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블린 슬레이어 4 - SL Comic
카규 쿠모 지음, 쿠로세 코우스케 그림, 박경용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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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인용할만한 문구를 다 써버리는 통에 이번엔 별로 쓸 말이 없군요. 같은 레퍼토리도 한두 번이지, 코믹 1~3권과 라노벨 7권까지 이 작품이 어떠한지 누차 언급했는지라 이번엔 짧게 써보겠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물의 도시 지하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전투를 보여주고 있어요.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4권은 시작 편이랄까요. 본격적인 클라이맥스는 5권이 될 텐데 아직 국내엔 정발이 되어 있지 않군요. 좌우지간 검의 처녀의 부탁을 받고 고블린 슬에이어와 그의 파티원들은 물의 도시로 오죠. 그리고 그녀는 지하에 무언가가 살고 있다고, 그걸 퇴치 해달라는 의뢰를 넣습니다. 그리고 고블린 슬레이어 파티는 언제나 그렇듯 지하에서 지옥을 보게 되죠. 상황은 이제 혼자서 어떻게 해볼 레벨이 아니게 되어 버립니다.

 

필자는 이번 에피소드를 이렇게 정의해봅니다. 검의 처녀가 벌이는 잔혹한 복수극이라고, 그녀는 10년 전 마신왕중 하나를 쓰러트리고 모험가 등급으로는 위에서 두 번째인 금등급까지 올라갔죠. 지금은 지고신을 모시는 신전의 대주교이고요. 이 정도면 뭐 세상 무서울게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녀에게 딱 하나 무서운 게 있어요. 정말로 미치도록 뼈에 사무칠 정도로 무서워하는 것, 그것은... 그녀는 물의 도시를 구해 달라는 자신의 부탁을 받고 온 그에게 우리의 도시를 구해 달라고 하죠. 이 대목에서 본편을 보신 분이라면 이 대사가 무얼 의미하는지 잘 아시지 않을까요. 그리고 여신관과 목욕탕 토크에서도 그녀는 의미심장한 대사를 늘어놓죠. 사실 코믹에서 이런 복선 넣기도 참 힘든데 작가의 능력이 수준급이라는 걸 알려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그녀가 무얼 무서워하고 복선이 무얼 의미하는지는 5권에서 밝혀질 테니 그때 가서 다시 언급하도록 하고요. 좌우지간 검의 처녀의 부탁을 받아 물의 도시 지하에 내려간 고블린 슬레이어 파티는 체계적인 고블린 떼를 만나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됩니다. 멍청하지만 바보는 아닌 고블린, 그깟 고블린으로는 군대가 움직이지 않는 이 갭 사이에서 고블린 슬에이어 파티가 할 수 있는 건 무얼까. 뭐긴, 죽자 살자 때리고 부수고 머리를 쓰며 어떻게든 살아남는 것뿐이죠. 하지만 상황은 점점 녹록지 않게 전개되기 시작합니다. 고블린들의 지략에 밀려 죽어가는 상황에서 나타난 고블린 챔피언, 이미 목장전에서도 그 모습을 들어낸 고블린에게 있어서 영웅인 그 개체가 또다시 고블린 슬레이어 파티의 앞을 가로막습니다. 챔피언은 인간으로 치면 거의 금등급에 해당한다죠.

 

맺으며, 이번 에피소드는 5권을 위한 전초전 성격이 강합니다. 그래서 검의 처녀가 내비치는 의미심장한 복선이 크게 와닿기도 하죠. 음... 뭐 또 쓸 거 없나, 이렇게 짧게 써본 게 대체 몇 년 만인지... 조금 더 써보자면, 여신관은 여전히 지금의 상황을 두고 갈등 중입니다. 진짜 자신은 세상 어딘가에서 죽어가고 있고 지금 보이는 풍경은 꿈이 아닐까 하는, 그의 등을 쫓으며 겪은 비현실의 연속 속에서 자신이 간직하고 있는 톱니가 마모되어 가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는 게 안타깝게 하죠. 그래서 엘프궁수가 보여주는 모험 다운 모험을 하자는 그녀의 행동은 이 작품에서 유일한 이질감으로 다가오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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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에이티식스 2 - Run through the battlefront - 상, Novel Engine
아사토 아사토 지음, 시라비 그림, 한신남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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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무 기한 동안 살아남은 에이티식스에게 내려지는 마지막 임무, 적진 깊숙이 장거리 정찰(명칭은 따로 있는데 생각 안 남)이 신이 속한 부대에 하달됩니다. 복무 기한이 끝나도 제대 시켜줄 거라는 살아남을 거라는 생각하지 않았던 이들은 레나의 성대한 지원을 등에 업고 머나먼 길을 떠나요. 갈 수 있는 데까지 간다. 무기와 탄약 그리고 식량을 바리바리 껴 앉고 그들은 무엇을 바라며 길을 떠났을까. 갈 수 있는 곳까지 가고 마지막 순간까지 싸우는 것이 그들의 긍지라면서 웃으며 떠났던 그들, 6개월 뒤 "어디까지 갔을까'라는 레나의 독백은 가슴을 후벼파기에 충분하였군요.

 

이들이 당도한 곳은 이웃 나라 기데아 연방이었습니다. 신의 능력으로 전투를 최대한 피하며 적진을 돌파하면서도 두고 갈 수밖에 없는, 자신의 목숨과도 같았던 <저거노트>와 자원 회수 로봇 '파이드'의 무덤을 만들어주고 그들은 또다시 걸어갑니다. 그리고 당도한 땅, 만인이 평등하고 박해가 없는 곳, 1권이 신들러 리스트를 떠올리게 했다면 2권은 모세를 떠 올리게 합니다. 박해를 피해 그들이 당도한 땅은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이었을까. 연방은 그들을 맞이하고 그들의 출신을 알아버린 순간 그들을 동정하여 이제는 편히 쉬어도 좋다는 말을 건넵니다.

 

10년 전 대륙을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던 기데아 제국, 시민혁명으로 제국은 멸망하고 연방이 탄생하였지만 제국이 만든 레기온은 멈추지 못했습니다. 자신들을 만든 사람들에게까지 총부리를 겨누는 레기온, 레기온을 맞아 필사적인 전선을 구축 중인 연방에서 신을 위시한 살아남은 5명은 무얼 하며 지낼까. 문득 킬라킬이라는 애니메이션 엔딩곡 Gomen ne, Ii Ko ja Irarenai이 떠올랐습니다. 자기 뜻대로 마음 가는 대로 살고 싶다는 의미가 내포된, 약간은 사춘기적 반항을 의미하는 노래이기도 하지만 이들의 나이도 그에 걸맞기에 반항기적 자유를 구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닭장에 넣어져 알만을 낳기를 강요당한 닭이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무얼 할 수 있을까. '닭장을 탈출한 암탉 에스텔' 내용적으로는 이 작품(86)과는 전혀 다르지만 신을 위시한 5명을 표현 하라면 딱 그런 상황이라 할 수 있죠. 알을 낳는 것 이외에 할 수 있는 것, 친구를 만들고 화장을 하고 도서관을 다니는, 평범한 그 또래의 아이들처럼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겠다는 것마냥 그들에게 내려지는 짧고 달콤한 시간들, 하지만 전장을 떠난 노병은 전장을 그리워한다고 하죠. 일생을 그 일만을 해온 사람에게 다른 일을 시킨다는 건 또 다른 감옥에 넣는 거라는걸, 그들은 전장을 그리워합니다.

 

부모 세대를 거치고 형과 누나의 세대를 거치고 무언가를 배울 사이도 없이 전장에 던져진 에이티식스, 부모들이 그랬던 것처럼 형과 누나들이 그랬던 것처럼 무언가를 지키고 싶었던 그들이 선택한 건 연방 서부방면 최전선, 그전에 신에게 새로운 동료가 들어옵니다. '프레데리카' 약관 10살의 소녀, 10년 전 시민혁명 때 부모와 가족을 잃고 홀로 살아남은 제국 마지막 여제(女帝), 주인공 신과 비슷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그녀는 대륙을 전쟁에 빠트린 죄에 속박되어 10살이면서도 어른이 되지 않으면 안 되었던 비련한 소녀입니다. 그 나이와는 어울리지 않는 품위와 언동을 보이는 그녀는 신에게 자신도 전장에 대려 달라는 말을 합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할 수 없는 것, 형의 망령을 쫓는 걸 삶의 목표를 정했던 신에게 있어서 그 망령이 없어진 지금 그는 무얼 하고 싶은 걸까. 누군가를 지킨다. 내가 죽고 사는 곳은 내가 정한다는 아이덴티티를 내세우며 전장에 다시 몸을 담갔건만 가슴속은 황량한 바람만 불어올 뿐입니다. 오로지 레기온만을 쓰러트리기 위해 전장을 누비는 '저승사자', 그 끝에 기다리고 있는 건? 그에게서 자신의 가신이자 기사였던 '키리'를 신과 겹처보는 프레데리카, 시민 혁명군에 포위되어 항복할 날만은 기다리던 어느 날 오직 폐하를 위해 싸우던 그(키리)가 폐하를 지킨다는 목적을 상실하고 수단에 집착하는 광기에 휘말려 가는 모습을 가슴 아프게 바라봐야 했던 그녀...

 

프레데리카는 신에게서 그런 광기를 엿보기 시작합니다.

 

맺으며, 지금 지독한 감기에 걸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군요. 원래는 어제나 그제에 올리려 했는데 앓아누웠다 좀 전에야 일어났어요. 도서도 정말 필력이 몇 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할 정도로 수준급인데 그걸 음미할 기분도 아니었군요. 좌우지간 이번 이야기는 목적을 상실한, 한가지 일에만 충실했던 사람이 망가져 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케어해주고 양지로 끌어올려 주는 클리셰를 동반해볼만하겠건만 주인공 주변엔 그럴만한 인물이 없어요. 다들 오로지 신만을 쳐다보며 앞으로 나아갈 뿐이죠. 그래서 신의 성격은 사실 어떻게 되든 내 알 바 아니라는 생활관을 가지고 있음에도 레나를 의식하는 모습을 보이죠. 주인공을 구원해줄 수 있는 인물은 레나 밖에 없어 보이는데 그녀는 수백 킬로 떨어진 공화국에... 그 역할을 해줄 프레데리카는 나이 때문인지 자신의 입장 때문인지 주인공과 접점을 만들려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래저래 불쌍한 주인공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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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 슬레이어 3 - SL Comic
카규 쿠모 지음, 쿠로세 코우스케 그림, 박경용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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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원작인 라노벨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을 그림으로 접하니 많이 와닿는군요. 이번 이야기는 소치기 소녀가 살고 있는 농장 방어전입니다. 도시를 치기 위해 거점을 마련하려는 고블린 로드(왕)가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오는 걸 고블린 슬레이어와 모험가들이 막는 이야기이죠. 단순히 고블린을 쓰러트린다는 이야기가 아닌, 초보 모험가 전유물로 여겨지는 고블린 퇴치에 난색을 표하고 아웃사이더 같은 고블린 슬레이어의 행동에 못마땅했던 여타 모험가들이 그의 진심을 접하고 힘을 보태주게 돼요. 늘 혼자 다니며 커뮤니케이션 장애를 안고 살아가던 그가 타인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되는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 그저 고개를 숙일 뿐인 모습이 참 애처롭게 합니다.

 

만약 여기서 고블린 슬레이어가 모험가 특유의 안하무인식으로 나왔다면 아무도 그에게 손을 내밀어 주지 않았겠죠. 그의 성품이 그렇습니다. 10년 전 고블린에 의해 누나를 잃고 방황의 끝에서 복수의 화신이 되어 돌아온 그, 오로지 복수만을 위해 살아가는 그에게 있어서 타인의 시각은 반미치광이 그 이하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누구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일편단심 고블린만을 사냥하는 그에게 있어서 진정성을 느껴가는 사람이 늘어나게 돼요. 그렇기에 모험가들은 이번 그의 정중한 부탁을 외면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죠. 그전에 길드에서 고블린 한 마리당 금화 1개라는 퀘스트를 내리긴 했지만 사실 접수원 누님이 나서지 않아도 은근슬쩍 도와주지 않았나 싶더라고요.

 

있을 곳을 지킨다. 누군가가 흘리는 눈물을 외면하지 않는다. 유년기 이후 청소년기를 넘어가는 시점까지 오로지 고블린만을 잡으며 살아온 그에게 있어서 목장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소치기 소녀는 그에게 있어서 어떤 존재일까. 다녀왔어!라고 말할 수 있는 곳, 암흑 속을 끝없이 걷는 그에게 한줄기 빛과 같은 곳, 그걸 알기에 소치기 소녀는 대규모 고블린의 습격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고블린에게 붙잡히면 여자로서 모든 게 망가진다는 걸 알면서도(작중에서는 표현이 되어 있지 않지만 분위기상) 그가 머물고 돌아올 곳이라는 걸 알기에 떠나지 않게 되죠.

 

그리고 고블린 슬레이어도 그걸 알기에 굳이 말리지 않습니다. 그녀가 흘리는 눈물을 보았기에, 소치기 소녀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 필자는 고블린 슬레이어를 대신해 그녀가 울어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10년 전 악몽 같은 그날, 모든 걸 봐버린 그에게 있어서 과연 구원은 있을 것인가. 그렇지 못하기에 여신관이 떠나지 못하고, 소치기 소녀가 떠나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그래서 접수원 누님은 그에게 사소한 것이라도 도움을 주려 하고 있고 차라도 한잔 더 주려고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우왕!!!!! 고작 코믹 리뷰에 너무 심도 있는 글을 써버렸군요. 이걸 두고 중2병이라고 하나요? ㅎㅎㅎㅎㅎ

 

그건 그렇고 '여기서부턴 베테랑의 전장이다.' 이거 피가 끓어오르더군요. 사실 이 대사 또한 중2병틱하긴 하지만 뭐 중2병스러우면 어떠한 가요. 고블린 챔피언의 등장으로 전장의 판도가 바뀌어 가자 베테랑들이 전선에 나서면서 느껴지는 포스란 원작인 라노벨에서는 결코 느끼지 못하는 짜릿함이 아닐까 했습니다. 이래서 코믹을 끊지 못하겠더군요. 나잇살 먹고 만화나 본다고 등짝 스매시 당해도 어쩔 수 없는 겁니다. 어쨌건 이번 3권의 키포인트는 신뢰와 진심으로 정했습니다. 고블린 슬레이어와 소치기 소녀의 진심, 그리고 그를 믿고 따라오는 여신관의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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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고문공주 1 - Novel Engine
아야사토 케이시 지음, 우카이 사키 그림, 신우섭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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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피 냄새나는 걸로 유명한 B.A.D. 아야사토 케이시 작가의 또 다른 작품입니다. 정발전부터 많은 호응을 얻은 작품인데요. 전작인 B.A.D.에서 보여준 작가 특유의 다크 판타지는 기존 라이트 노벨과의 장르를 달리하고 있죠. 이 작가의 특징은 매번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사망에 이르게 되고 결코 좋은 엔딩을 맞이하진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작품 '이세계 고문공주' 역시 그러한 노선을 타고 있어요. 선혈이 낭자하고 신체 절단술이 예사로 등장합니다. 그럼에도 역겹다거나 눈살이 찌푸려지지 않는 것이 이 작가의 또 다른 특징이기도 하죠.

 

주인공 세나 카이토는 아버지에게 죽임을 당하고 이세계로 소환됩니다. 자기 의지나 신의 개입으로 보내지는 것이 아닌 누군가에 의해 소환이 되고 그는 소환자의 시종이 되어 이세계를 살아가게 돼요. 그 소환자는 '고문공주'로 낙인찍혀 살아가고 있는 '엘리자베트'이고요. 그녀는 자신의 영지의 영민들을 학살한 전력이 있습니다. 타인의 고통으로 마력을 얻는, 그렇게 해서 최강의 마법사가 된 '엘리자베트'는 교회에 붙잡혀 사형 당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그녀는 죽기 전에 선행하라는 교회의 마지막 자비에 기대어 14계급 악마와 그 계약자들을 토벌 중이었습니다. 카이토는 그런 그녀의 시종이 되어 피가 낭자하는 사선에 몸을 던지게 되죠. 말이 던진다이지 B.A.D.의 남주 오다기리처럼 매번 구르는 게 그의 일입니다. 이 작가는 특징이 참 여러 가지인데요. 그중에 하나가 남주를 정말로 험하게 굴린다는 것이군요. 이런 거죠. 드래곤 볼에서 손오공이 프리저나 셀과 싸우는 에피소드에서 크리링의 역할 같은 거랄까요.

 

그럼에도 도망갈 수도 없고 불사의 몸이 되어 죽을 수도 없고 참으로 기구한 인생을 살아가게 돼요. 전생에서 아버지에게 학대받은 끝에 죽임을 당하고 이세계로 넘어와서도 벌레보다 못한 인생을 살아 가요.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하던가요. 기동 인형, 클락워크 플래닛의 류즈 같은 인형을 손에 넣은 뒤론 그나마 조금은 편한 인생을 살아가는 게 참 눈물겹습니다. 다만 전생 때 옆집 개 이름을 기동 인형에 붙여주는 네이밍 센스는 좀 아니긴 하지만요.

 

어쨌건 주인공 카이토는 고문공주 엘리자베트의 시종이 되어 그녀가 왜 고문공주로 불리고 있는지, 그녀는 사실 무지막지한 냉혈한이라지만 내면은 단순하고 소심하고 깨지기 쉬운 그릇이라는 걸 알아 가요. 타의에 의해 만들어진 악마, 그걸 인생의 일부라 여겨 받아들이고 궁극적으로 사형 당하는 것조차 인생의 클라이맥스라 여겨 받아들이고 순응해 가려는 그녀의 진짜 모습을 간파하고 그녀의 곁을 지키려 하는 모습을 애틋하게 그려가고 있죠. 하지만 구르는 게 일이다 보니 빛을 바랍니다.

 

일단은 전작인 B.A.D.의 분위기를 계승하고 있어서 전작을 유심히 보셨다면 이 작품도 몰입하는데 큰 지장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기동 인형 '히나'가 등장하는 이후로는 이야기가 상당히 무미건조해져요. 그래서 부제목으로 용두사미라 적어 봤는데 중반까진 피가 낭자하고 다크 판타지의 세계를 여과 없이 보여주지만 중반 이후로는 핑크빛이 도는, 윗물은 뜨거운 반면에 아랫물은 차가운 물 같은 이질감이 상당합니다.

 

하지만 엘리자베트가 왜 고문공주로 불리게 되었는지를 풀이하는 구간에 접어들면 주인공 카이토 못지않은 그녀도 참 기구한 인생을 살아오고 있었구나를 알게 되면서 마음을 착잡하게 합니다. 그녀는 나약한 자신을 버리고 화려한 정미일 때 생을 마감하려 하고 있어요. 이것은 강하면서도 부드럽다 할 수 있어요. 그런 그녀의 이면엔 작은 바람에도 부러져버릴 거 같은 심약한 소녀의 마음이 자리하고 있죠. 주인공 카이토는 그걸 보게 되면서 같이 걸어가고자 하고요.

 

맺으며, 글이 다소 두리뭉실 두서가 없군요. 요즘 피곤하기도 하고 슬럼프이다 보니쓰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니군요. 리뷰를 일주일에 두 권은 반드시 쓰자고 다짐은 하고 있지만 이러다 일주일에 한 권 쓰는 것도 힘들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어쨌건 B.A.D.를 흥미롭게 본 필자로써는 이 작품도 반갑긴 한데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다크 판타지로 밀고 갈 거면 그대로 밀고 갔으면 좋았으련만 히나라는 핑크빛을 가미함으로써 작중 분위기가 많이 죽습니다. 물론 그러한 부분을 좋아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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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 슬레이어 2 - SL Comic
카규 쿠모 지음, 쿠로세 코우스케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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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싫으면 왔던 길 되돌아가면 될 것을 괜히 고집 피웠다가 똥물 뒤집어쓰고 온갖 고초를 겪게 되는 엘프 궁수의 첫 출연입니다. 고블린 슬레이어와 다니면 여자로서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리게 되죠. 이미 여신관은 달관하였고요. 이번엔 엘프 궁수가 그 전철을 밟게 돼요. 만인 평등하게 여자라고 봐주는 것도 없고 남자라면 더 시켜 먹는,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고,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잡는 게 그의 특징입니다. 하지만 고블린은 오는 것도 막고 가는 것도 막아요. 그가 같은 동족보다 얼마나 고블린 사랑에 빠져 있냐면요. 엘프 궁수가 마신이 부활해서 세계가 위기이니 이참에 영웅놀이 좀 하자 했더니 돌아오는 건 그건 먹는 건가? 이러는 것에서 말 다했죠. 빠직, 이마에 핏대 세운 엘프 궁수는 이참에 고블린 사냥에 따라나서요.

 

그리고 비참한 상황에 빠져 있는 동족을 보게 되죠. 그래서 그가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조금은 알게 돼요. 그깟 고블린이라고 했던 그녀에게 있어서 그와 고블린의 싸움에서 무얼 보았을까. 누군가에겐 그까짓이라고 했던 몬스터에게 고통받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고통에서 해방 시켜주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 앞에서 그녀는 자신의 미숙함을 알게 되었을까요. 고블린 슬레이어는 결코 배려를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배려란 강요가 아니라 타인이 가지 않는 길에서 비롯된다는걸, 그와 고블린의 싸움에서 알게 되죠. 여기서 타인이 가지 않는 길이란, 세간의 고블린의 인식이 그래요. 초보 모험가라면 쉽게 물릴 칠 수 있고, 농민도 두어명이서 농기구로 쫓아낼 수 있는 허접쓰레기 같은 몬스터가 고블린이라는 종족이죠.

 

그래서 고블린의 퇴치 퀘스트는 언제나 외면을 받고 있어요. 타인이 가지 않는 길이란 이런 것입니다. 그 길을 가는 것이 고블린 슬레이어이고요. 분명 이런 일에도 생명을 건지고 구원받는 사람이 있음에도 아무도 가지 않는 길, 그래서 접수원 누님은 언제나 고블린 슬레이어를 눈으로 좇으며 그의 일이라면 만사 제쳐놓고 제일 먼저 처리해주기도 하죠. 그로 인해 구원받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기에, 여기서 보다 깊은 내면까지 들여다본 게 여신관이 되겠고요. 여신관은 이번에도 여전히 쌀쌀맞기 그지없는 그에게서 이 길이 과연 자신에게 맞는지 갈등을 내비칩니다. 자신이 모시는 지모신의 교리인 생명존중에 반하는 그를 따라 이대로 계속 가야 될 것인가. 그걸 정하는 것은 자신...

 

맺으며, 분명 엘프 궁수의 에피소드인데 여신관이 많이 활약합니다. 죽을 둥 살 둥, 그와 함께 있으면 목숨이 몇 개라도 모자라죠. 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안전한 곳이기도 하고 때론 개똥밭에 뒹굴어야 되는 모순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여튼 은등급 몇 명이 붙어도 이길지 말지 의심스러운 오우거를 만나 네놈은 뭐냐?라는 고블린 슬레이어가 단연 압권인 에피소드였습니다. 분명 엘프 궁수 에피소드였는데 어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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