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의 혼잣말 2 - 카니발 플러스
휴우가 나츠 지음, 시노 토우코 그림, 김예진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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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알고 있었다. 내 친아버지가 누구인지, 친엄마가 누구인지. 하지만 축복받은 탄생은 분명히 아니었기에 모른척하고 있었을 뿐. 흔히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기녀가 사랑하는 남자와 맺어져 아이를 낳았지만 남자는 마치 아이가 태어나 더 이상 즐길 가치가 없다는 것마냥 기녀의 곁을 떠나고 마는 흔한 시대라고 아이는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철이 들 때부터 유곽에서 양아버지와 약을 제조하며 근근이 생활했던 아이. 결코 유곽은 아이에게 보여줄 만한 공간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거긴 양아버지와 더불어 아이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공간이었고, 소중한 무언가가 있었다. 그렇게 여기며 아이는 소녀로 성장한다.

 

마오마오, 방년 18세. 양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약에 미쳐사는 괴짜 중 괴짜로 자랐습니다. 그녀는 독을 시험하기 위해 자신의 팔에 상처를 내고 독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직접 시음을 하다가 죽을 고비도 넘기는 등 오직 약만을 위해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여자 애입니다. 그러다 인신매매 당해서 후궁들이 모여사는 곳에서 하녀로 일하게 되는 비운을 맞이하죠. 하지만 돌이켜보면 슬럼가에서 못다 핀 꽃봉오리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꽃을 피우는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어요. 처음엔 다른 하녀들의 등쌀에 들볶이는 나날도 있었지만 운 좋게 상급 비(후궁 중에 서열 1위)의 하녀가 되면서 그녀의 숨겨진 두뇌가 맹위를 떨치게 되죠.

 

큰길에서 조금 벗어난 뒷골목에서조차 강x이 서슴지 않게 일어나는 시대에서 몸을 지키기 위해 일부러 얼굴에 주근깨를 심고 못난이 화장을 하고 일부러 살을 안 찌우는 등 참 그녀의 인생은 참 기구하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후궁에 들어오면서 자신이 가진 약에 대한 지식과 독창적인 코난급 추리력을 내세워 자신의 자리를 굳혀가는 게 참 인상적인데요. 여기에 왕족이라고 의심이 드는 '진시'라는 환관(우리로 치면 내시)을 만나면서 그녀의 등에는 날개가 장착이 됩니다. 사실 이 작품의 묘미이자 백미는 이거죠. 진시라는 환관과 마오마오의 관계, 남자 주제에 진시가 가진 미모 때문에 모두가 우러러보는 상황에서 마오마오는 그를 벌레보듯 하게 되는데요.

 

처음엔 누구나 우러러보는 자신을 벌레보듯 하니까 심술이 나서 자신이 가진 미남계로 함락 시키려다 보기 좋게 격침되는 장면은 정말 유쾌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 뒤로 마오마오의 마음을 끌기 위해 자신의 위치도 생각 안 하고 친구처럼 대하는 모습은 매번 볼 때마다 흐뭇하게 합니다. 그런데 그런 노력은 마오마오의 벌레 보는 시선 앞에서 무력화되어 버리죠. 처음엔 재미있는 장난감인 줄 알았는데 어느새 마음이 끌려 다른 남자가 마오마오 곁에만 있어도 불같은 질투를 폭발 시키는 모습은 여간 귀여운 게 아닙니다. 하지만 마오마오는 귀찮기만 하죠. 진시가 그럴수록 벌레 등급 시선은 자꾸만 내려가서 나중엔 말라비틀어진 지렁이급이 되어 버리기도 합니다. 작가가 독자들의 개그 코드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군요.

 

아무튼 이번 이야기는 그런 웃긴 이야기도 듬뿍 들어가 있지만, 마오마오의 친부모에 대해서 언급이 됩니다. 분명 부모가 있기에 아이는 태어나는 것이죠. 아이의 탄생은 축복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축복받을 수 없는 탄생도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마오마오가 딱 그랬습니다. 정상적이고 평범한 사람들끼리 만나 맺어져 아이를 낳은 게 아닌, 마오마오가 태어났을 땐 아버지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엄마는 충격과 기녀로서의 지위를 잃어버리고 병을 얻어 버리죠. 사생아와 고아가 범람하는 시대에서 버림받은 모녀의 이야기는 흔합니다. 그저 아이는 무언가를 붙잡을 수밖에 없었고, 그게 양아버지의 손이었다는 게 소녀에게 있어서 얼마나 축복이었을까.

 

그래서 마오마오는 친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그 활달한 진시가 정말로 겁을 먹을 정도로 귀기 서린 모습을 보일 정도였으니 마오마오가 친아버지에게 보내는 증오는 정말 깊다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던가요. 이야기는 왜 아버지가 모녀의 곁을 떠나지 않으면 안 되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비통한 마음을 품고 살아왔는지 조금식 서술하기 시작합니다. 딸을 위서라면 권력을 얼마든지 휘두르겠다는 것마냥 그녀의 뒤를 받쳐주기 시작하죠. 궁중과 마을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조금식 해결하는 딸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알게 모르게 힘을 써주는 모습은 그야말로 츤데레에 가깝습니다.

 

그런 아버지를 마오마오는 용서할 수 있을까. 병세가 위중한 엄마를 구원하기 위해서라도 마오마오는 아버지와 단판을 벌여갑니다. 사실 이제 와 과거의 일은 딱히 어떻게 되는 상관은 없었습니다. 자신과 어머니를 버린 아버지보다 양아버지의 곁에서 약을 조제하고 아픈 엄마를 돌보고, 궁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그녀에게 있어서 아버지라는 존재는 이미 어찌 되든 내 알 바 아니기에. 그럼에도 그녀는 매듭을 지어가죠. 증오와 갈등이 아닌 화해를 위해 마오마오가 선택한 길은 수백 년을 걸쳐 환생을 거듭한 끝에 만난 연인에 견주듯 가슴 한켠에 뭉클함을 선사합니다.

 

맺으며, 진시가 등장하는 장면은 매번 배꼽을 잡게 되는데요. 이번에도 저 남자는 괜찮지만 너 님은 안 돼 하는 장면에서 진시가 좌절하는 부분은 배꼽을 빼죠. 환관(진시)은 아랫도리가 없는 반푼이라고 불경스러운 생각을 대놓고 하지 않나(이번에 복선이 나오길 잘 붙어 있다고), 처음엔 뭐 이런 남자 주인공이 다 있나 했는데 갈수록 둘이 캐미가 폭발하는데 정말 보고만 있어서 흐뭇해집니다. 특히 '우황 줘요!'하는 부분은 이번 에피소드의 최대 백미라 할 수 있었군요. 그리고 이번엔 큰 이벤트도 터트려 주죠. 이거 둘이 사귈 수밖에 없네 하는 수준의. 게다가 마오는 평민이 아니었다고 밝혀졌으니 뭐, 이 작품은 역하렘이다보니 진시 말고도 남정네 몇이 나와서 마오마오 주변을 맴도는데 은근히 진시의 신경을 건드리는 장면들도 상당히 웃겨줬습니다.

 

마오마오의 친부모에 대한 장면에서는 울고 웃고 하게 하는 작가의 필력이 대단하더군요. 처음엔 뭐 이런 쓰레기가 다 있나 하는 최악의 설정에서 갈수록 사정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결국 누구보다 딸과 부인(기녀)을 사랑했다는 게 밝혀지면서 훈훈한 가족물이 되어 버립니다. 근데 여기서도 마오마오식 개그가 폭발하는데요. 가령 친아버지를 씨받이로 비유한다던지, 약과 상급 비들과 일부 지인을 빼곤 뭘 만나도 그녀의 평가는 절대 0도를 가리키는 현실에서 친아버지도 거기에서 비켜가지 못하는 게 유쾌하죠. 보니까 마오마오의 머리가 비상한 건 친아버지를 닮아서 그런 듯, 거기다 영재였던 양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았으니 범과 사자가 합쳐 유니콘이 된 듯한? 아무튼 양아버지의 과거도 밝혀지고 친부모도 밝혀지고 그녀의 주변이 꽤 빠르게 변해가는 에피소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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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용사는 복수의 길을 웃으며 걷는다 4 - L Books
키즈카 네로 지음, Sinsora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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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비평할 거면 안 보면 되잖아라고도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같은 레퍼토리도 한두 번이지 매번 비슷한 복수 장면이 나오니 지겨워지기 시작합니다. 복수 대상자를 찾아내고, 그놈이 첫 번째 세계에서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서술하고, 두 번째 세계에선 아직 아무 짓도 안 한 놈을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을 내뱉으며 죽어라!! 하니까 당사자는 얼마나 억울할까요. 그나마 유미스 때는 동생 슈리아의 처우나 자신(유미스)의 목적을 위해 아무렇지 않게 사람들을 죽인 결과 응당 벌을 받는 느낌이긴 했습니다만. 그 외의 인간들, 사실 임팩트가 없다 보니 누구누구가 복수 당했는지 일일이 기억을 못하겠지만 유미스 이외엔 사실 억울하기 짝이 없어요. 일명 악당으로 나오는 복수 대상자들은 본성이 추악하고 타인을 아무렇지 않게 죽이는 성격이긴 한데 그렇다고 주인공에게 복수 당할만한 짓을 주인공에게 '아직' 하지 않았거든요.

 

그럼에도 느닷없이 찾아와서 복수랍시고 뚜뚤겨 패는데 자다가 봉창 뚜디린다는 이런 건가 싶었을 겁니다. 물론 놔두면 똑같은 짓을 하겠죠. 하지만 첫 번째 기억을 가졌다면 그 길을 회피할 수 있잖아요. 요점은 잘못이 없는 사람을 왜 괴롭히는가입니다. 물론 복수 대상자들이 깨끗한 사람이라는 건 아닙니다. 아무튼 복수 과정도 참 악랄하기 그지없어요. 고문이라는 단계를 넘어섭니다. 사실 고문이야 무고하게 죽임을 당해서 울분이 엄청 쌓였을 테니 그러려니 하겠는데 상관없는 사람은 죽이지 않겠다는, 화풀이만 할 뿐인 살인귀가 되지 않겠다고 선을 그어 놓고 복수 대상자 주변인들까지 죄다 같은 말로를 걷게 하는 건 연좌제 그 이상은 아니었군요. 자기가 정한 룰도 지키지 않는 주인공, 그래놓고 뻔뻔하게 뭐 그럴 수 있지라는 마음을 품고 있는 최악의 주인공이라 하겠습니다.

 

이번 복수 대상자는 어느 도시에서 대상회를 꾸려가고 있는 '그론드'라는 사내입니다. 첫 번째 세계에서 주인공의 지식을 빌려 마도구를 만들어 떼부자가 된 인물이죠. 주인공은 그 돈이 불우이웃에 쓰인다면 딱히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악당이 다 그렇듯 나쁜 짓을 하고 있었고 주인공이 왕녀에 의해 마왕으로 몰렸을 때 그를 죽이는데 동조하게 됩니다. 여기서 용사(주인공)가 돌보던 고아원 아이들이 희생되는데요. 이것만으로도 주인공에게 복수의 근거가 되긴 충분했습니다만. 두 번째 세계에선 주인공은 지식을 빌려주지도 않았고, 아직 고아원의 아이들이 희생되지도 않았죠. 그런데 쳐들어가서 이놈 잘 만났다 뒈져라~ 이러니까 얼마나 황당하겠어요. 물론 지금의 그론드도 떳떳하지 않은 일들을 벌이고 있었고 막 고아원 아이들을 희생 시키려고도 했지만요.

 

문제는 이게 아직은 주인공에게 직접적인 위해로 다가가진 않았다는 거죠. 그래서 그론드는 황망할 따름입니다. 물론 착한 놈도 아니고 미래에 나쁜 짓을 벌이려던 계획은 있어서 어느 정도 개연성은 확보했습니다만. 죄를 짓지 않았는데 처벌부터 하는 부조리가 생기죠. 게다가 히로인 미나리스와 슈리아에게 인생에 관련해서 괜한 참견했다가 죽임 당하는 그론드 측근 페그너는 정말 부조리하기 짝이 없습니다. 인생의 연장자에게 쓴말을 조금 들었다고 살의를 품다니 제정신인가 싶죠. 그래서 누가 악이고 누가 선인지 분간이 안 됩니다. 일단 복수 대상자를 악의 축이라고 정의는 하였지만 애초에 이런 복수극에서 선과 악을 찾는 것도 난센스이긴 하죠. 게다가 아무리 주인공의 복수를 공유하고 있다지만 히로인 미나리스와 슈리아가 저지르는 만행은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누가 많이 죽이나, 누가 제일 끔찍하게 죽이나, 누가 제일 고통스럽게 죽이나, 죽어가는 사람을 보고 낄낄 웃고, 태연하게 차를 마십니다. 그만큼 그녀들은 정신이 망가질 정도로 배신의 고통이 컸다고도 할 수 있지만 이런 걸 보면 첫 번째 세계에서 주인공에게 위해를 가했던 악의 축의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돼요. 그론드를 찾아가기 전에 마약을 만드는 범죄 집단을 습격해서 도륙하는 장면은 악귀와 다름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죽어 마땅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죽을 만큼 죄를 지었는가. 아니면 살인을 즐기는 건가? 웃으면서 그런 짓을 하는 거 보면 분명 줄기기 위한 목적도 있을 거라는, 물론 주인공이든 히로인 입장에서 보면 상대는 죽어 마땅하겠지만 사회엔 통념이라는 게 있어요. 말이 복수지 이쯤 되면 그냥 살인이 하고 싶어서 나대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되죠.

 

아무튼 정석적인 소설가가 되자 출신 라노벨답게 주인공 보정은 끝판을 달리는데, 매번 힘내는 척하며 아무렇지 않게 적을 무찔러가는 가식덩어리랄까요. 적이 아무리 강해도 어렵지 않게 이기는 것. 이번 노노릭이라는 낭자애와의 싸움도 딱 그렇습니다. 실력은 노노릭에게 한참을 못 미친다면서 전생의 경험으로 엇차! 서걱 끝. 그렇다고 노노릭의 실력이 형편없지도 않아요. 본 실력이라면 주인공보다 월등히 높다고 서술하고 있죠. 히로인 미나리스와 슈리아도 주인공에게 힘을 받았다지만 매번 아무렇지 않게 서걱서걱 썰어가는 모습은 무미건조하고 고문하는 장면은 악랄함을 선사합니다. 상대는 그냥 비명만 질러대고요. 어디에서 흥미 포인트를 잡아내고, 어디서 의의를 찾아야 하고, 어디서 시사하는 바를 찾아야 할지 도통 모르겠더군요.

 

맺으며, 망가졌다.의 의미를 제대로 표현한 게 이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 당하고 죽임 당한 충격은 당사자가 아니면 모르겠죠. 그래서 주인공 일행이 복수극을 펼치는 건 얼추 정당성은 있습니다. 제대로 망가진 모습을 보여주죠. 이게 흥미 포인트이긴 한데 일방적으로 살육할 뿐이고 고문 교과서를 보는 듯한 장면에서 뭔 흥미를 찾을까 싶기도 합니다. 결정적으로 이 작품에선 자잘한 개연성은 찾을 수 있어도 결정적인 개연성이 없어요. 저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아직 두 번째 세계에선 악당은 주인공에게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죽임을 당해야만 합니다. 첫 번째 세계 때의 기억을 억지로 보면서요. 같은 인물이라도 내가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죽임을 당하다니 이보다 억울한 게 있을까요. 그러니까 이 작품의 주인공은 자기만족을 위해 복수를 펼친다 할 수 있죠. 이미 작중에서 비슷하게 긍정도 하였고요. 이게 뭐가 재미있을까 하는 고찰을 시간 나면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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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곰전생 3 - 숲의 수호신이 된 전설, Novel Engine
미시마 치히로 지음, 쿠루리 그림, 김민준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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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고 생각하는데. 한 지붕에서 다 큰 여자와 살면서도 손가락 하나 안 대는 그대는 진정 고자인가 하는 고찰을 해봅시다. 10살 아르티나와 13살 리리티나는 아직 어리니까 그렇다 치지만 16살 루루티나가 너 없으면 죽고 못 사는 형식으로 들이대는데 주인공인 백곰은 이 女 왜 이래? 이러고 있다. 참고로 백곰은 현실에서 벼랑에서 떨어져 죽은 건장한 청년이었고 이세계에 백곰(수컷)으로 환생하였다. 루루티나는 1권에서 인간족에게 붙잡혀 능욕을 당하고 이대로 인생이 끝나나 했는데 그때 백마 탄 왕자님처럼 자신을 구해준 백곰에게 사랑에 빠지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곧 겨울이 다가오는데 얼어 죽을뻔한 자신과 동생들을 위해 집까지 지어준걸.

 

먹을 것을 잡아다 주고, 인간들에게서 지켜주고, 집까지 지어주고, 참 이렇게 헌신적인 백곰이 또 있으랴. 근데 자신을 여자로 봐주지 않으니 이보다 짜증 나는 것도 없을 거다. 백곰 왈: 번식기가 아닌데 어떡하라고. 근데 여기서 근본적인 문제점이 떠오른다. 과연 백곰과 웨어울프는 종족이라는 벽을 뛰어넘어 맺어질 수 있을까이다. 같은 부류라도 까마귀와 까치만큼이나 차이가 있다. 절대 맺어질 수 없을 테지. 맺어져도 2세가 태어나지 않는다거나. 하지만 말과 당나귀는 노세를 낳으니까 실현 불가능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그래서 작가는 그런 걱정은 접어두라는 듯 이종족간에도 아이가 태어난다는 걸 보여주기로 하려는가 보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강에서 낚시를 하던 백곰과 주변인은 떠내려오는 곰 한 마리를 발견하게 된다. 뚜둘겨 깨우니 강 상류에 사는 엘름족이라는 곰 수인 마을에서 떠내려 왔단다. 이름은 로미스케라고 한다. 수컷이다. 근데 그냥 떠내려온 게 아니라 치정 싸움에 휘말려 강물에 처박힌 꼴이라고 하는데, 좋아하는 여자를 두고 마을 남정네들이 기싸움을 벌였고 그중 하나에게 떠밀렸다나. 루루티나 이하 웨어울프 소녀들은 한창때의 여자애들이다. 가십거리가 없는 숲에서 이런 좋은 이야깃거리를 놓칠 루루티나 이하 웨어울프 소녀들이 아니었으니. 로미스케를 도와주자고 일치단결하여 콧김을 훅훅 내쉬니 천하의 백곰도 어쩔 도리가 없다.

 

그래서 도착한 게 엘름족이 산다는 마을. 근데 오긴 했는데 로미스케가 좋아한다는 여자 곰은 왈가닥(이름은 줄리키치라고 한다.)에 노리는 수곰이 많았으니 백곰으로써는 두통 거리다. 그런데 백곰에겐 엘름족 인상이 이놈이나 저놈이나 다 같은 인상이라며 당췌 미(美)의 기준이 무얼까 골똘히 생각에 빠진다. 아무튼 로미스케의 사랑을 이뤄주기 위해 왔긴 한데 정작 로미스케와 쥴리키치의 분량이 너무 적다. 갑자기 성웅제라는 축제가 있을 예정이고 백곰도 거기 나가서 싸우란다. 뭐, 축제니까 즐기면 되는 거고. 근데 백곰전설이라는 이상 야릇한 구전이 내려오고 있었으니. 백곰은 재앙을 불러온다나.

 

근데 다 좋다 이겁니다. 위에서 언급한 이종족간 아이 즉, 하프의 출연은 백곰과 루루티나에게 어떤 미래를 보여줄까. 사실 백곰은 루루티나를 의식하고 있지만 이성으로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 번식기가 아닌 것도 있지만, 무직 전생의 주인공 루데우스가 했던 말처럼 한번 그 길에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게 되니까가 이유가 아닐까. 루루티나의 대시를 애써 외면하며 아닌 척, 정말 노력하는 곰이라 하겠다. 후각은 개보다 월등히 좋다고 자기가 말했으니까 각방 쓰는 것도 아닌 한 방에서 지내는데 감정을 다스린다는 건 정말로 대단한 거다. 그러니 고자 곰이라고 욕 하진 말자.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뿐이라고 좋게 생각하자.

 

아무튼 하프 곰 나온다(참고로 18세 여자다). 인간과 곰의 아이, 루루티나는 웨어울프족이지만 사실상 인간과 똑같은 생김새니까 별반 다르지 않겠지. 그런데 우리의 백곰은 그런 가능성을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생각도 안 한다. 루루티나만 불쌍하지. 게다가 하프 곰은 인간으로 변했을 때 루루티나보다 더 낫다고 백곰이 평가해버렸다. 이성이 백곰에게 조금만 가까이 있어도 불같은 질투를 내뿜는 루루티나가 백곰이 하프 곰을 만났다고 아는 날에는 백곰을 초상 치러버리지 않을까. 이성이 그냥 곁에 있어도 질투를 하는데 하필 백곰이 찾아간 날에 하프 곰이 인간형 전라의 모습이었으니 초상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만나는 여자는 많고 하나같이 호감도를 쫙쫙 올리는데 성과가 없다. 2권에서 나왔던 엘프 모녀는 그새 잊혀져 버렸다. 엘름족 마을에서 쥴리키치는 많은 남정네에게서 대시를 받고 있으면서도 아닌 척 줘패면서도 은근슬쩍 백곰을 의식한다. 죄많은 남자. 하프 곰은 오늘 만나 놓고 그가 싫지만은 않다. 몇 시간 만에 전라를 보였는데도 동요조차 안 한다. 아니 남자로 봐주지 않는 건지도 모르지. 그렇게 주변에서 대쉬를 해대는데 정작 고자 백곰은 얘들이 왜 이래 하고 있다. 아마 외면하느라 일부러 모른척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어떨 때는 진짜 무골충 같기도 하다. 사실 치근덕 거리지 않으니까 오히려 안심하고 이성이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맺으며, 일단 웨어을프 소녀들이 귀여워서 보고는 있지만 이야기 구성이 허술하기 짝이 없어서 계속 보기엔 무리가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령 두꺼비 대마왕 에피소드는 왜 넣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유치했고, 틀에 박힌 시비조 담당 엑스트라의 등장하며... 차라리 숲에서의 생활을 파스텔 형식으로 꾸몄더라면 훈훈함이라도 있었을 텐데 괜히 악역을 등장시켜서 극중 긴장도를 높인다고 하는 게 허접하기 그지없습니다. 2권까지는 그나마 나았는데 3권은 앞에서 퀄리티를 높여 놓은 바람에 이야기가 다 죽어 버렸다고 할까요. 거기에 하프 곰은 흥미 위주의 눈요깃거리 밖에 되지 않고요. 1~2권에서 그랬던 것처럼 경쟁 관계에서 오는 긴장감이 없으니 질 낮은 동화책을 읽는 건지 신문을 보는 건지 모르겠더군요. 일단 이야기가 4권으로 이어지니까 4권까지만 보고 계속 볼지 결정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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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집에 가는 학급전이 2 - Novel Engine
아네코 유사기 지음, 유큐폰즈 그림, 박용국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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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을 넘어서 비난을 하고 있으니 이 작품의 팬이시거나 관계자는 빽 하시거나 페이지를 닫아 주세요.

 

 

 

 

대체 이걸 무슨 생각으로 발매하였는지 모르겠다. 애니화까지 된 방패 용사를 집필한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이어서 혹시나 괜찮지 않을까 해서 발매하였다면 잘못 집어도 단단히 잘못 집었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우리나라에서 1권이 발매될 시 애니화 이야기 나오던 시절). 우리나라야 방패 용사의 후광을 받을까 해서 그랬다 치지만, 일본 출판사는 편집자가 설사병이라도 걸린 걸까? 누가 봐도 이건 팔릴 물건이 아니라고 보는데. 물론 필자의 주관적이고 도저히 이건 아니다 싶은 작품도 좋아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으니 사람 주관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그런가 우리나라에선 2권이 발매되고 이후 소식이 없다. 자기들도 이건 아니다 싶거든.

 

1권 때 평점을 1점 줘놓고 뭐 하러 2권을 구매했는지 필자도 모르겠다. 이전에도 비슷한 일을 저지른 적이 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새 택배가 와 있더란 말이지. 아무튼 1권은 그나마 없던 힘이 생기고 사회를 살아가는데 룰이 없어지면 사람은 무슨 짓을 저지르나를 철저하게 잘 표현은 하였는데 2권을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지독하다고 할 수 있겠다. 내용이 시리어스해서 지독한 게 아니라 아무것도 없어서 지독하다는 뜻이다. 이세계는 이세계인데 그냥 소풍 간 거나 진배없다. 숲에서 동족상잔을 벌이고 살아남은 아이들끼리 밖으로 나와 마을을 발견하고 그 길로 왕도에 가서 왕을 알현하고 그대로 눌러 앉는 이야기다.

 

왕은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옛날에도 자주 있었다는 전제를 깔며 그분들은 좋은 사람들이었으니 너님들도 좋은 사람? 나쁜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놈들은 다 죽었어라고 하신다(왕 만나기 전에 마을 사람들이나 기사들에게서도 그런 소리 듣는다). 그래놓고 지원을 빵빵하게 해줄 테니 앞으로 다가올 재앙에 맞서 싸워 달라고 하신다. 한마디로 총알받이나 되라신다. 숲에서 자급자족을 하며 살아가는데 최소한의 요건은 갖추고 있으면서도 우린 착한 사람들이라는 듯 도와주겠다는 주인공과 그 일행들. 뭐, 비박이라고 하면 근사하고 실질적으로는 노숙이나 다름없는 생활보다야 지원을 받으며 마을에서 편히 사는 게 낫긴 하겠지.

 

근데 편히 쉬는 꼴을 못 보는 듯, 마물 퇴치 등 은근히 일을 시키고 있다. 그리고 한다는 말씀이 거기서 나오는 부산물(드랍)을 팔아서 너희들 생활비로 쓰니까라고 하면 이쪽은 할 말이 없다. 이러니까 애들은 안 된다는 거. 능력이 있다지만 맞으면 죽는 건 매한가지이고 재앙에 맞서 목숨을 걸고 있다는 말을 하는 이 하나도 없다. 그래도 왕은 지독한 사람은 아닌 듯해서 이걸 알고 있는지 편의는 진짜로 많이 봐주고 있다. 솔직히 왕도에서 가게를 낼 정도면 제반 사항 등 일반 국민들은 엄두도 못내는 걸 다른 세계인들이라는 이유로 제공해주고 있으니 어쩌면 왕은 통이 크다고 할 수 있겠지. 거기에 세금도 안 받고.

 

그런데 이왕에 재앙에 맞서는 거면 성검은 필수잖아?라며 애들을 댈꼬가서 성검을 뽑아 보란다. 다들 나가리 되고 주인공 또한 보정은 없다. 꼭 남자만 용사가 되란 법 있나. 그래서 히로인 '메구루'양에게 용사가 되라며 성검이 쏙 뽑혀 버린다. 그걸 보는 주인공 유키나리의 첫마디. "역시 매구루양이라니까!" 나루토가 사쿠라에게 쿠사리(핀잔) 먹는 이유가 이 말투 때문이라 생각하는데. 메루구양의 속 마음 '용사가 되고 싶어서 된 게 아니란 말이지'. 그래서 몇 번 주인공을 찾아가 뭔가 상담을 하려 하지만 그놈은 알아주지 않는다. 갑자기 용사로 대우받고 애들은 빈정 거리고 그나마 상식인이라고 여긴 주인공을 찾아왔더니 위로도 안 해준다.

 

그런 주인공은 뭐하고 있냐면, 유일하게 현실과 왕복할 수 있는 능력으로 애들 시다바리를 하고 있다. 만화책부터 해서 게임과 먹을 것 나아가 여성 용품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CD(어른용이라면 알아보는 사람 있을까?)까지 사다 주는 건 빵셔틀 이외에 무엇으로 표현하란 말인가 싶다. 아니 그보다 이세계에 와서 현실에 돌아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데 원초적인 본능에 충실한 애들을 좀 질타해야 되지 않을까? 그랬다간 꼴사납게 부럽다면 부럽다고 해라는 말을 듣겠지. 메구루양과 같은 방에 자게 되었을 때 동정의 표본이라는 모습을 보였으니까. 이놈은 글렀어. 주인공과 히로인이라는 포지션을 잡고 있지만 접점이 없다.

 

아무튼 주인공을 조금 더 까보자면, 살아남은 아이들을 전원 현실로 대려 가겠다는 포부는 밝히고 있는데 하는 게 없다. 꿈에서 예언인지 도움을 요청하는 게 나왔는데 무시해버린다. 주변에서 뭔가 말을 걸어오는데 별일 아니겠지 하며 이 또한 무시해버린다. 더 나빴던 게 이후 이러한 일로인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거다. 요컨대 작가의 필력이 후달린다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이면서 용사 자리 빼앗겨, 히로인 마음을 몰라줘, 그러면서 빵셔틀을 열심히 하고 있지. 사실 이쯤에서 밝히지만 주인공은 이지메 형식으로 빵셔틀을 하는 건 아니다. 그만큼의 보상을 받곤 있지만 애들이 주인공에게 부탁하는 장면을 보면 이지메를 연상케해서 문제랄까.

 

맺으며, 두 번 다시 거들떠도 안 볼 작품이다. 위에서 나열한 문제점을 제외하더라도, 너희들도 혹시나 이세계로 전이한다면 이 도서를 지침서로 사용해라라는 듯 설명이 무척이나 꼼꼼하다. 여느 이세계물도 비슷하긴 한데 이건 뭐다 저건 뭐다 스킬은 어쩌고 화폐는 이렇고 마물 종류와 테이머 방법 등등 정말로 꼼꼼하다. 그러다 보니 정작 이세계 생활은 퇴색되어 버리고 이쯤 되면 지침서를 넘어 설명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분도 든다. 주인공은 입만 살아서 모두들 살려서 원래 세계로 돌려 보나겠다지만 하는 게 뭔가 싶을 정도로 하는 게 없다. 그나마 몬스터 토벌에 동원되어 능력을 십분 발휘는 하는데... 애들이랑 교감이라는 것도 거의 하지 않고, 하는 거라곤 빵셔틀. 은근히 방패 용사 어필을 하지 않나. 1점도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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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의 혼잣말 1 - 카니발 플러스
휴우가 나츠 지음, 시노 토우코 그림, 김예진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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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평가하자면 유쾌하고 재미있다를 들 수가 있는데요. 가령 히로인인 마오마오가 간식으로 만들어둔 미약에 쩔은 빵을 먹고 해롱해롱 상태가 되어 서로 뒤섞여 있는 시녀들이라 할 수 있어요. 그 뒤엉켜있는 시녀들의 치마를 들춰보면서 미수에 그쳤다고 당당하게 말하다 뒤통수 얻어맞는 부분은 유쾌하기 짝이 없죠. 의리 초콜릿같이 비녀를 못 받은 시녀들에게 비녀를 나눠주는 문관을 보고 칭찬을 받아 기분이 좋아진 똥개 같다느니, 자신의 상관을 게이라고 지레짐작하지 않나, 읽고 있으면 배꼽 빠지게 만드는 부분이 한둘이 아닙니다. 하지만 인신매매가 횡행하고 유곽이 등장하는 등 결코 유쾌한 부분만 있는 것도 아니긴 합니다.

 

마오마오는 인신매매로 궁에 팔려와 하녀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유곽을 상대로 아버지와 함께 약을 만들어 파는 약사였으나 어느 날 약초 캐러 갔다가 그대로 붙잡혀 궁에 입궐하게 되었죠. 팔려온 겁니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뼈빠지게 일해야만 나갈 수 있는 곳, 그녀는 2천 명이나 있다는 후궁이라는 남자 출입 금지 구역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오늘내일하고 있었는데요. 그러던 중 후궁들이 낳은 아이들 그러니까 왕자와 공주들이 이유 없이 죽어 나간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고 마지막으로 남은 공주와 왕자까지 오늘내일하게 되자 약사로써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그리 향하는데요. 그리고 무엇이 아기들의 목숨을 빼앗아 가는지 밝혀가죠.

 

이 작품은 궁에서 약사로 활약하는 히로인을 그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드라마로 치면 허균 정도라 할 수 있겠는데 여기에 추리를 가미하였죠. 외국 드라마 중에 이와 비슷한 게 있었지 싶은데 생각이 안 나는군요. 아무튼 필요에 따라 약을 조제하고 원인을 추적하면서도 결코 자신의 손으로 해결하지 않는, 할 수 없이 상사에게 등을 떠밀려 원인을 찾게 되고 거기서 추리물에서 흔히 보는 원인들을 알아가죠. 여기서 주목할 것은 결코 마오마오는 깊이 관여하지 않으며 감정이입도 하지 않는다는 건데요. 그저 그 판단은 상사 '진시'에게 떠맡겨 둘 뿐 어디까지나 제3자의 위치에 서서 사태의 흐름만 지켜보기만 합니다.

 

이 작품의 포인트는 마오마오와 그녀의 상사인 '진시'와의 관계라 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했다는 것처럼 왕자와 공주가 앓고 있는 병을 알린 그녀에게 꼽혀서 괴롭히다 차츰 그녀의 시선과 마음을 끌기 위해 무던히도 애쓰는 '진시'의 노력이 대단하죠. 마치 초등학생이 마음에 든 이성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장난을 치는 듯한, 그러나 마오마오는 진심으로 그를 벌레보듯이 상사만 아니었다면, 원래는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2년이라는 시간을 채우고 나가려고 했는데 느닷없이 자기를 불러다 후궁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를 파헤쳐라고 하니 기가 막힐 뿐입니다. 원래는 밥 먹는 것보다 약이 좋고, 시간만 나면 독을 먹고는 황홀해 하는 괴짜랄까요.

 

남자에겐 애초에 관심도 없고 첫 만남이 최악이었던 진시에 대한 마오마오의 첫인상도 '게이'였으니, 그 게이에게 속아 넘어가서 내가 병을 밝힌 그 약사입니다.라고 선언한 꼴이 되어버린 마오마오는 진심으로 죽고 싶은 심정. 그 길로 공주를 낳은 '고쿠요 비'의 독 시식 담당으로 들어가는 출세 코스라고 하기엔 지옥 코스였지만 여기서 또 이 작품 특유의 개그가 쏟아집니다. 독을 먹기 위해 살아가는 신조라는 게 밝혀지고 황홀하게 독을 먹는 그녀를 표현하는 부분은 혀를 내두르게 하죠. 궁에 들어오기 전에 독 만찬을 펼칠 만큼 괴짜였고 그런 평소 그녀를 바라봤던 아버지(아직 살아 계심)는 10달 만에 집에 온 딸에게 '늦었구나'이러고 있습니다.

 

조용히 살고 싶었는데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땐 어떻게 해야 되나. 목이 달아나는 한이 있어도 분풀이는 해야겠죠. 진시와의 관계를 딱 그렇습니다. 매일같이 찾아오는 그에게 독설과 벌레 보는 눈을 날리면서도 명령엔 따를 수밖에 없고, 죽어가는 리화 비(후궁)의 처소에 갔을 땐 마치 여중생들이 싸우는 듯한 모습으로 시녀들을 휘어잡는 장면은 정말. 약초를 구해다 제조하는 낙으로 사는 사람을 잡아다 허드렛일을 시키고 이젠 사건사고에 밀정 역할까지, 거기에 매일같이 찾아와 찝쩍거리는 진시 때문에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그러다 마오마오가 다른 남자와 동침했다고 지레짐작한 진시가 세상 다 잃은 것처럼 좌절하는 모습은 또 다른 유쾌함을 선사하죠.

 

맺으며, 약사인 아버지가 옛날에 어느 위치였는지 밝혀지면서 마오마오의 출생도 관심이 생겼는데요. 친아버지처럼 굴다가 느닷없이 주워온 아이라는 복선이 뜨니까 이거 혹시 서자(왕과 평민의 자식)가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였는데 이건 아닌 거 같고, 진시에 대한 복선도 나왔는데 황제가 아닐까 했지만 다른 후궁들이 몰라볼 리 없을 테니 왕족이 아닐까 하는, 그래서 마오마오와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사뭇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무튼 전체적인 내용은 궁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를 해결해나가는 추리물이지만 위에서도 나열했지만 그 속에 숨겨진 개그가 상당히 일품이라 할 수 있군요.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9점을 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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