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직전생 7 - 이세계에 갔으면 최선을 다한다, Premium Extreme Novel
리후진 나 마고노테 지음, 한신남 옮김, 시로타카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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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꽤 강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또한 비평이 상당히 진하게 들어가 있으니 싫으신 분은 빽 하시거나 페이지를 닫아 주세요.

 

 

 

 

사실 필자는 이 작품을 안 보려고 했습니다. 이유는 주인공 성격 때문이었죠. 구입 전 조사를 거쳐 정보를 모았고, 필자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주인공 성격이 남의 마음을 파악하지 못해 파탄을 불러올 상이라는 느낌이었군요. 요컨대 상대가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를 전혀 헤아리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다르게 말하면 이세계에만 가면 히로인의 마음을 헤집고, 정의를 사랑하고, 올바른 길만 가고, 성격이 착하게 교정되는 한마디로 토나올 정도의 클리셰를 전면 반박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죠. 이것은 이전 생에서의 방구석 폐인 기질을 그대로 계승 시킴으로서 주인공이 이세계로 가서 새로 태어난다고 해도 기존 성격이 고쳐지지 않는다는 나름대로 작가의 배려(?)가 아니었나 하는 건데요. 물론 이세계에 가서도 방구석에만 처박힌다는 게 아니라 타인을 대할 때의 성격을 말합니다.

 

상대가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모르니까, 물론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지만 전이 사건에 휘말리고 마대륙으로 날아가 5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루데우스는 에리스의 무엇을 봤는가 하는 물음을 던진다면 과연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요. 그는 에리스의 겉모습만 보고 있었을 뿐이죠. 필자의 이 말을 뒷받침 하는게 그로부터 몇 개월이 지났음도 루데우스는 에리스가 왜 떠났는지 도통 모른다는 것입니다. 물론 맺어지면서 그 나름대로 책임을 지려 했지만 정작 그녀의 진짜 마음이 어떻는지는 알려고 하지 않았죠. 애초에 그걸 물어보는 장면도 없어요. 결국 주인공은 자기중심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놓고 그녀에게 자기는 가치가 없었다는 둥, 특별한 상대가 아니었다는 둥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 대목에서는 정말...

 

두 문단이나 할애해서 장황하게 늘어놓는 이유는 그 여파(상실감)가 이번 7권 내내 따라다닌다는 것이기 때문이군요. 끝까지 에리스가 어떤 마음을 품고 떠났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장면이 단 하나도 없어요. 여담이자 스포질 좀 하자면, 에리스는 5년 전 마대륙으로 날려가 숱한 고생을 하며 자기를 지켜 주었고, 어른의 계단에 오를 때조차 버거워하는 루데우스를 보다 못해 그의 힘이 되어 주고자 수행을 떠난 것입니다. 결코 루데우스를 버린 게 아니죠. 이렇게 놓고 보면 말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고 떠난 에리스에게도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만. 그러고 보면 이 작품엔 이렇게 엇갈림이 좀 들어가 있죠. 주인공이든 히로인이든 매사 모든 걸 꿰뚫어보는 만능은 아니라는 듯, 평범한 사람이 평범하게 엇갈리면 이렇게 오해도 부른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이 없잖아 있었습니다.

 

에리스가 떠난 빈자리, 그 자리를 누가 채울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 좀 있었는데요. 루데우스는 어머니 '제니스'를 찾기 위해 북방 대지로 떠납니다. 가는 길에 '카운터 애로우'라는 파티명을 가진 5명과 안면을 트게 되고 거기서 새로운 히로인이자 7권 한정인(13권인가에서 또 나오는 모양입니다만.) '사라'를 만납니다. 그녀의 첫인상은 드세다. 에리스와 마찬가지로 최악의 상성을 보이죠. 어쨌건 그 길로 로젠버그라는 도시에서 이들과 혹은 다른 모험가들과 약 1년간 모험을 하며 자신의 인지도를 높여 가요. 인지도는 어머니를 찾기 위한 것. 각지를 돌아다니는 모험가의 눈과 귀를 빌리면 어쩌면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걸지만 그렇게 녹록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면서 여차여차 시간은 흐르고 사라와 티격태격하는 일도 늘어나고 그러다 삐끗해서 사고를 위장해 가슴도 만지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죠.

 

그리고 새로운 인물 모험가 S등급(참고로 루데우스는 A등급) '졸다트'도 만나 그에게 사사건건 시비도 받으며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고 결국은 둘이 의기 투합하기에 이르는데 그 과정이 참 현실적입니다. 졸다트는 몰랐다곤 해도 처음엔 에리스에게 차였다는 상실감에 젖어 세상 다 잃은 듯한 면상이 마음에 안 들어 시비를 걸어 댑니다. 그러다 둘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차츰 졸다트는 루데우스의 상실에 젖은 본 마음을 알아 가죠. 그런데 이 과정을 보고 있으면 왜 루데우스는 에리스와 이렇게 대화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을 던집니다. 솔직 다감하게 대화를 했더라면 미래는 달라졌을까? 그랬다면 적어도 사라를 여자로서 수치심을 들게 하지는 않았을 거라 봅니다. 무슨 말이냐면 스포일러이긴 한데 사라가 의뢰를 수행하던 중 죽을 위기에 처하죠.

 

'카운터 에로우'의 파티원은 그녀가 죽었을 거라 여기고 철수를 해버리고 맙니다. 하지만 루데우스는 밤 길을 헤치고 그녀를 구해주게 되죠. 파티원도 포기한 자신을 구해준 것입니다. 실제로 다른 파티원 한 명은 사망해버렸고, 그러니 상성이 안 좋아도 호감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세상은 그래요. 딱히 해코지도 안 하고 그동안 모험하면서 몇 번이나 파티를 위해 목숨을 걸어준 그가 아무리 아니꼽더라도 호감이 안 생기는 게 이상하죠. 그리고 6개월간 이들은 나름대로 인연을 쌓아가고 종국에 사라는 그에게 마음을 허락합니다. 아랫도리가 아버지 파울로만큼이나 가벼운 루데우스가 그걸 차버리지는 않을 테죠. 그런데 말입니다. 사람은 어떤 트라우마나 굉장한 충격을 받으면 몸 어딘가가 고장이 난다고 하죠. 루데우스는 하필이면 자랑스러운 거기가 말입니다.

 

 

그동안 사람이 죽어나가는 장면이 더러 있긴 했지만 이번처럼 사실적 묘사에선 정말 소름이 돋았습니다. 특히 '사라'가 마물에 붙잡혀 있는 장면은 시리어스가 따로 없어요. '카운터 애로우'의 파티원 중 죽은 한 명을 표현한 장면도 꽤나 시리어스하죠. 밥맛 떨어질까 봐 자세하게 언급은 못하겠습니다만. 여러 작품을 봐온 필자에게 있어서 다소 충격적이었다고 할까요. 표현력에 있어서요. 그리고 이 장면들에서 삶과 죽음은 정말 종이 앞뒤처럼 가깝게 존재하는 구나하는 걸 새삼 알게 해줬군요. 그러고 보면 주인공 루데우스가 현세에서 죽을 때도리얼리티 하게 표현을 해놨죠. 아무튼 몇 개월이나 같이 생활한 동료 같은 사람이 다음날엔 목숨을 다하는 세계, 전세에서 방구석 폐인질이나 하던 주인공에게 다소 짐이 무거운 장면이 아닐까 했는데 이건 또 태연하게 대처하는...

 

어쨌거나 이번 에피소드는 주인공 성격 때문에 눈살이 많이 찌푸려졌군요. 에리스가 왜 떠났는지 이해하려 하지 않는 모습, 그것으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많이 입어 불능이 되어 버렸지만 그것조차 이해를 못하는 모습, 사라를 여자로서 수치스럽게 해놓고 사라가 꺼낸 타산적(구해준 것에 대한 빚 청산)이었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서 상대의 진짜 마음을 알아채지 못하는 우둔함, 이런 흐름을 보고 있자니 피해 의식에 쩔어있는 전형적인 방구석 폐인 기질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끝끝내 졸다트와 '어떤 짓'을 벌이면서 인상은 최악으로 치닫더군요. 거기다 진심을 들으려면 술을 먹여 보라는 말이 있듯이 고주망태가 된 루데우스가 꺼낸 사라의 평가는 정말 본인(사라)에게 싸다구 맞아도 모자를 지경에 이릅니다. 그래놓고 또 피해자 코스프레는 정말 이건 아니다 싶었군요.

 

맺으며, 필자는 이래서 이 작품을 안 보려 최대한 저항을 하였습니다. 그렇다고 그럼 지금부터라도 보지 말라는 악플은 참아 주시고요. 이미 8권도 구매해놓은지라, 9권부터 어떡할지는 8권을 마저 보고 판단을 해볼까 합니다. 어쨌거나 루데우스만 죽일 놈이라고 언급은 해놓았습니다만. 사실 에리스나 사라나 자신의 마음을 상대에게 명확히 밝히지 않은 죄가 있긴 합니다.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인데, 문제는 그런 히로인들에게 버림받았다고 자해하는 주인공의 문제가 더 크다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군요. 단순히 버림받았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히로인들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비추는 것에 질이 더 나쁘다 할 수 있습니다. 요컨대 소통의 부재임에도 그걸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그런 재주가 있었으면 전세에서 방구석 폐인으로 지내지 않았을 테지만요.

 

마지막으로 본 리뷰는 필자의 주관적 100%입니다. 다른 분들과 의견이 다를 수 있음을 알리며,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악플은 달지 말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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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 슬레이어 외전 : 이어 원 3 - SL Comic
사카에다 켄토 지음, 아다치 신고 외 그림, 김성래 옮김, 카규 쿠모 원작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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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에선 좀 힘들겠고, 외전에서 한 번쯤 고블린에게 된통 당하는 모험가들을 다뤘으면 좋겠더군요. 여기서 된통이라는 건 신참 모험가들이 자기 잘난 맛에 갔다가 당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도시 하나를 뭉개 버리는 수준이면 경각심을 일깨워주지 않을까 싶은 게요. 이쯤 되면 용사가 나서서 어떻게 해주겠지만 외전에서는 아직 용사는 꼬맹이일 때라서 스탬피드 수준을 막을만한 인재가 없어요. 본편이라면 물의 도시 때처럼 그렇게 되도록 고블린 슬레이어가 놔두지는 않겠지만, 혼자 모든 걸 짊어져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이점은 본편에서 동료들을 맞이하면서 어느 정도 해결이 됩니다만.)를 심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텐데 작가는 S 기질이 있는지 계속해서 고블린 슬레이어를 못살게 굽니다.

 

아직은 꼬맹이일 뿐인 용사가 사는 마을에 고블린 퇴치 의뢰를 받아서 간 고블린 슬레이어는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고블린 떼를 맞이하죠. 나름대로 방책을 강구하기는 했는데 5년 후처럼 동료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스승에게 죽도록 수련을 받았으나 경험은 역시 현장에서 구르면서 익히는 수밖에 없다는 걸 친히 그가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이 작품만이 아니라 여느 판타지에서 으레 고블린이라 하면 마을 꼬맹이라도 한두 마리라면 쫓아낼 수 있는 게 고블린이라는 설정인데요. 그래서 고블린 하면 허접쓰레기라며 아무도 상대도 안 해주지만 사실은 힘이 없기에 가장 영약 하다고 이 작품은 역설합니다.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날의 상처는 가실 줄을 몰랐고, 눈에 보이는 고블린들에게서 그날의 아픔을 되새기는, 그래서 고블린은 몰살이라며 광기에 찬 모습으로 칼을 휘둘러대지만 영악한 고블린 떼들의 공격은 매섭기만 합니다. 여담이지만 작가가 건담 팬인지 고블린 3마리가 '검은 3연성' 어택을 감행할 때는 실소를 금할 길이 없었군요. 아무튼 한 마리씩 없애가지만 역시나 경험 미숙은 그의 목을 옥죄어 옵니다. 잠깐의 방심은 뒤통수를 맞는 것이고 그렇게 엎어지면 몰매 수준을 넘어서 목숨이 왔다 갔다, 문득 떠오르는 건 누나의 얼굴이라는 주마등이고, 여기가 내 무덤일까 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패대는 고블린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어요.

 

그건 그렇고, 광산에서 록 이터를 때려잡는 '젊은 전사'쪽과 고블린 슬레이어랑 장면을 교차 시키면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에 뭔가 시사하는 대목이나 의미가 있을 거 같은데 이게 뭔지 도통 떠오르질 않는군요. 록 이터에게 '하프 엘프 소녀'를 잃고 복수심에 불타는 젊은 전사와 고블린에게 누나들을 잃고 복수심에 불타는 고블린 슬레이어, 미치도록 잡고 싶었다는 공통점을 안고 무서움에 발을 빼기보다 복수심에 인생을 건다. 그러나 한쪽은 홀로 싸우고 한쪽은 다른 모험가들과 함께 싸운다. 음지와 양지를 표현하려 한 것일까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길을 걷는 고블린 슬레이어와 모험가들의 도움을 받아 록 이터를 무찌르고 복수에 성공하는 젊은 전사.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정체할 것인가. 끝나지 않은 복수와 끝나버린 복수. 한가지 알 수 있는 건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메시지였군요.

 

맺으며, 역시 글로만 된 소설보다 그림으로 보는 것이 더 와닿는다고 할까요. 이거 무슨 학습지 보는 유아도 아니고, 사실 라노벨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 중에 이토록 완성도가 높은 작품은 참 드뭅니다. 원작과 비교해 스킵으로 인한 괴리감이 거의 없다는 건 작가의 자질이 대단하다는 뜻이기도 하죠. 특히 이번 록 이터를 맞이해서 여러 모험가들이 일심동체로 싸우는 장면은 꽤 박진감이 있습니다. 고블린 슬레이어가 고블린을 맞이해 처절히 싸우며 광기에 젖어가는 모습도 참 흥미롭죠. 그래서 이때 5년 후처럼 외전에서도 그의 곁에 서서 人 사람 '인'처럼 누군가가 받쳐 주었다면 고블린 성애자로 성장하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묻어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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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사는 기도하지 않아 3 - Extreme Novel
스도 렌 지음, 니리츠 그림, 정혜원 옮김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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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 그저 거들 뿐, 도박으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던 '라자루스'에게 다가온... 예전 같으면 리뷰에 닭살 돋는 멘트도 서슴없이 썼겠습니다만. 나이가 들고 보니 창피해서 더 이상 쓰지는 못하겠군요. 아무튼 제도(한 나라의 수도 같은 도시?)에서 도박으로 연명하던 주인공 '라자루스'는 도박에서 크게 이겨 어느 노예 소녀를 손에 넣게 되었죠. 그러나 이후 괴한에게 그녀를 빼앗기고 맙니다. 18세기, 치안이 유지된다고는 해도 아직은 무법자들의 세계에서 눈에 띄는 행동을 삼가하며 생활하던 그에게 노예 소녀 '릴라' 탈환 사건은 싫어도 모두의 주목을 받게 하고 말았습니다. 이에 제도에 있을 수 없게 된 그는 지방도시 '바스'로 잠시 몸을 피할 목적으로 여행을 떠났더랬죠. 가던 중 지주의 딸 '이디스'를 차지하려는 못된 남자를 응징하고 겸사겸사 메이드 '필리'와 함께 길동무로 삼고 바스에 도착은 하였습니다만.

 

온천의 도시 '바스', 우리 속담에 이런 게 있죠.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 아무리 인터넷이나 전화가 없는 시절이라도 소문은 퍼지게 마련이죠. 주인공 라자루스가 한가지 간과한 게 있다면 이런 것입니다. 소문의 속도, 제도에 있었던 소란의 중심인물을 어딜 가든 있는 동종업자들이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죠. 하필 도착한 온천의 도시 바스에서는 도시 전체를 주무르는 의전장과 부의전장간 이권을 놓고 알력이 생성되어 있었는데요. 그러니 하나라도 많이 아군을 끌어들이고 싶었던 양 진영은 제도의 유명인 라자루스에게 눈독을 들이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 그러니까 라자루스가 바스에 발을 들이는 순간 그는 개미지옥에 빠진 것입니다. 머리는 제법 똑똑하고 눈치도 빠르고 분위기도 잘 살피면서 말은 온천의 도시라지만 이면엔 제도와 마찬가지로 도박으로 흥망성쇠를 이어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발은 들인 우둔함은 몸으로 갚으라는 듯 온천의 도시 바스는 그에게 시련을 선사합니다.

 

자, 사회적으로 힘이 있어 보이는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선 어떻게 하면 될까. 무턱대고 내 사람이 되어라 해봐야 의심만 살 뿐이죠. 시간을 들여 친분을 쌓으면 되겠지만 그럴 수 없을 땐 강경책이 상책입니다. 뒤늦게 바스의 분위기를 읽고 어쩌나 하며 라자루스는 여느 날처럼 묵고 있는 여관방에 돌아왔는데 그를 반기는 건, 누군가에게 죽을 만큼 얻어맞아 피떡이 된 채 침대에 널브러져 있는 10살짜리 소녀였으니, 여기서 티비 드라마라면 경찰이 들이닥칠 테죠. 이제 그는 바스에서 일어나는 의전장과 부의전장간 알력의 중심에 서고 맙니다. 그런데 피떡이 된 소녀는? 일단 병원에라도 대려 가야죠. 소녀의 이름은 '줄리아나', 아버지 얼굴은 알아도 이름은 모르며, 이름을 모르는 아버지에게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고 해맑게 웃는 소녀, 자신이 이렇게 피떡이 될 정도로 맞은 것에 의문을 느끼지 않으며 필요하다면 당연한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모습은 어딘가 망가져 있다는 알려줍니다.

 

철저하게 누군가에게 도구로써 키워진 그녀(줄리아나)는 라자루스에게 어떤 결말을 가져다줄 것인가.

 

딱히 알력이 있다고 해도 여러 사람이 말려드는 시리어스함은 없습니다. 도박이라는 주제답게 도박으로 상황을 해결하려 들고, 수가 틀리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 수가 있다며 으름장을 놓긴 합니다만. 양 진영 중간에 끼인 라자루스는 어느 편에 설 것인가를 고심해가고 둘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걸 알아가죠. 자기들 문제는 자기들이 해결하면 될 것을. 시달리는 사람 심정 좀 헤아려주면 좋겠건만, 아랑곳하지 않고 함정을 파지 않나, 회유하지 않나, 사실 도박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거지 일보 직전인 그에게 있어서 양 진영 어느 곳에 속하든 이익만 챙기고 빠지면 될 텐데 고지식하게 그럴 마음은 추호도 없다는 것에서 사람이 좀 고지식한 면을 볼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우유부단하게 있을 수만은 없는 게 '릴라'까지 은근슬쩍 잘못될 수 있다는 협박이 날아들고 도망가고 싶었던 그를 바짓가랑이 붙잡듯 붙들고 늘어지니 그는 이제 슬슬 빡쳐 갑니다.

 

상황이 나빠지지만 그런 건 알 바 아니고, 이 작품은 도박에 주제지만 메인은 러브코미디라고 작가가 단언해버렸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히로인이 제법 나오죠. 릴라를 필두로 해서 2권의 히로인이었던 이디스와 메이드 필리, 이디스는 나이가 너무 어려 연애전선에 투입은 힘들고 메이드 필리가 대신 그 자리를 꿰차고 있는데요. 그녀는 분명 엑스트라인데 등장할 때마다 독설이라던지 색기 등으로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죠. 라자루스와의 섬싱을 예고하고는 있지만 정작 라자루스가 남의 메이드와 엮이는 걸 꺼려 해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디스는 아직 들러리로써 크게 활약하는 건 없군요. 그리고 이번 3권 히로인 '줄리아나' 10살이라서 히로인 대열에 올릴 수는 없지만 모든 건 '아버지의 뜻대로' 설령 죽으라고 하면 시늉이 아니라 진짜로 죽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제대로 망가진 모습을 보이는 것에서 꽤 안타깝게 합니다.

 

근데 여담이지만 사실 줄리아나의 등장으로 주인공 라자루스가 어느 진영에 붙어야 되는지 진작에 밝혀주는 핵심인물이자 스포일러가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작가가 이야기 강약 조절이 실패해버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군요.

 

아무튼 릴라, 그녀는 라자루스를 만나 노예로서 속박에서 벗어나 자주성을 띄게 되죠. 그 만나고 나서 표정과 감정이 조금식 풍부해지고 있는데요. 제도에 있을 때 경직된 사고관이었던 것이 이디스의 영지를 거칠 때 조금은 자신의 감정을 내비치기 시작했고, 바스에 도착해서는 길거리에서 들려오는 음악에 심취하고, 무도회에 가고 싶어 하는 소녀의 감성을 내비치기 시작하면서 보는 이를 애틋하게 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노예의 신분인 그녀에게 주어진 환경은 그렇게 녹록지만은 않죠. 그래서 라자루스는 그녀를 해방 시켜 떠나보내려 합니다. 애초에 제도에서 그녀를 구해준 것도 상황이 그러해서 구해준 것일 뿐, 그녀를 떠안는다던지 같이 지낸다던지 하는 마음은 그(라자루스)에겐 없었죠. 왜냐, 도박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수가 틀리면 언제든지 뒷골목에서 살해당할 운명인 그에게, 그가 떠나고 나면 릴라는 혼자 남겨지게 될 테니까요.

 

노예로 살 것인가, 자유롭게 살 것인가. 릴라에게 두 가지의 길이 제시됩니다. 그리고 그와 그녀가 선택한 길은...

 

맺으며, 삶과 죽음의 경계가 바로 곁에서 공존하는 세계에서 아무 힘도 없는 주인공 라자루스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랄까요. 그는 이번 바스에서의 소동에 휘말리며 자신의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손에 들어온 소중한 것도 내팽개칠 수 있다는 마음을 내비치죠.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모습에서 그가 얼마나 정이 많은지를 보여줍니다. 내면의 갈등을 꽤 리얼리티 하게 보여준다고 할까요. 도망가면 살 수 있는데, 하지만, 무도회에 데려가지 못하는 릴라를 위해 야외에서 그녀의 손을 잡고 댄스를 같이 춰주는 장면이라든지, 릴라를 버리면 목숨을 건질 수 있는데도 그러지 않는다던지, 언제부터인가 눈을 뜨면 바로 곁에 있는 그녀가 눈에 밟히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해서 주인공의 역린을 건드리는 꼴이 되어가는 악당들은 처벌되고 작가가 공언한 대로 이 작품은 러브코미디가 맞구나 하는 걸 새삼 알게 해줍니다.

 

사족을 더 쓰자면,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야기 강약 조절에 실패한 것인지 중반 이후 느닷없는 전개가 보는 이를 어리둥절하게 합니다. 스포일러라서 자세히는 못쓰지만, 이번에 등장하는 줄리아나와 그녀의 모친 그리고 모친을 구하고자 획책한 인물에 관한 건데 어째서 이렇게 이어지는지 하는 설명도 없고 엔딩도 흐지부지로 끝내버리는 황당함이 있습니다.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것도 유분수지, 줄리아나의 모친을 구하고자 하는 이유도 나오지 않고 이후도 언급 없이 끝나버리는 불친절은 어쭙잖게 러브코미디로 엮으려다 실패한 게 아닐까 했군요. 완전히 옥에 티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위기를 맞이해가며 뭔가를 유추하고 알아가는 장면에서는 독자들이 유추할만한 재료를 내놓지 않고 주인공만 납득해버리는 불친절도 있습니다. 이게 제일 짜증 났군요. 어떻게 보면 필자의 독해력이 딸려서 그럴 수 있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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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해빠진 직업으로 세계최강 제로 3 - L Novel
시라코메 료 지음, 타카야Ki 그림, 김장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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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도시 안디카에서 신대 마법을 쓰는 해적소녀 '메일 메르지네'를 새로운 동료로 맞아들였습니다. 이로써 '밀레디'는 신대마법사 7명 중 자신 포함 4명을 모으게 되면서 꿈에도 그리던 교회 타도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되었죠.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혼자서 [해방자]라는 교회에 대항하는 반란군을 이끌며 모든 걸 짊어지고 있었던 그녀, 4년 전까지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가훈인 것처럼 옛날부터 교회에 반하는 이단을 처치하며 마치 잘 짜져진 프로그램처럼 세상을 살아가기만 했던 그녀, 그런 그녀의 눈과 귀를 뚫어줬던 벨타의 죽음에서 부조리한 세상을 바로잡고 신(神)에 맞서기로 했던 그녀는, 그녀의 의지를 받들어준 많은 동료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이제 좀 어깨의 짐을 좀 내려놔도 되나 싶었던 그녀를 벌하듯, 이 세계의 신(神)은 처음부터 그녀의 편은 아니었다는 듯 옭아매기 시작합니다.

 

근데 뭘 써야 되나, 이번엔 좀 많은 일들이 벌어져요. 이걸 어떻게 압축해서 조리 있게 쓸까 하루 종일 생각을 했지만 좀처럼 결론이 나지 않았군요. '메일'을 동료로 맞아들이고 수개월, 해상도시 안디카의 주민들을 [해방자]로 맞아들이면서 이들을 수용할 각 지부라든지 살 곳을 찾아 동분서주하는 게 초반의 이야기입니다. 밀레디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으면 발과 입에 가시가 돋는지 '오스카'에게 깐족깐족 거리다 기어이 그에게서 안경빔을 처맞고 실명을 하고, 안디카 주민들이 살 곳을 수소문하다가 사막에 집을 짓는 오스카의 엉덩이를 노리는 여장남자에게 메일이 그를 재물로 바치는 등 제법 유쾌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하지만 그 유쾌함에 감춰진 뒷면에서는 밀레디가 안고 있는 짐의 무게는 보통이 아니라는 걸 역설하기 시작 하죠.

 

불과 14살이라는 나이에 수천 명이나 되는 [해방자]들을 이끌고, 교회에 맞서 싸우고, 그러면서 마치 사회주의 국가에서 모든 대화와 행동이 검열 당하는 것처럼 인간이 인간답게 못 사는 세상을 아파하며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런 아픔과 고생을 애써 감추기 위해 그녀는 깐족거림으로 포장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무게 있는 이야기가 시종일관 가슴을 묵직하게 만듭니다. 작가가 본편은 말할 것도 없고 외전 1~2권에서도 오글거리는 중2병을 작렬 시켜놓았으면서 이번 3권은 꽤나 진지한 모습을 보여서 놀랐다고 할까요. 사실은 밀레디의 깐족거림은 힘든 내색을 하지 않기 위한 포장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더 이상 개그라든지 중2병이라고 언급을 못하겠더라고요. 메일의 사디스트는 그런 그녀를 뒷받침해주기 위한 그녀만의 배려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아무튼 마왕이 등장합니다. 본편에서도 마족이 나오죠. 하지메에게 끔살을 당한 마족 여자가 살았던 마왕국, 여느 판타지에서 그러하듯 인간들과 싸우지 못하면 온몸에 가시가 돋는지 마족 우월주의를 내세워 호시탐탐 인간족을 족치려 들었지만 이번 대의 마왕은 온건주의였다는데 뭘 잘못 먹었는지 갑자기 온건에서 강경으로 돌아서서는 전쟁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습니다. 막강한 교회에 대항하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으려는 마왕은 같은 마족이라도 씨가 틀리다며 하위 종족을 잡아다 병기를 만든다고 생체실험을 하고 있었더랬죠. 근데 여기까지는 좋아요. 중요한건 마왕이 밀레디를 그동안 스토킹을 해왔다는 것인데요. 옛날부터 마족과의 전쟁에서 인간 측 선봉에 섰던 밀레디 가문이 무서웠던 마왕은 밀레디의 발을 묶기 위해 오스카의 동생 등 [해방자]의 동료들을 포로로 잡으려 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하죠.

 

흠... 이번 3권은 본편과 더불어 제일 흥미로운데 어째서 리뷰 쓰기는 죽기보다 싫은지 도통 알 수가 없군요. 여기까지 쓰는데 3시간 넘게 걸렸습니다. 아무래도 1~2권과 괴리감 때문이 아닐까 하는데, 작가 '사라코메 료'하면 개그 중2병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잖아요. 그래서 그럴까요. 이와 상반되는 이야기를 초반 빼고 시종일관 매우 진지하게 써놨으니 필자가 적응을 못하나 봅니다. 특히 마왕과의 일전은 정말 뼈와 살이 분리되는 게 이런 걸까 싶을 정도로 밀레디, 오스카, 나이즈의 싸움은 처절합니다. 마왕이 준비한 적을 알고 나를 날면 100전 100승이라는 필승의 전략을 구사하면서 위기란 이런 거라는 걸 여실히 보여주죠. 마법 봉인, 마법에 특화 한 밀레디 일행에게 있어서 마왕은 천적이나 다름없게 다가와요. 여기에 새로운 신대마법사가 마왕에게 인질로 잡혀 있었고 그에게서 눈물 나는 인생 스토리까지 합처지니 정신을 못 차리겠습니다.

 

맺으며, 이번 리뷰도 뭔 말하는지 모르겠다는 댓글이 달리지 않을까 하는군요.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번 리뷰는 쓰는데 고생 좀 했습니다. 적응이 되질 않아요. 송충이는 솔잎만 먹고살아야 하는데 왜 뽕잎을 먹고 그러시는지 원. 아무튼 밀레디가 품고 있는 깐족거림의 진실은 이것이다라는걸 알려주는 에피소드가 아니었나 합니다. 가시밭길을 걷는 고통을 감추기 위한 거짓 웃음, 이것이 없었다면 4년 전 밀레디의 눈과 귀를 뚫어주었던 벨타의 죽음에서 이미 그녀는 정신이 망가졌을 테죠. 그래서 다시는 잃지 않기 위해 거짓 웃음으로 겉을 포장하고 아무리 고생스러워도 누군가를 구하는데 진심을 다한다. 이것이 이번에 표면화됩니다. 사실 전체적으로 넓게 보면 중2병의 연장선이긴 한데 중2병을 공공연히 언급하는 작가치곤 꽤 진지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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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거라 용생, 어서 와라 인생 6 - L Novel
나가시마 히로아키 지음, 이치마루 키스케 그림, 정금택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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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주인공 '드란'을 환생 시켰는지에 대한 복선을 쬐금 투하 해놓고는 나 몰라라 하는 작가의 클래스. 거기에 낚여서 초반에 하차하려 했던 필자는 기어이 6권까지 손을 대고 말았습니다. 까마득한 과거 세상 볼꼴 못 볼 꼴 다 겪고 이제 삶에 회의를 느끼던 차에 마침 자신을 찾아온 용사 무리에게 토벌되어 그대로 사라지려 했던 고신룡(범우주적으로 엄청 드래곤)을 다시 깨워 인간으로 환생 시켰던 누군가는 누구인가. 궁금증만 자아내고 일언반구도 없다니 직무유기도 저 정도면 죄가 아닐까요. 그나마 고신룡을 죽인 용사 후예들은 하나둘씩 나오고는 있지만, 이제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는 식으로 주인공 드란은 '가로아 마법학교'에 입학하여 청춘을 구가중이군요.

 

근데 이 작품의 원류가 무엇인지 아시는 분 계시나요. 일단 소설가가 되자에 연재된 작품이고 서적화는 이걸 바탕으로 해서 발매가 되었죠. 근데 소설가가 되자에 연재되기 전에 R-15로 이미 제작되었다는 걸 아는 분은 잘 없으실 겁니다. 거기다 R-15답게 주인공은 성욕이 왕성하다는 기본 전재를 깔고 갔다고 하더라고요. 그렇다면 그 분위기를 정발본에서도 느낄 수 있느냐, 하나도 없으니까 기대는 하지 마시고요. 다만 히로인들이 그에 못지않게 나옵니다. 이거에 희망을 걸고 계속 보실 분은 보셔도 되지 싶은데 필자는 말리고 싶군요. 같은 방에 같은 침대를 쓰는 진히로인 세리나에게조차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고 하니 뭐...

 

어쨌거나 무슨 연애 시뮬 게임도 아니고 히로인들 진짜 많이 나옵니다. 진작에 낌새는 눈치채고 있었지만 끝도 없이 쏟아져요. 6권까지 주인공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히로인 수만 14명 아니 15명인가. 세다가 질려 버려서 관뒀을 정도군요. 거기다 초월적인 미모라는 둥 도자기로 빚은 듯한 미모라는 둥 한번 보면 현기증으로 쓰러질 정도의 미모의 소유자라는 컨셉을 잡고 있는 통에 읽고 있다 보면 드러운 외모지상주의 같으니라는 말이 절로 떠오릅니다. 히로인 이외의 여자 엑스트라는 인간도 아닌지 등장은 시켜도 외모에 관해선 언급조차 없는 게 엑스트라인 것만 해도 서러운데 외모에서도 밀리는 어처구니, 그래서 절세 미녀 히로인들만 모여있다 보니 누가 말했더라 작중에 보면 드란에게 너님 밤 길에 칼 맞을지도 모른다(대충 비슷할 겁니다.)라는 대사가 나와요.

 

그런 애들이 모이면 뭐라고 하는지 아시나요. 인싸들의 모임이라고 합니다. 꽃보다 남자 F4가 있듯이 히로인들 면면이 학원에서 누구나 우러러보는 절세 미녀에 하나같이 행성도 삶아 먹을 실력을 갖춘 능력자들이 모여 있으니 무슨 프리저 기뉴 특전대도 아니고, 그 중심에 주인공 드란이 있습죠. 평민 주제에 이런 미녀들을 끼고 있으니 주위의 시샘은 장난 아니고, 그러다 보니 입학 때부터 진히로인 세리나에게 시비를 걸어왔던 그라프인지 그라탕인지의 분탕질은 더욱 주인공의 입지를 공고히 해주는, 아싸들이 보기엔 뭐 같은 일들이 벌어집니다. 대체 주인공 드란이 어디 가 좋아서 히로인이 들러붙는 것일까. 나도 고신룡이 되면 인기를 얻을까?

 

위에서 연애 시뮬 게임을 언급했었는데 아닌 게 아니라 게임에 쓰일법한 소재가 제법 나와요. 드란의 전생이었던 고신룡의 피와 살을 이용해 탄생했던 신조마수의 환생이라는 이력을 가진 '레니아'는 주인공 드란의 딸을 자처하며 아버지(드란)의 이쁨을 받기 위한 광기를 보여주는 모습은 가히 소름이 다 돋을 정도고요. 수룡황이라는 타이틀을 가지며 행성 한두 개는 쪼개버릴 힘을 가지고 있는 '류키츠'라는 히로인은 딸 '루우'와 함께 드란을 남편으로 들이기 위해 전전긍긍, 히로인들 면면을 들여다보면요. 진히로인 라미아(반수반인) 종족 세리나, 불을 뿜는 화룡, 물을 뿜는 수룡 모녀, 고신용(주인공)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신조마수의 환생체 딸, 그 고신용을 죽인 용사의 후예, 집안 대대로 환수를 기르는 히로인들, 흡혈귀, 꽃의 정령, 사신, 여신, 순수한 인간, 하아... 또 있을 텐데...

 

그래도 이렇게 많이 나와도 주인공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지 않는 게 참으로 용하다고 할까요. 아니 싸우면 행성이 뽀개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 게 문제지만요. 아무튼 티격태격 싸우면 드란에게 미움을 받게 되고 그러면 인싸들의 모임에서 탈락할 테니 그러지 않을 것일 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작중 간간이 드란에게 미움받을지도 모른다는 대사가 있으니 전혀 관계가 없는 건 아닐 테죠. 진히로인에 대한 예우도 깍듯해서 히로인중에 그나마(!) 힘이 제일 약한 세리나를 배려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는 것에서 희한하게 흐뭇하게 한다는 말이죠. 대놓고 싸우진 않지만 은근히 드란을 차지하기 위해 알력을 보이면서도 드란과 같은 방에 같이 살고 있는 세리나에게는 전혀 태클 걸지 않는 것에서 얼마나 그녀가 우대받고 있는지 여실히 알 수 있죠. 그전에 괴롭혔다간 드란에게 미움받을 테지만요.

 

아무튼 이번 이야기는 몇 달 뒤에 찾아온 경마제(마권 놓고 하는 경기 아님) 본선에 참가하기 위한 예선을 치른다는 이야기입니다. 몇몇 히로인은 예선을 치르지 않고도 당연하게 본선 진출을 확정했고, 농땡이만 피워서 자동 본선 진출권을 박탈당한 레니아와 자력으로 출전을 결심한 드란이 예선에 참가하여 무쌍을 찍는 이야기입니다. 학교에 입학하고 몇 달간 평민 허접쓰레기라며 주변에서 괄시를 받았던 드란이 본연의 실력을 보이며 주변을 닥치게 만들고 평민 주제에 인싸에 합류하는 개천에서 용이 나는 그런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겸사겸사 그동안 진히로인 세리나를 괴롭혔던 우둔한 귀족 나부랭이도 혼내주고요. 그리고 본선에 대비해 히로인들과 훈련은 한다는 아싸들이 보면 피눈물을 흘릴만한 이야기가 잔뜩 들어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고대 때부터 살아와서 그런지 주인공은 참 고지식한 면도 보입니다. 인싸들의 다과 모임에서 과자를 입에 욱여넣는 히로인들을 나무라는 모습에서 먹는 걸로 눈치 주는 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군요. 먹는 걸로 눈치 받으면 얼마나 서러운데요. 아닌 게 아니라 애들 기가 팍 죽어요. 학벌을 중요시 여기기도 하고 애들 좀 들떠 있는 상황에서 니들 뒷바라지해주는 부모들들을 생각하라는 둥 한창 사춘기를 겪는 애들에게 못할 말을 늘어놓는데, 분명 맞는 말도 있지만 분위기도 좀 봐가면서 하던지 애들 왜 기죽이고 그래요라는 말이 떠올라 실소가 터지기도 했군요. 그러고 보면 드란은 고자는 아닌데 그렇다고 손을 대는 것도 아니고, 히로인들도 적극적이지 않은 것에서 분위기는 참 오묘하다고 할까요. 천칭의 추를 중간에 짝 맞춘 것처럼 균형을 맞추고는 있는데...

 

맺으며, 이전엔 시리어스 한 이야기가 좀 나왔지만 근본은 그냥 학원 라이프입니다. 졸업 후는 어떻게 될지 몰라도, 드래곤 볼의 등장인물들이 학교에 다닌다면 어떨까 하는 주제를 놓고 만들면 이런 분위기이지 않을까 하는 느낌을 받았군요. 죄다 행성 파괴급의 실력자에 미모도 출중한데 집안까지 하나같이 화려하고, 급기야 수룡황 류키츠가 등장할 때는 그녀의 미모에 길 가던 모든 사람들이 다 혼절... 이 정도면 작가가 무슨 병을 앓고 있지 않나 싶더라고요. 미모에 대해 온갖 미사구여를 늘어놓는데 학을 떼겠습니다. 그렇다고 거기에 따른 흥미진진한 이야기, 가령 싸움이 난다던지 같은 것도 없고 뭐 하자는 건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아니 싸워봐야 행성 파괴급을 누가 이긴다고, 작가에게 파워 인플레도 좀 적당히라는 말은 해주고 싶었군요. 그 덕분인지 나름대로 힘을 가졌음에도 빛을 못 보는진 히로인 세리나를 배려하는지 다들 그녀를 보호하려는 모습에선 조금 훈훈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6권에서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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