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의 주인님 4 - S Novel
히구레 민토 지음, 팀에스비 옮김, 나포 그림 / ㈜소미미디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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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모험심 강한 사람이라도 느닷없이 지식에도 없는 땅에 떨어진다면 어떨 것 같나요. 가령 우리나라같이 안전한 곳에서 살다가 알몸으로 아프리카에 떨어진다고 생각해봅시다. 거기엔 사자 등 사람에게 위협이 되는 동물이 아주 많아요. 그나마 총이라도 쥐어져 있으면 몸이라도 지키겠는데 생전 군에도 안 갔다 온 사람에게 총을 쏘라고 하니 미치고 졸도할 일이 아닐까요. 총이고 좌시고 그런 일을 당하면 당연히 누구나 집으로 돌아가고 싶겠죠. 지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도와 달라고 할 텐데 하필이면 식인종(진짜로 아프리카에 식인종이 있는지는 차지하더라도)이고. 그럴 때 누군가가 말합니다. 식인종이든 뭐든 하여튼 사람들에게서 무엇이든 빼앗아라. 그러면 길이 열릴 것이다. 그게 집으로 가는 열쇠일지도?

 

세상 모든 것들이 나만 미워해. 괴롭히고 얕보고 인간으로 대접 안 해준다면 내가 할 일은 무얼까. 바득바득 대들며 나 죽지 않았다고 어필을 하면 괴롭힘이 좀 나아질까요. 근데 괴롭힘에도 등급이 있는지라, 목숨까지 위협받는 괴롭힘이라면 이거 진짜 장난 아니고만 하고 이 사태를 벗어날 궁리를 하는 건 당연한 것이고, 그런 자기를 못 본 체한 세상은 죽도록 미울 수밖에 없겠죠. 아무도 안 도와주는 현실, 그렇담 남은 건 소원을 비는 것 밖에 없어요. 나에게 힘을, 나 빼고 모두가 적이니까, 적이라면 당연히 죽여야 되는 게 이치겠지 하는 생각을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겠죠. 그리고 힘을 얻은 덜 성숙한 개체는 세상을 향해 적의를 드러냅니다. 이번에 주인공과 대척점이 되는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같은 괴롭힘을 당하고도 생각의 차이가 낳은 두 개의 미래, 하나는 지키는 쪽으로, 하나는 세상 모든 것을 멸망 시키는 쪽으로...

 

이번 4권에서는 위의 이야기 두 가지가 나옵니다.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단을 발견했고 돌아가기 위해선 힘을 모아야 하는데 깨작깨작 모아선 늙어 죽어도 다 못 모으겠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당연히 큰 거 한방을 노릴 수밖에 없죠. 그 힘은 몬스터에게서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인간들에게서도 얻을 수 있다면? 그걸 알아버린 학생A, 주인공 '타카히로'는 몬스터가 득실거리는 수해(樹海)를 지나 간신히 사람들이 사는 성채에 도착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도착했다는 기쁨보다 이면에 감춰진 이세계 인간들의 추악한 본심을 봐야 했고 질려버린 주인공은 이세계에 대해 정보를 모으고 도망 치려하였죠. 하지만 진실된 마음가짐으로 숲에서 쏟아지는 마물로부터 사람들을 지켜가려는 엘프 자매(정확히는 고모와 조카)를 만나면서 그래도 이세계엔 썩어빠진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치유를 받아 갔었죠.

 

자, 학생A에 의해 세상이 붕괴하기 시작합니다. 질서가 어른들에 의해 지켜지고 법이라는 테두리를 끼고 죄를 범하면 벌을 받는 세상에서 살다가 그것이 없어진 세상에 떨어진다면, 주변 온통 나를 위협하는 것뿐인 세상, 누구도 날 지켜주지 않는 세상, 아직 정신적으로 미숙한 아이가 지금 당면한 현실을 부정하고 이전 세계에서 받았던 보호라는 테두리를 찾아 안녕을 원하게 된다면, 그리고 그런 아이에게 힘이 깃든다면, 남이사 어떻게 되든 나만 살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겠죠. 이것은 예능 프로에서 자주 언급되는 '나만 아니면 돼'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로 다가옵니다. 자,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은 힘(마력)을 모으는 것, 이것은 마물을 처치하고 얻을 수 있는데 여기서 생각을 전환해서 마물도 동물의 일종이고 인간도 동물의 일종이잖아?

 

세상에서 가장 안전해야 될 성채는 처절한 아비규환으로 탈바꿈합니다. 느닷없이 마물 대군이 몰려와 성내로 침입하고, 자기만 살아서 현실로 돌아가겠다는 학생A는 살육을 시작합니다. 힘이라는 경험치(마력)를 얻기 위해, 주인공 일행은 이것들에 맞서서 처절한 사투를 벌여가죠. 그리고 인간 불신에 빠졌던 주인공은 이 무력한 현실에서 성채에 오면서부터 자신에게 빛이 되어주었던 어떤 여성과의 가슴 아픈 이별과도 마주해야만 합니다. 부조리한 세상, 부조리한 소원 앞에서 무력하게 쓰러져가는 성내 사람들과 현실에서 같이 이세계로 날아온 학생들, 좀 뜬금없습니다만. 3권까지 이런 상황인지 명확하게 언급되지 않아 리뷰에선 쓰지 않았는데요. 이세계는 마물과 전쟁 중이었습니다. 수해 -樹海라 여겼던 단어는 다름 아닌 樹害였던 것- 그리고 현실에서 전이되어온 사람들은 용사가 되어 마물과 싸워야만 했고, 그 역사는 수백 년, 그럼에도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 현실에서 덜 성숙한 아이(학생A)가 앞뒤 분간도 못하는 세상에서 떨어져 힘이라는 걸 손에 넣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부조리한 일을 당하면 어떤 짓을 벌일까. 전부가 사람을 위하고 지키는 용사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이미 오래전부터 이 작품은 역설하고 있었죠. 그것을 우린 도덕적 해이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세상을 살면서 정말 어쩔 수 없이 둘 중 하나만 살아야 되는 상황에서 내가 살기 위해 상대를 희생 시키는 걸 '카르네아데스의 판자'라고도 하지요. 이 작품은 이 두 개가 공존한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그렇게 하면 정의라는 개념에 혼동이 올 수 있다고 판단했는지 작가는 전자를 우선시합니다. 이것은 결코 카르네아데스 판자 따윈 아니라고, 성채에서 천(千)에 이르는 희생자를 내며 싸움은 격화일로를 걷습니다.

 

참고로 중간중간 학살해대는 인물을 학생A라 칭한 건 이름 자체가 스포일러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 위 두 번째 문단의 등장인물도 언급할까 했는데 글이 길어지니 다음으로 미뤄야겠군요. 성채로 몰려온 마물 대군을 부린 핵심 인물이긴 합니다만. 어쨌거나 나중에...

 

맺으며, 용기 있는 용사는 있어도 착한 용사는 없다. 이세계 전이해서 마왕이 되든 뭐가 되든 착한 길로만 가는 등장인물들은 다 허구라는 듯 이 작품은 현실을 들이밉니다. 세상엔 별의 수만큼 사람의 마음이 있다는 걸 알려주죠. 내가 살기 위해 타인을 짓밟는 짓을 서슴지 않으며 그걸 정당화하고 의심하지 않는 행동을 보고 있으면 나도 아프리카 오지에 떨어지면 같은 길을 걷게 될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고 할까요. 그것이 정의롭지 않고 윤리와 도덕에 반한다고 해도, 도덕과 윤리란 내 목숨보다 우선시할 수 있는 것인가. 하지만 감정과 사고를 가졌기에 인간이고 윤리와 도덕을 알고 있으니까 우린 동물과 다른 점이라는 철학적인 메시지도 담고 있는 듯한? 작가의 의도야 필자는 모릅니다만. 한가지 아쉬웠던 건 학생A가 혼자만 살기 위해 저질렀던 만행 부분에서 그를 철저한 악이 아니라 고뇌에 찬 악으로 표현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러 좀 더 심도 있는 철학물이 되었겠죠.

 

아무튼 일본에서 이 작품의 평가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상당수 라노벨에서 작품이 좀 팔린다 싶으면 고질병이 하나 생깁니다. 바로 이야기 질질 끌기, 하나의 주제를 놓고 대체 몇 페이지나 생각을 구구절절 늘어놓는지 정말 학을 떼게 합니다. 이러면 기승전결이 먹혀 버리죠. 긴박했던 분위기는 식어 버리고요. 그러다 보면 놓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바로 잘 싸우다가도 적을 놓치게 되거나 보내줘야 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짜증을 확 불러옵니다. 이번에 주인공이 성채에서의 공방전을 거치며 뭔 놈의 생각과 느낀 점을 늘어놓는지 이 작품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필자로써는 순간 0.5점을 줘도 시원찮을 판이었다고 할까요. 게다가 추리를 하면서 답을 유추하기 직전 뭔가가 끼어 들어서 답을 내놓지 않는, 맥을 끊어버리는 짓 때문에 짜증 지수가 더 높아졌었는데요. 결국 기승전결은 물 건너가는 것에서 막말로 불쏘시개로 써버릴까는 생각도 들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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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실력자가 되고 싶어서! 1 - J Novel Next
아이자와 다이스케 지음, 토자이 그림, 한수진 옮김 / 서울문화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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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좀 있고, 글이 꽤 깁니다. 싫으신 분은 빽 하시거나 페이지를 닫아 주세요.

 

 

 

아니 뭐 나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인기를 끄는 주인공 보다 그냥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청부업자처럼 뒷골목에서 담배 꼬나물고 총으로 타깃을 처리하는 느와르를 꿈꾸며 결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삶을 살고 싶었어요. 자칭 [어둠의 실력자]라고 하더라고요. 그게 되고 싶어서 그래서 엄청 노력했거든요? 각종 무술 등 강해지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노력도 분골쇄신도 마다하지 않았죠. 하지만 평범하게 강해져봐야 양아치 몇 명 때려눕히는 게 고작이고, 핵폭탄 맞으면 다 녹아버리는 덧없는 인생 따위 죽어도 사양이란 말입니다. 그래서 찾아다녔어요. 무적 방어력을 자랑하는 정령과 마력이란 것을요. 현실에서 고3이나 되어서 중2병이나 찾으로 다니는 한심한 인간이 이 작품의 주인공 '시드 카게노'라는 거죠. 그런 열정을 하늘이 알아주었는지 그에게 두 개의 빛(1)을 내려줘요. 주인공 '시드'는 그걸 마력이라며 붙잡으려 하죠.

 

눈을 떠보니 이세계더라, 가난한 남작가의 둘째로 태어난 주인공은 꿈에도 그리던 마력을 손에 넣죠. 이제 실력을 갈고닦아 그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이 아닌 어둠 속에서 소리 소문 없이 악을 응징하는 실력자가 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죠. 이때 그는 자신의 포부가 미래에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지금은 몰랐을 겁니다. 그냥 서브컬처에 나올법한 적당한 작중 주인공을 찾아 그가 활약하는 사이에 꼽사리 껴서 적당히 놀고 싶었을 뿐, 하지만 이게 또 진지해서 마력과 검술을 기초부터 정말 탄탄하게 수련한단 말이죠. 신(神)에게 먼치킨 스킬을 내려받은 게 아닌 이 작품의 주인공은 자신이 노력해서 능력을 얻어 가요. 문제는 그게 사기급으로 진화한다는 것에서 또 할 말을 잃게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세계 하늘도 그의 노력에 감명받았는지 근처 도적들 소굴에 쳐들어가 실력을 갈고닦던 주인공에게 어떤 인물을 만나게 하면서 그의 인생은 정말로 [어둠의 실력자]로써 활약할 기회를 줘버리죠.

 

도적들에게 잡혀있던 엘프 소녀를 구해주면서 현세와 이세계 나이 합치면 적어도 20대 후반이겠건만 이러고 싶을까 싶을 정도로 중2병 설정을 만들어 버립니다. '나는 마인 [디아볼로스]의 부활을 암암리 저지하는 거야'​, ​'​너는 디아볼로스의 저주에 걸려 썩는 병에 걸려 있었던 것이고', [악마 빙의]라는 게 있습니다. 그 옛날 마인 디아볼로스를 처치한 용사 3인에게 죽어가던 마인 디아볼로스는 이들에게 저주를 걸었고 용사들 자손들은 몸이 썩는 병이 발병할 것이라는 저주, 엘프 소녀는 그 병에 걸려 썩은 고깃덩이가 되어 있었고 주인공 시드는 마력으로 그녀를 고쳐 주었죠. 그리고 주인공 '시드'의 전설은 여기에서 시작이 됩니다. 즉석에서 가볍게 엘프 소녀 A를 부하로 만들어 여흥을 즐기려 했던 그에게 웃지 못할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걸 지금은 몰랐겠죠. 주인공이 아무런 생각도 없이 갖다 붙인 설정이 진짜로 이세계에서 있었던 일이고 지금도 진행형이란 건 꿈에도 모른 채, 그는 그저 적당히 어둠의 실력자로 살아가려고 했죠.

 

'어둠 속에서 숨어서 어둠을 사냥하는 자'

 

주인공이 그저 엘프 소녀 A에게 적당한 말을 늘어 놓기 위해 설정으로 만들었던 악의 축 [디아볼로스 교단], 소녀 A가 옛날이야기라고 했을 때 눈치 깠었어야 하는데 자기 설정에 심취해서 쌀자루 꿰매듯 조리 있게 주절주절 늘어놓으니 설정이라지만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통에 소녀 A는 진실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죠. 그리고 지금 엘프 소녀 A라고 불렸던 그녀는 '알파'라는 이름을 부여받으며 전대미문의 능력자로 탄생하게 됩니다. 마치 플라나리아가 분열하듯 '알파'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였던 [악마 빙의]라는 병에 걸린 소녀들을 주워다 고치고 기르면서 어느덧 네임드 숫자는 중대급으로 불어나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주인공과 작당해서 [섀도우 가든]이라는 오글거리는 단체도 만들죠. 주인공은 설마 일이 이렇게 커질 줄 알았을까. 그저 설정이라고 치부하며 내버려 뒀는데 진짜로 플라나리아 제군들은 [디아볼로스 교단]하고 싸우고 있었더란 말이죠. 게다가 그 교단은 용사의 후예들이 앓고 있는 병을 [악마 빙의]라는 이름을 붙이고 세상과 격리 시킨 뒤 그녀들을 잡아다 죽이고 있었으니 적군이 나타난 것이죠.

 

참고로 [셰도우 가든] 중대 병력은 주인공 빼고 100% 여성들로만 구성되어 있답니다.(아마도, 전부 안 나오니 알 수가 있나)

 

그렇게 주인공은 문틈에 반만 몸을 끼운 형식으로 밤에는 [섀도우]가 되어 악을 심판하고, 낮에는 학교에서 몹 A라는 보잘 것 없는 학생으로 살아가요.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알려지기를 거부하는 [섀도우 가든], [디아볼로스 교단]에 맞서 싸우며 죄를 심판하지만 결코 그게 정의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죄만 심판 할 뿐. 그런데 주인공은 사이코 패스가 틀림이 없어요. 10살에 도적들 몰살하며 살인에 대한 거부감을 전혀 내비치질 않습니다. 이후는 말할 것도 없고요. 엘프 소녀 A가 병에 걸려 썩어 문들어졌어도 살아 있다는 걸 알면서도 마력 실험을 마구하질 않나, 오히려 [섀도우 가든]에 막 입사한 어떤 여자애가 살인에 대한 거부감을 내비치는 것에서 리얼리티를 느끼고, 주인공은 어딘가 망가졌다는 걸 알려 주죠. 이것은 나중에 팔은 두 개 밖에 없는데 지킬 것은 한정되었을 때 어떻게 해야 될까 하는 고뇌에서 생각하는 걸 포기했는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을 받았긴 하였습니다만. 하지만 작품 자체가 어느 정도 개그도 포함하고 있다 보니 진지하게 생각하면 지는 거라는 걸 생각하게도 합니다.

 

아무튼 주인공만 착각에 빠진 게 아니라 사실 히로인 대부분이 착각하고 있다고 할까요. 주인공을 바라보는 [섀도우 가든] 소속 히로인 일동들은 물론이고 여타 히로인들까지 주인공 행동과 말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며 존경과 애정을 표하죠. 주인공은 그저 아무렇게나 내뱉은 말이 상황에 맞게 떨어졌을 뿐인데도. 그래서 더욱 주인공에 심취해가는 히로인들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끊이질 않습니다. 바보 같다는 생각도 들고, 한 번쯤 이세계로 간다면 이 작품의 주인공처럼 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그런 유쾌함이 있습니다. 웃지 못할 일도 많아요. 주인공 누나가 유괴되어서 구출은 하였는데 내팽겨처놓고 온다던지, 몹 A로 살아가는 낮 동안에 있었던 일들로 인해 '똥쟁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을 때, 그저 자신의 취향을 말했을 뿐이고 잡몹으로 연기하기 위해 했던 행동들이 히로인들에게는 의미 있게 다가와 착각으로 이어진다던지 읽는 내내 웃음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부 유쾌한 건 아니고 [디아볼로스 교단]과 본격적인 전쟁에 돌입하면서 이야기가 상당히 시리어스해집니다. 피가 낭자하고 사람 목숨은 파리 목숨과도 같습니다. 이야기가 진행되고 전투가 벌어지면서 서로 인연이 닿은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째 일이 이리 될 거 같더라니 같은 느낌을 들게 하는 작가의 능력이 대단한데요. 요컨대 이 캐릭터는 범인일 것이라는 복선을 까는 능력이 참으로 좋아요. 어떤 사람 좋아 보이는 캐릭터가 악당이지 않을까 생각했던 부분이 여지없이 맞아떨어질 때는 정말 씁쓸하게 하였군요. 그리고 [섀도우 가든]과 [디아볼로스 교단]의 전투에서 최대 피해자가 되어 버린 '셰리 바넷'이라는 청순 어리바리 히로인 캐릭터가 주인공에게 있어서 최대의 적이 되지 않을까 하는 복선은 정말로 소름이 돋았습니다. 또한 싸우면 싸울수록 만 악의 근원이 되어가는 [섀도우 가든]은 '어둠 속에서...'라는 본연의 취지에 맞게 어둠에 떨어진다는 느낌 또한 소름 돋게 하였군요.

 

맺으며, 오버로드를 보는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진짜 모습은 들어내지 않은 채 모험을 하는 해골이 사람들 도시에서 어쩌고저쩌고하는, 그 힘이 강대해서 맞설 상대가 없는 것 또한 비슷하고요. 물론 표절이나 뭐 그렇다는 건 아니니 오해는 없길 바랍니다. 아무튼 오랜만에 제대로 된 작품을 만난 느낌이군요. 물론 라노벨 특성을 넘어서진 못했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한 작품은 근래에 있어서 이 작품만 한 게 없었다고 할까요. 개인적이지만 돼지 공작(2)이나 용사님의 스승님 보다 조금 더 몰입도가 높은? 그러고 보면 이 작품의 주인공인 시드는 돼지 공작이 일부러 사람들에게 미움받을 때를 보는 거 같았군요. 사람들 인식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 잡 몹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왕녀가 뿌리는 금화를 개처럼 기어서 줍는다던지 혐오감을 있는 대로 뿌려 대죠. 결국 똥쟁이라는 말까지 들었고, 나중에 돼지 공작처럼 이불 킥할 날이 언젠가 오지 싶은데 그때가 만약 온다면 반드시 보고 싶다고 할까요. 


 

  1. 1, 빵빵~ 끼이익~ 쿵!
  2. 2, 돼지 공작으로 전생했으니까, 이번엔 너에게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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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양피지 3 - 늑대와 향신료의 새로운 이야기, Extreme Novel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아야쿠라 쥬우 그림, 박소영 옮김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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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릴 적 로렌스와 호로에게 주워지지 않았다면 지금쯤 콜은 어떻게 지내고 있었을까. 신학 학교(대충 비슷할 겁니다.)를 다니며 학비 좀 벌려다 사기당해서 오늘내일하던걸 로렌스와 호로가 구해주었었죠. 그 뒤 이들과 같이 다니며 세상 물정을 알아가고 보살핌을 받으며 여정 끝까지 함께했던 콜, 로렌스가 온천장을 열었을 때 허드렛일을 하며 10여 년 분골쇄신도 마다하지 않았고, 로렌스와 호로의 딸 뮤리가 태어났을 땐 가정교사도 하는 등 참 바쁜 나날을 보냈었습니다. 그러다 요양차 오던 교회 고위 관계자들과 안면을 트면서 작금의 교회는 썩어가고 있다는 걸 개탄하며 나라도 나서서 개혁에 힘을 보태고자 큰 마음먹고 세속으로 나오긴 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그 옛날 로렌스의 마차 짐칸에 숨어든 호로처럼 뮤리도 짐 속에 숨어들어 콜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북방 해적들의 섬을 뒤로하고 다시 윈필 왕국으로 돌아오던 콜과 뮤리는 폭풍을 만나 항구도시 데자레프에 불시착합니다. 교회와 대립 끝에 전쟁의 기운까지 풀풀 풍기고 있는 윈필 왕국에서 교회가 제 기능을 못하게 되자 민심은 불안에 떨고, 마침 콜의 활약을 들은 사람들은 앞다투어 그를 찾아와 기도를 부탁하는 등 콜은 한시도 쉴 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됩니다. 바쁠 때면 꼭 일이 몰아친다고 하던가요. 어릴 적 소꿉친구들은 많았으나 나이가 있는 이성은 별로 없었는지 늘 곁에 같이 있어주는 콜을 보며 자란 뮤리가 그에게 연정을 품는 건 당연한 것이었을까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마치 유아 때 크면 아빠랑 결혼할 거야처럼 콜을 바라보며 졸졸 따라다녔던 뮤리도 세상 밖으로 따라와서는 대놓고 우리 결혼하자고 졸라대니 두통이 끊이질 않습니다.

 

호로와 다르게 적극적으로 대시 중인 뮤리, 그러면서 늑대의 화신답게 프라이드는 높아서 주위를 얕잡아 보며 거기엔 오라버니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마냥 놀려대는데 이거 참 머리 한대 쥐어박고 싶은데 그 모습이 또 사랑스럽고 귀여워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게 한계입니다. 엄마를 닮아 먹을 것엔 환장하면서도 상대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능력이 있어서 콜 혼자였다면 벌써 객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일들을 뮤리 덕분에 넘긴 적도 많아요. 하지만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말을 충실히 이행 중인 콜을 따라다니다 보니 뮤리도 참 고생을 많이 합니다. 폭풍을 만나 바다에 빠진 콜을 구하기 위해 망설임 없이 바다에 뛰어들기도 하고, 북방 해적들의 섬에서도 미덥잖은 오라버니를 대신한 적도 참 많았죠. 이렇게 구구절절 뮤리에 대해 떠드는 이유는 이번에 뮤리는 일대 중대사와 마주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비록 하프이긴 하나 뮤리도 늑대의 화신으로써 길고 긴 세월을 살아가야만 합니다. 인간의 영역이 날로 넓어져가는 이 시대에 인간이 아닌 자들은 살 곳을 점점 잃어만 가야 하죠. 이단이라 치부되어 사냥의 대상이 되곤 하는 이들에게 안주할 땅이 있다고 하면 당연히 거기로 가는 걸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호로가 들었다면 기뻐서 자빠질 일이죠. 인간의 모습이라곤  해도 언제 들킬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전전긍긍하며 살지 않아도 되는 땅, 콜과 뮤리는 항구도시 데자레프에서 '양의 화신 일레니아'를 만납니다. 그녀는 콜에게 인간이 아닌 자들에겐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되는 곳을 찾았는데 거기로 가기 위한 준비를 도와 달라고 합니다. 제일 먼저 반기는 건 뮤리, 그녀 또한 인간이 아닌 자로써 원래의 모습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땅을 원하고 있었는데요.

 

자, 객지에서 사람을 함부로 믿었다간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똑똑히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 마치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땅을 찾은 것처럼 신대륙에 가기 위해 자금을 모으고 있었던 일레니아는 콜에게 자금 모으는데 힘을 보태 달라고 하죠. 그러면서 지금의 윈필 왕국이 교회랑 반목하는 이유를 은근슬쩍 술술 내뱉으면서 콜이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에 대한 의문을 심어줘버려요. 제방을 무너트리려면 쥐구멍만 한 굴만 있으면 된다고 했던가요. 그녀와 함께하면 할수록 윈필 왕국이 해왔던 일들에 대해 의문이 솟는 한편 기대에 눈을 반짝이는 뮤리를 보고 있자니 거절도 못하겠고 결국 그녀(일레니아)의 뜻에 따라 자금을 모으기로 하는데요. 다단계가 이렇게 무섭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손에 들린 건 물품이고 이걸 다른 사람에게 팔아야 되는 상황에 몰린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될까.

 

이 작품은 이런 게 있습니다.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 로렌스도 사기라든지 뒤통수를 맞은 적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진실을 파고 들어가 보면 가해자였던 사람이 피해자였던 경우가 있었죠. 이번 양의 화신 일레니아도 비슷한 경우로 등장합니다. 그녀는 홀로 장사를 해오며 있을 곳을 찾았고 없다는 걸 깨달은 순간 눈이 돌아갔다고 할까요. 그래서 소문에 의지했고, 들려오는 풍문에 기대어 신대륙을 찾아 거기로 인간이 아닌 자들을 이주시켜 나라를 세우겠다는 포부를 가지게 되죠. 거기엔 호로의 동족들이 떼로 덤벼도 이기지 못했던 달을 사냥하는 곰이 있음에도 가겠다는 그녀의 포부는 어딘가 일그러져 있는 듯하여 매우 안타깝게 합니다. 그래서 콜은 그녀를 도와 주려 하죠. 그리고 그게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을 땐 이미 불구덩이 속이었으니... 

 

맺으며, 현대에서 불로를 누리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당연히 비결을 묻는 사람이 나오겠죠. 눈 깜빡이고 나면 어느덧 죽음을 맞이하는 인간에게 있어서 불로란 매우 매력적인 것입니다. 죽지 않아도 되는 것, 죽음이란 공포 그 자체입니다. 그걸 쫓기 위해 사람은 불로는 희망하고 그걸 가지고 있는 사람은 표적이 되죠. 당연하게 미신이 생겨나고요. 결국 영원을 살아가는 자는 누군가에게 잡혀가 해부 당하던지 끓는 물에 던져지던지... 이 작품에 나오는 인간이 아닌 자들이 그런 경우입니다. 영원이라는 시간을 살아가고, 모태가 되는 존재(양, 늑대등)으로 변모하면 인간으로써는 어찌할 수 없는 힘을 보여주죠. 당연히 인간은 자신들과 다른 이질적인 건 배척하여 듭니다. 그 세파를 오롯이 받아온 존재가 있다면 그 존재는 그 세파를 이겨내기 위해 무얼 해야 하는지 싫어도 알게 되죠.

 

일레니아는 사실 사람들에게 시달림을 받은 게 아닌 있을 곳을 찾았을 뿐이긴 합니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주위에 아는 사람 없는 세상일 때, 두려움과 괴로움 그리고 외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테죠. 호로도 이런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로렌스의 마차에 무단으로 승차한 것이고. 그걸 알았기에 허황된 꿈인 줄 알면서도 뮤리가 동조하면서 콜로 하여금 고뇌케 하는 부분은 참 인상 깊다 할 수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늑대와 향신료 20권에서 로렌스와 호로는 딸내미 찾아 여행을 시작하였죠. 콜과 뮤리 둘은 나름대로 잘 헤쳐나가고는 있지만 조금 늦게서야 진실을 알아가는 콜과 뮤리를 보면 호로는 뭐라 할지, 게다가 목욕도 같이하고 한 침대에서 같이 자는 사이라고 알면 로렌스는 혈압으로 쓰러질지도 모른다는 것에서의 유쾌함은 정말 기대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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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님의 스승님 4 - L Novel
미츠오카 요 지음, 김보미 옮김, 코즈믹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평민이라고 괄시를 해대면서도 용사의 스승이라는 걸 이용하려는 귀족들이 슬슬 나타나면서 주인공 '윈'의 처지가 난감해지기 시작합니다. 용사 '레티'를 자신들 쪽으로 붙잡아둬야 하는 왕족(작중에선 황족) 또한 난감해졌고요. 특히 외국에서 귀족 자녀와 결혼 시키겠다는 말까지 나오는 마당이니 거기에 덥석 물고 '윈'이 가버리면 오로지 '윈'만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용사 레티도 따라가버릴 것이고, 그러면 이거 무슨 닭 쫓던 개도 아니고 졸지에 용사의 칼이 이쪽에 들이밀어질지도 모르는 극박한 상황에 처하고만 렘르실 제국, 아니 그전에 레티는 자신을 놔두고 윈이 다른 집에 장가가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자부하겠지만 그의 처지를 안 다면 반대는 안 하지 싶겠더라고요. 이미 기사 학교와 우리로 치면 사대부에 속하는 귀족들 사이에서 그가 어떤 처우를 받고 있는지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윈을 어떻게 해야 할까. 레티의 힘을 이용하려면 스승인 윈을 이용하면 되는 것, 그것을 막아야 되는 입장에서는 그렇다면 아무도 그를 터치 못하게 하면 되겠지. 윈과 레티의 편에 서서 이거저거 편의를 봐주던 알프레드 왕자에 의해 윈은 꿈에도 그리던 기사가 됩니다. 윈은 왕녀(작중에선 황녀) 코넬리아의 종사(친위대)로써 취임하게 되죠. 오로지 황제와 왕녀만이 그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이로써 레티를 빼앗기지 않게 되었지만 바꿔 말하면 윈의 가치는 그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실력이 아니라 인질로서의 가치 밖에 없다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윈은 자조하지만 그래도 레티가 인간들에게 칼을 들이밀지 않아도 되었다고 자평하니 이 얼마나 씁쓸한 결말일까 하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고 하였던가요. 귀족들만 된다는 근위 기사보다 더 높은 친위대가 되었다는 건 다시 말해 그도 귀족의 반열에 올랐다고 해도 무방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처우는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졸지에 레티에게 연적이 생기고 말죠. 바로 윈이 모셔야 될 왕녀 코넬리아인데요. 기사 학교 동문으로써 그의 성품에 이끌려 절찬 호감을 드러내는 중, 이젠 왕녀와 결혼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슬슬 이들 사이에 연애전선을 만들려나 보더라고요. 윈은 둔해빠져서 레티가 이러저래 질투심을 이끌어 내도 무반응이고, 이건 무슨 완전히 동생 대하듯 하니까 레티 입장에서는 겉몸이 달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죠. 근데 여전히 그런 윈을 평민 주제에라며 못마땅하게 여기는 귀족들이 나오면서 핑크빛 미래만 있는 건 아니라고 역설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전쟁의 기운이 날로 높아져만 갑니다. 마왕과의 전쟁이 끝난지 얼마나 되었다고 옆 나라에서 땅따먹기 하자며 치근덕 거리기 시작하고, 옆 나라를 부추기고 뒤에서 나라(렘르실 제국)를 붕괴 시키기 새로운 왕이 되기 위해 암약하는 어떤 인물(흑막, 스포라서 자세히는...)로 인해 내란의 조짐까지 보이기 시작합니다. 매드 사이어언티스트였던 스승의 이론을 증명한답시고 제자인 어떤 마도사에 의해 제도에선 행방불명 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급기야 윈까지 습격 당하는 일까지 벌어져요. 한 번에 너무 많은 일들이 벌어지면서 리뷰를 어떻게 써야 되나 어휘력이 딸리는 필자로써는 곤혹스럽기 그지없습니다. 게다가 사교도까지 등장하면서 필자의 눈은 @_@이 되어 버렸군요. 어쨌든 썩어빠진 관료들을 대신해 이것들을 해결할 사람은 누구인가.

 

누구긴요. 이 작품의 주인공이자 용사의 스승인 윈이 해야지 누가 하겠습니까. 망해가는 나라에서 그나마 문명인인 왕자 알프레드와 왕녀 코넬리아를 필두로 해서 용사 레티와 스승인 윈, 이들은 어쩌면 나라 자체가 없어질지도 모를 사태를 막고 흑막을 잡기 위해 분연히 일어서지만 상대도 만만찮은 것에서 격한 싸움을 예고하였군요. 그런데 웃긴 게모든 걸 조종하는 흑막이 코넬리아와 결혼해서 왕이 되고 나아가 용사를 손에 넣겠다는 포부를 밝히는 부분인데요. 이 흑막은 똑똑하면서도 바보라는 느낌을 받았군요. 그래도 제국이라는 거대한 나라를 이끌어 가는 왕족이라면 수하에 정보부 정도는 있을 텐데 이걸 빠져나가는 실력은 있으면서 어째서 코넬리아가 자신과 결혼을 해줄 것이며 용사가 아무런 반발을 하지 않고 자신을 따라 줄 거란 걸 믿어 의심치 않는 걸까 하는 거죠. 하지만 1년 전 쿠데타 때 코넬리아를 궁지로 빠트린 실력을 보자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에서 우려를 낳기도 합니다.

 

아무튼 코넬리아와 결혼하고 레티를 수중에 두려면 윈을 포로로 잡으면 될까? 그러면 레티에 의해 나라가 멸망할 테죠. 그렇게 하면 윈이 싫어할 테지만(용사가 인간에게 검을 들이댄다는 건 새로운 마왕이 탄생한다는 것, 이걸 막기 위해 윈은 코넬리아 친위대가 되었죠.) 오로지 윈만을 바라보는 레티가 그가 상처받는 걸 보고 가만히 있을 리는 없을 터, 코넬리아를 모시는 윈 또한 나라를 붕괴 시킨 흑막이 그녀(코넬리아)와 맺어지는 걸 두고 보고만 있을까. 백성을 지키기 위해 기사가 되고 싶었다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소년이 백성을 괴롭힌 흑막을 용서할 리가 없죠. 이 작품은 이런 게 있습니다. 나쁜 역으로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꿍꿍이를 꾸미면서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지 계산을 하지 않는다는 건데요. 이전에 코넬리아를 궁지로 빠트린 실력이 있으니까 당연히 내가 하는 그대로 흘러갈 거라는, 믿어 의심치 않는 모습을 보이게 함으로서 흥미를 제법 끌게는 하는데 문제는 작가가 그렇게 흘러가게 만든다는 것이군요.

 

맺으며, 바람 앞에 등불이라는 말이 있죠. 주인공 윈과 히로인 레티가 딱 그런 형국입니다. 더해서 코넬리아도요. 여담이지만 히로인 전선에 얘가 갑자기 치고 나오는군요. 3권까지만 해도 들러리였는데 이번에 주인공과 결혼도 가능하다는 말까지 나오다니 너무 성급한 게 아닐까도 싶었군요. 아무튼 힘이 있으면서도 함부로 휘두르지 못하는 용사와 평민으로서 한계를 보이는 윈, 왕위(王位) 서열 2위이면서 유약한 모습만 보이는 코넬리아, 그리고 나라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알프레드 왕자. 그걸 비웃듯 암약하는 흑막들 그리고 레티에게 질투를 느껴 눈이 어두워진 레티의 친언니(이게 약방의 감초). 과연 주인공은 이들을 물리치고 나라를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구할 수 있을 것인가. 또 여담입니다만. 흑막의 존재만 놓고 보자면 이야기가 상당히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고작 이놈 하나 + 레티 친언니 때문에 나라의 운명이 좌지우지되다니 같은 생각이 든다고 할까요. 애초에 나라가 썩기도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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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직전생 6 - 이세계에 갔으면 최선을 다한다, Premium Extreme Novel
리후진 나 마고노테 지음, 한신남 옮김, 시로타카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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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번엔 좀 심각한 스포일러가 들어가 있으니 싫으신 분은 빽 하시거나 페이지를 닫아 주세요.

 

 

 

많은 일들이 벌어지는 6권입니다. 이번 6권은 루데우스와 에리스에게 있어서 터닝포인트이자 대규모 전이 사건의 종착점에 해당하는데요. 마대륙으로 날아갔던 루데우스와 에리스 거기서 만난 이들의 보호자였던 루이젤드는 2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겨우 중앙 대륙으로 돌아왔습니다. 중간에 아버지 파울로를 만나 어머니 제니스를 비롯해 리랴와 아이샤의 소재도 불명이라는 소식을 접했고, 아버지와의 성격적인 엇갈림으로 곤욕을 치르다 겨우 화해하는 등 루데우스는 전생의 나이를 합치면 40이 넘었다지만 12살(전이 직전에는 10살)의 몸으로 고생을 참 많이 하였죠. 든든한 보디가드 루이젤드가 같이 있었다곤 해도 에리스를 지켜가며 고생한 2년이라는 시간은 루데우스에게 어떤 성장을 가져다주었을까.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에리스의 마음엔 어떤 감정을 불러왔을까. 성장엔 아픔이 있기 마련이라는 듯, 이들에게 있어서 진정한 모험은 지금부터라는 듯, 세상은 이들에게 가혹한 현실을 들이밀기 시작합니다.

 

인신(히토가미)에게서 리랴와 아이샤가 지금 있는 곳을 알게 된 루데우스는 아슬라 왕국으로 가는 걸 잠시 멈추고 이들 모녀를 구하기 위해 시론 왕국으로 향합니다. 중앙 대륙에 발을 들이고도 다시 4개월이라는 시간을 들여 찾아가요. 그리고 거기서 변태 왕자 둘을 만나 고초를 겪죠. 그 중심엔 록시가 있는데 이건 뭐 아무래도 좋고, 중요한 것은 이 부분을 읽으면서 변태 왕자들의 등장이 꼭 필요한 대목인가 곰곰이 생각해보게 한다는 겁니다. 루데우스는 무의식 공간인지 이공간인지에서 간간이 인신(히토가미)을 만나죠. 마대륙으로 전이되었을 때 루이젤드를 도와라라는 메시지를 받았고, 어떤 항구도시에서 마계 대제 키시리카를 만나게 했고, 이번엔 모녀가 거기에 있다는 전재를 깔며 루데우스가 시론 왕국으로 가도록 해서 왕자들을 만나게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모녀는 구출이 되었지만, 인신(히토가미)은 이번엔 왕자들과의 접점까지 만들게 했습니다.

 

이쯤 되면 아무리 돌머리라도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게 마련이죠. 그래서 루데우스는 곰곰이 생각합니다. 인신(히토가미)에게 놀아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참 일찍도 깨닫는다 했습니다. 쌈에 고기 한 점을 넣고 나머진 매운 고추를 넣어 뱉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먹지도 못하게 하는 전술이라고 할까요. 인신은 루데우스에게 진짜 정보를 주면서 진실은 감춰버리는, 그걸 어렴풋이 알면서도 루데우스는 그(인신)의 말을 반발하면서 곧이곧대로 믿고 행동에 옮길 수밖에 없었죠. 이런 부분에서 인신(히토가미)은 루데우스를 장기짝으로 써서 무언가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불러왔는데요. 이 반증은 아슬라 왕국 진입 직전에 만난 '용신 올스테드'를 통해서 거의 확정적이 되어 버립니다. 처음엔 그냥 엇갈려 가려던 이 두 사람은 '인신'이라는 키워드가 발동되자 올스테드는 루데우스를 죽이려 들고 다시 인신과 만난 루데우스는 올스테드가 어떤 인물인지 듣게 되죠. 그리고 이 두 신(인신, 용신)은 반목한다는 것도...

 

작가가 이렇게 이야기 중간중간 포석을 깔아두는 솜씨가 좋습니다. 복선이라고도 하는데 문제는 이렇게 넓게 깔아두다 보니 나중이 되면 알아먹을까 하는 것이군요. 이건 뭐 차차 어떻게 되겠죠. 아무튼 이렇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여행은 끝을 고하게 됩니다. 드디어 아슬라 왕국에 진입하고 다시 몇 개월이 걸려서 루데우스의 고향 피트아령에 도착은 하였지만 거기서 기다리고 있는 건 새로운 여정이었으니... 3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했던 루이젤드는 임무를 완수했다며 길을 떠납니다. 언제나 이별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죠.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니었습니다. 전이 사건으로 허허벌판이 되어 버린 피트아령은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에리스의 할아버지와 부모의 생사는 충격을 안겨주고 여기에 집안끼리의 사정과 정치적인 목적까지 겹쳐지니 과연 이 애들이 이걸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을 던지게 합니다. 에리스의 미래, 남존여비인 이세계에서 이제 그냥 여자애에 불과한 에리스의 처지는 말해 무얼 할까 싶은 일들이 벌어지죠.

 

그런 그녀의 어깨를 감싸줘야 될 루데우스는 뭐하고 있는 것일까. 작가는 주인공을 발암으로 키우고 있지는 않는데 여기서는 주인공으로 하여금 히로인을 감싸주고 위로해주고 나서서 뭔가를 해줘야 되는 부분이 아닐까 했습니다. 3년여 동안 여행을 하며 루데우스의 등만 바라보고 쫓아왔던 그녀에게 지금 필요한 건 무얼까. 고향은 사라졌지, 어릴 적 존경의 대상이었던 할아버지는 전이 사건의 책임을 지라며 아들놈에게 처형 당했지, 친척 아저씨는 첩으로 들어오라고 하질 않나, 부모는 어딘지 모를 토지에서 객사했다는 소식은 이제 15살인 그녀가 짊어지기엔 너무나 가혹한 것이었죠. 그런 그녀를 방안에 혼자 놔두고 나와버리는 장면에서는 미래가 예견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그녀는 결단을 내립니다. 가족을 원한다고 그에게 속삭이는데...

 

이후 에리스의 내면을 비추는 장면이 구구절절하게 흐릅니다. 그와의 여행을 추억하며 언제나 짐 밖에 되지 않았다고 자조 섞인 말을 늘어 놓는 장면은 애절하게 만드는데요. 천둥벌거숭이처럼 10살 때 이미 온 동네 남자애들을 휘어잡으며 정상에 군림했던 그녀가 난생처음 자신의 발길질에도 나가떨어지지 않는 그에게 흥미를 보이기 시작하고, 전이 사건을 겪으며 마대륙에서 그 어린 나이에 각종 위험을 돌파하며 그는 많은 일들을 해주었습니다. 굶어죽지 않게 모험가가 되고, 의뢰를 받아 처리하면서 죽을 뻔도 하였고, 노예상인들에게 고초도 겪는 등, 항상 그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자신을 지켜준 건 누굴까. 그리고 올스테드와의 싸움은 결정적으로 그녀의 다짐에 불을 지펴 버리죠. 그래서 강해지자고 생각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다는 갈망은 그녀를 하여금 어떤 결단을 내리게 하죠. 그리고 아침, 어제저녁에 있었던 일들을 상기하며 매우 들뜬 루데우스에게 벌을 내리는 것처럼 그의 방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맺으며, 인신이니 용신이니 다 떠나서 히로인이란 이런 것이라는 걸 제대로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아닐까 했습니다. 리랴의 맹목적인 루데우스 신앙을 딸 아이샤에게 주입하려는 모습에선 기겁을 했고, 그런 엄마에게 반발하여 6살에 사춘기를 겪는 모습을 보이는 아이샤의 귀여움은 차지하더라도 에리스의 각오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였군요. 먼치킨 주인공이라도 틈은 있기 마련이고, 주인공이라도 한낱 인간에 불과하여 모든 걸 생각하고 대응하지 못한다는, 그래서 잃고 난 뒤에야 비로써 소중한 걸 알게 된다는 메시지.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 강해지려는 히로인은 언제나 눈부시죠. 그런데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섹슈얼리티는 여전히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아이샤의 옷을 갈아입히는 대목이라던지, 어릴 적 리랴를 덮치는 파울로를 굳이 재조명할 필요가 있었나 싶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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