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거라 용생, 어서 와라 인생 2 - L Novel
나가시마 히로아키 지음, 이치마루 키스케 그림, 정금택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이션트 드래곤이 용사 집단에게 토벌된 후 인간으로 환생해서 살아가는 이야기 제2탄입니다. 인간의 이름은 '드란' 전생에서 나쁜 짓을 일삼았던 못된 용이 아니라 마계에 쳐들어가서 자신은 그럴 의도가 없었다곤 해도 인간을 위협하는 마족과 고위신들을 토벌하는 등 나름대로 인간들에게 유익한 드래곤이었건만 판타지 세계에서의 정석은 역시 용사가 드래곤을 처치하는 걸로 마무리된다는 것처럼 용사 일행이 잘 살고 있는 주인공 드란의 집에 쳐들어가서 냅다 목을 따버렸으니 주인공 입장에서는 기가 막일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원채 주인공이 유약한 성격이다 보니 그런 용사들을 증오한다기보다 살만큼 살았으니 이제 명계에서 유구한 잠에 들어야지 했는데 복선이 깔리면서 인간으로 환생해버렸습니다. 아무리 좋은 신이든 나쁜 신이든 아무래도 이해관계가 얽힌 세상에서 내 뜻대로 살아가기란 무척이나 힘들죠. 용사들을 이용해 주인공을 죽인 것도 모자라 인간으로 계속 환생 시켜가며 에이션트 드래곤이라는 영혼을 아예 말살 시키려는 어떤 복선에 의해 의도치 않게 인간으로 살아가게 된 드란, 드래곤일때의 기억과 영혼을 간직한 채 인간으로 환생하고 16살이 되었습니다.

 

변방 촌락의 평범한 농사꾼의 둘째로 태어나 장남에게만 유산이 돌아가는 판타지 세계의 철칙(?)에 따라 제 살길은 알아서 살아가야 되는 현실에서도 부모와 형과 동생과 그리고 마을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어느 때 라미아라는 몬스터계 소녀가 그의 곁으로 찾아왔습니다. 이름은 '세리나', 일정한 나이가 차면 마을의 규율에 따라 이종족 남편을 찾아야 했던 그녀는 여행 중에 들린 이 마을에 정착하게 되고 드란은 그녀를 도와 인간계에서도 잘 살아갈 수 있게끔 해주면서 둘의 관계가 점차 발전하는, 이 과정이 좀 달달합니다. 주인공 드란은 전형적인 둔감계이긴한데 조금식 그녀를 의식하면서 처음엔 좋은 여동생 같은 포지션에서 차츰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변해가는 장면을 표현하는 구절에서는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했습니다.

 

방이 어두워서 이불이 때 탄듯한, 여튼 둘의 관계는 이런식입니다. 그냥 살살 녹아요. 물론 여기서 이들의 관계를 시기하거나 끼어드는 히로인도 있을 테지? 같은 진행도 있을 법하나 이 작품은 아직까진 그런 건 없습니다. 라이트 노벨이라는 특성에 맞게 여러 히로인들이 나오지만 남자 주인공에 집착한다기보다 제 갈 길을 그냥 걸어가며 주인공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그런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드란과 세리나의 달달함은 더욱 빛이 나는, 두 번째 히로인에 해당하는 '크리스티나(표지 제일 오른쪽)'도 이들과 좋은 친구가 되고 싶어 이들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눈꼴시런 연애질보다 담백한 복어탕처럼 진행되는 이야기가 상당히 인상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2권은 이런 달달함 외에 주인공을 인간으로 환생시킨 복선으로 추정되는 존재에 의해 엘프들이 사는 엔테숲에 마족이 쳐들어 오게 되고 주인공 드란과 세리나 그리고 크리스티나가 이들(엘프)을 위해 목숨 걸고 싸움에 임하는 자못 비장함이 감돌긴 하지만 주인공이 고위 신들도 아무렇지 않게 죽일 수 있는 굉장한(?) 먼치킨이다 보니 그리 심각한 건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주인공은 검은 장미의 정령 디아드라와 불장난도 저지르는 등 세리나로 하여금 가슴에 두 방망이질을 하게 해서 이게 또 잔잔한 미소를 짓게 합니다. 그러나 마족의 침공이라는 위기에서 한숨 돌리나 했더니 인간과 몬스터 라미아 소녀와의 금단과도 같은 사랑을 시기하듯 찾아오는 또 다른 위기...

 

그리고 '판타지 세계에서 주인공은 태어난 마을을 떠나 모험을 시작했습니다.'의 서막이라는 것처럼 여행을 시작하는 드란과 세리나, 또다시 마을과 숲에 위기가 찾아오지 않게 큼, 자신을 인간으로 환생시킨 장본인을 색출하기 위해, 그리고 크리스티나의 먼 조상이 자신을 죽인 용사 계보가 아닐까 하는 복선(1)을 되짚기 위해,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던 그에게 다가오는 새로운 운명은 자신을 죽인 용사처럼 용사의 길로 들어서게 할 것인가...라고 해도 주인공이 워낙 강하다 보니 대적할 적이 없다는 게 흠이군요. 이 작품도 주인공이 원하면 다 생기는 그런 계통이다 보니 적과 싸우다가도 생뚱맞게 듣도 보도 못한 스킬을 쓴다던지 '내가 힘을 개방하면 말이야' 같은 일이 벌어지니 그리 흥미진진한 장면이 없다는 게 좀 아쉬운 대목이었군요.

 

그래도 세리나를 점차 의식해가며 사랑스럽다는 말까지 하게 된 드란, 이젠 남편 따위 찾지 않아도 되라며 그의 곁에 꼭 붙어서 밤에 잘 땐 그를 뱀 몸통으로 칭칭 감는 등 얘가 아주 부뚜막 몇 개를 올라가는지 모를 정도로 마음이 헤벌쭉하게 된 그녀는 검은 장미 디아드라가 드란에게 기습 키스를 날렸을 때 울음을 터트리는 등 일러스트와 괴리감 생길 정도로 귀여운 구석이 철철 흘러넘칩니다. 맨날천날 드란에게서 용의 기운을 받다 보니(위험한 상상?) 보통 라미아와는 다른 힘을 보여주는 괴력녀로 거듭나면서 엔테숲에 쳐들어온 마족 고위층과도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주인공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히로인이라는 점에서 작가가 그녀를 얼마나 띄워 주는지 쉽게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습니다. 1권에서는 그렇게 비중이 없더니만...

 

맺으며, 사실 리뷰는 이렇게 썼지만 상당 부분이 주인공 독백과 과거를 회상하고 그때의 잔재를 만나는 등 고대(에이션트) 드래곤의 일대기 같은 면도 많습니다. 이거 읽는 우리(독자)가 꼭 알아야 돼? 같은 느낌이 없잖아 있죠. 거기에 적과 싸우며 완급 조절을 하지 않아 적으로 나오는 마족 적장은 마계에서도 손꼽히는 엘리트이건만 주인공 손에 걸리니 썩은 과일과도 같고, 잡아 찌부러 트리듯 해버리는 통에 흥미진진함은 눈 씻고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나마 세리나와의 달달함은 좋았군요. 거기에 이들의 관계를 시기하지 않고 이들의 곁에 있고 싶어 목숨을 마다하지 않으려는 크리스티나의 눈물겨운 모습은 애잔하게 했습니다. 


 

  1. 1, 주인공 드란이 용일때 용사에게 토벌된후 바로 인간으로 환생한게 아닌 상당한 시일이 지난 후 환생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늑대와 향신료 15 - Extreme Novel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박소영 옮김, 아야쿠라 쥬우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필자가 그동안 걸핏하면 인용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시계의 시침과 분침은 같이 갈 수 없다.' 이 구절은 영원을 살아가는 존재와 찰나를 살아가는 존재가 만나 서로 사랑하지만 결코 이뤄질 수 없는 관계를 필자가 멋대로 빗댄 것인데요. 이 작품에서는 호로와 로렌스가 그러합니다. 이교의 신(神)으로써 영원을 살아가는 늑대의 화신인 현랑 호로와 인간으로써 찰나의 시간을 살아가는 로렌스가 만나 여행을 하고 티격태격하고 위기를 맞아하고 사선을 넘나드는 사이에 서로가 호감을 품고 미래를 설계하지만 결코 같은 시간대에 살 수 없다는, 그럼에도 같은 시간대에 살았다는 증거는 여기에 있다는 것처럼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은 애잔하기 그지없습니다.

 

호로가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고향 요이츠를 목전에 두고 도착한 광산 도시 '레스코'에서 자신의 동료의 이름을 딴 '뮤리 용병대'를 만난 호로는 그토록 만나고 싶어 했던, 로렌스에게 있어선 연적이 될 동료를 만났다는 기쁨도 잠시 이빨과 발톱이라는 용기를 가진 자부터 죽어간다는 진리를 실천하는 것처럼 운명은 호로를 외면하였습니다. 그 어디에도 동료는 없었습니다. 자신이 없을 때 멸망해버린 고향, 뿔뿔히 흩어진 동료, 세상에 혼자 남겨진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로렌스라는 온기에 기대에 여기까지 왔건만, 동료의 유품을 끌어안고 오열하는 그녀가 상당히 애처롭게 다가옵니다.

 

동료를 만날 수 있다는 기쁨과 고향이 지척이라는 두근거림에 의지해 여기까지 왔던 그녀, 또다시 세상에 혼자 남겨진 외로움과 슬픔에 망가지기 일보 직전까지 갑니다. 하지만 로렌스의 극진한 보살핌에 서서히 기력을 회복하면서 그녀에게 있어서 지금 곁에 있는 건 누구인지 새삼 알아가는 대목은 잔잔한 여운을 남깁니다.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면서도 로렌스가 거기에 있는지 확인하는 그녀, 마치 신기루처럼 지금까지 지내온 시간이 거짓이 아닐까, 자신이 잠들어 버렸을 때 시간이 흘러 그가 이 세상에서 없어져 버리지 않을까, 그녀는 보리밭 근처에 심어진 나무가 거목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앉아서 지켜본 적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호로에게 있어서 로렌스는 거목에 비할 바가 못 되는 그야말로 찰나를 살아가는 존재이겠죠.

 

이 모든 과정을 그리는 장면은 거짓말 조금 보태서 시적인 구절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특히 로렌스가 호로를 생각하며 욾조리는하나하나가 가슴에 와닿습니다. 자신은 찰나를 살아가는 존재라서 시간이 없다지만 정작 시간이 없는 건 그녀라고, 무수히 빠르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자신은 그저 그녀의 기억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을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는, 그렇기에 예전 18권이 언급되기 전의 광고 문구가 떠올랐습니다. 수명이 다해 죽어버린 로렌스와의 여행을 추억하며 '그와 다시 여행을 하고 싶다.(비슷할 겁니다.)' 이번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이 구절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런가 서로가 다르게 흐르는 시간일지라도 지금이라는 시간 속에서 같이 손잡고 미래를 설계하는 장면은 훈훈하다기 보다 애잔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레스코에서 자신의 가게를 차리려는 로렌스, 그의 곁에서 같이 가게를 도우며 '여긴 내 방, 아이의 이름을 지어야지?' 라는 등 마치 모래성처럼 언제 부서질지 모를 불안한 미래는 읽는 내내 답답함을 자아냈군요. 동료가 없다는 슬픔을 이겨내고 그가 옆에 있기에 외롭지 않다는 걸 알아가는 호로, 하지만 언제 이런 애틋한 사랑을 해봤어야 알지 같은 모습을 보이는 로렌스를 바라보며 입이 샐쭉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그나저나 이번 15권 표지는 꽤 잘 나왔지 않나 합니다. 그동안 본편하곤 하등 관계없는 이미지여서 괴리감이 상당했는데 이번 표지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호로의 심정을 잘 표현하고 있달까요. 100년은 동굴에 틀어박힐 자신이 있다고 하였으니, 그런 그녀를 행상인 길을 포기하면서까지 붙잡으려 노력하는 로렌스는 외줄 타기처럼 아슬하기 그지없습니다. 망가져가는 그녀를 이끌어주고 그녀의 기분을 망치는 함정을 밟지 않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하는 모습에서 과연 연애란 무엇일까 하는 고찰을 되새기게도 합니다. 그것은 신뢰와 끝없는 희생이 아닐까도 싶었군요.

 

맺으며, 물론 이런 가슴 아픈 연애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고 콜을 떠나보내는 장면 또한 애처롭기 그지없습니다. 이교의 신을 믿는 고향을 교회의 침략에서 구하기 위해 교회의 요직에 앉아 고향을 보살필 목적으로 신학교에 들어갔건만 사기를 당해 학교에서 도망치듯 세상 밖으로 나왔던 콜을 주워 극진히도 보살폈던 호로였기에, 큰 뜻을 품고 있는 콜을 언제까지고 품고 있을 순 없어 놓아주는, 그 얼굴은 마치 수많은 사람을 배웅하고 또 배웅하는 데에 이력이 난 자의 얼굴이라는 로렌스의 평가에서 머지않아 로렌스와 호로의 관계도 이런 수순으로 헤어지게 될 것이라는 것에서 초반부터 엄청 먹먹해지기도 했군요.

 

그 외에 레스코에서 일어나는 데바우 상회의 꿍꿍이라든지 뮤리 용병대와의 일화라든지 구구절절한 이야기도 많지만 생략했습니다. 상업적인 이야기는 언제나 위기를 맞이하다가도 호로의 지혜와 로렌스의 쪼랩 배짱으로 어떻게든 되는 기승전결을 보여주는 작품이기에 크게 언급할 건 없고요. 다만 후반부 떠나갔던 콜의 물품을 들고 온 어떤 존재에 의해 또다시 이들의 관계를 시기하듯 찾아오는 위기는 범상치 않아 보였습니다. 다만 이미 완결이 났으니 크게 걱정할 건 없겠지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늑대와 향신료 14 - Extreme Novel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박소영 옮김, 아야쿠라 쥬우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들이 만나서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벌써 종착지가 저만치 다가왔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이국의 소녀 프란으로부터 북방지역의 지도를 손에 넣은 로렌스와 호로 +@콜은 드디어 호로의 고향을 눈앞에 두게 되었는데요. 그녀가 고향을 떠난 지도 수백 년, 그리운 고향은 그대로일까? 동료들은 잘 있을까? 남자의 꾐에 빠져 수백 년이나 마을에 묶여 풍작의 신 노릇을 해야 했던 호로는 이제 너 따윈 필요 없다는 마을 사람들의 배신에 가까운 등쌀에 미련 없이 마을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로렌스의 마차에 오른 지도 해가 바뀌어 가고 있었습니다.

 

음... 이미 완결이 난 작품(1)이니 이번엔 내용적으로 크게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사실 본심은 근래에 들어 직장 일이라는 원심 분리기에 넣어져 뼈와 살이 분리된다는 게 어떤 건지 몸소 체험하고 있는지라 사실 리뷰 쓸 여력조차 없다는 게 옳겠지만요.

 

여튼 결혼해서 신혼은 3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서로 좋은 점만 보고 웃고 떠들어도 3년이 지나면 싫은 점이 보이고 웃음 포인트가 마모되어 서로의 감정이 메말라가는, 죽지 못해 같이 살고, 애 때문에 살고, 그러다 정 때문에 산다는 부부의 관계, 호로는 이게 싫었습니다. 로렌스를 만나 여행을 하며 그때가 좋았지 하며 괴로운 미래를 맞이할 바엔 좋은 감정을 품고 있는 지금 헤어지자며 울었던 그녀는 고향 요이츠에서 웃으며 헤어지자고 로렌스와 약속을 하였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바로 코앞까지 왔습니다.

 

그녀의 고향 요이츠가 있는 북방으로의 여행, 그런데 느닷없다는 말은 마치 지금이라는 것처럼 엘사(2)와의 만남에서 금지된 광산 기술이 서술된 금서가 발견되었다는 그녀의 동행의 말에 여행은 순식간에 파탄을 맞이합니다. 여행의 끝이 저만치이건만, 여기서 로렌스는 금서를 손에 넣어 요이츠를 지키기 위해 지금 그녀와 헤어질 것인가(3), 요이츠가 황폐화되는 걸 눈앞에 보면서도 그녀와 함께 요이츠로 갈 것인가 하는 어느 걸 선택해도 호로와는 좋은 이별은 할 수 없다는 꽝 밖에 없는 뽑기가 그의 손에 들리게 되었습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이 작품의 터닝 포인트입니다. 그동안 둘은 서로가 의식하면서도 애써 외면하며 언젠가 헤어지게 될 사이라는 생각 아래 한 발짝 다가가지 못했는데요. 거기다 둘의 시간은 서로 다르게 흐르고 있던 것도 한몫했죠. 그리고 로렌스는 그동안 닦아 놓은 행상인의 길을 그녀와 헤어진다는 전제하에 포기하지도 못하고 있어서 더욱 둘의 관계를 꼬아 놓기도 했습니다. 막말로 '그럼, 안녕!!' 하며 떠나버린 호로를 바라보며 닭 쫓던 개가 될 순 없었으니까요. 이런 점 때문에 로렌스의 평가가 좋지 않기도 했었죠. 행상인을 포기하고 호로를 쫓아갔다면 멀리 돌아가지 않아도 되었을, 하지만 그렇다고 굶어 죽을 수는 없으니 이거 참 재난이자 난제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뜻이 있는 길에 통하는 길이 있다고 사랑에 미친 인간의 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로렌스가 몸소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한가지 아쉬운 건 카타르시스를 느낄만한 내용이 아니라는 것이군요. 그냥 번뜩 뜨인 상인 기질로 길을 돌파해서 내 사랑 내 곁에를 외치며 꿩 먹고 알 먹고를 담담히 그려가고 있을 뿐입니다. 사실 이 과정은 엘사의 집요한 설득이 거들긴 했지만 여기선 생략하겠습니다. 그리고 호로도 사실 로렌스를 끔찍이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 로렌스가 그녀를 끌어안고 검열 삭제를 시도하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오!! 탄성을 자아내게 하지만 세상사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라던가요.

 

꿩 먹고 알 먹고, 도랑치고 가재 잡는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 로렌스, 쪼렙 상인이었던 그가 대상인으로 한 발짝 올라선 데엔 눈이 돌아갈 정도로 좋아하는 여자가 있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웃으며 헤어지자고 해도 언제까지고 그녀와 함께 있고 싶었던 그는 두뇌를 풀가동하여 위기를 극복하고 여 보란 듯 그녀에게 한 발짝 다가갔습니다. 그녀도 그런 그를 멍청이라 하면서도 싫어하지 않고 품으로 파고드는, 서로가 다른 시간대에 살아도 지금은 같은 시간대에 살고 있는, 언젠가 나만 놔두고 갈지언정 지금은 손을 꼭 잡고...

 

맺으며, 엔딩은 아닙니다. 이번 에피소드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을 뿐, 지금 당면한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죠. 호로의 고향인 요이츠는 데바우 상회에 의해 광산 개발 여파가 미치고 있어서 이들에게 그리 밝은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해도 이미 완결이 나버렸지만요. 그보다도 이번 에피소드는 참 멀리도 돌아간다는 느낌이 강했군요. 마음은 있는데 언제가 헤어질 상대이다 보니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지레짐작한 로렌스의 삽질로 둘의 관계를 더욱 어긋나게도 했죠. 결국 호로의 마음도 매한가지라는 걸 알자마자 검열 삭제를 시도하다니 로렌스도 참 어지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담으로 둘의 사위 콜은 이국의 소녀 프란을 만나고 나서 자신만의 길을 발견한 듯했습니다. 호로가 끔찍이도 아꼈던 콜에게도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고, 그가 하고자 하는 바를 잘 알고 있었던 호로와 로렌스는 콜을 떠나보내기로 하는 등 이별의 시간과 성장이라는 키워드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가슴 한켠으로 씁쓸한 감정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여기서 여전히 아쉬운 건 척하면 착하고 알아 들어야지 같은 작가의 진행 방식 때문에 감정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군요.  


 

  1. 1, 14권이 발매될 당시의 기준
  2. 2, 테레오 마을에서 의붓 아버지로부터 교회를 물려 받아 운영 하려다 이웃 마을의 사제의 견제에 몸살을 앓았던 소녀
    호로가 멋지게 격퇴를 해주어 로렌스와 호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3. 3, 부가설명을 하자면 지금 북방은 한창 광산 개발이 진행중으로 요이츠도 그 선상에 놓여 있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블린 슬레이어 3 - L Books
카규 쿠모 지음, 칸나츠키 노보루 그림, 박경용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블린을 잡자! 판타지 세계에 정통한 분들이라면 뭔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할 겁니다. 그야 판타지 세계에서 고블린이란 최약체에 지나지 않는, 신참 모험가도 손쉽게 사냥이 가능하고 그렇게 자신감을 얻어 모험가의 길로 들어서게 하는 플래그 같은 몬스터죠. 하지만 고블린을 얕보고 소굴에 들어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모험가도 많다는 건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재와 환상의 그림갈이라는 작품에 보면 고블린 한 마리를 잡기 위해 몇 명이나 달라붙어서 겨우 잡는 장면이 있습니다. 리 몬스터라는 작품은 아예 고블린이 주인공이 되어 무쌍을 찍어 대죠. 그 외에 고블린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도 여럿 있지만 글이 길어지니 생략하고요.

 

남들은 거들떠도 안 보는 최약체 고블린만을 죽이기 위해 10년을 보내온 남자가 있습니다. 외전 코미컬라이즈(1)에 보면 눈앞에서 유린 당하는 누나를 봐야 했고, 무력한 자신을 깨달아야 했던 그는 5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혹독한 수련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15살이 되던 해에 모험가가 되어 오로지 고블린만을 죽이며 지내왔습니다. 어떻게 하면 효율적이고 최선인지만을 생각하며 달려왔습니다. 남에게 하찮다는 손가락질을 당해도, 그리고 이건 앞으로도 마찬가지겠죠. 그는 남들은 모르는 고블린의 영악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혜를 부릴 줄 알고 동료의식이 없으면서도 동료가 당하면 복수심에 불타서 눈에 뵈는 게 없어지는, 그렇게 무리 진 고블린에게 멸족한 마을도 부지기수라는 걸...

 

이번 에피소드는 외골수 고블린만을 죽이며 살아온 그에게 휴식 같은 시간이 찾아옵니다. 주변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달려온지도 5년, '그래, 그런가...' 라며 커뮤니케이션 장애를 겪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무관심이라는 벽으로 타인과의 접점을 만들지 않았던 그에게 언제부터인가 동료가 늘어나고 그를 눈으로 좇는 사람도 늘었습니다. 이것은 세포가 증식하듯 자연스레 늘어난 것이 아닌, 사람은 착하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에 응해준다면 설령 커뮤니케이션 장애라도 얼마든지 동료가 생긴다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언제나 무뚝뚝해서 상대가 두 마디 하면 이쪽은 한마디로 간략화, 그걸 상대가 지적하면 귀찮아하는 게 아닌 고치려는 노력을 하고 부탁을 하면 '고블린인가?' 라며 언제나 고블린 우선주의지만 상대의 부탁을 애써 외면하지 않는 의리와 우정에서 그를 따르는 사람이 생기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는 걸 표현하고 있기도 합니다. 자신이 안고 있던 근심을 덜어준 것에서 시작한 호감이 연애라는 감정으로 발전한 접수원 누님, 초보 시절 고블린에게 능욕을 당할뻔하였던 자신을 구해주고 모험가로서의 길을 알려준데다 남들은 가지 않는 가시 밭길을 걸으면서도 그게 당연하다 여기는 그를 바라보며 축복을 내려주는 여신관...

 

언제나 무리하는 소꿉친구인 그가 있을 곳을 지키고 싶어 고블린 대군이 쳐들어와도 꿈쩍하지 않았던 소치기 소녀, 그리고 얘는 어째서 호감도가 올라갔는지 미스터리인 엘프녀, 근데 문제는 이 작품의 주인공인 그는 둔감계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애가 타는 건 어쩔 수 없겠죠. 하지만 이런 미묘한 주변의 변화가 그는 싫지가 않습니다. 크게 표현하고는 있지 않지만 자신을 좋아해 주고 따라와 주는 사람들을 보며 무언가를 느껴가는 고블린 슬레이어, 그런데 여러 여자들이 모여들면서 수라장이 펼쳐져도 이상하지 않을 사태이 건만 다들 찍어 눌러서 쟁취한다기보다 남자로 하여금 돌아봐 주길 바라는 히로인들이라는 것에서 대단히 흥미롭기도 합니다. 시기하지 않고, 일선을 넘지 않고, 경쟁하지 않는, 이런 하렘이라면 언제든지 환영할만한 게 아닐까 했군요.

 

맺으며, 사실 이번 에피소드는 오전엔 소치기 소녀와, 오후엔 접수원 누님과 데이트라든지 여신관의 축제 준비 같은 이야기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 와중에 고블린 슬레이어를 바라보며 애틋한 마음을 표현하는 부분은 조금 애잔하게 하고요. 특히 여신관이 그에게 우회적으로 축복을 내리는 부분은 대단원이라고도 할 수 있죠. 후반부는 그동안 조금식 언급되어 왔던 복선이 표면화 되어 고블린 슬레이어에게 원한을 품은 모험가가 등장하고 고블린 대군을 대동한 다크엘프의 침략으로 마을이 위기를 맞이해가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습니다. 후반부는 그가 주변 사람들에게 신뢰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인증과도 같은 것이기에, 그런 그들의 도움을 받아 혼자보다 여럿이 노력하여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야말로 유대이자 정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1. 1, 현재 코미컬라이즈는 두가지가 있습닏.
    본편을 다룬 것과 주인공의 과거를 다룬 외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늑대와 향신료 13 - Extreme Novel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박소영 옮김, 아야쿠라 쥬우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는데 이번 에피소드부터 일러스트가 상당히 진화하였습니다. 이전에는 약간 어두운 계열에 버츄어 파이터 1탄을 보는 듯한 각진 폴리곤같은 일러스트에서 지금은 제법 사람다운 일러스트 같아졌다고 할까요. 톤도 진화하여 제법 고급스러워졌습니다. 덕분에 작중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게 마음에 들었군요. 여튼 이번 에피소드는 단편집으로 총 3개의 에피소드가 들어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이전에 호로가 로렌스를 만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복숭아 꿀 절임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그때 호로는 환상적인 맛을 기대하였지만 어떤 사건에 휘말려 끝끝내 먹어보지 못하고 유야무야되어 버렸죠. 이번에 또 말이 나와서 내친김에 구입하러 갔더니 아니 글쎄 복숭아 한 개 절여 놓은 게 금화 한 냥이라지 뭡니까. 기절초풍할 일이죠. 로렌스는 그깟 지 것 얼마나 한다고 했다가 도저히 엄두가 안 났고 엄청난 기대감에 꼬리를 풍차 돌릴 기세였던 호로도 아무 말하지도 못하고 뒤돌아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서 참 애잔한 게 좋아하는 이성에게 원하는 것을 주지 못할 때의 기분은 참 참담하기 그지없죠. 호로는 애써 괜찮은 표정이지만 먹을 거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그녀이기에, 이전에도 못 사준 복숭아 꿀 절임이라는 자주 접하지 못할 물건을 또 언제 사주랴 싶었던 로렌스는 결국 그녀를 위해 돈 벌기에 나섭니다. 이러쿵저러쿵해도 마음속에 자리 잡은 그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죠. 여차저차해서 돈 벌기에 나섰지만 이게 또 개고생입니다. 거기다 안 그래도 외로워 죽겠는데 혼자 놔두고 일하러 갔다고 바가지를 긁어대는 호로 때문에 마음고생도 심하고요.

 

좋아하는 그녀를 위해 일을 시작한 건 좋은데 복숭아 꿀 절임 하나 살려고 대체 며칠을 일해야 하나 계산을 해보니 1주일은 더 해야 되는, 뭐 이런 개 같은 일이 다 있나 싶습니다. 결국 호로까지 가세해서 틈새 시장을 노려 둘이서 밥장사를 하는 등 원래 이런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하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호로가 지혜를 펼치고 로렌스가 몸으로 때우는, 그렇게 복숭아 꿀 절임이라는 천해 진미를 향해 순항의 닻을 올려 갑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호로의 시각에서 로렌스를 평가하는 것으로 이렇다 할 이야기는 없으니 패스하고 세 번째 에피소드로 넘어가 보면, 세 번째는 로렌스와 양치기 소녀 노라가 금 밀수를 다룬 에피소드 이후의 이야기인데요. 노라와 그녀의 조그마한 검은 기사 에네크가 주인공이 되어 지금의 상황에 정체되지 않고 미래를 향해 발을 내딛는 조금은 뭉클한 이야기로 이뤄져 있습니다. 사실 노라 에피소드는 라노벨보다 코미컬라이즈가 좀더 가슴에 와닿습니다. 코미컬라이즈는 그녀가 처한 현실을 잘 표현하고 있죠.

 

여튼 재봉 직인이 되기 위해 에네크와 길을 떠난 그녀는 중간에 사제 한 명을 도와주게 되고 그의 부탁으로 도착한 곳은 자신도 가려 했던 전염병으로 도시 절반이 초토화된 쿠스코프라는 마을이었습니다. 그녀는 여기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 하지만 곧 자신의 생각이 짧았다는 것을 알아 갑니다. 그리고 그동안 외골수로 양치기만 해왔던 그녀가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가기란 쉽지가 않다는 걸 보여줍니다. 늘 해오던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맞이하는 두려움, 하지만 그녀는 정체되지 않고 그녀는 나아 갈려고 합니다. 쉽지 않은 여건에서 포기하지 않고 미래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강인함을 보여주는 그녀가 상당히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뭐랄까 노라와 에네크 에피소드는 상당히 서정적입니다. 표현 하나하나가 시적인 구절도 많고요. 부디 이런 표현을 본편에서도 해줬으면 싶을 정도랄까요. 호로와 로렌스의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것처럼 노라와 그녀의 양치기견 에네크와의 시간도 다르게 흐른다는 애틋한 이야기도 들어가 있고, 멈춰 서지 않고 미래를 향해 힘겹더라도 나아 갈려는 것처럼 문을 나서는 모습에서는 가슴 한켠에 뭉클함을 선사합니다. 그런데 어째 리뷰가 두리뭉실해졌는데 일 마치고 새벽에 비몽사몽으로 빨리 써놓고 잘려다 보니 이렇게 되어 버렸군요. 하튼 본편에서는 느끼지 못할 감성적인 장면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