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의 저편으로 2 - Novel Engine
후타츠기 고린 지음, 아카이 테라 그림, 정호욱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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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 작품의 특징은 주인공은 지지리도 궁핍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고향에서조차 밥 굶기를 밥 먹듯이 하는 게 일상이다. 매일을 사냥으로 입에 풀칠을 하던 주인공은 이마저도 마을 사람들과 어머니에게 빼앗기는 수모를 당하다 왕도로 도망치듯 나오게 된다. 마치 농촌에서 도시로 상경하는 촌사람 같은 경우다. 부푼 꿈을 안고 도시로 나왔지만 현실은 주 7일, 일일 20시간을 일하는 살인적인 노동이 기다리고 있다. 삶은 나아지지 않았고 이러다 굶어 죽는 거 아닐까 해서 이참에 모험가가 되어 보기로 한다. 들려오는 소문의 '미궁 도시'에 가면 모험가가 될 수 있다는 소리에 마침 왕도에서 만난 '유키토'라는 예쁜 소녀(?)와 '미궁 도시'로 향하게 된다. 가는 내내 3일 동안 주인공은 아무것도 먹지 못할 정도로 매우 궁핍한 상황이다.


이 세계는 중세 시대 미만을 시대 배경으로 그린다. 영주는 살인적인 세율로 영민들을 착취하고, 농촌에서는 아이들이 노예로 팔려가기 일쑤다. 주인공의 고향에서도 여자애들은 모두 팔려가는 바람에 여느 라노벨에서 나오는 소꿉친구 같은 달콤한 유년기는 없다고 자조할 정도다. 참고로 주인공은 일본에서 살던 때의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보통 전생의 기억이 있다고 하면 신문물을 만들어 내거나 지식을 바탕으로 한 먼치킨으로 성장할 테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에겐 그런 거 없다. 주인공은 자신의 이름만 겨우 쓸 줄 아는 수준이다. 이렇게 초장부터 시궁창 같은 세계관을 그리면 앞으로도 얼마나 더 시궁창이 기다리고 있을까. 주인공이 노력이라는 이름으로 성장하는 소재는 흔치가 않다. 그리고 아무리 아싸 주인공이라도 히로인은 붙게 마련인데 이 작품의 주인공에겐 없다. 이 얼마나 불쌍한 주인공인가 싶다.


...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작가는 자기가 설정한 걸 까먹는 경향이 있다. 노예로 팔려가는 게 일상이라고 해놓고, 정작 노예상은 노예 매입을 거부하고 있다. 워낙 불경기라 있는 노예도 바겐세일로 팔아 치울 정도다. 시대 배경은 어떤가. 중세 미만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면서 '미궁 도시'는 현대 일본에 버금가는 과학과 신문물을 보여주고 있다. 쌀은 어디서 났으며, 편의점에 납품되는 각종 서적과 음식들은 어디서 오는지 밝히지 않는다. 밖은 보리 죽도 못 먹는데 '미궁 도시'에서는 쌀밥이 일상이고 범죄도 없다. 이렇게 괴리와 갭의 차이를 작가는 아무렇지 않게 표현한다. 일본 아파트를 그대로 재현한 것도, 컵라면 먹는 것도 일상이다. 이 미궁 도시를 만든 사람은 일본인이라는 설정이다. 결국 초반에 주인공을 이용해서 전생의 기억이 있다고 해도 어떻게 되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놓고 이렇게 작가는 뒤통수를 친다.


그리고 이 작품은 주인공과 유키의 생활을, 히로인들의 생활을 따로 표현하면서 판이한 글 솜씨를 보인다는 거다. 거의 괴랄한 수준인데, 주인공과 유키의 생활은 거의 스킬 설명과 어떻게 하면 던전을 클리어할 수 있는지만 무덤덤하게 그려놨다. 그려 놓더라도 뭔가 흥미를 끌만한 개그 코드라도 심어 놓으면 좋겠는데 일절 없다. 전혀 없다. 필자가 시간당 약 50페이지를 읽는데 얼마나 읽을거리가 없으면 시간당 1000페이지를 돌파했을 정도다. 굳이 읽지 않아도 되는 부분들을 왜 넣어놨는지 모르겠다. 온통 스킬 설명 밖에 없다. 이걸 굳이 독자가 알아야 되나? 그럴 시간이 있으면 적을 어떻게 쓰러트릴지 전술을 짜는 게 더 이득 아닌가? 그냥 스킬에 의존해서 적을 무찌르는 것밖에 없다. 어이없는 건 주인공이 초보자 던전에서 죽을 둥 살 둥 클리어했더니 누구나 다 클리어하는 던전이라며 폄하한다.


더욱 문제는 2권까지가 프롤로그이고, 주인공 일행이 미궁 도시에 오고 나서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는 거다. 즉, 얼마나 설명으로 때웠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초보자 던전 클리어하는 데만 한 권 반은 썼을 것이다. 이게 돈 받고 파는 도서에서 할 짓인가? 그렇다고 흥미진진하기나 하나. 미궁 도시에서는 죽어도 아무렇지 않게 부활되는 등 절실함과는 매우 동떨어져 있다. 주인공이 시궁창 같은 현실을 벗어나고자 노력해서 성장하는 이야기로 꾸며놓고, 정작 이야기는 현실미를 띄지 않는다. 그런 주제에 히로인들의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진진하다. 개그 포인트는 말할 것도 없고, 모험가로서의 이야기에서도 매우 충실하다. 작가는 히로인들의 이야기를 왜 주인공과 유키에게도 적용시키지 못하는가. 시종일관 이것만 생각나는 작품이다. 참고로 히로인들 이야기는 외전 형식으로 양은 많지가 않다. 그래서 더 감질난다.


종합적으로 평가하자면, 사실은 던만추의 '벨'처럼 온갖 고생 끝에 성장한다는 이야기를 품고 있다. 실제로 초보자 던전을 클리어하면서 주인공은 '벨'같은 모습을 보인다. 장장 1~2권을 거쳐 정말로 죽 울 둥 살 둥 노력해서 초보자 던전을 하루 만에 클리어라는 전대미문 신기록을 주인공은 세운다. 보통 최소 몇 개월, 많게는 1년을 투자해야 클리어하는 던전이라고 한다. 앞으로 많은 클랜에서 스카웃 제의가 들어 올 정도로 인기를 끌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근데 작중 어느 관계자는 누구나 다 쉽게 클리어하는 던전이라고 폄하해버린다. 이게 세간의 인식이기도 하고. 웃기지 않나? 이게 이 작품의 개그 코드인가. 분명 히로인들을 그리는 대목은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매우 흥미롭게 그리고 있다. 근데 주인공과 유키는 대체 왜?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무의미한 것들 투성이다.


맺으며: 작가는 이렇게 줏대 없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걸 계속 읽어야 되나? 작가는 어그로를 끌고 있는 것인가? 히로인 리리카가 합류하지 않을까 싶어 구매했더니 언급조차 안 한다. 결국 1권 한정 히로인이었나 보다. 리리카의 말빨은 얼마나 좋은지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이 작품에서 단비와 같은 존재였는데 작가는 왜 출연시키지 않는 것인가. 그리고 무능력에 가까운 주인공으로 표현했으면 그에 맞게 갖은 노력 끝에 성장시키던가. 하루 만에 먼치킨 만드는 건 아니지 않나 싶다. 꽝 [지도화]라는 작품에서의 주인공은 몇 달을 노력한 끝에 겨우 입에 풀칠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다. 보통 노력이라면 이런 식이겠지. 줏대 없는 진행과 기승전결 없는 진행, 치밀한 구성을 스킬 설명으로 채워버리는 짓, 5층밖에 되지 않는 던전 그것도 초보자들이 간다는 던전 이야기를 두 권에 걸쳐 설명하는 극악성. 뭐 이게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일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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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포 현자의 이세계 생활 일기 8 - L Novel
코토부키 야스키요 지음, John Dee 그림, 김장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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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개인적인 해석 주의






관심도 없겠지만 '아라포'는 '어라운드 포티(around 40)'를 일본식으로 줄여 읽은 말이다. 뜻은 40대 전후의 미혼 직장여성이라고 하는데 이 작품의 주인공은 중년 아저씨다. 제목을 일본식으로 풀이하자면, 중년이 되도록 동정(현자)인 아저씨가 이세계에서 생활하는 이야기라고 보면 될 듯하다. 35세까지 동정이면 흑마법사가 된다고 하던데, 40세가 넘도록 동정이면 현자가 되나 보다. 그리고 아저씨는 진짜로 마법도 쓸 줄 알고 말이지. 아무튼 이세계를 다스리는 4신(神이 4명이라는 소리)이 눈에 가시인 사신(死神)을 현실 지구의 게임에 방기했고, 그 게임을 하던 아저씨는 사신이 자폭에 휘말려 이세계로 전생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비단 아저씨만이 아니라 그 게임을 하던 많은 유저가 휘말려 이세계로 전생하게 된다. 근데 전생하고 보니 아저씨가 하던 게임 세계관이다.


지하 가도 정비에 강제 동원되어 노가다판을 뛰던 아저씨는 솔리스테어 마법 왕국 외교관을 옆 나라 알톰 황국까지 경호하는 임무에 투입되었다가 지나가는 용사 무리들을 제압하고 무사히 알톰 황국에 도착한다. 중년 아저씨를 부려 먹어도 너무 부려 먹는다. 중세 시대를 표방하는 이세계에서 40대면 할아버지급이 건만. 아무튼 여차여차해서 한 달이 넘도록 집에 들어가지 못했는데 이제야 집에 갈 수 있게 되었다. 근데 알고 봤더니 알톰 황국은 히로인 '루세리스'의 고향이었고, 아저씨는 그녀가 갓난 아이일 때 어떤 일로 인해 추방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루세리스는 아저씨가 이세계로 전생하고 두 번째로 만난 히로인이다. 그녀 자신(루세리스)은 고아로 자랐다고 믿고 있으며, 4신교의 신관으로써 고아들을 대려다 보육원을 차려 근근이 생활하는 억척스러운 인물이다.


아저씨는 처음 만난 '세레스티나'보단 아이들을 보살피며 아저씨에게도 친절한 루세리스에게 이성적으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생활이 어려워하는 그녀를 위해 약초밭을 만들어 주기도 하는 등 이것저것 챙겨주지만 동정답게 한 발을 내딛지 못해 무골충이 같은 모습을 보인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풋풋하다기보다 징그럽기 짝이 없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번 이야기는 '루세리스'가 자신의 뿌리를 찾게 되지만 이제 와서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야기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이 아닌, 뿌리를 찾았다고 해서 지금의 생활을 버리고 갈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버릴 땐 언제고 이제 와 돌아오라고 한들. 어머니는 끝끝내 나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병으로 돌아가시고, 그녀는 고아로 자라 고생을 많이 했다. 그녀는 숨 막히는 귀족의 생활보다 가난하지만 마음 편한 생활을 택하게 된다.


뭔가 좀 카타르시스를 느낄만한, 극적인 장면이 없어서 아쉬운 부분이다. 부조리하게 추방된 어머니의 한 맺힌 사연 같은 걸 조금 더 부각 시켰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이번 8권은 이게 메인 같은데 살리지를 못한다. 거기에 주변의 성급한 판단으로 모녀가 추방되었음에도 되갚아 준다 같은 남의 인생을 박살 냈으면 벌을 받으라는 메시지 같은 게 없어서 아쉽다. 물론 루세리스의 아버지 등 추방한 당사자들이 앓아누웠다는 이야기를 짤막하게 표현은 하지만 약하다. 


아무튼 무분별하게 용사를 소환하던 메티스 성법 신국은 아저씨의 철퇴를 맞고 쇠락을 길을 걷게 된다. 오직 4신만을 숭배하며 주변국을 걸핏하면 신의 이름으로 침략하고 착취를 하다 옆 나라를 침공한 끝에 군사들은 궤멸되어 버렸다. 신국의 행패를 보다 못한 아저씨가 위성 병기를 동원한 공격에 의해 초토화 되었고, 용사들은 반수가 궤멸, 나라 꼴이 말이 아니게 된다. 그럼에도 바퀴벌레처럼 끈질기게 살아남아 어떻게든 재기를 노리는데, 여기에 동조하는 아저씨의 친누나가 등장하면서 흥미진진해진다고 할까. 아저씨가 이세계에서 없애야 될 제1순위인 누나도 바퀴벌레처럼 참으로 끈질기게 살아남아 어떻게든 동생의 등을 치려는 모습을 보인다. 사실 루세리스의 출생의 비밀보다도 이게 더 흥미진진하다. 루세리스의 출생의 비밀은 남의 이야기처럼 어딘가 동떨어져 있다.


그 외 자잘한 이야기도 들어 있지만 사실 필자는 관심 없다. 눈 떠보니 8권이 구매 되어 있었고, 돈 주고 구매한 걸 안 읽을 수도 없어서 읽었는데 역시나 읽지 말걸 그랬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매사 싸구려 만담을 보는 듯한 가벼운 투의 내레이션도 거북했고, 내로남불식 범죄의 미화도 참으로 거북했다. 몇 권인지는 까먹었는데 남녀 행위까지 가는 쇼타콘은 미화하고, 이번에 등장하는 로리콘은 범죄로 취급한다는 거다. 물론 로리콘도 미화하라는 소리가 아니라 미성년에 손을 대는 건 남자 애건, 여자 애건 범죄라는 뜻이고 이걸 어떤 환경이든 합리화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예전부터 느낀 거지만 작가의 윤리의식은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도통 모르겠다. 그리고 출판사인 L노벨은 이 작품을 적어도 15세 등급으로 해야 된다고 본다. 성X행이나 강X이라는 단어가 나오고, 그 상황까지 적나라하게는 아니지만 일부 묘사되어 있는데 전연령가는 아니지 않나 싶다.


맺으며: 뭣보다 짜증 나는 건 기승전결이 없다는 거다. 아저씨의 부인이 될지 모르는 루세리스의 출생의 비밀은 강 건너 불구경처럼 어딘가 붕 떠 있고, 루세리스와 결혼 이야기까지 나오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던가. 아저씨가 10대였다면 풋풋한 감정이라도 들 텐데 나이 먹을 대로 먹은 사람이 결정을 그렇게 내리지 못해서 어떡하나 싶다. 현실에서 이렇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남자는 기피 대상일 텐데? 그리고 이전부터 진행되어 왔던 마물 대군 처리는 이번 이야기에서도 끝내지 못하고, 입을 함부로 놀려서 일을 키워놓고 반성의 기미도 없는 데다 되레 신나 보이기까지 한다. 묻지도 않은 걸 나불나불, 꼭 한두 마디 더하는 잘난 채는 왜 그리 해대는지 도서를 몇 번이나 패데기 쳤는지 모르겠다. 결국 이번 8권의 메인 이야기는 뭔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결론은 돈값도 못하는 지지부진한 진행이라는 생각 밖에 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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꽝 스킬 【지도화】를 손에 넣은 소년은 최강 파티와 함께 던전에 도전한다 2 - L Novel
카모노 우동 지음, 시즈키 히토미 그림, 이경인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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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꿉친구에게 거절당한 게 마음에 큰 상처를 남겼나 보다. 스킬이 곧 그 사람의 능력 기준이 되는 세상에서 소꿉친구가 받은 스킬은 세계에서 몇 없는 유니크, 주인공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지도와 매핑이다. 15살이 되던 해, 주인공에게 있어서 인생의 전환기를 맞는다. 소꿉친구는 출세의 길로, 주인공은 술주정꾼으로. 순진했던 어릴 적의 약속, 언제나 함께 하자던 그 약속은 현실을 직시하는 어른이 되었을 때는 덧없을 뿐이다. 소꿉친구가 욾조린 이별의 말에서 주인공이 꿈꿔왔던 미래는 산산조각이 나버린다. 주인공이 아무리 허드렛일을 도맡아 한다고 해도 기둥서방이라는 건 변함이 없고, 넓은 세상을 봐버린 순정은 현실을 보게 된다. 누구라도 무능력한 사람과 다니고 싶진 않을 것이다. 그 사람의 가치는 스킬로 판단된다. 주인공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스킬을 가졌다.


1권에 비해 발암적인 요소가 상당히 줄었다. 남 탓하기 바쁘고, 배우는 자세가 되지 않았던 주인공은 도적에게 필수 스킬인 [은밀]을 조금식 익혀 가면서 한 사람분의 역할에 다가간다. 그것을 바라보며 아니 주인공 존재 자체에 언제나 딴죽을 걸던 '에린(히로인)'은 점차 그를 인정해나가지만 어딘가 석연치 않다. 벌써 몇 달이나 지났음에도 여전히 둘의 관계는 삐걱거리기만 한다. 주인공은 죽자 살자 스킬 [은밀] 연습에 매진하고 어느 날 목욕탕에서 '우연히 마주쳤습니다.' 에피소드 같은, 스킬을 그딴 데 쓰라고 가르친 거 아니다만? 일도 일어나지만 나름대로 성과를 내기 시작한다. 그게 또 못마땅한 에린은 주인공을 떠보게 된다. '왜 그렇게 열심히 할 수 있냐고', 이 대사는 참으로 의미심장한 말이다. 마치 자신은 그러지 못했다는 과거를 비추는 듯한, 그녀는 이렇게 파탄의 징조를 내보인다.


이번 이야기는 상당히 묵직한 과거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은 소꿉친구에게서 버림받은 충격 때문인지 타인이 마음속에 들어오는 걸 은연중에 거절하고 있다. 그래서 '에린'이 망가질지 모른다는 메시지를 던지는데도 방관하게 된다. 주인공은 타인의 호감을 받아들이기 보다는 그럴 리 없다고 치부해버린다. 그래서 신규 캐릭터인 '로즈리아(히로인)'가 노골적으로 대시를 해와도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이것은 흔히 고자 주인공이 아닌가 하며 폄하할 수도 있다. 하지만 후반부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주인공은 트라우마를 앓고 있다.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서 버림받은 것에 대한. 그래서 악착같이 스킬에 대해서 배우려고는 하는데 감을 못 잡는다. 타인의 감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타인의 감정에 대해 알려고도 하지 않다 보니 가르쳐 주는 사람의 진의를 깨닫지 못해 성장은 하는데도 정체되는 모습을 보인다.


이번 이야기는 좀 뜬금없다고 할 수 있다. 일상생활 잘 보여주다 느닷없이 별로 눈에 띄지 않던 히로인 '에린'을 극한 상황에 내몰아 주인공을 성장하게 하는 계기를 만든다. 쉽게 표현하자면 인간 불신에 가까웠던 주인공이 에린이 안고 있던 아픔을 이해하고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얼마나 자기 위주였는지 알아간다는 이야기를 그리기 시작한다. 던전에서 주인공은 에린과 함께 전이 트랩에 휘말려 미답파 20계층에 떨어지면서 지상으로의 귀환을 그리게 된다. 여기서 드러나는 에린의 과거는 애잔하기 그지없다. 그녀는 학창 시절에 지독한 왕따를 당하게 된다. 그러다 15세 때 유니크 스킬의 습득하게 되고 왕따는 그쳤지만, 그녀는 왕따 시절 유일했던 친구가 대신 왕따 당하는 것을 못 본 척해버린다. 그게 죄책감으로 다가오고 그게 끝나지 않는 아픔이 되어 버린다. 에린은 왕따 당하는 친구를 못 본척한 것에 깊은 상처를 안고 있다.


2권 만에 이런 설정을 내보여서 필자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주인공과 에린의 티격태격은 해도 접점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오히려 '네메'라는 힐러와 접점이 더욱 많았으면 많았지. 그런데 에린과 난데없는 역경이라니. 흥미로운 건 주인공은 소꿉친구에게 버림받은 것도 일종의 왕따라고 할 수 있다. 즉, 그도 피해자라는 것이다(필자는 자업자득이라고 여기지만). 이것은 인간의 감정이 들어오는 걸 막는 벽이 되었고, 이걸 깨기 위해 누군가가 필요했는데 그게 에린이 되었지 않나 싶다. 결국 같은 피해자들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에린이 가진 슬픔은 주인공에 비할 바 못 되었다는 것이고. 주인공은 이제서야 내면 성장을 이루게 된다. 에린을 어떻게든 지상으로 돌려보내야 된다는...


그런데 싸우지 못하는 주인공과 후위직이었던 에린이 20계층에서 살아남기란 불가능하다. 에린은 자신의 과거를 떠 올리며 제대로 망가진 상태다. 주인공은 에린의 북돋아 어떻게든 지상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구원은 없다.


맺으며: 결국 인간관계란, 마주 보며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을 열면 이해할 수 있는 동물이라고 역설한다. 주인공은 에린의 과거를 들으며 그녀의 과거를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에린은 망가진 자신을 버리지 않고 곁을 지키며 북돋아주는 주인공에게 마음을 열어간다. 사실 주인공은 혼자서라면 [은밀] 스킬로 지상으로 갈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를 버리지 않는 모습에서 과거 소꿉친구와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저 귀찮은 사람으로만 여겼던 것이 이젠 둘도 없는 사이로 발전해가는 모습이 흥미진진해진다. 사랑은 위대하다고 했던가. 중간 보스를 유인하며 에린을 지상으로 돌려보내려는 주인공의 처절한 몸부림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1권에서 느꼈던 발암물질을 죄다 날릴만한 임팩트가 있다. 그런 남자를 바라보는 여자는 사랑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3권부터가 상당히 기대된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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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녀 전하는 화가 나셨나 봅니다 2 - L Novel
야츠하시 코우 지음, 나기시로 미토 그림, 이진주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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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주의, 엄청나게 길어져 버린 긴 글에 주의






이 작품의 주된 이야기는 전생에서 나라와 남편을 잃고 적의 손에 목숨을 잃은 왕녀가 1천 년 후 환생하여 살아간다는 내용이다. 무슨 인과관계가 있어서인지는 모르나, '레티시엘'은 전생의 기억을 가진 채 공작가의 영애로 환생하게 된다. 태어나 보니 집이 공작가라는, 나름대로 금수저다. 위에 언니와 오빠가 있고, 여동생이 있다. 왕국을 이끌어가는 왕의 아들 제1왕자 하고 약혼한 사이이기도 하다. 나라는 태평성대를 누리고 있다. 전생에서는 모든 것이 부족하고, 모든 산야가 불타던 때와 대조적이다. 이렇게 그녀의 삶은 전쟁과는 인연이 없어 보이는 나라에서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에게 마력이 있었다면 말이다. 축복받은 삶이었던 그녀의 어린 시절(전생의 기억이 돌아오기 전)은 마력이 없다는 이유로 졸지에 '재수 없는 아이'로 전락하게 한다. 


이 세계는 마력만이 그 사람의 가치가 된다. 환생 전의 세계는 마력이 적을 수록 능력자가 되고, 환생 후의 세계는 마력이 많을수록 능력자가 된다. 레티시엘은 전생에서 전자에 해당된다. 그러나 환생 후의 세계에선 후자가 되어 무능력자가 된다. 환생 후 그녀의 삶에서 빛을 보는 날은 없었다. 모든 것은 쌍둥이 여동생을 기준으로 돌아간다. 바보 취급 당하고, 없는 사람 취급 당한다. 그래도 그녀(레티시엘)는 노력한다. 마법을 뺀 모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하지만 마력이 없는 사람에겐 아무리 노력해도 마력을 제일로 치는 세계에서 시궁창 삶을 벗어날 순 없다. 그녀 나이 6살 기준으로 그녀의 세계는 변한다. 더 이상 그녀에게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16살이 되던 해에 전생의 기억을 찾는다. 이 부분은 지금까지의 그녀가 죽고, 전생의 레티시엘이 덮어씌워졌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녀는 전생의 기억을 찾고 지금의 삶이 얼마나 시궁창인지 알아간다. 시종들조차 그녀를 업신여긴다. 약혼자인 제1왕자는 레티시엘의 여동생과 바람이 났다. 둘은 이걸 감출 생각도 없다. 무능력이라는 이유로 사람을 처절하게 구석으로 몰아붙인다. 하지만 전생의 기억을 찾은 레티시엘에겐 아무래도 좋다. 모든 게 시시하게만 느껴질 뿐이다. 이미 전생에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전란이라는 시대를 겪어온 그녀에게 지금의 상황은 애들 장난도 되지 않는다. 사실 그녀는 마법은 못 써도 마술로는 최강이다. 그녀는 이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는다. 어쨌거나 이번엔 내 쪽에서 무시를 시작하자 가족들이 단체로 히스테릭을 보이기 시작하는 게 여간 웃긴 게 아니다. 그중에서 압권은 약혼자 제1왕자다. 약혼녀(레티시엘)인 여동생과 바람이나 피우는 주제에 날 무시하지 말라며 방약무인같이 방방 뛰어다니는 게 가정 교육도 못 받고 자란 티를 만방에 내비치는 모습이 재미있다.


주변이 온통 히스테릭 병자들만 득시글 거린다. 여동생은 언니 취급도 안 해준다. 되레 내 남자(제1왕자) 빼앗지 말라는 무언의 압력도 넣는다. 이렇게 그녀의 주변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풍선이다. 이 풍선에 계속 바람이 들어가면 어찌 될까. 이번 2권에서 그 결과가 나온다. 제1왕자에게 있어서 그렇지 않아도 마음에 안 들었던 약혼녀(레티시엘)가 이젠 죽도록 밉다. 이유 없는 미움이 자꾸만 커져간다. 그래서 넘으면 안 되는 선을 넘고야 만다. 레티시엘을 마녀로 몰아 죽이겠다며 설레발을 친다. 미치광이가 되어 나대지만 레티시엘의 적수가 되지는 못한다. 레티시엘에게 있어서 이 남자가 죽든 말든 상관없지만 다음 왕좌를 이을 제1왕자다 보니 죽이지는 않는다. 그녀에게 있어서 관심이 없는 부분은 철저히 무관심으로 밀고 간다. 그녀는 애초에 제1왕자가 왜 폭주하는지 이유를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번 2권은 제1왕자와의 약혼을 파기하고, 집을 나와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녀는 숨 막히는 집을 뛰쳐나와 자유를 원하게 된다. 왕은 아들이 저지른 악행도 있고 해서 그녀의 바람을 들어주게 된다. 이로써 그녀의 발에 걸려 있던 족쇄는 모두 사라졌다.


...라고 할 줄 알았다면 오산이다.


왕은 그녀의 능력, 마술에 눈독을 들인다. 마법과는 조금 다른, 이질적인 초능력 같은, 그녀의 능력은 정체된 지금의 마법의 활로를 뚫어주지 않을까 기대를 한다. 그래서 그녀에게 연구소를 차려주며 마술에 대해 연구를 하고 성과를 내어 나라의 전력을 상승시키는 업무를 맡긴다. 이거 원, 개똥을 피했더니 소똥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바라 마지않는 일이었다. 어차피 집에 있어봐야 열받은 끝에 집을 박살 내버릴지도 모르는데 그렇다면 왕의 지원을 받아 독립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왕은 대단히 우수한 성군이라는 것이다. 나라의 안녕을 도모하고 대륙에서 대국이라는 지위를 유지시켜주는 것도 지금의 왕 덕분이다. 그런데 어째서 첫째 아들인 제1왕자의 성격이 개차반이 되었는가다.


그렇담 엄마에게 문제가 있나? 지금은 죽고 없는 왕비의 성품은 왕의 회상에서는 상냥하다고 표현이 된다. 여기서 작가는 등장인물에 대한 숨겨진 뒷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작가는 이 인물이 왜 이렇게 삐뚤어질 수밖에 없었나 하는 과거를 보여준다. 제1왕자는 좋아하는 엄마(왕비)의 죽음, 약혼녀인 레티시엘의 여동생 '크리스타'에 대한 연심, 이런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고 마음에도 없는 레티시엘과 짝을 지어준 아버지(왕)에 대한 반발, 여기서 삐뚤어지기 시작한 아들을 보다 못해 레티시엘과 맺어주면 나아질까 오판해버린 왕, 그래서 탄생한 게 천하의 패륜아. 알고 보면 이놈 나쁜 놈이네라고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방약무인처럼 자신만의 생각하고 주변에 민폐만 잔뜩 끼친 원인은 다름 아닌 주변의 영향 때문이라고 역설한다.


레티시엘의 경우는 제1왕자와 약간 다른 삶을 보여준다. 사실 그녀가 자신만의 노력으로 성공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환생 후, 기억이 돌아오기 전의 그녀는 비록 마법적으로는 무능력이라도 그 외의 부분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었고 주변도 그녀의 노력을 점차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부모가 모든 걸 망치기 시작한다. 재수 없는 아이라며 생일 연회에서 동생만 부르고 그녀는 부르지 않는다. 그렇게 그녀는 서서히 주변에서 멀어진다. 그때 그녀에게 다가왔던 '알렉'이라는 동년배는 그녀에게 큰 위안이 된다. 그러나 그녀의 나이 6살 때 돌연 알렉의 사망은 그녀의 세계를 변화 시킨다. 상심이 큰 그녀를 케어해주는 어른은 없다. 그래서 그녀는 망가진다. 그럴수록 가족은 그녀를 더욱 외면한다. 이렇게 그녀는 가족에게서 정을 느끼지 못한 채 자라게 되는 비운의 히로인이 된다.


레티시엘의 여동생 '크리스타'의 경우는 좀 더 직설적이다. 어릴 때 언니를 무척이나 따랐던 동생은 핍박받는 언니를 보며 내가 지켜줘야 된다는 어미닭 같은 감정을 품는다. 하지만 자신에게 기대지 않는 언니가 밉고, 성장하면서 마법 이외에 자신보다 더 두각을 나타내는 언니에게 질투를 느껴간다. 거기에 남의 이목을 끄는 언니의 외모는 질투심을 가속화 시킨다. 그럼에도 언니를 연모하는 부분도 보인다. 이처럼 여러 감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캐릭터는 정말 드물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1왕자와 바람을 피우는 것도 사실 이러한 질투심의 발로라 할 수 있다. 걸핏하면 언니에게 예절을 들먹이고, 지아비(제1왕자)에게 대드는 거 아니라며 유교사상 같은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레티시엘은 이 모든 걸 시시하다고 치부하며 외면해버리고, 그렇게 언니의 마음에 자신을 넣어주지 않는 것에 질투를 넘어 살기를 띄기 시작한다. 이걸로 보아 아마 최종 보스는 여동생이 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가지게 한다.


사실 이렇게 길게 쓸 내용은 아니다. 왕에게서 마술에 대해 연구하라며 연구소를 받게 되고, 학원에서 자신과 마찬가지로 왕따 당하는 아이들을 규합해 [마법동호회]를 만들어 찬란한 청춘을 구가하는 장면들만 가득하다. 대체 이런 장면들은 왜 필요한가 같은 이야기가 듬뿍 들어 있어서 사실 필자는 읽기가 좀 힘들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길게 리뷰를 쓸 수 있는 건 그런 내용에서도 숨겨진 이야기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우선 레티시엘이 쓰는 마술에 관련해 복선을 보자면, 이웃 나라에서 심상찮은 움직임을 보이는데 사실은 레티시엘은 공작가에서 태어난 게 아닌 이웃 나라에서 어떤 실험으로 태어난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낳게 한다. 혹은 실험을 당했거나. 이 추측의 이유는 자신들이 낳았음에도 재수 없는 아이라며 철저히 외면하는 부모의 행동에서 위화감이 느껴지고, 이웃나라가 쓰는 마법이 레티시엘이 쓰는 마술과 유사하기 때문, 그리고 레티시엘과 유사한 외모를 가진 자들의 출연이 있다. 


그리고 이런 복선만이 아닌, 이웃나라의 심상찮은 행보는 전쟁의 기운을 느끼게 해주고, 레티시엘로 하여금 다시 한번 전쟁에 휘말리게 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분위기도 있다. 왕은 죽은 왕비를 회상하면서 어쩌면 레티시엘이 쓰는 마술로 소생 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복선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전형적인 복선보다도 위에서 언급한 등장인물이 왜 이렇게 삐뚤어질 수밖에 없었나 하는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이 숨겨진 이야기는 하나의 에피소드가 아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깨달아가는 그런 부류다. 그래서 이유 있는 반항이나 방약무인이라는 것에서 등장인물에 대한 연민을 느끼게 한다고 할까. 특히 레티시엘의 여동생은 애처롭기 그지없다. 


맺으며: 어쩌다 보니 길어졌는데, 위의 내용은 극히 일부다. 주된 내용은 하라는 마술 연구는 안 하고 애들 모아서 놀러만 다닌다. 지원해준 왕이 본다면 혈압으로 쓰러질 그런 이야기가 많이 들어가 있다. 인터넷에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웃나라의 공작인지 뭔지로 국경이 어수선하고, 어쩌면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고, 제1왕자가 미쳐 날뛰는데도 딴 세상을 그린다. 사실 레티시엘이 겪고 있는 콩쥐팥쥐 같은 이야기는 전형적인 클리셰의 한 장면이라 할 수 있다. 그걸 뛰어넘어 백조가 되는 이야기를 그려가는 거 같은데 어째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를 보여주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관심분야가 아니면 철저히 외면하면서도 고통받는 이가 있으면 외면하지 않는다던지, 착한 이면도 보여준다. 거기에 내청코의 쌀쌀맞은 유키노 같은 레티시엘의 성격은 이 작품의 최대 흥미 포인트다. 여성향이다보니 남자 캐릭터가 엄청 나온다. 제1왕자가 리타이어 되자마자 제2왕자가 나타나 그녀와 인연을 만들어 가는데, 또 여동생이 질투하지 않을지 사뭇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에피소드다. 근데 마지막 부분을 보니 언니가 대신 질투하지 않을까 기대하라는 듯한 장면을 보인다. 궁금해서라도 3권 나오면 구입해봐야겠다. 마지막으로 전체적인 이야기는 마치 고기는 조금, 벌칙 양념 가득한 쌈 같은 이야기였다고 할까. 뱉기는 아깝고, 먹기는 고통스럽고. 일단 3권을 보고 판단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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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의 저편으로 1 - Novel Engine
후타츠기 고린 지음, 아카이 테라 그림, 정호욱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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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주의






노블엔진에서 발매된 신작이다. 기본적인 틀은 전생의 기억을 가진 주인공이 이세계 주민으로 태어나 먹고살기 위해 모험가의 길에 들어서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보통 여느 이세계물이라면 압도적인 스킬과 능력을 얻고, 현대 지구의 지식을 이용해 신문물을 퍼트리며 부를 축적하거나 이세계인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그런 시추에이션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여신에게서 능력을 받는 모습은 나오지 않는다. 싸움 실력은 마을사람 A에 해당된다고 보면 된다. 또한 전생의 기억을 이용해 신문물을 만들지도 못한다. 그렇다고 지능이 좋은 것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주인공은 자기 이름만 쓸 줄 알았지 문맹이나 다름없다. 약간은 이세계 전생을 다루면서 기본적으로 주인공은 이세계 주민이라는 기틀 속에 고생이라는 고생은 다 한끝에 모험가로서 밥을 빌어먹어가는 그런 이야기를 꾸며 간다. 


주인공 '츠나'는 시골 촌장 셋째로 태어난다. 보통 여느 판타지물이었으면 아버지가 촌장이라는, 다소 유복한 가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현실적인 드라마를 보여준다. 영주가 뜯어가는 세율은 90%이고, 아버지가 대를 물려주는 건 장남까지다. 차남은 장남 스페어이고, 삼남은 스페어조차 되지 못한다. 아이들이 노예로 팔려가는 게 당연한 시대고, 세율로 인하여 먹을 건 거의 없다. 그러니 삼남의 미래는 뻔할뻔자다. 이 작품은 이런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주는 먹이만 바라보고 있다간 굶어죽기 딱 좋은 세상이다. 내 앞 가림을 위해서라도 주인공은 길을 나설 수밖에 없다. 주인공은 왕도에서 주 7일에 하루 20시간이라는 개고생을 하여야만 한다. 이것도 정말 어렵게 얻어낸 일자리다. 왕도는 심각한 불경기를 겪고 있다. 이렇게 시작부터 주인공의 인생은 시궁창이 따로 없다는 걸 어필한다.


그렇게 비전 없는 삶을 살아가던 주인공은 모험가의 도시 [미궁도시]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되고, 주인공은 살기 위해 거기로 향한다. 운명은 자신의 손으로 개척하는 것이다. 가만히 앉아 있는다고 먹을 게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을뿐더러 왕도에서 죽자 살자 일해도 들어오는 돈은 없다. 주인공은 살기 위해 [미궁도시]로 향한다. 가는 길에 소녀 '유키'를 만난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녀도 전생자라는 걸 알게 된다. 이세계는 이렇게 전생의 기억을 되찾고 살아가는 사람이 제법 있다. 둘은 [미궁도시]에서 모험가로 대성하자고 의기투합한다. 그런데 소녀인 줄 알았던 유키가 사실은 남자란다. 등장할 때 온갖 미사구여는 다 갖다 붙여놓으며 미소녀라고 주워섬기더니 남자란다. 하렘을 싫어하는 독자들이라면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이 작품은 꿈도 희망도 없는 시궁창 같은 세계관이라고 말하면서 은근슬쩍 이렇게 개그를 섞어놓기도 한다. 그렇게 이들은 며칠의 여행 끝에 [미궁도시]에 도착한다.


이세계는 중세시대 미만이다. 귀족이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먹고, 나라가 난립하며, 마을은 쇠퇴한 끝에 소멸되어 간다. 분위기는 마치 어떤 사태로 인해 멸망해버린 세계를 보는 듯하다. 그런 세계에서 사람들이 살아가기란 매우 힘이 든다. 노예조차 팔리지 않아 바겐세일을 해도 구입해가는 사람이 없다. 일부러 노예로 자청해도 받아주지 않는다. 그런 세계에서 주인공과 유키는 [미궁도시]에서 모험가로 대성한다는 것, 그 옛날 80년대 못 살던 시골에서 서울로 상경해 성공하고 말 테다 하는 세상 물정 모르던 꼬맹이 같은 그런 설렘이 아니라 절박함이 있다. 주인공과 유키는 별다른 능력이 있는 건 아니다. 주인공은 고향에서 고블린은 잡아본 적이 있다고는 하는데 '고블린 슬레이어'라는 작품에서도 나오듯이 고작 몇 마리 잡았다고 어엿한 모험가가 되는 건 아니다. 이렇게 주인공빨도 못 받는 주인공이 모험가들의 도시라는 [미궁도시]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답은 있다.


멸망해버린 세계에서 문명을 유지하는 도시가 있다. 그런 영화를 제법 본 듯하다. 이세계 사람들에게 있어서 [미궁도시]는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이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모험가의 도시는 실존했다. 이세계에서 모험가는 정말로 인생의 마지노선에 봉착한 사람이 마지막으로 떨어지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있다. 여느 판타지처럼 모험가만 되면 입에 풀칠하는데 지장 없다는 공식은 성립되지 않는다. 인식도 낮고, 벌이는 더욱 신통찮다. 애초에 불경기라서 일 자체가 없다. [미궁도시]는 그래서 꿈의 도시다. 마치 멸망해버린 세계에서 문명을 유지하며 사람들에게 안락한 삶을 보장해주는 그런 곳이다. 주인공과 유키는 [미궁도시]에 입성하는데 성공한다. 굶어 돌아가실 거 같은 이들을 반겨주는 건 현대 지구의 신문물 그 자체다. 다소 당황스러운 전개라 할 수 있다. 분명 전생의 기억을 이용해 신문물을 만들어내는 인간은 없다는 식으로 표현 해놓고 TV부터 해서 인터넷까지 구비하고 있다.


분위기는 중세시대 미만에서 현대 아이돌 콘테스트로 바뀐다. 이런 흐름의 영화도 본 적이 있는 거 같은데 기억이 안 난다. 아무튼 [미궁도시]에서는 모험가를 추겨세우고 있다. 거의 아이돌 취급이다. 능력이 있고, 얼굴 빨되는 모험가는 아이돌로서 활동을 하며 부를 축적한다. TV에도 나오고 각종 엔터테인먼트도 있다. 필자는 분위기를 따라가지 못한다. 밖에서는 개도 안 먹을 보리죽으로 연명했는데 여긴 기본으로 쌀밥이 나온다. 분명 전생의 기억을 가진 누군가가 [미궁도시]를 만들었을 거라는 복선이 깔린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도 있고, 건물도 현대식이다. 여기선 굶어 죽을 일은 없으며, 범죄라고 부를 만한 사건도 없어서 밤에 여자 혼자 돌아다녀도 안전한 도시라고 한다. 차별하지 않는 평등의 사회로 마물인 고블린도 능력에 따라 고위 사무직에 취직할 수 있는 도시다. 참고로 AV도 있다고 한다. 전형적인 일본이라고 노골적으로 어필한다. 이렇게 현대식 문물이 넘치는 도시에서 주인공과 유키는 모험가가 되지 위한 첫걸음을 뗀다.


이 작품은 아무래도 여성향 같다. 일단 주인공이 부녀자들이 꿈꾸는 동인지 세계관에 나올법한 인상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도시로 들어오기 전에 그런 에피소드도 일어난다. 유키는 여장남자라는 예쁜 남자라는 포지션이다. 그리고 미궁에 들어가기 위해 교육받을 때 안면을 트게 되는 '필로스'라는 나중에 주인공과 파티 짤지도 모를 남자도 미형이다. 그러니까 적어도 1권 기준으로 볼 때 이 작품은 하렘이 아니다. 그렇담 히로인은? 나온다. 이 작품이 특이한 게 처음부터 같이 다니게 하지 않고 나중에 만나게 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우선 '리리카'의 경우를 보자면, [미궁도시]에 들어올 때 주인공과 잠깐 인연을 트게 한 뒤, 나중에 다시 만나게 해서 인연을 강조하는 면을 보여준다. 그러니까 별도로 히로인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며 이런 히로인이라면 주인공과 같이 다녔으면 좋겠다는 설렘을 준다고 할까. 이런 흐름으로 성공한 게 '소드 아트 온라인'이 있다. 키리토와 아스나의 만남이 그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맺으며: 사실 중반 이후부터는 [미궁도시]에서 주인공과 유키의 모험가가 되기 위한 교육이 주된 이야기다. 초보자 던전에서 어떻게 하면 모험가로서 살아갈 수 있는가 같은 거의 모험가 지침서처럼 온갖 설명이 들어 있어서 중반 이후는 긴장감이라던지 개그 같은 소소한 재미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강사를 대려다 이론 교육도 꽤 많다. 그러다 초보자 던전에서 교육을 받으며 조금식 성장하는 그런 패턴이다. 사실 주인공의 능력이 평범하다고 했지 무능력이라고는 하지 않았다. 교육을 받으며 조금식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어쩌면 필자가 그동안 찾았던 이세계 전생물에서 성장이라는 개연성을 이 작품이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처음부터 강한 게 아닌 배우면서 강해지는 정도의 길을 간다. 근데 이런 정도의 길을 막상 접하고 보니 읽는데 끈기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1권에서 하차하려 했으나 부록으로 실린 히로인 '리리카'의 이야기를 읽고 나서 마음이 바뀌었다. 읽고 나서 필자의 소감은 '먼치킨 히로인 간다!!'였다. 귀족의 딸로 태어나 귀족으로서의 정도의 길을 걷는 것보다 자신만의 길을 가려다 집에서 쫓겨나고 방랑 마법사가 되어 마음에 안 들면 마법으로 구워버리는 호탕.. 아니 음습한 그녀를 보고 있으면 주인공과 유키의 활약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얕잡아보는 놈들을 혼쭐 내주고, 여자라고 뒤에 있는 것보다 앞에 나서서 직접 사냥하고 사냥물 해체도 하고, 당당하게 나눠 달라는 성격은 매우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노예사냥꾼을 불로 태우고, 소문이 나서 그녀를 건드리는 놈들이 없자 로브를 벗으면 덤벼 오려나? 하는 등 괴짜가 따로 없다. 그런 그녀가 당면한 고민이자 문제가 있다. 바로 굶어죽기 직전이다. 어딜 가도 불경기다. 그래서 그녀도 [미궁도시]로 향한다. 거기서 주인공과 처음 만나게 된다. 비록 짧은 외전이지만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는 히로인이다. 이것만으로도 필자는 이 작품의 점수를 10점 만점에 8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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