한 녀석들을 인간 취급하지 않는 주인공, 그에 반해 모든 걸 포용하려는 카나리아, 초반에 주인공 성격 때문에 짜증 났고 중반에 사회 축소판을 옮겨놓은 듯한 장면은 치가 떨렸습니다. 후반은 자신이 믿어 의심치 않았던 세계가 일변했을 때는 이것이 반전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라고 해도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다는 클리셰의 한 부분이지만요.

 

차별과 괄시가 만연하고 엘리트 의식에 쩔어있는 전투과(부서)는 썩어빠진 긍지가 판을 쳤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애니메이션에서는 느끼지 못 했던 어두운 일면이 마구마구 나옵니다. 그 과정에서 피스 피스를 외치는 카나리아의 진실이 들어 났을때의 꽤나 충격적이기도 합니다. 필자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애니메이션에 실망하였다고 도서도 멀리하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다만 판치라는자중해줬으면 좋겠군요. 분위기를 망치는데 일조하는 느낌이랄까요.

 

마지막으로 주인공 성격이 쓰레기 인류애가 된 원인은 후반에 나옵니다. 결국 '네가 한 사람의 인생을 엉뚱한 곳으로 인도한 거냐?'라고도 할 수 있지만 주인공도 꽤나 불쌍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일그러진 순애에서 비롯된 인간 개조(?)랄까요.

 

 

  1. 그런 세계는 부숴버려, 언젠가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 어찌 돼도 좋아 세계 같은 건(미정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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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티처 1 - S Novel+
네코 코이치 지음, Nardack 그림, 이승원 옮김 / ㈜소미미디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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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로 활약하며 많은 임무를 완수했던 주인공은 퇴역하여 제자를 가르치며 노년을 보내다 상부의 알력으로 마지못해 나갔던 임무를 완수하였지만 중상을 입어 버렸고, 그대로 저세상으로 가나 했더니 이세계에서 다시 태어났습니다. 전생의 경험을 고스란히 가지고 태어나 그걸 바탕으로 아기 때부터 남다른 성장과 능력을 보여주며 속된 말로 주인공은 먼치킨이 되어 갑니다.

 

이 작품은 이세계물의 전형적인 클리셰 입니다. 이고깽과도 비슷한데요. 이 작품에서 다른 것은 주인공이 60대 할아버지였다가 이세계로 환생했을 때는 갓난아기부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갓난애부터 시작은 'Re:Monster'의 주인공과 비슷하고, '흔해빠진 직업으로 세계최강'의 주인공처럼 마법 쪽으로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주인공이 자신만의 마법을 만들어 가는 것이 비슷하고, 여담으로 독창적으로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걸 만들어가는 모습에서는 흔직세에 더 가까웠지만, 여튼 여기서 더 나아가 '치트 약사의 이세계 여행'처럼 고정관념의 세계를 넘어서 아주 편한 대로 마법을 구사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 게 아니라 어디서 많이 본 장면들을 섞어 놓은 듯했습니다. 솔직히 주인공 보정이 너무 심해서 작가 편한 대로 마구 갖다 붙이는 거 아닐까 하는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주인공 '시리우스'는 귀족의 사생아로 태어나 어머니의 얼굴을 보지도 못한 채, 시종 '에리나'의 극진한 보살핌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며 세상에서 멸시를 받는다는 무속성(마법 종류 중 하나)이었지만 자신만의 독창적인 방법으로 되려 다른 정통 속성 마법보다 더 강하게 발전을 시켜 나갑니다. 거기다 검술도 대단하여 7살(8살인가)에 당대 최강 검사에 비견할 정도로 성장하는 등 이거 너무한 거 아냐?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작가는 주인공을 키워댑니다.

 

불행한 과거, ​현세에 있을 때부터 주인공은 철이 들 때부터 전장을 누비고 있었습니다. 부모의 얼굴을 모른 채, 전투와 암살로 점철된 삶을 살았고, 이세계에 환생하고도 어머니는 주인공을 낳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는 아무 여자에게나 찝쩍거리는 쓰레기였고, 본처에게서 차남이 태어나자 스페어로 키우던 주인공을 매몰차게 차버리는 만행을 저질러 버립니다. 9살까지 어떻게든 원조를 받아낸 시종 에리나 덕분에 시간적 여유를 가졌지만, 이것은 새로운 비극으로의 출발이 됩니다.

 

교육자로의 길, ​현세에서 은퇴하며 가르쳤던 제자들이 생각나서 이세계에서도 제자를 기르려고 합니다. 이점은 여느 이세계물과는 조금 다른 노선입니다. 모험을 하며 사람을 돕고 마물들을 무찔러서 영웅이 되어가는 게 아닌 제자를 기르고 싶다고 피력하는 주인공이 좀 신선하긴 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만남은 필연이었는지도 모르겠군요.

 

어느 날 마물에게서 쫓기던 수인(개과)이자 노예였던 에밀리아와 레우스 남매를 구해주고 인연을 쌓고 이들 남매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기 시작 하면서 제자 1호와 2호가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노예상에 잡혀 모진 고초를 겪었던 남매는 인간 불신에 빠져 있었습니다. 누나인 에밀리아는 동생을 위해 위험을 마다하지 않았고, 동생은 누나를 지키기 위해 독해지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시간을 들여 남매의 마음을 열어가는 주인공과 에리나....

 

본처와 후처는 누구? ​역시나 이세계물에서 하렘은 빠질 수 없는 스파이스인가 봅니다. 치트 마법을 써가며 대륙을 횡단하던 주인공은 인간들에게 쫓기는 어떤 엘프 소녀를 구해주게 됩니다. 당연하겠지만 7살 주제에 벌써 먼치킨이 된 주인공을 이길 불량배 따윈 없습니다. 자신을 구해주고 상처를 치료해주는 주인공에게 플래그를 백두산 높이만큼 키워버린 엘프 소녀는 주인공이 성인이 되는 10년 후를 기약하며 자신의 마을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수인 소녀 에밀리아도 자신을 구해주고, 치료해주고, 먹여주고, 재워주는 주인공에게 플래그를 오만상 세워 버렸습니다. 벌써부터 하렘 형성을 시작하는 주인공의 싹의 굵기는 대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안 잡힙니다.

 

이세계물의 왕도, ​현세의 기억을 가지고 있고, 그걸 바탕으로 해서 남들보다 뛰어난 재능을 보유한다.라는 클리셰를 잘 따라가고 있습니다. 마치 게임을 한번 클리어해서 다시 시작할 때의 기분처럼 남들보다 출발선상을 달리하면서 얻는 이익을 고스란히 주인공이 가져갑니다. 그러니까 하렘은 둘째치고, 주인공이 살아가면서 앞으로 어떤 결과를 얻을지 뻔한 미래가 보인다는 겁니다. 정령 모험물처럼 처음부터 차곡차곡 시작해서 성장하는 그런 작품은 없는 걸까요.

 

가족의 소중함,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주인공은 줄곧 에리나와 노엘, 그리고 디의 보살핌 속에서 커왔습니다. 어릴 때부터 부대껴온 이들에게서 주인공은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보았고, 현세에서도 느끼지 못 했던 따스함을, 친어머니 이상으로 보살펴주는 에리나에게서 엄마의 그림자를 보았습니다. 그러길 몇 년, 언제고 이별은 한순간에 찾아옵니다. 아니 전조는 있었지만 고칠 방법이 없었습니다. 아무리 주인공이 먼치킨이라고 해도 수명까지는 관여하지 못하였고, 그 수명을 받아들이며 애틋한 이별의 순간이 찾아옵니다.

 

맺으며

 

전체적으로는 나쁘지 않은데 어딘가 글을 이어 붙이는 듯한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러니까 여기저기 널려있는 이야기를 끌어다 붙인 느낌인, 좀 더 구체적으로는 다른 작가의 이야기를 갖다 붙인 게 아닌, 작가 본인이 이거저거 준비한 이야기를 순서 배열 없이 혼합기에 넣고 돌려버린 느낌이랄까요. 이야기 굴곡이 좀 심합니다. 거기다 신파극도 우려되는 수준이고요.

 

그리고 주인공이 아기 때부터 강해지다 보니 아무리 현세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곤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주인공을 세상에서 괄시를 받는다는 무속성(마법속성)으로 만든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마고열처럼 할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나마 비슷한 류의 흔직세의 주인공은 양호한 편이라면 어떤 기분일지, 하지메는 죽도록 고생해서 얻는 마법이니까 아무리 먼처킨이라도 동정의 여지는 있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은 놀고먹으면서 먼치킨이 되어가니 다른 먼치킨 능력자들을 능멸해도 유분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필자에겐 이세계물을 많이 접한 것에서 오는 식상함일 수도 있겠는데 주인공이 교육자로의 길을 가겠다는 것외에는 필자에겐 신선한 게 거의 없었습니다. 이런 것이 이세계물의 폐해가 아닐까 하는데요. 독자에게 긍정을 얻어 내려면 아무리 현세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곤 해도 노력과 고생을 거치지 않고 무작정 앞으로 나아가는 건 어딘가 문제가 있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아직 1권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일러스트가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더군요. 마물에게 쫓기던 에밀리아와 레우스 남매를 그린 일러스트에선 위기감을 느끼지 못 했습니다.

 

여튼 이걸로 프롤로그는 끝입니다. 주인공이 태어나 자라고, 사람들을 만나서 인연을 쌓기 시작하고, 아픈 이별을 겪었으며, 이젠 학교라는 속세로 내려갑니다. 그러니까 2권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지 싶군요. 1권을 프롤로그로 다 써버리다니.. 여튼 2권은 필자의 기대를 저러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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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핀 모험가 1 - Lezhin Novel
아토 케이이치 지음, bob 그림, 최승원 옮김 / 레진노벨(레진엔터테인먼트)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아무리 노력해도 남들보다 뒤떨어지고 결국 더 이상의 성장을 하지 않고 정체되어버린 모험가가 있습니다. 나라를 세운 모험가 왕을 동경하여 모험가의 길을 들어섰지만 레벨 3에서 정체된 지 어언 10년, 슬슬 같은 나이대의 모험가들은 은퇴를 하여 새로운 생활을 찾아 떠나는 상황에서 모험가 '이그니스'도 슬슬 장래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동료 한 명이 그렇게 은퇴를 하여 떠났습니다.

 

이 작품은 정통 판타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요즘 트렌드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현실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한 이세계물이 아닌 처음부터 판타지의 세계이고, 주인공도 뼛속까지 판타지에서 자란 20대(아마도) 아저씨입니다. 오크와 고블린, 코볼트가 등장하고 엘프와 드워프도 나옵니다. 단, 마법은 거의 사문화되다시피한 형태가 일그러진 사도격의 마술과 정령술만 존재합니다. 그리고 당연하다면 당연한 노예제도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작품은 노예제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은퇴의 기로에 서있던 어느 날 이그니스는 지금 살고 있는 테레시아에서 왕도로 향하는 상단의 호위 임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노예로 끌려가는 엘프 소녀 '실비아'를 운명적으로 만났습니다. 왕도로 향하는 상단을 호위 하면서 줄곧 자신을 바라보는 '실비아'의 시선을 느낍니다. 하지만 애써 외면하고, 하면 할수록 계속 처다보는 그녀의 시선에 결국 져버리고 전 재산을 들여 실비아를 구입하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엄청난 바가지를 쓰고, 빚까지 지면서, 왜, 그랬을까...

 

불행한 과거, 어느 엘프족 마을에 정령의 힘을 다루는데 탁월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무녀라 치켜세웠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술을 쓸 수 있는 소녀에게 축복이라며 마을 사람들은 남들 보는 앞에서 그녀에게 위해를 가했습니다. 정신이 아득해지고 기억의 소실까지 불러온 그 행위는 소녀가 인신매매에 넘겨진 후에야 멈췄습니다. 그리고 만났습니다. 운명의 상대 이그니스를... 꿈에서 바라마지 않던 계약자를...

 

[계약] 무녀로서 수업을 받아오며 자신의 정체를 어렴풋이 알아왔던 소녀, 소녀는 왜 일면식도 없는 이그니스가 이리도 신경이 쓰일까, 위험에 처한 그를 위해서 몸을 던지기까지 하는 그녀의 행동은 짐짓 어리둥절하게 만듭니다. 상단을 습격해오는 몬스터를 쓰러트리며 큰 상처를 입고만 이그니스, 그리고 그걸 고쳐준 실비아, 상처를 치료하면서 그녀를 줄곧 신경 쓰게 하였던 그것의 정체는 '계약자' ​정령의 힘을 쓸 수 있는 능력자를 인식할 수 있었던 실비아는 이그니스가 계약자로서 능력이 있는 걸 무녀의 감으로 알고 줄곧 쳐다봤습니다. 그리고 이그니스는 실비아의 과거를 떠올리게하는 어떤 말 한마디에 그녀와 계약 하기로 합니다.

 

독해력을 그렇게 요구하는 건 아니지만 이그니스와 실비아의 만남이나 계약까지의 장면이 상당히 개연성 부족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주인공 보정빨, 아무리 못난 주인공이라도 소꿉친구가 있고 반에서 제일 예쁜 여학생이 말을 걸어온다 같은. 또 이쁜 히로인이 들러붙는 거 아닌가? 하는 지레짐작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계약에 관련된 설명은 누구의 입장과 시각에서 설명하는지 자칫 헷갈릴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군요. 물론 필자만 이해력이 딸렸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실비아를 노예로 구입하여, 사족을 달자면 사람을 구입하니 산다느니 같은 단어가 많이 나와서 읽는 내내 상당히 거슬렸습니다. 여튼 당분간 왕도에 자리 잡고 그녀와의 계약으로 얻은 정령술을 시험하고, 알프 파티를 만나 다사다난한 나날을 보내며 다시 테레시아로 돌아오면서 또 다른 사태를 겪으며 주인공 이그니스는 모험가로서 늦게나마 성장을 이우고, 그렇게 주인공 이그니스는 모험가로서 세상으로 향해 늦은 출발을 하게 됩니다. 자신도 처음엔 이런 여행을 떠나게 될지 몰랐겠죠.

 

하렘의 시작? ​이그니스에겐 10년 지기인 엘프 소녀 '마르시아'가 있습니다. 테레시아에서 길드 수납원을 하며 주인공과 인연을 맺은 게 어언 10년이 지난 지금 허울 없이 막말을 하며 지내는 그녀 또한 주인공을 눈독 들이고 있습니다. 그것도 엄청난 기세로... 정통 판타지답게 장수하는 엘프인 마르시아는 어린 시절 이그니스가 모험가를 시작할 때부터 봐 왔고 그렇게 티격태격하는 사이 알게 모르게 연심을 품고 말았는데요. 상당히 쾌할한 성격에 남을 가지고 놀다 보니 첫인상 아니 중간 인상은 좋지가 않습니다.

 

첫인상은 일러스트가 좋아서인지 상당한 호감이 갔는데 그녀의 행동이 드러나는 중간부터는 거의 일방적으로 주인공에게 대시하는 장면이 이어지며 이거 무슨 한대 쥐어박아선 분이 풀리지 않겠는데? 같은 왈가닥 같은 성격에 이그니스는 용케 어울려주고 있다 싶더군요. 하지만 그녀가 파티로 들어오면서 활약을 하며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가면서부터는 일직선입니다. 그리고 마르시아가 도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막 나가는지에 대해 드러나면서 좀 허탈하게 합니다. 실비아가 했던 계약의 재림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결국 못난 주인공이라도 하렘은 필수인가? 같은 결말로 이어진다는 것이군요.

 

이 작품은 늦게 시작해도 용사가 될 수 있다. ​​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결국은 이런 것이냐?라고 기존 모험작과 비교해서 바뀐 게 뭘까 하는 디스 당할 우려가 크기도 합니다. 일찍 시작했던 늦게 시작했던, 레벨 3에서 정체되어 은퇴할까 했던 아저씨는 치트 쓰는 엘프 아가씨 둘을 만나 계약하고 용사가 되어 간다는 스토리는 신선한 감은 있지만 결국은 용사가 되기 위해 떠났던 소년이 몬스터와 전투를 벌이며 사선을 넘나들고 최종적으로 보스를 쓰러트리며 개선하는 용사와 다름없다는 것이 씁쓸하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꼭 그렇게 나쁜 쪽으로 볼 수만은 없는 게 매미 유충은 성충이 되기까지 땅속에서 7년이라는 시간을 보냅니다. 대나무는 꽃을 피우기 위해 몇십 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요. 몇 년을 기다려 이제야 꽃을 피운 식물이 있습니다. 마르시아는 이그니스에게 이 꽃을 보여주며 그를 빗대었습니다. 늦게 피어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그만큼 기다린 보람이 크다는, 정말로 중요한 건 시작점이 빠르고 늦냐가 아니라는 걸 이 작품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맺으며

 

전체적으로는 어딘가 던만추를 보는 듯하였습니다. 주인공 벨의 시각이 아닌 오라리오의 이름 없는 어느 모험가의 시각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듯하여 몰입감은 의외로 좋았습니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지만 자신의 능력으로는 여기가 한계라는 것마냥... 같은 모험을 해왔던 동료들은 성장하여 떠나갔습니다. 홀로 남겨진 자신, 살기 위해 달려왔던 지난 나날에 동료라 부를 수 있는 자는 존재해도 같은 인생을 살아갈 동료가 없다는 것의 씁쓸함, 그리고 여보란 듯 그런 빈자리는 채워주기 시작하는 실비아와 마르시아...

 

라고 해도 솔직히 말해서 좀 지루합니다. 위에서 몰입감은 좋다고 했는데도 지루한 모순적인 양면을 보여주는 게 상당히 특이한 작품이랄까요. 아직 1권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주인공이 실비아를 만나기까지, 만나고 나서 상당 부분을 무미건조한 일상이 흘러갑니다. 가끔 입꼬리가 올라가는 흐뭇한 장면이 있긴 합니다. 그에 반해 짜증지수 올려주는 장면도 더러 있는데 이것은 후반에 왜 그렇게 되는지 알고 나면 아무렇지 않게 되는 게신기합니다.

 

마지막으로 전투 쪽은 정통 판타지처럼 흘러가서 마법이 날아다니고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는 건 아닙니다. 아무래도 이것 때문에 필자는 던만추를 떠 올린 거 같은데 소규모의 파티로 이뤄진 전투만 간간이 나올 뿐이군요. 그렇게 박진감 넘친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시작에 불과해서 그런지 하렘을 형성하는 단계이고 그렇게 알콩달콩한 장면은 나오지 않는군요. 그래서 전체적으로 좀 희미한 느낌이랄까요.

 

 

본 리뷰는 네이버 라노벨 카페 NTN과 출판사 레진노벨이 주관한 리뷰 이벤트 일환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책을 제공해주신 라노벨 카페 NTN과 레진노벨에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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