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품은 소녀 1 - L Novel
나나사와 마타리 지음, 루케이치 안드로메다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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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읽다 보면 이런 노래가 떠오릅니다. 태진아의 '미안 미안해' -행복 찾아서 꿈을 찾아서 저 멀리 떠나야 해-(저작권에 걸리려나), 사나이로 태어났으면 무우라도 심어야지 같은 야망으로 대륙을 통일하고 성군 정치로 태양제라는 닉네임을 부여받으며 말년까지 칭송을 받았던 황제가 죽은지 100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손자 놈이 3대째 왕위를 이어받아 나름대로 대륙을 잘 굴리던 어느 날, 황제는 여명 계획이라는 거창한 프로젝트를 시행하시는데요. 거기에 끌려가 내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주입식 교육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랐던 코드네임 13번, 이후 '노엘'이라 이름 지어지는 소녀는 태양제 손자 놈이 죽도록 싫었습니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라면 으레 사랑하는 이성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말년에 한날한시에 떠나는 게 행복일까? 기본적인 행복은 무엇일까, 배가 고파 밥을 먹고 포만감에서 오는 만족감? 한정판을 손에 넣었을 때? 누군가에겐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며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 삶이 행복이라 할 수 있겠고, 키우던 개가 새끼를 낳았을 때 일 수도 있겠고, 각자가 추구하는 행복이란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지 않을까요. 이 작품의 주인공이자 히로인인 '노엘'은 친구가 알려준 행복을 찾아 여행을 떠납니다. 그녀에게 있어서 행복이란 무엇일까. 친구의 죽음에서 행복의 편린을 발견하는 그녀, 행복하지 않으니까 죽은 것이다. 때론 섬뜩함을 선사합니다.

 

이 작품은 시종일관 '행복'이라는 키워드가 둥둥 떠다닙니다. 연구소를 떠나 시골마을 거쳐 만나는 사람마다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그녀는 적, 아군 가리지 않고 답을 알기 위해 반란군에 들어가고 토벌군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악덕 영주를 치기 위해 분연히 일어난 반란군에서도, 그 반란군에게서 구해주게 되는 영주 가족들에게서도, 손바닥 뒤집듯 토벌군에 가담해서도, 행복이라는 답은 얻지 못합니다. 왜냐면 사람에게 있어서 저마다 추구하는 행복은 다 다르기에, 시행착오는 필연이 되어 가죠. 그리고 노엘은 인연이 닿아 영주의 아들 엘가와 직속상관이 되어가는 신시아와 약속을 나눕니다. 행복이란 무엇인 가의 답을 언젠가 찾자고...

 

기껏 지옥 같은 연구소를 빠져나왔더니 왕위를 둘러싼 전쟁에 휘말려 버립니다. 3대 손자 놈의 아들들 4대째가 되겠군요. 판타지에서 흔한 집안싸움 같은 것이 일어나고야 마는데요. 가족이라도 수 틀리면 전력으로 까부순다를 이 작품에서도 이어가고 있죠. 서로가 파벌을 만들어 너 죽고 나 살자식으로 음해하고 독을 타고(이건 비유) 암살을 시도하는(이것도 비유), 그런 시궁창 속에 노엘은 굳이 발을 들여서 개헤엄을 칩니다. 이 과정에서 노엘은 배우지 못했기에 모르는 순수함과 배웠기에 잔혹해지는 이중성격을 극명하게 보여주게 되는데요. 연구소에서 주입식 교육을 받으며 자라온 그녀에게 있어서 사람을 선악으로 나누는 게 아니라 친구인가 아닌 가로 나눠 버립니다.

 

옛날에 이런 소재가 유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어떤 비밀 연구소에서 각종 실험을 당하던 주인공이 탈출하여 악에 맞서 싸우는, 지금 당장 몇몇 작품이 떠오르는데 제목은 생각이 안 나는군요. 이런 작품의 주된 내용은 연구소에서 탈출한 주인공을 처단하기 위한 자객을 상대하고 정부의 관계자에게 회유 당하고, 그러다 뜻이 맞는 사람을 만나 친해지죠. 자기 있을 곳을 만들기도 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기도 합니다. 때론 모든 걸 내려놓고 사랑하는 사람과 살아가다 자객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되고 분노로 점철된 주인공은 복수극을 펼치기도 하죠.

 

그 과정에서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고찰을 하기도 합니다. 주인공은 연구소에서 행복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실험을 당하며 고통 속에 나날을 보내게 되고 그러다 우연찮은 기회에 행복을 알게 되죠. 그리고 자신이 받았던 부조리와 불합리를 깨달아 가고요. 이런 것도 있죠. 행복의 증표인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 아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슬픔, 그리고 그 아이가 자라 자신과 대적하게 되는 아픔, 이것을 뛰어넘었을 때 주인공은 진정으로 행복이라는 환상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인가. 그런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고...

 

이 작품의 주인공이자 히로인인 '노엘'또한 그런 경우입니다. 악의 연구소에서 철이 들 때부터 인간병기로 키워진 그녀, 소모된 동료 대신 추가된 친구에게서 그녀는 행복이라는 환상을 알아갑니다. 이제는 죽어버린 친구, 주검 앞에서 그녀는 약속합니다. 행복을 찾겠다고, 그리고 그녀는 길을 떠납니다. 시골 마을에서 만난 친구들, 그리고 전쟁터에서 만난 동료들에게서 행복이란 무엇인지는 묻고 다니죠. 하지만 돌아온 답은 하나같이 자기 주관적이었고 노엘이 알고 싶었던 행복과는 거리가 멀기만 합니다. 어떻게 하면 행복을 알 수 있을까, 자칫 섬뜩하게 들릴 수 있는 이 질문에 답을 과연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일단 2권이 나오면 구입은 하겠는데 딱히 와닿는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사실 행복 찾기라는 키워드를 표방하고는 있지만 실상은 악의 연구소에서 키워진 인간병기가 세상 밖으로 나와 전쟁의 주역이 되어 날뛴다는 이야기 그 이상은 아닙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적을 맞아 싸우고 같은 시설의 동료를 만나 필연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는 클리셰를 내포하고 있기도 하죠. 선악은 나눠져 있지 않습니다. 선악의 개념보다 친구인가 아닌 가로 나눠서 니편 내편이 되어 싸우죠. 노엘 역시 딱히 이쪽 진영이 마음에 들어서 몸을 담는 게 아닌 친구로 지내자라고 말을 건네 상대가 수락하자 몸을 담는 희한한 모습을 보이게 되요.

 

그런 면에서 약간 사이코 기질이 있는 노엘의 언동과 행동이 천진난만하여 흐뭇하게 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엔 연구소에서 주입받은 잔혹함이 숨어 있죠.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웃으며 사람을 도륙하는 섬뜩한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합니다. 군사학을 전수받은 경험으로 마치 양웬리처럼 전쟁의 판도를 바꾼다거나 도적의 무리를 자기 수하로 만드는 등 하나의 영웅적인 면모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러해서 얻는 시기와 질투라는 클리셰도 따라오고요. 하지만 그녀가 바라는 진정한 행복과는 거리가 멀기만 하죠. 자신으로 인해 정세가 크게 바뀐다는 걸 개의치 않는, 그런 그녀의 천진난만한 겉모습에 속아 넘어가는 어른들 하며 대략 난감은 이런 게 아닐까 했군요.

 

맺으며, 행복 찾아 삼만 리 같은 것입니다. 자신에게 행복을 가르쳐준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세상 밖으로 나와 여행 중이지만 좀처럼 찾을 수가 없습니다. 아니 애초에 행복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는 상태이니 찾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죠.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보지만 행복이란 저마다의 주관적이다 보니 도움이 되지 않게 되요.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보는 이로 하여금 애틋함을 심어줄 만도 하겠건만 그런 게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항상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웃음이 떠나지 않는 그녀에게서 감정이입을 못할 수도 있는데 돌이켜보면 감정 표현에 서툴러 항상 웃는 것 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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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포 현자의 이세계 생활 일기 2 - L Novel
코토부키 야스키요 지음, John Dee 그림, 김장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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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주인공 제로스가 이세계로 넘어가 생활하는 이야기 그 이상은 없었습니다. 이 작품의 특징을 들라고 하면 대부분 이세계 전생물에서 등장하는 주인공의 나이가 많아야 20대인 반면에 이 작품의 주인공은 40살이라는 것입니다. 다나카가 35살로 최고령을 갱신하였는데 그보다 5살이나 더 많군요. 물론 죽어서 갓난 아이로 태어나는 환생물에서는 최대 90살도 있었긴 합니다만. 환생의 경우엔 아이부터 시작하니까 정신적으로는 문제(?) 있어도 육체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었죠. 그런데 솔직히 현실에서도 40살이면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될 나이잖아요.

 

머리카락은 빠지지, 배는 나오지, 조금만 움직여도 허리 나가지, 나날이 기억 감퇴하며 밤엔 또... 그런 아저씨가 이세계로 넘어갔으니 제대로 생활이 될 리가 없잖아요. 자신이 하던 온라인 게임 캐릭터의 스테이터스를 그대로 받았다곤 해도 체력적, 외모 등에 있어서 여러모로 불편이 따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주인공은 초식남이 되어 버립니다. 주변에 10대 여자애들이 바글 거려도 주인공이 그런 여자애들과 엮이면 범죄가 된다는 걸 인식하고 있다는 작가의 배려(?) 때문인지 그 이상의 관계도 맺지도 않게 됩니다. 사실 이런 것들은 라이트 노벨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그야 흥미 위주인 도서에서 주인공과 히로인, 나아가 하렘을 형성하며 자중지란을 일으키는 게 최대 포인트이잖아요. 이 작품에서도 히로인들은 꽤 나옵니다. 이번 2권까지만 해도 벌써 5명이나 되요. 게다가 전부 10대(아마도)이고요. 그런데 그 히로인들과 엮이는 것도 없고, 복선은 고사하고 플래그조차 없는 것입니다. 팥 없는 찐빵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죠. 물론 생활하면서 부대끼는 건 있지만 이걸 두고 복선이니 플래그니 하진 않습니다. 그걸 반증하듯 히로인 1호이자 본처로 보였던 '세레스티나'는 제로스와 계약했던 2개월이라는 교육 기간이 끝나자마자 학교로 냉큼 가버립니다.

 

떠날 때 '우리 다시 만나요.'라든지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얼굴 붉어지며 어쩌고 같은 게 일절 없는, 필자가 살면서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 했군요. 물론 40살과 15살(아니 16살인가) 커플은 솔직히 아니긴 합니다. 그래도 뭔가 허전하다고 할까요. 아닌 게 아니라 세레스티나의 성장을 위해 수련을 떠난 대산림에서도 그녀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그녀를 지키기 위해(세레스티나는 서자지만 일단 귀족) 같이 온 기사들이 더 설치는 본말전도 같은 일도 일어납니다. 그래놓고 작가는 남녀가 서로 끌리기 위해선 코드가 맞아야 된다는 이상한 설정을 꼽아 버리는데요.

 

세레스티나 이후에 만나는 여자애들로 구성된 3인 용병을 만나고 나서도 별로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하지만 이대로는 재미가 없다는 걸 작가도 인지했는지 그중에 하나에서 코드가 맞을지도 모른다는 복선을 내놓기도 하고, 마을에서 고아들을 보살펴주는 수녀 '루세리스'에도 필이 꼽히는 등 이야기가 중구난방이 되어 가요. 만나는 애들은 많은데 범죄 성립에 이상한 집착을 보여줘서 그 흔한 아이쿠 미끄러졌네 쪼물딱 같은 이벤트는 보여주지 않습니다. 거기다 같은 날 여신의 계략으로 인한 하던 게임이 폭발(?) 하는 바람에 휘말려 죽은 동향 일본인 여자애도 끼여 있지만 주인공의 취향이 아니라는 이유로 개밥의 도토리가 되어 버리고요.

 

그건 그렇고 비인간(가령 드래곤, 칼, 자판기) 환생물에서는 인간이 될 수 있다는 복선이 나오듯, 나이 많은 전이물 가령 다나카와 마찬가지로 젊어지는 비약이라는 복선이 나와 버렸군요. 이럴 거면 뭐 하러 비인간, 고령으로 설정을 잡았는지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고생을 하며 손에 넣은 성과물에서 얻는 카타르시스를 표현하려고 하는 걸까요. 아니면 소소한 보상이라는 개념일까요. 차라리 갖은 고생 끝에 우연찮게 손에 넣는 거라면 성취감이나 충족감이 생기지 않을까 싶지만 뭐 아무렴 어때요. 그것을 위해 10대 여자애들을 기용하는 떡밥일 수도 있고 아니면 진시황을 꿈꾸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좌우지간 윤리관은 괜찮은 거냐...

 

남자로 태어났으면 무우라도 심던지, 자기 의지로 이세계로 넘어온 건 아니지만 그래도 꿈을 꾸며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줘도 좋잖아요. 힘을 이용당한다는 우려로 숨어 지내려는 의도는 알겠는데 그로 인해 슬로우 라이프를 보는 독자들도 좀 생각해줘야 되지 않을까요. 애들을 가르치고, 집을 짓고, 밭을 일구고, 광석을 캐고, 겸사겸사 위기에 빠진 여자애도 구해주고, 그러면서 난 위대하다며 각종 마법식 등을 만들어 나 대단하지? 잘랐지? 같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악용될지 모르니 비밀입니다? 드워프 따라 공사판에도 몸담고 늙어가는 것을 한탄하고 후세에 이름이 회자 되는걸 희망하는 주인공...

 

맺으며, 이 작품은 농촌 슬로우 라이프 그 이상은 아닙니다. 사실 히로인들이 많이 나오더라도 주인공같이 늘그막에 나이차로 인해 어쩌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보면서 지나간 세월을 되새기고 앞으로의 생활을 영유한다는 그런 아이덴티티일 수도 있어요. 제목 그대로 아저씨가 이세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실시간 방송으로 써가는 느낌이랄까요. 어쩌면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마법이 가미되어 있고요. 어쨌건 보이는 족족 노예로 잡혀간다는 엘프 복선과 저런 주인공이라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는 귀족들 간 알력이라는 복선이 추가되면서 앞으로 조금은 발전할 가능성은 있긴 합니다.

 

하지만 아저씨가 주변이나 다른 사람의 일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려는 초식남이다 보니 앞으로도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을 거 같기도 합니다. 주인공 제로스가 워낙 강해서 달려드는 불똥은 간단히 떨쳐 낼 수 있기도 한지라 인원을 대규모로 동원하지 않는다면 주인공을 이길 사람도 없어서 이런저런 일에 엮일 일도 없어 보였고요. 물론 세레스티나같이 자기가 알고 지내던 여자애들 특히 루세리스가 위험에 빠진다면... 뭐, 세계는 멸망하겠지만요. 여튼 아저씨가 현실에서 하던 게임, 이세계 여신이 마왕을 봉인했다는 그 게임에 대해서 의문과 위화감이 등장하며 복선이 투하되기도 했지만 어디 복선 없는 작품이 있을까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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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할 수 있는 몰래 돕는 마왕토벌 2 - Novel Engine
츠키카게 지음, bob 그림, 정대식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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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토벌에 있어서 정석적인 전개는 용사가 시작의 마을에서 출발해 동료를 모으고 왕녀를 만나 사랑을 약속받고 여행의 종착역에서 마왕과 결전을 벌이는 것이잖아요. 보통 해피한 판타지라면 여기서 마왕을 토벌하고 인류에게 평화를 그리고 왕녀와 결혼하면서 아름답게 끝을 맺는 게 클리셰이자 이상석이라 하겠죠.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의 용사는 어떠할까, '토도 나오츠구'는 용사로 선택되어 이세계로 전이 당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한창 날뛰고 있는 마왕을 쓰러트려 할 운명을 하사받게 되죠. 각종 가호하며 장비 그리고 하렘이 빠지면 섭하지 등 용사가 가져야 할 덕목(?)을 두루 가지고 출발을 합니다.

 

왕녀는 안 나오지만 나름 귀족가의 영애 둘을 동료로 받아들였고, 작중에는 안 나오지만 마왕을 쓰러트리면 왕녀에 준하는 여자와의 사랑도 약속되어 있었겠죠(1). 그렇게 핑크&장밋빛을 안고 떠난 여행길, 그런데 문제가 발생합니다. 토도는 분명 용사로써 소환되었고 그에 준하는 가호 등 용사가 틀림이 없지만 우리가 아는 흔한 용사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용사는 맞는데 용사가 아닌? 뭔 말이냐면요. '허접' 토도를 표현하자면 이 단어 하나로 충분합니다. 우리는 이세계 전생물에서 주인공이 사기급 스킬을 받거나 각성해서 먼치킨이 되는 걸 흔히 보잖아요. 그거 다 거짓이라는 양 이 작품은 혼돈을 선사합니다.

 

남을 의심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으며,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무슨 일이 벌어질지 한 두수 앞을 내다보고 행동하는 것이 아닌 이게 옳은 일이니까 하는 것이다.라는 즉흥적인, 생각이라는 걸 포기하고 이게 맞다 싶으면 직진뿐인 행동력, 이걸 자신만의 정의라고 하는 걸까요? 동쪽의 나비 날갯짓이 궁극적으로 서쪽에서 태풍이 될 것이라는 걸 꿈에도 모르는 식으로 하는 행동, 순수하니까? 그나마 자신의 정의를 타인에게 요구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참 다행이긴 한데 이게 또 아주 없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다 떠나서 지금 토도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문제인 것은 적의 능력과 실력을 가늠하지 않고 돌격하기라는 것입니다.

 

초보가 대뜸 엔딩 보스에게 덤비는 짓은 누가 봐도 무모하잖아요. 시작의 마을을 나서자마자 마왕과 맞닥트리는 건 아니지만 토도는 그만큼 무모한 행동을 잘 합니다. 그렇담 지식이 없으면 배우면 되는 것이고 실력이 없으면 기르면 됩니다. 그걸 위해서 '아레스'라는 사실상 이 작품의 주인공을 붙여 두었는데 토도는 그가 남자라는 이유로 파티에서 방출, 그리고 그가 빠진 승려라는 자리를 메꾸기 위해 지금 언데드 총본산 대분묘라는 미궁이 근처에 있는 마을에 왔습니다. 그리고 도토는 대분묘 언저리에서 언데드가 내쏜 괴전파에 기절, 용사로 선택되고 그에 걸맞은 사명감을 가진 용사가 언데드에 기절하고 징그럽다고 우기고 있습니다.

 

사실 평화로운 일본에서 살다가 이세계로 전이되어 대뜸 싸우라고 하니 의지는 있어도 몸이 안 따라주는 건 어쩔 수 없겠죠. 뭣보다 용사는 시작의 마을에서 출발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그를 가르칠 아레스라는 승려를 붙여 주었건만, 애가 남자 공포증이 있다며 하루 만에 너 님 해고 이럽니다. 기가 찰 노릇이죠. 그렇다고 이세계나 마왕에 대해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막연히 마왕을 무찔러야 된다고 하니 여행을 하고 있는 것뿐, 그래서 그가 하는 행동은 소풍 성격의 그 이상으로 비춰지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고생은 아레스가 몽땅 뒤집어쓰고 있죠.

 

아레스는 이번에도 언데드를 무서워하는 토도를 위해 무던히도 애쓰면서 새로운 승려로 고아 '스피카'라는 12살 소녀를 붙여주게 되는데요. 여기서 중대한 분기점이 발생합니다. 용사를 키워서 마왕과의 싸움에 대비하는 아레스의 가르침은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물음을 던진다는 것인데요. 그의 용사 교육 방식은 자신의 몸을 불 살라 안전하게 용사의 렙업을 도우는 가령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닌 고기를 잡아서 주는 게 아레스의 교육 방식'이라는 겁니다. 이건 전재가 잘못된 것이죠. 그래서 아레스의 동료인 실전파 '그레고리오'가 등장하면서 상황은 돌발적으로 삐거덕 거리게 되고 급기야 스피카마저 아레스의 교육 방식은 잘 못 되었다고 선언하기에 이릅니다.

 

문제는 이 작품에서 제대로 된 인간이 없다는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이어 갈려는지 알아채는 인물이 없다는 것입니다. 스피카도 뭐가 문제인지 알고서 하는 것이 아닌 그저 아레스는 상냥하기에 교육받기엔 부적합하다는 견론을 내려 버리죠. 스피카가 아레스의 도움을 받아 초반에 광렙을 이룬 것에서 그의 교육하에 있는다면 분명 멋지게 성장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뿐입니다. 고기를 아무리 잡아줘도 고기 잡는 법을 모른다면 언제까지고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걸 제일 처음 깨달은 게 스피카라는 아이러니, 고작 12살짜리 소녀가 아레스라는 운동장만 돌다가 드디어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과정의 중심엔 아레스의 동료 그레고리오가 있었기에 가능한 이야기였습니다. 작가의 언급은 없었지만(후기에 있으려나) 실전파인 그는 이론으로 배우는 것보다 몸으로 때우며 배우는 게 성장하는데 적합하다는 논리를 내세우는데요. 아레스처럼 뒤에서 길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단서를 주며 네가 알아서 해라. 성장하지 못한다는 너의 그릇은 거기까지라는 논리, 사실 이렇게 순화하며 썼지만 그레고리오는 자기중심적인 신앙에 몸을 두는 중증 골수 신도인데요. 신앙만 있다면 안 되는 것은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허접한 용사를 신앙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처단하려는 궁극적인 사이코입니다.

 

사이코지만 그레고리오의 '힘이 없는 정의는 무능이자 죄'다라는 논리는 마왕을 무찌르는데 있어서, 그리고 성장하기 위해 용사보다 더 큰 고뇌를 안아 버린 스피카에게 있어서 지금 필요한 게 무엇인 지 하는 길잡이가 되어 버립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는 부분이었군요. 고아로 성장해 얼굴이 반반하다는 이유로 선발되어 용사 파티에 집어 넣어진 스피카, 타의에 의해 성장하길 강요받으면서도 자기가 나아갈 길을 제시한 아레스에게서 길을 본 게 아니라 힘이 없는 정의는 무능이자 죄라고 하는 그레고리오의 말에 그의 제자가 되고자 하는 장면은 이 작품이 가진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금 깨닫게 해줍니다.

 

요컨대 이런 거죠. 성장하기 위해선 몸으로 부딪혀 봐야 할 때도 있다는 것, 아레스의 용사 교육은 어딘가 어긋나 있다는 걸 간접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합니다. 그건 그렇고 스피카의 성장을 보건대 얘도 예사롭지가 않군요. 엑스트라로 그칠 줄 알았는데, 아레스에게 경험치 쩔 받을 때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모습하며 어딘가 흐뭇하게 합니다. 초반엔 쭈뼛쭈뼛 거리던 애가 후반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나는 장면은 이 작품의 본질을 다시 보게 하는, 그녀를 보며 성장이라는 것에서 본디 자신의 한계는 스스로 극복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맺으며, 사서 고생하는 아레스와 그걸 평가하며 옆에서 무뚝뚝하게 비아냥 거리는 아멜리아와의 찰떡궁합이 재미있습니다. 여기에 길치 동료가 늘어나면서 다음 권은 더욱 재미있어질 듯, 깊이 생각 안 하고 표면적으로만 움직이는 용사 토도에겐 여전히 발암물질이 떠다니고요. 그에 따른 에피소드 중 남자?! 여자? 뭐? 남자를 좋아해? 등 아레스에게 들통나지 않은 토도의 정체 때문에 일어나는 이야기는 배꼽을 빠지게 합니다. 스피카는 귀엽지만 야무진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무능을 대표하는 용사 곁에서 그녀는 자신이 나아갈 길을 보게 되죠. 무능을 인지 못하는 용사와, 무능을 뛰어넘기 위해 일어선 스피카

 

오직 신앙만이 장땡이라고 외치며 신앙만 있으면 안 되는 것이 없다는 그레고리오 때문에 생기는 긴장감은 자칫 무미건조해질뻔한 이야기에 감초를 던집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방식은 과격해도 아레스의 교육이 잘못되었다는 메시지를 던지죠. 그래서 용사에게 최대의 위기가 찾아옵니다. 무능을 대표하는 용사에게 있어서 신앙의 힘이야말로 정의라고 외치는 그레고리오와의 만남은 지옥 편도 티켓이나 다름없게 되는 것이죠. 아레스는 그걸 알기에 그와 만나는 걸 회피하게 했으나 그걸 비웃는 용사에 의해 파토되어 가는 과정은 이 작품의 또 다른 아이덴티티가 아닐까 했습니다. 세상사 내 뜻대로 되는 게 없다는?

 

필자는 웬만하면 추천하지 않지만 이 작품은 추천합니다.


 

  1. 1, 왜 과거형이냐면 이야기가 진행 되면서 용사의 정체로인해 그럴 수 없게 되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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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거라 용생, 어서 와라 인생 4 - L Novel
나가시마 히로아키 지음, 이치마루 키스케 그림, 정금택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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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4권은 흡혈귀 왕 지오르에게 붙잡혀간 학우 구출과, 흡혈귀 여왕 '드라미나'의 복수극을 다루고 있습니다. 퀘스트를 받아 변방 마을에 가보니 미리 와 있었던 학우 '파티마'가 흡혈귀 왕 '지오르'에게 붙잡혀 가버렸고 이에 주인공 드란은 탈환에 나서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지오르에게 멸망당한 나라의 여왕 '드라미나'를 만난 드란은 그녀의 올곧은 성품에 이끌려 그녀를 도와주게 되는데요. 사실 드란에게 있어서 상대가 아무리 강한들 적수가 되지 못합니다. 그야 드란의 힘은 신급이니까요. 그래서 드란을 적으로 돌린다면 상대는 100% 인생 끝난다고 봐야 하죠.

 

뜬금이 없다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드래곤 전생자의 이야기에 왜 흡혈귀가 나오냐고요. 아니 뭐, 판타지 세계에서 흡혈귀는 빠질 수 없는 이야기 중 하나이긴 한데 문제는 지금까지와의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의 이야기에서 전혀 쓸데없는 주제라는 것입니다. 느닷없이 나타나서 대륙을 호령하는 흡혈귀입니다.라고 해봐야 뭐 어쩌라고요.라는 심정일뿐이었군요. 주인공의 전생에서 접점이 있었던 존재들이라면 일말의 수긍은 했을 겁니다. 그런데 그의 독백에서 유추해보자면 있긴 있는 종족이었고 단지 그것뿐인, 세상 만물 중에 하나에 지나지 않는 존재였을 뿐 주인공 드란에게 있어서 흡혈귀는 눈여겨본 종족이 아닌 것입니다.

 

그야 아무리 난다 긴다 한들 주인공 드란에게 있어서 한낱 벌레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고신룡(욜라 짱쎈 드래곤)일때는 말할 것도 없고 약화된 지금도 '흠'이라는 말버릇을 내뱉으며 내지르는 칼 몇 방에 그가 못 자르는 건 없어요. 그걸 이번에 또다시 보여줍니다. 당췌 뭐냐고요. 자신을 인간으로 환생 시킨 장본인을 찾는 거 아니었어요? 아니 복선만 투하 해놓고 4권에 들어서기까지 진실에는 요만큼도 다가가지 않고 있잖아요. 그렇기는커녕 가는 곳마다 마누라 만들기 삼매경이고 이거 드래곤 환생자가 아니라 무슨 삼천 궁녀 의자왕이 환생한 건가? 아주 쐐기를 박는 게 이번에 흡혈귀 여왕 '드라미나'와 학우 '레니아'까지 가세시켜 버립니다.

 

그래서 이번 이야기는 히로인이라 쓰고 마누라 만들기 그 이상의 의미는 없습니다. 더불어 리뷰를 어떻게 써야 할지 난감하기 그지없었군요. 정석적으로 위기에 빠진 여인을 구해주고 주인공의 상냥한 성격에 이끌려 히로인 대열에 합류하는, 나이는 생각도 안 하고(흡혈귀라 나이를 거의 먹지 않습니다.) 얼굴 빨개져서 주인공 가슴팍에 얼굴을 묻는 드라미나, 사실 나라가 멸망하고 백성이 도륙되고 복수를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닌 그녀가 느꼈을 외로움은 컸다 할 수 있겠죠. 거기에 나라와 백성을 지키지 못한 분노, 자신의 나약함, 원수에 대한 원망, 그런 것이 모여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주는 드란의 상냥함...

 

그런데 세리나는 어디다 팔아먹은 것이냐고요. 이번 에피소드에서 일러스트 한 장에 몇 페이지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크리스는 거의 언급조차 되지 않고요. 레니아는 3권에서 잠깐 얼굴을 비춘 적이 있는, 학교에서 짱 4강 어쩌고였는데 자신도 드란과 마찬가지로 환생자라는 자각하에 싸돌아다니지만 그녀 역시 드라미나와 같은 길을 걷게 됩니다. 요컨대 주인공 드란의 히로인이라 쓰고 마누라 대열에 합류한다는 이야기죠. 드란은 분명 복상사로 죽을 운명인 게 틀림이 없습니다. 요기까지 오면 히로인만 11명이 되요. 개중엔 드란과 버금가는 히로인도 있고, 드란에게서 정기를 받아 강해진 히로인도 있고, 2세가 태어난다면 분명 마왕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작중에서도 그런 언급이 있어요. 세계 정복 말입니다. 마약에 취해 헤롱헤롱하며 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드란의 정기를 받아버린 세리나는 더 이상 남편 찾기를 포기하고 드란의 곁을 차지하며 보통의 라미아와는 차원이 다른 힘을 보여주고 있죠. 전생에서 용사가 아니었을까 하는 복선이 나온 크리스라던지, 레니아까지 오면 주인공 드란급 고신룡이 재림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드라미나에 와서는 아예 드란의 피를 먹어 버렸으니 앞 날이 심히 걱정될 정도죠. 흡혈귀 여왕 드라미나와에서 2세가 태어난다면 이 또한 세계 멸망급이 아닐까 싶기도 하군요.

 

그러고 보면 주인공은 의자왕이 되어 세계 정복이 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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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사 치트가 너무 최강이라 이세계 녀석들이 전혀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만. 4 - J Novel Next
후지타카 츠요시 지음, 나루세 치사토 그림, 권미량 옮김 / 서울문화사 / 2018년 4월
평점 :
품절


                                  

 

뭐랄까 작가는 언급이 없지만 이 작품은 그동안 나왔던 여타 이세계물의 주제를 전부 끼얹어 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고 표절 형식으로 끼얹어 놓은 건 아니고 작가 나름대로 어레인지를 잘 해놨는데요. 이 작품이 특이한 건 이세계엔 왜 주인공 혼자 혹은 많이 가도 클래스 하나 정도에 그치는 걸까를 떠나 아주 대놓고 대량으로 보내는 걸 들 수가 있습니다. 거기에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라 한 명 한 명이 여타 작품의 주인공급이죠. 여신에게 소환된 용사나 고양이 신에게서 힘을 받은 여고생등 그들의 인생사를 추적하면 또 다른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을 만큼 비중이 상당하다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이들의 이야기가 주인공 요기리에게로 모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같이 요기리를 잡아먹지 못해 살기를 띄게 되고 요기리는 '죽어' 한마디를 하죠. 그러면 모든 게 끝이 나버립니다. 아무리 주인공급 등장인물이라도 요기리 앞에서는 엑스트라에 지나지 않게 되요. 사람은 착하게 살면 복받는다지만 작가는 그런 복은 필요 없다는 식으로 힘에 취한 인간이 어떻게 변하는지 적나라하게 표현해버리는데요. 사실 이런 면들은 여타 이세계물을 비꼬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평범한 인간이 이세계로 넘어가 힘을 얻어 권선징악을 행한다. 정석적이지만 그렇지 못한 인간도 있다는 걸 이 작품은 보여주죠.

 

멀리 갈 필요 없이 우리나라만 해도 완장을 차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뉴스에서도 종종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 예로 아파트 입주자 대표가 관리 사무소장에게 갑질하던 장면은 유명하죠. 이 작품은 그런 인간들로 바글바글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리고 요기리를 종착점으로 했다가 죄다 영면에 들어가고요. 현실에서도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래서 그런가 주인공의 사기급 스킬(인지 뭔지 밝혀지지도 않았지만요.) 때문에 작품을 다 버려 놨다는 분들도 계시지만 필자의 경우 대리 만족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보통은 이런 중2병이 만연하는 작품을 이렇게 집중해서 읽지 않는데 말입니다.

 

각설하고 하나하나가 일당백 이상인 신들과 능력자들을 보고 있으면 원펀맨이나 영화 엑스맨을 떠오르게 합니다. 똑같진 않지만 그런 능력자들이 많이 나오는데요. 그런 상황에서 사기 속성 주인공은 사다리 끝까지 올라가 먼저 차지하고 있을 뿐 중간까지 기어 오른 능력자들도 많아요. 개중엔 세계 멸망급 신들도 있지만 결국 사다리 끝엔 요기리가 차지하고 있어서 기어오르지 못하고 떨어질 뿐이죠. 그래서 중2병 불쏘시개 같은 거라 여기는 분들도 많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강한 정도가 아니라 말 한마디에 세계의 운명이 좌우되니 사람이 고생도 해봐야 성장하는 것인데 이렇게 강하면 뭐 어쩌자는 걸까 싶기도 할 겁니다.

 

결국은 주인공의 정체는 모든 만물의 생과 사를 관장하는 신(神)이다라는 걸 이야기하고 싶은 게 아닐까 했습니다. 이런 복선은 간간이 나오고 있고, 이번에는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버리기도 합니다. 이미 2권에서 현자 킬러 아오이가 복선을 투하해버렸기도 하고요. 가만 보면 일본 작가들은 신적인 존재에 무척 집착하는 거 같아요. 그 예시로 드래곤 볼이 있겠고, 몇몇 라노벨에서 그러한 경향을 보여주기도 하죠. 그런 의미에서 자꾸 언급하게 되는데 이세계는 주인공을 신격으로 격상 시키거나 눈을 뜨게 하기 위한 공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갑니다.

 

어쨌건 이 작품은 주인공만 바라보지 말고 주변에서 알짱거리는 면면들과 그들의 사정을 눈여겨본다면 이 작품은 달리 보일 겁니다. 하나같이 자신만의 정의에 도취되어 갑질하고 까불다가 황천길 편도 승차권을 획득해 가는, 이것은 너나 우리 편 니편 내 편이라는 기준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힘에 취하면 얼마나 추악해지는지 잘 보여주죠. 그리고 그 말로는 하나같이 똑같습니다. 불만이 있다면 이것이군요. 좀 더 괴롭히고 보내 드려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이번에 요기리는 괴롭히는 방법을 터득했으니 앞으로 볼만해지겠죠. 문제는 그렇게 해줄 반 친구들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지만요.

 

이제 와 본론으로 들어가서, 요기리 일행은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현자 시온을 만났지만 그녀라고 딱히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미 요기리도 알고 있는 정보 그 이상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시온, 밀리초 단위로 렙업을 해가며 현자 중에 최강(아마도)이라 일컬어졌던 시온은 그를 만나 콧대가 부서진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제대로 만끽하게 됩니다. 요기리가 이세계로 오게 된 원흉, 반 친구들이야 죽든 말든 상관은 없지만 왠지 열받네요. 하지만 어릴 적 아사카에게서 제대로 교육받은 그는 문명인입니다. 상대는 그렇게 생각 안 하고 어떻게 하면 그를 죽일 수 있을까 연구를 거듭했지만 이젠 소용없군요.

 

사람은 궁지에 몰리면 솟아날 구멍을 찾는다더니 기어이 그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았지만 현자 시온은 막차 타고 떠나 버렸습니다. 이제 뭔 소용이랴, 이걸 거면 뭐 하러 페이지를 낭비하나 싶을 정도로 요기리를 죽이기 위해 온갖 연구를 다하더니, 하지만 끈질긴 바퀴벌레 한 마리가 살아남았고, 그녀의 의지는 핸섬 남 바퀴벌레(요기리 반 친구)의 손에 넘어가게 되었군요. 그리고 남은 반 친구들은 현자 시온의 명령에 따라 배틀로얄 속편을 찍었지만 핵폭탄 앞에 장사 있으랴는 듯 모든 게 평정되어 버렸습니다. 작가는 꿈과 희망과 젖과 꿀이 흐르는 기회의 이세계 같은 건 개나 줘버렸습니다.

 

허망하다는 건 이런 거죠. 전부 힘에 취해 오만에 빠지지 않았다는 것처럼 개중엔 개념인도 있어 보였고, 처절한 삶을 뛰어넘어 이제야 좀 잘 되나 했는데 이 역시 너도 똑같아라며 다들 버스에 태워 보내 버립니다. 거기에 작가는 멸망하는 도시에 전직 히로인을 대려다 놓고도 잊어 버려요. 아니 요기리가 그토록 애지중지하는 히로인중 하나였는데 까먹다니? 하기사 '로리 드래곤'도 그렇게 허망하게 보내 버렸는데 짝퉁 히로인이라고 다를 게 있을까요. 사실 중요한 복선이었는데, 주인공에게 있어서 소중한 건 오직 토모치카 한 사람, 어릴 적 자신을 돌봐줬던 아사카의 그림자를 봤는지 이젠 집착으로 그녀를 보살펴 주는 것에서 뭔가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맺으며, 작가는 언급이 없지만 이로써 1부 완결입니다.(작품 자체가 끝났다는 게 아님다.) 원래의 세계와 이어지는 혹은 만들어진 이세계라는 복선을 무진장 떨궈놓고 이렇게 마무리해버리네요. 여튼 요즘 나오는 작품 중에 중2병이 아닌 작품이 있을까마는 이 작품도 그 의미적으로 굉장합니다. 온갖 설정하며 인종하며, 하지만 싼 티 나는 느낌은 없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갑질하는 인간들 나가 죽는 맛이 있다고 할까요. 참고로 여기서 갑질은 그런 경우도 있지만 힘에 취해 오만방자해진 무리와 개인을 말합니다. 등장인물 90% 이상이 여기에 해당 되요. 이게 뭐가 재미있나 싶기도 하지만 자신만의 정의에 빠져서 남의 말을 안 듣는 인간들은 혼 좀 나 봐야죠. 문제는 해당자들은 그걸 느낄 사이도 없다는 것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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