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양피지 3 - 늑대와 향신료의 새로운 이야기, Extreme Novel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아야쿠라 쥬우 그림, 박소영 옮김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릴 적 로렌스와 호로에게 주워지지 않았다면 지금쯤 콜은 어떻게 지내고 있었을까. 신학 학교(대충 비슷할 겁니다.)를 다니며 학비 좀 벌려다 사기당해서 오늘내일하던걸 로렌스와 호로가 구해주었었죠. 그 뒤 이들과 같이 다니며 세상 물정을 알아가고 보살핌을 받으며 여정 끝까지 함께했던 콜, 로렌스가 온천장을 열었을 때 허드렛일을 하며 10여 년 분골쇄신도 마다하지 않았고, 로렌스와 호로의 딸 뮤리가 태어났을 땐 가정교사도 하는 등 참 바쁜 나날을 보냈었습니다. 그러다 요양차 오던 교회 고위 관계자들과 안면을 트면서 작금의 교회는 썩어가고 있다는 걸 개탄하며 나라도 나서서 개혁에 힘을 보태고자 큰 마음먹고 세속으로 나오긴 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그 옛날 로렌스의 마차 짐칸에 숨어든 호로처럼 뮤리도 짐 속에 숨어들어 콜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북방 해적들의 섬을 뒤로하고 다시 윈필 왕국으로 돌아오던 콜과 뮤리는 폭풍을 만나 항구도시 데자레프에 불시착합니다. 교회와 대립 끝에 전쟁의 기운까지 풀풀 풍기고 있는 윈필 왕국에서 교회가 제 기능을 못하게 되자 민심은 불안에 떨고, 마침 콜의 활약을 들은 사람들은 앞다투어 그를 찾아와 기도를 부탁하는 등 콜은 한시도 쉴 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됩니다. 바쁠 때면 꼭 일이 몰아친다고 하던가요. 어릴 적 소꿉친구들은 많았으나 나이가 있는 이성은 별로 없었는지 늘 곁에 같이 있어주는 콜을 보며 자란 뮤리가 그에게 연정을 품는 건 당연한 것이었을까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마치 유아 때 크면 아빠랑 결혼할 거야처럼 콜을 바라보며 졸졸 따라다녔던 뮤리도 세상 밖으로 따라와서는 대놓고 우리 결혼하자고 졸라대니 두통이 끊이질 않습니다.

 

호로와 다르게 적극적으로 대시 중인 뮤리, 그러면서 늑대의 화신답게 프라이드는 높아서 주위를 얕잡아 보며 거기엔 오라버니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마냥 놀려대는데 이거 참 머리 한대 쥐어박고 싶은데 그 모습이 또 사랑스럽고 귀여워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게 한계입니다. 엄마를 닮아 먹을 것엔 환장하면서도 상대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능력이 있어서 콜 혼자였다면 벌써 객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일들을 뮤리 덕분에 넘긴 적도 많아요. 하지만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말을 충실히 이행 중인 콜을 따라다니다 보니 뮤리도 참 고생을 많이 합니다. 폭풍을 만나 바다에 빠진 콜을 구하기 위해 망설임 없이 바다에 뛰어들기도 하고, 북방 해적들의 섬에서도 미덥잖은 오라버니를 대신한 적도 참 많았죠. 이렇게 구구절절 뮤리에 대해 떠드는 이유는 이번에 뮤리는 일대 중대사와 마주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비록 하프이긴 하나 뮤리도 늑대의 화신으로써 길고 긴 세월을 살아가야만 합니다. 인간의 영역이 날로 넓어져가는 이 시대에 인간이 아닌 자들은 살 곳을 점점 잃어만 가야 하죠. 이단이라 치부되어 사냥의 대상이 되곤 하는 이들에게 안주할 땅이 있다고 하면 당연히 거기로 가는 걸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호로가 들었다면 기뻐서 자빠질 일이죠. 인간의 모습이라곤  해도 언제 들킬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전전긍긍하며 살지 않아도 되는 땅, 콜과 뮤리는 항구도시 데자레프에서 '양의 화신 일레니아'를 만납니다. 그녀는 콜에게 인간이 아닌 자들에겐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되는 곳을 찾았는데 거기로 가기 위한 준비를 도와 달라고 합니다. 제일 먼저 반기는 건 뮤리, 그녀 또한 인간이 아닌 자로써 원래의 모습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땅을 원하고 있었는데요.

 

자, 객지에서 사람을 함부로 믿었다간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똑똑히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 마치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땅을 찾은 것처럼 신대륙에 가기 위해 자금을 모으고 있었던 일레니아는 콜에게 자금 모으는데 힘을 보태 달라고 하죠. 그러면서 지금의 윈필 왕국이 교회랑 반목하는 이유를 은근슬쩍 술술 내뱉으면서 콜이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에 대한 의문을 심어줘버려요. 제방을 무너트리려면 쥐구멍만 한 굴만 있으면 된다고 했던가요. 그녀와 함께하면 할수록 윈필 왕국이 해왔던 일들에 대해 의문이 솟는 한편 기대에 눈을 반짝이는 뮤리를 보고 있자니 거절도 못하겠고 결국 그녀(일레니아)의 뜻에 따라 자금을 모으기로 하는데요. 다단계가 이렇게 무섭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손에 들린 건 물품이고 이걸 다른 사람에게 팔아야 되는 상황에 몰린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될까.

 

이 작품은 이런 게 있습니다.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 로렌스도 사기라든지 뒤통수를 맞은 적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진실을 파고 들어가 보면 가해자였던 사람이 피해자였던 경우가 있었죠. 이번 양의 화신 일레니아도 비슷한 경우로 등장합니다. 그녀는 홀로 장사를 해오며 있을 곳을 찾았고 없다는 걸 깨달은 순간 눈이 돌아갔다고 할까요. 그래서 소문에 의지했고, 들려오는 풍문에 기대어 신대륙을 찾아 거기로 인간이 아닌 자들을 이주시켜 나라를 세우겠다는 포부를 가지게 되죠. 거기엔 호로의 동족들이 떼로 덤벼도 이기지 못했던 달을 사냥하는 곰이 있음에도 가겠다는 그녀의 포부는 어딘가 일그러져 있는 듯하여 매우 안타깝게 합니다. 그래서 콜은 그녀를 도와 주려 하죠. 그리고 그게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을 땐 이미 불구덩이 속이었으니... 

 

맺으며, 현대에서 불로를 누리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당연히 비결을 묻는 사람이 나오겠죠. 눈 깜빡이고 나면 어느덧 죽음을 맞이하는 인간에게 있어서 불로란 매우 매력적인 것입니다. 죽지 않아도 되는 것, 죽음이란 공포 그 자체입니다. 그걸 쫓기 위해 사람은 불로는 희망하고 그걸 가지고 있는 사람은 표적이 되죠. 당연하게 미신이 생겨나고요. 결국 영원을 살아가는 자는 누군가에게 잡혀가 해부 당하던지 끓는 물에 던져지던지... 이 작품에 나오는 인간이 아닌 자들이 그런 경우입니다. 영원이라는 시간을 살아가고, 모태가 되는 존재(양, 늑대등)으로 변모하면 인간으로써는 어찌할 수 없는 힘을 보여주죠. 당연히 인간은 자신들과 다른 이질적인 건 배척하여 듭니다. 그 세파를 오롯이 받아온 존재가 있다면 그 존재는 그 세파를 이겨내기 위해 무얼 해야 하는지 싫어도 알게 되죠.

 

일레니아는 사실 사람들에게 시달림을 받은 게 아닌 있을 곳을 찾았을 뿐이긴 합니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주위에 아는 사람 없는 세상일 때, 두려움과 괴로움 그리고 외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테죠. 호로도 이런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로렌스의 마차에 무단으로 승차한 것이고. 그걸 알았기에 허황된 꿈인 줄 알면서도 뮤리가 동조하면서 콜로 하여금 고뇌케 하는 부분은 참 인상 깊다 할 수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늑대와 향신료 20권에서 로렌스와 호로는 딸내미 찾아 여행을 시작하였죠. 콜과 뮤리 둘은 나름대로 잘 헤쳐나가고는 있지만 조금 늦게서야 진실을 알아가는 콜과 뮤리를 보면 호로는 뭐라 할지, 게다가 목욕도 같이하고 한 침대에서 같이 자는 사이라고 알면 로렌스는 혈압으로 쓰러질지도 모른다는 것에서의 유쾌함은 정말 기대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용사님의 스승님 4 - L Novel
미츠오카 요 지음, 김보미 옮김, 코즈믹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평민이라고 괄시를 해대면서도 용사의 스승이라는 걸 이용하려는 귀족들이 슬슬 나타나면서 주인공 '윈'의 처지가 난감해지기 시작합니다. 용사 '레티'를 자신들 쪽으로 붙잡아둬야 하는 왕족(작중에선 황족) 또한 난감해졌고요. 특히 외국에서 귀족 자녀와 결혼 시키겠다는 말까지 나오는 마당이니 거기에 덥석 물고 '윈'이 가버리면 오로지 '윈'만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용사 레티도 따라가버릴 것이고, 그러면 이거 무슨 닭 쫓던 개도 아니고 졸지에 용사의 칼이 이쪽에 들이밀어질지도 모르는 극박한 상황에 처하고만 렘르실 제국, 아니 그전에 레티는 자신을 놔두고 윈이 다른 집에 장가가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자부하겠지만 그의 처지를 안 다면 반대는 안 하지 싶겠더라고요. 이미 기사 학교와 우리로 치면 사대부에 속하는 귀족들 사이에서 그가 어떤 처우를 받고 있는지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윈을 어떻게 해야 할까. 레티의 힘을 이용하려면 스승인 윈을 이용하면 되는 것, 그것을 막아야 되는 입장에서는 그렇다면 아무도 그를 터치 못하게 하면 되겠지. 윈과 레티의 편에 서서 이거저거 편의를 봐주던 알프레드 왕자에 의해 윈은 꿈에도 그리던 기사가 됩니다. 윈은 왕녀(작중에선 황녀) 코넬리아의 종사(친위대)로써 취임하게 되죠. 오로지 황제와 왕녀만이 그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이로써 레티를 빼앗기지 않게 되었지만 바꿔 말하면 윈의 가치는 그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실력이 아니라 인질로서의 가치 밖에 없다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윈은 자조하지만 그래도 레티가 인간들에게 칼을 들이밀지 않아도 되었다고 자평하니 이 얼마나 씁쓸한 결말일까 하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고 하였던가요. 귀족들만 된다는 근위 기사보다 더 높은 친위대가 되었다는 건 다시 말해 그도 귀족의 반열에 올랐다고 해도 무방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처우는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졸지에 레티에게 연적이 생기고 말죠. 바로 윈이 모셔야 될 왕녀 코넬리아인데요. 기사 학교 동문으로써 그의 성품에 이끌려 절찬 호감을 드러내는 중, 이젠 왕녀와 결혼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슬슬 이들 사이에 연애전선을 만들려나 보더라고요. 윈은 둔해빠져서 레티가 이러저래 질투심을 이끌어 내도 무반응이고, 이건 무슨 완전히 동생 대하듯 하니까 레티 입장에서는 겉몸이 달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죠. 근데 여전히 그런 윈을 평민 주제에라며 못마땅하게 여기는 귀족들이 나오면서 핑크빛 미래만 있는 건 아니라고 역설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전쟁의 기운이 날로 높아져만 갑니다. 마왕과의 전쟁이 끝난지 얼마나 되었다고 옆 나라에서 땅따먹기 하자며 치근덕 거리기 시작하고, 옆 나라를 부추기고 뒤에서 나라(렘르실 제국)를 붕괴 시키기 새로운 왕이 되기 위해 암약하는 어떤 인물(흑막, 스포라서 자세히는...)로 인해 내란의 조짐까지 보이기 시작합니다. 매드 사이어언티스트였던 스승의 이론을 증명한답시고 제자인 어떤 마도사에 의해 제도에선 행방불명 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급기야 윈까지 습격 당하는 일까지 벌어져요. 한 번에 너무 많은 일들이 벌어지면서 리뷰를 어떻게 써야 되나 어휘력이 딸리는 필자로써는 곤혹스럽기 그지없습니다. 게다가 사교도까지 등장하면서 필자의 눈은 @_@이 되어 버렸군요. 어쨌든 썩어빠진 관료들을 대신해 이것들을 해결할 사람은 누구인가.

 

누구긴요. 이 작품의 주인공이자 용사의 스승인 윈이 해야지 누가 하겠습니까. 망해가는 나라에서 그나마 문명인인 왕자 알프레드와 왕녀 코넬리아를 필두로 해서 용사 레티와 스승인 윈, 이들은 어쩌면 나라 자체가 없어질지도 모를 사태를 막고 흑막을 잡기 위해 분연히 일어서지만 상대도 만만찮은 것에서 격한 싸움을 예고하였군요. 그런데 웃긴 게모든 걸 조종하는 흑막이 코넬리아와 결혼해서 왕이 되고 나아가 용사를 손에 넣겠다는 포부를 밝히는 부분인데요. 이 흑막은 똑똑하면서도 바보라는 느낌을 받았군요. 그래도 제국이라는 거대한 나라를 이끌어 가는 왕족이라면 수하에 정보부 정도는 있을 텐데 이걸 빠져나가는 실력은 있으면서 어째서 코넬리아가 자신과 결혼을 해줄 것이며 용사가 아무런 반발을 하지 않고 자신을 따라 줄 거란 걸 믿어 의심치 않는 걸까 하는 거죠. 하지만 1년 전 쿠데타 때 코넬리아를 궁지로 빠트린 실력을 보자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에서 우려를 낳기도 합니다.

 

아무튼 코넬리아와 결혼하고 레티를 수중에 두려면 윈을 포로로 잡으면 될까? 그러면 레티에 의해 나라가 멸망할 테죠. 그렇게 하면 윈이 싫어할 테지만(용사가 인간에게 검을 들이댄다는 건 새로운 마왕이 탄생한다는 것, 이걸 막기 위해 윈은 코넬리아 친위대가 되었죠.) 오로지 윈만을 바라보는 레티가 그가 상처받는 걸 보고 가만히 있을 리는 없을 터, 코넬리아를 모시는 윈 또한 나라를 붕괴 시킨 흑막이 그녀(코넬리아)와 맺어지는 걸 두고 보고만 있을까. 백성을 지키기 위해 기사가 되고 싶었다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소년이 백성을 괴롭힌 흑막을 용서할 리가 없죠. 이 작품은 이런 게 있습니다. 나쁜 역으로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꿍꿍이를 꾸미면서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지 계산을 하지 않는다는 건데요. 이전에 코넬리아를 궁지로 빠트린 실력이 있으니까 당연히 내가 하는 그대로 흘러갈 거라는, 믿어 의심치 않는 모습을 보이게 함으로서 흥미를 제법 끌게는 하는데 문제는 작가가 그렇게 흘러가게 만든다는 것이군요.

 

맺으며, 바람 앞에 등불이라는 말이 있죠. 주인공 윈과 히로인 레티가 딱 그런 형국입니다. 더해서 코넬리아도요. 여담이지만 히로인 전선에 얘가 갑자기 치고 나오는군요. 3권까지만 해도 들러리였는데 이번에 주인공과 결혼도 가능하다는 말까지 나오다니 너무 성급한 게 아닐까도 싶었군요. 아무튼 힘이 있으면서도 함부로 휘두르지 못하는 용사와 평민으로서 한계를 보이는 윈, 왕위(王位) 서열 2위이면서 유약한 모습만 보이는 코넬리아, 그리고 나라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알프레드 왕자. 그걸 비웃듯 암약하는 흑막들 그리고 레티에게 질투를 느껴 눈이 어두워진 레티의 친언니(이게 약방의 감초). 과연 주인공은 이들을 물리치고 나라를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구할 수 있을 것인가. 또 여담입니다만. 흑막의 존재만 놓고 보자면 이야기가 상당히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고작 이놈 하나 + 레티 친언니 때문에 나라의 운명이 좌지우지되다니 같은 생각이 든다고 할까요. 애초에 나라가 썩기도 했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직전생 6 - 이세계에 갔으면 최선을 다한다, Premium Extreme Novel
리후진 나 마고노테 지음, 한신남 옮김, 시로타카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번엔 좀 심각한 스포일러가 들어가 있으니 싫으신 분은 빽 하시거나 페이지를 닫아 주세요.

 

 

 

많은 일들이 벌어지는 6권입니다. 이번 6권은 루데우스와 에리스에게 있어서 터닝포인트이자 대규모 전이 사건의 종착점에 해당하는데요. 마대륙으로 날아갔던 루데우스와 에리스 거기서 만난 이들의 보호자였던 루이젤드는 2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겨우 중앙 대륙으로 돌아왔습니다. 중간에 아버지 파울로를 만나 어머니 제니스를 비롯해 리랴와 아이샤의 소재도 불명이라는 소식을 접했고, 아버지와의 성격적인 엇갈림으로 곤욕을 치르다 겨우 화해하는 등 루데우스는 전생의 나이를 합치면 40이 넘었다지만 12살(전이 직전에는 10살)의 몸으로 고생을 참 많이 하였죠. 든든한 보디가드 루이젤드가 같이 있었다곤 해도 에리스를 지켜가며 고생한 2년이라는 시간은 루데우스에게 어떤 성장을 가져다주었을까.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에리스의 마음엔 어떤 감정을 불러왔을까. 성장엔 아픔이 있기 마련이라는 듯, 이들에게 있어서 진정한 모험은 지금부터라는 듯, 세상은 이들에게 가혹한 현실을 들이밀기 시작합니다.

 

인신(히토가미)에게서 리랴와 아이샤가 지금 있는 곳을 알게 된 루데우스는 아슬라 왕국으로 가는 걸 잠시 멈추고 이들 모녀를 구하기 위해 시론 왕국으로 향합니다. 중앙 대륙에 발을 들이고도 다시 4개월이라는 시간을 들여 찾아가요. 그리고 거기서 변태 왕자 둘을 만나 고초를 겪죠. 그 중심엔 록시가 있는데 이건 뭐 아무래도 좋고, 중요한 것은 이 부분을 읽으면서 변태 왕자들의 등장이 꼭 필요한 대목인가 곰곰이 생각해보게 한다는 겁니다. 루데우스는 무의식 공간인지 이공간인지에서 간간이 인신(히토가미)을 만나죠. 마대륙으로 전이되었을 때 루이젤드를 도와라라는 메시지를 받았고, 어떤 항구도시에서 마계 대제 키시리카를 만나게 했고, 이번엔 모녀가 거기에 있다는 전재를 깔며 루데우스가 시론 왕국으로 가도록 해서 왕자들을 만나게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모녀는 구출이 되었지만, 인신(히토가미)은 이번엔 왕자들과의 접점까지 만들게 했습니다.

 

이쯤 되면 아무리 돌머리라도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게 마련이죠. 그래서 루데우스는 곰곰이 생각합니다. 인신(히토가미)에게 놀아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참 일찍도 깨닫는다 했습니다. 쌈에 고기 한 점을 넣고 나머진 매운 고추를 넣어 뱉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먹지도 못하게 하는 전술이라고 할까요. 인신은 루데우스에게 진짜 정보를 주면서 진실은 감춰버리는, 그걸 어렴풋이 알면서도 루데우스는 그(인신)의 말을 반발하면서 곧이곧대로 믿고 행동에 옮길 수밖에 없었죠. 이런 부분에서 인신(히토가미)은 루데우스를 장기짝으로 써서 무언가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불러왔는데요. 이 반증은 아슬라 왕국 진입 직전에 만난 '용신 올스테드'를 통해서 거의 확정적이 되어 버립니다. 처음엔 그냥 엇갈려 가려던 이 두 사람은 '인신'이라는 키워드가 발동되자 올스테드는 루데우스를 죽이려 들고 다시 인신과 만난 루데우스는 올스테드가 어떤 인물인지 듣게 되죠. 그리고 이 두 신(인신, 용신)은 반목한다는 것도...

 

작가가 이렇게 이야기 중간중간 포석을 깔아두는 솜씨가 좋습니다. 복선이라고도 하는데 문제는 이렇게 넓게 깔아두다 보니 나중이 되면 알아먹을까 하는 것이군요. 이건 뭐 차차 어떻게 되겠죠. 아무튼 이렇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여행은 끝을 고하게 됩니다. 드디어 아슬라 왕국에 진입하고 다시 몇 개월이 걸려서 루데우스의 고향 피트아령에 도착은 하였지만 거기서 기다리고 있는 건 새로운 여정이었으니... 3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했던 루이젤드는 임무를 완수했다며 길을 떠납니다. 언제나 이별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죠.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니었습니다. 전이 사건으로 허허벌판이 되어 버린 피트아령은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에리스의 할아버지와 부모의 생사는 충격을 안겨주고 여기에 집안끼리의 사정과 정치적인 목적까지 겹쳐지니 과연 이 애들이 이걸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을 던지게 합니다. 에리스의 미래, 남존여비인 이세계에서 이제 그냥 여자애에 불과한 에리스의 처지는 말해 무얼 할까 싶은 일들이 벌어지죠.

 

그런 그녀의 어깨를 감싸줘야 될 루데우스는 뭐하고 있는 것일까. 작가는 주인공을 발암으로 키우고 있지는 않는데 여기서는 주인공으로 하여금 히로인을 감싸주고 위로해주고 나서서 뭔가를 해줘야 되는 부분이 아닐까 했습니다. 3년여 동안 여행을 하며 루데우스의 등만 바라보고 쫓아왔던 그녀에게 지금 필요한 건 무얼까. 고향은 사라졌지, 어릴 적 존경의 대상이었던 할아버지는 전이 사건의 책임을 지라며 아들놈에게 처형 당했지, 친척 아저씨는 첩으로 들어오라고 하질 않나, 부모는 어딘지 모를 토지에서 객사했다는 소식은 이제 15살인 그녀가 짊어지기엔 너무나 가혹한 것이었죠. 그런 그녀를 방안에 혼자 놔두고 나와버리는 장면에서는 미래가 예견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그녀는 결단을 내립니다. 가족을 원한다고 그에게 속삭이는데...

 

이후 에리스의 내면을 비추는 장면이 구구절절하게 흐릅니다. 그와의 여행을 추억하며 언제나 짐 밖에 되지 않았다고 자조 섞인 말을 늘어 놓는 장면은 애절하게 만드는데요. 천둥벌거숭이처럼 10살 때 이미 온 동네 남자애들을 휘어잡으며 정상에 군림했던 그녀가 난생처음 자신의 발길질에도 나가떨어지지 않는 그에게 흥미를 보이기 시작하고, 전이 사건을 겪으며 마대륙에서 그 어린 나이에 각종 위험을 돌파하며 그는 많은 일들을 해주었습니다. 굶어죽지 않게 모험가가 되고, 의뢰를 받아 처리하면서 죽을 뻔도 하였고, 노예상인들에게 고초도 겪는 등, 항상 그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자신을 지켜준 건 누굴까. 그리고 올스테드와의 싸움은 결정적으로 그녀의 다짐에 불을 지펴 버리죠. 그래서 강해지자고 생각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다는 갈망은 그녀를 하여금 어떤 결단을 내리게 하죠. 그리고 아침, 어제저녁에 있었던 일들을 상기하며 매우 들뜬 루데우스에게 벌을 내리는 것처럼 그의 방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맺으며, 인신이니 용신이니 다 떠나서 히로인이란 이런 것이라는 걸 제대로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아닐까 했습니다. 리랴의 맹목적인 루데우스 신앙을 딸 아이샤에게 주입하려는 모습에선 기겁을 했고, 그런 엄마에게 반발하여 6살에 사춘기를 겪는 모습을 보이는 아이샤의 귀여움은 차지하더라도 에리스의 각오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였군요. 먼치킨 주인공이라도 틈은 있기 마련이고, 주인공이라도 한낱 인간에 불과하여 모든 걸 생각하고 대응하지 못한다는, 그래서 잃고 난 뒤에야 비로써 소중한 걸 알게 된다는 메시지.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 강해지려는 히로인은 언제나 눈부시죠. 그런데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섹슈얼리티는 여전히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아이샤의 옷을 갈아입히는 대목이라던지, 어릴 적 리랴를 덮치는 파울로를 굳이 재조명할 필요가 있었나 싶었군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월드 티처 10 - S Novel+
네코 코이치 지음, Nardack 그림,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들어가 있으니 싫으신 분은 빽 하시거나 페이지를 닫아 주세요.

 

 

 

이번 에피소드는 엘프 '피아'편입니다. 그녀는 일정한 나이가 차면 세계를 10년간 여행을 해야 된다는 마을 관습에 따라나섰고,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마을로 돌아가던 중 일단의 무뢰배들에게 습격을 당했었죠. 절체절명의 순간 주인공 시리우스가 구해주게 되었고(이때 주인공 나이 6~10세쯤), 그녀는 10년 후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마을로 돌아갔었습니다. 그리고 9년이 흐른 어느 날 그녀는 자신의 의사와는 반대되는 강요를 받아들이지 못해 마을을 뛰쳐뛰쳐나왔고 그길로 시리우스를 찾아오게 되었는데요. 9년 전 자신을 구해준 아직 꼬맹이었던 시리우스에게 그녀는 어떤 감정을 품고 있었을까. 사람의 마음은 미화되기 마련이라는데 그녀 또한 그러했을까. 2백 년을 살아온 그녀가 그동안 다른 남자를 만나지 못했을 리는 없을 텐데 유독 시리우스에게 감정이입하는 건 한눈에 반했다는 증거일까. 아니면 이세계의 남자들은 변변치 못했던 것일까.

 

그녀는 도박에서 이겼습니다. 9년 전 강함과 상냥함을 겸비했던 그(시리우스)가 지금도 변함이 없을까 하는 두근거림(치곤 작중 표현이 밋밋하였던 거 같은데)을 안고 그를 찾았고 자신의 생각대로 변함이 없는 그에게 홀딱 빠져서는 얼마 못 가 동침이라는 부뚜막에 먼저 올라가는 고양이가 되어 버렸죠. 그리고 공공연하게 자식을 낳아 대대로 기르겠다는 포부를 밝힙니다. 찰나의 시간을 살아가는 인간을 분침으로 비유하자면, 엘프는 느긋하게 굴러가는 시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엘프에게 있어서 인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죽어버리는 생물에 지나지 않아요. 그럼에도 그것을,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다는 그녀에게서 "각오"가 느껴지는 대목이었군요. 이별을 슬퍼하기 보다 남겨진 가족의 뒷바라지하며 그것만을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그녀에게 남다른 강한 기개가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자, 레우스의 단짝을 찾아주고 다시 여행길에 오른 시리우스 일행은 피아의 마을 근처까지 왔습니다. 장인어른께 인사라도 드려야 되지 않을까 숲 근처에서 전전긍긍하는데 마침 니들 잘 왔다는 것처럼 마을에서 소란이 벌어지고 피아의 아버지가 절체절명에 빠지게 됩니다. 어째서 주인공이 가는 곳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는 제쳐두고, 얼마 전 싸우고 헤어졌다지만 그래도 자신을 낳아주신 아버지인데 모른 채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녀는 상냥하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피아는 마을로 직행하지만 거기서 그녀와 시리우스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 전례 없는(없지는 않지만) 강적들이었으니... 그동안 주인공이 먼치킨으로 무쌍을 찍어왔던 걸 비웃듯 상황은 피아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시리우스로 하여금 절망이란 이런 거라는 걸 가르치기 시작합니다.

 

사실 필자는 바랐습니다. 먼치킨 주인공이라도 팔을 뻗어 안으로 들어오는 모든 사람을 구하겠다는 신념이 무너졌을 때 주인공은 어떻게 될까. 이번 10권은 가수 이선희의 '그대 향기'라는 노래가 생각나는 에피소드이기도 한데요. 피아는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며 찾아왔고, 소원대로 그를 다시 만나 이제야 꿈이 시작되건만, 피지도 못하고 접어야 할 때. 피아가 9년이나 기다렸던 그리움...은 작가가 살리지도 못해서 필자는 닭 쫓던 개가 되어 버렸습니다. 내 여자에게 손댄 죄는 결코 작지가 않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양, 마력 해방이라는 중2병을 가미하며 날뛰기 시작하는데, 그럼 그렇지 이 작품이 원래 이런 분위기라는 걸 그동안 봐왔고 알고 있으면서 주인공과 작가에게 뭘 기대하였는지 씁쓸하게 입맛만 다시게 하였군요. 그런데 죽음을 맞이했던 피아는? 작중 분위기가 그렇게 놔두질 않는다고, 필자는 닭 쫓던 개가 되었다는 것에서 눈치를 채 주셨으면 합니다.

 

전생에서 에이전트로 일하며 각종 궂은일을 도맡아 하다가 객사한 후 이세계로 넘어온 시리우스, 그에겐 그를 가르친 스승이 있습니다. 주인공이 현세에 있을 때 어느 날 그를 놔두고 홀연히 모습을 감췄던 스승,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요리는 궤멸적이고 가사는 빵점인 스승을 대신해 어릴 때부터 모든 걸 해왔던 주인공은 걱정이 아닐 수 없었죠. 그런 스승은 어디 가면 만날 수 있을까. 스승은 이세계에서 나무가 되어 있었습니다. 사실 이게 최대 스포일러이긴 한데 맥락 없이 이렇게 써놓으면 어떤 스포일러인지 모를 테니 그냥 써봅니다. 그리고 피아가 10년을 못 채우고 마을을 뛰쳐뛰쳐나오게 만들고 그녀(피아)를 죽기 직전까지 만든 원흉이 스승으로 밝혀지는데... 스승을 통해 시리우스가 어떻게 이세계로 오게 되었는지 경천동지(까지는 아니지만) 할 비밀까지 드러나며 모두를 놀라게 합니다.

 

맺으며, 이번 10권은 피아의 어정쩡한 관계였던 마을과 가정사를 정리하고, 시리우스는 피아의 아버지를 만나 히로인들의 포지션을 조금 더 명확하게 해주는 에피소드라 할 수 있습니다. 스포일러 안 하고 쓸려니 자꾸 두리뭉실해지는군요. 아무튼 전생에서 가족이라는 유대를 경험하지 못했던 주인공으로 하여금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알려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고 할까요. 여자를 하나도 아니고 여럿을 책임져야 되는 상황, 가족이 늘어나면 감당해야 될 무게, 부모에게서 가족을 꾸려가는 노하우를 전수받지 못한 걸 스승을 통해 간접적으로 배우며 히로인들과 더욱 유대를 돈독히 하려는 뭐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 했습니다. 그나저나 역자 분이 바뀌면서 작중 분위기가 상당히 부드럽게 변했습니다. 무엇보다 오타와 문맥 파괴가 없어지면서 읽는데 고생하지 않아도 되는 게 뭣보다 좋았군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변경의 노기사 2 - J Novel Next
시엔 Bis 지음, 사사이 잇코 그림, 이신 옮김 / 서울문화사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발드 로엔', 나이 58세, 중세 시대를 표방하는 이 작품에서 58세란 적잖은 나이인 것만은 틀림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쉬는 것보다 모든 걸 내려놓고 죽을 자리를 찾아 여행을 시작하였습니다. 기사로써 소임을 다하고자 청춘을 받쳐 모셔왔던 테루시아 가(家)를 떠나 유유자적 여행을 하던 중 그의 성품과 검 실력에 매료되어 어느새 동료라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 그와 함께하게 되었죠. 못된 영주를 혼내주고, 사람들을 도와주며 여행하길 어언 1년여, 그런 그에게 당도한 슬픈 소식, 젊었을 적엔 사모하였기에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고, 늙어서는 그녀의 안전을 위해 떠날 수밖에 없었던 그에게 전해진 그녀의 부고는 그의 마음에 어떤 파장을 불러왔을까. 하지만 그녀의 아들이 장성하여 한 나라의 왕으로 추대되는 것을 지켜본 그에겐 미련은 없어 보였습니다.

 

젊은 여기사를 만났습니다. 그녀는 발드에게 또 어떤 여행길로 인도할까. 발드는 고든과 줄챠가와 여행을 하던 중 어느 숲속에서 마비가 되어 움직이지 못하던 여기사 구해주게 됩니다. 모시는 왕녀에게 자신의 강함을 선물하고 싶었던 그녀는 무리하면서까지 머나먼 변방으로 여행길에 올랐고 동행하던 다른 기사들에게 몹쓸 짓을 당하려던 차에 어떻게 기지를 발휘하여 위기는 모면하였으나, 이렇게 움직이지 못하게 되어 버렸군요. 여차여차 그녀를 들어 옮기는 발드와 그의 일행들, 깨어난 그녀는 이들에게 마수를 잡고 싶으니 도와 달라고 합니다. 내년 경무회(무술 대회 같은 거)에 나가려면 실적이 필요하고 마수를 쓰러트리면 인정받는다는 그녀의 말에 남존여비인 이 시대에 그녀의 말과 행동은 괴짜로 비칠 수밖에 없었어요.

 

유유자적 여행을 하고 싶었건만 가는 곳마다 어찌 된 일인지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습니다. 여기사를 구해줬더니 이번엔 그녀를 노리는 일단의 기사들과 마주해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야만 했고, 그녀를 알면 알수록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빠져 가요. 이것도 인연인가 싶어 발드와 그의 일행은 그녀를 도와주기 위해 그녀의 나라를 향해 여행길에 오릅니다. 이 작품은 이런 느낌이 강해요. 길을 가다 인연이 닿는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의 사정에 얽혀 사건으로 이어지고 발드와 그의 일행은 해결을 해가죠. 그 과정에서 나쁜 놈들을 응징하고 백성들을 구해주며 명성을 쌓아가요. 그리고 하나의 인연이 끝나면 또 여행길에 오르고 다시 새로운 인연과 만납니다. 이 과정에서 소란스럽지 않게 자극적이지 않게 정통 판타지를 지향하며 파스텔 분위기를 자아 가는 게 이 작품의 특징이라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먹방, 이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먹방이 되겠습니다. 누구는 딱딱한 빵에 말라비틀어진 육포를 씹고 포도주로 입가심을 하는 반면에 발드는 들판에서 강에서 식자재를 구하는 솜씨가 대단히 좋습니다. 미지의 음식을 두고 두려움을 느끼기보다 이것은 무슨 맛일까 하는 두근거림을 앞세워 한 입 베어 물고 천상의 맛을 표현하죠. 세상사 근심을 다 털어내는 맛, 늘그막 그에게 남은 건 음식 밖에 없다는 것마냥 이야기의 반은 음식으로 소화합니다. 보통 먹방은 처음은 신선해도 비슷한 레퍼토리가 이어지면 지루하기 마련이나 이 작품의 작가는 지루함과는 거리가 멀어요. 매번 새로운 식자재가 나오고, 맛을 표현하는 부분에서는 상상력을 자극하죠. 현실에서는 구할 수 없는 공상의 식자재라서 더한 호기심을 유발하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무튼 여기사를 맞아들여 그녀에게 검을 가르치기 위해 한 곳에서 머무는 발드와 그의 일행, 여기서는 상당히 서정적인 장면들이 흐릅니다. 남자들 3명.. 아니 이후 발드가 양자로 맞아들이는 '커즈'까지 4명이 있는 곳에서 여자 하나라는 분위기가 어색해질 만도 하겠건만, 같이 수련을 하고, 같이 폭포에서 알몸으로 허물없이 수영을 하고, 먹을 것을 구해와 요리를 하고, 다 같이 모여 숟가락을 담그는 캠핑 같은 분위기, 며칠이라는 시간은 분명 짧다고 할 수 있으나 지금의 상황은 추억이 될만한 것들이었기에 이후 그 장소에서의 추억을 곱씹는 듯한 여기사의 얼굴은 아련함을 넘어 먹먹하게만 하였군요. 귀족으로써, 기사로써 본분을 위해, 그리고 모시는 왕녀에게 강함을 선물하기 위해 19살이라는 나이에 머나먼 길을 떠나야만 했던 그녀에게 그 장소는 모든 걸 내던지고 모두와 마음 놓고 지낼 수 있었던 장소, 나도 분명 거기에 있었다는 단 하나의 추억... 

 

여기사의 여행은 아직 계속됩니다.

 

맺으며, 위의 리뷰는 3부의 이야기고, 4부의 이야기도 있지만 어려움에 처한 아인(수인)과 동료 고든을 도와준다는 이야기인데 일부로 리뷰에선 뺐습니다. 사실 3부보다 4부가 더 흥미진진합니다만. 아무튼 여느 열혈 라노벨과는 다르게 무리난제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권선징악형에 가깝긴 한데 나이 든 영감에게 뛰라고 하는 건 가혹하다는 걸 아는지 작가는 길을 떠난 노기사의 따뜻한 성품과 검 실력에 매료되어 동료들이 모여들고, 들리는 마을에서는 그의 백성을 위하는 성품을 칭송합니다. 젊었을 적 백성을 위해 살아가겠다는 그의 다짐은 늙어서도 변함이 없었고, 힘들고 괴로운 사람을 만나면 도와주는 걸 마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이를 잊고 성을 탈환하는 그의 담력은 늙었다고 해서 쇠하지 않습니다. 영감이라도 할 때는 한다는 이런 것들이 이 작품의 매력이죠.

다만 발드의 연(聯) 하고는 인연이 없어서 언제나 엇갈리기만 하는 것에서는 마음을 짠하게 하죠. 어릴 적부터 보필해왔던 테루시아 가(家)의 영애 '아이드라'를 다른 영지로 시집을 보내야 했을 때, 그녀가 갓난 아이를 안고 1년여 만에 돌아왔을 때, 그녀의 안전을 위해 떠나야만 했을 때(연聯부터 여기까지 1권의 이야기), 이런 것들이 먹먹하게 감성을 자극합니다. 그리고 이번 아이드라의 아들 쥴란의 이야기에선 통쾌함도 있었습니다. 아이드라를 괴롭혔고 발드로 하여금 길을 떠나게 했던 이웃 영주의 최후는 후련함을 선사하죠. 그리고 이번엔 여기사를 만나 다시 옛 감정을 되살리는 발드에게서 애틋함이 엿보였군요. 그래서 3권이 기대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만. 설마 3권도 또 2년 뒤에 나오는 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