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향신료 15 - Extreme Novel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박소영 옮김, 아야쿠라 쥬우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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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그동안 걸핏하면 인용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시계의 시침과 분침은 같이 갈 수 없다.' 이 구절은 영원을 살아가는 존재와 찰나를 살아가는 존재가 만나 서로 사랑하지만 결코 이뤄질 수 없는 관계를 필자가 멋대로 빗댄 것인데요. 이 작품에서는 호로와 로렌스가 그러합니다. 이교의 신(神)으로써 영원을 살아가는 늑대의 화신인 현랑 호로와 인간으로써 찰나의 시간을 살아가는 로렌스가 만나 여행을 하고 티격태격하고 위기를 맞아하고 사선을 넘나드는 사이에 서로가 호감을 품고 미래를 설계하지만 결코 같은 시간대에 살 수 없다는, 그럼에도 같은 시간대에 살았다는 증거는 여기에 있다는 것처럼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은 애잔하기 그지없습니다.

 

호로가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고향 요이츠를 목전에 두고 도착한 광산 도시 '레스코'에서 자신의 동료의 이름을 딴 '뮤리 용병대'를 만난 호로는 그토록 만나고 싶어 했던, 로렌스에게 있어선 연적이 될 동료를 만났다는 기쁨도 잠시 이빨과 발톱이라는 용기를 가진 자부터 죽어간다는 진리를 실천하는 것처럼 운명은 호로를 외면하였습니다. 그 어디에도 동료는 없었습니다. 자신이 없을 때 멸망해버린 고향, 뿔뿔히 흩어진 동료, 세상에 혼자 남겨진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로렌스라는 온기에 기대에 여기까지 왔건만, 동료의 유품을 끌어안고 오열하는 그녀가 상당히 애처롭게 다가옵니다.

 

동료를 만날 수 있다는 기쁨과 고향이 지척이라는 두근거림에 의지해 여기까지 왔던 그녀, 또다시 세상에 혼자 남겨진 외로움과 슬픔에 망가지기 일보 직전까지 갑니다. 하지만 로렌스의 극진한 보살핌에 서서히 기력을 회복하면서 그녀에게 있어서 지금 곁에 있는 건 누구인지 새삼 알아가는 대목은 잔잔한 여운을 남깁니다.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면서도 로렌스가 거기에 있는지 확인하는 그녀, 마치 신기루처럼 지금까지 지내온 시간이 거짓이 아닐까, 자신이 잠들어 버렸을 때 시간이 흘러 그가 이 세상에서 없어져 버리지 않을까, 그녀는 보리밭 근처에 심어진 나무가 거목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앉아서 지켜본 적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호로에게 있어서 로렌스는 거목에 비할 바가 못 되는 그야말로 찰나를 살아가는 존재이겠죠.

 

이 모든 과정을 그리는 장면은 거짓말 조금 보태서 시적인 구절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특히 로렌스가 호로를 생각하며 욾조리는하나하나가 가슴에 와닿습니다. 자신은 찰나를 살아가는 존재라서 시간이 없다지만 정작 시간이 없는 건 그녀라고, 무수히 빠르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자신은 그저 그녀의 기억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을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는, 그렇기에 예전 18권이 언급되기 전의 광고 문구가 떠올랐습니다. 수명이 다해 죽어버린 로렌스와의 여행을 추억하며 '그와 다시 여행을 하고 싶다.(비슷할 겁니다.)' 이번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이 구절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런가 서로가 다르게 흐르는 시간일지라도 지금이라는 시간 속에서 같이 손잡고 미래를 설계하는 장면은 훈훈하다기 보다 애잔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레스코에서 자신의 가게를 차리려는 로렌스, 그의 곁에서 같이 가게를 도우며 '여긴 내 방, 아이의 이름을 지어야지?' 라는 등 마치 모래성처럼 언제 부서질지 모를 불안한 미래는 읽는 내내 답답함을 자아냈군요. 동료가 없다는 슬픔을 이겨내고 그가 옆에 있기에 외롭지 않다는 걸 알아가는 호로, 하지만 언제 이런 애틋한 사랑을 해봤어야 알지 같은 모습을 보이는 로렌스를 바라보며 입이 샐쭉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그나저나 이번 15권 표지는 꽤 잘 나왔지 않나 합니다. 그동안 본편하곤 하등 관계없는 이미지여서 괴리감이 상당했는데 이번 표지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호로의 심정을 잘 표현하고 있달까요. 100년은 동굴에 틀어박힐 자신이 있다고 하였으니, 그런 그녀를 행상인 길을 포기하면서까지 붙잡으려 노력하는 로렌스는 외줄 타기처럼 아슬하기 그지없습니다. 망가져가는 그녀를 이끌어주고 그녀의 기분을 망치는 함정을 밟지 않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하는 모습에서 과연 연애란 무엇일까 하는 고찰을 되새기게도 합니다. 그것은 신뢰와 끝없는 희생이 아닐까도 싶었군요.

 

맺으며, 물론 이런 가슴 아픈 연애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고 콜을 떠나보내는 장면 또한 애처롭기 그지없습니다. 이교의 신을 믿는 고향을 교회의 침략에서 구하기 위해 교회의 요직에 앉아 고향을 보살필 목적으로 신학교에 들어갔건만 사기를 당해 학교에서 도망치듯 세상 밖으로 나왔던 콜을 주워 극진히도 보살폈던 호로였기에, 큰 뜻을 품고 있는 콜을 언제까지고 품고 있을 순 없어 놓아주는, 그 얼굴은 마치 수많은 사람을 배웅하고 또 배웅하는 데에 이력이 난 자의 얼굴이라는 로렌스의 평가에서 머지않아 로렌스와 호로의 관계도 이런 수순으로 헤어지게 될 것이라는 것에서 초반부터 엄청 먹먹해지기도 했군요.

 

그 외에 레스코에서 일어나는 데바우 상회의 꿍꿍이라든지 뮤리 용병대와의 일화라든지 구구절절한 이야기도 많지만 생략했습니다. 상업적인 이야기는 언제나 위기를 맞이하다가도 호로의 지혜와 로렌스의 쪼랩 배짱으로 어떻게든 되는 기승전결을 보여주는 작품이기에 크게 언급할 건 없고요. 다만 후반부 떠나갔던 콜의 물품을 들고 온 어떤 존재에 의해 또다시 이들의 관계를 시기하듯 찾아오는 위기는 범상치 않아 보였습니다. 다만 이미 완결이 났으니 크게 걱정할 건 없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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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향신료 14 - Extreme Novel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박소영 옮김, 아야쿠라 쥬우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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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들이 만나서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벌써 종착지가 저만치 다가왔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이국의 소녀 프란으로부터 북방지역의 지도를 손에 넣은 로렌스와 호로 +@콜은 드디어 호로의 고향을 눈앞에 두게 되었는데요. 그녀가 고향을 떠난 지도 수백 년, 그리운 고향은 그대로일까? 동료들은 잘 있을까? 남자의 꾐에 빠져 수백 년이나 마을에 묶여 풍작의 신 노릇을 해야 했던 호로는 이제 너 따윈 필요 없다는 마을 사람들의 배신에 가까운 등쌀에 미련 없이 마을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로렌스의 마차에 오른 지도 해가 바뀌어 가고 있었습니다.

 

음... 이미 완결이 난 작품(1)이니 이번엔 내용적으로 크게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사실 본심은 근래에 들어 직장 일이라는 원심 분리기에 넣어져 뼈와 살이 분리된다는 게 어떤 건지 몸소 체험하고 있는지라 사실 리뷰 쓸 여력조차 없다는 게 옳겠지만요.

 

여튼 결혼해서 신혼은 3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서로 좋은 점만 보고 웃고 떠들어도 3년이 지나면 싫은 점이 보이고 웃음 포인트가 마모되어 서로의 감정이 메말라가는, 죽지 못해 같이 살고, 애 때문에 살고, 그러다 정 때문에 산다는 부부의 관계, 호로는 이게 싫었습니다. 로렌스를 만나 여행을 하며 그때가 좋았지 하며 괴로운 미래를 맞이할 바엔 좋은 감정을 품고 있는 지금 헤어지자며 울었던 그녀는 고향 요이츠에서 웃으며 헤어지자고 로렌스와 약속을 하였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바로 코앞까지 왔습니다.

 

그녀의 고향 요이츠가 있는 북방으로의 여행, 그런데 느닷없다는 말은 마치 지금이라는 것처럼 엘사(2)와의 만남에서 금지된 광산 기술이 서술된 금서가 발견되었다는 그녀의 동행의 말에 여행은 순식간에 파탄을 맞이합니다. 여행의 끝이 저만치이건만, 여기서 로렌스는 금서를 손에 넣어 요이츠를 지키기 위해 지금 그녀와 헤어질 것인가(3), 요이츠가 황폐화되는 걸 눈앞에 보면서도 그녀와 함께 요이츠로 갈 것인가 하는 어느 걸 선택해도 호로와는 좋은 이별은 할 수 없다는 꽝 밖에 없는 뽑기가 그의 손에 들리게 되었습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이 작품의 터닝 포인트입니다. 그동안 둘은 서로가 의식하면서도 애써 외면하며 언젠가 헤어지게 될 사이라는 생각 아래 한 발짝 다가가지 못했는데요. 거기다 둘의 시간은 서로 다르게 흐르고 있던 것도 한몫했죠. 그리고 로렌스는 그동안 닦아 놓은 행상인의 길을 그녀와 헤어진다는 전제하에 포기하지도 못하고 있어서 더욱 둘의 관계를 꼬아 놓기도 했습니다. 막말로 '그럼, 안녕!!' 하며 떠나버린 호로를 바라보며 닭 쫓던 개가 될 순 없었으니까요. 이런 점 때문에 로렌스의 평가가 좋지 않기도 했었죠. 행상인을 포기하고 호로를 쫓아갔다면 멀리 돌아가지 않아도 되었을, 하지만 그렇다고 굶어 죽을 수는 없으니 이거 참 재난이자 난제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뜻이 있는 길에 통하는 길이 있다고 사랑에 미친 인간의 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로렌스가 몸소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한가지 아쉬운 건 카타르시스를 느낄만한 내용이 아니라는 것이군요. 그냥 번뜩 뜨인 상인 기질로 길을 돌파해서 내 사랑 내 곁에를 외치며 꿩 먹고 알 먹고를 담담히 그려가고 있을 뿐입니다. 사실 이 과정은 엘사의 집요한 설득이 거들긴 했지만 여기선 생략하겠습니다. 그리고 호로도 사실 로렌스를 끔찍이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 로렌스가 그녀를 끌어안고 검열 삭제를 시도하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오!! 탄성을 자아내게 하지만 세상사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라던가요.

 

꿩 먹고 알 먹고, 도랑치고 가재 잡는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 로렌스, 쪼렙 상인이었던 그가 대상인으로 한 발짝 올라선 데엔 눈이 돌아갈 정도로 좋아하는 여자가 있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웃으며 헤어지자고 해도 언제까지고 그녀와 함께 있고 싶었던 그는 두뇌를 풀가동하여 위기를 극복하고 여 보란 듯 그녀에게 한 발짝 다가갔습니다. 그녀도 그런 그를 멍청이라 하면서도 싫어하지 않고 품으로 파고드는, 서로가 다른 시간대에 살아도 지금은 같은 시간대에 살고 있는, 언젠가 나만 놔두고 갈지언정 지금은 손을 꼭 잡고...

 

맺으며, 엔딩은 아닙니다. 이번 에피소드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을 뿐, 지금 당면한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죠. 호로의 고향인 요이츠는 데바우 상회에 의해 광산 개발 여파가 미치고 있어서 이들에게 그리 밝은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해도 이미 완결이 나버렸지만요. 그보다도 이번 에피소드는 참 멀리도 돌아간다는 느낌이 강했군요. 마음은 있는데 언제가 헤어질 상대이다 보니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지레짐작한 로렌스의 삽질로 둘의 관계를 더욱 어긋나게도 했죠. 결국 호로의 마음도 매한가지라는 걸 알자마자 검열 삭제를 시도하다니 로렌스도 참 어지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담으로 둘의 사위 콜은 이국의 소녀 프란을 만나고 나서 자신만의 길을 발견한 듯했습니다. 호로가 끔찍이도 아꼈던 콜에게도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고, 그가 하고자 하는 바를 잘 알고 있었던 호로와 로렌스는 콜을 떠나보내기로 하는 등 이별의 시간과 성장이라는 키워드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가슴 한켠으로 씁쓸한 감정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여기서 여전히 아쉬운 건 척하면 착하고 알아 들어야지 같은 작가의 진행 방식 때문에 감정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군요.  


 

  1. 1, 14권이 발매될 당시의 기준
  2. 2, 테레오 마을에서 의붓 아버지로부터 교회를 물려 받아 운영 하려다 이웃 마을의 사제의 견제에 몸살을 앓았던 소녀
    호로가 멋지게 격퇴를 해주어 로렌스와 호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3. 3, 부가설명을 하자면 지금 북방은 한창 광산 개발이 진행중으로 요이츠도 그 선상에 놓여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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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 슬레이어 3 - L Books
카규 쿠모 지음, 칸나츠키 노보루 그림, 박경용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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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을 잡자! 판타지 세계에 정통한 분들이라면 뭔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할 겁니다. 그야 판타지 세계에서 고블린이란 최약체에 지나지 않는, 신참 모험가도 손쉽게 사냥이 가능하고 그렇게 자신감을 얻어 모험가의 길로 들어서게 하는 플래그 같은 몬스터죠. 하지만 고블린을 얕보고 소굴에 들어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모험가도 많다는 건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재와 환상의 그림갈이라는 작품에 보면 고블린 한 마리를 잡기 위해 몇 명이나 달라붙어서 겨우 잡는 장면이 있습니다. 리 몬스터라는 작품은 아예 고블린이 주인공이 되어 무쌍을 찍어 대죠. 그 외에 고블린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도 여럿 있지만 글이 길어지니 생략하고요.

 

남들은 거들떠도 안 보는 최약체 고블린만을 죽이기 위해 10년을 보내온 남자가 있습니다. 외전 코미컬라이즈(1)에 보면 눈앞에서 유린 당하는 누나를 봐야 했고, 무력한 자신을 깨달아야 했던 그는 5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혹독한 수련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15살이 되던 해에 모험가가 되어 오로지 고블린만을 죽이며 지내왔습니다. 어떻게 하면 효율적이고 최선인지만을 생각하며 달려왔습니다. 남에게 하찮다는 손가락질을 당해도, 그리고 이건 앞으로도 마찬가지겠죠. 그는 남들은 모르는 고블린의 영악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혜를 부릴 줄 알고 동료의식이 없으면서도 동료가 당하면 복수심에 불타서 눈에 뵈는 게 없어지는, 그렇게 무리 진 고블린에게 멸족한 마을도 부지기수라는 걸...

 

이번 에피소드는 외골수 고블린만을 죽이며 살아온 그에게 휴식 같은 시간이 찾아옵니다. 주변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달려온지도 5년, '그래, 그런가...' 라며 커뮤니케이션 장애를 겪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무관심이라는 벽으로 타인과의 접점을 만들지 않았던 그에게 언제부터인가 동료가 늘어나고 그를 눈으로 좇는 사람도 늘었습니다. 이것은 세포가 증식하듯 자연스레 늘어난 것이 아닌, 사람은 착하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에 응해준다면 설령 커뮤니케이션 장애라도 얼마든지 동료가 생긴다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언제나 무뚝뚝해서 상대가 두 마디 하면 이쪽은 한마디로 간략화, 그걸 상대가 지적하면 귀찮아하는 게 아닌 고치려는 노력을 하고 부탁을 하면 '고블린인가?' 라며 언제나 고블린 우선주의지만 상대의 부탁을 애써 외면하지 않는 의리와 우정에서 그를 따르는 사람이 생기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는 걸 표현하고 있기도 합니다. 자신이 안고 있던 근심을 덜어준 것에서 시작한 호감이 연애라는 감정으로 발전한 접수원 누님, 초보 시절 고블린에게 능욕을 당할뻔하였던 자신을 구해주고 모험가로서의 길을 알려준데다 남들은 가지 않는 가시 밭길을 걸으면서도 그게 당연하다 여기는 그를 바라보며 축복을 내려주는 여신관...

 

언제나 무리하는 소꿉친구인 그가 있을 곳을 지키고 싶어 고블린 대군이 쳐들어와도 꿈쩍하지 않았던 소치기 소녀, 그리고 얘는 어째서 호감도가 올라갔는지 미스터리인 엘프녀, 근데 문제는 이 작품의 주인공인 그는 둔감계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애가 타는 건 어쩔 수 없겠죠. 하지만 이런 미묘한 주변의 변화가 그는 싫지가 않습니다. 크게 표현하고는 있지 않지만 자신을 좋아해 주고 따라와 주는 사람들을 보며 무언가를 느껴가는 고블린 슬레이어, 그런데 여러 여자들이 모여들면서 수라장이 펼쳐져도 이상하지 않을 사태이 건만 다들 찍어 눌러서 쟁취한다기보다 남자로 하여금 돌아봐 주길 바라는 히로인들이라는 것에서 대단히 흥미롭기도 합니다. 시기하지 않고, 일선을 넘지 않고, 경쟁하지 않는, 이런 하렘이라면 언제든지 환영할만한 게 아닐까 했군요.

 

맺으며, 사실 이번 에피소드는 오전엔 소치기 소녀와, 오후엔 접수원 누님과 데이트라든지 여신관의 축제 준비 같은 이야기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 와중에 고블린 슬레이어를 바라보며 애틋한 마음을 표현하는 부분은 조금 애잔하게 하고요. 특히 여신관이 그에게 우회적으로 축복을 내리는 부분은 대단원이라고도 할 수 있죠. 후반부는 그동안 조금식 언급되어 왔던 복선이 표면화 되어 고블린 슬레이어에게 원한을 품은 모험가가 등장하고 고블린 대군을 대동한 다크엘프의 침략으로 마을이 위기를 맞이해가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습니다. 후반부는 그가 주변 사람들에게 신뢰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인증과도 같은 것이기에, 그런 그들의 도움을 받아 혼자보다 여럿이 노력하여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야말로 유대이자 정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1. 1, 현재 코미컬라이즈는 두가지가 있습닏.
    본편을 다룬 것과 주인공의 과거를 다룬 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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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향신료 13 - Extreme Novel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박소영 옮김, 아야쿠라 쥬우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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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는데 이번 에피소드부터 일러스트가 상당히 진화하였습니다. 이전에는 약간 어두운 계열에 버츄어 파이터 1탄을 보는 듯한 각진 폴리곤같은 일러스트에서 지금은 제법 사람다운 일러스트 같아졌다고 할까요. 톤도 진화하여 제법 고급스러워졌습니다. 덕분에 작중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게 마음에 들었군요. 여튼 이번 에피소드는 단편집으로 총 3개의 에피소드가 들어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이전에 호로가 로렌스를 만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복숭아 꿀 절임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그때 호로는 환상적인 맛을 기대하였지만 어떤 사건에 휘말려 끝끝내 먹어보지 못하고 유야무야되어 버렸죠. 이번에 또 말이 나와서 내친김에 구입하러 갔더니 아니 글쎄 복숭아 한 개 절여 놓은 게 금화 한 냥이라지 뭡니까. 기절초풍할 일이죠. 로렌스는 그깟 지 것 얼마나 한다고 했다가 도저히 엄두가 안 났고 엄청난 기대감에 꼬리를 풍차 돌릴 기세였던 호로도 아무 말하지도 못하고 뒤돌아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서 참 애잔한 게 좋아하는 이성에게 원하는 것을 주지 못할 때의 기분은 참 참담하기 그지없죠. 호로는 애써 괜찮은 표정이지만 먹을 거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그녀이기에, 이전에도 못 사준 복숭아 꿀 절임이라는 자주 접하지 못할 물건을 또 언제 사주랴 싶었던 로렌스는 결국 그녀를 위해 돈 벌기에 나섭니다. 이러쿵저러쿵해도 마음속에 자리 잡은 그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죠. 여차저차해서 돈 벌기에 나섰지만 이게 또 개고생입니다. 거기다 안 그래도 외로워 죽겠는데 혼자 놔두고 일하러 갔다고 바가지를 긁어대는 호로 때문에 마음고생도 심하고요.

 

좋아하는 그녀를 위해 일을 시작한 건 좋은데 복숭아 꿀 절임 하나 살려고 대체 며칠을 일해야 하나 계산을 해보니 1주일은 더 해야 되는, 뭐 이런 개 같은 일이 다 있나 싶습니다. 결국 호로까지 가세해서 틈새 시장을 노려 둘이서 밥장사를 하는 등 원래 이런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하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호로가 지혜를 펼치고 로렌스가 몸으로 때우는, 그렇게 복숭아 꿀 절임이라는 천해 진미를 향해 순항의 닻을 올려 갑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호로의 시각에서 로렌스를 평가하는 것으로 이렇다 할 이야기는 없으니 패스하고 세 번째 에피소드로 넘어가 보면, 세 번째는 로렌스와 양치기 소녀 노라가 금 밀수를 다룬 에피소드 이후의 이야기인데요. 노라와 그녀의 조그마한 검은 기사 에네크가 주인공이 되어 지금의 상황에 정체되지 않고 미래를 향해 발을 내딛는 조금은 뭉클한 이야기로 이뤄져 있습니다. 사실 노라 에피소드는 라노벨보다 코미컬라이즈가 좀더 가슴에 와닿습니다. 코미컬라이즈는 그녀가 처한 현실을 잘 표현하고 있죠.

 

여튼 재봉 직인이 되기 위해 에네크와 길을 떠난 그녀는 중간에 사제 한 명을 도와주게 되고 그의 부탁으로 도착한 곳은 자신도 가려 했던 전염병으로 도시 절반이 초토화된 쿠스코프라는 마을이었습니다. 그녀는 여기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 하지만 곧 자신의 생각이 짧았다는 것을 알아 갑니다. 그리고 그동안 외골수로 양치기만 해왔던 그녀가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가기란 쉽지가 않다는 걸 보여줍니다. 늘 해오던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맞이하는 두려움, 하지만 그녀는 정체되지 않고 그녀는 나아 갈려고 합니다. 쉽지 않은 여건에서 포기하지 않고 미래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강인함을 보여주는 그녀가 상당히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뭐랄까 노라와 에네크 에피소드는 상당히 서정적입니다. 표현 하나하나가 시적인 구절도 많고요. 부디 이런 표현을 본편에서도 해줬으면 싶을 정도랄까요. 호로와 로렌스의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것처럼 노라와 그녀의 양치기견 에네크와의 시간도 다르게 흐른다는 애틋한 이야기도 들어가 있고, 멈춰 서지 않고 미래를 향해 힘겹더라도 나아 갈려는 것처럼 문을 나서는 모습에서는 가슴 한켠에 뭉클함을 선사합니다. 그런데 어째 리뷰가 두리뭉실해졌는데 일 마치고 새벽에 비몽사몽으로 빨리 써놓고 잘려다 보니 이렇게 되어 버렸군요. 하튼 본편에서는 느끼지 못할 감성적인 장면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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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카 나이=(이퀄) 여친 없는 역사인 마법사 3 - J Novel Next
분코로리 지음, 이경인 옮김, M다 S타로 일러스트 / 서울문화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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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다나카가 추남으로 태어났을 때부터? 아니면 신(神)에게서 백마법을 받았을 때부터? 그에게 잘못이 있다면 일본인 특유의 매너와 배려심이 아닐까 합니다. 속 마음은 난봉꾼에 세상에 둘도 없는 파렴치한이지만 겉으로는 세상에 둘도 없는 매너남으로 살아가는 그에게 추남이면 어떻냐는 식으로 여자들이 들러붙는 건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사람의 진가는 겉모습이 아닌 내면이 올발라야 사람으로서 가치를 지닌 게 아닐까 하며 처음엔 여고생이 방구석 폐인 보듯했던 에스텔이 다나카에게 빠져드는 건 필연이었을 겁니다. 드래곤 '크리스티나'에게 잡혀 죽을뻔한 자신을 구해준데다 어쩜 그렇게 가려운 곳을 골라서 잘 긁어 주는지 그의 말 한마디에 호감도 +1이 되어 지금은 MAX가 되어버렸습니다.

 

이젠 공공장소에서까지 대놓고 너의 씨앗을 받고 싶다는 둥 하자는 둥 애가 아주 정신적으로 안드로메다를 건너가버렸습니다. 물론 이런 점은 다나카 한정이고, 귀족답게 평상시엔 정상인으로 행동하는 갭이 묘하게 귀엽기도 한 게 흥미롭기도 합니다. 근데 문제는 사람을 겉으로 판단하면 못 쓴다는 선조들의(?) 가르침(?)에 따라 그녀가 다나카의 내면이라 철석같이 믿고 있는 배려와 매너에 흠뻑 빠져들었지만 정작 진짜 다나카의 속 마음을 캐치하지 못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어리석고 허망하단 말인가 싶기도 합니다(1). 애초에 다나카는 에스텔보다 요즘 S에 눈을 뜬 소피아라는 메이드에 꽂혀서 에스텔이 아무리 대시를 해도 공염불이라는 것에서 좀 애처롭기도 하고요.

 

여튼 다나카에게 있어서 에스텔은 재앙 그 자체입니다. 일편단심 민들레가 되어 거대 권력을 앞세워 왕 앞에서도 할 말 다하는 그녀가 두려울 건 없다는 것에서 다나카에겐 재난이나 다름없었는데요. 그녀가 다나카에게 대시를 하는 만큼 다나카의 목엔 올가미가 매어져 더욱 조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선 다나카는 탈주범에다 평민, 에스텔은 공작가(귀족 서열중 왕 다음쯤 됨)의 후원을 받는 영애, 이 정도 계급 차만 해도 절대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죠. 그래서 에스텔은 다나카를 귀족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그것이 다나카에게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모른 채 말이죠. 이것은 대놓고 모든 귀족들을 적으로 돌려 버리는 행위, 평민이 귀족이 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거든요.

 

거기다 다나카가 이웃 나라와 분쟁에 휘말린 건 에스텔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녀의 곁에 있다가 불똥이 튄 것이죠. 전장에서 죽을둥 살 둥 날아다니며 회복 스킬을 써댔던 결과는 배신한 다크엘프에게 목이 뎅겅 잘리기이고, 목을 재생하면서 그로테스크한 장면을 보여 주기도 하고, 그러는 와중에 에스텔의 대시로 그녀를 보살펴주는 공작에게 쥐도 새도 모르게 제거될 수 있는 상황이고, 그를 비호해준다며 학교고 어디고간에 물불 안 가리고 그의 편에 서서 변호하는 바람에 '너 대체 누구?'라는 시선을 한 몸에 받고 말았습니다. 로리 비치이긴 해도 귀족이 비호해주는데 좋은 거라고요? 아니죠. 목숨이 몇 개 있어도 모자랄 판입니다. 드래곤 크리스티나와의 전투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죠. 그러다 끝끝내 왕 앞에서 그를 귀족으로 만들어 주세요.까지 이릅니다.

 

좋은 거라고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이건 다 그녀가 그를 자신과 동등한 위치에 서게 해서 맺어지려고 하는 술책에 지나지 않죠. 물론 다나카도 짐작하고 있지만 채면이 뭔지 그녀가 하는 데로 내버려 둡니다. 이 얼마나 순애보인지 동정(童貞)은 다 이런가 싶기도 합니다. 물론 그의 속 마음은 닥치는 대로 3P가 하고 싶고 로리를 임신 시키고 싶다는 둥 아청법에 의거하여 평생을 콩밥 먹여도 시원찮을 인간이죠. 절대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고 있지만요. 그 순간 아웃이라는 걸 작가는 잘 알고 있기에 속마음이라는 표현으로 모든 걸 해버리니 이보다 날로 먹는 작가는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갈수록 미저리가 되어가는 에스텔, 그리고 잘 나가는 다나카에게 침 발라두기 위해 찾아온 조피(2)의 경악스러운 행동, 돈보다 권력은 남자가 추남이라도 여자가 꼬인다는 걸 여실히 보여줍니다. 그리고 다나카를 귀족으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한 에스텔에 의해 강제 이벤트 중인 다나카는 견제하는 다른 귀족에 휘둘려 졸지에 노예로 전락할 판입니다. 이제야 사랑하는 소피아와 알콩달콩 하게 사나 했는데 이놈... 아니 이.. 차마 상스러운 단어는 못 쓰겠고 에스텔 때문에 지옥의 문턱에 발을 거치게 된 다나카는 자신이 무엇에 휘둘리는지 동정(童貞)답게 머리로는 이해해도 몸은 따라가주지 않는 기막힌 인생 스토리에 과연 빛이 들 날이 올 것인가?

 

어쨌건 에스텔이 몸담고 있는 공작가를 찌부러 트리고 에스텔이 하사받은 땅을 빼앗기 위한 암투 등 다나카의 언동에 가려져 있지만 복선이 이만저만 깔려 있는 게 아닙니다. 거기에 다나카도 휘말리고 그러다 에스텔을 구해주며 빛 좋은 개살구처럼 입발린 말로 에스텔의 호감도를 MAX에서 맥시멈으로 치솟게 한다던지, 그러다 벌써 뭔일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임에도 비처녀라는 이유로 참고 있는 다나카를 보고 있자니 야유를 보내야 할지 응원을 보내야 할지 애매하기도 합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전개라고 하면 호들갑이긴 한데, 이 작품은 기존의 틀을 깨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우선 메인 히로인이 비처녀라는 특수성부터 해서 주변에 모여드는 여자들이 하나같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죠. 제대로 된 주인공에겐 제대로 된 히로인이, 비상식적인 주인공에겐 그에 맞는 히로인이라는 컨셉일까요. 다나카가 곧 죽어도 사모하는 메이드 소피아는 시모세카, 그러고 보면 이 작품은 시모세카와 일맥상통하는 게 있습니다. 히로인들 때문에 영원히 고통받는 주인공이랄까요. 다나카는 자기가 무덤을 파고 있는 거지만요.

 

여튼 시모세카의 그녀처럼 엽기적인 행동을 다나카에게 하는 소피아, 안하무인 로리 드래곤 크리스티나의 배빵, 로리 엘프의 남자 편력, 남친 앞에서 다른 남자로 갈아타는 것도 모자라 그의 목숨을 쥐락펴락하는 우리의 히로인 에스텔, 침 발라두기 위해 찾아온 조피, 여자라면 사족을 못쓰는 진성 레즈 여기사 그리고 또 누가 있지... S와M 놀이하는 로리 거유도 있군요. 그리고 로리 드래곤에 꽂혀서 결혼하고 싶다며 찾아온 40대 중년 아저씨 마도 귀족, 하나같이 어딘가 하나식 뭔가가 결여되었지만 면면을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거대 권력을 가진 이들이라는 것입니다. 그 안에 끼인 다나카는 행복한 나날이 아니라 지옥을 맛보고 있고요.

 

맺으며, 또 길어졌군요. 얽히고 설킨 내용이지만 복잡하지 않게 흘러가는 게 이 작품의 묘미랄까요. 복선을 깔지만 질질 끌지 않고 조금식 풀어가는 재미도 있습니다. 물론 다나카의 처음은 처녀라는 맹목적인 신봉과 걸핏하면 로리를 임신 시키고 싶다는 둥 눈에 거슬리는 대목이 있긴 한데 행동으로는 옮기지 않고 있으니 혐오의 경계를 아슬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할까요. 그리고 먼치킨 계열답게 강한 주인공이지만 권력 앞에서는 쥐나 다름없는, 방종을 지향하고 절제를 어느 정도 유지하는 게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3권 표지 모델은 로리 드래곤 '크리스티나' 


 

  1. 1, 다나카의 속 마음은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엉큼 그자체죠.
    거기다 자신의 몸 보신을 위해 배려와 매너를 행하고 있습죠.
  2. 2, 엘렌+에스텔과 3P하던 귀족 여자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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