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사 치트가 너무 최강이라 이세계 녀석들이 전혀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만. 1 - J Novel Next
후지타카 츠요시 지음, 나루세 치사토 그림, 권미량 옮김 / 서울문화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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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이 인기를 끌지 못하는 이유는 제목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언행일치를 보여주긴 하는데 내용에 비해 제목이 너무 가벼운 느낌이랄까요.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이세계 양판소물 아류작 같은, 이세계물이 성공하고 있으니 나도 겸상 좀 해볼까 해서 나온 게 이 작품이다 같은, 그러다 보니 작가가 셀프 디스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요. 근데 다 읽고 보면 정말로 이세계물이 맞나? 하는 의구심을 들게 합니다. 미드 '웨스트 월드' 같은 게 아닐까. 아니면 SAO 엘리시제이션의 언더월드 같은 게 아닐까. 이런 의구심을 들게 하는 건 주인공의 성장 배경에서 그는 이세계로 넘어가 힘을 얻은 케이스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필자가 위와 같이 언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주인공은 만들어진 세계에 집어 넣어져 능력을 시험받고 있는 것이다. 혹은 제어 불가능한 주인공의 스트레스를 발산 시켜 안정화 도모, 즉 이세계는 주인공을 위한 무대이고 거기에 등장하는 사람들도 만들어진 존재다.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는 것인데요. 이걸 뒷받침하는 복선에 제법 나옵니다. 우선 이세계를 침략하는 존재가 있는데 이건 이세계를 만든 주체(정부 산하 기관 같은)가 주인공을 자극 시키기 위해 보내는 것이 아닐까, 히로인 토모치카를 지키게 해서 주인공으로 하여금 선,악 구별을 하게 하려는 게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외전에 보면 어린 주인공을 보살펴주는 유모가 등장합니다. 그녀(유모)의 올곧은 성격을 보자면 세상엔 나쁜 사람만 있는 건 아니라는, 아직 선,악 구분도 되지 않는 주인공에게 선한 사람도 얼마든지 있다는 걸 가르쳐주며 세상은 이렇게 아름답다는 듯이 그를 양지로 이끄는 존재가 아니었을까 하는데요. 등장 그 자체가 플래그 같은 유모가 관련되어 폭주하는 주인공을 제어하기 위해 이세계로 보낸 게 아닐까 하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죠. 그런 주인공은 히로인 토모치카에게서 유모의 그림자를 봤지 않을까 싶기도 한게 평소 관심 없는 학교생활에서 이세계에 떨어지자마자 처음 보다시피한 히로인을 대뜸 지켜준다고 하니 뜬금이 없거든요.

 

그렇다면 주인공의 정체는 무엇일까? 아니 뭐 이 정도 언급했으면 그가 무엇에 쓰이는지 눈치 빠른 분들이라면 알겠죠. 주인공은 상대가 나에게 악의만 품어도 즉사 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체가 링크 형식으로 이어져 있으면 상대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든 수가 얼마나 있든 한정이라는 개념은 없어요. 이거야말로 전지전능한 하느님의 힘이 아닐 수 없죠.(종교 비하 아닙니다.) 그런 인간을 세상이 가만히 내버려 둘 리 없잖아요?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주인공은 이세계에 가서 힘을 얻은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목에 비해 내용이 제법 무겁습니다.

 

물론 초반엔 여느 이세계물처럼 싼 티 팍팍 내며 진행이 됩니다. 하지만 갈수록 위화감 같은 게 생기죠. 이세계임에도 너무 많은 '일본인', 자신들의 후보랍시고 다른 세계(현실)의 사람들을 마구 소환 시키는 현자들의 존재, 이세계가 멸망할 수도 있는 도미네이터(지배자)의 능력을 가진 학생을 내버려 두는 위험, 뭣보다 인간이 인간으로 대우받지 못하는 시궁창 같은 세계관에서 이세계 침략자들이 오히려 인격자 같은 부분에서는 딱 주인공을 염두 해서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들게 하죠. 사실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들은 외전을 봐야 느끼는 것이긴 합니다만.

 

여튼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다른 세계에서 사람들을 소환해 이세계를 지킬 포지션인 현자들과 그들의 종자들이 오히려 악인이 되어 인간들을 탄압하고 어그로를 끌어대는 장면은 의구심을 기정사실이 되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물론 필자의 언급들이 헛다리 짚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즉 절대적이라는 소리도 아니며 뇌피셜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겠죠. 오히려 필자는 이렇게 흘러가길 바라는 걸지도 모르겠고요. 하지만 주인공과 히로인 그리고 한두 명을 빼고 악인이 되어 죄다 어그로를 끌어대는 통에 제대로 된 인간이 없다는 점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건 확실합니다.

 

무슨 말이냐면 주변 사람들이 나쁜 짓으로 어그로를 끌다가 골로가고 장면에서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랄까요. 회복술사같이 복수물도 좋지만 이렇게 악인을 가타부타 없이 단죄하는 이야기도 흥미를 제법 돋굽니다. 시종일관 이런 이야기들로 이뤄져 있는데요. 이세계로 같이 넘어간 클래스(학생들)가 주인공과 몇 명을 가둬놓고 죄다 자기들만 살겠다고 달아난다거나, 자신감이 너무 충만해서 타인을 배려하기는커녕 토모치카의 몸만 노려 노예 취급하겠다 클레스 메이트라거나, 먼저 소환되어 현자가 된 사람들이 죄다 쓰레기라든지 이런 것들을 치우는 장면은 밋밋하면서도 깔끔하기 그지없습니다.

 

사람이 없던 힘을 얻게 되면 무슨 짓을 저지르는지 이 작품이 잘 보여 주기도 하죠. 현실에서 찌질함을 앓고 있던 사람이 힘을 얻어 이젠 내가 너희들을 귀여워해 주겠다는, 현실에선 못했던 여학생을 덮치고 싶다는 망상을 실현해주는 힘, 브레이크가 되었던 법이 없어지고 초월적 존재인 현자 또는 종자가 되었으니, 그걸 가지지 못한 사람에겐 여기가 지옥이지 어디 가 지옥일까 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 중심에 희생양이 될 수 있는 토모치카가 있었고 그녀를 지키는 존재로 주인공 요기리가 있습니다. 잘 짜여진 각본이 아닐 수 없는 것이죠. 하지만 주인공 요기리는 주변의 이런 악의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군요.

 

그야 즉사 스킬이 있으니 그럴 만도 하겠는데 위기감을 크게 가지지 않는다고 할까요. 어쨌건 슬슬 토모치카가 아무것도 못하는 자신을 지켜주는 요기리에게 무언가 대가를 줘야 하는데 그녀가 가지고 있는 거라곤 몸뚱어리 하나, 간질간질 그런 분위기로 빠지며 무흣한 장면을 보여줄 만도 하겠건만 느닷없이 모코모코라는 우리나라 동자승 같은 토모치카 수호령인지가 나타나 산통을 다 깨 놓는군요. 거기에 주인공 요기리는 SAO 키리토 같은 놈입니다. 사람 성질 살살 건드리면서도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성격, 반려 아스나처럼 그렇게 흘러가도 되겠는데 성격만 그렇고 행동은 수동적이라는 것에서 암담합니다.

 

맺으며, 이렇게 장황하게 쓴 이유는 부정적인 평을 많이 들어서입니다. 사실 표면적으로 보면 여느 이세계물과 다릴게 없죠. 하지만 설정이나 복선 등을 보자면 꽤 괜찮은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확실히 주인공의 능력이 이런 걸 갈아먹고 있어서 빛이 바랜다는 게 옥에 티로 다가온다는 건 부정할 순 없긴 합니다만. 그래도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주인공 능력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주인공이 가진 복선이나 주변 어그로꾼으로 눈을 돌려 본다면 작품의 이야기가 달리 보이지 않을까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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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술사의 재시작 1 - ~즉사 마법과 스킬 카피의 초월 힐~, J Novel Next
츠키요 루이 지음, 시오콘부 그림, 문기업 옮김 / 서울문화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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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순진한 시골 꼬맹이가 사기당하고 열받아서 복수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14살 성인(?)이 되면 모든 사람에게 반드시 나타난다는 클래스(직업)에 기대어 사람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겠노라 했던 소년 '케얄'은 14살이 되던 날 치유(회복술사)라는 클래스와 세상에 10명 밖에 없다는 용사에 선택되었습니다. 이 시대,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마족과 전쟁 중이었던 인간들은 용사와 영웅을 갈망하였고, 소년은 시대의 부름을 받아 용사가 되어 사람들을 지키겠노라 마음먹었습니다. 그날, 자신을 마중 나온 왕녀이자 마술의 용사 '플레어'의 인도로 왕도에 간 케얄에게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그의 바람대로 용사로써 사람들을 지킬 수 있을까?

 

주인공 케얄의 클래스인 치유의 능력은 단순히 힐로 상처를 치료하는 것이 아닌 근본적으로 육체를 원상태로 되돌리는 것인데요. 그런데 그러려면 상대에 대해 알아야 하고, 무엇이 정상인지 상대에 따라 다 다름으로, 그에 따라 육체에 새겨진 상대의 경험을 체험해야 비로써 치유가 성립이 된다는 것입니다. 즉, 이것은 시간 역행과도 같은 것이죠. 망가지기 전으로 되돌린다는 의미, 그러기 위해선 상대가 경험했던 모든 것을 알아야만 된다는 것, 문제는 이 체험이라 게 대상자가 그동안 걸어왔던 모든 것을 한순간에 시술자에게 주입되는 것임으로 당연히 뇌에 엄청난 과부하가 걸리게 됩니다.

 

이건 순수한 시골 소년이 감당하기엔 무리가 있는 체험일 수밖에 없었고, 그렇다 보니 당연히 안 하겠다고 땡깡을 부리게 되죠. 그의 치유 능력을 본 플레어는 국력을 상승시키기 위해 쓸모는 있지만 몸 일부가 잘려나간 영웅들을 불러 모아 그에게 치료를 시키려고 하는데요. 그런데 여기서 나라를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니 구슬려 가며 너님(케얄)이 좀 희생하세요. 같은 상냥한 마음이라도 있었다면 그나마 낫겠는데 케얄의 치유 프로세스가 무엇인지 알려고도 하지 않은 게 그녀의 실수가 되어 갑니다. 그녀는 그를 전열, 후열에도 써먹지 못하는 무 쓸모 치료 용사라 낙인찍고 인간 이하 취급을 시작으로 뽕을 놔서 약물중독에 빠트리는데요.

 

근데 작가가 이것만으로는 뭔가 약했는지 이상한 설정을 두 개 박아 버립니다. 첫 번째로는 등장인물들이 죄다 사이코패스 성격 파탄자 안드로메다를 장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동기부여나 개연성 때문에 주인공 주변엔 악인만 심어놓으려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히로인 '플레어'는 중증 사디스트, 극단 주의자, 차별 주의자, 성격 파탄 등 S 기질이 있는 여왕이 가져야 할 덕목(?)을 두루 장착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인간 최강 법사이자 용사인 그녀에게 치유 외엔 별 볼일 없는 주인공 케얄이 가진 가치는 언급해서 무얼 하랴 같은 것이죠. 후반부에 보면 이게 어떻게 전연령가로 발매될 수 있었지 같은 일을 그녀는 서슴없이 합니다.

 

더욱이 그나마 여자에게 당하는 거라면 일말의 흥분(?)이라도 있지 소애 성애자(주로 남아)를 앓고 있는 남자 동료는 그에게 등짝 좀 보자고 합니다. 자신이 사모하는 플레어에게서 사랑(?)을 받는다고 시기한 진성 레즈 검의 용사에게 매일 죽도록 맞기도 하고요. 사실 여기까지는 뭐 무난한 설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상대의 체액을 받음으로써 자신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다고 하면 인간은 무슨 짓을 할까요. 용사 케얄은 그것이 가능합니다. 체액을 상대에게 줌으로써 상대로 하여금 한계 돌파의 여지를 주는 능력, 이하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참고로 체액이라 하면 피나 침도 효용이 있지만 제일 확실한 건 아랫도리의 그것을 받는 것...

 

이 정도면 주인공 케얄이 받았을 고통이 얼마나 큰지 아실 겁니다. 일단 초반에 나오는 [검성]이라는 '크레하(히로인)'을 제외한 대부분 사람들에게서 고통을 받게 돼요. 그래서 케얄은 복수를 다짐하고 제2의 인생을 갈구하게 되죠. 그리고 마침내 첫 번째 인생의 종착역 마왕전을 끝으로 내 다시 시작하여 그동안 나에게 고통을 준 너희들에게 단죄를 내리겠노라, 그렇게 회복술사는 인생을 재시작 합니다. 사실 이 작품은 흔해빠진 직업으로 세계최강 업그레이드판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흔직세에서 김빠진 분들에겐 이 작품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죠. 나를 나락으로 빠트린 사람에게 단죄를 내린다.를 정말로 잘 표현 해놨습니다.

 

그런데 처절한 반격의 서막을 올리지만 이게 참 어딘가 2% 부족한 필력을 보여줍니다. 작가가 설명에 엄청 집착해요. 스킬이나 상황적 등, 스테이터스를 열어 놓고 부가 설명을 참으로 꼼꼼하게 설명을 해댑니다. 사실 이런 것들은 뒤로 갈수록 별로 필요 없는 것들이죠. 그러다 보니 맥이 끊기고 분위기가 살지 않아요. 능욕신에선 입을 틀어막고 구역질을 내뱉을만한데도 감흥이 별로 없어요. 그러다 보니 주인공이 당했던 부조리를 대갚음해주는 장면들은 부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그리고 첫 번째 인생에서 그토록 고통을 받았으니 너희들을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건 이해가 되는데 두 번째 인생에서 굳이 첫 번째 인생을 따라가며 복수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것도 있습니다.

 

플레어가 가진 용사 레이더망을 빠져나가지 못하는 데다 괴물 같은 플레어에게 당해낼 수 없으니 지금은 조용히 당하자 같은 마음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첫 번째로 치유를 쓸 때 프로세스를 설명하고 자기가 가진 가능성을 내비쳤다면 어땠을까, 아니면 레이더를 기만하고 도망 다니면서 힘을 키웠더라면? 이미 첫 번째 인생에서 자신의 체액이 가진 능력(?)을 알았으니 이걸 이용해 전사 노예를 구한다던지? 열린 가능성을 내버려 두고 굳이 사디스트에 가서 괴롭힘당하고 복수한다. 개연성이 좀 문제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거기에 플레어가 아무 짓도 안 하면 굳이 제재를 가할 필요가 없다 같은 착해빠진 생각도 하는데 그러니까 안 되는 것입니다.

 

단순히 플레어의 몸을 원해서이진 않을까. 자신이 강간 당했다고 똑같이 대갚음해 주겠다는 양 일부러 사선에 뛰어들어 고통을 받고 대갚음해 준다. 사실 이것은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히틀러를 죽인다고 해서 2차대전이 일어나지 않을까? 같은 문제와도 같습니다. 저 사람은 분명 앞으로 나쁜 짓을 할 테니 그전에 없애자, 아직 저지르지 않았는데 없애는 건 윤리적으로 문제 있는 거 아닐까 하는 대립을 하게 하죠. 그래서 그렇다면 역사대로 흘러가게 하면 문제없겠지가 되어 버립니다. 누가 괴물이고 누가 선이고 누가 나쁜지 도통 모르게 돼요. 고작 가볍게 읽는 작품에서 너무 나가는 게 아닐까 싶지만 그만큼 위화감을 내포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어쨌건 복수물답게 신사적으로 사양하는 분위기는 없습니다. 플레어를 필두로 전열로 쓰기 위해 대려오는 아인족 세츠나까지 주인공은 거리낌 없이 아랫도리를 흔들어 댑니다. 정말 이런 걸 어떻게 전연령가로 발매했는지 제이노블 능력이 대단하다 하겠습니다. 거기다 등장인물 연령까지 들먹이고 있어서 자칫 아청법에도 저촉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발매되었으니 법은 비켜갔겠죠. 여튼 흔한 이세계물답게 회복 밖에 쓰지 못한다고 해서 그것만 쓰라는 법 없다는 듯이, 나약하게 만들어 놓고 괴물로 승화 시키는 전개를 이 작품도 따라갑니다. 마치 드래곤 볼의 셀처럼 능력을 마구 흡수하면서 최약의 존재가 최강이 되어 가는...

 

맺으며, 글 좀 줄이는 연습을 해야 하는데 잘 안 되는군요. 여튼 복수물으로 본다면 수작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보통은 상대가 아무리 잘못을 해도 비장하게 폼 잡고 고통을 느낄 사이도 없이 보내주는 신사적인 반면에 이 작품은 그렇지 않아요. 할 건 다 합니다. 특히 그 대상이 여자가 되었을 경우 아무리 적이라도 비참하기 짝이 없죠. 그리고 아랫도리를 마구 휘둘러 대는 것에서 고자물을 싫어하는 분들에게도 잘 맞을 겁니다. 하지만 노예 세츠나를 보더라도 그녀를 강하게 키운답시고 아랫도리를 가져다 대니 앞으로 만나는 여자마다 그러지 않을까 싶은 게, 처녀 히로인을 바란다면 이 작품은 맞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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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탄의 왕과 바나디스 15 - Extreme Novel
카와구치 츠카사 지음, 한신남 옮김, 카타기리 히나타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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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글을 위시한 '월광의 기사단'은 작슈타인과 무오지넬의 대군을 물리쳤습니다. 유사 이래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여 티글은 한 번은 궤멸되면서도, 처절한 공방전을 펼친 끝에 버텨 냈습니다. 이로써 당분간은 평온을 되 찾으리라, 티글이 자신의 영지인 알자스를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나 전국(戰國)의 소용돌이에 휘말린지도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군요. 귀족 간 왕의 자리를 놓고 일어난 내전을 평정하고 이어진 무오지넬과의 전쟁, 특사로 갔던 아스발에서의 고초와 귀환 중 사고, 기억을 잃고 방황했던 나날, 그리고 마물과의 싸움과 또다시 일어난 대규모 전투는 그에게 소중한 것을 앗아가기도 했고, 소중한 것을 손에 넣게 해주었습니다.

 

근 1년 만에 후속권이 나왔습니다. 필자는 절판되는 게 아닐까 했는데 이렇게 나와주니 기쁘기 그지 없군요. 이번 에피소드는 크게 3가지의 이야기가 들어가 있습니다. 하나 - 엘렌과 맺어진 이후 두 번째 여인이 품으로 들어오는 것, 둘 - 그동안 간간이 나왔던 마물과 티타의 몸에 현현했던 여신 티르 나 파에 관련된 것들, 셋 - 지스터트에서의 불온한 움직임, 이미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에렌 이후 당연한 수순으로 티글의 두 번째 여인이 된 히로인이 탄생했습니다. 누구인지 밝히고 싶지만 제목에 스포주의라고 해뒀음에도 스포질 한다고 해서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그 히로인 비중이 역대급 공기라서 안습하다는 것이군요.

 

이 작품에서 류드밀라 다음으로 귀엽지만 지금은 완전히 공기로 변해버린 그녀를 티글은 두 번째 여인으로 맞이하며 품으면서 '그는 여타 (남)주인공과 다르게 고자가 아니라고 확실히 선언하게 됩니다.' 하지만 정작 퍼스트 여인 에렌과의 관계는 계속해서 미묘해지고 있는데요. 이젠 동침까지 서슴지 않는 관계까지 발전을 하였지만 에렌의 공녀라는 지위와 타국인이라는 것에서 이들의 관계를 좀처럼 수면 위로 끌어올리지 못해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깝게 합니다. 에렌은 모든 걸 버리고 자신에게 오라는 그 말 한마디만 해준다면, 하고는 있지만 티글은 어떻게 해주겠다는 말만 한 게 벌써 반년이 지나고 있군요.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또 한 명의 히로인 '류드밀라' 츤데레의 대명사로 꼽히는 그녀는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영지를 내팽개치고 그의 곁에 붙어 '아니거든?'하며 졸졸 따라다니는 게 이번 일러스트의 귀여움과 더블어 조만간 일내지 않을까 하는 플래그가 서버렸습니다. 소피야는 일찌감치 그를 예약해둔 상태라서 지금은 그저 기회만 엿보고 있고요. 거기에 왕녀 레긴 또한 두 번의 대시 끝에 미래라는 결실을 쟁취하고야 말죠. 그리고 또 한 명 리무도 이번에 플래그를 세워 버리는데요. 이렇게 한낱 지방 영주 찌끄레기에 불과한 그에겐 어울리지 않는 여자들이 왜 그라는 존재를 마음에 두는 것일까. 그것은 그의 대가를 바라지 않는 희생정신 때문이겠죠.

 

그동안 바나디스(엘렌이나 소피야, 류드밀라)와 합동 공격을 해야 겨우 격퇴 시킬 수 있었던 마물 관련이 정립됩니다. 티글을 노리기도 하고 그의 주변 사람들에게 나타나 괴롭혔던 마물들의 진짜 목적이 드러나면서 안 그래도 인간들 쌈박질에 골치 아파 죽겠는데 거기에 기름을 끼얹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성장한 티글과 바나디스에겐 상대가 되지 않는, 사실 마물은 마탄의 왕과 바나디스라는 궁극적인 이야기를 완성 시키기 위한 들러리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돌이켜보면 사샤의 죽음 등 티글과 에렌에게 제일 많이 접점을 만들어준 게 마물이기도 하죠. 그리고 다른 바니디스와의 접점에서도 빠지지 않기도 하고요.

 

여튼 그쯤 에렌이 속해있는 지스터트에서 불온한 움직임이 생겨납니다. 다음 무대는 브륀을 떠나 지스터트가 되겠군요. 작슈타인과 무오지넬과의 전쟁을 끝내고 사절단으로 지스터트로간 티글과 그 일행에게 왕권을 둘러싼 음모와 태풍이 불기 시작하는데요. 그 중심에 바나디스 '발렌티나'가 있었으니, 사실 이것 또한 이전부터 복선이 있어 왔던 것이죠. 그녀(발렌티나)가 지금부터 벌일 일들은 알고 보면 피식할 부분이긴 한데 하필 티글이 와 있다는 것에서 그녀의 운은 어찌될지 모르는, 브륀을 구했던 구국의 영웅 티글은 지스터트에서 또다시 그 진가를 발휘할 것인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사실 남의 나라가 왕권을 두고 암투를 벌이든 티글로써는 딱히 왈가왈부할 사안은 아니지만 자신의 여자가 휘말리게 되면 더 이상 남의 이야기는 아닌 것이죠. 에렌을 필두도 류드밀라나 소피야 나아가 이젠 수줍쟁이가 되어버린 엘리자베타까지 휘말리게 생겼으니 티글로써는 또다시 전란이 될지 모를 일에 머리를 들이밀게 생겼습니다. 그것을 증명하겠다는 양 소피야와 엘리자베타를 급습하는 자가가 나타나는군요. 그리고 이야기는 다음권으로...

 

맺으며, 뭐랄까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마탄의 왕과 바나디스라는 아이덴티티를 정말 잘 유지하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오히려 뒤로 갈수록 삼천포로 빠지지 않고 외길만 고집하는 장인정신을 엿보았다랄까요. 마법은 거의 없는 정통 중세 시대 판타지물에서 마물이라는 이질감을 바나디스의 탄생 비화와 엮으며 무난히 소화 시키고 티글이 왕이 될 거라는 복선을 집어넣음으로 이야기가 버그 나지 않게 조화 시키는 작가의 실력이 대단하다고도 할 수 있었습니다. 히로인들도 저마다 눈치 보며 내 남자를 독차지하기 위해 싸우가나 음해하지 않는 모습은 칭찬하지 않을 수 없고요.

 

하지만 에렌의 마음은 바나디스 전체(일부 빼고)를 대변하고 있다는 것에서 씁쓸함과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티글이 브륀의 왕으로 추대된 시점에서, 자신들은 타국인이라는 점, 영지를 가진 공녀라는 지위에 묶여 그에게 제대로 마음을 표현할 수 없다는 점, 그래서 두 번째로 선택된 히로인에게 그렇게 관심을 보이는 모습에서 또 한 번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하죠. 그녀들로서는 이런 난관을 돌파하고 좋아하는 남자의 품에 안기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티글이 브륀의 왕이 되면 모든 게 잘 풀릴까. 하지만 레긴이 욾조린 대사는 복선이 되어 티글로 하여금 브륀과의 작별을 선택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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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떠보니 공주님 2 - Novel Engine
리시 지음, 카르체트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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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공주님이 미운 7살이 되었습니다. 7살... 7살... 작가 양반 너무 앞서가는 거 아닙니까? 1권에서 겨우 1살이었던 주인공을 대뜸 7살까지 뻥 튀겨 놓으면 어떻게 따라가고요. 이 작품의 모토는 육아와 비앙카의 귀여움이잖아요. 그런데 아기 때의 귀여움을 1권으로 끝내 버리다니 너무한 거 아니냐고요. 표지를 보고 설마 했는데 7살이 되었다는 글귀를 접하고 '헐'이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답니다. 그래요. 작가님이 그럴 마음을 먹었다면 어쩔 수 없죠. 그렇다면 미운 7살의 진가를 바랄 수 밖에요. 그래서 은근히 비앙카가 속마음이 아니라 대놓고 엄마에게 쇼핑이 좋아 내가 좋아? 같은 대사를 바랐는데 이것도 없네요. 하아~ 김빠져...

 

좌우당간 전생에서 재벌가에 태어나 부족함 없는 삶을 살아온 '조안(비앙카)'은 환생 후에도 왕족이라는 것에서 인생의 승리자가 되었다고 자평한 것도 잠시, 아비라는 작자가 첫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에게 돈 받고 옆 나라 할아비에게 시집보내버리겠다고 하니 이보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이 있을까요. 뭐, 귀족이나 왕족에게 있어서 딸이라는 존재는 그 정도 밖에 안 되기도 합니다. 정치적인 정략결혼의 희생양, 처절하다시피(아마도) 귀여움을 어필해온 비앙카의 노력에 엄마는 딸 바보가 되었지만 엄마도 이것(정략결혼) 만큼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으니 그녀의 인생은 16살까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태입니다.

 

아비도 생각을 바꿀 기미를 보이지는 않고, 이대로는 정말로 옆 나라 할아비에게 시집갈 판입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 여타 전생물을 보면 전생에서의 물건을 이세계에서 재현함으로써 자신의 가치와 돈을 버는 경우를 많이 보죠. 비앙카도 따라 하기 시작합니다. 문화 침략이니 어쩌니 해도 뭐 지식이 있으면 써먹는 것도 좋겠죠. 단 걸 처묵처묵 하다가 몸에 흘린 초콜릿을 씻어야 하는데 그때 등장한 게 냄새나는 빨래비누라는 녀석이군요. 당연히 비앙카는 기겁하고 이에 향기 나는 비누 만들기에 도전, 참 쉽죠~! 같은 일을 벌이며 성공 시키고 그걸 돈벌이로 이용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 함으로써 시집을 안 갈려는 꿍꿍이를 펼치지만...

 

그런 와중에 첫째 오빠에게 봄날이 찾아옵니다. 17살, 한창 사춘기 끝물을 달릴 나이임에도 세자(왕자)라는 이유로 나랏일을 도와야 되는 비운을 맛보고 있는, 얘도 애정결핍에 걸려서 아빠에게 관심 좀 받겠다고 하루 두 시간만 자면서 제왕학이니 국내 대소사 등 애한테 뭘 시키는 거야랄 만큼 자신을 혹사하고 있었는데요. 당연히 연애다운 연애도 못하고, 그전에 왕족이나 귀족은 부모가 정해준 혼사 이외엔 자신의 의사가 들어갈 여지가 없기도 하죠. 결국 엄마는 세자비를 뽑겠다고 면접을 준비해 가는데요. 그러나 비앙카의 덕분인지 마음에 여유를 찾은 엄마는 아들의 의사를 반영하겠다고 하면서 그에게 새로운 전기가 찾아옵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비앙카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하기도 하는데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함으로써 시집을 피해 가겠다고 아등바등 거리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첫째 오빠의 결혼 문제에서 돌파구를 보게 됩니다. 첫째는 엄마가 결정해주는 세자비 보다 꽃을,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비앙카 덕분에 엄마에게 있어서 그동안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첫째와 둘째는 아픈 손가락이 되어 버렸습니다. 죽어도 철이 들지 않겠다고 선언 해놓고 어느새 불혹의 나이가 다 되어 철이 들어버린 엄마, 아들의 의사를 존중하겠다며 만나는 사람 있느냐?는 엄마에게 아들은... 첫눈에 반한 사람이 있싸옵니다.라는데?

 

왕족으로 태어나 무엇 하나 자신의 의지로 할 수 없는 생활에서 우연찮게 만난 첫사랑(아마도), 첫째는 귀족 영애 '헤스터'라는 여성에게 꽂혀 헤벌쭉이 되어버리는데요. 이 녀석(첫째) 비앙카를 만날 때마다 못생겼다느니 쭈굴쭈굴 하다느니 무겁다느니 하며 여자로서는 참을 수 없는 망발을 일삼았는데 사랑을 해서 그런가 알고 보니 츤데레였습니다. 1권에서는 나가 죽어 포지션이었는데 결국은 쑥스러움, 그런데 비앙카는 자신의 머리가 나쁘다고 디스 하는 걸 증명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첫째 오빠가 자신이 앞으로 헤쳐 나가야 될 롤모델임에도 눈치를 못 챕니다.

 

그게 뭐냐고요? 사랑은 쟁취하는 것입니다. 부모가 정해주는 혼사가 아닌, 오빠도 그랬는데 자신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겠죠. 그런데 내 사랑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습니다. 주변엔 온통 여자 밖에 나오지 않는 데다 사교계에 나가는 건 죽는 것보다 싫어하는 비앙카, 이게 다 아비가 매매혼을 들 먹이는 바람에 그녀의 시야가 좁아져 버린 비참한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게다가 아양과 귀여움의 부작용으로 엄마는 폭주 상태로 들어가게 되고 옆 나라 할아비와의 결혼은 기정사실로 만들어 가버림으로써 지금까지 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하는, 지나치면 병이 된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일이 벌어지는게 암울하기 짝이 습니다.

 

맺으며, 뭐랄까 굳이 왕족을 배경으로 할 필요가 있었나 싶군요. 우리가 아는 판타지 세계의 왕족과는 사뭇 다릅니다. 육아를 바탕으로 하는 순정물에 왕족이라는 배경만 넣었을 뿐 일반 서민적인 생활과 비슷하게 흘러가는데요. 가령 가족이라도 태어난 순간 파벌이 형성되어 함부로 만날 수 없다거나, 사실 고리타분한 정석적인 판타지 세계의 귀족이나 왕족에 비해 이 작품은 다가가기 쉽다는 점에서는 무난 합니다. 즉, 돌려 말하면 판타지 클리셰에 해당하는 설정을 파괴하고 있는지라 좀 더 전형적인 왕족 분위기를 바라는 분들에겐 맞지 않을 수 있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좀 더 비앙카의 아기 때의 귀여움을 바랐는데 순식간에 7살이 되어서 좀 아쉬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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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해빠진 직업으로 세계최강 7 - L Novel
시라코메 료 지음, 타카야Ki 그림, 김장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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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권인지 잊었는데 작가가 후기에 자기 입으로 이 작품은 중2병이 작렬한다고(비슷할 겁니다.) 공공연하게 언급했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 말대로 주인공 하지메가 보여주는 중2병식 대사와 등장하는 무기들은 그걸(중2병) 부정하지 않겠다는 양 거침이 없었죠. 그 최대의 백미가 6권에서 보여준 인공위성을 이용한 대지 공격이었고, 남자라면 누구나 로망인 SF적 중2병의 발로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거침없이 중2병식으로 흘러가다 보니 이야기 자체는 분명 시리어스하고 위기감 넘치고 때론 감성적인데도 중2병이라는 고명이 얹어진 덮밥이 되어 다른 감정들은 표출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요컨대 필자 한정인지는 모르겠지만 리뷰어에게 있어서 짜증 나는 부류라고 할 수 있겠죠. 거기다 이번 표지 때문에 도통 감정이입을 할 수가 없군요. 왜 저리 밝게 해놨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음 8권이 유에 에피소드인데다 이야기 후미에 꽤 큰 복선을 투하해서 유에의 존재감이 커진 건 사실이지만 이번 에피소드는 히로인 시아의 일족인 하우리아족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과 지금의 상황에 머물기 보다 한 발 앞으로 나아갈려는 두 명의 히로인들을 그리고 있지만 분위기가 중2병적으로 흐르다 보니 분명 서정적이 될 수 있음에도 그러지 못하는, 참으로 야리꾸리하지 않을 수가 없었군요.

 

시아의 일족인 하우리아족은 격세유전을 타고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다른 아인족들에게 죽임을 당할 운명이었던 '시아'를 지키기 위해 그들의 고향 하르치나 수해를 등졌다가 노예제도가 있는 제국 병사들에게 들켜 일족 상당수가 노예로 붙잡혀 버린 일이 있었습니다. 언급뿐이지만 이때 시아의 가족도 꽤 많이 잡혀가 버렸죠. 이 작품이 워낙 중2병스럽고 코믹스러운 분위기에 덮여 심각하게 흐르지 않고는 있지만 사실 자기 때문에 일족이 뿔뿔이 흩어진 정도가 아닌 아인족에게 있어서 지옥이나 다름없는 노예로 끌려갔으니 그녀(시아)가 받았을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을 겁니다.

 

특히 하우리아족은 가족의 유대를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종족이고 그럼에 같은 종족인 시아가 받았을 심적 부담감과 고통은 매우 심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그런데 작가가 중2병 익스프레스를 타기로 작정을 해버린 관계로 결국 하지메와 유에의 '스파르타식 교육'이 감성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었던 시아의 감정을 차버리고 그 자리를 차지하고 말았죠. 그리고 두어 달 뒤 그 부작용이 이번 에피소드에서 벌어지는데요. 하우리아족은 불과 백수십 명의 인원으로 몇만 명의 병사가 있을지도 모를 제국을 향해 선전포고를, 더 이상 나약하고 빼앗기는 종족이 아닌 우리 힘으로 우리라는 존재를 쟁취하겠다는 의지, 최약체의 긍지를 보여주겠다는 그들은 중2병을 폭발 시킵니다.

 

그 중심에 하지메가 있지만 모 작품의 청력장애를 앓고 있는 주인공처럼 딴청을 피우는, 그러면서 시아가 안고 있었던 트라우마(위에 언급된 내용들)를 떨쳐 내게 해줌으로써 그녀로 하여금 다시 한 발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부분은 이게 이번 에피소드의 진짜 이야기가 아닐까 했습니다. 자신 때문에 일족이 노예로 잡혀갔다는 진실, 그리고 그 원흉 중 하나와의 대면은 불과 두어 달 전의 일이었다곤 해도 그녀에게 있어서 지금에 머물 것이냐 미래로 나아갈 것이냐의 분기점에 해당되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일이 끝나고 난간에 기대어 밝은 미소를 보여주는 그녀에게서 밝은 미래를 엿보게 됩니다.

 

그리고 또 한 명 왕국의 왕녀 '릴리아나' 얘도 차츰 비중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왕녀임에도 하지메에게 받은 취급은 언제나 박하여 이젠 '왕녀인데...' 하는 말이 입에 붙어 버렸을 정도죠. 마족의 침공과 더블어 내부 분열 그리고 성교회의 궤멸로 인해 왕국은 사면초가에 빠지게 되자 전력 강화를 위해 정략결혼을 하러 제국에 가게 되는데요. 그녀는 아직 어린 나이지만 한 사람으로 여자로써의 행복보다 왕국의 미래라는 왕족에게 내려진 책무를 다하는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없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편이 될 제국의 황태자는 쓰레기 중에 쓰레기, 그런데 쓰레기 확정이라는 부분에서 오히려 그녀에게 닥칠 위기감보다 밝은 미래를 엿보는 아이러니를 맛보게 됩니다. 그야 하지메가 가만히 두고 보고만 있지 않을 테니까요.

 

전체적으로 보면 두 가지 이야기입니다. 하나는 더이상 빼앗기는 삶을 살지 않겠다며 제국을 상대로 분기탱천하는 하우리아 족 이야기, 또 하나는 시아와 릴리아나의 성장을 다루고 있습니다. 성장이라고 해서 외적이 아닌 내면적 성장이라는 게 맞겠습니다만. 시아의 경우 자신 때문에 일족이 고통을 받았다는 트라우마를 떨쳐내는 계기가 되었고 릴리아나의 경우 왕족의 책무도 책무지만 보다 솔직하게 마음 가는 대로 살아도 좋다는 성장을 이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중심에 하지메가 존재한다는 사실, 이놈은 갈수록 삼천궁녀 의자왕 포지션을 만들어 갑니다. 많은 여자들의 가슴에 하트를 심어줌으로 죽창 부대는 안 보는 게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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