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툭하고 러시아어로 부끄러워하는 옆자리의 아랴 양 1 - L Novel
SUN SUN SUN 지음, 모모코 그림, 이승원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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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벌써 5쇄나 증쇄(1권 기준) 할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얻고 있는 작품입니다. 내청코와 같이 학원물이며, 내청코 내용과는 사뭇 다른 청춘 남녀가 오손도손, 알콩달콩, 꽁냥꽁냥 닭살 돋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요. 작중 히로인인 '아리사(통칭 아랴)'는 주인공 '쿠제'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못해 부끄러운 말은 러시아어로 툭 뱉는 게 특징이죠. 주인공 '쿠제'는 그걸 알아 들으면서도 모른척합니다(이건 도서 뒤 시놉시스에 나와 있는 내용). 이들은 같은 반이며, 같은 라인 오른쪽/왼쪽 사이좋게 딱 붙어 있는 이상적인 환경 속에서 원수지간도 사이 좋아지겠다 싶을 1년이라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실 필자는 본 작품을 구매하지 않으려 했군요. 이런 이야기인 거 뻔했거든요. 근데 어느 순간 집에 와 있더라고요. 2권부터는 죽어도 구매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유? 너무 달달해서 내가 불판에 올려진 오징어인 줄 알았다니까요.

5쇄나 증쇄했으니 웬만한 분들은 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아실 테죠. 그래서 이번 리뷰에서는 작중 복선이나 클리셰를 다뤄볼까 하는데요. 경우에 따라 자신의 생각과 다를 수 있으니 분란을 일으키기 보다 뒤로 가기 눌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학원물 하면 빠질 수 없는 클리셰로 외모지상주의와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명문 학원이라는 것이 있죠. 본 작품의 히로인 '아리사'는 러시아 혼혈로서 학원 제일가는 미인으로 랭킹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전국적인 학원에서 팁클래스 미모라는 것이고 거기에 명석한 두뇌도 가졌습니다. 그러니 여학생들은 선망의 눈빛을, 남학생들은 절벽에 핀 꽃으로 감히 손을 못 대는 그런 용모를 가졌다고 평가하죠. 히로인을 굉장히 띄워 준다고 할까요. 그리고 주인공은 어디에나 있는 평범남에서 약간 +된 정도인데요. 숨길 생각도 없는 게임과 애니메이션 오타쿠고, 걸핏하면 책상에 엎어져 잠이나 자는 넘이죠. 히로인같이 학원 제일 미모를 가졌고, 누구나 선망하는 그녀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이성으로서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초반엔 어째서 이런 넘을 히로인이 관심을 두고 있는가 하는 물음을 던지게 하죠. 그 해답으로 '나(독자)'라면 이러지 않을 거라는 독자의 감정 이입을 끌어내는데 이보다 좋은 설정은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슬슬 놈팡이 같았던 주인공의 진면목을 보여줍니다. 사실은 할 땐 하는 넘이고 과거에는 훨씬 대단한 넘이었다는 걸 넣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히로인이 왜 남주인공에게 호감을 보이게 되었는가 하는 과거의 이야기를 풀어 놓죠. 결국 선망으로만 쳐다볼 뿐 다가오지 않는 다른 학생들보다, 그렇고 그런 마음을 품고 타산적인 애들보다 나(히로인)를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사람처럼 대해주는 남주인공에게 끌리는 클리셰를 발동 시킵니다. 그리고 나아가 이런 히로인은 한 미모 하는 데다 천재 소리 들을 정도로 다재다능하다면 자존심도 쎌테고 그렇다 보면 조별 과제를 해도 다른 조원들의 성과가 눈에 들어올 리 없고, 외톨이로 남게되는 고고한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그러다 보니 모든 일에선 나 혼자 해야 직성이 풀리고, 더 성과를 낼 수 있기에, 그럴수록 자신의 마음이 망가진다는 걸 모른 채 말이죠. 시간이 갈수록 다른 아이들과 거리는 멀어지고 끝끝내 문화재도 혼자 준비하는 지경에 이릅니다.

결국 장미에는 가시가 있고, 그 가시를 누가 잘라 주느냐가 이런 러브 코미디 초반에 설정된 이야기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역할로 남주인공이 선택되었고, 주인공 버프 받아서 다른 학생들은 감히 엄두도 못내는 그녀에게 이거저거 말을 붙여주고 길을 알려줌으로써 호감을 얻게 됩니다. 그런데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상대가 어떤 호감을 가지는지 모르는 주인공은 둔감남의 표본이 되죠. 히로인은 이미 호감도 맥스를 찍고 있는데도요. 이런 부분도 독자들을 감정이입 시키는 게 큰 역할을 합니다. 학원에서 내로라하는 미모의 히로인과 접점을 만들어 간다. 덩달아 부러운 질투의 눈빛을 받는다 같은 방구석 폐인들은 누리지 못하는 일들을 하면서 더욱 감정이입 시키는 재주가 좋다고 할까요. 이것으로 끝나지 않고 남주인공의 여동생과 그 여동생의 안과 밖이 다른 성격의 모에성, 그리고 소꿉친구라는 설정(이건 스포일러라)과 히로인에게 언니가 있고, 히로인(동생)과 사뭇 다른 성격으로 말괄량이인 언니 포지션까지.

알고 보니 주인공은 학원 제일 미모의 히로인'들'과 아무렇지 않게 지내는, 그저 그런 놈팡이가 아니라 학원에서 내로라하는 인싸중에 인싸라는 설정을 넣음으로써 주인공의 가치를 완성 시켜버립니다. 그리고 적어도 본 작품에서의 여성들은 자신을 그저 화원의 꽃으로만 보는 아이들 보다 아무렇지 않게 대해주는 주인공에게 더 끌린다는 클리셰를 던지죠. 그러다 보니 내청코와 다르게 러브 코미디라는 장르를 잘 살리려는지 호감도 맥스를 찍다 못해 우주로 날아가기 시작하는 히로인 '아리사'의 폭주가 이어지고,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듯 말 듯, 어째서 여자 경험(여자 마음을 알아채지 못하니)도 없어보니는 이 쉐키가 여자들과 아무렇지 않게 지낼까라는 모순도 던집니다. 물론 뭐 주인공은 평등주의에 입각해 남자든 여자들 차별하지 않아서 그럴 수 있었다고 둘러대면 끝이겠죠. 다재다능했던 히로인 '아리사'가 궁지에 몰리고 그걸 해결해 주면서 '아리사'의 마음에는 주인공의 가치가 나날이 높아지기만 합니다.

물론 눈살이 찌푸려지는 장면도 제법 있었습니다. 내청코에서는 누가 의뢰를 먼저 해결하느냐 같은 경쟁을 하며 남녀평등 같은 모습을 보였는데, 본 작품에서는 남자를 시다바리로 쓴다 같은 다소 구시대적인 장면들이 더러 있습니다. 그렇다고 필자가 여성 혐오하는 건 아니고요. 물론 주인공을 학생회로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이었긴 합니다만. 그러고 보니 학원물에서 학생회가 빠질 수 없겠군요. 과거 어떤 트라우마로 인해 학생회에 들어가는 걸 한사코 거부하는 주인공이라는 클리셰를 던지고, 어중이떠중이 같았던 주인공이 학원 권력 1순위인 학생회에 들어간다는 클리셰까지 뿌리면서 결국 주인공은 특별한 힘을 가진 핵인싸로 표현해버립니다, "불쾌한 골짜기" 사실 사전에서는 로봇에 비유하고 있지만, 본 작품 주인공에게서 불쾌한 골짜기가 생각났군요. 이유는 아마 모순과 괴리감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부탁도 거부 못하는 우유부단함이라는 클리셰를 보고 있자니 왜 이런 넘이 주인공인가 싶어서일 수도 있고....

맺으며: 출판사 간판 작품이다 보니 격하게 쓰지 못한 게 아쉽군요. 픽션에 너무 열 올리는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내청코의 유키노 같은 역할해 줄까 했던 '아리사'는 다재다능했던 포지션은 어디 가고 중후반을 넘어서면서 침울 모드로 빠지는 것도 옥에 티로 다가왔군요. 그걸 북돋아 준다고 의욕 챙기는 주인공. 필자와는 너무나 안 맞군요. 닭살 돋는 건 둘째치고 기승전결이 없다고 할까요. 쓰다 보니 주인공 어릴 적 첫사랑 클리셰를 언급 못 했군요. 지나가는 사람 다 쳐다보는 지상외모주의.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명문 학원, 주인공 아싸에서 인싸로, 학원 제일 미인이 주인공 품으로, 학생회 가입, 소꿉친구, 이중성격 여동생, 히로인 언니, 첫사랑. 이거 연애 시뮬 게임으로 만들면 대성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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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탄의 망령은 은퇴하고 싶다 1 - ~최약 헌터에 의한 최강 파티 육성술~, S Novel+
츠키카게 지음, 치코 그림, 김정규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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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추방물, 착각물, 하렘?

판타지 세계에서 모험을 하는 파티가 있고, 다들 재능이 넘쳐 승승장구하는데 나만 재능이 없다. 추방물의 정석이라고 하면 이것이겠죠. 재능이 없는 사람은 당연히 주인공이고요. 파티는 그런 주인공을 추방해버리죠(여기에 NTR이 가미되면 금상첨화). 그런데 알고 보니 파티에서 상성이 나빴을 뿐, 주인공은 엄청난 재능을 숨기고 있었네? 이제 역으로 발라주는 카타르시스가 시작되는, 솔직히 이게 뭐가 재미있나 싶기도 합니다만. 아무튼 본 작품도 파티에 참여 중인 주인공이 무능력이라는 추방물의 일종이긴 한데, 파티원들이 합심해서 너 님 나가!가 아니라 가긴 어딜 가!를 시전하는 역추방물? 같은 이야기를 그립니다. 재능이라곤 일절 없고, 말빨이 엄청 쎈 것도 아니고, 머리가 비상한 것도 아니고, 밴댕이 소갈딱지 같은 성격에, 권력자에겐 머리부터 조아리는 비굴함에 그렇다고 잘 생기기나 했나. 그런데도 주변으로부터 기이하게 보호받는 느낌이 장난 아니란 말이죠?

아무것도 모르던 꼬꼬맹이 시절 부와 영광을 이 손에, 영웅이 되자며 의기투합하여 트레저 헌터(한마디로 모험가)의 길에 들어선 6명의 꼬맹이들. 5명은 승승장구하여 이제 제국에서 내로라하는 헌터가 되었는데 주인공 혼자만 쭈구리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다들 난다 긴다 하는 상황에서 재능이라곤 개미 눈물만큼도 없던 주인공은 염세적이 되어 버리는 건 어쩔 수 없겠죠. 인간관계는 파탄 직전, 언제나 토할 거 같다는 말을 입에 달고 있으며, 위험은 피하는 게 상책, 귀찮은 건 남에게 떠넘기는 게 최고, 오늘은 제도 굴지의 어떤 클랜(여러 파티 연합)에서 1년에 한번 있는 파티원 모집에 응모하러 왔다가 소란에 휘말리며 쭈굴쭈굴 모드. 그런데 소란이 점점 커지며 싸움으로 변질되고 거기에 휘말려 처박혀 쓰고 있는 후드가 벗겨진 동시에 들려온 귀여운 여자아이의 말, "마스터, 뭐 하세요?" 작가가 사람 낚는데 도가 텄군요.

본 작품은 재능이 없어 파티에서 쫓겨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비굴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그것뿐이겠습니까. 애들 사회성을 길러주고 나보다 좋은 넘 들어오면 나한테 관심 끄겠지 싶어 파티를 결성했더니 리더를 맡으라 하고(5년 전), 파티로는 더 이상 사람 모집(6명이 1개 파티)이 힘들어 클랜(파티 연합)을 꾸렸더니 클랜의 정점 마스터를 맡으라네요(3년 전). 정신 차리고 보니 지금은 제도에서 내로라하는 굴지의 클랜이 되어 있었고, 사람들에게서는 선망의 대상, 헌터(모험가)들 사이에선 반드시 가입하고 싶은 클랜 1순위, 주인공에게는 정말로 유능한 사람에게 내려진다는 [천변만화]라 별명까지. 당연하겠지만 위에서 파티 모집하던 클랜은 주인공의 것. 이게 무슨 망겜 같은 소리인가 싶죠. 자신에게 재능이 없다는 걸 일찌감치 깨닫고 도망가고 싶은데 주변에서 놔주질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애가 상당히 깊다고 할 수 있죠. 쓸모없다고 내치기 보다 안고 끝까지 가려 하니까요.

어릴 적 약속했던 꿈을 위해, 모두가 있어야 성립된다는 일념 하에 주인공이 빠지는 건 있을 수 없다는 듯이 친구들은 그야말로 날아다닙니다. 네, 날아다녀요. 주인공 친구들에게 있어서 재능은 99%에 노력은 1%만 있으면 돼요. 주인공으로서는 내가 있을 자리 따윈 어디에도 없어요. 잔챙이라도 거기에 맞는 힘을 가지고 있는데 주인공은 쥐뿔도 없어요. 그런데 클랜 마스터로서의 책임은 있어서 소란이 일어나면 책임을 져야 하죠. 헌터 협회로부터 클레임이 들어오면 머리를 땅에 처박고 사죄하는 게 일이고, 벌침 게임 같은 페널티 의뢰가 내려지면 돈은 안 되고 목숨은 위험한, 그런 거 받아와서 파티원들에게 떠넘겨 버리는 쓰레기 짓도 하죠. 그런데 그런 거지 같은 의뢰를 떠넘겨 받은 쪽은 일종의 시험이 아닐까, 착각해서 뭔가 의미가 있으니까 오해해서 나에게 이 의뢰를 줬겠지? 하며 분골쇄신하는 장면들은 희극이 따로 없어요. 정작 주인공은 아무 의미도 없고, 귀찮아서 떠넘긴 것뿐인데.

이번 1권에서는 면접 소란 때문에 헌터 협회에서 페널티로 내린 벌칙게임을 수행하는 서브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주인공도 나오지만 주인공으로서의 활약보다 방관자 느낌이 강한데요. 주인공 클랜의 조그마한 소녀(얀데레) 1명 + 면접에서 소란을 피운 당사자들을 모아다 파티를 결성하게 만들어 벌칙게임을 떠넘기고 어떻게 하면 은퇴할 수 있을까 그것만 고민하고 있죠. 근데 알고 보니 의뢰가 잘못되었고 자기가 떠넘긴 파티원들을 구하러 가는데... 주인공은 진짜 무능력이 맞습니다. 보통 무능력이라도 그에 따른 능력을 보여주며 먼치킨으로 승화 시키곤 하는데 본 작품에서는 그딴 거 없고(적어도 1권에서는), 아이템 빨로 막 밀어붙이죠. 아이템전도 먼치킨의 일종? 근데 아이템 빨도 돈이 있어야 가능하잖아요. 주인공의 몸에 처바른 아이템을 가격으로 환산하면 대대손손 일 안 하고도 살 수 있는 금액이라고 하니까, 돌려 말하면 클랜 전체가 주인공에게 갖다 바치는 재물이 장난 아니라는 의미이고, 그를 얼마나 맹목적으로 묶어 두고 있는지 같은 소름이 돋는 장면이기도 하죠.

맺으며: 추방물의 정도를 정면으로 비트는 작품입니다. 일단 1권 기준이긴 한데, 주변은 주인공을 쫓아내려는 게 아니라 묶어 두려고 혈안이 되어 있죠. 히로인들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주인공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과 호감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요. 후반에 나오는 슈퍼 얀데레는 진짜 소름 그 자체. 무언갈 시키면 의미를 부여해서 그것이 아무리 불합리한 의뢰라고 해도 해내려 하죠. 정작 주인공은 귀찮아서 떠넘긴 것뿐인데, 그것이 와전되어 시험을 받는다는 오해를 하고, 그것을 클리어 함으로서 성장하는 통에 주인공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와 믿음으로 연결되는 웃지 못할 일들의 연속입니다. 비슷한 작품을 꼽으라면 '어둠의 실력자가 되고 싶어서'가 있군요. 주인공이 별다른 의미 없이 내던진 말이나 행동들이 의미를 가지고 되고 착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연속은 마치 블랙 코미디 같기도 합니다. 이렇게 주인공 의지와 상관없이 신뢰와 믿음이 쌓여 갈수록 주인공의 은퇴는 더욱 요원해지기만 하죠. 정작 주인공은 그 떠넘기기와 대충대충 때문에 자기 발목을 잡고 있다는 걸 꿈에도 모르는 상태고요. 모두가 착각하고, 그 착각으로 인해 참 바보 같다는 느낌이 장난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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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해빠진 직업으로 세계최강 제로 6 - L Novel
시라코메 료 지음, 타카야Ki 그림, 김장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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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본편 주인공(나구모 하지메)이 자신이 만든 대미궁을 공략 했을때 '밀레디'는 얼마나 기뻤을까. 이번 6권을 한 줄로 표현 하라면 이것입니다. 우리 사람들(인간 및 다종족)은 신의 유희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자신의 의지로 미래를 결정하고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어 가겠다는 기치 아래 신(神) 타도를 외치며 반란을 도모했던 작은 소녀의 최후를 그립니다. 전 세계에서 같이 걸어갈 동료들을 모으고, 해방의 의지를 같이 해주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거치며 최종 결전만이 남은 시점에서 교회가 주인공(밀레디) 일행을 꿰어 내기 위해 협력자들을 처형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사람들을 신의 유희에서 해방하기 위해 존재하는 '밀레디'가 그들을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 함정인 줄 알면서도 갈 수밖에 없게 되죠. 이렇게 교회와 신(神)을 향해 포문을 열고 결전의 서막이 오릅니다.

본론부터 말씀드리면 부처님 손바닥 위였다는 것이 되겠습니다. 노력했고, 노력한 만큼 타격을 입혔고, 세상에 우리의 의지를 알렸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그리고 언젠가 나타날 영웅에게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물려준다. 초반에는 교회의 군세를 궤멸 시키고, 사람들을 지키고 구하는 등 해방자 다운 장면들을 보여줍니다. 우린 사람을 게임의 말처럼 쓰다 버리는 신과 다르게 지킨다는 아이덴티티를 관철해 가죠. 그러나 작가는 단순히 신의 힘이 넘사벽이라서 주인공 일행의 힘이 닿지 않아 고생한다는 클리셰를 버리고 신(神)에게 있어서 지상의 사람들은 그저 게임의 말에 지나지 않는다는 아이덴티티를 철저하게 지켜 나갑니다. 게이머에게 있어서 한 번 쓰고 버리는 말에는 미련을 두지 않죠. 신에게 있어서 지상의 사람들은 게임 판의 말이고, 그것을 아무렇게나 쓴다고 마음에 죄책감이 있을 리 없는 신(神)에 의해 주인공 일행은 궁지에 몰려갑니다.

그러니까 주인공 일행들이 지켜야 될 사람들이 낫과 곡괭이를 들고 자신들에게 죽자 살자 덤벼든다면?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합니다. 신(神)만 타도하면 모든 게 끝날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몰려드는 사람들을 죽여야 할까? 자, 신(神)은 시험합니다. '내가 부추기긴 했지만(세뇌), 너희들이 지켜야 될 사람들이 너희들을 죽이자고 덤빈다. 어떻게 할래? 이게 싫으면 너희들 목숨을 내놔라' 합니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같은 상황이 벌어지죠. 단순히 주인공 일행만이 아닌 해방자에 속한 모두, 그 협력자들 모두가 선량한 사람들이 휘두르는 낫과 곡괭이에 희생되어 갑니다. 여기서 시사하는 건 전쟁에서 모두를 지키며 싸우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희생은 반드시 따르기 마련이고, 이 희생을 두려워해서는 결코 이길 수 없다는 진리를 보여주죠. 이 진리를 잘 지키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신(神)이고, 그걸 지키지 못했던 주인공 일행은 패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입니다.

광기란 무엇인가. 신(神)에 의해 세뇌되어 세상 모든 사람들이 해방자들과 그 협력자들을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되어 가는 세상에서 그래도 사람들을 지키려는 마음을 관철 중이던 그들(해방자들)은 저항도 무색하게 쓰러져 가죠. 그리고 '밀레디'는 이걸 감당할 그릇이 되지 못했습니다. 말만으로는 어느 하나 구원할 수 없으며, 부조리에 대항할 배짱도 없었죠. 그저 지킨다는 숭고한 마음은 닿지 않는 것입니다. 그 마음이 닿아야 될 신(神)이 적이니까요. 몰리고 몰린 끝, 최후의 방어선에서 신(神)은 최후통첩을 합니다. 사실 애초에 세계를 창조하고 간섭하는 신(神)을 상대로 승산 있는 싸움이 될 리 없었건만 괜히 둘 쑤셔서 사람들을 죽게 만드나 그런 느낌도 없잖아 있습니다. 하지만 "가능성"으로서는 충분했죠. 신(神)에게 물리적으로 닿을 수 있는 "개념"의 바탕도 만들었고, 언젠가 후대에 영웅이 나타나 분명 신(神)을 타도해 줄 거라는 믿음을 가슴에 안고 밀레디는 미래를 위해 결단을 내리죠.

맺으며: 본편 7대 미궁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보여줍니다. 이것은 한마디로 희망이라는 의미에서 꽤나 마음을 울려주죠. 특히 '밀레디'가 자신의 최후를 선택하고, 그것이 보답받지 못하는 영원의 고통이라도 받아들이는 장면들은 결코 가볍게 읽을만한 것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오스카)이 그녀가 걸어가야 될 길을 안타까워하는 장면들은 하나의 시(詩)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군요. 아무튼 완결되었습니다. 이후는 아시다시피 본편 주인공에게로 공이 넘어가죠. 외전 치고는 짜임새가 좋습니다. 그저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걸 알리는 차원을 넘어서서 과거의 사람들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떤 일을 벌이고 걸어오고 의지를 남기게 되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라이트 노벨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가벼운 이야기들도 많았고, 그것으로 인한 괴리감(밝은 분위기였다가 갑자기 시리어스로 넘어간다던가)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본편 보다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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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했더니 검이었습니다 13 - S Novel+
타나카 유 지음, Llo 그림, 신동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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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몇 권인지는 까먹었는데, 한정판에 소책자 형식의 외전이 부록으로 제공된 적이 있습니다. 소책자에는 이 작품의 여주인공이자 히로인인 '프란'의 부모에 대해 언급하고 있죠. 부모가 속한 종족의 조상들의 나쁜 짓 때문에 신(神)의 분노를 사 저주가 내려져 진화의 길이 거의 막혀 버리고, 종족 전체가 노예로 비참하게 살아가야만 했는데요. 프란의 부모는 자신들의 종족을 구하는 길은 진화의 단서를 찾는 길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전 세계를 방랑하였으나 끝끝내 이루지 못하고 타지에서 생을 마감해야만 했죠. 그들에게 유일하게 남겨진 것이라곤 '프란'이라는 딸이고, 그 딸도 종족의 운명처럼 노예로 전락해 생을 마감하는 미래밖에 없었으나 주인공(검)을 만나 갖은 고생 끝에 진화를 이루었습니다. 이렇게 장황하게 과거의 이야기를 끄집어 내는 이유는 프란의 부모가 어릴 적부터 살았던 곳, 프란이 주인공을 만나 처음으로 모험가 등록을 한 도시를 다시 찾아오면서 아쉬웠던 부분이 있기 때문이군요.

그동안 어째서 검으로 환생하게 되었는지 지금 깃들고 있는 검의 정체가 무엇인지 의문이 들었던 주인공(검)은 자신의 내면에 잠들어 있던 무언가의 안내로 처음 환생하고 깨어났던 마랑 평원에 오게 됩니다. 여기서 주인공(검)은 왜 검에 깃들게 되었는지 하는 그 근원을 찾아가죠. 그리고 자신이 깃들었던 검의 정체에 대해서도요. 사실 네가 특별해서 선택된 용사라는 클리셰적인 부분도 있지만, 여느 작품과는 다르게 디테일 있는 설정을 보이면서 클리셰이지만 탄탄한 스토리를 보여주는 게 특징입니다. 근데 사실 독자 입장에서는 주인공의 태생이니 근원이니 하는 건 크게 상관없어요. 그냥 개연성의 문제를 해결하는 측면이 강했군요. 또 앞으로도 주인공과 같은 신검과 만나는 일이 많을 테니 그에 따른 복선을 미리 깔아두는 경향이 강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온 김에 그동안의 격전으로 망가진 부분을 수복하기도 하고, 수복하는 동안 프란은 열심히 수련에 매진하기도 하죠.

그래서 프란의 부모가 살았고, 주인공과 프란이 처음 모험가로 등록한 도시로 돌아왔는데도 그에 따른 에피소드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부모의 무덤은 없지만, 부모가 자랐던 고아원에 들려 자신(프란)이 이만큼 성장했다는 걸 알리는 뭐 그런 애틋한 게 없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군요. 왜 이런 느낌을 강요하냐면, 프란이라고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끌어안고 부비부비 하는 '아만다'가 등장하는 장면들에서 소책자를 못 본 분들이라면 괴리감이 느껴지는 부분이 이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예전 한정판으로 제공된 소책자에 의하면 프란의 부모가 살았던 고아원은 '아만다'가 운영하는 고아원이었죠. 이들이 성장하여 진화를 위해 떠나고 얼마 후 갓 태어난 프란을 안고 돌아왔을 때만 해도 잘 살아가고 있나 했는데 객사해버리고, 시간이 지나 성장한 프란이 다시 찾아왔을 때 '아만다'는 무슨 감정을 가지게 되었을까 같은 걸 풀어놓는 애틋함이 없는. 프란은 아직 아만다가 자신의 부모와 연관이 있다는 걸 모르는 상태고요.

아직은 성장 가도를 달리고, 종족의 비원인 진화의 단서는 찾았지만 신이 내린 저주는 풀리지 않았기에 프란이 하고자 하는 소원(저주 풀기)에 방해를 하고 싶지 않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느낌도 없잖아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13권에서는 주인공의 근원 찾기와 더불어 마랑 평원에서 그동안 여행했던 기간보다 더 긴 시간을 들여 고위 마물들과 싸우며 더욱 힘을 기르는 모습들을 보이는데요. 그래서 사실 크게 와닿거나 의미 있는 장면은 별로 없습니다. 의미를 찾으라면, 프란이 더욱 성장하고 주인공이 수복되면서 연계가 더욱 강화되어 아만다에게 주먹이 닿게 되었다는 것 정도? 참고로 아만다는 랭크 A의 모험가로 꽤 강하게 묘사됩니다. 이전에는 프란과 주인공이 무슨 수를 써도 아만다에게 닿지 않았죠. 아만다는 프란이 마랑 평원에 있다는 걸 알자마자 일직선으로 쫓아왔고(이게 좀 웃김), 신급 대장장이도 찾아오는 등 소소하게나마 인연을 엮어가는 게 조금은 흥미롭습니다.

맺으며: 관심 없으면 머리에서 바로 지워버리는 프란의 마이웨이가 더욱 노골적이 되어 재미있습니다. 마랑 평원에서 고블린의 뒤를 추적하며 은밀성을 높이는 훈련을 하는데 그만 아만다가 가루로 만들어 버리자 좌절하는 모습은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프란이 감정을 보이는 몇 안 되는 귀한 장면이기도 하죠. 주인공이 망가진 부분을 수복하기 위해 장시간 셧 오프하고 돌아올 때 보이는 감정이라든지, 주인공 없을 때를 대비한 훈련을 하며 노력과 고생을 정말 많이 하는 장면 등 이번에는 감정을 주제로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만 수련하는 장면이라든지, 주인공의 근원 찾기나 주인공이 깃든 검의 정체를 밝히는 부분은 좀 지루했군요. 결국은 일본 작가들이 좋아하는 신(神)에 관한 것들만 주야장천... 어쨌거나 이번 13권은 1부 완결이라는 느낌입니다. 여행한 것보다 더 시간을 마랑 평원에서 지내며 성장하는 장면들을 연출하고 마치 손오공이 초사이언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보는 듯한 장면들을 보여주죠. 이후 더욱 강한 적들과 마주해야 된다는 준비 과정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프란은 13세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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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묵시록 마이노그라 5 - ~ 파멸의 문명으로 시작하는 세계 정복 ~, S Novel+
카즈노 페후 지음, 준 그림, 손종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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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성녀 '소아리나'와 '펜네' 그리고 흡입의 마녀 '에라키노'의 내습으로 주인공은 순식간에 목숨을 빼앗겨 버렸습니다. 주인공의 제1의 심복이자 영웅 '아투'는 흡입의 마녀에 의해 세뇌 강탈 당해버렸고, 그로 인해 마이노그라(주인공이 세운 나라)는 와해 직전에 몰리게 되었죠. 그러나 게임 유닛으로서 주인공의 포지션은 파멸의 왕, 이것은 성녀와 흡입의 마녀에게 있어서 주인공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존재. 이제부터 자신들의 어리숙함에 한탄하고, 자신들이 저지른 죄에 대해 참회를,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후회를, 자신들이 이룩한 모든 것이 썩어 문드러지는 참혹함을 경험해야 합니다. 주인공은 업화의 불길에서 살아남아 자신이 당했던 모든 일에 대한 복수를 다짐합니다. 당한 만큼 대갚음해 주는 정도가 아닌, 이 세상에 지옥을 현현 시켜버리죠.

성녀 '소아리나'는 변두리 가난한 마을에서 태어나 여느 소녀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런 그녀의 인생에 갈림길이 생긴 건 하늘의 계시로 '성녀'로 선택된 순간. 그리고 그건 축복받을 일이 아닌 헬게이트 오픈이라는 비극. 마을은 그녀의 입지를 이용해 부정부패를 저질렀고, 이 세계 룰에 입각해 성녀는 성녀가 되기 위한 대가를 지불해야만 했죠. 그 대가는 자신의 힘으로 마을을 불살라 버리는 것. 그래서 그녀는 사람들을 지킨다는 것에 집착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소아리나'는 동료 펜네와 친구 에라키노와 손을 잡고 '레네아 신광국'이라는 나라를 건국하기에 이르죠. 하지만 명분이 필요했고, 그 명분을 만들어줄 인물로 주인공이 선택된 것입니다. 반대로 그녀에게 있어서 미래를 결정짓는 일이 되어버렸지만요.

목을 죄어 온다는 공포가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보통 대갚음해 주는 이야기에서 전략은 세우지만 결국은 정면 승부 같은 치고받고 그런 이야기를 보여주는 반면에 이 작품은 마녀' 에라키노'의 GM(게임 마스터) 능력 때문에 정공법은 통하지 않게 되었죠. 게임에서 플레이어의 행동에 대한 제재와 운영에 관한 권한을 가진 GM 앞에서 아무리 주인공이 필살기를 선보인 들 GM은 현상 자체를 없던 일로 되돌릴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주인공으로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GM이 속한 게임 룰이 무엇인지, 약점이 무엇인지, 맹점이 무엇인지 찾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본 작품은 이세계를 표방하지만 현실 게임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게임이 아니라, 현존하는 모든 게임 시스템이 적용되는 세상이고, 접촉만으로 각자의 게임 시스템이 강제로 개입을 해버립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마녀 '에라키노'와의 접촉으로 그녀의 게임에 강제로 참여하게 되었고, 참여한 이상 GM의 권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그렇담 주인공이 속한 게임은? 얼핏 보면 심시티 같은 건설 시뮬레이션 같은 것,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가 건설이고, 장르를 들여다보면 나라가 나라를 집어삼키고 파멸과 혼돈이 공존하는 다크 시티 같은 것, 주인공은 거기서 파멸의 왕이 되어 있었죠. 성녀 '소아리나'에게 있어서 불운은 주인공이 그런 게임에서 탑 랭커였다는 것을 몰랐다는 것. 이제 주인공의 게임이 적용되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맞닥트려 왔던 적이 가진 게임도 구사할 수 있다는 것. 그래도 마녀 에라키노의 GM 능력은 절대적이기에 맹점을 파고들기 위한 주인공의 물밑 작전이 시작됩니다.

조금씩 조금씩 다가오는 공포가 무엇인지, 그동안 절대적이라 믿었던 GM의 능력에는 맹점이 존재하고 죽었을 거라 여겼던 주인공이 그 맹점을 파고들어 자신들의 목을 죄어 온다는 걸 조금씩 알아가는 포인트들이 이번 5권의 최대 흥미로운 요소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받은 만큼이 아닌, 그 이상의 보복이 무엇인지 그들(성녀와 마녀)은 목숨을 대가로 알아가야만 하죠. 본 작품은 정의의 사도가 악을 멸하는 권선징악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본 작품의 주인공은 정의의 편이 아닌, 악(惡) 그 자체거든요. 사람들을 구하는 게 아닌, 저주로 피와 살을 발라 버리는 고통을 주고 불로 사람들을 태워 죽이는, 마왕보다 더 지독한 모습을 보이는 게 특징이죠. 그렇다고 무차별적으로 그러진 않고, 일단 주인공의 스탠스는 날 건드리면 그 댓가라고 나름 기준은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작되는 나의 턴(turn).

맺으며: 이번 5권에서의 흥미 포인트를 꼽으라면 주인공의 대갚음해 주기도 있지만 필자는 영웅 아투(메인 히로인)를 꼽겠습니다. 주인공 산하에 있을 때는 그를 사모하는 마음을 표출하는 데 브레이크가 걸려 자중하던 것이 마녀 에라키노에 의해 진영이 완전히 바뀌면서 제어라는 브레이크가 해제되어 버리죠. 주인공은 적대하면서도 사모하는 마음을 거침없이 내뱉는 통에 성녀와 마녀가 이뇬 괜히 데려왔네 후회하는 장면들이 최대 웃음 포인트입니다. 적대하면서 사모한다? 뭔가 모순이라 하시겠지만 리뷰에서도 밝혔듯이 이 세계는 게임을 기반으로 하여서 시스템적으로 이적해도 진영만 바뀔 뿐 마음은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공과 목숨을 걸고 싸우면서도 사모하는 마음을 펼치는 부분들이 웃겨주죠.

아무튼 위에서도 밝혔지만 인간들에게 있어서 주인공을 적대한다는 것은 꿈과 희망을 버리는 것과 같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동안 성녀 '소아리나'와 마녀 에라키노에 대한 복선이 이번 5권으로 회수되고 종료됩니다. 가장 안타까운 캐릭터를 꼽으라면 역시 성녀 '소아리나'가 될 테죠. 성녀가 되면서 대가로 자신의 손으로 마을을 불태워 버렸고, 그 트라우마로 사람들을 구하는데 필사적이 되어 끝끝내 나라를 건국하는 단계까지 왔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불운은 주인공을 적대한 것이고, 만약 평화를 바랐다면 주인공의 옆 나라와 마찬가지로 동맹이 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주인공의 가차없는 심판 앞에 유일한 친구였던 마녀 '에라키노'의 최후를 보며 그녀의 마음속에 있는 후회는 무슨 색일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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