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고문공주 1 - Novel Engine
아야사토 케이시 지음, 우카이 사키 그림, 신우섭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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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에서 피 냄새나는 걸로 유명한 B.A.D. 아야사토 케이시 작가의 또 다른 작품입니다. 정발전부터 많은 호응을 얻은 작품인데요. 전작인 B.A.D.에서 보여준 작가 특유의 다크 판타지는 기존 라이트 노벨과의 장르를 달리하고 있죠. 이 작가의 특징은 매번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사망에 이르게 되고 결코 좋은 엔딩을 맞이하진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작품 '이세계 고문공주' 역시 그러한 노선을 타고 있어요. 선혈이 낭자하고 신체 절단술이 예사로 등장합니다. 그럼에도 역겹다거나 눈살이 찌푸려지지 않는 것이 이 작가의 또 다른 특징이기도 하죠.

 

주인공 세나 카이토는 아버지에게 죽임을 당하고 이세계로 소환됩니다. 자기 의지나 신의 개입으로 보내지는 것이 아닌 누군가에 의해 소환이 되고 그는 소환자의 시종이 되어 이세계를 살아가게 돼요. 그 소환자는 '고문공주'로 낙인찍혀 살아가고 있는 '엘리자베트'이고요. 그녀는 자신의 영지의 영민들을 학살한 전력이 있습니다. 타인의 고통으로 마력을 얻는, 그렇게 해서 최강의 마법사가 된 '엘리자베트'는 교회에 붙잡혀 사형 당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그녀는 죽기 전에 선행하라는 교회의 마지막 자비에 기대어 14계급 악마와 그 계약자들을 토벌 중이었습니다. 카이토는 그런 그녀의 시종이 되어 피가 낭자하는 사선에 몸을 던지게 되죠. 말이 던진다이지 B.A.D.의 남주 오다기리처럼 매번 구르는 게 그의 일입니다. 이 작가는 특징이 참 여러 가지인데요. 그중에 하나가 남주를 정말로 험하게 굴린다는 것이군요. 이런 거죠. 드래곤 볼에서 손오공이 프리저나 셀과 싸우는 에피소드에서 크리링의 역할 같은 거랄까요.

 

그럼에도 도망갈 수도 없고 불사의 몸이 되어 죽을 수도 없고 참으로 기구한 인생을 살아가게 돼요. 전생에서 아버지에게 학대받은 끝에 죽임을 당하고 이세계로 넘어와서도 벌레보다 못한 인생을 살아 가요.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하던가요. 기동 인형, 클락워크 플래닛의 류즈 같은 인형을 손에 넣은 뒤론 그나마 조금은 편한 인생을 살아가는 게 참 눈물겹습니다. 다만 전생 때 옆집 개 이름을 기동 인형에 붙여주는 네이밍 센스는 좀 아니긴 하지만요.

 

어쨌건 주인공 카이토는 고문공주 엘리자베트의 시종이 되어 그녀가 왜 고문공주로 불리고 있는지, 그녀는 사실 무지막지한 냉혈한이라지만 내면은 단순하고 소심하고 깨지기 쉬운 그릇이라는 걸 알아 가요. 타의에 의해 만들어진 악마, 그걸 인생의 일부라 여겨 받아들이고 궁극적으로 사형 당하는 것조차 인생의 클라이맥스라 여겨 받아들이고 순응해 가려는 그녀의 진짜 모습을 간파하고 그녀의 곁을 지키려 하는 모습을 애틋하게 그려가고 있죠. 하지만 구르는 게 일이다 보니 빛을 바랍니다.

 

일단은 전작인 B.A.D.의 분위기를 계승하고 있어서 전작을 유심히 보셨다면 이 작품도 몰입하는데 큰 지장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기동 인형 '히나'가 등장하는 이후로는 이야기가 상당히 무미건조해져요. 그래서 부제목으로 용두사미라 적어 봤는데 중반까진 피가 낭자하고 다크 판타지의 세계를 여과 없이 보여주지만 중반 이후로는 핑크빛이 도는, 윗물은 뜨거운 반면에 아랫물은 차가운 물 같은 이질감이 상당합니다.

 

하지만 엘리자베트가 왜 고문공주로 불리게 되었는지를 풀이하는 구간에 접어들면 주인공 카이토 못지않은 그녀도 참 기구한 인생을 살아오고 있었구나를 알게 되면서 마음을 착잡하게 합니다. 그녀는 나약한 자신을 버리고 화려한 정미일 때 생을 마감하려 하고 있어요. 이것은 강하면서도 부드럽다 할 수 있어요. 그런 그녀의 이면엔 작은 바람에도 부러져버릴 거 같은 심약한 소녀의 마음이 자리하고 있죠. 주인공 카이토는 그걸 보게 되면서 같이 걸어가고자 하고요.

 

맺으며, 글이 다소 두리뭉실 두서가 없군요. 요즘 피곤하기도 하고 슬럼프이다 보니쓰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니군요. 리뷰를 일주일에 두 권은 반드시 쓰자고 다짐은 하고 있지만 이러다 일주일에 한 권 쓰는 것도 힘들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어쨌건 B.A.D.를 흥미롭게 본 필자로써는 이 작품도 반갑긴 한데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다크 판타지로 밀고 갈 거면 그대로 밀고 갔으면 좋았으련만 히나라는 핑크빛을 가미함으로써 작중 분위기가 많이 죽습니다. 물론 그러한 부분을 좋아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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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 슬레이어 2 - SL Comic
카규 쿠모 지음, 쿠로세 코우스케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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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싫으면 왔던 길 되돌아가면 될 것을 괜히 고집 피웠다가 똥물 뒤집어쓰고 온갖 고초를 겪게 되는 엘프 궁수의 첫 출연입니다. 고블린 슬레이어와 다니면 여자로서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리게 되죠. 이미 여신관은 달관하였고요. 이번엔 엘프 궁수가 그 전철을 밟게 돼요. 만인 평등하게 여자라고 봐주는 것도 없고 남자라면 더 시켜 먹는,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고,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잡는 게 그의 특징입니다. 하지만 고블린은 오는 것도 막고 가는 것도 막아요. 그가 같은 동족보다 얼마나 고블린 사랑에 빠져 있냐면요. 엘프 궁수가 마신이 부활해서 세계가 위기이니 이참에 영웅놀이 좀 하자 했더니 돌아오는 건 그건 먹는 건가? 이러는 것에서 말 다했죠. 빠직, 이마에 핏대 세운 엘프 궁수는 이참에 고블린 사냥에 따라나서요.

 

그리고 비참한 상황에 빠져 있는 동족을 보게 되죠. 그래서 그가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조금은 알게 돼요. 그깟 고블린이라고 했던 그녀에게 있어서 그와 고블린의 싸움에서 무얼 보았을까. 누군가에겐 그까짓이라고 했던 몬스터에게 고통받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고통에서 해방 시켜주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 앞에서 그녀는 자신의 미숙함을 알게 되었을까요. 고블린 슬레이어는 결코 배려를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배려란 강요가 아니라 타인이 가지 않는 길에서 비롯된다는걸, 그와 고블린의 싸움에서 알게 되죠. 여기서 타인이 가지 않는 길이란, 세간의 고블린의 인식이 그래요. 초보 모험가라면 쉽게 물릴 칠 수 있고, 농민도 두어명이서 농기구로 쫓아낼 수 있는 허접쓰레기 같은 몬스터가 고블린이라는 종족이죠.

 

그래서 고블린의 퇴치 퀘스트는 언제나 외면을 받고 있어요. 타인이 가지 않는 길이란 이런 것입니다. 그 길을 가는 것이 고블린 슬레이어이고요. 분명 이런 일에도 생명을 건지고 구원받는 사람이 있음에도 아무도 가지 않는 길, 그래서 접수원 누님은 언제나 고블린 슬레이어를 눈으로 좇으며 그의 일이라면 만사 제쳐놓고 제일 먼저 처리해주기도 하죠. 그로 인해 구원받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기에, 여기서 보다 깊은 내면까지 들여다본 게 여신관이 되겠고요. 여신관은 이번에도 여전히 쌀쌀맞기 그지없는 그에게서 이 길이 과연 자신에게 맞는지 갈등을 내비칩니다. 자신이 모시는 지모신의 교리인 생명존중에 반하는 그를 따라 이대로 계속 가야 될 것인가. 그걸 정하는 것은 자신...

 

맺으며, 분명 엘프 궁수의 에피소드인데 여신관이 많이 활약합니다. 죽을 둥 살 둥, 그와 함께 있으면 목숨이 몇 개라도 모자라죠. 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안전한 곳이기도 하고 때론 개똥밭에 뒹굴어야 되는 모순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여튼 은등급 몇 명이 붙어도 이길지 말지 의심스러운 오우거를 만나 네놈은 뭐냐?라는 고블린 슬레이어가 단연 압권인 에피소드였습니다. 분명 엘프 궁수 에피소드였는데 어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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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아트 온라인 프로그레시브 5 - J Novel
카와하라 레키 지음, abec 그림 / 서울문화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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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완결이나 다름없는 결말이 나왔지만, 전기물이 그 사람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것처럼 이 작품의 외전도 키리토와 아스나가 그동안 무엇을 하며 아인크라드에서 생활했는지 같은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할 수 있겠죠. 다만 진행이 너무 느려서 지금의 세대가 죽기 전에 완결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긴 합니다. 하지만 독자가 죽기 전에 작가가 먼저 죽겠지만요. 살벌한 이야기는 이만하고 이번 내용은 키리토와 아스나가 6층에 올라와 경험치를 얻기 위해 퀘스트를 하면서 래핑코핑의 전신(1세대)에 해당하는 무리들의 공격을 본격적으로 받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전 층에서 키리토를 죽이려 들었던 도끼 전사의 공격을 운 좋게 물리쳤던 키리토와 아스나는 6층에서 이번엔 대거 전사까지 합세한 그들을 다시 만나 일촉즉발의 위기에 빠져요. 퀘스트를 하며 아직은 어린 티에서 벗어나지 못한 키리토는 그들이 다시 습격할 거라는 생각에 미치지 못하였는데요. 퀘스트 중 아스나와 페어로 마비독에 걸려 움직이지 못하는 사이에 습격을 받게 되죠. 일촉즉발의 상황, 어떻게든 아스나만은 도망치게 해주고 싶었던 그의 몸부림과 그의 마음을 꿰뚫어보고 있다는 것마냥 아스나의 도움이 합쳐져 위기를 타파해 가는 게 참으로 눈물겹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키리토와 아스나는 그렇게 성장해 가고, 서로가 의식해 가지 않았을까 했군요.

 

이전에 필자는 서로가 의식해가는 관계인 이 두 사람이 언젠가 헤어지게 될때 어떤 일로 헤어지게 될까 참으로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아스나는 한 달 남짓 양심이라곤 개털만큼도 없는 그와 함께 행동하며 그가 혼자서 모든 걸 떠안고 모든 걸 혼자서 해결하려는 마음을 알게 되었죠. 미움받는 역을 자처하면서 개의치 않는 그의 마음이 언젠가 부러져버릴 거 같기에 키리토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꿋꿋하게 지키고자 하는 그녀의 마음이 이번에 드러나요. 반드시 내 눈에 보이는 장소에 있으라는 그녀의 말, 사실 얼핏 사망 플래그 같은 대사 같은 이 분기점은 그녀가 혈맹 기사단에 들어가기 위한 플래그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실 서로가 의식해간다고 했지만 키리토는 현재 그녀를 한 명의 이성으로 인식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아직은 중2라는 어린 나이 탓도 있지만 그녀는 자기에게 어울리지 않는 무언가로 여기고 있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아스나가 느끼는 감정은 이미 한 명의 여자로서의 영역에 들어가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다른 감정 때문에 결국을 갈라지는 원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이번 에피소드에서 들게 되더군요. 키리토는 그녀로 하여금 공략집단의 선봉에 서주길 바라고 있고, 그녀는 그의 곁에 있길 바라고 있죠. 내색은 안 하지만요. 안 하지만 '매너 위반 방지 코드'가 발동하지 않는 시점에서 이미 그녀의 마음이 어떤지 잘 드러나고 있지 않나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에피소드는 많이 착잡했습니다. 이전에는 둘이(주로 아스나쪽) 호감도를 이렇게 올려가면 나중에 찢어질 때 어떻게 하려고 했던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분위기니까 쉽게 찢어질 수밖에 없다는 느낌이었군요. 그만큼 둘의 사이가 많이 가까워졌습니다. 이젠 같은 방에 같은 침대에서 자도, 같은 목욕탕에 우발적으로 조우해도 매너 위반 방지 코드가 작동하지 않는 시점에서 이 둘의 관계가 어떤지 잘 보여주고 있지 않나 했습니다. 하지만 둘은 균열을 안고 있죠. 키리토는 그녀를 언젠가 놓아줘야 될 존재로 여기고 있고, 아스나는 그런 그의 곁을 지키려 하고 있는. 이 두 개의 마음이 충돌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플래그가 이번 에피소드에서 보였습니다.

 

맺으며, 전생이나 환생처럼 이전에 했던 일들을 반복해도 작가의 필력에 따라 작품의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게 이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키리토는 게임을 두 번 하는 것이지만요. 필자의 필력이 딸려 딱 꼬집어 비교할 수는 없지만 가령 앞전에 리뷰했던 원치 않는 불사의 모험가와 이 작품을 비교 하라면 압도적으로 이 작품에 손을 들어 줄 것입니다. 그만큼 같은 일을 해도 작가의 필력에 따라 이렇게 확연히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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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치 않는 불사의 모험가 2 - J Novel Next
오카노 유 지음, 쟈이안 그림, 한수진 옮김 / 서울문화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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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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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팔릴 거라 생각을 하였으니 발매를 하였겠죠. 땅 파서 장사하지 않는 이상 이익을 내야 되잖아요. 그런데 간혹 보면 돈 벌고 싶긴 한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작품을 만나곤 합니다. 어떤 작품을 들여오면서 1+1로 사은품 형식으로 들여오는지 도저히 상품으로써 가치를 느낄 수 없는 작품을 보다 보면 나 자신에게 화가 나요. 내가 금쪽같은 시간을 들여 이걸 왜 읽고 있는지 같은 생각과 이걸 돈 주고 구입했다는 자괴감 같은 걸로 사람 참 곤혹스럽게 합니다. 이 작품도 그런 범주에 들어가요. 물론 필자의 주관적인 것이고 다른 분들은 다르게 생각할 수 있어요. 그러니 본 게시물은 눈살이 다소 찌푸려질 수 있을 겁니다.

 

일단 이 작품은 내용이 없어요. 1권은 그래도 육하원칙에 따라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려 주어서 평범한 라노벨 범주에 해당되었긴 한데 이번 2권은 내용적에서 사실상 제로입니다. 노파심에서 쓰지만 인쇄 오류로 글씨가 인쇄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닙니다. 글자 그대로 건질만한 내용이 하나도 없어요. 필자가 그동안 라노벨 리뷰만 300여권 이상이고 만화(코믹)까지 합치면 400여 권이 넘어요. 필자가 리뷰하면서 가장 지독했던 S모 출판사의 작품을 내용적인 면에서 신랄하게 비판한 적이 있었는데 이 작품은 그 작품을 뛰어넘는다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데요. 아니 사람이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 되잖아요.

 

그런데 이 작품은 무를 도마 위에 놓고 이건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그것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무를 썰어서 국을 만들던 무침을 만들던 뭔가를 해야 되잖아요. 주인공은 무를 어떻게 썰어야 되는지 몇십 페이지나 고심을 합니다. 이게 가장 참기 힘들었어요. 주인공 렌트가 용에게 잡아먹히고 똥으로 산화되어 정신을 차리니 언데드가 되어 있더라. 까지는 좋습니다. 이 작품은 주인공이 모험가라는 진화에서 도태되어 더 이상의 승격이 어려워 후진을 양성하며 지내다 언데드라는 불사의 몸을 얻고 성장이라는 활로를 개척해 나아간다는 아이덴티티인데 작가가 자신이 정한 이 아이덴티티를 걷어차 버려요.

 

그러니까 작가가 정한 길을 가지 않는다는 겁니다. 사실 이런 내용이 이번 2권 한정인지는 몰라요. 필자는 2권을 끝으로 하차할 생각이니까 이후 어떻게 되든 내 알 바 아닙니다. 하여튼 간에 언데드 궁극의 존재인 흡혈귀인지 뭔지로 보다 인간에 가까운 모습으로 진화한다는 성장의 길을 가겠다고 했으면 거기에 맞는 길을 가던가 어쭙잖게 자기도 힘이 없으면서 타인을 도와준답시고 선인 군자처럼 행동하는 게눈꼴 시리게 다가와요. 물론 타인을 도와주는 것에 타산이나 이익을 바라서는 안 되고, 선행을 베푸는 사람을 비하해서도 안 되지만 주인공은 자기 코가 석자라는 것입니다.

 

왜 존재진화라는 자기가 가고자 했던 길을 가지 않고 엄한 길만 가고 있는가. 이번 2권을 읽고 있다 보면 이 생각이 끊이질 않습니다. 주인공은 언데드로 다시 태어나 새로운 모험가를 시작하면서 승격 시험을 치르게 되었어요. 일단 똥이 되기 전 순수한 인간이었을 때 한번 해봤으니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건 필연이죠. 이건 두 번째 인생을 사는 전생이나 환생물과 비슷한 흐름이라 할 수 있어요. 사람은 경험이 중요하죠. 초보 모험가 둘이랑 시험을 보면서 함정을 피해 다니는 등 나름 잘 나가요. 아니 반대로 생각하면 못하는 게 오히려 이상한 거죠. 작가는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는 게 이 부분입니다.

 

차라리 지구에서 트럭에 치여 환생한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수긍을 하겠는데 주인공은 이 세계 사람이고 이전 생에서 한번 경험한 걸 못 할 수가 없잖아요. 물론 못하는 사람도 있겠죠. 하여튼 간에 그래서 내용이 무미건조하다는 것입니다. 꼴에 한번 해봤다고 초보 모험가 둘에게 선생질을 하는 꼴이란(노파심에서 쓰지만 선생님 자체를 비하하는 것이 아닙니다). 앞가림이나 잘 하세요.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리고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뭔 설명을 그리도 해대는지 단순한 상황 설명이 아니라 가령 길드원 셰일라에게 정체가 들통나게 되었을 때 내 정체를 밝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같은 설명으로 무려 15페이지를 잡아먹고 있다는 것이군요.

 

필자가 말주변이 별로 없어서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위의 무를 예로 들은 것에서 조금 더 첨부하자면 씨앗은 언제 생산되었고 생육주기는 어떻게 되고 수확은 언제 했고 유통과정이라던지 이걸 꼭 독자가 알아야 되는지 같은 불필요한 정보가 산을 이루고 있어요. 결국은 무일뿐이고 소비자는 생산과정이야 어떻든 몸에 아무런 해가 없다면 굳이 그걸 알 필요가 없잖아요. 그런데 작가는 그걸 굳이 설명하면서 페이지를 엄청 잡아먹습니다. 정말로 농담 아니고 고역이 따로 없어요. 가장 심각한 건 이런 설명 때문에 정작 중요한 내용이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것입니다.

 

초보 모험가에게 선생질하고, 셰일라에게 정체에 관련해서 수 십 페이지를 무미건조하게 그냥 허비해버리고 후반엔 인신공양을 막아 달라는 퀘스트도 딱히 이렇다 할 흥미로운 건 전혀 없어요. 돈 받고 집필하는 작가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군요. 제이노블은 무슨 생각으로 이 작품을 발매하였을까. 필자는 이 작품과 작가의 행태보다 출판사의 기행을 고찰하느라 진땀을 흘려야만 했고 결국 답은 찾지 못했습니다. 아니 승산이 있으니까 발매를 하였겠죠. 그런데 또 언급하지만 리뷰 400여권 중에 이렇게 내용적인 것에서 무(無)를 창조하는 작품은 없었어요. 진심으로요. 물론 이건 필자 주관적임을 밝혀둡니다.

 

맺으며, 근데 사실 내용은 무(無)라도 작가의 필력으로 커버할있는 게 이쪽 세계이죠. 그런데 이 작품은 이것도 없습니다. 주인공이 하는 말도 무미건조하고 억지웃음이나 흥미를 끌게 하는 느낌등 정말 힘들었군요. 거기에 필자는 웬만해서는 지적 안 하는 것이 일러스트인데요. 이 작품은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았어요. 내용적으로 최악이고 일러스트는 말해서 무얼 해 같은 말로도 부족할 정도로 성의가 없습니다. 그래도 그 작품을 몰입하는데 있어서 일러스트도 한몫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은 그게 없어요. 이게 시너지가 되어 내용은 더욱 참담해지지 않았나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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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곰전생 1 - 숲의 수호신이 된 전설, Novel Engine
미시마 치히로 지음, 쿠루리 그림, 김민준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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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살길을 찾아 떠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 책임감이랄까요. 가족의 유대랄까요. 인간족의 침략에 의해 동족과 부모를 잃어버린 루루티나와 그녀의 다섯 여동생들은 침략자의 마수를 피해 숲으로 몸을 옮겼습니다. 부족장의 자식들로써 부족함 없는 삶을 지내다 피난 온 숲속에서 먹을 것은 변변찮고 수렵에 대한 지식도 전무한 상황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얼까. 제일 연장자이자 맏이인 루루티나는 갈수록 야위어가는 동생들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애가 타는 심정으로 오늘도 양식을 구하러 나간 숲에서 침략자의 군대가 자신들을 잡으러 온 사실을  알게 되었고 동생들을 지키기 위해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미끼 역할뿐...

 

이 작품은 이세계 전생물입니다. 주인공 쿠마키치는 산을 좋아하는 어디에나 있는 샐러리맨으로서 오늘도 등산을 하였죠. 그러다 삐끗해서 비명횡사하였고 눈을 떠보니 백곰이더라는 시추에이션인데요. 그런데 그냥 백곰이 아니고 몸 무게 400킬로에 키는 2미터가 넘는 킹왕짱(?) 백곰이었으니, 그렇다면 입에서 불을 뿜고 눈에서는 레이저가 나가는 치트키도 있을까? 그런 건 없어요. 그냥 무식하게 힘만 세고 극강의 방어력을 자랑하는 털과 표피만 있을 뿐이군요. 그래서 몬스터와 인간을 두부 자르듯 그냥 자르고 썰어 버리고 깨물어 버립니다. 여타 작품에서 남들은 치트키로 화려하게 노는데 이 작품의 주인공은 몸으로 때워요.

 

그 백곰과 루루티나의 만남은 참 극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먹이를 찾아 어슬렁 거리다 루루티나를 덮치는 인간족 군대를 보고 격양해 저돌맹진 해버리는 우리의 주인공, 이제 와 밝히지만 루루티나와 그녀의 여동생들은 웨어울프라는 짐승 귀와 꼬리를 가진 수인족인데요. 짐승 귀는 보호받아 마땅한 것, 쿠마키치는 기절한 그녀를 숲속 안전한 곳에 고이 대려다 놓고 길을 떠나요. 그렇게 시작되는 인연, 여담이지만 이 작품을 다 읽고 나면 가수 이선희 씨의 인연이라는 곡과 이 작품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게 돼요. 특히 다모의 명장면을 수록해서 만든 뮤직비디오와 매칭하면 더더욱이랄까요.

 

좌우지간 쿠마키치는 길을 떠났지만 멀리 못가 또 어슬렁거리고 하늘의 뜻이라는 듯, 다시 루루티나와 그녀의 여동생들과 만나게 돼요. 그리고 그는 신으로서 숭상을 받기 시작하죠. 곰과 웨어울프라는 서로 다른 종이 만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됩니다. 하지만 서로가 가진 건 몸뚱아리 밖에 없는 현실에서 그래도 동물의 모습에 가까운 백곰은 숲의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는 편인데 반해 인간의 모습을 한 루루티나와 그녀의 여동생들은 참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죠. 이에 보다 못한 쿠마키치는 그녀들을 위해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고 먹을 것을 잡아 줘요.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생판 모르는 타인을 위해 자신이 가진 지식과 능력을 베푸는 일이 과연 쉬운 일일까 하는 물음을 던진다는 것입니다.

 

라노벨이라는 정의답게 가볍게 읽을만하면서도 내포하고 있는 뜻은 좀 크게 다가오는데요. '외로움' ​사람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동물이라고 하죠. 쿠마키치는 남자로서 그녀들이 필요했던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외로움을 달래줄 그 무언가가 필요했고 그녀들에게서 그 답을 보게 되었죠. 그녀들은 자신들을 보호해줄 무언가가 필요했고요. 그래서 이 작품은 외로움이라는 키워드 외에도 다소 필요에 의한 타산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는 이후에 찾아오죠. '가족' ​종족이 다를지언정 한 솥밥을 먹고 같은 울타리에서 자고 부대끼고 하는 사이에 어느 순간부터 서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발전하게 돼요.

 

이게 가족으로써 참 극적이라 할 수 있는 게, 맏이인 루루티나가 보여주는 동생들을 위한 헌신은 참으로 대단하다 할 수 있어요. 부족이 멸망하고 앞 일을 아무도 모르게 되었을 때 동생들을 버리고 도망갈 수도 있었으나(작품 내에선 언급되지 않습니다.) 그러지 않았고,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 영양실조에 빠져드는 동생들을 위해 지식도 없는 수렵에 온 힘을 쏟는 장면은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침략자 인간의 군대가 숲으로 왔을 때 잡히면 여자로서 모든 게 망가진다는 걸 알면서도 동생들을 지키기 위해 미끼를 자처하죠. 그러다 결국 인간들에 의해 납치되어 모진 고문을 받게 돼요.

 

근데 또 극적인 게 피가 섞인 가족도 아닌, 모른 채 해도 별 상관이 없는 타인의 그런 사이였음에도 어느 순간 옆에 있는 게 당연하다는 듯 같이 지내며 서로가 외로움을 달래준 사이로 발전했고, 이젠 가족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그녀들을 위해 아낌없이 나눠주었던 쿠마키치에겐 그녀들은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가 되었어요. 그런 가족 중에 특히나 신경 쓰고 있었던 루루티나를 잡아간 인간족을 용서할 리가 없었죠. 오로지 저돌맹진과 무엇이든 수박 자르듯 잘라버리는 손톱(&발톱)을 이용해 인간들에게 천벌을, 그리고 소중한 것을 되찾으려는 그가 욾조린 대사 '태어 난 것을 후회하게 해주겠다' 선혈로 물들어가는 인간족 요새...

 

15~6살이라면 적어도 자기 앞가림 정도는 할 나이이죠. 하지만 아직은 아이의 경계가 남아 있는 나이이기도 합니다. 그런 나이대에 루루티나가 짊어져야 될 삶의 무게는 너무나 무거웠어요. 응석을 부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모든 걸 동생들을 위해 양보를 해야 하는, 동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너무나 모진 환경 속에서도 기죽지 않아야 되는 현실에서 아이이면서 어른이라는 가면을 써야 되는 안타까움, 이건 진정한 모성애라 할 수 있어요. 그런 그녀가 모진 상황을 이겨내고 처음으로 주인공 가슴에 파묻혀 우는 장면은 라노벨이라는 장르에서는 잘 찾아보기 힘든 장면이 아닐까 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들을 보살펴주는 쿠마키치의 모습은 부성애라 할 수 있고요.

 

맺으며, 루루티나의 동생들 특히 5살 세쌍둥이들이 꽤 귀엽게 나옵니다. 글로 표현할 수 있는 한계치까지 끌어올린 느낌을 받았군요. 하지만 으레 전쟁이나 이런 상황에서 제일 먼저 죽는 게 아이들이라는 듯, 영양실조에 걸려가는 장면은 안타깝게도 하죠. 그런 상황을 타개해준 게 쿠마키치였고 자신을 두 번이나 구해주었으니 루루티나의 상황이 엉뚱한 방향으로 성장하는 게 또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이게 진정한 그녀의 모습이라는 듯...

 

그건 그렇고 판타지를 가미한 가족 드라마인 줄 알았는데 시리어스 한 장면이 많이 들어가 있군요. 인간이 두부처럼 썰려 나가고요. 특히나 성(性) 적인 부분이 꽤 들어가 있는데 보호받지 못하는 여자들의 처우란 바람 앞에 등불이라는 것처럼 거침이 없습니다. 결국 이 말은 루루티나의 처우가 좋지 못하다는 뜻이기도 한데 히로인을 꽤나 고생시키는 타입의 작가랄까요. 그로 인해 주인공과의 유대가 더욱 끈끈해지기도 합니다만. 보고 있는 입장에서는 조마조마 해질 수밖에 없죠. 야구 동영상을 너무 봤나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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