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사 치트가 너무 최강이라 이세계 녀석들이 전혀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만. 4 - J Novel Next
후지타카 츠요시 지음, 나루세 치사토 그림, 권미량 옮김 / 서울문화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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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작가는 언급이 없지만 이 작품은 그동안 나왔던 여타 이세계물의 주제를 전부 끼얹어 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고 표절 형식으로 끼얹어 놓은 건 아니고 작가 나름대로 어레인지를 잘 해놨는데요. 이 작품이 특이한 건 이세계엔 왜 주인공 혼자 혹은 많이 가도 클래스 하나 정도에 그치는 걸까를 떠나 아주 대놓고 대량으로 보내는 걸 들 수가 있습니다. 거기에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라 한 명 한 명이 여타 작품의 주인공급이죠. 여신에게 소환된 용사나 고양이 신에게서 힘을 받은 여고생등 그들의 인생사를 추적하면 또 다른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을 만큼 비중이 상당하다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이들의 이야기가 주인공 요기리에게로 모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같이 요기리를 잡아먹지 못해 살기를 띄게 되고 요기리는 '죽어' 한마디를 하죠. 그러면 모든 게 끝이 나버립니다. 아무리 주인공급 등장인물이라도 요기리 앞에서는 엑스트라에 지나지 않게 되요. 사람은 착하게 살면 복받는다지만 작가는 그런 복은 필요 없다는 식으로 힘에 취한 인간이 어떻게 변하는지 적나라하게 표현해버리는데요. 사실 이런 면들은 여타 이세계물을 비꼬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평범한 인간이 이세계로 넘어가 힘을 얻어 권선징악을 행한다. 정석적이지만 그렇지 못한 인간도 있다는 걸 이 작품은 보여주죠.

 

멀리 갈 필요 없이 우리나라만 해도 완장을 차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뉴스에서도 종종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 예로 아파트 입주자 대표가 관리 사무소장에게 갑질하던 장면은 유명하죠. 이 작품은 그런 인간들로 바글바글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리고 요기리를 종착점으로 했다가 죄다 영면에 들어가고요. 현실에서도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래서 그런가 주인공의 사기급 스킬(인지 뭔지 밝혀지지도 않았지만요.) 때문에 작품을 다 버려 놨다는 분들도 계시지만 필자의 경우 대리 만족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보통은 이런 중2병이 만연하는 작품을 이렇게 집중해서 읽지 않는데 말입니다.

 

각설하고 하나하나가 일당백 이상인 신들과 능력자들을 보고 있으면 원펀맨이나 영화 엑스맨을 떠오르게 합니다. 똑같진 않지만 그런 능력자들이 많이 나오는데요. 그런 상황에서 사기 속성 주인공은 사다리 끝까지 올라가 먼저 차지하고 있을 뿐 중간까지 기어 오른 능력자들도 많아요. 개중엔 세계 멸망급 신들도 있지만 결국 사다리 끝엔 요기리가 차지하고 있어서 기어오르지 못하고 떨어질 뿐이죠. 그래서 중2병 불쏘시개 같은 거라 여기는 분들도 많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강한 정도가 아니라 말 한마디에 세계의 운명이 좌우되니 사람이 고생도 해봐야 성장하는 것인데 이렇게 강하면 뭐 어쩌자는 걸까 싶기도 할 겁니다.

 

결국은 주인공의 정체는 모든 만물의 생과 사를 관장하는 신(神)이다라는 걸 이야기하고 싶은 게 아닐까 했습니다. 이런 복선은 간간이 나오고 있고, 이번에는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버리기도 합니다. 이미 2권에서 현자 킬러 아오이가 복선을 투하해버렸기도 하고요. 가만 보면 일본 작가들은 신적인 존재에 무척 집착하는 거 같아요. 그 예시로 드래곤 볼이 있겠고, 몇몇 라노벨에서 그러한 경향을 보여주기도 하죠. 그런 의미에서 자꾸 언급하게 되는데 이세계는 주인공을 신격으로 격상 시키거나 눈을 뜨게 하기 위한 공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갑니다.

 

어쨌건 이 작품은 주인공만 바라보지 말고 주변에서 알짱거리는 면면들과 그들의 사정을 눈여겨본다면 이 작품은 달리 보일 겁니다. 하나같이 자신만의 정의에 도취되어 갑질하고 까불다가 황천길 편도 승차권을 획득해 가는, 이것은 너나 우리 편 니편 내 편이라는 기준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힘에 취하면 얼마나 추악해지는지 잘 보여주죠. 그리고 그 말로는 하나같이 똑같습니다. 불만이 있다면 이것이군요. 좀 더 괴롭히고 보내 드려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이번에 요기리는 괴롭히는 방법을 터득했으니 앞으로 볼만해지겠죠. 문제는 그렇게 해줄 반 친구들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지만요.

 

이제 와 본론으로 들어가서, 요기리 일행은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현자 시온을 만났지만 그녀라고 딱히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미 요기리도 알고 있는 정보 그 이상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시온, 밀리초 단위로 렙업을 해가며 현자 중에 최강(아마도)이라 일컬어졌던 시온은 그를 만나 콧대가 부서진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제대로 만끽하게 됩니다. 요기리가 이세계로 오게 된 원흉, 반 친구들이야 죽든 말든 상관은 없지만 왠지 열받네요. 하지만 어릴 적 아사카에게서 제대로 교육받은 그는 문명인입니다. 상대는 그렇게 생각 안 하고 어떻게 하면 그를 죽일 수 있을까 연구를 거듭했지만 이젠 소용없군요.

 

사람은 궁지에 몰리면 솟아날 구멍을 찾는다더니 기어이 그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았지만 현자 시온은 막차 타고 떠나 버렸습니다. 이제 뭔 소용이랴, 이걸 거면 뭐 하러 페이지를 낭비하나 싶을 정도로 요기리를 죽이기 위해 온갖 연구를 다하더니, 하지만 끈질긴 바퀴벌레 한 마리가 살아남았고, 그녀의 의지는 핸섬 남 바퀴벌레(요기리 반 친구)의 손에 넘어가게 되었군요. 그리고 남은 반 친구들은 현자 시온의 명령에 따라 배틀로얄 속편을 찍었지만 핵폭탄 앞에 장사 있으랴는 듯 모든 게 평정되어 버렸습니다. 작가는 꿈과 희망과 젖과 꿀이 흐르는 기회의 이세계 같은 건 개나 줘버렸습니다.

 

허망하다는 건 이런 거죠. 전부 힘에 취해 오만에 빠지지 않았다는 것처럼 개중엔 개념인도 있어 보였고, 처절한 삶을 뛰어넘어 이제야 좀 잘 되나 했는데 이 역시 너도 똑같아라며 다들 버스에 태워 보내 버립니다. 거기에 작가는 멸망하는 도시에 전직 히로인을 대려다 놓고도 잊어 버려요. 아니 요기리가 그토록 애지중지하는 히로인중 하나였는데 까먹다니? 하기사 '로리 드래곤'도 그렇게 허망하게 보내 버렸는데 짝퉁 히로인이라고 다를 게 있을까요. 사실 중요한 복선이었는데, 주인공에게 있어서 소중한 건 오직 토모치카 한 사람, 어릴 적 자신을 돌봐줬던 아사카의 그림자를 봤는지 이젠 집착으로 그녀를 보살펴 주는 것에서 뭔가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맺으며, 작가는 언급이 없지만 이로써 1부 완결입니다.(작품 자체가 끝났다는 게 아님다.) 원래의 세계와 이어지는 혹은 만들어진 이세계라는 복선을 무진장 떨궈놓고 이렇게 마무리해버리네요. 여튼 요즘 나오는 작품 중에 중2병이 아닌 작품이 있을까마는 이 작품도 그 의미적으로 굉장합니다. 온갖 설정하며 인종하며, 하지만 싼 티 나는 느낌은 없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갑질하는 인간들 나가 죽는 맛이 있다고 할까요. 참고로 여기서 갑질은 그런 경우도 있지만 힘에 취해 오만방자해진 무리와 개인을 말합니다. 등장인물 90% 이상이 여기에 해당 되요. 이게 뭐가 재미있나 싶기도 하지만 자신만의 정의에 빠져서 남의 말을 안 듣는 인간들은 혼 좀 나 봐야죠. 문제는 해당자들은 그걸 느낄 사이도 없다는 것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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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사 치트가 너무 최강이라 이세계 녀석들이 전혀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만. 3 - J Novel Next
후지타카 츠요시 지음, 나루세 치사토 그림, 권미량 옮김 / 서울문화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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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작품의 아이덴티티는 무엇이란 말인가요. 야채를 넣고 해물을 넣고 볶아서 고추기름과 육수로 국물을 내고 면을 뽑아 짬뽕을 만드는 정석적인 요리가 아닌 눈에 띄는 모든 것을 집어넣은 잡탕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 세계는 하나의 우주가 유리구슬이고 이 유리구슬은 창조주가 옆구리에 끼는 자루에 들어간 하나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예전에 이런 주제로 한 영화가 있었는데 제목이 생각 안 나는군요. 갑자기 왜 범 우주적이 되었냐면 별별 게 다 나오기 때문입니다. 현자, 현자 후보생, 검성, 여신에 소환된 용사, 환생한 용사(이건 가물가물하네), 마신이 있고, 다른 우주에서 침략해 오는 세력이 있습니다. 로봇도 나오고 유령도 나오고... 드래곤도 있고...

 

이젠 아무래도 좋은 이세계라는 존재 자체를 먹어치우는 천반 킬러도 나오는군요. 이 천반킬러라는 존재가 대체 이 작품에서 무엇으로 작용하는지조차 불명으로 그것은 소리 소문 없이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 지적 호기심은 때론 생명을 담보로 요구한다는 듯 괜히 호기심으로 까불다가 요기리에 의해 소거, 옛날에 지구는 둥굴다라는 정설이 굳어지기 전에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이 많았잖아요. 여담으로 이거 요즘도 믿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아니 글쎄 이세계가 그렇다고 하네요. 세계의 끝은 바다가 흘러내리는 폭포라고요. 이젠 뭔 말하는지 필자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온갖 설정이 난무해요.

 

왜 그럴까. 당연하겠죠. 생각만으로 상대를 죽이는 즉사 치트를 가진 주인공이 나오는 이야기가 뭐가 재미있겠어요. 자중은 한다지만 상대가 조금만 악의를 가지고 있어도 요기리가 '죽어'라고 욾조리기만 해도 상대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되어 버리는걸요.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설정이 대단히 난해 합니다. 판타지를 기본으로 깔고 가지만 SF와 심령, 닌자, 악의 정부 기관, 뭔지 모를 종교단체, 이번엔 하늘나라의 그것까지 나옵니다. 그런데 희한한 게 이렇게 온갖 설정이 난무하고 난해해도 독해력을 크게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군요. 가끔 누구의 대사인지 좀 헷갈리고 출연자가 많다 보니 누가 지껄이는지 모른다는 게 흠이지만요.

 

좌우지간 요기리와 토모치카는 드디어 왕도에 도착을 했습니다. 오다가 파리(찬반 킬러)가 달라붙었지만 털어내기도  하고 조금의 소란을 거친 끝에 반 아이들과도 헤우를 가지는데요. 둘은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는 걸 우선시하다 보니 복수극은 펼치지 않는군요. 일단은 자신들을 소환한 현자 시온을 만나야 하기에 시온이 내린 시련인지 과제인지를 클리어하기 위해 왕도 지하에 묻혀있는 마신 공략전에 반 아이들과 나섭니다. 이 부분은 딱히 이렇다 할 이야기는 없어요. 지하 7층에 묻힌 마신을 찾아 한 층식 공략에 나서는데 그래도 아이들은 썩어도 준치인지 나름 꾸역꾸역 공략을 잘 해나가는군요. 요기리가 나서면 순식간에 클리어지만 일단은 허접 코스프레중

 

드래곤 아야카의 역습, 1권 리뷰에서 이세계는 주인공을 위해 만들어진 세계일지도?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2권에서도 이와 비슷한 복선이 있었는데 이번 3권에서는 아예 대놓고 이런 복선을 투하하는데요. '아야카' 얘가 누구냐면 현자 시온에 의해 이세계로 소환된 인물 중 하나로 요기리와 토모치카와 더불어 무능력으로 진단받고 버려진 서브 히로인이었습니다. 왜 과거형이나면, 무능력도 억울해 죽겠는데 드래곤을 유인하는 미끼가 되어 버스에 남겨졌다가 드래곤에게 배빵 맞고 배에 큰 구멍이 나버렸죠. 당연히 즉사, 요기리는 그 죽음을 애도하며 의자에 앉혀 놨었는데 이번에 갑자기 각성해서는 인조인간이라고 하네요.

 

안 그래도 꼬일 대로 꼬여가는 설정에서 또다시 이상한 설정을 넣어 버립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건 그녀가 내뱉은 '연구소'. 이 연구소가 어린 요기리가 갇혀 있었던 그 연구소인지는 모릅니다. 연구소에 의해 새로운 인류라는 거창한 프로젝트 일환으로 만들어졌다는 그녀, 그런데 머나먼 타지에서 드래곤에게 배빵 맞고 사망, 그녀의 인생도 참 기구합니다. 여튼 1권 리뷰에서 언급했던 이세계는 주인공을 위해 만들어졌고, 각각의 설정을 가진 아이들(용사 포함)은 주인공이 가진 힘을 시험하기 위해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것, 어쩌면 이렇게 믿도록 유도 당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아야카도 그중 하나?

 

여튼 배빵으로 망가진 몸을 수복하고자 마침 요기리가 쓰러트린 드래곤을 흡수하시는데, 그렇게 진격의 아야카가 되어 날 버리고 가시는 님으은 십 리도 못 가서~ 그로테스크, 공포와 호러라는 장르가 추가되었습니다. 요기리가 행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나비 날갯짓이 되어 이세계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하는 레포트 작성 조별 과제라도 내려졌는지 그가 끼치는 영향은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아니 이전부터 그래 왔지만요. 드래곤의 사망으로 비호를 받고 있던 마을 간 전쟁 발발의 기운이 샘솟고 거길 찾아갔던 아야카는 천지신명 드래곤... 그러고 보니 던전 밥이라는 작품에도 보면 이런 일이 있었죠.

 

이젠 요기리와 토모치카의 원래 세계도 지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의심병이 도지기 시작하는데요. 외전에서도 기어이 이쪽 세계도 제정신이 아니다라는 설정이 투하되어 버립니다. 현실 또한 이세계와 마찬가지로 한 개의 구슬 속의 우주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그렇다면 요기리는 아마테라스일까? 2권에서 현자 킬러 아오이는 자신의 능력으로 그(요기리)의 정체를 일부 보았기도 하죠.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지고의 존재가 아닐까 하는, 그렇다면 요기리가 지킨다고 선언한 이후 차츰 집착으로 변해가는 토모치카는 그에게 있어서 이브가 되는 것일까요.

 

사실 주인공의 즉사 치트 하나만 놓고 본다면 이것보다 망작인 경우도 없죠. 하지만 필자는 저마다 개성 있는 주변 인물들의 비중있는 출연으로 가령 '하나카와 다이몬'의 돼지 오타쿠 같은 면모나 없던 힘을 얻어 거기에 취해 오만방자해진 반 아이들, 이번 진격의 아야카등의 이야기들은 주인공의 사기급 능력을 희석 시켜주기에 충분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거기에 장르가 무엇인지 헷갈리는 온갖 설정하며, 분명 판타지인데 이솝우화 같기도 하고 때론 무서운 동화 같기도 한,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상케 한다고 할까요. 이게 이 작품의 재미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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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 슬레이어 6 - L Books
카규 쿠모 지음, 칸나츠키 노보루 그림, 박경용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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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 슬레이어가 지금의 파티를 꾸린지도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군요. 그리고 누나가 고블린에게 유린되고 죽은 지 1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고요.(아니 11년인가 헷갈리네) 문득 그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자신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는 옛 집터를 찾았습니다. 이젠 여기에 집이 있었다는 흔적만이 남아있는 곳, 그날 그 일을 평생의 트라우마로 삼아 오직 고블린만을 죽이기 위해 분연히 일어난 남자는 세월의 흐름 앞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이젠 알고 있다. 누나가 없다는 현실을, 언제까지고 누나의 그늘에서만 있을 순 없겠지. 하지만 남자는 누나를 쉽게 떠나보내지 못한다. 그것만이 삶의 원동력이니까. 그것만이 내가 사는 의미이니까...

 

봄이 찾아오면서 새로운 모험가들이 등록하는 계절이 왔습니다. 이야기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고블린 슬레이어를 업신 여기는 신입들이 종종 보이는 시기, 늘 그랬듯 고블린을 얕잡아본 신입들이 썰려나가는 계절이 봄이기도 합니다. 그런 시기에 찾아온 만남, 10년 전 고블린 슬레이어가 겪었던 불행, 누나를 고블린에게 잃은 신입이 그를 찾아옵니다. 소년을 바라보는 고블린 슬레이어는 그에게서 무엇을 보았을까. 흔한 일이다. 남자들은 먹이로, 여자들은 끌려가 몹쓸 짓을 당한 끝에 고문당하고 죽고 먹히고 운 좋으면 산 채로 구해지지만 결코 좋은 일은 아닌, 그런 일을 겪었기에 고블린 슬레이어는 그 신입에게서 자신의 과거를 보았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그의 기행이라 쓰고 토벌 퀘스트를 파괴하는 행위를 눈 감아 줬으리라. 발암이 있다면 여기가 배양소지 어디겠는가 하는 일들을 벌이면서 왜 신입들이 고블린에게 썰려 나가는지 소년은 몸소 보여주게 됩니다. 고블린을 얕잡아본 순간 기다리고 있는 건 머리가 두 쪽이 되는 현실이라는 걸 소년은 겨우 깨닫지만 버스는 이미 떠난 뒤입니다. 신입 소년, 빨간 머리 소년은 그렇게 죽을 운명이었습니다. 고블린 슬레이어를 업신여기고 여신관을 파티 뒤에서 벌벌 떨며 주문이나 외는 찌질이라고 했을 때부터 이놈은 곱게 죽지 못할 것이다라고 여겼건만, 고블린 슬레이어는 그를 어엿한 모험가로 만들기로 합니다.

 

여신관에게도 이 1년은 의미가 큽니다. 그녀 역시 고블린을 얕잡아보는 신입 파티에 낑겨 토벌 퀘스트에 나섰다가 눈앞에서 남자는 먹이로, 여 마법사는 독칼에, 여 무투사는 능욕 코스 타는 걸 보아야만 했죠. 자신도 곧 그렇게 될 운명, 하지만 착한 아이가 위험에 처했을 땐 백마 탄 왕자님이 구해주는 건 상식이잖아요? 백마는 없지만 희멀건 사람이 구해주긴 했죠. 그게 바로 고블린 슬레이어라는 운명적인 만남, 하지만 그건 그거 이건 이거라는 듯 패닉에 빠져 실례까지 한 그녀를 다독여주기는커녕 종 부리듯 부려먹는 고블린 슬레이어에게 건배. 그날부터 어딘가 위태로운 고블린 슬레이어를 보살펴 준다는 명목으로 같이하게 된 여신관

 

그리고 1년 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 걸까 하는 고뇌에 뒤덮여 있습니다. 승급의 날, 백자에서 흑요로 올라서고 다시 철 등급으로 올라서기 위해 승급 심사를 받았지만 보기 좋게 미역국을 드신 여신관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하는 두 번째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대로 가면 남편감이 될지도 모를 고블린 슬레이어랑 둘이서 다닐 때가 좋았는데 어느덧 정신 차리고 보니 엘프녀, 드워프, 리자드맨이 끼어들어 파티는 북적이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죄다 은 등급, 모험가가 되고 1년이 지났다곤 해도 아직 신입티를 벗어나지 못한 여신관에게 있어서 은 등급이란 하늘에 계신 그 무엇과도 같은 존재였죠.

 

그러다 보니 그녀는 늘 지켜지는 존재고, 활약은 좀 하지만 그녀가 나서서 뭔가를 할 처지가 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맨날 만나는 건 고블린이지만 어찌 된 게 죄다 용급에 버금가는 고블린일지니 이게 어찌 된 일이오? 파티 잘 만나 아수라장을 헤쳐 나오며 실력은 쌓았지만 정작 너 님 파티에서 한 게 뭔데? 이러니 할 말이 없는 것입니다. 뒤늦게 그녀에게 있어서 초보로써의 성장을 기대하며 네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래서 저 위 빨간 머리를 부하로 거느리고 다른 신입을 모아 나도 할 땐 하는 여자랍니다.라는 듯 그녀의 눈물 어린 성장기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그렇습니다. 바퀴벌레 한 마리는 손으로 때려잡으며 별거 아니지만 그게 떼로 나오면 어떨까요. 아무리 건장한 남자라도 펄쩍 뛰며 난리 날 걸요? 그게 이 작품에서는 바퀴벌레라는 이름의 고블린인 것입니다. 겨우 한 마리 때려잡고 이따위 잡으며 슬레이어라는 호칭이 부끄럽지도 않느냐? 하는 게 신입들의 마음, 그런 마음을 품고 소굴에 들어갔다가 살아서 나온 녀석은 없습니다. 그러니 고블린의 위험성은 알려지지 않은 것, 그렇기에 접수원 누님은 그 누구보다 고블린 슬레이어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죠. 초보 킬러인 고블린을 잡아주고 떠나간 신입들이 살아서 돌아오게 하는 친절에 또다시 고마움을...

 

다시 여신관으로 넘어가서, 1년 전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고블린 슬레이어가 아니었으면 지금은 살아 있지 않거나 공허하게 고블린을 생산하는 주머니가 되어있었을 운명, 동료들이 죽어간 트라우마, 언제까지고 벗어나지 못하는 그것, 그것을 뛰어넘기 위해 여신관은 10년 전 고블린 슬레이어가 그랬던 것처럼 현재에 머물기보다 앞으로 나아가길 선택합니다. 사자가 토끼를 잡을 때 온 힘을 다하는 것처럼 토끼 잡는데 온 힘을 다하며 쩔쩔맨다는 조소를 들어도 강하니까 살아남는다가 아닌 살아남아서 강하다는 걸 보여주며 1년 전에 멈춘 그녀의 시계는 다시 흐르기 시작합니다.

 

빨간 머리 소년이 등장하면서 인연은 돌고 도는 것이라고 역설하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고블린 슬레이어에게 있어서 소년은 자신의 트라우마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죠. 여신관에게 있어서 소년은 1년 전 신입 파티에서 동료였던 여마법사가 그의 누나라는 걸 직감했고요. 독칼에 맞아 어찌할 사이도 없이 죽어버린 여마법사, 그녀의 죽음을 슬퍼하기 보다 고작 고블린에게 죽었다며 놀림당한다는 억울함에 이곳까지 온 소년, 차마 누나의 최후가 어땠는지 전하지 못하는 여신관, 대신에 그녀는 소년에게 누나의 소원을 우회적으로 전합니다. 드래곤 슬레이어가 꿈이었다고, 이루지 못할 꿈이라도 가치는 있는 것이라고, 소년은 그녀의 말에 무엇을 느꼈을까...

 

맺으며, 뭔가 시적인 부분이 많이 들어가 있어요. 고블린이라는 최약체를 쓰러트리며 분위기 잡는 건 뭔가 아닌 거같아 좀처럼 감정이입은 못 했는데 고블린이라는 주제를 뺀 모험이라는 부분을 부각해서 읽다 보면 참으로 멋진 이야기가 아닐까 했습니다. 하나둘 동료를 만나고 모험을 하고 술잔을 기울이며 추억을 되새기는, 분명 나쁜 추억도 있지만 좋은 추억도 있다는 것처럼, 싸움으로 다져진 우정은 어느새 혼자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해줍니다. 자신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있고 돌아올 곳을 지킨다는 것, 그리고 새로운 희망이 불행과 죽음의 그림자에 꺾이지 않고 자신들의 발로 앞으로 나아가는 걸 지켜보는 것... 그것은 분명 멋진 일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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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하극상 제3부 영주의 양녀 4 - 사서가 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V+
카즈키 미야 지음, 시이나 유우 그림, 김봄 옮김 / 길찾기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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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토판->목간->죽간->파피루스(순사 바뀌었을 수 있음)를 거쳐 무던히도 종이와 책을 만들려 했던 마인, 하지만 이세계 사람들의 무지와 따라주지 않은 여건과 현실에서 매번 좌절을 겪어야만 했죠. 그러다 나름 중견 상회를 이끌어 가던 벤노를 만나 돌파구를 마련하고 기어이 식물을 재료로 하는 종이를 만들어 내고야 맙니다. 흔히 이세계 전생물에서 일어나는 먼치킨 뚝딱이 아닌 정석적인 성장을 통해 자신의 뜻을 이뤄내고야 마는 마인의 인간 승리가 아닐 수 없는데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지금은 영주의 양녀가 되어 본격적으로 종이와 책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곳까지 오는데 거의 4~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군요.

 

이제 마인이 꿈꾸던 이상은 실현되었습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인쇄술(?)을 영지 전체에 퍼트리기 위해 준비에 들어가고, 그동안 마인이 신세 졌던 길베르타 상회의 벤노는 여동생에게 가게를 물려주고 자신은 마인이 주최가 된 인쇄업을 목적으로 하는 플랑탱 상회로 분리하면서 나날이 사업이 커져만 갑니다. 루츠는 마인의 성장에 분해하면서 그녀를 쫓아가기 위해 분골쇄신한 끝에 벤노의 후계자로 자리 잡아가고요. 마인의 전속 머리장식 장인이 된 투리, 고아원 대표격으로 루츠의 뒤를 따라나선 길, 어느새 주변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길을 걸으며 조금식 성장해 가고 있었습니다.

 

종이 만들기가 끝났으니 이제 전쟁을 하자

 

마인의 양아버지이자 현 영주 질베스타의 친누나인 '게오르기네'가 시집간지 20년 만에 귀성을 합니다. 그녀의 귀성 자체는 딱히 상관없지만 문제가 발생하는데요. 바로 구 신전장, 마인에 엮여 먼 하늘나라로 승천한 구 신전장은 질베스타 어머니의 동생으로서 게오르기네에게도 외숙부에 해당하죠. 구 신전장은 살아생전 게오르기네를 끔찍이 아꼈고 그녀 또한 구 신전장을 불륜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끔찍이 사모했던 듯합니다. 이것은 마인이 신전장실을 물려받아 그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드러난 편지를 보면 일목요연하기도 하죠. 그런 사람을 요단강 건너로 보내 버렸으니 마인의 입장은 난처하기 이를 데 없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질베스타와는 영주 자리 놓고 대립하다 밀려나 옆 영지에 쫓기듯 그쪽 영주 세 번째 부인으로 가야 했으니 게오르기네에게 있어서 질베스타와 그의 양녀인 마인은 그야말로 철천지원수가 아닐 수 없는 것입니다. 원래는 구 신전장의 죽음은 비밀이었으나 마인이 그 당시 그녀(게오르기네)의 정체를 몰랐다곤 해도 구 신전장에 보낸 편지에 답장한답시고 까발려 버렸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죠. 이제 그 뒤처리는 양아버지인 질베스타와 페르디난드가 짊어지게될 처지입니다. 이거 돈 된다고 해서 붙잡았더니 자칫하면 영지가 통째로 말살될 수 있는 폭탄을 끌어안게 되었군요. 왜 그렇게 되냐고요? 그야 게오르기네가 속한 영지가 더 강하니까요.

 

판타지든 현실 중세 시대든... 아니 현대에서도 모습은 다를지언정 가족 간이라도 파벌을 형성하고 전쟁을 벌이는 건 다반사죠. 이번 에피소드에선 일촉즉발의 기운이 감돕니다. 초중반 책 만들기와 여러 에피소드로 일상적인 이야기를 이끌어 가다가 게오르기네가 등장하는 중후반부터는 분위기가 상당히 무겁게 흘러갑니다. 더욱이 자신의 어머니까지 유폐 시켜 놨으니 게오르기네가 겪었을 울분은 크다 할 수 있겠죠. 겉으론 웃고 있지만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그녀의 서슬 퍼런 노기가 전해졌는지 천하의 마인이 꼼짝을 못합니다. 지금은 그저 태풍이 지나가기만을, 어서 빨리 게오르기네가 시댁으로 돌아 가기만을...

 

어쨌건 친누나(마인에겐 고모)와 진짜 전쟁은 피할 수 없다는 복선이 투하 되었습니다. 지난날의 잘못을 계속 끄집어 내어 상처에 소금을 뿌려댄다는 게오르기네가 사모했던 구 신전장의 죽음과 어머니의 유폐를 가만히 두고 보지만은 않겠죠. 게다가 질베스타와 영주 자리 놓고 대립하며 끊임없이 그(질베스타)를 괴롭혔던 전력이 있는 그녀로서는, 덕분인지 게오르기네라는 공통된 적을 둬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마인과 페르디난드의 연애 플래그가 조금 더 강해졌습니다. 사실 페르디난드도 '서자'로서 어릴 적 주변 환경이 썩 좋지만은 않았는데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도망치듯 신전에 몸을 위탁할 수밖에 없었죠.

 

이젠 마인이 발명하는 모든 것들이 지리멸렬해지고 있어서 게오르기네 등장 타이밍으로 딱 좋지 않았나 합니다. 마인이 영주의 양녀가 되면서 함부로 싸돌아다니지 못하는지라 평민촌 등에서 좌충우돌하는 재미가 없어져 버렸거든요. 앞에 와 뒤 분위기가 완전히 틀려요. 근데 그걸 감안했는지 마인이 저지르고 다녔던 폭주를 빌프리트(마인에겐 오빠)가 대신해주고 있어서 작은 감동(?)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종합적으로 이런 공통된 주적으로 인하여 간간이 마인과 페르디난드가 투닥 거리기도 하고 자신들의 처지를 비관해서 얼싸 끌어안고 눈물도 보이는 등 보는 이를 안타깝게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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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사 치트가 너무 최강이라 이세계 녀석들이 전혀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만. 2 - J Novel Next
후지타카 츠요시 지음, 나루세 치사토 그림, 권미량 옮김 / 서울문화사 / 2017년 10월
평점 :
품절


                                   

 

1권에서 하고 싶은 말 대부분 했고, 이번 2권 이야기도 그 연장선에 있어서 이번엔 감상이라기엔 애매한 걸 좀 써볼까 합니다. 자신들을 소환한 현자 시온을 찾아 왕도로 가게 된 주인공 요기리와 히로인 토모치카는 길을 헤매다 검성이 주최하는 성왕의 기사 선발전에 강제 참여하게 되는데요. 검성은 현자와 더블어 이세계를 지키는 존재로 마신이 잠들어 있는 결계를 지키며 결계에서 삐져나오는 권속들을 물리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성왕의 기사들은 검성을 서포트해서 권속들을 처치하는 임무이고 현자와 마찬가지로 실시간으로 소모되고 있어서 이번에 선발전을 치르게 되었는데요. 주인공 일행은 여기에 휘말리게 되죠.

 

뭐... 그뿐입니다. 이 작품의 호보다 불이 더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주인공에게 상대가 될만한 존재가 없으니 식상할만하죠. 하지만 저마다 이익을 쫓아다니며 살육전을 펼치는 와중에 조금 인격이 괜찮은 사람들을 만나 편먹기도 하고, 그러다 다른 세계에서 전이한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미친 여신과도 만나는등. 성스러운 여신의 부름을 받아 이세계를 구한다던지 혹은 신의 잘못으로 이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받는 장밋빛 인생 이세계물 따위, 엿 먹어를 선사합니다.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이세계 전생물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일이 벌어지는데요.

 

현자만이 다른 세계의 사람을 소환하는 것이 아닌 여느 이세계물처럼 여신의 개입으로 전이 당한 사람들도 있다는 것입니다. 전체적인 내용으로 보면 별 내용도 없는데 여신이 소환한 사람들의 시각으로 보면 처절하기 그지없는 환경이 펼쳐집니다. 그 와중에 마신과 대립관계일 터인 여신은 반란을 획책하고, 그렇다 보니 이세계물의 틀을 깨는 요소가 많아요. 소환된 용사가 반드시 좋은 놈이라는 클리셰를 타파하는 놈도 나타나고요. 하지만 주인공 앞에서 다 무슨 소용이랴. '죽어' 한마디면 모든 게 끝나 버리는데, 처음엔 사람만 죽일 수 있던 것이 이젠 무생물이나 공간 자체까지 영향을 끼치는 주인공을 보고 있으니 너무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하다 보니 사람들이 너무 잘 죽습니다. 무슨 호기심에 개미 찌부려 트리듯이 막 나가 죽어요. 사실 엑스트라야 얼마가 죽던 내 알 바 아니지만 개중엔 비중 있는 가령 짱구머리 로리 드래곤의 생사군요. 이게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하기야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가 공평한 죽음이다 보니 새삼스럽지는 않았군요. 근데 주로 80% 이상이 주인공에 의해 생사가 결정된다는 아이러니, 착한 놈이고 나쁜 놈이고 관계가 없어요. 그전에 착한 놈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지만요. 이렇게 보면 1권 리뷰에서 언급했던 주인공을 위한 세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더욱 강해집니다.

 

감상평: 1권에 비해 2권은 어그로꾼 말살의 카타르시스는 더 이상 느낄 수 없었습니다. 그냥 지나가던 길에 싸움에 휘말려 개고생이랄 것도 없는 주인공의 일상은 무미건조했군요. 치트키가 너무나 강력해서 상대할 놈이 없어요. 아무리 난다 긴다 사연 있는 용사라도 살의를 품는 순간 가타부타 없이 편한 길로 안내해버리니 이젠 불쌍할 지경입니다. 그래서 재미? 있을 리가요. 열혈물처럼 치고받고 싸우는 것도 아니고 사나이 우정 따윈 개미 눈물만큼도 없어요. 내 앞길 막는 놈은 누가 되었든, 설사 그게 신이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뭐 이런 주인공이 다 있나 싶을 지경이죠.

 

그래서 1권에서도 언급했지만(아마도?) 주인공보다 주변으로 눈을 돌려야 편하게 읽을 수 있어요. 감정이입할만한 구간도 없고요. 불쌍하다는 감정을 느끼는 건 있지만요. 주로 돼지라든지, 다만 운명이 될지 저주가 될지 하는 장면은 있었습니다. 현자 레인의 분신, 처절하리만치 요기리를 죽이려 했던 현자 레인이 남겨놓은 비장의 수는 과연 주인공 요기리에게 있어서 어떤 작용을 할까요. 존재 자체가 해악인 주인공의 이세계 탈출기, 토모치카를 지킨다는 개연성 빵점을 또 어떻게 풀어갈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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