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강의 모독자 1 - L Novel
사카키 이치로 지음, 아카이 테라 그림, 원성민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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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작품을 보시기 전에 무언가에게 제물을 바치는 풍습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풍습이 남아 있는 시절에 살아가는 인간들의 슴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고요. 킹콩에서는 '앤'이, 심봉사전에서 '심청이'가 그러 했듯이 이 작품에서도 토지신에게 인신 공양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토지신에게 정기적으로 제물을 바치고 풍년을 기원하고 재해를 막아주길 바라는, 그리고 그런 행위에 의문을 품지 않는 제물과 마을 사람들, 이 작품은 낡은 관습이라는 어제를 버리고 다른 내일을 맞이할 용기가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유키나리'는 이세계 환생자입니다. 전생 전 부모에게 버림받다시피한 삶 속에서 누나와 근근이 살아가던 어느 날 화재로 누나를 잃고 자신도 목숨을 다했습니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연금술사 '이르시나'의 연구소였고, 그 뒤 이르시나 여동생 '다샤'와 교회의 눈을 피해 도망 다니다 들어간 곳이 깡촌 '프리트랜트'였습니다. 거기서 토지신에게 바쳐지는 '베르타'라는 여자를 구해주게 되고 이후 토지신으로 떠받들어지며 이러쿵저러쿵하는 사이에 포교를 위해 찾아온 교회 기사단과 전투를 벌여 갑니다.

 

이 작품은 중세 시대를 모티브로 하고 있으며, 중세 시대라면 빠질 수 없는 교회가 나옵니다. 당연하지만 교회가 믿는 신 이외엔 전부 이교도가 되는 세상, 그리고 아직 토지신을 모시기 위해 제물을 바치는 옛 풍습이 남아 있는 깡촌 프리트랜트, 두 곳은 필연적으로 충돌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그 중심에 주인공 유키나리와 다샤가 흘러 들어오면서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맞이하는 미래의 가능성을 열어가는 게 이 작품의 포인트입니다.

 

하지만 고정관념과 예부터 내려온 풍습에 일말의 의심을 하지 않는 사람들의 생각을 돌리기란 쉽지가 않죠. 특히 제물이 될뻔하였던 베르타는 자신의 죽음으로 마을이 풍요로워지면 그걸로 잘 된 것이라는 자연스러운 반응과 영주 대행인 피오나는 이것이 잘못된 풍습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바꿀 경우 자신들이 해왔던 일들이 잘못되었다는 걸 시인하게 되는 것이고 나아가 자신들의 정당성까지 의심받게 되어 이도 저도 못하는 어려운 선택지에서 과연 제물을 바친다는 행위를 현대의 시각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있나 하는 심오한 주제를 던지기도 합니다.

 

그렇담 토지신을 죽이고 땅을 풍요롭게 가꾸면 되지 않나? 하는 물음을 던지게도 하지만 애석하게도 작가는 빠져나갈 구멍을 다 막아 놓았습니다. 토지신을 죽여도 대타가 올뿐이고 토지신이 잘 살도록 해주고 있는데 뭐 하러 개간하는 고생을 하냐라는 게 이쪽 세계 사람들의 생각입니다. 고아들을 모아 세금으로 키우고 3년마다 그 고아를 바치는 행위, 중반까지 기분이 참 더러웠습니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면 언젠가 대도 소가 될 수 있는 공식을 이 작품에서는 아예 처음부터 소를 준비하며 타파 하는 것에서 혀를 내두르게 하였군요.

 

여튼 첫날 토지신을 댕강 썰어버린 유키나리, 토지신을 죽였으니 너 님이 토지신이 되어 주세요. 하는 안하무인 프리트랜트 영주 대행 피오나, 제물이 되다 말아 있을 곳이 없어진 베르타가 있을 곳을 만들기 위해 유키나리에게 들러붙는 장면은 처절 합니다. 그리고 현세에서 변변찮은 삶 속에서 억울하게 죽은 자신을 이세계로 소환하고 돌봐줬던 이르시나를 마녀로 몰아 죽인 교회를 적이라 판단하고 철저 항전을 외치는 유키나리, 이르시나의 여동생 다샤와 함께 교회의 눈을 피해 방랑하다 오게된 프리트랜트에서 그는 교회 기사단과의 결전을 결심 합니다.

 

중반까진 별다른 활약을 하지 않고 반응도 영 시원찮은 주인공 유키나리 때문에 엄청 고생했군요. 눈에 띄지 않으려는, 혹은 다샤의 안전을 위해 날뛰지 않으려는 듯 부조리를 당해도 제대로 되받아쳐주지 않는 유키나리 때문에 몇 번이나 책을 덮기도 하였습니다. 요컨대 피오나가 당신이 토지신을 죽였으니 대신 토지신이 되어라 할 때라든지 다샤가 인질로 잡힐뻔한 상황을 만든다던지 같은, 풍습을 이해하고 거기에 발을 들이지 않으려 제대로 반응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거기서 분명해줄 말은 있었을 겁니다. 가령 그런 힘에 기대어 살아가지 못한다면 망해버리라든지...

 

그래서 위에 언급한 대로 제물을 바치는 풍습과 이런 시절을 살아가는 인간들의 습성을 알고 보는 게 낫습니다. 나만 아니면 되라며 고아들을 대려다 키우고 키웠고 키워줬으니 그 은혜를 갚아라는 속 뒤집히는 상황이라던지... 그리고 살아 돌아온 베르타를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의 시선, 이런 것을 주인공은 바꿔 갈 수 있을 것인가, 옴니버스식 매 권마다 장소가 다를 줄 알았는데 프리트랜트를 배경으로 이야기는 계속해서 펼쳐질 거 같더군요.

 

작가의 이전 작 관희 챠이카에서 그랬듯이 이 작품도 섹드립이 많이 있습니다. 딱히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건 아니지만 어딜 가나 하렘은 빠지지 않는구나 하는 걸 느꼈군요. 작가도 후기에 아예 대놓고 하렘 운운하고 있고요. 전체적으로는 아직 1권이라서 크게 와 닿는 것은 없었지만 후반부에 보여줬던 역시나 이고깽으로 가는구나 하는 장면에서 다음 권은 조금 더 흥미진진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군요. 하지만 작가는 화려하게 할 생각은 없는 듯...

 

맺으며, 여느 이세계물처럼 스킬을 습득하고 스킬을 키워가며 맥을 끊는 장면은 나오지 않습니다. 이세계 전생물이긴한데 거기에 포인트를 주지 않고 어떻게 하면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있나 하는 걸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두번이나 소중한 사람(현실 누나와 이세계 이르시나)을 잃은 청년의 고군분투기라고 할까요. 하지만 아직 1권인데다 작가가 이고깽물에 지쳤는지 좀처럼 주인공의 능력을 표현하지 않아 좀 답답한 단점이 있었군요. 하지만 중후반 그런 걸 날려버리는 상황을 보여줬던지라 2권이 좀 기대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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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향신료 1 - Extreme Novel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박소영 옮김, 아야쿠라 쥬우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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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미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이 작품은 풍작의 신(神) 늑대 호로와 행상인 로렌스가 만나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어떤 마을에서 인간 남자의 부탁을 받아 몇백 년이나 보리의 풍작을 관장했던 호로는 인간들이 더 이상 자신을 필요치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고, 호시탐탐 마을을 떠날 기회만 엿보던 호로는 마침 마을에 들렀던 로렌스의 마차에 숨어들게 되죠.

 

그리고 마차 짐칸에서 퍼질러 자고 있는 호로를 발견한 로렌스는 기겁하게 되고요(이때 호로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 로렌스는 여차저차 말을 나누다 그녀가 자신의 고향인 북쪽으로 가고 싶어 하는 걸 알아 갑니다. 이러쿵저러쿵하는 사이에 로렌스는 호로의 부탁을 들어주게 되고, 호로는 로렌스가 장사하는데 도움을 주겠노라 하면서 계약은 성립, 이로써 부부 사기단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여행이 시작되는데요.

 

로렌스 상인으로써 업그레이드를 시작하다. 현랑 호로라는 살아 있는 신(神)이 붙으면서 로렌스는 그동안 용케도 사기 안 당하고 살아왔구나 하는 걸 연출하기 시작합니다. 로렌스 입장에서는 대등한 거래라 여겼던 것이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더 벌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호로, 그리고 거짓말을 간파하고 배짱이 두둑한(라고 쓰고 사기 치기) 호로의 덕분에 로렌스는 다른 상인들과 거래하면서 조금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도 하고 예전엔 꿈도 못 꿨을 은화 절하에도 뛰어들기도 합니다.

 

호로의 도움으로 한몫 잡아서 고향이든 어디든 자신만의 가게를 가지고 싶었던 로렌스, 하지만 세상사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듯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르기 마련이라며 호로에 관련된 정보 차단에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이 화를 자초합니다. 중세 시대를 모티브로 한 이 세계에서 교회는 절대적이고 교회가 신봉하는 신(神) 이외엔 전부 이교도인 세상에서 풍작의 신이라도 교회 입장에서 보면 이교도나 마찬가지, 호로는 풍작의 신의 이름에 걸맞게 로렌스에게 돈을 벌 기회를 주는 것과 동시에 이교도라는 사슬을 얽매어오기 시작합니다.

 

현랑 호로 대지에 서서 외로움을 외치다. 인간을 위해 수백 년이나 보리밭에 매여 살아왔던 그녀, 이젠 그녀가 필요 없다고 외치는 인간, 신(神)이라는 타이틀에 부족함 없는 현명함과 노련함을 갖추고 있는 늑대의 후예가 실은 외로움을 많이 느끼고 눈물이 많은 그저 평범한 소녀에 지나지 않다는 걸 보여줍니다. 이젠 없어져 버렸을 고향을 그리워하고, 사람을 그리워하고, 숙취에 고생을 하는, 로렌스 머리 꼭대기에 앉아 가사롭군만 외치던 그녀는 작은 말 한 마디에도 상처를 입는 그저 연약한 소녀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 서방님 간이 커지게 해주시옵소서' 호로의 정체가 들통 날까 전전긍긍하는 로렌스를 가지고 노는 게 재미있습니다. 사과를 정말 좋아해서 로렌스가 사주지 않을까 안절부절 눈치 보는 호로, 그것을 재미있다 바라보는 로렌스, 이것이 모에성을 끌어올린다는 것처럼 호로의 귀여움을 잘도 표현 해놨더군요. 작디작은 체격으로 부성애를 자극하여 로렌스를 가지고 놀기도 하고 삐지기도 하고, 그러다 외로움에 사무쳐 품을 파고들고, 거래 관련으로 끙끙거리는 로렌스를 도와주기도 하고, 그러다 정체가 발각되어서 쫓기면서도 남편을 위해 끝까지 싸워주기도 하고 곁을 지키는, 언제부터인지 정이 들어버린 모습도 보여줍니다.

 

거래 등 경제 관련은 사실 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이걸 포함해서 이 작품의 매력이긴 한데 더욱 매력인 것은 머리가 안 돌아가는 로렌스에게 길을 제시하며 상인으로써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호로가 매우 인상적이죠. 그리고 로렌스와 지내며 그동안 사무쳤던 외로움을 풀려는 호로의 귀여움이 돋보이고요. 괜히 오래 살지 않았다는 것처럼 문득문득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매력입니다.

 

맺으며, 이번 1권은 시대의 변화는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다지만 그동안의 은혜를 잊고, 땅을 풍요롭게 하려는 신의 이해를 몰이해로 되받아치는 인간, 이젠 필요 없다며 쫓아 내려는 인간의 이기심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런 인간이라도 그리워하는 호로, 외로움을 잘 타는 그녀에게 어깨를 빌려주고 싶지만 좀처럼 쉽지 않은 동정 로렌스, 그런 로렌스를 가지고 노는 호로 등등 눈길을 끄는 요소가 상당히 많아 시간 가는 줄 몰랐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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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티처 4 - S Novel+
네코 코이치 지음, Nardack 그림, 이승원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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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전생자 시리우스가 은랑족 남매와 함께 마법 학교에 입학한지도 벌써 3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학교에 입학하면서 무능의 대명사인 무속성이라는 것만으로 괄시와 경멸을 받아야만 했고, 기숙사엔 들어가지도 못하는 차별을 당해야만 했습니다. 이 모든 원흉이자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학생들만 골라 데려가던 그레고리의 손아귀에서 리스(표지 푸른 머리)를 구해줬고, 그를 파멸로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국왕의 사생아로 태어나 버림받다시피 자라온 리스가 국왕인 아버지와 화해하는 장을 마련해주기도 했습니다. 선혈의 드래곤 마수에서 은랑족 남매와 리스를 구해주기도 하는 등 바람 잘 날 없는 학교생활에 또다시 태풍이 불어오는데요.

 

i'll be back

 

시리우스와 학원장 로드벨에 의해 그동안의 악행이 드러나 도망갔던 그레고리가 대규모 용병단을 이끌고 학교에 쳐들어와 점거하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그의 목적은 학생들을 고기 방패로 내세워 쿠데타를 일으키고 실권을 잡은 뒤 수인족으로 몰아내고 인간들만 이뤄진 나라를 세우는 것, 그는 심각한 인종 차별주의에 빠져 있는데요. 이번에 그 이유가 나오지만 전형적인 번지수를 잘못 잡은 것에 지나지 않아 쓴웃음을 자아냅니다.

 

그레고리는 수인족을 경멸하고 무능이라 일컬어지는 무속성을 괄시하는 대표적인 인물로 시리우스를 누구보다 싫어했습니다.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 리스를 대려 갈려다 시리우스에게 좌절되기도 했고요. 질리지도 않고 다시 나타난 그는 학교를 점거하고 학생들 목에 예속의 목걸이를 채워 쿠데타 준비에 들어가지만 이걸 가만히 두고 볼 시리우스가 아니죠. 하지만 자신의 제자가 얼마만큼 성장했는지 궁금했던 시리우스는 은랑족 남매와 리스에게 모든 걸 맡겨두고 뒤로 물러납니다.

 

그동안의 훈련을 떠나 첫 실전을 겪게 하는 것, 사자는 벼랑 밑으로 새끼들을 떨어트려 살아 올라온 새끼들만 기른다고 했던가요. 물론 정말로 위험하면 시리우스가 나서겠지만 아쉽게도 그럴 일은 없습니다. 먼지 나게 맞는 건 누구인가,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는 진짜 교육이 시작됩니다. 불쌍한 그레고리에 묵념을...

 

이것이 모험이다. 개그 작렬...

 

그리고 마법 학교에 입학한지 4년째 되던 날, 시리우스와 은랑족 남매 그리고 리스는 모험가 등록을 마쳤습니다. 이제야 제 몫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들뜬 남매와 리스는 그동안 자신들을 보살펴 주었던 시리우스에게 소소한 선물을 해준다며 시리우스 몰래 모험을 떠나는데요. 이게 굉장히 웃겨줍니다. 레우스는 고블린들에게 붙잡혀 능욕당할뻔한 여자애 둘을 구해주고 '저기~' 하는 여자애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고블린 뿔 뽑는 거 도와줄래?라고 해서 보는 사람을 벙찌게 합니다. 여담으로 레우스는 남자애입니다. 제법 핸섬하게 자란 데다 능력도 좋아서 시리우스와는 다르게 학교에서 여학생들에게 제법 대시를 받나 봅니다. 그런데 문제는 레우스는 여자에게 관심이 없어요. 이번 4권에서 시리우스와 동인지에나 나올법한 장면을 몇 개 만들기도 하였군요. 그래서 미래가 좀 불안한...

 

여튼 겸사겸사 여자애들을 대려다 아버지에게 인계하는 과정에서 그 아버지가 딸애도 관심이 있어 보이는데 우리에게 올래? 하는 걸 레우스는 됐고 돈이나 주쇼. 이럽니다. 에밀리아와 리스는 중급 모험가도 쩔쩔맨다는 거대 뱀을 아무렇지 않게 숭덩 썰어 버리는 것도 모자라 해체쇼까지 보여줍니다. 당연히 모험가 길드를 뒤집어지고요. 이제 막 등록한 모험가가 중급 모험가도 쩔쩔매는 거대 뱀을 해체해서 왔는데다 레우스도 혼자서 수십 마리의 고블린을 혼자서 아작 내났으니 그 스승에 그 제자라는 공식을 여실히 입증해줍니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흘러...

 

5년이 되었습니다. 졸업반이 되었지만 여전히 시리우스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고, 아니 더 심각하게 흘러가는데요. 학교의 아이돌이 된 은랑족 남매를 대려 갈려는 귀족들이 시리우스가 걸림돌이 된다고 여겨 시리우스에게 가해지는 악의는 입학 때보다 더 심해졌습니다. 이젠 에밀리아를 강제적으로 대려 갈려는 귀족까지 나타나자 그동안 눈에 띄는 걸 싫어했던 시리우스는 특단의 조치에 나섭니다. 학교장 로드벨과의 시합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켜주는 것, 그동안 무능이라 괄시했던 시리우스의 진짜 실력을 밝혀 자신에게 가해지던 악의와 제자들이 받던 고통을 줄여 주기도 하는데요. 당연히 이런 이세계 먼치킨물이 다 그렇듯 약속된 주인공의 승리만이 있을 뿐...

 

그런데 여전히 사이다는 부족하고...

 

시리우스 몰래 모험을 떠나는 은랑족 남매와 리스 에피소드는 괜찮았습니다. 여자애들의 호의를 차버리는 레우스라던가, 흔한 모험이 이어지지만 왠지 모르게 개그로 승화되어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외 부분은 역시나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인 교육이라는 주제가 이어지다 보니 아직은 카타르시시를 느낄만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흔직세의 나구모가 보여주는 것처럼 자신을 적대하는 무리를 가차 없이 제거하는 사이다는 이 작품에서는 찾을 수가 없었는데요. 표면적이 아닌 지나가는 형식으로 표현되고 있긴 하지만 수인족인 은랑족 남매가 인종 차별주의로 똘똘 뭉친 학생들에게 알게 모르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데도 되갚아 주지 않고 오히려 위협을 가한 레우스를 혼내는 장면은 어딘가 비정상처럼 느껴지기도 했군요.

 

맺으며...

 

솔직히 이런 작품의 리뷰를 어떻게 써야 될지 아직도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전생의 기억과 경험으로 달관했다지만 자신과 제자들을 괴롭히는 귀족이나 학생들에게 되갚아주나 했더니 두어 번 표현해줬을 뿐 그 이상은 없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소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다는 마인드가 생기더니 아무리 옆에서 발광을 해도 모른 척만 할 뿐입니다. 5년 졸업반이 되어서도 이제 입학한 애에게 괄시하는 욕지거리를 들어도 모른 척, 보는 이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지 않는 이런 불친절을 어떻게 표현해야 될까요.

 

물론 흔직세 나구모처럼 적대하는 인간 전부 죽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당한 게 있으면 갚아주는 게 인지상정이잖아요? 자신은 그렇다 치더라도 제자인 은랑족 남매까지 괴롭힘당하고 있는데도 모른척하는 건 인간의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군요. 결국은 에밀리아가 귀족에게 강제로 끌려갈뻔했을 때 겨우 이걸 깨달았는지 졸업 6개월 남겨두고 힘을 과시하는 장면에서는 혀를 차게 하였습니다. 이 녀석 자기중심인가? 했군요.

 

이젠 학교를 졸업했으니 본격적으로 악의와 맞서면서 어떻게 나아갈지 궁금해지지만 몇 개의 복선에서 뒤로도 별반 다르지 않는 나날을 보내지 않을까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뭔가 달라지겠지 하며 발매될 때마다 꾸준하게 보고는 있지만 솔직히 지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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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 슬레이어 2 - L Books
카규 쿠모 지음, 칸나츠키 노보루 그림, 박경용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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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좀 강하게 들어가 있으니 주의하세요.

 

이번 무대는 물의 도시입니다. 10년 전 마신인지 마신 왕인지를 쓰러트리고 영웅이 된 검의 처녀(1)의 부름을 받고 갔더니 도시 지하에 살고 있는 고블린 좀 퇴치 해달랍니다. 마신 왕을 쓰러트린 영웅이자 지고신(神)을 모시는 대주교에다 모험가 등급 2위인 금 등급을 가지고 있는 그녀가 어째서 고블린 슬레이어에게 이런 일을 부탁하는 것일까. 시작부터 위화감이 감돕니다. 참고로 고블린 슬레이어는 은 등급(3위)입니다.

 

그러나 일단 고블린이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지옥이라도 마다하지 않는 고블린 슬레이어는 당연히 일을 받아들이고요. 1권에서 파티가 된 여신관을 필두로 엘프녀(표지 모델), 드워프, 리자드 맨을 대동하고 고블린 퇴치에 나섭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철저히 준비하고 깔보지 않는 마음으로 지하 수로에 내려갔건만... 거기서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건 사선이었습니다. 언제나 깔보지 않는 고블린 슬레이어였지만 이번만큼은 위험에 빠지게 되는데요.

 

잘 통솔된 움직임과 배를 만들 정도의 지식을 보여주는 고블린 무리들, 거기에 숫자의 폭력까지 가세하니 배겨낼 제 간이 없습니다. 여신관은 물어 뜯겨서 사경을 헤매고 엘프녀는 능욕 당하기 일보 직전이고, 고블린 슬레이어는 기절을 해버렸습니다. 1권에서도 그랬지만 온라인 게임에서는 한방 거리도 안 되는 고블린이 여기선 이렇게 강한 몹이었나?라는 신선함을 몰고 오는데요. 거기에 세간에서 신참 모험가도 상대할 수 있는 쪼렙 고블린이라는 인식과 현장에서 느끼는 고렙 고블린의 갭은 이 작품의 묘미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어쨌건 고블린 챔피언(보스)을 맞아 호되게 당하면서도 고블린 슬레이어 파티는 맡은 바 임무를 해나갑니다. 하지만 그동안 느꼈던 위화감의 정체를 슬슬 알아가는 고블린 슬레이어, 자신들은 왜 여기에 와서 이렇게 개고생 해야만 하는가, 지하수로에서 마치 모든 존재를 거부한다는 듯이 나타난 앨리게이터(악어의 한 종류)를 만나면서 고블린 슬레이어는 감춰진 진실에 접근합니다. 자신들은 농락 당했다는 것을...

 

모든 원흉은 고블린에 있습니다. 신참 모험가 브레이커 고블린, 고렙 모험가라도 한순간만 방심해도 몰락 시킬 수 있는 존재, 지금 진실이라는 혼돈 속에서 검의 처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10년 전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아간 원흉, 울부짖어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던 비통함, 구원받길 원하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원통함, 그런 부정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끊임없이 정신을 갉아먹혀 피폐해질 대도 피폐해진 검의 처녀는 고블린 슬레이어에게 구원받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검의 처녀가 망집에 사로잡혀 상관없는 사람을 사지로 몬 것이 아니라서 더욱 질이 나쁘게 다가옵니다. 검의 처녀는 그저 무서웠습니다. 고블린이, 그리고 마신을 쓰러트린 영웅이자 누구나 우러러보는 금 등급인 모험가가 고블린이 무서워서 쩔쩔매고 있다는 사실이 무서웠습니다. 그녀는 고블린이 무서운 존재라는 걸 알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고블린 슬레이어를 불렀습니다. 자신의 처지를 감춘 채...

 

여자가 이성으로써 끌리는 남성상은 무엇일까, 이 작품은 그런 고찰로 빼곡하게 들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실 고블린 퇴치는 서브적인 이야기고 진짜 이야기는 그저 우직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 도움을 요청하면 대가를 바라지 않고 사심을 채우지 않고 잡아준다는 것, 그런 작은 상냥함에 사람은 구원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 그런 상냥함은 접수원 아가씨가, 엘프녀가, 여신관이 그의 곁을 떠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번엔 검의 처녀도...

 

이번 2권은 1권도 그랬지만 일명 넷상 용어인 사이다가 별로 없어서 눅눅한 맛을 보여주지만 엘프녀가 감정에 따라 귀를 파닥거리게 귀여워서 개그 부실에 대한 감점을 상쇄하고 있는 게 특징입니다. 근데 사실 이런 작품에 개그가 들어가선 안 되겠죠. 몬스터에 잡혀 능욕당한다는 보다 현실적인 이야기로 시리어스함을 넘어서는 작품이기에, 하지만 그렇기에 개그로 분위기를 녹여주는 게 좋지 않을까도 싶긴 합니다.

 

여튼 고블린 슬레이어와 대화할 때 파닥파닥 거리며 그녀가 고블린 슬레이어를 바라보는 감정을 귀로 표현하는 게 재미있습니다. 2천 살이나 먹었으면서 그동안 연애를 해본 적이 없는지 그녀가 고블린 슬레이어를 바라보는 모습은 그야말로 소녀 그 자체군요. 그리고 여신관 또한 몸을 사리지 않으며 고블린 대군을 맞아 죽을 둥 살 둥 장렬하게 싸워 갑니다. 이번엔 더욱 고생이 심했는데 조금은 보답을 받게 되는군요.

 

맺으며, 약간은 집중해서 읽어야 되겠더군요. 문제는 던지는데 해답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아 고생 좀 했습니다. 필자의 머리가 굳어서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요. 여튼 모험가 다운 모험을 하자는 엘프녀의 말에 따라 모험을 시작한 고블린 슬레이어가 귀환하며 누군가가 읊조린 동료라는 울림 좋은 단어에 취한 장면은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늘 혼자였던 자신에게 언제부터인가 동료라고 부를 수 있는, 사선에서 서로 믿고 등을 맡길 수 있는 동료가 곁에 있다는 걸 자각하는 부분은 조금 울컥하게 하였군요.


 

  1. 1, 이 작품은 사람 이름은 나오지 않고 직업이 이름으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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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탄의 왕과 바나디스 14 - Extreme Novel
카와구치 츠카사 지음, 한신남 옮김, 카타기리 히나타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일러스트레이터가 바뀌어도 변함없는 일러스트를 보여줍니다. 오히려 더 일치월장한다고 해야겠죠. 그래서 표지 올리기가 상당히 망설여졌군요. 다들 저기에 눈이 팔려서 엄한 소리나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여튼 작슈타인(옆 나라)을 물리쳤나 했더니 테나르디에의 심복이었던 글레어스트의 기습에 당해 와해되어 버렸던 월광의 기사단과 티글, 티글과 헤어지게 된 에렌은 글레어스트에 사로잡혀 못쓸 짓을 당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죽었다 여겼던 티글에 의해 다시 탈환되었지만 글레어스트에 당했던 일들의 트라우마를 지우지 못해 매일을 술로 지내야만 했고 어떻게든 해주고 싶었던 티글은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고백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상처를 추스를 틈을 주지 않겠다는양 남쪽 무오지넬 왕국에서 15만이라는 대군을 이끌고 또다시 브륀을 침공합니다. 무오지넬은 브륀의 남부 항구 도시들을 함락하고 브륀의 왕도 니스까지 파죽지세로 밀고 들어와 버리는데요. 그 옛날 고구려 시대 때 수나라와 당나라의 100만 대군을 맞이한 요동성의 기분이 이랬을까요. 브륀은 전례 없는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철저 항전을 외치는 레긴 왕녀를 도와 이번에도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기 위해 티글은 또다시 분연히 일어납니다. 무오지넬의 11만(1)과 그 반수 밖에 되지 않는 브륀, 압도적으로 불리한 이 상황을 티글은 어떻게 헤쳐 나가고 어떻게 나라를 구할 것인가...

 

한낱 귀족 나부랭이 지나지 않았던 티글은 이제 브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인물로 성장했습니다. 그의 서글서글한 성품과 한결같은 마음에 이끌려 많은 영주와 사람들이 그에게 힘을 보태주고 있는 것에서 그의 인덕을 엿볼 수가 있었습니다. 처음 만나 자고 있던 티글의 입에 칼을 쑤셔 넣던 리무도 그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게 되었고요. 에렌은 그동안 알게 모르게 그를 마음속으로 품어 왔었지만 자신의 입장과 여건 등으로 마음을 전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트라우마를 지워준 것을 계기로 만수위가 된 댐이 무너지 듯 둘의 관계는 한 발 더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이번 에피소드에서 둘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훈훈한(?) 모습도 자주 목격 되는데요. 둘은 숨긴다도 숨겼는데 눈치 빠른 사람들에게 다 뽀록나버리는...

 

류드밀라는 자신과는 하등 관계도 없을 터인 무오지넬의 브륀 침공에 맞서 티글을 도와 싸워 줬습니다. 그리고 싸움이 끝난 어느 시점, 류드밀라는 가슴속에 품고 있던 감정을 알고 있으면서도 애써 외면했던 진실과 마주합니다. 그것은 티글을 사모하는 마음, 그녀는 이전에 에렌이 티글과 맺어진 것에 적잖은 충격과 흔들림을 보여주었었습니다. 류드밀라 역시 자신의 입장을 생각하여 그에게 한 발 나아가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보여 줬지만 느닷없이 나타난 소피야가 등을 밀어주자 마음이 흔들립니다. 공녀로서의 입장 등 에렌에게 지적질을 하며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듯했지만 이번 에피소드에서 그녀가 티글을 연모하며 보여준 소녀틱한 장면은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이로써 티글의 하렘은 차곡차곡 완성이 되어 갑니다. 여기에 소피야가 가세하고, 티글에게 고백받은 티타까지 가세하면서 분위기는 더욱 달아오릅니다. 남은 건 누가 본처이냐인데요. 에렌과 류드밀라, 소피야의 경우 본처는 힘들겠죠. 티타도 시녀라는 입장이 있어서 본처는 힘들고요. 애초에 작중 분위기가 티타는 티글의 아이를 낳게 해서 대를 잇게 하려는 목적(씨받이?) 그 이상으로 쳐주지 않고 있었고, 공녀 세명은 입장이라는 게 있거든요.(2) 그래서 좀 안타까웠습니다.

 

어쨌건 그동안 늘 그랬던 것처럼 강대한 무오지넬과의 전쟁에서도 기죽지 않고 전투에 나서는 등 몇 번이나 나라를 구하고 인덕도 있는 티글이 브륀의 왕이 되는 게 아니냐는 복선이 나왔습니다. 이전에도 나왔지만 이번엔 아예 기정사실처럼 흘러가는군요. 티글은 왕이 된다는 것에 딱히 싫지도 좋아하지도 않지만 하렘이 완성되려면 이 길 밖에 없겠죠. 그리고 속이 시커먼 발렌티나가 움직이면서 또 다른 격랑 속으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이 작품은 참 우직하게도 심각함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다는 아이덴티티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무오지넬과의 전투는 제법 진지하게 이어가지만 표현력 부족인지 그리 심각하게 표현되지는 않고요. 병사들 간 전투에서 피와 살이 튀는 장면은 리얼하게 표현은 하고 있지만 나라 간 전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민간인의 비참함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브륀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기에 다소 미흡한 점이 발견되곤 합니다.


 

  1. 1, 오면서 점령한 곳 수비를 위해 병력의 일부를 그곳에 남겨둠
  2. 2, 이번에 소피야에 의해 길은 있다는 복선이 나오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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