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패 용사 성공담 4 - Novel Engine
아네코 유사기 지음, 박용국 옮김, 미나미 세이라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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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없는 굴에 여우가 왕이라는 건 이 작품을 두고 하는 말이었군요. 나오후미 일행은 남편(왕)에게 국정을 맡겨놓고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외교대사 일을 하고 있는 여왕이 방패 용사에게 우호적이라고 해서 여왕을 찾아 국경을 넘기로 하는데요. 그동안 온 나라가 아주 그냥 방패 용사를잡아먹어서 안달이 나 있었죠. 그래서 한동안 정체를 숨기고 행상을 하며 어느정도 인지도를 올리고 우호적으로 만들어 놨더니 이번엔 전 국민을 세뇌했다는 둥 빗치 왕녀는 기가 막힌 선동을 시작합니다. 창잡이 모토야스는 거기에 편승해 나오후미를 어떻게든 말살하겠다고 기어이 앞을 가로막는 등 사태는 악화일로를 달리는데요.

 

빗치 왕녀는 뭣 때문에 이토록 방패 용사를 갈궈대는 것일까. 답은 의외로 심플 '그냥 심심해서', 옛날부터 그래왔다네요. 이번엔 방패 용사가 그녀의 노리개감으로서 이지메 당하는 역할이 된 것이죠. 그녀의 아비 데릴사위이자 쓰레기 왕은 이웃 아인(수인) 나라가 숭상하는 방패용사가 못마땅해서 빗치 왕녀의 이지메질에 편승한 것이고요. 여기엔 옛날부터 아인 나라와 전쟁으로 골 깊은 앙금이 자리 잡고 있었다고, 그러니까 자기들과 싸움질 중인 아인 나라가 숭상하는 방패 용사가 꼴보기 싫었던 것이죠. 이 얼마나 추잡하고 밴댕이 소갈딱지란 말입니까. 하지만 모든 일엔 결과는 따르게 마련이죠. 이제 반격의 서막이 오를 때입니다.

 

국경을 넘으려는 나오후미 일행을 가로막은 빗치 왕녀와 모토야스, 여기서 조금 전으로 돌아가 나오후미는 필로리알(타조같이 생긴 생물)의 여왕을 만나게 되는데요. 거기서 세 용사를 만나 그들을 이해하고 화해하라는 뚱딴지같은 말을 듣습니다. 순간 이 부분에서는 작가의 정신 상태를 의심하게 했군요. 이지메 시킨 놈들과 이해하고 화해하라고 하는데 순간 제정신인가 묻고 싶었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다 죽여 버리고 용사들을 새로 소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데요. 어째서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머리 숙이고 화해를  신청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요. 여기서 더 기가 막힌 건 필로리알 여왕의 힘이 강대해서 방패 용사는 상대도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위력으로 피해자를 겁주며 가해자에게 머리를 숙여라, 세계 평화를 위해서 어쩔 수 없다는 필로리알 여왕의 말에 따라 모토야스를 만나 머리를 숙이려 하는 나오후미를 보고 있자니 정말 잘못된 인간은 따로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군요. 아무리 나오후미를 콩쥐(콩쥐와 팥쥐)로 만들려고는 해도 이건 너무 하잖아요. 사실 엄밀히 따지면 창잡이 모토야스가 이지메를 사주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그를 이해하고 화해하라는 말은 틀린 건 아니죠. 하지만 빗치 왕녀의 말을 맹신하고 피해자의 말은 전혀 듣지 않는 모토야스는 빗치 왕녀와 다를 게 없기도 합니다. 그래서 반발심이 생기더군요.

 

그런데 나오후미와 모토야스가 투닥투닥 거리는 곳에 느닷없이 삼용교 교황이 나타나 너 님들 다 죽어버리세요.를 외치며 메가 입자포를 날려댑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이여, 압도적인 성력(聖力)으로 나오후미 패거리들을 쥐포로 만들려는 교황에 맞서 힘을 빌려달라는 모토야스, 우와 이거 막 가자는 거지요? 방금 전까지 죽이려 했던 놈이 자기가 죽을 판이 되자 힘을 빌려 달라네요. 왜? 나오후미는 방패로 교황이 쏘는 메가 입자포를 막을 수 있거든요. 찌질함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뭐가 잘못인지, 쪽팔리는 것도 모른다는 것에서 박수를 보내게 되요. 어찌어찌 전황을 뒤집어 가는 나오후미에게 응원군이 도착하니, 그토록 만나길 고대했던 동굴 속 호랑이가 등장합니다.

 

자, 이제 빗치 왕녀와 쓰레기 왕에게 단죄를 내릴 때가 되었습니다. 그전에 삼용교 교황은 어째서 방패 용사를 죽이려 했던 것일까. 쓰레기 왕과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인 나라가 숭상하는 방패 용사에다 나오후미가 전국을 돌며 방패 용사를 우호적으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자신들의 아이덴티티에 상처를 받은 것이죠. 요컨대 종교심을 떨어 트리고 적국(아인 나라)이 숭상하는 방패 용사 따위 꼴보기 싫었던 것입니다. 이래도 되나 싶은 게요. 허탈하기도 합니다. 찌질함의 극치죠. 세계 평화 따위 안중에도 없어요. 하지만 그동안의 울분을 받으라며 날뛰는 나오후미를 말릴 자는 아무도 없게 됩니다. 몸을 깎는 고통보다 그동안 당해왔던 서러움, 이제 콩쥐의 세상이 도래합니다.

 

동굴 속 호랑이가 지배하는 나라, 이것은 그겁니다. 호랑이라는 여왕제의 나라에서 남편인 왕은 여우라는 것이죠. 호랑이의 권력에 기대어 마치 내가 왕이라는 것마냥 호랑이가 잠시 출타한 틈을 노려 권력을 휘둘러 대는 통에 선량한 사람이 고통받고 주변 나라의 침공을 받기 직전으로 만들어 버린 여우, 쓰레기 왕이 여우짓을 한 것입니다. 딸인 빗치 왕녀도 한몫 거들었고요. 그래서 귀가한 호랑이는 나락으로 떨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던 나오후미에겐 천군만마나 다름없었죠. 여왕은 방패 용사에게 우호적이거든요. 다만 하렘 구성원 같은 것이 아닌 정치적으로 이용할 목적이 다분했지만요.

 

여왕 왈: 자, 나오후미 님은 뭘 바라시죠? 나오후미 왈: 그야..., 악은 단죄를 받게 되는데 그 단죄가 무엇인지는 직접 보시길 권장합니다.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훌륭한 판결이 내려져요. 이로써 나오후미의 고생담은 막을 내립니다. 진정한 콩쥐의 탄생이죠. 이걸 보기 위해 땅속에서 7년을 기다린 매미의 심정이랄까요. 사실 뚱딴지같은 이야기입니다.

 

맺으며, 결국은 소환되지 말아야 될 땅에 소환된 용사의 고생담이었습니다. 요컨대 적국에 추락한 파일럿 같은 경우랄까요. 이게 다 쓰레기 왕 때문이긴 하지만요. 어쨌건 아쉬웠던 건 주인공 나오후미에 초점이 맞춰줘 있다 보니 한 번은 제대로 들춰내야 할 가슴 아픈 라프타리아의 과거가 묻히듯 지나갔다는 것이군요. 귀족에게 붙잡혀 갖은 고초를 겪고 병을 얻어 오늘내일하던 것을 나오후미기 거둬준 이레 언제 그녀의 마음도 양지바른 곳으로 올라올까 했는데 지나가는 식으로 하나의 에피소드로 간략하게 끝내버리니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깃발'이라는 복선을 투하함으로써 그녀의 인생도 순탄하지만 않을 거라는 예고를 하는 거 같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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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할 수 있는 몰래 돕는 마왕토벌 1 - Novel Engine
츠키카게 지음, bob 그림, 정대식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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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토도'는 이세계 소환되어 마왕 토벌 의뢰받습니다. 현대에 있을 때도 세상을 바꿔 보겠다며 노력을 하였던 그였기에 이세계에 마왕 토벌은 그의 이념과도 맞아들어가는 부분이 있었는데요. 이 작품은 그 흔한 이세계 전이물입니다. 용사를 소환해 마왕을 토벌하는 지극히 심플한 이야기를 담고 있죠. 뭐 여기까지는 무난하고 정석적입니다. 문제는 용사가 자신의 처지와 상황을 인식하지 않은 채 의욕만 앞서 있다는 것이군요. 그 왜 근성론이라고 하잖아요. 힘은 없지만 노력하면 할 수 있다거나 불굴의 의지나 정신을 가지고 있다면 못하는 게 없다고 믿는 사람요. 우린 이런 사람을 발암물질이라고도 표현하죠.

 

이 작품은 이세계 전생(혹은 전이) 한다고 해서 처음부터 먼치킨이 되는 건 아니라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옛날 RPG 게임처럼 동료를 모으고 시작의 마을을 벗어나 여행을 하며 힘을 키우고 적과 싸우며 경험을 쌓고 궁극적으로 마왕을 토벌하면서 용사로써 거듭나는 이야기를 이 작품도 기용하고 있지만 현실은 시궁창이라고 역설하고 있죠. 일단 용사 토도는 렙이 낮습니다. 그리고 역시 저렙이면서 어딘가 한 가지식 결함을 안고 있는 정령술사 '리미스'와 기사 '아리아'라는 히로인 그리고 승려이면서 이단 심문관이라는 특이한 직업을 가진 '아레스'가 동료로 있습니다. 이 4명의 파티로 마왕 토벌을 위한 여행을 시작 하는 거죠.

 

그런데  파티로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차곡차곡 쌓아 올라가야 하는 것이건만 용사란 놈이 자기 주제에 맞지 않게 고렙용 마물 퇴치를 받아 버리는 등 초장부터 기행을 일삼아 갑니다. 힘은 없지만 정신력으로 어떻게든 돼라네요. 상식도 없으면서 말입니다. 리미스와 아리아는 동조하고 아레스는 두통을 느껴 갑니다. 이런 파티로 어떻게 마왕을 토벌할까 했지만 신은 이들을 버리지 않았다는 것마냥 교회 상층부에서 아레스로 하여금 이들을 키워 대응하라는 특명이 떨어집니다. 알고 보니 아레스는 교회 소속 고렙이라네요? 숨기고 있지만요. 참고로 이 작품은 용사의 시점이 아닌 아레스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결국 아레스가 주체가 되어 용사 육성 계획이 발동됩니다. 용사 몰래 고렙용 몬스터를 빈사 상태로 만들어 용사로 하여금 쓰러 트리게 한다던지 이것저것 준비를 해가지만 사태는 차츰 녹록지 않게 변해갑니다. 여행 첫날밤에 히로인 둘(리미스와 아리아)의 방에 들어가서 비처녀로 만들어 버리는 시추에이션을 벌이더니 급기야 내 파티에 남자는 필요 없다며 아레스를 추방해버리는 용사, 그나마 개념인에다가 숨기고 있지만 초고렙인 아레스를 파티에서 추방해버리니 용사 파티의 앞날은 불 보듯 뻔하게 흘러갑니다. 기행을 일삼는 파티에서 해방되었다고 안심했지만 교회 상층부는 그에게 숨어서 용사 파티를 계속 서포트 하라는 특명을 내리는데요.

 

물 가에 내놓은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이랄까요. 그동안 아레스가 파티를 통제하고 있었지만 그가 없으니 기고만장해져서 자신들의 능력은 생각도 안 하고 날뛰는 데다 가는 곳마다 말썽을 일으키니 이보다 더한 발암적인 요소는 없을 거라는 것처럼 용사 파티는 주변에 적을 깔기 시작합니다. 그나마 이세계 상식이 있는 리미스와 아리아는 온실속 화초로 자라서인지 아무것도 못합니다. 그걸 뒷수습해가는 아레스의 고생 담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참담함을 선사하는 건 덤으로 다가옵니다. 정말 이 과정에서 아레스의 분투는 눈 물 없이 볼 수 없을 지경이죠. 오직 세계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어떻게든 용사만이라도 키우려고 하는 아레스

 

그리고 진히로인 '아멜리아' 등장, 용사 파티가 싸지르는 똥을 처리하면서도 어떻게든 용사를 키워 마왕 토벌에 나서야겠는데 그러려면 자신의 자리였던 승려가 필요해서 교회 상층부에 사람 하나 충원 해달라고 했더니 통신 교환원 아멜리아가 찾아왔습니다. 그녀의 본 직업은 백마법사, 얘도 어딘가 결여된 모습을 보입니다. 5년이나 아레스의 통신 교환원을 해왔던 그녀이기에 대충 앞으로 그녀와 아레스의 관계가 그려지기도 했군요. 어쨌건 용사 파티에 들어가서 힐러역좀 하라니 '싫어요'라며 단칼에 거부하길래 이유를 물어보니 나를 용사에게 제물로 바치려고?

 

이 작품은 책벌레의 하극상과 유사한 점을 보여줍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마인을 컨트롤하느라 골머리를 앓는 페르디난드의 시각으로 이 작품을 이끌어 간다고 할까요. 마인은 돈벌이라던가 생각도 못한 일들을 펼치는 능력과 비상한 머리를 가지고 있지만 한눈만 팔면 걷잡을 수 없이 큰일을 저질러 버리는 통에 페르디난드는 늘 뒤처리하는데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죠. 거기다 허약해서 조금만 무리 시키면 골골 앓아대고 그런 주제에 마력은 또 높아서 내 기분 상하게 하면 골로 가는 수가 있어 하며 으르렁대니 이보다 더 귀찮은 존재도 없을 거라고 페르디난드는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싶은 게 이 작품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거죠.

 

마인역은 용사 파티입니다. 아레스는 페르디난드이고요. 하지만 용사 파티 면면들이 머리가 비상하고 능력이라도 있으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다는 것에서 용사 파티는 답이 없습니다. 아레스가 한창 마족과 싸우고 있는데 난입해서 마족의 힘을 빼는 결계 매계를 뽑아 버린다던지, 마족과 만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한 그에게 물도 먹이고, 용사의 렙업을 돕기 위해 빈사 상태로 만든 아룡(드래곤 나부랭이)을 치료해버리기도 합니다. 결정적으로 히로인 동침에 방해되는지 남자라는 이유로 파티에서 추방해버리죠. 하지만 모든 일엔 원인이 있다고 서술하면서 후반부 조금은 충격적인 전개를 펼쳐 놓습니다.

 

이 작품에서 불쌍함이라는 아이콘의 대명사이자 진정한 용사는 아레스가 아닐까 했군요. 가호가 없다는 이유로 힘이 있으면서도 마왕 토벌은 하지 못하는 비운의 캐릭터, 용사 파티에 휘둘리면서도 자신의 처지 때문인지 거의 편집적으로 용사 파티를 서포트 할려는 모습은 매우 안쓰럽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너무 열중하다 보니 협박 질도 서슴지 않고 인간 여자 애로 변신한 아룡(용사가 치료하게한 아룡)을 스파이로 쓴다며 구타한다던지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모습에서는 조금은 소름 돋기도 했군요.

 

맺으며, 정말 용사의 뻘짓은 이 작품에서 스파이스 노릇을 톡톡히 합니다. 상식이 없다는 건 그만큼 무섭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이 부분 또한 책벌레의 하극상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신만의 정의로 일방통행 길을 역주행하는 용사를 잡아다 상식을 집어넣고 정상적으로 되돌리기 위한 아레스의 고군분투랄까요. 그래도 아밀리아라는 진히로인이 그의 곁에서 서포트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꼭 불행하지만은 않아 보이긴 했습니다. 둘 다 사서 고생하는 타입

 

그렇담 용사는 어떤가, 첫날부터 히로인들과 동침하며 그녀들을 비처녀로 만드는 행위에서'다나카'처럼 막장을 꿈꾸나 해서 두근두근하게 했군요. 사실 아레스의 고생이야 서브 캐릭터의 운명이니까 크게 신경 쓰이지 않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남자를 기피하고 여자만 찾는 용사의 모습에서 그의 진짜 정체는 무얼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기 시작하는데요. 사실 조금만 유추하면 용사의 정체가 무엇인지 단박에 알아맞힐 수는 있습니다. 백합이라던가 그런 건 아니고, 라이트 노벨이라는 게 가볍게 읽는 것이기에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문장을 배치하고 있어서 필자는 해답 편 보기 전에 무난하게 알 수 있었지만요.

 

본 리뷰는 네이버 라노벨 카페 NTN과 출판사 노블엔진 주관한 리뷰 이벤트 일환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책을 제공해주신 라노벨 카페 NTN과 노블엔진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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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패 용사 성공담 3 - Novel Engine
아네코 유사기 지음, 박용국 옮김, 미나미 세이라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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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 지렁이 꼬물꼬물 아주 지겨워 죽겠어! 그냥,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 거린다는 걸 보여 주지라며 나오후미는 결국 자신을 소환한 왕국과 결별을 선언합니다. 참 길고도 길었습니다.라고 해도 두 달도 지나지 않았지만요. 라프타리아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가며 얻은 커스 시리즈라는 진화를 개방한 나오후미는 꽤 강해졌습니다. 그동안 방어 일변도였던 것이 드디어 공격 수단까지 손에 넣은 것인데요. 이게 다 쓰레기 왕과 쓰레기 3용사 + 비치 왕녀 덕분이죠. 일시적이긴 하지만 3용사보다 강해진 것에 기고만장해서 왕에게 엿 먹어를 시전하며 '나 간다잉?'를 한건 좋았습니다. 처음으로 카타르시스를 느꼈군요.

 

그런데 안 되는 건 안 됩니다. 마치 드래곤 볼의 방금 강해졌는데 몇 분 지나지 않아 더 강한 적을 마주한 상황 같은 파워 인플레랄까요. 지금이라면 2단 변신한 프리져를 만난 피콜로의 심정을 알 것도 같다고 할까요. 주인공은 이세계에 소환되지 않았으면 100% 방구석 폐인 코스 밟았을 겁니다. 의욕도 없고 지혜도 없어요. 당하면 대갚음해준다는 마인드 따윈 개나 줘버렸고요. 그러다 보니 강해질 거라는 의미도 퇴색하고 실제로 강해지지도 않습니다. 적어도 이번 에피소드에서는요.

 

데스노트에 한번 잡은 기회를 살려서 독자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면 작가는 죽는다고 끄적이기라도 한 걸까요. 진화하면 뭐 해요. 3용사는 물론이고 이번에 만나는 최강의 적에게 바로 간파 당하고 한 방에 제압 당해버리는걸요. 라프타리아의 헌신적인 노력을 돌려줘!라는 심정이죠(나오후미 폭주 때 몸을 던져 제정신 들게 함). 물론 다른 용사들보다 성장이 느린 건 주변의 견제와 괴롭힘 때문이라고는 하는데 그렇다면 그걸 타파할 노력이라도 보여야 하잖아요. 그게 없어요. 이게 없다는 건 곧 카타르시스도 없다는 것이죠. 이건 작가의 필력 문제?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1~2차에 이어 3차 파도에 맞서는 나오후미와 일행에게 최강의 적 '글래스(표지 빨간 눈)'가 모습을 들어냅니다. 3차 변신한 프리져를 만난 피콜로의 상황이랄까요. 계왕권을 쓰는 손오공 역할을 해야 할 모토야스는 바닥에서 데굴데굴, 그동안 몬스터만 쏟아내던 파도에서 처음으로 나온 지적 생명체 '글래스'의 압도적인 공격으로 3용사는 한방에 나가리 되고요. 나오후미는 나메크 별 촌장에게 가능성을 확장 받은 손오반처럼 개화한 커스 시리즈로 맞서지만 글래스는 단박에 커스 시리즈의 약점을 파악해버립니다.

 

갑자기 찾아온 절체절명이라는 시추에이션, 근데 여기서 글래스는 매우 신사적(?)으로 나오후미와 대결을 펼치면서 처음으로 파도에 대한 의문점이 찾아옵니다. 너무나 큰 힘에 취해 어울리지 않는 배려를 하는 셀처럼 쓰러져 바닥에 뒹굴고 있는 3용사를 신경 쓰는 나오후미를 배려해 장소를 옮기기도 하고 존댓말도 꼬박꼬박 하고 정중하게 물러나는 등 처음으로 이세계에서 만난 개념인 글래스를 보고 있자니 이쪽 세계 따위 버리고 글래스편에 붙는 건 어때? 하는 생각마저 들었군요.

 

아, 의문점이란 그동안 몬스터만 쏟아내던 파도에서 어째서 지적 생명체가 갑자기 찾아온 것일까 하는 것입니다. 거기에 '우리가 이긴다'라는 그녀의 읊조림에서 파도의 진실은 무엇이며 그 너머에 존재하는 건 선악일까 다른 무엇일까 하는 느낌을 들게 해주었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지어스(일본명: 우리들의)'를 보는 것 같았군요. 평행 세계(지구)와의 전투의 승패로 삶과 죽음이 직결되는, 여튼 그녀의 등장과 대사 하나하나가 복선이 되어 앞날은 예상되는 가운데 갑자기 세계관이 넓어지고 시리어스 해집니다.

 

어쨌건 '메르(표지 나오후미 뒤)'라는 신규 NPC가 나오후미의 파티에 가입합니다. 필로리알을 너무나 좋아해서 자신의 임무조차 망각하고 필로리알을 쫓아다니다 길을 잃어버리고 나오후미를 만나 필로에게 꽂혀선 헤벌쭉하는 제 2왕녀, 그 비치 왕녀의 여동생이 파티에 들어왔습니다. 여기서 배배꼬인 나오후미의 성격을 볼 수 있고 거기에 응하기라도 하듯 아빠(쓰레기 왕)를 두둔하며 화해해!라며 얼토당토않는 말로 나오후미의 멘탈을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근데 근본은 언니와 다르게 착하다는 정석적인 설정

 

사실 메르는 적어도 왕국의 본질을 아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래 방패 용사는 배척받는 용사가 아니라는 것, 아빠가 쓰레기라고 불릴만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 언니의 기행은 잘못되어 있다는 것, 그래서 왕국 자체가 거대한 복선이라고 그녀의 등장으로 말하고 있기도 하죠. 즉 원래 이런 나라가 아니라는 것, 나오후미에게 아빠와 화해하라는 대사는 그녀가 쓰레기 왕의 딸로서 아빠를 두둔하려고 했던 것이 아닌 아빠의 원래의 모습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겠죠.

 

여튼 이전부터 그래왔지만 나오후미를 궁지로 모는 모든 원흉은 비치 왕녀라는 귀결되기 시작합니다. 거기에 더해 방패 용사를 악으로 규정한 삼용교의 대두, 그것이 메르의 등장으로 가속화하는데요. 언제부턴가 왕의 성격이 변해버린 점, 언니만 바라보는 왕, 나라 전체가 방패 용사를 괄시하는 점, 그것을 이상히 여기는 여동생을 죽이기 위해 비치 왕녀가 움직이고 그것을 막기 위해 나오후미는 몸을 던집니다. 대놓고 여동생을 죽이려는 만행을 말릴 생각도 없는 3용사의 암 걸리는 상황과 더불어 또다시 나오후미의 속으로만 하는 테클은 질리다 못해 학을 떼게 합니다.

 

맺으며, 그동안의 성인(聖人)질로 왕국 내에 인지도가 조금 올라간 나오후미의 가능성을 엿보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또 도로아미타불이 되어 가지만요. 그건 그렇고 이번에 복선이 엄청 나왔군요. 데릴사위는 최종 엔딩에 쓰일 복선인데 여기서 투하하면 어쩌자는 생각이 들었고요. 글래스의 등장은 새로운 세계와의 전쟁이라는 복선을 불러왔습니다. 그리고 비치 왕녀의 정체는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그 무엇이 아닐까 하는 복선, 또 뭐가 있었던 거 같은데 너무 많아 생각이 안 나는군요. 어쨌건 남은 복선은 비치 왕녀는 왜 나오후미를 못 잡아 먹어 안달인가 하는 것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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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했더니 검이었습니다 4 - S Novel+
타나카 유 지음, Llo 그림, 신동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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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런 왕국의 정변을 해결하고 당초 예정했던 월연제를 구경하기 위해 바르보라 항구도시에 온 프란과 스승(주인공), 처음 보는 요리 길드에 흥미가 동하여 들어갔다가 스승이 만든 카레가 세계 제일이 아니라는 평을 들어버린 프란은 빡침주의보를 발령합니다. 스승이 만든 거라면 무엇이든 잘 먹는 프란은 그중에 카레를 으뜸으로 치고 있었는데요. 지고의 맛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열렬한 카레 신봉자였습니다. 그런 카레를 인정 안 해주니 프란으로써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를 수 밖에요. 기어이 인정받겠다고 며칠 뒤에 열리는 요리 콘테스트에 나가기로 하는데...

 

애가 아주 그냥 나날이 먹는 것에 환장을 합니다. 마치 강아지처럼 밥그릇을 빼앗지 않으면 배가 터져도 먹겠다는 양 눈앞에 음식이 있으면 무엇이든 먹어댑니다. 그런데 그 많은 음식을 섭취하고도 살이 찌지 않는 게 참으로 용하다고 할까요. 보통 엔터테인먼트에서 히로인이라고 하면 12살에게도 쭉쭉 빵빵 거유를 강요하는 이 바닥에서 프란은 참 이질적인 존재죠. 부지깽이 저리 가라 할 정도입니다. 사실 그녀가 음식에 집착하는 건 과거 노예였기 때문이겠죠. 음식이 또 언제 생길지 모르는 상황에서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둔다는 습성을 가지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여튼 이번 이야기는 요리 콘테스트를 치르는 프란과 스승이 자기도 모르게 구데타를 해결해 나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영주의 차남이 주관이 되어 타도 아빠를 외치며 시작한 쿠데타는 악의 연금술사가 끼어들면서 졸지에 세계 멸망급으로 격상하기 시작하는데요. 가만 보면 프란이 가는 길은 명탐정 코난의 그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가는 곳마다 사건이 생기고 사람이 죽고 범인은 이 안에 있어!!를 외치며 동분 서주 끝에 해결 v^^v 은 개뿔, 이세계 전생물이라고 다 먼치킨이 되지 않는다고 역설하기 시작합니다. 그야 스승과 스킬을 공유할 뿐인 프란이 아무리 강해도 한도가 있는 것입니다.

 

애가 먹보도 먹보지만 호전적인 게 있어서 상대가 마음에 안 들면 칼부터 내지르고 보는데요. 그냥 댕강 잘라버립니다. 그런 프란도 급이 다른 적을 만나면 도망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열혈물에서 흔히 등장하는 근성으로 어떻게 될 수 있어 같은 근성론은 판타지에선 개나 줘버리라지요. 이번 적은 그런 급의 적입니다. 사실 진짜 최강의 적은 2권인가에서 나왔지만 이번 적도 그런 수준이랄까요. 불 마법을 맞아 팔과 다리가 탄화하고 내동댕이 처져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스승은 어떻게든 프란을 살리고자 발버둥을 치지만 그럴수록 시야가 좁아지고 수렁으로 빠져듭니다. 그런 절체절명의 순간에 이들을 구해주는 건...

 

뭐랄까... 만남과 인연의 소중함이랄까요. 중반까진 사실 지루하기 짝이 없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인연을 중시하기 시작합니다. 필자가 이 작품을 접하고 처음으로 진지하게 읽은 구간이군요. 이곳저곳을 떠돌며 친구다운 친구를 만들지 못하고 있을 곳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떠돌이 생활을 이어갔던 프란과 스승에게 너희들은 혼자가 아니라는 장면은 참으로 따뜻하게 다가왔군요. 어느새 친구도 만들고 자신을 바라봐 주는 사람도 있다고 표현하기 시작합니다. 이게 얼마나 극적이냐면요. 무표정의 대명사였던 그 프란이 눈물을 다 보인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인연도 스쳐 지나가는 인연일 뿐이라는 것에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합니다.

 

맺으며, 강하다고 표현은 하는데 정작 알고 보니 보통 사람보다 약간 더 강할 뿐인 주인공과 히로인이랄까요. 진창이들에겐 강하지만 자신보다 두어 단계 높은 급의 적에겐 맥을 못 추는, 아무리 주인공과 히로인이라지만 죽을 수도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기도 합니다. 거기에 사건에 휘말리고 싶지 않으면 프란과 스승을 멀리하는 게 좋다라고도 하는 거 같았는데요. 이번엔 세계 멸망급입니다.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어요. 걸어오면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 덕분에 살아나긴 했지만 애가 조금만 더 인간관계에 소극적이었다면 이 작품도 여기서 끝을 맺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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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룬 라스트 코드 4 - ~가공의 세계에서 전장으로~, Novel Engine
아즈마 류노스케 지음, 미코토 아케미 외 그림, 이원명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8년 1월
평점 :
품절


                                       

 

구약성서에 나오는 모세가 그랬던 것처럼 나츠키는 헥사만의 나라를 건설하겠다고 선언합니다. 인간이 인간을 차별함으로써 존속을 보장받은 근미래, 멜리스의 침공은 인간들의 가치관을 바꿔버렸습니다. ​'각인' ​전조도 없이 손등에 나타나는 헥사라는 증거인 각인은 인간의 존엄을 말살해버립니다. 발각 즉시 인권은 지워지고 일명 보관소라는 감옥에 갇혀 평생을 썩어야 되는 운명, 그들을 바라보는 일반인의 시각은 범죄자 그 이상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핍박받지 않겠노라고, 자시의 의지와 상관없이 죽음에 내몰리지 않겠노라고, 여기 한 남자의 인도로 수십 년간 박해를 받아온 헥사들의 반란이 시작됩니다.

 

멜리스가 최우선적으로 노린다 하여 헥사들을 고기 방패로 내몬 인간들에게 철퇴를,라고 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약자는 어디까지나 약자일 뿐입니다. 누군가가 보호해주지 않으면 사그라질 뿐이죠. 하지만 약하다고 해서 꿈틀거리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노 게임 노 라이프의 리쿠가 그랬던 것처럼 나츠키의 지략과 인도로 헥사들은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서기 위해, 도약하는 개구리가 움츠리는 것처럼 한껏 몸을 낮춘 헥사들은 미래라는 꿀과 젖이 흐르는 가나안을 찾아 도약을 준비합니다. 이번 4권은 그 서막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수십 년이나 고기 방패가 되어 덧없이 쓰러져간 동료들의 시체로 만들어진 최전선에서 이들은 성공을 기약합니다.

 

참 이렇게 써놓고 보니 비장하기 그지없군요. 사실 좋게 말하면 우리들은 인간이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목이 생각 안 나는 어떤 애니메이션에서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저는 인간입니다.' 인간들에게 박해를 받아온 하프의 눈물 어린 호소, 이 작품을 읽다 보면 악은 마족, 마물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메시지를 던진 그 애니메이션과 오버랩이 되곤 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약자는 더 이상 꿈틀대기만 하지 않겠다고 선언을 하죠. 이들이 아니면 멸족을 피할 길 없는 인간들의 무지를 일깨워주기 위해 분연히 일어나 맞서기로 한 것입니다. 개혁이자 반란, 혹은 프랑스 혁명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권리와 자유를 찾기 위한...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진지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머리고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고, 이 작품은 수십 년 동안 핍박받으며 살아오면서 한 번쯤은 되받아 쳐주지 그랬냐라는 진행 방식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헥사는 인간보다 우월한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인공 나츠키는 이런 이들을 인간의 진화형이라고 떠받들어 주죠. 그러니 인간에게 꿀릴 것도 없고 그들에게 핍박받을 이유도 없다고 선동을 해댑니다. 무지한 헥사들은 덥석 물어서 좋다 하고요. 멍청한 사람들, 그동안 얼마나 무지하게 살아왔는지 대변해주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헥사들이 살고 있는 섬을 경호하는 자위대와 미 7함대는 사실 경호라기보다 이들을 감시하는 목적이 크다고 할 수 있겠죠.

 

여튼 이들이 왜 멍청하냐고 하면, 이들에겐 텐넘버(10명)라 불리는 최정예 사단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마치 막부 시절 신선조를 모티브로 한 작품에서 나오는 사무라이처럼 매우 강하게 표현되어 있다는 것인데요. 아닌 게 아니라 이번 에피소드에서 일부 텐넘버들은 굉장한 활약을 보여주죠. 진짜 광녀(狂女)처럼요. 그동안 대인전을 상정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이번에 쳐들어온 육지 인간들을 맞이하여 대승을 거둔 걸 감안하면 의지 문제가 아니었나 합니다. 고작 나츠키라는 남자 하나로 헥사들의 환경은 급변하기 시작하는 것에서 좋게 말하면 모세의 기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우둔한 지렁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좌우지간 라이트 노벨에서 히로인은 빠질 수 없는 요소라는 건 필자도 인정합니다. 그런데 간혹 보다 보면 내용보다 벗기기로 승부를 띄우는 작가가 더러 있다는 것입니다. 이건 일본에서조차 쓴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하죠. 이 작품도 그러한 면이 강합니다. 하나같이 거유이고 미녀라 칭합니다. 평범하고 못생긴 사람은 표현조차 되어 있지 않는 전형적인 지상 외모주의를 보는 거 같았군요. 진히로인 셀렌의 경우만 봐도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죠. 물론 이런 점이 흥미요소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진지한 내용을 희석하게 되는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하죠. 그래서 본 작품도 내용을 다 갉아먹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더욱 심각한 건 주인공의 근성론과 자기만의 정의를 강요한다는 것

 

​2차 대전 일본군이 병사들에게 자주 했던 것이 근성론인데요. 역설적이게도 근성으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걸 2차 대전 일본군이 보여줬죠. 노력하면 할 수 있어, 포기하지 마, 패배를 인정하지 마, 몇 번을 도전하든 이길 때까지 해, 뭐라는겨?라는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헥사만의 나라를 만든다는 비전을 제시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너희들의 피로 이룩하는 거야!라는 게 주인공 나츠키의 본심이죠. 결국은 주인공도 헥사들들을 배척한 인간들과 다를 게 없습니다. 타인을 이용해 나를 지키는 것과 타인의 피로 결과를 이끌어 낸다는 동의어가 아닐까요. 그걸 좋다고 덥석 물어서 나츠키를 연호하는 헥사들의 멍청함은 학을 떼게 합니다.

 

작중에 이런 대사가 있습니다. 저 女는 속아서 배가 부르게(임신) 될 거라고, 여튼 이것뿐이면 다행이지만 자신만의 정의를 타인에게 강요도 합니다. 늘 영웅물을 보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 힘이 있다고 노블레스가 되어야 할까? 거들어주지 않는다고 배신자라고 낙인이 찍혀야 되는 걸까. 어떤 영웅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영웅도 인간이고 맞으면 아프고 찔리면 죽는다. 공포를 느끼는 건 일반인과 매한가지이고 남들과 다른 건 그저 마음이 조금 강할 뿐, 읽다 보면 자신의 정의로 타인을 판단하지 마라라고 몇 번이나 되뇌게 만듭니다. 2차원식 적 아니면 아군? 그런 주인공을 바라보며 하트가 되는 히로인들 하며 학생들 하며 구x질이 다 치밀어 오릅니다.

 

맺으며, 소재는 좋습니다. 메키닉을 이렇게 사실적으로 풀어 놓는 작품도 드물죠. 인간이 인간을 배척하는 추악함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갉아먹는 요소가 상당히 많습니다. 의미 없는 쭉쭉 빵빵 히로인의 난립과 섹드립, 편협적인 사상에 물들어 있는 주인공, 힘이 있으면서도 자력으로 뚫기 보다 주인공 나츠키에 연연하여 새끼 새가 어미를 바라보듯 매달리는 상황, 그런 주인공이 아니었으면 언제까지고 고기 방패에 피가 쪽쪽 빨렸을 헥사들, 이런 점들은 블랙 불릿에 나오는 이니시에이터처럼 인간들에게 배척이라는 단물을 받아먹으며 자라온 헥사들의 분노를 희석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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