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자, 후에… 1 - S Novel+
나하토 지음, 미야 카즈토모 그림, 박춘상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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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보면 정통 판타지에서 용사가 마왕을 쓰러트리기 위해 시작의 마을을 떠나 여행을 하며 동료들을 모으잖아요. 여기서 동료라는 게 용사와 비슷한 연령대이고 남자는 어찌 되었든 개중엔 히로인들도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그런데 늘 궁금했던 것이 히로인들 중에 소꿉친구라든지 장래를 약속한 남친이 있지 않을까 싶은 게요. 그야 히로인으로 발탁될 정도로 외모라든지 실력이라던지 면에서 다른 이들의 이목을 끌 텐데 그 나이까지 남친이 없을 리 없잖아요. 어쨌건 히로인은 용사의 부탁이나 신탁이 내렸다는 교회의 말을 듣고 용사를 따라나서게 되죠. 그렇다면 이건 남친 입장에서 보면 여친을 용사에게 빼앗긴다는 소리이지 않을까요? 그야 판타지물 엔딩을 보면 주인공(용사)과 히로인이 맺어지기도 하잖아요.

 

이 작품의 주인공 '와즈'가 딱 그런 경우입니다. 어릴 때부터 한마을에서 살았던 히로인 '아리아'와 장래를 약속한 사이죠. 그러던 어느 날 교회에서 신탁이 내려지고 아리아는 성녀가 되어 그녀로 하여금 용사를 거들어 마왕을 무찌르라는 사명을 부여받습니다. 그날, 마을을 찾아온 용사에게 소꿉친구를 내주기 싫었던 와즈는 대들게 되고 보기 좋게 나뒹구게 됩니다. 이를 바득 갈며 어쩔 수 없이 보내준 그는 후일을 기약하는데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2년 후 마왕을 무찌른 용사 일행은 개선을 합니다. 그리고 왕은 용사에게 소원을 말하라 하죠. 용사의 입에서 나온 말은 와즈를 전율케 했고 그 자리에서 아리아와 키스를 나누는 용사를 본 와즈는...

 

힘은 개뿔도 없고 농촌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남이 바로 주인공 와즈입니다. 그는 소소하게 살며 히로인 아리아와 장래를 약속하고 머지않아 결혼해 아이를 낳고 그렇게 일생을 살아 가려 했던 그에게 용사가 아리아에게 했던 말은 참으로 비참함 그것이었겠죠. 2년 전과 2년 후 연속 크리티컬로 인생의 패배자가 되어버린, 그는 이제 다 필요 없어를 외치며 죽기 위해 강력한 몬스터가 산다는 마경에 발을 들이고 맙니다. 하지만 죽기 위해 찾은 거기서 마물을 만나 피해 다니는 동안 살고자 하는 마음이 싹트게 되고 배가 고파 줏어 먹은 것들이 그에게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합니다.

 

이것은 중2병을'흔직세'이자 젊은 '다나카'라 할 수 있습니다. 나락에 떨어져 살기 위해 먹은 마물을 힘으로 바꿨던 나구모, 와즈도 살기 위해 독초와 마물의 찌꺼기를 먹으며 힘을 키웠고 어느새 젊은 다나카가 되어 버렸습니다. 참고로 다나카는 '다나카 ~나이=여친 없는 역사인 마법사~.'라는 작품을 말합니다. 다나카는 회복술 하나로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디펜서가 되었죠. 와즈는 둘을 섞어 놓았습니다. 최강의 힘을 얻은 것 동시에 성검도 어찌할 수 없는 방어력을 얻었죠. 발을 굴리면 별도 쪼갭니다. 그리고 '동정', 하지만 마법은 못 쓰지, 아직 35세가 넘지 않아서 흑마법사는 고사하고 백마법사도 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마경에서 용왕(드래곤 킹)을 만나 일기토를 벌이고 그러다 의기투합해서 친구 먹고, 그(용왕)의 딸이 주인공이 마음에 들어 앵겨오고, 용왕 친구들의 꼬임에 넘어가 여자에게 차였다면 여자로 치유받으면 됨,이라는 감언이설에 속아 속세로 내려가 하렘을 만들기로 결정하고 마는데요. 그런데 필자가 괜히 다나카를 언급한 게 아닙니다. 그리고 괜히 동정을 강조한 것도 아니죠. 인 외 존재에게 사랑받는 다나카처럼(참고로 에스텔도 따지고 보면 인 외의 존재) 와즈도 인연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그럴수록 멀어저만 갑니다. 그런 그의 곁에서 용왕의 딸 '메아르'만이 뀨뀨~, 그리고 그의 길드 카드엔 어찌 된 일인지 여신이 깃들어 있는데...

 

하렘 만들기 프로젝트, 어디서 싸구려 같은 멘트를 날리고 있어 하겠군요. 좌우지간 1권에서는 두 명의 히로인(아리아 빼고) '사리나'와 '타타'와 인연이 닿지만 이번 생에서는 글쎄?라는 분위기만 팍팍 풍기기 시작합니다. 착하고 심성이 고운 주인공에 이끌리는 히로인이라는 클리셰를 답습하고는 있지만 사실 이건 아무래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만나고 착각으로 시작하는 어긋남이군요. 서로가 이끌려 '좋아해요!'를 말하지만 같은 극의 자석이 서로 밀어내는 것처럼 좀처럼 다가가지를 못합니다. 그러다 보니 와즈는 자신의 외모가 평범해서 이러는가 싶은 자격지심에 빠지기도 하고요.

 

이 작품의 특징을 들라고 하면 히로인 입장에서 주인공에 이끌려 가는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보통 주인공이 뭘 했기에 히로인들 눈에 하트를 그리게 하나 하는 의문점을 이 작품은 히로인의 입장에 서서 풀어주고 있죠. 요거 하나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작가의 필력이라고 해야 하나 어떻게 하면 독자가 흥미를 끌까 하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이야기를 풀어 놓는 것에서도 거침이 없습니다. 이와 유사한 게 다나카죠. 분명 그로테스크 하거나 여기서 웃으면 안 되는데도 웃음기 유발하는 실력이 대단하다고 할까요. 일례로 여신이 길드 카드에 깃들어서 주인공과 소통하며 악당들을 때려잡자 같은 거라든지요.

 

사실 이 작품도 좀 비참합니다. 용사에게 창피 당한 것도 모자라 소꿉친구라 쓰고 여친을 빼앗기고, 얼결에 고백한 여성에겐 차이고, 또 얼결에 고백한 여성은 다음날 되니 홀연히 모습을 감춰 버렸습니다. 후자의 여성은 유곽에서 제법 비참한 삶을 살고 있었고요. 근데 인 외의 존재인 용왕(드래곤 킹) 딸과 얼굴을 한 번도 못 본 길드 카드에 깃들어 있는 여신이라던지에겐 사랑을 듬뿍 받고 있죠. 그리고 기껏 마을을 구했더니 난 없는 사람 취급이나 하고 말이야. 사실 다나카가 많이 생각났습니다. 뭔가 열심히는 하는데 돌아오는 건 하나도 없는, 이 모든 과정을 희극으로 표현한 게 참으로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뒤늦게 주인공 뒤를 쫓는 히로인들...

 

맺으며, 부제목으로 쓴 '착각으로 시작하는'은 사실 히로인 아리아를 염두에 둔 것입니다. 정보를 모으면서 용사가 아리아를 와이프로 맞아들인다고 했을 때의 상황을 알게 되었거든요. 정발판에서는 아직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듯하여 주인공이 뭘 착각했는지는 언급하지 못하지만, 어쨌건 제목 때문에 걸렀던 작품인데 NTR 성향이 있다고 해서 구입했는데 대만족입니다. 이야기 자체는 전형적인 먼치킨 라이토 노벨의 범주를 벗어진 못하지만 이야기를 꾸려가는데 있어서 거침이 없는 진행 방식이 마음에 들었군요. 가령 누굴 좋아한다고 해서 마음속으로만 담아두지 않고 말할 건 한다던지, 대머리를 대머리라 부른다던지, 여신에게 동정받기도 하고, 싸구려 멘트 날리기도 하고, 제일 인상적인 건 인간이길 포기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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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양피지 2 - 늑대와 향신료의 새로운 이야기, Extreme Novel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아야쿠라 쥬우 그림, 박소영 옮김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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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없다.

 

어릴 적 겪였던 교회의 이단 사냥과 핍박을 보다 못해 내가 교회 상층부가 되어 마을을 구하겠노라 하며 신앙의 길에 몸을  던졌던 '콜', 하지만 기세 좋게 뛰쳐나온 거까진 좋은데 사기를 당해서 오도 가도 못하던걸 로렌스와 호로에게 주워지게 되고 그들과 여행하며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성장하였습니다. 지금은 20대 청년으로 자라난 그는 여전히 높은 신앙을 가슴에 품고 '늑대와 향신료(온천장)'에서 10여 년 넘게 머슴을 하였었죠. 성직자가 되어 마을을 구하겠다는 포부는 어디다 팔아먹고 온천장 시다바리를 하며 지내던 어느 날, 윈필 왕국의 '하이랜드'라는 귀족의 부름을 받아 시다바리 생활을 청산하고 그는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

 

경건하고 정직한 신앙을 품고 신의 뜻은 만인에게 공평하게 전달되어야 한다는 믿음을 간직하고 있었던 그는 과도한 세금 부과와 잇속 챙기기에 급급하며 썩을 대로 썩어버린 교회의 폭거에 대항해 싸우기로 결심한 윈필 왕국을 도와 종교개혁을 꿈꾸기 시작합니다. 교회 측과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하나라도 더 많은 아군을 끌어들여야 했던 윈필 왕국에게 있어 콜은 큰 도움이 되어 가고 있었는데요. 콜의 도움으로 교두보를 확보하며 조금식 저항의 끈을 조여가던 중 이번엔 검은 성모(상)를 모신다는 북부 해적들이 우리들 편이 되어 줄지 적이 될지 알아보라는 하이랜드의 특명을 받아 뮤리와 함께 북부로 향합니다.

 

'성모상'이라고 하면 순백의 그것을 떠올리기 십상이잖아요. 그런데 검은 성모상이라니? 성모상 색 때문에 이단의 혐의까지 뒤집어 쓰고있는 북부 해적들, 이들이 과연 원필 왕국을 도와 교회랑 싸워 줄 것인가. 여담으로 이번 에피소드를 다 읽고 나면 작가는 처음부터 결과가 어떻게 될지 미리 서술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하여튼 섬으로 이뤄진 북부에 도착한 콜과 뮤리, 이들이 여기서 본건 살풍경한 환경과 하루하루 겨우 입에 풀칠하며 살아가는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는 섬사람들이었습니다. 가혹한 환경에서도 그래도 끈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건 검은 성모상이 있기 때문이라는데...

 

근데 읽다 보면 이들(북부 사람들)의 삶은 사실 어떻게 되든 상관 없어집니다. 중요한 것은 콜과 뮤리의 관계, 그리고 거기서 만난 인간이 아닌 존재로 압축되요. 이 작품에선 세상엔 호로같이 늑대의 화신만이 아니라 새, 양, 사슴 등 다양한 인간이 아닌 존재가 있다고 서술하고 있기도 하죠. 여기에 하나 더 추가되는데요. 아득히 이름조차 잊어버린 동료인지도 자식인지도 잊어버린 존재를 찾아 머나먼 북부까지 찾아온 인간이 아닌 존재, 그가 북부 섬사람들에게 살아가기 위한 주춧돌이자 신앙의 중심이 되어 있었고 어느 날 먹을 것이 없어 죽어가는 부녀(父女)에게서 딸을 빼앗아 노예로 파는 그에게서 콜은 자신이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였는지는 알아 갑니다.

 

여기서 콜은 그 옛날 로렌스가 저질렀던 잘못을 저지르게 돼요. 착박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자신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무얼까. 그리고 북부까지 부패한 교회의 손길에 맞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그만 디디지 말아야 할 곳에 발을 디디게 되고 뮤리와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누가 현랑 호로의 딸이 아니랄까 봐 뮤리는 엄마와 똑같이 영악하고 머리가 매우 비상합니다. 호로가 로렌스의 꿍꿍이를 간파하고 머리 꼭대기에 앉아 이랴이랴 했듯이 뮤리 또한 콜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반려가 잘못된 길을 가려 하면 궁둥이를 찰삭찰삭 때려댔었는데 이번엔 콜은 도가 지나친 행동을 해버리고 맙니다.

 

옛날 로렌스가 호로의 힘에 기대어 위험을 해결하려 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관계까지 빠질뻔하였었는데 세대가 바뀌어도 피는 통하지 않지만 봐온 게 있어서인지 콜도 비슷한 길을 걷고야 마는군요. 하지만 비가 온 뒤 땅이 굳듯이 잘못된 길을 간다고 하면 되돌리면 되는 것, 호로는 콜에게서 과거 멍청한 로렌스를 엿보았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자신의 딸이 몰래 그를 쫓아가도 말리지 않았던 것이겠죠. 뮤리는 아직 어린아이라도 현랑의 피를 이어 현명함이 무엇인지 보여주며 잘못된 길을 가려는 콜을 양지로 이끌고 지혜를 나눠줍니다. 정말 로렌스나 콜이나 이 모녀가 없었다면 진즉에 객사해도 객사했지 않나 싶더군요.

 

뮤리는 영원을 살아가는 엄마 호로의 피를 이어받아 자신도 엄마만큼은 아닐지언정 콜보다는 매우 오래 살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인간이란 모녀에게 있어서 찰나의 시간일 뿐이죠. 그래서 뮤리는 자신이 늑대의 자손이라는 걸 간혹 원망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자신과 같은 정령들이 본 모습을 드러내고도 거리낌 없이 살 수 있는 마을을 꿈꾸기도 하고(교회의 입장에서는 이단), 함께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있는 힘껏 살기 위해 온 동네를 들쑤시고 호기심 만땅인채로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한순간이라도 허투루 하지 않기 위해 살아가는 모습은 애틋하기 그지없죠.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힘을 빌려준다. 하지만 거기에 기대 자신의 가능성을 놓쳐선 안 돼. 호로가 로렌스에게 그랬던 것처럼, 뮤리가 콜에게, 이번 에피소드를 요약하라면 이 구절이 적절하지 않을까 합니다. 부패한 교회를 타도하고 세상에 진실된 신의 뜻을 전하기 위해 우물 안의 개구리에서 벗어나려는 콜과 그것을 바라보며 마음 아파하는 뮤리, 이 아픔은 이성으로서 그를 좋아하기에 더욱, 그렇기에 그를 성직자의 길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그녀 노력이 대단합니다. 콜이 성직자가 되면 결혼을 못한다나요. 나고 자란 곳에서 정상적인 남자라곤 콜 밖에 없었기에 왜곡된 이성이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기도 했습니다.

 

* 그렇담 뮤리를 바라보는 콜의 마음은? 친동생 그 이상은 아닙니다.

 

맺으며, 약간은 독해력을 요구합니다. 분명 멋진 말을 하고 있는데 머리에 도통 들어오지가 않았군요. 읽으면서 소름이 돋기도 했는데 어디 구절에서 소름 돋게 했는지 한참 찾느라 이번엔 다 읽는데 다소 시간이 걸려 버렸습니다. 여튼 자잘한 이야기를 벗어던지면 20살이 넘어 이제야 껍질을 깨고 제대로 된 성직자로서의 길을 나아가고자 하는 콜과 그를 바라보며 세상 물정 어두운 것도 정도가 있지 하며 뇨히라로 돌아가 세상과의 연을 끊고 평온하게 살자는 뮤리와의 대립을 그리고 있습니다. 거기에 인간이 아닌 존재가 나와 신앙이란 무엇인가를 고찰하고 있죠. 그리고 그 옛날 호로가 그랬던 것처럼 자칫 낭떠러지로 떨어질 거 같은 위태로운 콜을 보다 못해 도와주기도 하고 티격태격하면서 같이 다니는 뮤리의 귀여움은 덤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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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13 - S Novel
오모리 후지노 지음, 야스다 스즈히토 그림, 김민재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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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간에 남의 말을 죽어도 듣지 않는 인간이 있어요. 판타지나 여느 작품을 보다 보면 위험하다거나 너와는 상관없으니 따라오지 말라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잖아요. 정상적인 작품이라면 상대가 싫어서라든지 공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는 게 아닌 그 사람의 안위를 걱정해 따라오지 말라고 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상대는 그런 건 안중에도 없고 너 님 여기서 뭐 하세요? 이러며 부득불 기어이 따라나섭니다. 혹은 뒤를 밟든지 해서요. 그러다 결국 걱정대로 일이 터지고야 맙니다. 따라온 사람이 위험에 휩쓸려 죽게 생기게 되는 것이죠. 그러면 그대로 죽든 말든 내버려 두면 되는데 또 구해주다 보면 둘 다 위험에 처해지고 보는 사람은 고구마를 트럭째로 먹게 되죠.

 

벨은 질풍(류, 엘프녀)이 18계층에서 사람을 죽이고 도망갔다는 무뢰배의 말을 듣고 그럴 리 없다며 그녀의 뒤를 밟게 되고 어느 계층에서 따라잡아 그녀에게 자초지종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류는 벨의 안위를 걱정하여 따라오지 말라는 말을 남기죠. 한때 복수귀가 되어 모든 것을 부숴버렸던 그녀의 과거를 알고 있었던 벨은 또다시 그녀가 복수귀의 길을 들어선 게 아닐까 하는 마음에 뒤를 밟게 되고 결국 그녀의 걱정대로 이제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격류에 휘말리고 맙니다. 자, 여기서 벨은 고구마 장사일까 사이다 장사일까의 기로에 섭니다.

 

벨에게 있어서 류(질풍)는 지금까지 겪었던 전투에서 든든하게 뒷받침 해주었던 소중한 동료입니다. 도움을 받은 게 한두 번이 아니죠. 아폴론 파밀리아와 항쟁을 벌일 때 하며 18계층에서 계층 터주와의 전투에서 벨은 류가 없었다면 이기지 못했을 겁니다. 그런 그녀가 5년 전의 악몽을 쫓아 다시금 미궁으로 발을 들였습니다. 그날 분명히 모두 몰살했을 거라 여겼던 [악]이 살아 있음을 알게 된 그녀, 다시금 살아나는 그날의 악몽은 그녀를 그 시절의 그녀로 각성 시키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슬픔과 격정에 몸을 맡긴 채 오로지 복수만을 위해 달려가는 그녀, 앞으로 한 발만 내디디면 모든 게 끝난다. 벨이 그녀를 말리기 전까지는...

 

마지막으로 남은 [악]의 축 한 마리를 앞에 두고 격한 감정 때문에 존댓말도 생략한 채 울부짖는 그녀, 그녀의 진의를 파악하고자 막아서는 벨, 그걸 보는 독자에겐 고구마가 트럭째 도착합니다. 조금만 벨과의 인연이 얕았으면 썰리는 것은 그였으리라. 기어이 자신의 만족감을 채우려는못난 놈 때문에 극은 절망으로 치달아 갑니다. 필자는 류를 생각하는 너의 마음은 고작 이 정도였느냐?라고 반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동안 그녀에게 받은 은혜가 얼마이더냐 이 못난 놈아, 그러니 그녀의 마음에 네놈보다 시르가 더 많이 각인되어 있는 것이지. 벨의 개입은 류에겐 5년 전의 악몽을 더불어 같은 계층에 있는 모두에겐 재앙을 선사합니다.

 

길드 퀘스트를 받아 파밀리아 연합을 꾸려 내려와 아직 지상으로 복귀 못하고 그대로 류를 쫓아왔던 헤스티아 파밀리아는 물론이고 같은 파벌의 다른 파밀리아까지 위험에 빠져듭니다. 길드에서도 수배령이 내려진 악의 축을 제거하려는 류를 벨이 개입하지 않고 말리지 않았더라면, 질풍에게 매겨진 현상금에 눈이 어두워 무리를 짓고 내려온 속이 시커먼 모험가들이라도 죽어마땅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악의 축 한 마리가 선사하는 재앙은 모든 걸 집어삼키기 시작합니다. 속이 시커먼 모험가들은 물론이고 벨의 동료들인 헤스티아 파밀리아를 주축으로 한 다른 파밀리아 동료까지 휘말려 가는 재앙 앞에 벨이 내린 결단은...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전투 신을 보여줍니다. 이게 끝난다면 분명 벨은 레벨 5로 올라서지 않을까 싶더군요. 미노타우로스전을 시작으로 해서 제노스까지 쉴 틈 없는 격류에 휘말리면서 어찌할 수 없는 적을 많이도 맞이해봤지만 이건 차원을 한층 더 끌어올려 줍니다. 파워 인플레란 이런 것일까요. 릴리는 아직도 1이고 벨프는 이제야 2로 올라선 지금 자꾸만 혼자서 멀리 달아나버리는 벨, 벨을 키워주는 것도 좋지만 다른 애들도 좀 키워줬으면 좋겠더군요. 이제야 간신히 동료라 부를 수 있는 존재들이 생겼는데 어깨를 나란히 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일까요.

 

어쨌건 류의 격정이 대단합니다. 5년 전의 악몽을 아직도 고스란히 안고 있었던 그녀의 폭주는 서슬이 퍼레질 정도입니다. 그만큼 동료를 아꼈던 그녀의 마음이 구구절절해지기도 했군요. 복수만이 능사는 아니다라지만 그렇다고 남겨진 자는 과거를 뒤로하고 앞으로 나아가며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것도 좋다.는 것도 좋지만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악몽을 이겨내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테죠. 그런데 이제 조금만 하면 되는데 이 토끼시키가 산통을 다 깨 놓는군요. 하지만 자신이 저지른 죄는 자신이 갚아야 되는 게 도리가 아닐까요. 재앙을 맞아 그야말로 뼈와 살이 분리된다는 게 무엇인지 몸소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 과정까지 가는 길은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이 작품이 원래 사설이 길었던가요. 12권까지는 이런 느낌이 없었는데 갑자기 사설이 많아진 느낌입니다. 뭐랄까 마치 필자가 쓸데없이 장황하게 늘어놓는 리뷰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하면 적절한 표현일까요. 보통 이런 걸 두고 남 말할 처지는 아니라고 하긴 합니다만. 전체적으로 보면 대략 200페이지 선에서 끝낼 수 있는 설정이었는데 고놈의 예언하며 뭔가를 두고 설명하는 것하며 쓸데없는 이야기가 장황하게 들어가 있어요. 알맹이는 결국 류를 뒤쫓아 내려가서 재앙을 만나 싸우게 되었다. 요것 밖에 없습니다.

 

이 과정을 들러리 하며 뭔 사설을 그리도 집어넣어 놨는지 필자는 작가가 바뀐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이건 참을 수 있었지만 끝끝내 참지 못 했던 건 매번 장면 바뀜이군요. 이 장면 저 장면 바꿔가며 마치 현장 생중계처럼 이리 돌렸다 저리 돌렸다 맥을 끊어버리는 행위는 학을 떼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작가는 모처럼 류의 뒤를 밟으며 추리 형식을 기용해 봤다고는 하는데 능력이 되지 않으면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습니다. 그 왜 있잖아요. 단서를 발견하고 뭔가를 알아챘는데 계속 이어지지 않고 다른 장면으로 넘어가버려서 사람 멍하게 만드는 방식, 책이 많이 팔리더니 돈 좀 벌었나 봅니다.

 

맺으며, 벨이 재앙을 맞아 싸우는 장면은 SAO 70몇 개 층에서 해골바가지와 싸우는 장면(애니메이션)을 연상케 하였군요. 어찌 할 수 없는 적을 맞아 절망이 깃든 얼굴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목이었다랄까요. 단점들이 많이 보여서 책을 덮을까도 했지만 그래도 참고 볼 수 있었던 건 이 장면 덕분이었습니다. 요즘같이 손가락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하는 먼치킨이 주류인 세상에서 이렇게 처절하게 싸우는 주인공도 참 드물죠. 어쨌건 그동안 미뤄져왔던 류의 에피소드가 끝이 나면 그녀도 헤스티아 파밀리아에 들어갈지 사뭇 궁금해졌습니다. 자신을 위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게 싸워 주고 있으니 호감도가 올라가지 않을 수 없겠죠.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냉큼 팔을 뻗는 거 하며... 이 작품이 19금이었으면 좀 더 솔직해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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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림용사의 복수담 1 - S Novel
우사키 우사기 지음, 시라코미소 그림, 손종근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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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이 있죠. 이걸 이 작품에 비유하자면요. 도끼 자루가 썩은 것도 모르고 휘둘렀다가 발등 찍히는 정도가 아닌 정수리에 꼽혀 세상을 하직했다고 하겠습니다. 믿고 휘둘렀는데 똑 부러지더니 정수리에 꼽혔다. 이보다 더 억울한 게 있을까 싶을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정말로 억울할까? 하는 게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우리 속담엔 돌다리도 두들겨서 건너라는 말이 있죠. 도끼를 휘두르기 전에 점검을 했다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억울한 죽음은 피할 수 있었지 않을까요. 이 작품의 주인공 '아마츠키 이오리'는 그런 경우입니다.

 

그는 용사로 소환되어 무찔러야 할 마왕을 코앞에 놔두고 동료의 배신에 그만 세상을 하직하고 말죠. 여기서 동료란 썩은 도끼 자루입니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호의를 조심하라 했고, 웃으며 다가오는 사람을 경계하라 했습니다. 웃으며 주인공 곁에 모인 동료들, 이세계에 와 내편 하나 없던 시절에 예쁜 처자를 만나 이 여자를 위해서 좋은 세상을 만들 거라며 시작의 마을(여기선 왕도)을 떠난 건 좋은데 말입니다. 평화로운 일본에서 살은 폐해인지 온통 머릿속엔 꽃밭만 들어앉아 세상은 평등하고 다들 사이좋게 살 수 있어 같은 이상향만 품고 떠났던 골 빈 용사의 최후는 비참함 그뿐이었군요.

 

그리고 30년 후, 다시 같은 나라에 아마츠키 이오리는 어찌 된 일인지 그날 분명히 죽었을 터인 그는 다시 용사로써 소환되었습니다. 30년 전 주인공을 배신한 동료들이 아직 살아 있는 세상, 그것을 알게 된 주인공은 복수를 다짐하게 되는데요. 그런데 사실 자신을 배신하고 죽였으니 당연히 복수를 꿈꾸는 건 좋은데 말입니다. 여기서 이런 물음을 던집니다. 사기 친 놈이 잘못일까 사기당한 놈이 잘못일까. 물론 사기 친 놈이 나쁜 건 사실입니다. 대문을 열어놨다고 도둑질해가라는 소리가 아니듯 남을 해하는데 있어서 대문 열어놓은 놈이 잘못이라는 논리를 들이미는 건 잘못이죠.

 

하지만 조금은 조심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물음을 던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피해자에게 과실을 묻는 건 잘못된 것이지만 의심과 경계를 했더라면 피할 수 있는 운명이 아니었나 하는 것입니다. 이런 점을 들먹이는 이유가 조금 정도는 자신의 미숙함을 부끄러이 여겨 반성을 보였다면 좋았을 텐데 전혀 그런 게 없다는 것입니다. 오로지 자신을 배신한 동료들에 대한 복수심에만 불타 있죠. 그래서 사기 친 놈이 나쁜가 속은 놈이 나쁜가 하는 언급도 해보았는데요. 그러고 보면 작중내내 이런 분위기가 많습니다. 주인공을 못 잡아먹고 안달 난 기사들은 자신들의 미숙함보다 주인공은 하지도 않은 비겁함만 부각 시키기도 하죠.

 

어쨌건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한 주인공은 용사의 힘을 부활 시키기 위해 여정을 떠납니다. 지금 당장은 힘이 없어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미궁에서 전직 마왕 '엘피스자크' 통칭 엘피를 만나 뜻이 맞아 같이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요. 엘피 역시 동족에게 배신당해 몸이 파트로 분리되는 아픔을 맛봐야 했고 그 파트를 찾아 다시 마왕의 자리에 오르고자 합니다. 동료에게 배신당한 용사와 마왕, 어째 모 작품의 장면을 떠 올린다면 착각은 아닐 것입니다.

 

그건 그렇고 이 작품의 문제점을 들춰보자면요. 기승전결이 없습니다. 눈앞에 30년 전 주인공을 배신한 동료가 있는데 죽일 방법이 없다며 죽일 거 같이 몰아붙이면서도 매번 살려주는 것하며 첫 번째 미궁에서 이제는 잘 쓰이지 않는 재생 마물을 등장시켜 같은 장면을 계속 플레이 시키는 것은 몰입을 상당히 방해하는 요소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30년전 유들유들한 성격으로 배신 당해놓고도 고쳐지지 않은 주인공 성격은 보는 이로 하여금 기분 나쁘게 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에게 악의를 들이민다면 이유고하를 막론하고 때려 부숴버리는 카타르시스가 없습니다.

 

진정으로 복수귀를 자처한다면 그에 걸맞은 성격을 보여 주면 좋겠건만 사람들을 위하는 용사는 용사라는 듯 타인에게 손을 내미는 장면은 이질감으로 다가옵니다. 네가 지금 그럴 겨를이 없을 텐데 말입니다. 물론 복수를 하더라도 관련이 없는 사람이 말려든다면 그거야말로 마왕 그 이상일 테니 되려 명분이 없다 할 수 있겠죠. 상냥한 복수귀? 물론 이것대로 현실미가 있다 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리 복수심으로 야차가 되었다곤 해도 혼자선 할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겠죠.

 

작가는 후일을 기약하며 힘을 되찾아 하나하나 복수 해나가는 과정을 그리려 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보는 입장에서 보면 단순히 여행을 하며 복수한다는 알맹이가 정해진 수순으로만 진행이 되어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습니다. 식상하다고도 할 수 있죠. 상냥한 복수귀 따윈 있을 수 없습니다. 정해진 길을 걸어가고자 한다면 보는 이로 하여금 식상하지 않을 무언가를 준비해두는 게 매너가 아닐까요. 작중에서는 미숙함을 들어내며 자신의 잘못을 타인에게 뒤집어 씌우며 역린을 건드리는 악당들도 나오긴 하지만 이런 건 단순히 흥미 위주에 지나지 않습니다.

 

맺으며, 구입할까 말까 많은 망설임 끝에 초판이 종료되고 증쇄가 나왔을 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입은 했지만 역시나 조금 후회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회복술사만큼은 아니더라도 악귀가 되어 보다 복수에 대한 집념을 보여 주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말로는 복수하겠다고는 있는데 행동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소심한 데다 부딪혀서 역경을 이겨내는 그런 것도 없어요. 특히 첫 번째 복수신은 허망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이걸 위해서 새는 밤새도록 울었나? 울지도 않았지만 뭐 이런 게 다 있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부제목으로 저렇게 지었습니다. 이 작품은 아주 당연한 일이 일어나는 것뿐이라는 거죠. 샛길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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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향신료 19 - Extreme Novel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아야쿠라 쥬우 그림, 박소영 옮김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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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오를 다지고 시작했던 삶은 그 끝을 향해 달려갑니다.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맺어진다는 건 그런 것입니다. 어느 한쪽은 반드시 남겨지게 마련이거든요. 엘프와 인간, 마족과 인간, SF적으로는 안드로이드와 인간, 한때 이런 주제로 한 작품이 유행하기도 했죠. 지금도 잊지 못하는 건 안드로이드와 인간이 맺어진 영화의 결말이군요. 언제까지고 주인공의 곁을 지키는 안드로이드, 그가 늙어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해도 언제나 젊음을 유지한 채 그의 곁을 지키며 끝나는 장면은 많은 여운을 남겨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물음을 던져 주었죠. 과연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종족끼리 맺어져도 행복이라 할 수 있을까?

 

로렌스와 호로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수백 년을 살아온 호로에게 있어서 인간인 로렌스가 가진 시간은 찰나의 순간일 뿐이죠. 그걸 알면서도 맺어진 것은 축복해 마지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차츰 남겨지는 반려와 자신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삶, 그것이 눈에 보일 정도면 애틋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할 수 있죠. 이번 에피소드는 둘이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미래를 준비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요. 둘은 처음부터 각오를 했기에 시간이라는 벽에 몸부림을 치지 않고 담담히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남겨진 자가 외로움에 삼켜지지 않게 하기 위해 로렌스는 무언갈 준비해갑니다.

 

외로움이라는 단지에 행복이라는 뚜껑이 덮여 있습니다. 지금은 로렌스와의 시간이 마냥 행복하지만 언제까지고 이어지지 않을 거라는 걸 호로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녀는 외로움을 극단적으로 무서워하죠. 수백 년을 보리밭에 매어져 지내며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조차 까먹어 버린 그녀,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인간들과 초토화된 고향 그리고 뿔뿔이 흩어진 동료들은 그녀에게 혼자 남겨진다는 외로움을 각인시켜버렸습니다. 그런 그녀는 로렌스를 만나 그 외로움을 단지 속에 봉인하고 행복이라는 뚜껑으로 덮어 감춰 두었었죠. 하지만 야속하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 외로움이라는 독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그(로렌스)와의 추억을 하나라도 더 쌓기 위해 이벤트를 만들려고 하지만 고즈넉하고 세상 풍파와는 거리가 먼 온천마을에서 이렇다 할 이벤트꺼리가 있을 리 없습니다. 그때 마침 뮤리와 콜이 떠나고 일손이 부족해진 '늑대와 향신료(로렌스가 세운 온천장)'에 일전에 남방에서 올라온 늑대 무리 중에 '세림'이라는 젊디젊은 여자 늑대가 종업원으로 찾아옵니다. 이에 호로는 혹시나 로렌스가 바람이라도 피우면 투닥거려 추억이라도 쌓을 텐데 하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해버리는데요. 초조해지는 마음, 언젠가 분명 그와의 추억은 풍화되어 사라질 거라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호로는 점점 애가 타들어가죠.

 

어쨌건 이런 분위기는 줄곧 있어온 것이고 이번 에피소드는 그걸 확인하는 수준입니다. 그리고 준비에 들어가죠. 내가 먼저 떠나도 남겨진 사람이 외로움에 먹히지 않도록, 그걸 옆에서 담담히 거들어주는 호로, 외전 두어 개 빼고 줄곧 이런 이야기들로만 채워져 있습니다. 다만 호로의 애틋한 마음은 구구절절한데 로렌스가 행상을 하며 돈에 눈이 어두워 발 들이지 말아야 할 곳에 들이밀었다가 된통 당하고 호로에게 구해지고 그러는 장면은 없기에 조금은 무미건조하게 다가오긴 합니다. 하지만 남겨지는 쪽인 호로가 다시금 몰려오는 외로움을 표현하는 장면은 애달프게도 합니다.

 

맺으며, 사실 이 작품은 17권에서 멈춰야 했습니다. 누구나가 다 아는 결말인데 이렇게 굳이 표현할 필요가 있었나 싶더군요. 이런 장르의 결말은 좋게 끝나지 않습니다. 남겨지는 한쪽은 분명히 슬픈 결말일 테니까요. 그걸 반증하듯 이번 에피소드는 조금식 준비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죠. 예전 지금은 없는 로렌스와의 여행을 추억하는 광고 문구인지 시놉시스인지를 읽었던 기억 때문에 이번 에피소드는 조금 먹먹했습니다. 하지만 외전에서 뮤리가두 마리에게 씨름 시키는 장면은 좀 유쾌하긴 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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