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이끄는 이세계 여행 8 - L Novel
아즈미 케이 지음, 마츠모토 미츠아키 그림, 정금택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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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긴글 주의





무능력 주인공이 힘을 얻었다고 다 유능력이 될까? 적어도 이 작품에서는 아닌 거 같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힘이 있어도 휘두르길 주저하고, 위기에 빠진 사람이 있으면 구해주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어디에나 있을 평범한 사람이다. 거기에 손익을 따지지 않으며, 이익을 얻고자 움직이지도 않는다. 그저 여신을 한대 후려 패고 싶고, 부모님의 발자취를 찾고 싶고, 살기 위해 장사를 하고 싶어 하는 평범한 사람이다. 머리가 비상한 것도 아니고, 장사에 수완이 좋은 것도 아니다. 그저 '운(럭키)'이 좋았을 뿐이다. 토모에를 주운 것부터 해서 황야의 도시 츠이게에서 대상인의 은인이 되었던 것은 주인공에게 있어서 쥐구멍에 햇빛이었고, 이 햇빛은 씨앗을 틔우게 하여 그로 하여금 앞으로 일용할 양식이 되게 해주게 된다. 아인들하고만 살아가라는 여신의 저주는 끝끝내 떨쳐내지 못한 채 여러 아인들을 규합해 수하로 들이면서 결국 여신의 저주는 완성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이건 그에게 마이너스가 아닌 기회가 되어버린 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그럴까 강력한 부하를 들이고 아인들을 규합하면서 두려움을 모르게 되었고, 반면에 제대로 된 이세계 상식을 얻지 못해 상당히 고생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일본에서의 상식으로 사람을 대하는, 강력한 법규 아래 타인을 해하지 않으며, 서로 도와가며 도덕이라는 울타리에서 살아온 주인공에게 자존감을 박살 내버리는 사건이 일어난다. 상점의 일로 상인길드에 들렸던 주인공은 길드장으로부터 뼈아픈 말들을 듣게 된다. 한마디로 장사의 기본조차 되어 있지 않는 놈이 필사적으로 살아가는 다른 상인을 능멸하느냐는 어처구니없는 말이 쏟아진다. 주인공은 아공에서 아인들이 생산한 제품들을 팔고 있었다. 당연히 원가는 없다시피 해서 아주 저렴하게 물건들을 팔다 보니 주변의 경계를 사게 된 것이다. 사실 주변에서 같은 제품을 100원에 팔고 있는데 저놈이 50원에 더 좋은 품질로 팔고 있으면 나라도 울화통이 치솟지 않을까 싶다. 주인공이 롯츠갈드에서 딱 그렇게 팔고 있었던 것이다.


주인공 입장에서는 자기가 왜 욕먹는지 이해를 못하게 된다. 그저 좋은 품질의 물건을 저렴하게 팔아서 많은 사람이 혜택을 봤으면 해서 팔기 시작한 것인데, 길드장으로부터 상도덕도 모르는 쓰레기 같은 놈이라는 부조리한 말까지 들었으니 얼마나 억울할까 싶다. 그래서 주인공의 자존감은 박살이 나버린다. 사실 주인공도 어느 정도 눈치를 봐가면서 장사를 해야 되는 건 맞다. 상업계에서도 질서라는 게 있고, 질서가 붕괴된다면 피해를 보는 건 구매자가 되는 건 자명하다. 독과점 문제도 있고. 이번 이야기는 이렇게 자존감이 박살 나서 장사를 접어야 되나 하는 시점에서 롯츠갈드에 마족이 뿌려놓은 괴생명체가 출현하고 이 괴생명체를 물리치면서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주인공을 그리고 있다. 이렇듯 이 작품은 좋은 말로 하면 순진하고 나쁜 말로 하면 돌대가리인 주인공이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 부딪혀도 운빨 하나는 좋아 기사회생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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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에 눈뜨고 코 베인다는 말이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아무나 믿었다간 코 베인다는 소리다. 주인공은 너무나 순진했던 것이다. 주인공의 코는 남아나지 않게 된다. 사실 길드장이 주인공에게 험한 말을 한 것도 그를 이용하려는 측면이 강하다. 쪼렙 상인이 돈을 많이 버니 배 아프고, 뜯어먹기 좋게 순진해 보이니 으름장을 놓으면 알아서 갖다 바치겠거니 했을 것이다. 실제로 벌이의 90%를 상납하라는 불합리를 제시하기도 했다. 보통은 이쯤 되면 토모에든 미오를 시켜 암살해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그러지 않는다. 그래봐야 변하는 건 없고, 의심만 받을 뿐이다. 즉, 주인공은 되받아 칠만한 지식과 상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런 부분은 사실 주인공이 평범한 사람이라는 리얼리티 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자존감이 박살 난 채로 더 이상 휴만(인간)과의 장사는 글렀다 싶어 마족과 접촉하게 되는데 마족이라고 그를 따뜻하게 맞아줄리 없다.


한때 주인공 제자였던 마족 장군과의 접촉은 주인공으로 하여금 남아 있던 코도 도려지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보다 어리숙해 보이거나 호구를 보면 이용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한때 제자였다는 정으로 마족 장군과 접촉해 장사를 위해 마왕을 만날 계획을 세우나 주인공은 마족에게 보기 좋게 이용당하게 된다. 어째서 주인공은 이쪽 요구를 들어줬다고 마족을 아군이라고 판단했을까? 답은 주인공이 미숙하니까. 롯츠갈드에서 괴생명체들이 날뛰면서 사람들을 마구 죽이는 일이 벌어진다. 조사해보니 괴생명체는 마족이 뿌려놓은 덫이다. 타깃은 축제를 즐기려 많은 나라에서 주요 인사들이고. 휴만(인간)들과 전쟁 중인 마족은 이때를 노리고 행동에 나선 것이다. 주인공은 길드장으로부터 '저리 꺼져'라는 소리를 들은 터라 휴만을 버리고 마족과 장사를 해볼 참이었다. 그래서 마족 장군하고 연을 트게 되었는데 뒤통수 맞게 된다. 나아가 괴생명체가 마족의 짓이라는 걸 들통나지 않게 알아서 잘 처리해 달라는 주문도 도착한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사람이 순진하니까 빤스까지 벗겨 먹으려 하네. 주인공은 휴만에게서 겉옷 벗겨지고 마족은 그의 속옷까지 벗기려 든다. 근데 이 둔탱이는 이 상황이 와서도 꿈꾸는 소리를 한다. 토모에와 미오, 시키가 마치 어린애에게 세상 상식을 알려주듯 조곤조곤 알려주게 되면서 자신이 이용당하고 배신 당했다는 걸 알게 된다. 머저리. 그래서 주인공은 괴생명체가 날뛰는 것을 바로 제압하러 가지 않는다. 주인공과 그의 시종들이 나서면 금방 해결된다. 하지만 그랬다간 우둔한 휴만들은 사회적 지위가 낮은 주인공을 인정하기는커녕 호구 취급할 것이다. 차라리 호구 당할 바엔 이참에 이걸 이용해서 주인공은 자신의 인지도를 올릴 계획을 짠다. 사실 이 계획도 그의 시종들이 짜줬다. 이점이 용사와 다른 점이다. 누가 되었든 앞뒤 가리지 않고 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하려는 용사가 있다면, 이렇게 호구 잡히고 나서야 세상의 무서움 알게 되고, 우선순위가 뭔지 알게 된다는 메시지가 있다.


그렇게 롯츠갈드 주민들이 마구 죽어 나가도 주인공은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시종들과 아공 주민들을 동원해 롯츠갈드 주민들을 대피 시키기도 한다. 뒤통수 맞았다고 해도 주인공은 냉혈한은 아니다. 사실 주민들을 지켜야 될 사람들은 이 구역을 다스리는 위정자의 몫이기도 하다. 그 위정자들은 뭘 하나? 하나같이 힘도 못 쓰고 괴생명체에 의해 썰려 나간다. 학원장은 히스테리를 일으키며 주인공 보고 나가 싸우라며 닥달한다. 사실 주인공이 싸우든 안 싸우든 안전한 곳에서 입만 나불대는 학원장이 뭐라 할 입장이 아니다. 학원장의 모습에서 이세계 휴만들이 주인공을 얼마나 깔보고 얕보는지 잘 나타나 있다. 그저 이용만 하려 든다. 그러니 주인공 입장에서는 굳이 나서서 올가미로 들어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롯츠갈드는 막대한 피해를 내게 되고, 주인공의 상점도 폐허로 변했다. 


이번 이야기는 주인공에게 있어서 파탄이 되어버린 휴만은 물론이고 마족과의 관계를 역전 시킨다는 분기점이다. 적절하게 힘을 과시해 인지도를 올리고 부서진 자존감을 회복하는 전략을 세운다. 사실 이쯤 되면 주인공이 참으로 음습하다 할 수 있는데, 여기서 알아야 될 건 이런 플랜을 짜는 건 주인공이 아니라 토모에 같은 시종들이다. 주인공은 시종들이 없었다면 힘이 있다고 해도 객사했거나 누군가에게 쪽쪽 빨리고 있었을 것이다. 사태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롯츠갈드 자체가 괴멸 수순으로 들어가자 주인공은 이제야 길드장 엿 먹일 겸 상점을 다시 열 수 있는 기반을 다지기 위해 사람들을 구하는 일에 뛰어든다. 사실 사람들이 위기에 빠졌다고 꼭 주인공이 구해주라는 법은 없다. 이점 때문에 의견이 분분하지 싶은데, 어차피 주민을 구하고 지키는 일은 위정자의 몫이다. 주인공이 도와주지 않았다고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맺으며: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라는 말이 있다. 주인공은 생김새부터 해서 온갖 설음을 다 받으며 마치 콩쥐처럼 온갖 험한 꼴을 다 당했다. 힘이 있는데 지위가 낮으니 주인공을 이용하려 들고 얕본다. 그런 안하무인들을 힘으로 밀어 붙는 건 쉽다. 토모에 한 사람만으로도 이세계를 멸망 시킬 수 있다. 하지만 그래봐야 남는 건 없다. 한 번쯤 받아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면 좋겠는데 그런 게 없어서 좀 아쉽다. 그래도 꿋꿋하게 버틴 결과 여라 나라에서 주인공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했다. 그동안은 한낯 상인 나부랭이였던 게 지금은 시대를 변화 시키는 영웅급으로 바뀌어 간다. 그래서 이번 이야기는 주인공에게 있어서 분기점이다. 이 세상은 힘보다는 인맥이다. 하나의 힘은 여러 인맥 앞에선 무용지물이다.라는 걸 보여준다고 할까.


그건 그렇고 이번 에피소드는 소름이 조금 돋는다. 눈뜨고 코베이는건 둘째치고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데 주인공은 자신의 인지도를 위해 계산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사람을 구하는 건 두 번째의 일이고 첫 번째는 자신의 인지도 올리기라는 것에서 조금은 섬뜩함을 느꼈다고 할까. 모든 사람이 길드장처럼 안하무인은 아닐 것이고, 주인공을 이용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이런 부분이 언급 자체가 없다는 것에서도 소름이 돋았다. 물론 아인들을 동원해서 주민들 대피를 도왔다곤 해도 말이다. 아무튼 주인공과 동급인 새로운 인물의 등장이라는 복선이 투하되고, 마족의 총공세가 이어지는 등 이야기는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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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터스 올 인피니티 1 - L Novel
야마타 나가토 지음, 시소 그림, 박경용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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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피니티 ∞ 즉, 무한대를 뜻한다. 제목에서도 이미 언급이 되어 있듯이 스테이터스 그러니까 체력이나 마력 등 판타지에서 캐릭터가 가지는 능력을 무한대로 펼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동안 한 가지나 두어 가지에서 특출하게 강한 캐릭터는 있어 왔으나 이렇게 모든 능력에서 제약 없이 무한대로 펼칠 수 있는 캐릭터는 없었다. 가슴이 막 웅장해지지 않나요? 고생과 노력과는 담쌓은, 그야말로 축복받은 능력이잖아요. 문득 타노스와 붙이면 제법 볼만해지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능력을 주인공이 가지게 된다. 평범한 고등학생 '토모야'는 친구들 4명과 이세계로 소환된다. 이 작품이 발매된 시점은 2018년이다. 이미 이때는 이세계물도 저물어가는, 한물 간 소재임에도 꿋꿋하게 발매를 한다. 그래서 필자는 기존 이세계물과 어떤 차별을 둘까 내심 궁금해서 구입은 했다.


자, 이 작품이 가지는 굴직한 키워드를 소개하겠다. 아니 클리셰라고 해야 할까. 사실 이세계물하면 어느 정도 기존 작품들과 궤를 같이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젠 지나가는 개도 거들떠도 안 볼 이세계물이라면 작가만의 특별한 무언가를 가미해 흥미를 유도해야만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무엇이 특별한가. 필자는 단연코 "없다"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는 아니고 클리셰로 어떤 것이 있는지 나열해보도록 하겠다. 주인공 토모야는 소환 직후 능력치 평가에서 무능력 딱지를 받는다. 클리셰의 시작은 주인공의 무능력이다. 앞뒤 잴 것도 없고 반론도 듣지 않는다. 그냥 낙인찍어버리고 너님 아웃을 선언한다. 같이 소환된 클래스 메이트 4명(주인공 합치면 5명)은 강 건너 불구경이다.


두 번째 클리셰는 단골 멘트 마왕을 쓰러트려 달라는 것이다. 밑도 끝도 없이 그놈이 우리 인간을 못살게 구는데 너희들이 좀 없애줘야겠단다. 가타부타 없이 단백한 맛이 있다. 세 번째 클리셰는 아이들 뇌리엔 인간은 선이고 마왕은 악이라는 공식에 대한 의문점이 없다. 다른 작품에선 인간이 더 나쁜 놈들이라는 복선을 깔기라도 하는데 이 작품은 없다. 네 번째 클리셰는 하렘이다. 이게 화룡정점인데, 이세계에 소환된 아이들은 총 5명, 그중 남학생은 2명, 여기서 주인공이 떨어져 나가면 남자 하나에 여자 3명이다. 그래서 용사로 채택된 반 친구는 주인공에게 뭔가를 말하려고 한다. 이 친구는 학교에서 상당히 인싸남이고 무능력 아싸가 된 그를 내보내려고 했던 것일 것이다. 여자애 3명은 강 건너 불구경이다. 그럼 주인공의 하렘은? 이제 시작이다.


외전 클리셰가 여학생 3명을 꿰찬 주인공 친구다. 이렇게 인기인은 모든 걸 가지고, 비인기인은 바닥에 떨어진 고물이나 주워 먹는 그런 분위기다. 이런 작품이 다 그렇듯, 나중에 가면 바닥의 고물을 주워 먹게 되는 건 인싸 친구가 될 테지만 말이다. 아무튼 주인공에게도 하렘이 없으면 섭섭하지. 그나마 이세계 왕은 양심은 있는지 무능력인 주인공을 지켜 주겠다며 시골 영주에게 가서 밥이나 빌어먹고 있으란다. 그래서 도착해보니 글쎄 영주의 딸이 마중 나온다. 영주랑 호구조사 좀 하다가 시내로 나왔는데 마물이 시내로 다짜고짜 쳐들어온다. 어째서? 이렇게 허술해도 되나 싶은 전개에 놀랄 틈도 없이 모험가 랭크 B랭크의 적(赤)기사를 만난다. 마물로 인해 우왕좌왕하는 상황에서 내 한 몸 간수하기 힘든데 영주의 딸이 마물의 먹이가 될 판인 백성을 지키겠다고 나선다.


그걸 인연으로 적기사 '리네'를 만난다. 당연히 여자다. 주인공보다 한 살 많단다. 그렇게 파티 먹고 영주가 의뢰한 레드 드래곤을 잡으러 간다. 다섯 번째 클리셰인 목욕 중인 히로인 알몸 보기, 여섯 번째 클리셰는 이런 울구락불구락한 몸을 좋아해 주는 남자 없다며 풀이 죽은 리네에게 그렇지 않다며 호감도 만땅인 말을 해준다. 상업지 같았으면 진도 오만상 뺐을 시추에이션이 벌어진다. 그러나 일곱 번째 클리셰인 주인공 고자설 때문에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여덟 번째 클리셰는 미녀 리네를 대리고 있다는 것과 수수깡 같은 주인공을 깔보는 무뢰한의 등장이고, 당연히 밟아줬더니 하느님 맙소사를 연발한다. 아!! 까먹은 게 있는데, 네 번째 클리셰여야 했지만 밀려서 아홉 번째 클리셰가 된 이 공간 창고도 있다. 이세계에서 빠질 수 없는 게 이공간 창고다. 근데 이세계 주민은 거의 못 쓴다.


열 번째 클리셰는 주인공이 가는 곳마다 사건이 터지고 해결하고 주민들로부터 추앙을 받는 것도 있다. 어쨌거나 레드 드래곤 잡고 내려오니 마을에서도 또 다른 레드 드래곤이 있다. 그래서 없앴더니 마족 여자애 '루나'가 하렘으로 들어온다. 이렇듯 가는 곳마다 어째서인지 여자들을 더 많이 만난다. 신(神)도 여신이고, 던전에서 만난 정령도 여자다. 소환되고 처음 만난 사람이 왕녀고, 마을에서 식당에 들어갔더니 여자애가 서빙을 받는다. 처음으로 돌아가 시내에 마물의 습격을 받았던 백성도 여자애다. 모험가 길드 수납원도 여성이다. 작가의 취향은 존중하는데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싶다. 근데 문제는 지금부터다. 지금까지 클리셰에 대해 알아봤다면 지금부터는 이 작품이 가지는 문제점들을 나열해보도록 하겠다.


그전에 주인공이 어째서 무능력자라는 낙인이 찍혔나면 ∞ <- 이게 문제였다. 스테이터스 카드에 이렇게 찍혀 버렸다. 이세계엔 인피티니라는 단어 자체가 없었고, 그렇다 보니 이 단어가 가지는 의미를 몰랐다. 그래서 단순히 00 아무것도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추방해버린 것. 그런데 나중에 왕에게 아니라고 실은 존내 강한 캐릭이라고 상소를 올리려 하지만 묵살당한다. ∞는 뜻 그대로 모든 스킬을 무한대로 쓸 수 있다는 뜻이다. 당연히 상대할 자는 없다. 레드 드래곤도 한 방에 먼지가 되어 버린다. 스테이터스 능력치가 측정이 되지 않는 마인(魔人)도 한줌 거리도 되지 않는다. 이게 뭔 의미가 있고, 뭐가 재미있는지 필자는 모르겠다. 후반을 보니 여신이 뭔가 꿍꿍이를 펼치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좋다. 필자는 1권에서 하차다.


아무튼 이 작품의 문제점은 첫 번째로 주인공의 능력치다. 나~~중에 가면 주인공과 대적할 상대가 나오겠지만, 그때가 되면 이세계는 가루가 되어버릴 테다. 공격력 1억이라고 외치며 레드 드래곤에게 주먹질하니까 분해 수준을 넘어선다. 던전은 제일 밑층까지 구멍을 뚫어버린다. 이게 재미있나?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나타나는 충격파는? 백보 양보해서 이세계니까 물리법칙은 통용되지 않을 수 있다 치자. 그런데 일본에서 개미 한 마리 못 죽여 본 거 같은 고등학생이 마물을 터트려 놓고 패닉에 빠지지 않는다는 거다. 내장이 튀고 피가 낭자한 현장에 구토조차하지 않는다. 순간 사이코 패스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레드 드래곤도 잘 잡는다. 생물을 해치는 것에 대한 거부반응이 전혀 없다. 그리고 집에는 가고 싶지 않나? 부모님은? 미련을 보이지 않는다. 한순간 모든 게 틀어졌는데.


이렇게 무한대를 손에 넣은 주인공은 리네와 루나와 같이 여행을 떠난다. 집의 집자도 꺼내지 않는다. 부모님은 버려졌다. 부모님보다 리네와 루나가 더 소중한가 보다. 이세계에 불려온 불합리를 호소하지도 않고, 마왕 잡으라고 하는 건 목숨을 걸으라는 것인데 그거에 대한 항의도 하지 않는다. 정작 제일 이해가 안 되는 건 무한대의 능력을 얻었으면 곧장 마왕성에 쳐들어가 마왕을 도륙해버리면 되지 않나 싶다. 리네 덕분에 몇 주가 지나가 제법 품세를 잡게 되었는데도 말이다.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지만 날 버린 친구들에 대한 걱정도 없다. 마왕을 잡으면 집에 갈 수 있는 단서를 찾을 수 있다고 면전에서 들었음에도 집에 대한 미련조차 보이지 않는다. 마왕이 인간들을 못살게 군다는데 주인공 일행은 느긋하게 여행 중이다. 이세계는 마왕에 침공 당한 거 맞나?


맺으며: 주인공의 무한대 능력치는 차지하더라도 온갖 클리셰란 클리셰는 다 갖다 붙여 놨다. 어려움도 없고, 고생도 없고, 노력도 없다. 마치 드래곤 볼의 손오공이 단계를 거쳐 변신하듯 능력치를 때에 맞춰 해방하면서 모든 걸 다 때려잡는다. 이게 재미있나? 백보 양보해서 그렇다면 뭔가 좀 특별한 것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저 귀여운 루나 앓이를 하며 아빠 행세뿐이다. 공격력 1억? 이보다 밸런스 붕괴 시키는 작품이 또 있을까? 타노스가 찬조 출연하면 재미있을 텐데. 번역 상태도 전반적으로 매우 안 좋고, 한문을 그대로 직역하질 않나. 일부 구간에서는 초등학생이 써도 이보다 잘 쓰겠다는 맥락 없는 진행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리뷰어로써 웬만하면 중립적으로 쓰고 싶은데 도저히 그러지 못하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도 그에 해당하는 것이고. 물론 픽션이니까 모든 게 용서가 될 것이다. 그러니까 양판소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시간 때우는 데는 적합하지 않을까 한다. 뭔가 의미를 찾고자 한다면 헛수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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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해빠진 직업으로 세계최강 11 - L Novel
시라코메 료 지음, 타카야Ki 그림, 김장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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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대 스포일러 주의, 긴 글 주의






1~2권만 더 나오면 결판날 거 같다. 대미궁 [빙설 동굴]을 끝으로 모든 신대 마법을 손에 넣는데 성공한 주인공 일행은 이제 지구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모두 마쳤다. 하지만 들뜬 마음은 곧 절망으로 바뀌게 된다. 마족 '프리드'가 사도 500마리를 이끌고 이들 앞을 가로막는다. 프리드는 신대 마법을 손에 넣은 강자다. 주인공과 대립하며 결전을 치렀지만 무승부로 끝날 만큼 강한 존재다. 한때 이성적인 모습을 보여 주인공 편으로 돌아설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낳았으나 결국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아 아쉬운 캐릭터다. 그는 마왕이 주인공 일행을 초대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들을 구속하려 하나 한 성격하는 주인공이 들을 리가 없다. 


그래서 준비한 게 '인질'이다. 그동안 말도 안 되는 주인공의 실력을 봐온 프리드로서는 그를 구속하기 위해 왕성에 남아 있던 선생님과 떨거지 용사들을 인질로 잡고 어떻게 할 거냐는 협박을 해온다. 하지만 그들(선생님 빼고)의 지난날의 과오를 알고 있는 주인공으로서는 뜨끈 미지근하다. 그래서 또 하나 준비했다. 바로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뮤'와 뮤의 어머니다. 뮤와 뮤의 어머니는 주인공에게 있어서 역린이다. 이렇게 인질이 등장하게 되면서 주인공이 그동안 간과했던 점들에 대한 벌을 받게 된다고 할까. 사실 주인공 입장에서는 무능력자라고 놀림을 당하고, 질투에 사로잡힌 남학생에 의해 나락으로 떨어진 시점에서 반 아이들이 어떻게 되든 내 알 바 아니게 되었다.


게다가 반 아이들은 반란을 일으켜서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기도 했으니까. 이런 애들이 뭐가 이뻐서 인질이 되었다고 구해줘야 하는가. 이 점은 마왕성에 연행되고 그들을 만난 자리에서 '왜 너희들을 우선시해야 되는데'라는 말에서 주인공의 마음이 어떤 건지 잘 알 수 있다. 여기서 주인공이 간과했던 점이 바로, 마족이 대규모로 침공해오고 사도가 나타난 시점, 그리고 아이들이 반란을 일으켰을 때, 그나마 선량한 아이들을 골라서 제대로 된 무장이나 도망갈 수 있는 방편을 마련해두지 않았느냐다. 반란을 일으킨 무리 중에 '에리'가 도주한 시점에서 뮤와 뮤의 어머니를 숨겼더라면 미래는 바뀌었을까.


이쯤 오면 마왕은 왜 주인공 일행에게 집착하는가 하는 의문을 던지게 한다. 없앨 뿐이라면 사도를 이용해 물량전으로 밀고 가면 이 작품이 아무리 주인공빨로 먹고 산다지만 없앨 수는 있을 것이다. 이전에 사도 한 마리에게 총력전을 펼쳤음에도 거의 패배나 다름없는 굴욕을 주인공에게 안겨준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사도가 500마리를 동원하고도 사로잡는데 집착하는 이유. 뮤가 인질로 잡힌 시점에서 주인공이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런데 마왕성으로 강제 연행된 주인공 일행 앞에 나타난 건 죽은 줄만 알았던 '유에'의 숙부다. 유에에게 있어선 나라를 배신하고 자신을 나락에 봉인한 철천지 원수나 다름없다. 그런 숙부가 마왕이 되어 이들 앞에 나타난다.



경고: 스포일러 주의



주인공이 그동안 했던 행동의 결과가 총집합된다. 히로인 중 한 명인 카오리가 자신의 주변의 공기를 살피지 않는 우둔함에서 시작된 나비 날개는 주인공을 나락으로 떨어트렸다. 거기서 봉인된 유에를 해방하지 않았다면, 어떻게든 지상으로 올라와 반 아이들을 몰살해버렸다면, 지금의 마음이 찢어지는 고통은 당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주인공 일행이 마왕성에서 초대된 이유, 그들 앞에 나타난 유에의 숙부가 가지는 의미는 무얼까. 자신을 권속신(神)으로 소개하는 숙부의 말에 나비 날개는 태풍이 되어 되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주신(神) 에히트의 강림은 절망이 무엇인지 이들, 주인공 일행에게 똑똑히 각인시킨다. 에히트의 목적은, 마왕성에 초대된 목적은 '유에'의 납치였다. 이유? 이건 진짜 스포일러인지라 12권 리뷰에서 언급해보겠다. 아무튼 주인공 일행은 그동안 한 번도 맛보지 못했던 패배의 쓰라림을 겪게 된다.


사실 주인공 일행이 어디에 처박혀 있던 신의 눈길을 피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늦든 빠르든 유에의 납치는 예정되어 있었고, 뮤와 뮤의 어머니를 어디에 숨기든, 신대 마법을 넘어서 개념 마법까지 만들어낸 주인공이 손한 번 못 쓰고 당하는 시점에서 반 아이들을 강화 시킨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었다. 문제는 이렇게 당하고 나서 더욱 파워업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건데, 진작에 좀 머리 썼으면 어땠을까. 새로운 적이 나타나 싸우며 강해지는 것이 아닌 주인공이 간과했던 점에서 아이러니하게 강해진다고 할까. 즉, 에히트를 얼마나 간과했는지 잘 나타내기도 한다. 요컨대 에히트를 간과한 참사라고 하겠다. 그런데 이런 점을 작가는 표현하지 않는다. 물론 이런 점들이 소년 영웅물의 클리셰이기도 하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


반 아이들은 주인공을 무능력자라고 비웃는다. 히로인 카오리가 주인공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는 이유로 그들은 질투심에 주인공을 나락으로 떨어트려 버린다. 이세계 소환되었다고 다 강해지는 건 아니라지만 끝끝내 싸우길 포기하고 방구석 폐인처럼 왕성에서 처박혀 있다가 잡혀왔다. 인질이 된 이들을 지키기 위해 카오리는 결사의 마음으로 사도를 막는다. 티오는 죽음을 불사한다. 주인공은 에히트와의 싸움에서 힘 한번 못 쓰고 만신창이가 되어 간다. 이렇게 주인공 일행들이 자신들 때문에 마왕성에 잡혀와 고초를 겪고 있음에도 구해준 주인공에게 고마운 마음은커녕 여전히 자신들만 우선시 해달라는 것에서 사죄의 마음을 가지는 건 아무나 못한다는 걸 알게 해준다. 용사 코우키는 결국 곁에서 그렇게 바로잡으려 노력했음에도 비웃듯 타락해버리는 장면에서는 씁쓸한 감정을 들게 한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왕성에서 대량의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간 '에리'가 신(神) 에히트의 편에 서서 돌아오게 되는데, '스즈라'는 여학생이 친구라는 이유로 그녀(에리)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다. 에리는 용사 코우키에 빠져 미치광이가 되어 있다. 오로지 용사만을 사로잡아 자신의 인형으로 만들고 싶었던 에리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고통을 받았다. 어쩔 수 없는 희생이 아닌 어쩌면 마왕보다도 더 잔혹한 짓을 저질렀음에도 그에 따른 사죄를 시킨다거나 죄를 묻는 게 없다. 작가의 윤리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픽션은 픽션으로 대해야 하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 픽션의 파급효과를 생각해보면 마냥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기도 하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건 세상 이치라는 걸 메시지로 넣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맺으며: 12권은 유에 탈환이 되겠다. 이번 이야기는 잃고 나서야 알게 되는 소중함이 더욱 부각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미친 듯이 울부짖는 주인공이 인상적이다. 그런데 그건 그거고, 역시 남자는 능력빨인가 보다. 신(神) 에히트와 1차전이 끝난 후 새로운 히로인들 반응이 장난 아니다. 모두가 주인공을 바라보며 홍조를 띤다. 물론 그만큼 주인공이 노력하고 있으니까 이유 있는 반응들이라 하겠다. 흡혈귀, 토끼, 왕녀에 이어 선생님도 하렘으로 들어온다. 베리에이션이 참으로 풍부하다. 용사가 멋대로 생각하는 것뿐이라지만 용사가 짝사랑하는 시즈쿠까지 합류하고(사실 용사가 삐뚤어진 원인 중 하나), 엑스트라로 활약 중인 반 여자애들도 꺅꺅~. 뮤의 어머니는 벌써부터 부인 행세에다 목욕탕에서 등까지 밀어주는 지경인데 동인지에서도 이렇게 막 나가지 않는다. 그에 따라 소소한 이야기까지 마구 집어넣어놔서 솔직히 이런 이야기가 필요하나?라는 의문도 마구 생긴다. 앞에서 에히트와 싸울 때 잡아놨던 무거운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어진다. 필자가 한번 이 작품에서 하차한 이유가 불판 위에 올라간 오징어같이 사람 몸을 배배 꼬게 만드는 글씨체 때문인데 또 넣어놨다. 그것도 거의 200페이지 이상으로. 이번 리뷰가 늦어진 원인이 이거다. 오글거려서 도저히 읽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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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인 내 스테이터스가 용사보다도 훨씬 강한데요 2 - Novel Engine
아카이 마츠리 지음, 토자이 그림, 도영명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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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8명의 학생들이 이세계로 소환된다. 전형적인 레퍼토리로 마왕을 무찔러 달란다. 이세계를 동경하고, 되지도 않는 정의감에 사로잡혀 있던 아이들은 애들 장난처럼 도와주자고 설레발을 친다. 연필 깎는 칼에 배여도 죽을 만큼 아프다는걸, 보건실에 가서 붕대를 처바르는 자신들이 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어디 소풍 가는 생각으로 들떠 있다. 주인공은 그런 아이들에게서 위화감을 느끼고 이탈을 선택한다. 하지만 소환 주체였던 왕녀가 이를 눈치채고 목숨을 위협하자 도망친 끝에 미궁 나락에 처박히는 신세로 전락한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을 도와줬던 기사단장이 목숨을 잃고 그 죄까지 뒤집어써버린다. 뭔가 영화 같은 이야기 아닙니까? 어쨌거나 미궁에서 슬라임에 삼켜져 있던 엘프 왕녀 '아멜리아'를 구출한 후 그녀의 고향 마을에 입성하게 된다. 도착해보니 인간족만 생각하면 머리 아파 죽겠는데 아멜리아의 고향 엘프국(國)에서도 뭔가 개차반 같은 일이 벌어진다. 하지만 주인공이 해결했다.


이번 이야기는 엘프의 나라를 뒤로하고 수인국으로 넘어가 마족과의 싸움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출발부터 대담하게도 아멜리아를 납치하려는 도적들을 만나게 되고, 퇴치하고 보니 수인국이 관련되어 있다. 원래는 미궁에서 망가진 칼을 수리하러 수인국에 가려는 건데 보통 여느 작품에서도 그렇듯, 주인공이 가는 길은 곧 사건과도 연결된다. 그런데 시작부터 아멜리아가 노려지면 조심하거나 앞 일을 예상하고 그에 맞는 전술을 짜는 게 보통 아닌가? 주인공이 잘못인가, 이런 스토리를 짜는 작가가 잘못인가. 미궁에서 '요루'라 이름 붙인 마왕 오른팔과 계약을 맺어 시종마로 들일 때부터 자신은 마족과 연루되었다는걸, 마왕이 주인공을 만나고 싶어 하고 있다는 요루의 말을 들었을 때 경계는 당연한 거 아닌가. 사실 이런 부분은 평화롭게 살아온 일본인의 위기의식 부족이나 경험 부족이라고 역설하는 것일 수 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얻게 되는 비참함은 주인공 몫이 된다.


이쯤 오면 둘(주인공과 아멜리아)의 관계는 부부 이상이다. 영화 스피드를 보면 사건으로 만난 커플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하는데, 얘들은 아직 젊어서일까. 정신을 못 차린다. 아무튼 도착해서 칼 수리에 들어가는 재료를 모으다 보니 마물들이 쳐들어오고, 아멜리아는 위기에 빠진다. 히로인 납치설이 시작된다. 90년대 롤플레잉 게임이 이렇게 시작된다. 잡혀간 왕녀나 여친 구하러 남자는 시작의 마을에서 뛰쳐나가 영웅이 되고, 용사가 되고, 개선한다. 작가는 그걸 바라나? 이와 비슷한 롤플레잉 게임으로 '루나 실버스타스토리'가 있다. 워낙 오래되어서 더 이상 구입은 불가능하겠지만(유툽에서 오프닝 곡을 들을 수 있다). 아무튼 이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점이 발생한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미 엘프의 나라에서부터 아멜리아를 노리는 존재가 있었고, 그 흑막이 수인국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음에도 아멜리아를 혼자 행동하게 놔둔다는 거다. 그녀를 이용해 함정을 파는 것도 아니다. 


물론 아멜리아는 이세계에서 모험가로서는 물론이고 그녀 자신의 능력은 출중하다. 하지만 동서고금 물량전에는 장사가 없다. 거기에 그녀보다 더 강한 마족이 나온다면 알짤없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바보다. 이미 요루에게서 납치 흑막이 예사롭지 않을 거라는 언질도 받았다. 그런데 정작 주인공이라는 놈은 자신의 칼을 고치는데 필요한 재료를 모은답시고 거기에 정신이 팔려 있다. 그러다 납치당하니까 엄청 화를 낸다. 여기까지는 좋다. 평화에 찌든 일반인에게 앞 날을 예상해 전술을 짜라는 건 가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은 실수 혹은 실패에서 배운다 했다. 자신의 미숙함을 반성하기 보다 몰려오는 마물떼에게 폭주로 맞대응하다가 마력 고갈로 기절해버린다. 뭐 이런 주인공이 다 있나 싶다. 그렇게 3일 동안 기절을 하고 깨어나 보니 마족 고위층이 관련돼있다는 걸 알게 된다. 지금의 주인공으로서는 절대 무리인 상대다. 하지만 아멜리아 없는 세상은 생각도 못하는 주인공으로서는 쫓아갈 수밖에 없다.


작가의 분위기 전환하는 능력이 빵점이다. 바로 앞에까진 주인공이 재료를 모으며 벌어지는 개그를 풀어 놓더니 한 장 넘기니까 상황이 지옥으로 변해 있다. 갑분싸라는 신조어가 있는데 딱 맞는 장면이 펼쳐진다. 더욱 웃긴 건 주인공의 마음이다. 그는 어떻게 해서든 지구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아멜리아는 같이 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그녀에게 목매면서도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마음을 내비친다. 갈등으로서 연인을 선택할지 편찮은 엄마와 미덥지 못한 여동생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갈지를 선택하라는 분기점이 온다면 주인공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하는 그런 이야기를 준비하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분위기 전환하는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이 두 개를 놓고 갈등하는 것이 아닌 따로따로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아멜리아 입장에서는 사실 마음 아픈 일일 것이다. 그녀는 질투심이 상당히 강한 소녀다(라고 하기엔 나이 엄청 먹었다고 하던데).


아멜리아 입장에서는 미궁에서 마물에게 먹혀 오늘내일하는 걸 구해주었고, 먹을 것도 많이 얻어먹었다. 그녀의 추정 나이는 수백 살은 되어 보이던데 그동안 변변한 남자를 못 만난 것일까. 조금의 친절에 목을 매기 시작한다. 고향에 수많은 남자들이 어프로치를 해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다. 잘생기고 인간족에게는 영웅이나 다름없는 용사의 눈길조차 외면한다. 사실 여기서 한가지 흥미로운 건 주인공을 만나 노력하는 그의 모습에 자신을 비춘다는 거다. 동생의 질투심에 많은 걸 잃어야 했고, 주위에서 떠받드는 생활을 해온 그녀에게 있어서 주인공은 자신이 그동안 노력해서 얻어야만 했던 진짜 모습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에게 감정이입을 많이 하게 되고, 그에게서 앞으로의 이정표를 보게 된다는 거다. 그런 감정이 앞서다 보니 남에게 머리를 숙여가며 가르침을 받으려는 등 많은 노력을 하게 되고, 그러나 야속하게도 빛을 보는 것보다 운 나쁘게 마족에게 이용당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꽤 비련한 히로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이야기에서 주인공에게 큰 상처를 입혀버린 그녀의 앞날은 불투명해지기 시작한다.


맺으며: 주인공 띄워주는 장면이 많아 상당히 보기 불편해진다. 자기 잘못에 대한 반성은 없다. 그리고 후반부, 히로인 구출을 하러 가는 주인공을 보며 이번 2권 히로인 '리아'의 반응은 가관 그 자체다. 만난 지 몇 시간도 안 돼서, 마족과 싸우는 주인공을 바라보며 호감도 맥스를 찍을 기세다. 그녀의 대사중에 싸우는 주인공을 보며 "나는 천재라고 하는 인간을 처음 만났다" 그걸 읽은 필자의 반응, 개풀 뜯어먹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성질머리 못 이겨서 폭주나 하는 주인공이다. 리아가 이번 2권 표지를 장식했길래 최소 2권에서 주된 히로인 역할일까 기대했는데 단 몇 페이지만 출연해서 주인공 떠받드는 역할뿐이라니. 어쨌건 동정은 이래서 안 되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장면도 있고, 착한 주인공이라는 클리셰란 클리셰는 다 갖다 붙여 놨다. 뭐, 어디까지나 필자의 주관적이다. 자신과의 느낀 점과 다르다고 돌팔매질은 사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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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미궁과 이계의 마술사 2 - Novel Engine
오노사키 에이지 지음, 나베시마 테츠히로 그림, 이경인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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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집에서 VR 게임하다가 도둑에게 죽은 주인공의 이세계에서 살아남기 그 두 번째 이야기다. 기억을 찾고 보니 자신이 하던 게임 세계관이란다. 주인공은 기억을 되찾기 전, 귀족가에서 서자로 태어나 온갖 설움을 다 받았고, 5살 때 어머니마저 돌아가시자 의지할 곳 없이 종자 흡혈귀 하프 소녀 '그레이스'와 둘이서 삶을 꾸려왔다. 그러던 그의 나이 13살이 되던 날, 본처의 자식이 죽으라고 떠민 결과 강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그때, 그는 전생의 기억을 되찾게 된다. 그리고 바로 집구석과는 의절하고 그레이스와 길을 떠나 미궁(던전)이 있는 경계의 도시 탐윌즈로 향한다. 이번 이야기에서 주인공 어머니의 정체가 무엇인지 밝혀진다. 세상은 그의 어머니를 마인(魔人)들에게서 사람들을 지킨 성녀로 받들고 있다. 그럼에도 주인공 본가에서는 어머니를 첩으로 취급하고 아들을 서자 취급 중이다. 전형적인 이세계인들은 똥 멍청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렇게 주인공 과거의 삶은, 콩쥐와 팥쥐처럼 불행과 차별과 학대로 점철되어 있다는 전재를 깔고 간다. 이런 설정들은 사실 엔터테인먼트에서 일부 소비자들의 욕구를 반영한 결과 중 하나라고 할까. 현실에서 불행하다고 느끼는 나와 빗대어 성공하는 미래를 꿈꾸는, 대리 만족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것에서 좋은 소재거리가 된다. 즉, 등장인물에게 감정이입하게 하는 제일 좋은 방법이 이런 설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하렘도 빼놓을 수 없으며, 능력적인 면에서도 이세계 똥 멍청이들보다 강하다는 측면을 보인다. 이는 현실에서 노력하지 않는 자들이 내가 마음만 먹으면 누구보다 능력적으로 우수하고 여자들도 줄을 선다는 허왕 찬란한 마음을 대변한다고도 할 수 있다. 어째 어그로성이 짙긴 한데, 노파심에서 말하지만 노력해서 성장하는 타입의 주인공은 논외다.


아무튼 주인공 테오도르와 그레이스는 탐윌즈에서 모험가 등록을 하고 살아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해간다. 그리고 주인공에게 도움을 받아 집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된 '애슐리'도 그의 하렘 2호로서 주인공과 함께하게 된다. 주인공 나이 13살이다. 벌써 다 같이 목욕도 하고 같은 침대를 이용한다. 이렇게 대놓고 염장 지르는 작품도 또 없을 것이다. 물론 일선을 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가 될 테니까. 그리고 하렘은 끝이 아니다. 이번 이야기는 '실라'라는 이름의 고양이 수인이 주인공에게 친구를 찾아 달라는 의뢰를 하면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을 업신 여기는 귀족이 등장하고, 그 귀족이 사건에 연루되어 있는 전형적인 이야기를 풀어간다고 할까. 문제는 이런 작품이 다 그렇듯 주인공 손에 걸리면 해결되지 않는 사건이 없다. 


사건을 캐다 보니까 마인(魔人)이 관련돼 있고, 전투가 일어나는데 마인은 그냥 찌부러진다. 정의의 주인공이 있고, 악당이 있다. 그 어떤 작품이고 간에 악당이 주인공을 이긴다는 건 있을 수 없다. 문제는 얼마만큼의 활약을 펼치느냐이고, 이 작품은 그런 면에서 기대하는 건 좋지 않다. 실패 없이 성공하는 작품은 많아도 실패에서 배우는 작품은 정말 드물다. 사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을 비웃을 수는 없을 것이다. 흐름을 그냥 따라가는 것뿐이니까. 아무튼 뭔가 하지도 않았는데 사건은 해결된다. 주인공을 업신여기던 귀족을 어떻게 찌부려트려 줄까 내심 기대했는데 작가가 이런 부분에서는 좀 허술한 편이다. 그렇게 고양이 수인 실라는 친구를 찾는다. 또 노파심에서 말하지만 이건 엔딩이 아니다. 주인공은 사건을 해결하고 '실라'라는 새로운 하렘 3호를 영입하게 된다.


근데 일이 점점 커지고 있다. 마인을 처치했더니 기사단에서 시기와 질투를 내보인다. 자기들은 못하는데 주인공이 해냈다는 것에서 오는 추잡한 마음을 내비친다는 거다. 이런 점도 사실 독자들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전형적인 흐름이다. 요컨대 주인공이 그런 옹졸한 놈들을 밟아줄 때 느끼는 쾌감을 느껴보라는 거다. 국왕은 국왕 나름대로 주인공을 불러다 치하의 한 말씀을 내리는 등 주인공의 인맥이 날로 늘어간다. 그리고 멍청한 기사단이 모험가 등 다른 사람과 공조를 하지 않은 채 공적을 원했는지 마인(魔人)에게 덤비다 몰살 당해놓고 그걸 칭송하는 꼬라지는 희극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와중에 제4왕자도 주인공과 친구 먹고 주인공을 이용해 뭔가를 하려는 등 주인공을 중심으로 해서 이야기는 점차 커져만 간다.


그 외의 이야기는 사실 별다른 건 없다. 이세계 지침서마냥 던전에서 어떻게 사냥해야 되는지, 마력을 다루는 것등 장황한 설명이 가득하다. 그러다 위기에 빠진 모험가들을 구출도 하고, 약초도 뜯고, 겸사겸사 마인(魔人)이 던전에서 뭔가를 노리고 있다는 알기 쉬운 복선도 던진다. 주인공은 그런 마인들을 막아서며 세계의 위기를 해결하게 될 테고. 지금은 히로인들과 던전에 들어가 마물을 사냥하면서 능력을 키우고 있다. 위기는 없으며, 실패도 없다. 이래서 배움의 효과가 있긴 하나 의심이 들지만 뭐 어떠랴 싶다. 이쯤 하렘 4호를 영입하게 되는데 무려 여성형 마물이다. 이제 하다 하다 마물에게까지 손을 뻩친다. 인간으로 변신이 가능한 '리미아'라는 마물이다. 주인공을 업신여기던 귀족이 일으킨 사건의 피해자다. 주인공이 구해주게 되면서 같이하게 된다.


이렇게 자꾸만 늘어나는 주변인들을 챙기며 주인공은 바쁜 나날을 보낸다. 


맺으며: 결국 이 작품은 게임 지식으로 이세계를 살아가는 먼치킨이다. 어디에 뭐가 있고, 어떤 인물인지 알고서 시작하는 튜토리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실패는 있을 수 없다. 나오는 적(에너미)도 별로 강하지도 않고. 솔직히 이번 마인(魔人)과의 전투는 싱겁기 짝이 없다. 주된 요점은 주인공이 이세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일 뿐이다. 긴장감도 없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몰입도도 사실 없다. 그저 가족으로 들인 사람과 인연이 닿은 사람을 어떻게든 지키려는 마치 어릴 적 학대를 받은 아이가 어른이 되어 주변을 과보호하는 그런 성향을 보인다고 할까. 이 과정에서 감동적인 장면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솔직히 그런 것도 없다. 근데 그런 것치고는 꾸준히 발매되어(현 8권) 걸로 보아 필자의 감성이 어딘가 메말랐을 수도 있겠다.


그건 그렇고 원작이 그런지 모르겠는데 번역 상태가 상당히 안 좋다. 등장인물의 이름을 내레이션으로 거론할 때 바로 위에서 성으로 표기했다가 바로 밑에서 이름으로 표기하는 통에 헷갈리게 하기도 하고, 차남을 동생으로 번역하질 않나. 말에 두서도 없다. 분명 앞 페이지에서 매듭을 지은 거 같은데 뒤 페이지에서 끝난 줄 알았던 대사가 이어지니까 내가 페이지를 띄워 읽었나 싶어 앞으로 다시 가보게 하는 등 글의 배치가 자기 멋대로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42페이지에서 위에선 스카우트라고 해놓고 아래에서 납치라고 언급해버리니까 헷갈리게 된다는 거다. 


이런 것도 있다. 103페이지, "미궁에서 가지고 나온 물건을 다시 가지고 돌아갔을 때 붉은 전계석을 써도 잃어버리지 않는 걸 고려하면" -> "미궁에서 가지고 나온 물건을 다시 가지고 '들어갔을 때' 붉은 전계석을 써도 '없어지지' 않는 걸 고려하면"이 맞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미궁은 돌아가는 것이 아닌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잃어버린다는 표현도 맞지 않는 게 아이템이 소멸되어 버리는 것이니까 없어지지 않는 표현이 맞다고 할 수 있다.


내용은 둘째 치고라도 표현 자체가 변해버리는 번역은 정말 극혐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원작 자체가 이렇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한데 유연하게 고쳤더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필자가 잘못 알고 있고, 잘못 이해했다면 정중히 사과한다. 그게 아니라면 출판사는 일 좀 제대로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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