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블린 슬레이어 3 - L Books
카규 쿠모 지음, 칸나츠키 노보루 그림, 박경용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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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을 잡자! 판타지 세계에 정통한 분들이라면 뭔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할 겁니다. 그야 판타지 세계에서 고블린이란 최약체에 지나지 않는, 신참 모험가도 손쉽게 사냥이 가능하고 그렇게 자신감을 얻어 모험가의 길로 들어서게 하는 플래그 같은 몬스터죠. 하지만 고블린을 얕보고 소굴에 들어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모험가도 많다는 건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재와 환상의 그림갈이라는 작품에 보면 고블린 한 마리를 잡기 위해 몇 명이나 달라붙어서 겨우 잡는 장면이 있습니다. 리 몬스터라는 작품은 아예 고블린이 주인공이 되어 무쌍을 찍어 대죠. 그 외에 고블린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도 여럿 있지만 글이 길어지니 생략하고요.

 

남들은 거들떠도 안 보는 최약체 고블린만을 죽이기 위해 10년을 보내온 남자가 있습니다. 외전 코미컬라이즈(1)에 보면 눈앞에서 유린 당하는 누나를 봐야 했고, 무력한 자신을 깨달아야 했던 그는 5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혹독한 수련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15살이 되던 해에 모험가가 되어 오로지 고블린만을 죽이며 지내왔습니다. 어떻게 하면 효율적이고 최선인지만을 생각하며 달려왔습니다. 남에게 하찮다는 손가락질을 당해도, 그리고 이건 앞으로도 마찬가지겠죠. 그는 남들은 모르는 고블린의 영악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혜를 부릴 줄 알고 동료의식이 없으면서도 동료가 당하면 복수심에 불타서 눈에 뵈는 게 없어지는, 그렇게 무리 진 고블린에게 멸족한 마을도 부지기수라는 걸...

 

이번 에피소드는 외골수 고블린만을 죽이며 살아온 그에게 휴식 같은 시간이 찾아옵니다. 주변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달려온지도 5년, '그래, 그런가...' 라며 커뮤니케이션 장애를 겪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무관심이라는 벽으로 타인과의 접점을 만들지 않았던 그에게 언제부터인가 동료가 늘어나고 그를 눈으로 좇는 사람도 늘었습니다. 이것은 세포가 증식하듯 자연스레 늘어난 것이 아닌, 사람은 착하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에 응해준다면 설령 커뮤니케이션 장애라도 얼마든지 동료가 생긴다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언제나 무뚝뚝해서 상대가 두 마디 하면 이쪽은 한마디로 간략화, 그걸 상대가 지적하면 귀찮아하는 게 아닌 고치려는 노력을 하고 부탁을 하면 '고블린인가?' 라며 언제나 고블린 우선주의지만 상대의 부탁을 애써 외면하지 않는 의리와 우정에서 그를 따르는 사람이 생기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는 걸 표현하고 있기도 합니다. 자신이 안고 있던 근심을 덜어준 것에서 시작한 호감이 연애라는 감정으로 발전한 접수원 누님, 초보 시절 고블린에게 능욕을 당할뻔하였던 자신을 구해주고 모험가로서의 길을 알려준데다 남들은 가지 않는 가시 밭길을 걸으면서도 그게 당연하다 여기는 그를 바라보며 축복을 내려주는 여신관...

 

언제나 무리하는 소꿉친구인 그가 있을 곳을 지키고 싶어 고블린 대군이 쳐들어와도 꿈쩍하지 않았던 소치기 소녀, 그리고 얘는 어째서 호감도가 올라갔는지 미스터리인 엘프녀, 근데 문제는 이 작품의 주인공인 그는 둔감계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애가 타는 건 어쩔 수 없겠죠. 하지만 이런 미묘한 주변의 변화가 그는 싫지가 않습니다. 크게 표현하고는 있지 않지만 자신을 좋아해 주고 따라와 주는 사람들을 보며 무언가를 느껴가는 고블린 슬레이어, 그런데 여러 여자들이 모여들면서 수라장이 펼쳐져도 이상하지 않을 사태이 건만 다들 찍어 눌러서 쟁취한다기보다 남자로 하여금 돌아봐 주길 바라는 히로인들이라는 것에서 대단히 흥미롭기도 합니다. 시기하지 않고, 일선을 넘지 않고, 경쟁하지 않는, 이런 하렘이라면 언제든지 환영할만한 게 아닐까 했군요.

 

맺으며, 사실 이번 에피소드는 오전엔 소치기 소녀와, 오후엔 접수원 누님과 데이트라든지 여신관의 축제 준비 같은 이야기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 와중에 고블린 슬레이어를 바라보며 애틋한 마음을 표현하는 부분은 조금 애잔하게 하고요. 특히 여신관이 그에게 우회적으로 축복을 내리는 부분은 대단원이라고도 할 수 있죠. 후반부는 그동안 조금식 언급되어 왔던 복선이 표면화 되어 고블린 슬레이어에게 원한을 품은 모험가가 등장하고 고블린 대군을 대동한 다크엘프의 침략으로 마을이 위기를 맞이해가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습니다. 후반부는 그가 주변 사람들에게 신뢰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인증과도 같은 것이기에, 그런 그들의 도움을 받아 혼자보다 여럿이 노력하여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야말로 유대이자 정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1. 1, 현재 코미컬라이즈는 두가지가 있습닏.
    본편을 다룬 것과 주인공의 과거를 다룬 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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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향신료 13 - Extreme Novel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박소영 옮김, 아야쿠라 쥬우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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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는데 이번 에피소드부터 일러스트가 상당히 진화하였습니다. 이전에는 약간 어두운 계열에 버츄어 파이터 1탄을 보는 듯한 각진 폴리곤같은 일러스트에서 지금은 제법 사람다운 일러스트 같아졌다고 할까요. 톤도 진화하여 제법 고급스러워졌습니다. 덕분에 작중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게 마음에 들었군요. 여튼 이번 에피소드는 단편집으로 총 3개의 에피소드가 들어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이전에 호로가 로렌스를 만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복숭아 꿀 절임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그때 호로는 환상적인 맛을 기대하였지만 어떤 사건에 휘말려 끝끝내 먹어보지 못하고 유야무야되어 버렸죠. 이번에 또 말이 나와서 내친김에 구입하러 갔더니 아니 글쎄 복숭아 한 개 절여 놓은 게 금화 한 냥이라지 뭡니까. 기절초풍할 일이죠. 로렌스는 그깟 지 것 얼마나 한다고 했다가 도저히 엄두가 안 났고 엄청난 기대감에 꼬리를 풍차 돌릴 기세였던 호로도 아무 말하지도 못하고 뒤돌아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서 참 애잔한 게 좋아하는 이성에게 원하는 것을 주지 못할 때의 기분은 참 참담하기 그지없죠. 호로는 애써 괜찮은 표정이지만 먹을 거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그녀이기에, 이전에도 못 사준 복숭아 꿀 절임이라는 자주 접하지 못할 물건을 또 언제 사주랴 싶었던 로렌스는 결국 그녀를 위해 돈 벌기에 나섭니다. 이러쿵저러쿵해도 마음속에 자리 잡은 그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죠. 여차저차해서 돈 벌기에 나섰지만 이게 또 개고생입니다. 거기다 안 그래도 외로워 죽겠는데 혼자 놔두고 일하러 갔다고 바가지를 긁어대는 호로 때문에 마음고생도 심하고요.

 

좋아하는 그녀를 위해 일을 시작한 건 좋은데 복숭아 꿀 절임 하나 살려고 대체 며칠을 일해야 하나 계산을 해보니 1주일은 더 해야 되는, 뭐 이런 개 같은 일이 다 있나 싶습니다. 결국 호로까지 가세해서 틈새 시장을 노려 둘이서 밥장사를 하는 등 원래 이런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하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호로가 지혜를 펼치고 로렌스가 몸으로 때우는, 그렇게 복숭아 꿀 절임이라는 천해 진미를 향해 순항의 닻을 올려 갑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호로의 시각에서 로렌스를 평가하는 것으로 이렇다 할 이야기는 없으니 패스하고 세 번째 에피소드로 넘어가 보면, 세 번째는 로렌스와 양치기 소녀 노라가 금 밀수를 다룬 에피소드 이후의 이야기인데요. 노라와 그녀의 조그마한 검은 기사 에네크가 주인공이 되어 지금의 상황에 정체되지 않고 미래를 향해 발을 내딛는 조금은 뭉클한 이야기로 이뤄져 있습니다. 사실 노라 에피소드는 라노벨보다 코미컬라이즈가 좀더 가슴에 와닿습니다. 코미컬라이즈는 그녀가 처한 현실을 잘 표현하고 있죠.

 

여튼 재봉 직인이 되기 위해 에네크와 길을 떠난 그녀는 중간에 사제 한 명을 도와주게 되고 그의 부탁으로 도착한 곳은 자신도 가려 했던 전염병으로 도시 절반이 초토화된 쿠스코프라는 마을이었습니다. 그녀는 여기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 하지만 곧 자신의 생각이 짧았다는 것을 알아 갑니다. 그리고 그동안 외골수로 양치기만 해왔던 그녀가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가기란 쉽지가 않다는 걸 보여줍니다. 늘 해오던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맞이하는 두려움, 하지만 그녀는 정체되지 않고 그녀는 나아 갈려고 합니다. 쉽지 않은 여건에서 포기하지 않고 미래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강인함을 보여주는 그녀가 상당히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뭐랄까 노라와 에네크 에피소드는 상당히 서정적입니다. 표현 하나하나가 시적인 구절도 많고요. 부디 이런 표현을 본편에서도 해줬으면 싶을 정도랄까요. 호로와 로렌스의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것처럼 노라와 그녀의 양치기견 에네크와의 시간도 다르게 흐른다는 애틋한 이야기도 들어가 있고, 멈춰 서지 않고 미래를 향해 힘겹더라도 나아 갈려는 것처럼 문을 나서는 모습에서는 가슴 한켠에 뭉클함을 선사합니다. 그런데 어째 리뷰가 두리뭉실해졌는데 일 마치고 새벽에 비몽사몽으로 빨리 써놓고 잘려다 보니 이렇게 되어 버렸군요. 하튼 본편에서는 느끼지 못할 감성적인 장면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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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카 나이=(이퀄) 여친 없는 역사인 마법사 3 - J Novel Next
분코로리 지음, 이경인 옮김, M다 S타로 일러스트 / 서울문화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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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다나카가 추남으로 태어났을 때부터? 아니면 신(神)에게서 백마법을 받았을 때부터? 그에게 잘못이 있다면 일본인 특유의 매너와 배려심이 아닐까 합니다. 속 마음은 난봉꾼에 세상에 둘도 없는 파렴치한이지만 겉으로는 세상에 둘도 없는 매너남으로 살아가는 그에게 추남이면 어떻냐는 식으로 여자들이 들러붙는 건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사람의 진가는 겉모습이 아닌 내면이 올발라야 사람으로서 가치를 지닌 게 아닐까 하며 처음엔 여고생이 방구석 폐인 보듯했던 에스텔이 다나카에게 빠져드는 건 필연이었을 겁니다. 드래곤 '크리스티나'에게 잡혀 죽을뻔한 자신을 구해준데다 어쩜 그렇게 가려운 곳을 골라서 잘 긁어 주는지 그의 말 한마디에 호감도 +1이 되어 지금은 MAX가 되어버렸습니다.

 

이젠 공공장소에서까지 대놓고 너의 씨앗을 받고 싶다는 둥 하자는 둥 애가 아주 정신적으로 안드로메다를 건너가버렸습니다. 물론 이런 점은 다나카 한정이고, 귀족답게 평상시엔 정상인으로 행동하는 갭이 묘하게 귀엽기도 한 게 흥미롭기도 합니다. 근데 문제는 사람을 겉으로 판단하면 못 쓴다는 선조들의(?) 가르침(?)에 따라 그녀가 다나카의 내면이라 철석같이 믿고 있는 배려와 매너에 흠뻑 빠져들었지만 정작 진짜 다나카의 속 마음을 캐치하지 못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어리석고 허망하단 말인가 싶기도 합니다(1). 애초에 다나카는 에스텔보다 요즘 S에 눈을 뜬 소피아라는 메이드에 꽂혀서 에스텔이 아무리 대시를 해도 공염불이라는 것에서 좀 애처롭기도 하고요.

 

여튼 다나카에게 있어서 에스텔은 재앙 그 자체입니다. 일편단심 민들레가 되어 거대 권력을 앞세워 왕 앞에서도 할 말 다하는 그녀가 두려울 건 없다는 것에서 다나카에겐 재난이나 다름없었는데요. 그녀가 다나카에게 대시를 하는 만큼 다나카의 목엔 올가미가 매어져 더욱 조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선 다나카는 탈주범에다 평민, 에스텔은 공작가(귀족 서열중 왕 다음쯤 됨)의 후원을 받는 영애, 이 정도 계급 차만 해도 절대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죠. 그래서 에스텔은 다나카를 귀족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그것이 다나카에게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모른 채 말이죠. 이것은 대놓고 모든 귀족들을 적으로 돌려 버리는 행위, 평민이 귀족이 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거든요.

 

거기다 다나카가 이웃 나라와 분쟁에 휘말린 건 에스텔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녀의 곁에 있다가 불똥이 튄 것이죠. 전장에서 죽을둥 살 둥 날아다니며 회복 스킬을 써댔던 결과는 배신한 다크엘프에게 목이 뎅겅 잘리기이고, 목을 재생하면서 그로테스크한 장면을 보여 주기도 하고, 그러는 와중에 에스텔의 대시로 그녀를 보살펴주는 공작에게 쥐도 새도 모르게 제거될 수 있는 상황이고, 그를 비호해준다며 학교고 어디고간에 물불 안 가리고 그의 편에 서서 변호하는 바람에 '너 대체 누구?'라는 시선을 한 몸에 받고 말았습니다. 로리 비치이긴 해도 귀족이 비호해주는데 좋은 거라고요? 아니죠. 목숨이 몇 개 있어도 모자랄 판입니다. 드래곤 크리스티나와의 전투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죠. 그러다 끝끝내 왕 앞에서 그를 귀족으로 만들어 주세요.까지 이릅니다.

 

좋은 거라고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이건 다 그녀가 그를 자신과 동등한 위치에 서게 해서 맺어지려고 하는 술책에 지나지 않죠. 물론 다나카도 짐작하고 있지만 채면이 뭔지 그녀가 하는 데로 내버려 둡니다. 이 얼마나 순애보인지 동정(童貞)은 다 이런가 싶기도 합니다. 물론 그의 속 마음은 닥치는 대로 3P가 하고 싶고 로리를 임신 시키고 싶다는 둥 아청법에 의거하여 평생을 콩밥 먹여도 시원찮을 인간이죠. 절대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고 있지만요. 그 순간 아웃이라는 걸 작가는 잘 알고 있기에 속마음이라는 표현으로 모든 걸 해버리니 이보다 날로 먹는 작가는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갈수록 미저리가 되어가는 에스텔, 그리고 잘 나가는 다나카에게 침 발라두기 위해 찾아온 조피(2)의 경악스러운 행동, 돈보다 권력은 남자가 추남이라도 여자가 꼬인다는 걸 여실히 보여줍니다. 그리고 다나카를 귀족으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한 에스텔에 의해 강제 이벤트 중인 다나카는 견제하는 다른 귀족에 휘둘려 졸지에 노예로 전락할 판입니다. 이제야 사랑하는 소피아와 알콩달콩 하게 사나 했는데 이놈... 아니 이.. 차마 상스러운 단어는 못 쓰겠고 에스텔 때문에 지옥의 문턱에 발을 거치게 된 다나카는 자신이 무엇에 휘둘리는지 동정(童貞)답게 머리로는 이해해도 몸은 따라가주지 않는 기막힌 인생 스토리에 과연 빛이 들 날이 올 것인가?

 

어쨌건 에스텔이 몸담고 있는 공작가를 찌부러 트리고 에스텔이 하사받은 땅을 빼앗기 위한 암투 등 다나카의 언동에 가려져 있지만 복선이 이만저만 깔려 있는 게 아닙니다. 거기에 다나카도 휘말리고 그러다 에스텔을 구해주며 빛 좋은 개살구처럼 입발린 말로 에스텔의 호감도를 MAX에서 맥시멈으로 치솟게 한다던지, 그러다 벌써 뭔일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임에도 비처녀라는 이유로 참고 있는 다나카를 보고 있자니 야유를 보내야 할지 응원을 보내야 할지 애매하기도 합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전개라고 하면 호들갑이긴 한데, 이 작품은 기존의 틀을 깨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우선 메인 히로인이 비처녀라는 특수성부터 해서 주변에 모여드는 여자들이 하나같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죠. 제대로 된 주인공에겐 제대로 된 히로인이, 비상식적인 주인공에겐 그에 맞는 히로인이라는 컨셉일까요. 다나카가 곧 죽어도 사모하는 메이드 소피아는 시모세카, 그러고 보면 이 작품은 시모세카와 일맥상통하는 게 있습니다. 히로인들 때문에 영원히 고통받는 주인공이랄까요. 다나카는 자기가 무덤을 파고 있는 거지만요.

 

여튼 시모세카의 그녀처럼 엽기적인 행동을 다나카에게 하는 소피아, 안하무인 로리 드래곤 크리스티나의 배빵, 로리 엘프의 남자 편력, 남친 앞에서 다른 남자로 갈아타는 것도 모자라 그의 목숨을 쥐락펴락하는 우리의 히로인 에스텔, 침 발라두기 위해 찾아온 조피, 여자라면 사족을 못쓰는 진성 레즈 여기사 그리고 또 누가 있지... S와M 놀이하는 로리 거유도 있군요. 그리고 로리 드래곤에 꽂혀서 결혼하고 싶다며 찾아온 40대 중년 아저씨 마도 귀족, 하나같이 어딘가 하나식 뭔가가 결여되었지만 면면을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거대 권력을 가진 이들이라는 것입니다. 그 안에 끼인 다나카는 행복한 나날이 아니라 지옥을 맛보고 있고요.

 

맺으며, 또 길어졌군요. 얽히고 설킨 내용이지만 복잡하지 않게 흘러가는 게 이 작품의 묘미랄까요. 복선을 깔지만 질질 끌지 않고 조금식 풀어가는 재미도 있습니다. 물론 다나카의 처음은 처녀라는 맹목적인 신봉과 걸핏하면 로리를 임신 시키고 싶다는 둥 눈에 거슬리는 대목이 있긴 한데 행동으로는 옮기지 않고 있으니 혐오의 경계를 아슬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할까요. 그리고 먼치킨 계열답게 강한 주인공이지만 권력 앞에서는 쥐나 다름없는, 방종을 지향하고 절제를 어느 정도 유지하는 게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3권 표지 모델은 로리 드래곤 '크리스티나' 


 

  1. 1, 다나카의 속 마음은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엉큼 그자체죠.
    거기다 자신의 몸 보신을 위해 배려와 매너를 행하고 있습죠.
  2. 2, 엘렌+에스텔과 3P하던 귀족 여자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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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하극상 제2부 신전의 견습무녀 4 - V+
카즈키 미야 지음, 시이나 유우 그림, 김봄 옮김 / 길찾기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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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치라 일컬어지는 신식을 다스리기 위해 신전으로 들어갔던 마인, 그런데 가족에게 위해를 가하려 하고 평민을 지나가는 개보다도 못한 취급을 하던 신전장을 위압으로 설설 기게 했던 것이 잘못이었을까요. 아니면 평민으로 태어난 것부터가 잘못이었던 걸까요. 그녀의 싹을 알아본 신관장의 배려로 귀족만이 담당한다는 청색 무녀가 되어 고아원을 맡았던 마인을 눈에 가시로 여겼던 신전장의 마수가 뻗어옵니다. 평민 주제에 귀족 행세하는 것도 모자라 자신을 거의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던 것에 원통해 하며 이를 갈고 있었던 신전장, 가족과 억지로 떨어트리고 그녀를 개그지 취급에 궁극적으로 씨받이로 이용하려고 했던 자신의 더러운 속마음은 아주 당연하다는 것처럼 여기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던 그(신전장)가 드디어 일을 저지르고 맙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따스함이 묻어났던 과거를 뒤로하고 괴로운 미래를 맞이하는 마인을 그리고 있습니다. 귀족들에게 있어서 어머니가 가진 마력의 양에 따라 지위가 결정된다는 소리가 있을 정도로 마력을 중요시하는 세계에서 전대미문의 마력을 보유한 마인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었는데요. 그동안 벤노등 주변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그녀의 정체를 숨겨 왔지만 마인이 워낙 빨빨거리며 싸돌아 다닌 데다 주변엔 신경 쓰지 않고 힘을 써대는 통에 그녀의 정체는 결국 다른 영지에까지 퍼지게 되어 버렸습니다. 귀족들에게 그녀가 발명하는 물건은 돈이 된다는 것과 그녀의 마력양이 심상찮다는 것등이 알려져 신관장을 따라나섰던 어떤 행사에서 대규모의 인원이 동원된 습격을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다 이번엔 좀 더 대범하게도 마을 안에서 그녀를 납치하는 일까지 벌어집니다. 하지만 마인의 아버지와 주변 사람들의 필사적인 저항에 부딪혀 미수에 그치게 되었고 이에 구원을 바라며 신관장을 찾았던 마인 앞에 신전장과 외지 귀족이 그녀를 가로막는데... 필사적인 몸부림과 저항, 그리고 안타까운 이별이 시작됩니다. 그녀에게 있어서 이것은 업보입니다. 자신의 능력이 이세계에 얼마만큼이나 영향을 끼치는지 벤노에 의해 줄기차게 지적되온 바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지적받는 그때만 움추려들 뿐 주변 사람들이 한눈을 팔면 여지없이 일을 저지를 바람에 벤노를 필두로 주변 사람들의 위에 구멍을 내버리기 일쑤였죠.

 

책을 위해 일직선으로만 달렸던 그녀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업보는 그녀의 능력을 탐욕스럽게 노리는 귀족 나부랭이들이라는 파리를 꼬이게 했습니다. 평민이기에 아무렇지 않게 다뤄도 괜찮다는 마인드의 귀족들에게 평민인 마인은 그야말로 밥상에 차려진 진수성찬이나 다름없었죠. 신전장의 검은 마수에 필사적인 저항도 무의미하게 흘러가던 그때 그동안 귀족이라고 다 똑같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던 신관장의 개입으로 한줄기 빛을 발견합니다. 마인의 전생의 기억을 엿보았던 신관장, 늘 어디로 튈지 몰라 전전긍긍하며 그녀의 뒷바라지를 해줬던 신관장은 겉으로는 구시렁거려도 뒤로는 든든한 아군이 되어줬던 그의 손길에 마인은 구원을 받아 갑니다.

 

그리고 겉은 어른이고 속은 초등학생이라는 인상을 심어줬던 천방지축 대(大) 귀족 질베스타의 등장으로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되어 갑니다. 이전에 등장부터 마인을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볼을 콕콕 찌르는 등 마인의 심기를 건드렸던 그의 정체가 밝혀지고, 절대적인 귀족 만만세인 세계에서 평민인 그녀를 도와주는 주변 사람들의 면면들에게서 마인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지 새삼 일깨워갑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녀의 정체가 들통나버린 지금, 다신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황금 덩어리를 길거리에 던져두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빤하잖아요? 이에 그녀에게 가혹한 시련이 내려집니다. 그녀가 몸을 지키기 위해서는 권력이 있는 귀족이 되는 것만이 살길,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그녀를 알고 있는 주변 사람들 모두를 없애야 한다고 하는데...

 

그러나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설령 세계가 적이라도 맞서겠다는 그녀, 황금을 이대로 길거리에 던져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가족을 모두 죽이고 억지로 귀족으로 만들어봐야 적이 될 뿐인 그녀에게 타협점이 내려옵니다. 그녀는 주변 사람들과 모든 연을 끊는다는 조건으로 영주의 양녀로 들어가기로 합니다. 헤어지게 된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대미문이라고 일컬어지는 축복을 내려주는 마인에게서 애틋한 마음이 묻어납니다. 이것은 자신이 저지른 업보입니다. 여 보란 듯 이세계엔 없는 것들을 만들고 귀족들에겐 꿀이나 다름없는 마력을 방출 해댔으면서도 자각이 없었던 반동, 여기서 한가지 아쉬운 건 이런 점을 언급하지 않은 작가의 미스랄까요.

 

맺으며, 이 작품이 마음에 드는 건 기승전결입니다. 질질 끄는 게 없어요. 물론 종이를 만들고 책을 만들고 하는 장면은 경우에 따라 무미건조할 수도 있다지만 생각만으로 뚝딱 만들고 나와버리는 먼치킨 이세계 전생물계에서 비록 전생의 기억을 바탕으로 했다곤 해도 처음부터 차곡차곡 노력하며 성장하는 작품은 매우 드물지 않나 합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황금을 낳는 거위가 되어 단물을 빨아먹으려는 파리들에게 노림 받게 되는등 먼치킨 이세계 전생물의 현실은 시궁창이나 다름없다고 역설하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그야 계급사회에서 아무리 신(神)에 버금가는 먼치킨이라도 떼로 덤벼오면 장사가 없습니다. 능력이 출중한 주인공을 내버려 두는 건 오히려 리소스 낭비죠. 그래서 주인공을 차지하려고 하거나 찍어 누르려고 발악을 하는 게 정상이 아닐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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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향신료 12 - Extreme Novel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박소영 옮김, 아야쿠라 쥬우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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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지 않고 평생을 젊음을 유지한 채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힘든 건 주변 사람들이 나만 남겨두고 떠나는 것일 겁니다. 그리고 여기에 고향의 산하(山河)가 변해 간다면 더욱 참기 힘들겠죠.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습니다. 수백 년을 살아온 호로에게 있어서 변해가는 산하는 우리 눈엔 몇십 배로 빠르게 한 풍경에 해당하겠죠. 파슬로에 보리 밭에서 어린 묘목이 큰 나무로 성장하는 걸 곁에서 지켜봤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오랜 세월이 흘러 호로의 고향인 요이츠는 어떻게 변했을까, 인간에게 배신 당하다시피 수백 년을 풍작을 관할했던 마을을 뒤로하고 기억에도 가물가물한 고향을 찾아 여행을 오른 지도 산천의 풍경이 변할 정도로 시간이 지났습니다.

 

빠르게 흐르는 시간만큼이나 빠르게 변해가는 시대상에 맞물려 호로의 고향에 대해 들려오는 소문은 하나같이 암울하기 그지없었는데요. 늘어나는 인간과 그에 호응하듯 개발 열풍은 호로의 고향에도 미치고 있었습니다. 광맥을 찾아 산천을 황폐화 시키는 인간의 손길은 결국 이교도의 땅인 요이츠까지 뻗치고 있었고 이에 하루빨리 고향을 찾고 싶었던 호로는 겉몸이 달아 갑니다. 자신이 없을 동안 달을 사냥하는 곰에 의해 멸망해버린 고향, 뿔뿔이 흩어진 동료들, 동족 없이 나만이 동떨어진 듯한 세계에서의 외로움, 거기에 고향마저 없어질 판이니 호로에게 있어서 이보다 더한 재난은 없었을 겁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요이츠가 있는 북쪽 지방의 지도를 얻기 위해 은세공사 '프란'의 찾았던 로렌스 일행이 그녀(10대 소녀로 추정)의 부탁을 받아 이교도와 정교도가 이상하게 섞여 살아가는 '타우시그' 마을에서 겪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교도의 상징인 마녀가 살고 있는 숲, 그리고 정교도의 상징인 천사가 날아올랐다는 폭포의 전설이 뒤죽박죽 섞여 있는, 이런 것들에 숨겨진 진실을 풀어가면서 드러나는 결말은 애틋한 사랑이었는데요. 마치 로렌스와 호로의 미래를 엿보는 것처럼 이들에게 있어서 이정표를 제시합니다.

 

그런데 요상하게 작가가 가슴 아리는 이야기는 사양하고 싶은지 조금만 더 분발하면 진짜 애틋한 사랑의 이야기될뻔하였는데 아쉽게도 옆 샛길로 들어가 버립니다. 한때 성녀로 추앙될뻔하였던 마녀의 최후에서 로렌스의 미래상을 옆볼 수 있었지만 작가가 '헤어질 땐 웃으면서'라고 정해버린지라 어쩔 수 없었지 않나 싶기도 했군요. 요컨대 흔한 클리셰는 필요없다였겠죠. 무슨 말이냐면 영원을 살아가는 호로와 짧은 생을 살아가는 로렌스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는 것입니다. 물론 지금에야 엔딩까지 나와 버렸으니 이런 말은 소용없겠지만요.

 

여튼 마녀의 숲과 천사가 날아올랐다는 폭포를 조사하면서 의외의 결과로 프란이 지목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그의 흔적을 쫓고 있었던 프란, 필사적인 몸부림으로 썩은 동아줄이라도 붙잡고 싶었던 그녀는 무리하게 로렌스 일행에게 부탁을 하였고 그런 프란 모습에서 로렌스는 호로와의 관계를 생각합니다. 자신도 좋아하는 호로를 위해 이렇게 필사적이 될 수 있을까, 좋아하는 상대를 위해 위험도 마다하지 않을 용기가 있을까, 결국 이교도와 결별하기 위해 찾아온 영주에 의해 칼이 들이대지고 목숨이 위태로워집니다. 호로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로렌스의 각오를 새롭게 확인해갑니다. 원래는 멍청이라며 코웃음치며 갈궜을 로렌스를 도와주는 모습에서 호로의 마음도 로렌스 못지않게 그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원래 이런 게 이런 작품이 추구하는 아이텐티티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영원을 살아가는 존재와 그렇지 않은 존재가 살아가기 위해 타협을 하고 다시 한번 그 마음을 확인하는, 물론 서로가 그런 마음을 품고 있으니 겉으로는 굳이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결국 이번 에피소드는 프란을 통해서 호로와 로렌스는 한층 더 서로를 의식하게 되었지 않나 하는 것입니다. 처음엔 프란을 죽일 듯이 싫어하다가도 그녀를 통해서 자신들(호로와 로렌스)의 관계를 엿보게 되자 꼬리를 살랑거리며 알랑방귀 뀌는 호로를 보고 있자면 웃음이 떠나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내 남자에 찝쩍 거리는 암컷은 용서 못한다고 후반 로렌스가 프란의 방에서 나오자 자고 있었던 호로가 언제 일어났는지 방에서 나오고 있던 로렌스를 맞이할 땐 기겁할 뻔도 하였군요.

 

맺으며, 갈수록 먹보가 되어가는 호로의 귀여움은 극에 달합니다. 고기를 눈앞에 두고 신나 하다가 먹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분위기로 흘러가자 세상 다 잃은 듯한 표정은 압권이었군요. 거기에 여전히 몸짓 표현은 예술이라 할 만큼 작가의 표현력이 좋습니다. 로렌스의 다리를 꼬리로 탁탁 치며라든지 로렌스가 팔을 둘러 어깨동무를 하고 호로의 앞머리를 만지작거린다던지 둘이 말을 타고 가는 장면에서는 움직이는 호로의 귀 때문에 등이 간지럽다던지하는 디테일은 여타 작품에서는 쉽게 찾아 볼 수 없지 않나 하는군요. 그런데 한가지 불만이자 아쉬운 건 표지가 본편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런 점에서는 코미컬라이즈가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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